소설리스트

음공으로차트올킬-106화 (106/191)

< 마교의 유전자를 가진 걸그룹 (1) >

천마신교 레코즈.

직원은 멍하게 회의 내용을 듣고 있었다.

‘...이거 실화인가?’

뭔가 엄청난 게 벌어지고 있었다.

“앨범 누적 판매량이 벌써 300만 장을 돌파했습니다.”

“공장에서 열심히 앨범을 찍어내는 중인데, 판매량을 못 따라가고 있어요.”

“미국에서 계속 섭외 연락이 오는데 어떻게 할까요?”

천마가 미국에서 쏘아 올린 공은, 엄청난 업무량이 되어 천마신교 직원들을 깔아뭉개고 있었다.

다행히 천마는 당장 방송에 나갈 생각이 없었다.

“당분간 국내든 해외든 방송에 나갈 생각은 없습니다. 그런 거 다 쳐내고 콘서트부터 하죠.”

이전부터 계획되어 있던 국내 투어 콘서트와 미국 콘서트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런데 아무래도 국내외의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

십만교인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었고, 앨범의 판매량도 증가했다.

천마신교 직원들은 위기감을 느꼈다.

‘나도 이번 콘서트에 가려고 했는데.’

‘이러다가 티켓팅 실패하는 거 아닌가?’

그래서 직원들은 한목소리로, 강력하게 주장했다.

“콘서트 규모를 키우죠.”

“맞아요. 지난번처럼 작은 체육관에서 하는 건 아닌 듯합니다.”

“차라리 올림픽 경기장으로 갑시다!”

직원들은 열성적으로 큰 경기장을 찾아 대관했고, 투어 횟수도 늘렸다.

최소 5만 석 규모면 그나마 티켓팅을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몇 달 후, 콘서트 예매 당일.

직원들은 조금 더 큰 콘서트장을 빌리지 못한 과거의 자신을 원망했다.

.

.

.

한편, 한국에 돌아온 천마는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같은 층에 있는 작업실에서 미니롱도 곡 작업을 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앨범을 준비하는 두 사람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작민지가 말했다.

“그거 알아? 천마신교에는 천마님밖에 없다는 말이 돌더라.”

롱서아도 말했다.

“성진이도 잘하던데. 이번에 성진이 곡 들어봤어? 걔 작곡 실력도 엄청 늘었더라.”

길성진은 1집 앨범을 낼 때 천마의 특훈을 받으며 보컬을 다듬었다.

이번에는 작곡과 프로듀싱 공부도 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고, 자기만의 색채를 만들어 나가고 있었다.

천마가 인정한 재능인 만큼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는 중이었다.

롱서아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말했다.

“힝···. 우리가 제일 못하는 것 같아.”

천마신교에는 아티스트가 3명뿐이다.

천마와 길성진은 잘하는데, 자신들만 수준이 떨어지는 느낌이다.

매일같이 천마에게 얹혀 간다는 말을 듣고 있자니 의기소침해졌다.

마음이 조급해지니 곡이 제대로 나올 리가 없다.

벌써 앨범을 몇 번이나 엎었는지 모른다.

두 사람은 계약이 끝나면 천마신교를 떠나야 하나 고민까지 하고 있었다.

그때, 귀가 밝은 차선우는 지나가다가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들었다.

‘심마에 빠졌군.’

사람들이 떠들어대는 소리가 부담으로 쌓이니, 미니롱은 갈피를 잃었다.

차선우가 이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는데, 그때 작민지의 말이 이어졌다.

“차라리 나도 잠마동에 들어가고 싶다.”

“이번에 연습생들이 들어간 거기?”

“응. 커뮤니티에서 봤는데 거기 나오면 실력이 엄청나게 올라간더라.”

“그런데 우리는 거기 못 들어가는 거 아냐? 연습생 대상이라며.”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차선우가 생각했다.

‘기존 아티스트를 위한 수련동을 만들어볼까?’

천마신교의 수련 기관은 잠마동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교주부터 전투조의 대원들까지. 수준에 맞는 수련동이 준비되어 있었다.

미니롱이 원하는 음악적 경지를 성취할 때까지 폐관수련을 하도록 처박아두면, 사람들의 이야기에 신경 쓸 정신도 없을 거다.

차선우가 새로운 수련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때, 마침 연습하러 온 길성진이 다가왔다.

