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음공으로차트올킬-113화 (113/191)

< 국내 일통 (1) >

탑걸즈의 쇼케이스.

이번 쇼케이스에는 홈마들도 많이 왔다.

여기에는 현생을 살며 덕질도 하는 겸업 홈마도 있지만, 전업 홈마도 있었다.

만족스러운 얼굴로 사진을 보정하고 있는 홈마 역시 전업 홈마였다.

그녀는 원래 에이클라스의 홈마였지만, 이번에 탑걸즈가 나오면서 재빠르게 갈아탔다.

‘에이클라스에서 뭐 하는 게 있어야지 홈마를 하지.’

펄 엔터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에이클라스의 활동도 위축되었다.

그래도 작년 상반기까지는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회사 내분이 생기면서부터 활동에 갈피를 잡지 못하더니, 돌연 일본에서 해외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팬층이 확실하게 자리 잡기도 전에 해외 활동을 하는 건 독이다.

당연히 국내 팬들은 반발했고, 팬들은 서서히 에이클라스에 흥미를 잃었다.

잘나가는 아이돌이라면 홈마도 해외 스케줄을 따라가겠지만, 기껏 사진을 찍고 와도 소비할 팬들이 없었다.

그렇게 갈아탈 타이밍을 보던 중, 탑걸즈가 나온 것이다.

‘진짜 갈아타길 잘했지.’

홈마는 콧노래를 부르며 보정된 사진을 올렸다.

아직 일차 보정만 끝난 사진임에도, 사람들이 우르르 달려들었다.

- ㄷㄷㄷ사진 감사 압도적 감사··· ㄹㅇ여신이네

- 약간 슬레데린 상인데, 또 웃는 거 보면 나는 녹아요ㅠㅠㅠㅠ

- 이목구비 주차실력 무슨일? 다들 이런 식으로만 주차합시다

신예리만큼이나 쌍둥이도 인기 있었다.

- 신예리로 입덕했는데 쌍둥이에 치이고 갑니다

- 얘네 인터뷰 봤냐ㅋㅋㅋ ㅈㄴ 귀엽다 ㅋㅋㅋ

(움짤 캡처)

기자: 포인트 안무에서 자켓을 던지는 의견을 낸 게 다빈 씨라고 들었는데, 어떤 의도였나요?

다빈: (끔벅끔벅) ...? 좋은 의도였어요?

- 졸린 눈으로 꼬박꼬박 대답은 잘해

쌍둥이는 전형적인 미인상은 아니지만, 이목구비가 오밀조밀 모여있는 게 은근히 귀여워 덕몰이를 하고 있었다.

거기에 리더인 윤은지도 확실한 캐릭터를 만들었다.

할 말은 시원하게 하면서도 카메라 앞에서는 선을 넘지 않는 모습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무엇보다 탑걸즈의 큰 장점은, 전혀 다른 매력을 가진 네 사람이 잘 어우러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분위기 좋은 그룹은 또 오랜만이네.’

멤버들의 케미가 좋다 보니 팬덤도 개인 팬덤보다는 올팬의 색채가 뚜렷했다.

거기에 데뷔하기 전부터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팬층도 단단하게 결집하였다.

‘실력은 또 어찌나 좋은지.’

수많은 쇼케이스를 가본 홈마였지만, 데뷔 무대에서 이 정도의 임팩트를 느낀 건 처음이었다.

첫 무대임에도 AR은 거의 깔지 않고, 라이브로 무대를 소화했다.

쇼케이스가 끝난 후, 탑걸즈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 라이브요? 이건 천마신교의 원칙입니다. 우리 무대를 보러 온 팬분들에게 당연히 진짜 우리 목소리를 들려드려야죠.

팬들 입장에서는 자부심이 차오를 수밖에 없는 말이었다.

예쁘고, 노래도 좋고, 잘 나가는 것만으로도 어깨가 으쓱거리는데.

마인드까지 합격이다.

탑걸즈의 인터뷰를 돌려본 홈마는 속으로 탄성을 내질렀다.

‘크! 이러니까 팬들이 치이지.’

처음에는 비즈니스 마인드로 접근했지만, 그녀는 점점 탑걸즈에 빠져드는 중이었다.

사실, 홈마 일을 하면서 그녀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애정’이다.

주변 홈마 중에는 정말 비즈니스로 전문장사꾼 노릇을 하는 사람들도 많이 봤지만,

‘애정이 없으면 감성이 떨어진단 말이야.’

그러면 찐덕들의 귀신같은 촉에 걸러져 도태되기 마련이다.

탑걸즈에 점점 진심이 되어가던 홈마는, 이제 쇼케이스 무대 직캠 작업에 들어갔다.

