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음공으로차트올킬-107화 (107/191)

< 마교의 유전자를 가진 걸그룹 (2) >

잠마동의 7층.

내가 마지막으로 준비한 시험은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함께 극복해 나가는 것이었다.

물론 내가 그 순간을 정확히 알지는 못했다.

다만 몇 가지 방법을 사용해서 연습생들의 힘들었던 순간들을 최대한 비슷하게 구성할 수 있었다.

먼저 연습생들이 잠마동에 입소하기 이전, 면접 신공을 이용한 사전 인터뷰로 연습생들의 솔직한(?) 대답을 듣고 유사한 환경으로 재구성했다.

여기에 음공을 이용하여 손상된 뇌 신경, 즉 트라우마를 자극시켰다.

이후 같은 진법에 넣어두면 연습생들은 하나의 팀이 되어 상황을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7층 다운 높은 퀄리티에, 신예리의 팀은 미션을 수행하면서 연신 놀라고 있었다.

“잠마동은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

현실감이 넘치는 홀로그램부터, 빠르게 몸을 회복시켜주는 방까지.

난생처음 보는 것들 투성이었다.

하지만 쌍둥이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입소식에서 최첨단 장비를 사용했다고 했잖아.”

“맞아. 미국에서 들여온 가상/증강현실 장비로 현실을 구현하고, 실력까지 증진시키는 하이 테크놀로지!”

옆에 있던 윤은지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로페즈한테 돈 겁나 많이 받았잖아. 800억인가? 그거 때려박았다더만.”

뭐, 그들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로페즈의 투자금을 (건물 인테리어에) 이용하기는 했고,

하이 테크놀로지 (현실에 없는 무림 발 기관진식) 를 사용하기도 했으며,

(음공과 진법을 통해) 가상현실을 구현해 놓았다.

여하튼 신예리와 팀원들은 열심히 미션을 수행했고, 조금 전에는 신예리의 기억으로 만들어진 난관을 통과했다.

6층에서 합류했던 윤은지가 말했다.

“방금은 미션이 좀 웃겼네?”

쌍둥이 자매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예리 딱 언니랑 어울리는 미션이야.”

팀원들의 말에 신예리는 멋쩍게 웃었다.

신예리가 가장 힘들었던 순간.

그건 바로 덜렁거리지 않는 것이었다.

예전 아크 엔터에 있었을 때, 신예리는 선배인 위캔걸즈의 백업 댄서로 나가서 실수한 적이 있었다.

이번 관문에서 그때의 일이 재현되었다.

윤은지가 신예리의 등을 후려갈기며 말했다.

"이야. 선배의 컴백 무대에서 실수라니. 자살 마려웠겠는데?"

"...잘 지나가서 다행이지."

쌍둥이는 각각 성대를 다쳐서 댄스 포지션으로 전직했을 때의 경험과, 데뷔조에서 탈락한 경험이 나왔다.

여기까지 진행이 되자 일행은 시험이 뭘 테스트하려고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쌍둥이가 말했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테스트하는 거네”

"그래서 사전에 인터뷰했구나!"

그러면서 윤은지에게 물었다.

“이제 언니만 남았다!”

“언니는 사전 인터뷰 때 뭐라고 대답했어?”

사전 인터뷰 때를 떠올린 윤은지 표정이 굳었다.

동시에 주변 풍경이 바뀌었다.

한쪽 벽은 거대한 거울이, 바닥은 반질반질하게 닳은 나무 바닥이.

연습생들에게는 무엇보다 익숙한 곳이었다.

“연습실?”

다만 일반적인 연습실은 아니었다.

“Snet 로고가 붙어있는데?”

“저쪽에는 카메라도 돌아가고 있어.”

그걸 본 윤은지가 깊은 탄식을 내뱉었다.

“하···.”

신예리의 한숨 뒤편으로, 세 사람은 커다랗게 적혀있는 슬로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이돌매니저99? 언니 여기 나갔었어?”

그 이름은 들은 쌍둥이가 뭔가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근데 이거 논란이 있지 않았나?”

“힘들었던 순간이면··· 설마 언니가?”

윤은지는 당황하며 손사래를 쳤다.

“아, 아냐. 그 논란은 내가 만든 게 아니야. 그러니까···.”

과거 윤은지가 나갔던 오디션 프로그램, 아이돌매니저99.

윤은지의 팀에 있던 참가자가 논란이 생겨 하차한 일이 있었다.

그것도 본선 무대 진출 딱 하루 전에.

멤버 하나가 빠지면 파트 분배부터 시작해서 무대 구성, 동선까지 모든 것을 다시 연습해야 한다.

당시에는 함께 무대를 꾸리기로 한 사람들이 단체로 멘붕이 와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별 기대를 하지 않는 제작진도 혹시나 논란이 일어날까 봐 통편집 해버렸고.

이후에는 뭐, 탈락의 수순을 밟았다.

신예리가 당황해서 말했다.

“그럼 지금이 무대 하루 전···?”

아, 하루가 아니다.

윤은지가 정정해줬다.

“정확히는 15시간 정도 남았네.”

“.......”