"천마님! 걸그룹은 어떻게 되어가요? 잠마동도 이제 6층이라는데!"

"...그걸 네가 어떻게 아냐?"

잠탈모 커뮤니티를 염탐하다가 알았다. 길성진은 신이 나서 말했다.

"제가 천마신교의 첫 걸그룹을 위해서 곡을 써봤습니다. 들어보실래요?”

사심 가득한 표정으로 웃고 있는 길성진을 보며 차선우는 생각했다.

‘폐관 수련할 장소가 만들어지면 저 새끼도 처넣어야겠군.’

차선우는 이전에 길성진과 미니롱에게는 마인의 유전자가 없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없다면 강제로 심어주면 되는 거 아닌가?

앞으로 천마신교에 들어오는 아티스트는 모두 폐관 수련을 시켜서 마교의 교인다운 놈으로 만드는 것이다.

차선우는 괜찮은 아이디어에 미소를 지었고, 본능적으로 위기감을 느낀 길성진은 주춤주춤 물러났다.

“저, 저는 이만 가볼게요. 아 연습, 연습해야겠다.”

차선우는 피식 웃으며 도망가는 길성진을 바라봤다.

어차피 조만간 감금당할 녀석이니 당장은 자유를 즐기게 둬야겠다.

일단 폐관 수련보다 먼저 처리해야 하는 일이 있으니까.

차선우는 잠마동의 상황을 확인했다.

“6층은 거의 끝나가네.”

잠마동은 총 7개의 층으로 되어있다.

1, 2층에서 기본기와 심화 과정을 평가한다.

3층에서는 포지션에 대한 이해도를 보고,

4층과 5층에서는 팀별 미션을 통해 창의력과 순발력, 협동심을 확인한다.

이렇게 5층까지 왔으면 실력은 완성된거나 다름없다.

그래서 6층과 7층에서는 정신력을 테스트할 수 있도록 했다.

6층은 본격적으로 독기를 품게 만드는 정신 개조이다.

승리를 위해서는 악바리처럼 뚫고 나갈 수 있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진짜 마인처럼 개차반 같은 인성을 가지면 안 되지.'

그래서 마지막 7층 시험을 준비했다.

‘각 연습생의 트라우마를 자극하고, 한 팀으로서 그걸 극복해 나가는 것.’

같은 팀원에 대한 최소한의 공감과 이해가 없으면 통과할 수 없도록 해놓았다.

다만, 마지막 시험을 치르기 위해서는 차선우가 직접 개입해야 한다.

"이제 시작해볼까."

자리에서 일어난 차선우는 잠마동으로 들어갈 준비를 했다.

*

“으아! 드디어 통과했다.”

신예리를 비롯한 연습생들은 결국 6층을 클리어했다.

6층의 끝자락에서 14명의 연습생이 피튀기는 싸움을 한 끝에, 최종적으로 9명이 남았다.

그들은 자연스럽게 두 무리로 나뉘었다.

신예리의 팀과,

아크 엔터테인먼트에서부터 신예리에게 시비를 걸던 연습생, 이연진의 팀.

이제 둘 중 한 팀만이 살아남아 데뷔를 할 수 있지만,

‘아 몰라. 나 쉴래.’

신예리는 대충 던진 빨래처럼 바닥에 널브러졌다.

한 층이 끝날 때마다 묘한 기운이 체력을 회복시켜줬지만, 정신력이 마모되는 건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진짜··· 모든 걸 불태웠다.”

신예리가 한탄하듯이 말하자, 4층의 팀 미션부터 함께 한 경빈&다빈 쌍둥이가 대답했다.

“나도···.”

“나도···.”

쌍둥이들도 신예리와 비슷한 몰골로 쓰러져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한 사람이 더 있었다.

“어우, 썅. 진짜 죽겠다 죽겠어.”

윤은지.

6층에서 새로 합류한 연습생이었다.

신예리는 윤은지가 합류한 과정을 떠올렸다.

6층에서는 ‘코인’이라는 시스템이 있었다.

6층에 올라가는 순간 기계 목소리가 규칙을 설명했다.

- 참가자 여러분. 6층에 올라온 것을 축하드립니다.

- 통과한 성적에 따라 여러분에게 다른 양의 코인이 주어집니다.

신예리는 자신의 사물함에 놓인 코인을 발견했다.

꼭 오락실에서 쓰는 가짜 동전 같았다.