‘그전에 노동요나 들어볼까.’

노동요를 재생하기 위해 멜롱 차트에 들어갔는데 이게 웬걸.

여기에도 탑걸즈 천지였다.

차트를 본 홈마는 혀를 내둘렀다.

‘와··· 수록곡까지 다 차트에 올라왔네?’

타이틀 곡인 ‘부릉부릉’은 공개 한 시간 만에 멜롱 실시간 차트 20위에 올라오더니, 벌써 HOT 100 1위를 차지했다.

기록을 살펴보니 나머지 곡들도 공개 6시간 만에 모두 멜롱 차트에 올라온 모양이었다.

이정도면 3년간 나온 걸그룹 중 최고의 기록이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그럴만도 한 게, 수록곡도 다 타이틀 곡 정도의 퀄리티니까. 며칠만 지나면 1등부터 쭉 줄 세우기 할 것 같은데.’

이미 뉴튜브는 인기 동영상 차트를 탑걸즈가 점령한 상태였다.

뮤비와 데뷔일지, 잠마동 관련 콘텐츠가 TOP10 중 8개였다.

“흐응흥흥~”

탑걸즈에게 탑며들고있던 홈마는 은근히 기분이 좋아졌다.

그녀는 내친김에 커뮤니티 반응도 확인했다.

- 천마 유니버스라길래 무협 컨셉 잡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그런 게 없네?

ㄴ ㅋㅋㅋㅋㅋㅋ나도 항마력 좀 올리고 있었는데 멀쩡해서 놀랐다.

컨셉과 대중성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았다는 칭찬이 많았다.

확실히 아이돌을 가볍게 소비하는 일반 대중이 즐기기에도 좋았다.

여기에 헤비한 팬들이 딥하게 파고들 수 있는 여지도 곳곳에 숨겨놓은 모양이다.

아크 엔터의 권동욱을 영입하더니 그 효과를 톡톡하게 보고 있었다.

아, 아크 엔터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그쪽은 열심히 삽질을 하고 있었다.

- 하다하다 신인한테도 밀리냐···.

- 가사는 흐린귀로 들읍시다

- 그 멤버로 이런 노래를 부르다니 눈물이나온다

홈마는 탑걸즈보다 며칠 빨리 데뷔한 아크 엔터의 걸그룹을 떠올렸다.

노래 좋고, 안무 좋고, 실력 좋지만.

가사가···.

‘뭔소리를 하는 건지. 몰입이 하나도 안 돼.’

프로젝트 걸그룹은 시작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했다.

그러니까 한국어 가사를 향유하지 않는 팬층을 노렸다는 말이다.

그래서 멜로디와 퍼포먼스에 집중했고, 가사는 외국인의 귀에도 직관적으로 꽂힐 수 있는 단어 위주로 나열했다.

덕분에 한국 팬들은 가사를 보고 경악하는 중이었다.

기존에 있던 팬덤의 힘으로 차트 상위권을 꿰차기는 했지만, 그것도 잠시.

탑걸즈가 출격하자마자, 타이틀곡 '부릉부릉'이 사뿐히 밟고 위로 올라갔고 뒤이어 다른 수록곡도 차례로 밟고 올라가는 중이었다.

어쨌든.

걸그룹마저 성공시킨 천마신교의 폼은 가히 미쳤다고 할 수 있었다.

'천마는 마이다스의 손이야 뭐야. 하는 것마다 잘 되네? 이정도면 4대 기획사도 넘볼만한데?'

···라고 가볍게 생각하던 홈마는, 문득 실제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에는 천마신교가 4대 기획사에 비해서 모자라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 천마신교? 거기에는 천마밖에 없잖아.

그런데 까놓고 보니 탑걸즈가 아크 엔터의 걸그룹을 제쳐버렸다.

올해 복귀한다던 길성진이랑 미니롱도 심상치 않은 느낌이다.

무슨 강호행을 갔다더라나.

강호행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천마신교에서 대단한 걸 하는 모양이다.

반면, 나머지 기획사는?

‘일단 아크 엔터는 4세대를 포기하고 프로젝트 걸그룹을 선택했고.’

결과는 보다시피 폭망이다.

앞으로 아크 엔터가 차세대를 키우려면 몇 년의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

‘펄 엔터는 내분으로 흔들리는 중이고.’

나머지 4대 기획사들도 상태가 영 좋지 않았다.

한 곳은 힙합 레이블인데, 최근 마약 사건으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마지막으로 어썸 뮤직은 곧 제대하는 한태영만을 기다리는 중이고.

홈마는 생각했다.