*

7층의 관문이 한창일 무렵.

나는 잠마동을 떠나지 않고 진법을 점검했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군.”

이번 진법은 뇌 신경과 연결이 된 만큼 세심한 컨트롤이 필요하다.

진법은 제 역할을 훌륭하게 하고 있었고, 연습생들이 겪었던 난관이 진법에 구현되었다.

나는 흥미로운 눈으로 아이들이 시련을 겪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이번에는 타임어택인가?”

꽤 까다로워 보이는 시련이다.

15시간 안에, 6인조 보이그룹의 노래를 4명의 여자들이 부를 수 있도록 편곡을 해야한다.

여기에 파트 분배와 안무까지 새로 짜야 하는 상황.

“그런데 생각보다 잘하는데?”

프로듀싱이 가능한 멤버가 있다는 게 신의 한 수였다.

쌍둥이가 적극적으로 나섰다.

기존의 노래는 해맑고 힘찬 썸머송이었지만.

'여름도 청량하고 강한 햇살만 있는 건 아니니까!'

'맞아. 후덥지근하고 습한 여름은 어떨까? 끈적거리는 그런 느낌으로.'

그렇게 뚝딱거리더니 정열적이고 끈적한 라틴팝을 만들어냈다.

습하지만 화끈한 여름의 느낌이 물씬 느껴지는 곡이었다.

남은 두 사람은 바뀐 곡에 맞춰 안무를 변형하기 시작했다.

4명이 톱니바퀴가 되어 딱딱 맞아들어간다.

6시간 만에 편곡과 안무 수정이 끝나고, 1시간도 안 돼서 바뀐 노래와 안무를 숙지했다.

지금은 각자 맡은 파트에 적응해서 완벽하게 합을 맞추고 있다.

“훌륭하네.”

무엇보다 쉽지 않은 상황임에도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모습에 내심 뿌듯해진다.

내가 무림에서부터 꿈꿔오던 이상적인 걸그룹이다.

신예리 팀은 이대로면 무난하게 7층을 격파할 것 같다.

다른 팀은 첫 번째 난관에서부터 싸우더니, 아직도 헤매는 중이었다.

“더 볼 필요는 없겠군.”

나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함께 잠마동으로 온 강여름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결과를 물어봤다.

“오오오! 어떤 팀이 통과했나요?”

“신예리의 팀.”

“역시! 그럼 본격적으로 영상 편집 시작할게요.”

내 채널에 올라갈 <잠마동> 코너는, 걸그룹 멤버를 소개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데뷔조를 중심으로 편집이 들어가야 했기에, 데뷔조 인원이 결정될 때까지 기다렸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잠마동 태반이 - 첨단 영상 기술로 알려진 - 진법을 사용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바로 CG였다.

나는 강여름에게 물었다.

“CG 팀은 들어왔어?”

“넹. 오늘 저녁에 입국한다는데요? 와, 할리우드 CG 팀이라니. 우리 스케일 장난 아니다!”

<팬텀 스틸러> 총감독이었던 사이먼 감독을 통해 할리우드에서 CG 팀을 데리고 왔다.

걸그룹 영상에 할리우드산 CG를 쓰는 건 우리가 처음일 거다.

암. 천마신교 걸그룹이면 이 정도는 해야지.

나는 은근히 기대가 됐다.

‘그나저나 걸그룹 이름은 뭘로 할까?’

*

이제 천마 채널의 구독자는 600만 명이 넘었다.

그리고 천마 채널의 구독자 중에서는 남자 팬들도 많았다.

수백만 명의 남자 팬들은, 천마가 새로운 걸그룹을 만든다는 소식에 은근히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예쁘겠지?'

'마! 마교라면 실력 제일주의 아니냐.'

'그래도 예쁘면 좋겠는데.'

강여름의 남동생이자, H 대학교 신입생인 강한솔도 그중 하나였다.

물론 학년이 끝나가는 만큼 신입생 딱지도 조만간 사라질 예정이었다.

한 해가 가는 걸 아쉬워하며, 강한솔은 팀플을 위해 나왔다.

중간고사는 몇 주 전에 끝났고, 지금은 과제 폭탄을 처리하고 있었다.

미리 해두지 않으면 기말고사 기간에 피를 본다는 걸 1학기 때 경험했기 때문이다.

강한솔은 다른 팀원보다 일찍 카페에 도착했다.

보너스를 두둑이 받은 누나가 입학선물이라며 던져준 노트북을 열어서 미리 과제를···하지 않고, 천마의 채널로 들어갔다.

“오늘 잠마동 1화가 나온다고 했지?”

얼마 전 나온 티저 영상에는 베일에 싸여있던 잠마동 내부가 짧게 공개되었다.

누나가 종종 보던 아기자기한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과는 전혀 다른, 어딘가 무거워 보이는 분위기.

마치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베어 그릴스가 생존 서바이벌을 하는 것 같달까?

걸그룹 오디션에서 왜 야생의 느낌이 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인지 아이돌에 별 관심이 없던 강한솔도 흥미를 느꼈다.

그렇게 마침내 본격적인 잠마동 영상이 나오는 날이 다가왔다.