- 여러분은 코인을 사용해서 미션에 도전할 수 있으며, 코인을 모두 소모한 참가자는 탈락합니다.

그리고 신예리는 쌍둥이 자매와 함께 코인을 모아서 도전했는데 번번이 떨어졌다.

“...이거 통과하라고 만든 거 맞을까?”

“우리 코인 몇 개 남았지?”

“5개 남았어.”

“엥? 그거밖에 안 남았어? 이제 진짜 기회가 없는데.”

쫄리는 마음으로 코인을 아껴가며 연습하는 와중, 쌍둥이가 말했다.

“예리 언니. 저쪽에 누가 혼자서 돌아다니고 있는데?”

그 사람이 바로 윤은지였다.

윤은지를 발견한 세 사람은 쑥덕쑥덕 거렸다.

“왜 혼자서 돌아다니지?”

“그러게? 저 사람 다른 팀에 있었던 거 같은데.”

“같이 하자고 할까? 저분이 가진 코인까지 모으면 조금 여유가 생길 거 같은데.”

그렇게 해서 윤은지의 합류가 결정되었다.

사정을 들어보니 원래 윤은지에게도 팀이 있었는데, 다른 팀의 수작으로 팀원들이 모두 탈락하고 혼자 남았다.

윤은지는 욕을 하며 사정을 털어놓았다.

“아오 씨! 미션을 할 때마다 어떤 미친년이 존나 방해하는 거야.”

6층은 독한 구석이 있었다.

심각한 상해를 입히지 않는다면, 승리를 위해서는 ‘뭐든지’ 가능했다.

가령,

“그년이 우리 팀에게 주어지는 벽곡바를 훔쳐서 쫄쫄 굶으면서 연습하고, 또 춤을 추는 데 물을 뿌려서 미끄러질 뻔했고, 언제는 바닥에 돌멩이를 깔아놔서 넘어지고, 그리고 결정적인 건···.”

“여기에 또 있어요?”

“응. 우리 팀 불침번이 깜박 조는 동안, 가진 코인을 쌔벼갔더라.”

“.......”

다행히 속옷 안에 코인을 보관했던 윤은지는 살아남았지만, 다른 팀원들은 모두 빈털터리가 되어 탈락했다.

“...무섭다.”

“우리끼리 힘을 합치는 게 좋을 듯.”

“설마 우리 미션도 누가 방해했던 거 아냐? 어쩐지 유난히 어렵더라.”

신예리 팀은 결심했다.

“우리도 걔네 공격하면 되는 거 아니야?”

두 팀은 치고박고 싸우면서 결국 마지막 층까지 올라갔다.

그렇게 서로를 계속 공격하면서 마지막 층까지 올라온 두 팀은, 서로에게 쌓인 게 상당히 많았다.

윤은지는 건너편을 노려보며 말했다.

“아 저 쌍년 때문에 6층에서 떨어지는 줄 알았네.”

얼굴도 동글, 눈도 동글, 입도 동글. 심지어 이름도 동글.

동글동글 굴러다니는 순둥한 햄스터같이 생긴 윤은지는 입이 거칠었다.

혼잣말이지만 다 들으라는 듯 큰 소리로 말했고,

반대편에 있는 ‘썅년’ 역시 그 소리를 들었다.

“뭐? 썅년? 꼴보기 싫게 생긴 게. 나이를 처먹었으면 노땅답게 좀 찌그러져 있을 것이지.”

윤은지는 여기 있는 연습생 중 나이가 가장 많았다.

그녀의 나이는 24살.

연습생치고는 나이가 많아서 은근히 신경 쓰던 윤은지는 발끈했다.

“노땅? 입으로 뱉는다고 다 말인 줄 아나? 개뼈다구 같이 생긴 년이.”

“뭐, 뭐라고?”

“왜, 한국어 몰라? 영어로 해줘? 잉글리쉬?”

두 사람의 말다툼이 진짜 싸움으로 번지기 직전, 팀원들이 두 사람을 진정시켰다.

윤은지의 팔을 잡은 신예리가 차분하게 말했다.

“언니, 괜히 저년한테 힘 빼지 마요. 다음 미션이 뭔지도 모르잖아요.”

그러고 보니 한 층을 클리어 할 때마다 나오는 기계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있었다.

눈앞에 보이는 건 두 개의 문이 전부.