‘이러다가 국내 엔터업계 순위가 바뀔 수도 있겠는데?’

*

탑걸즈의 데뷔는 성공적이었다.

쇼케이스부터 지금까지, 탑걸즈에 관한 기사만 하루에도 수백 개씩 쏟아졌다.

탑걸즈의 모든 행보가 주목을 받았다.

예능에 나가서 어떤 말을 했는지, 어떤 광고를 받았는지, SNS에 뭘 올렸는지, 오늘 의상은 어땠는지.

탑걸즈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만큼, 스케줄도 빽빽해졌다.

어제도 광고 하나를 찍고 오후에는 음방에 다녀왔다.

최근에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인 ‘베르나체’의 한국 앰배서더 제의가 들어와서, 직원들이 깜짝 놀라기도 했다.

이렇듯 탑걸즈는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옆에서 같이 기사를 모니터링하던 옥수진이 말했다.

“순조로운 시작이네요.”

나는 옥수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지.”

지금 탑걸즈가 잘 나간다고 하지만, 여기서 끝낼 생각은 없다.

탑걸즈가 본격적인 걸그룹 세대교체를 이뤄내고, 시장을 선도하는 최고의 그룹이 되길 바란다.

“인기가 좋은 만큼 후속 활동도 곧바로 이어서 하면 좋을 거 같은데.”

“‘부릉부릉’을 제외한 수록곡 중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건, ‘Old Space’에요. 타이틀곡으로 3주 활동하고, 이걸 싱글컷해서 이어 나가도 좋을 거 같아요.”

“그렇게 하자. 그럼 ‘Old Space’에 두 곡을 더 넣어서 준비해보자. 뮤비도 찍어야겠네.”

“네. 알겠습니다. 그럼 말씀하신 대로 준비할게요.”

그러면 탑걸즈에 관한 회의는 이 정도로 마무리 짓고.

이제는 천마신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시간이다.

그렇게 목표한 국내 일통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일환으로 준비하고 있는 건,

“펄 엔터 인수 건은 어떻게 생각해?”

펄 엔터가 흔들리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을 무렵, 나는 펄 엔터를 인수할 계획을 세웠다.

그것과 관련해서 직원들과 계속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옥수진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찬성이에요. 펄 엔터는 업계에서 뿌리 깊은 곳이니까요. 특히 서구권을 노렸는 저희랑 달리, 펄 엔터는 일본과 동남아 시장에서 강세죠. 그쪽 노하우를 많이 가지고 있어서 도움이 될 거예요.”

규모상으로 국내 최대의 엔터가 된다는 상징성도 크지만, 천마신교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옥수진이 짚었듯이, 우선 펄 엔터 인수로 미국 외의 다른 시장을 공략하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특히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음악 시장을 가진 일본은 아직 나도 진출하지 않은 곳이다.

또한 다수의 IP를 확보할 수 있다. 펄 엔터가 보유한 상표는 국내와 해외를 포함해 수천여 가지나 된다.

아무래도 엔터사는 기술보다는 인적 자원과 IP가 주요 자산이기 때문에, 기회가 있을 때 확보해놓는 것이 좋다.

“인수했을 때 메리트는 확실해 보이고.”

두 번째로 확인해야 하는 건, 총알이다.

덩치가 덩치다 보니 좀 많이 들 거 같거든.

“그럼 우리한테 총알이 얼마나 있는지 확인해볼까?”

나는 본격적으로 천마신교가 벌어들인 재산을 확인했다.

*

코코넛 엔터테인먼트.

그쪽에선 오늘도 펄 엔터 인수를 위한 회의가 한창이었다.

그때 프레젠테이션을 보던 임원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얼마 전 천마신교가 펄 엔터 인수전에 참여하려 한다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그러나 보고를 받는 대표의 표정에는 걱정이라고는 없었다.

“천마신교? 거기는 규모가 너무 작지 않아? 세운 지 일 년 조금 넘은 회사가 어떻게 펄 엔터를 먹나.”

그 말에 다른 임원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대표의 말이 일반적인 상식적이기는 하다.

세운 지 2년도 채 되지 않은 회사가, 상장도 하지 않고, 특별한 투자를 받은 것도 아니면서.

4대 기획사 중 하나를 먹는다는 건 어떻게 봐도 불가능한 일이니까.

“그렇기는 한데요···.”

말끝을 흐리면서도 임원의 마음 한구석에는 불안감이 느껴졌다.

‘그래도 천마가 근거 없이 인수 얘기를 꺼낼 것 같지는 않은데.’

왠지 계획대로 인수가 진행되지 않을 것 같았다.

< 국내 일통 (1) > 끝

ⓒ 연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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