“아, 아직 30분 남았네.”

하지만 시간이 조금 남았다.

강한솔은 아쉬워하며 인터넷을 뒤적거리다가, 포털 사이트에 들어가 연예 기사를 훑어보았다.

잠마동 걸그룹에 대한 떡밥이 있나 찾아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뉴스에는 잠마동 걸그룹에 대한 이야기는 가뭄에 콩 나듯이 있고, 대부분은 아크 엔터테인먼트의 새로운 걸그룹에 대한 이야기였다.

<헌트 뮤직 그룹과 아크 엔터의 합작, 들썩이는 국내 엔터업계>

<아크 엔터테인먼트, 프로젝트 걸그룹 ‘Super A’로 글로벌 시장 노려?>

<아크 엔터의 '신'인 걸그룹···올라가는 주가!>

뉴스를 보던 강한솔은 감탄을 뱉었다.

“와, 멤버 진짜 개쩐다. 이정도면 갈락티코 아니냐?”

기존 아크의 걸그룹 중에서도 최고의 인기를 가진 멤버들이 들어가 있었다.

어벤져스 뺨을 후려치고 갈 만큼 레전드 조합에, 어떤 퍼포먼스를 펼칠지 기대가 된다.

기자가 긁어온 티저 사진을 보면서 ‘역시 아크 엔터···. 비쥬얼이 진짜 미쳤다’를 중얼거리던 강한솔은, 의식의 흐름대로 커뮤니티까지 들어갔다.

커뮤니티 활동을 하지는 않았지만, 누나인 강여름이 매일같이 상주하던 걸 어깨너머로 보던 짬바가 있었다.

역시나 커뮤니티는 아크 엔터의 프로젝트 그룹에 관한 내용으로 도배되어 있었다.

강한솔은 그중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는 게시물을 클릭했다.

=======================

지금까지 뜬 티저 사진 모음.JPG

- (단체)

- (개인)

- (무대등장씬)

아크 엔터에서 진짜 칼 갈고 나온 듯

착장 어울리는 것 좀 봐

이번에 곡도 캠프 열어서 유명한 작곡가들 다 데려다가 만들었고 안무는 ‘골든 스텝’이 해줬다더라

지금 손가락 빨면서 무대만 기다리고 있다 ㅠㅠ

=======================

- 개인 티저 퀄리티 무엇?

- 정리 ㄱㅅ 한곳에 모아두니 눈부셔서 쳐다보지도 못하겠다

- 솔직히 노래 안듣고 멤버 라인업만 들어도 웅장이 가슴해짐

- 팀 구성이 끝판왕 옆에 끝판왕 또 그 옆에 다른 끝판왕...

- 소름이 안 끊긴다는 게 진짜 이런 것 아닐까

ㄴ ㅇㅈㅇㅈ 아이돌 팬도 아닌데 진심 이거는 미쳤다

- 뭔... 멤버 하나하나 다 메인 댄서에 메인 보컬급 이여

각 그룹의 팬들이 우르르 모여들어 소식을 리트윗하고, 멤버들의 티저영상을 인기 동영상 차트에 올려놓았다.

팬덤 화력을 테스트해본답시고, 멤버들이 속해있던 그룹의 노래를 역주행시킨 건 덤이다.

강한솔도 오랜만에 차트에 올라온 위캔걸즈의 노래를 들어봤다.

“크. 언제 들어도 명곡이네. 진짜 위캔걸즈 멤버들 존예다.”

지금까지 아이돌에게는 관심이 없는 강한솔이 보기에도, 이번 아크 엔터의 걸그룹은 뭔가 대단해 보였다.

기사를 보니 두 달 뒤인 내년 1월쯤 활동을 시작할 거라고 한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천마가 만드는 걸그룹에 생각이 미쳤다.

“설마 잠마동 걸그룹이랑 시기가 겹치지는 않겠지?”

하지만 강한솔은 그 생각을 떨쳐냈다.

애초에 잠마동은 만든 지 얼마 되지 않는 곳이다.

걸그룹이라는 게 하룻밤 만에 뚝딱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고, 당연히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천마신교에서도 저 미친 전투력의 프로젝트 그룹과 신인을 붙이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그때, 핸드폰의 알람이 울렸다.

[천마신교 걸그룹 프로젝트 : 잠마동 1화]

마침내.

강한솔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영상이 올라온 것이었다.

강한솔은 지체하지 않고 영상을 클릭했다.

그리고 깜짝 놀랐다.

시작하자마자 재난 영화에서나 볼 법한 그래픽이 펼쳐지고 있었다.

위이이이잉-

불길한 경보음이 울려 퍼지고, 어두운 복도 사이로 짙은 안개가 깔린다.

첫 번째로 나온 건 신예리.

신예리는 불안한 듯 두리번거리면서 외쳤다.

- 경빈아, 다빈아! 어디 있어?

미지의 탑 안에 조난당한 주인공을 보는 듯하다.

강한솔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블록버스터 영화인가?”

< 마교의 유전자를 가진 걸그룹 (2) > 끝

ⓒ 연태량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