“후, 내가 참는다 참아. 뭐 이번에는 저 문을 열고 들어가면 되는 건가?”

네 사람이 다음 미션에 대해 고민을 하는 사이, 음악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갑자기 왜 이렇게 졸리지?”

차선우 특제 수면송을 들은 연습생들은 자기도 모르게 눈꺼풀이 무거워지고 있었다.

연습생들이 모두 잠들었을 때, 그곳에 차선우가 등장했다.

*

잠마동 7층에서 최후의 시험이 시작될 무렵.

아크 엔터 쪽에서도 본격적으로 프로젝트 걸그룹 런칭을 준비하고 있었다.

특히나 실적 관리가 중요한 본부장은 이번 걸그룹에 사활을 걸었다.

드라마 판에서 있다가 이쪽으로 넘어온 본부장은, 기존의 권 실장에 비해 아이돌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졌다.

대신 그는 돈을 효율적으로 쓸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마침 헌트 뮤직 그룹에 지원을 받아 돈이 많았다.

본부장은 작곡 캠프를 열어서 국내외 유명 작곡가들을 모두 초대했다.

즉석에서 곡을 만들고, 좋다 싶은 곡은 그 자리에서 모조리 사들였다.

안토니오 로시에 버금가는 세계적인 안무팀 ‘Golden Step’에게 타이틀 곡 안무도 받아왔다.

돈을 처바른 덕에 퀄리티만큼은 확실한 첫 앨범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본부장이 가져온 결과물을 확인한 아크 엔터의 대표는 확신에 차서 말했다.

“이번에야말로 4대 기획사 체제를 부술 수 있겠군.”

4대 기획사가 경쟁을 한 지도 벌써 십 년이 넘었다.

슬슬 그 싸움의 마침표를 찍을 때가 왔다.

마침 타이밍도 좋았다.

아크를 제외한 나머지 회사들이 흔들리는 중이었다.

본부장이 웃으며 말했다.

“먼저, 어썸 뮤직은 한태영이 군대를 간 이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펄 엔터테인먼트도 상황은 비슷했다.

“거기야말로 혼란 그 자체죠.”

이번에 펄 엔터의 대표가 교체되었다.

정확히는 이사진이 대형 유통사인 '코코넛'을 등에 업고, 대표를 쫓아낸 모양이었다.

메인 프로듀서인 제이맨은 아직 붙어있기는 했지만, 영 신통찮았다.

간판그룹인 매그넘과 작년에 데뷔한 에이클라스가 부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제이맨도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이 돌았다.

상황이 이러하니, 아크 엔터의 대표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우리가 대한민국 최고의 기획사가 될 일만 남았군.”

나머지 기획사들을 짓밟고, 국내 최고로 우뚝 설 절호의 기회였다.

만족스럽게 웃던 대표가 물었다.

“그러고 보니 천마는 지금 뭐하고 있지? 잠마동이라는 걸 만든지 꽤 지난 모양인데.”

본부장이 빠르게 대답했다.

“잠마동 탈락자 커뮤니티에서 나온 정보인데, 아직도 서바이벌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직도? 내 그럴 줄 알았어. 아무 경험도 없는 놈이 걸그룹을 만든다는데 어디 쉽나. 권 실장은 왜 그런 곳으로 가서, 쯧쯧.”

“그렇죠. 보통 걸그룹 하나 만들려면 최소 몇 년은 걸리니까요.”

“그때쯤이면 우리가 이미 시장을 모조리 잡아먹었겠군.”

벌써부터 승리를 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한 번 더 확실하게 하고 싶었다.

천마라면, 당장 무슨 짓을 벌여도 이상하지 않은 놈이니까.

말이 나온 김에 천마신교의 상황을 조금 더 파악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천마의 채널에 올라온 잠마동 영상을.

[잠마동ㅣIntroduction Film]

“...벌써 잠마동에서 연습생들이 수련하는 과정을 공개한다고?”

물론 본 영상은 아니고 2분짜리 티저 영상에 불과했다.

하지만 아직 자신들도 올리지 않은 티저 영상을 내보냈다는 건, 천마신교에서 걸그룹 데뷔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본부장은 꿀꺽 침을 삼켰다.

‘설마 천마와 일기토를 떠야하는 건가?’

< 마교의 유전자를 가진 걸그룹 (1) > 끝

ⓒ 연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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