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음공으로차트올킬-114화 (114/191)

< 국내 일통 (2) >

천마신교를 세우고, 과연 지금까지 얼마나 벌었을까?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이었다.

천마신교는 기업 공시의무가 없어서 내부자를 제외하고는 뚜껑을 열 수가 없다.

이번 콘서트로 얼마를 벌었을 거라느니, 이번 앨범 판매로 얼마를 벌었을 거라느니, 음원 수익은 얼마일 거라느니 추측성 기사를 남발하는 게 전부였다.

모든 사람이 궁금해하는 그 뚜껑을, 나는 지금 열어보고 있었다.

분기마다 보고를 듣고 있지만, 1년 6개월의 실적을 이렇게 뜯어보는 것은 처음이다.

“이야, 어마어마하네.”

구체적으로 들어가기에는 숫자가 어지럽게 왔다 갔다 하니, 요점만 간단히 확인하자.

가장 먼저, 뉴튜브 수익.

2년 전부터 시작한 뉴튜브.

음공천마 채널의 구독자는 벌써 1,700만 명이 넘었다.

그렇게 내 채널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한 달에 20억이라.”

엄청났다.

구독자 수에 비해 수익이 많은 편인데, 왜냐하면 그만큼 조회수가 잘 나오기 때문이다.

내 채널의 한 달 평균 조회수는 15.7억 회.

고정 시청자층이 탄탄한데, 업로드하는 콘텐츠도 많은 덕분에 이 정도의 조회수를 뽑을 수 있었다.

매주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고민 상담소와 주간곡소리.

비정기적으로 나오는 컴백(데뷔)일지.

이것만 해도 매주 최소 4개의 영상이 채널에 올라온다.

거기에 ‘천마의 음악방송’도 뉴튜브에서 중계하고 있으며, 가끔 ‘잠마동’ 같은 대규모 웹예능이 나오면 수익이 평소의 2배 가까이 뛴다.

그다음으로 정리된 건 음원 저작권 수입.

“이것도 한 달에 수십억 원은 나오고 있네.”

잘 나오는 달에는 거의 백억 원 가까이 찍혀 있기도 했다.

페니 로페즈의 앨범과 <팬텀 스틸러> 영화의 흥행과 정규 1집 ‘작은 별’의 히트가 동시에 터졌을 때, 백억이 넘게 찍혀 있었다.

물론 이건 내가 특이한 케이스이기는 하다.

일반적인 경우는 다음과 같다.

유통사와 매출을 65:35 정도로 나누고, 원곡자가 그중 65%를 가지고 간다.

그 65%를 음반 제작사, 프로듀서, 작곡가, 작사가, 편곡자, 실연자까지 알뜰살뜰하게 나눠먹고 나면?

실질적으로 가져가는 건 매출의 6%가 채 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그 모든 과정을 혼자서 하고 있으니까.’

유통사가 떼어먹고 남은 65%를 온전히 내가 가지고 간다.

스트리밍뿐만 아니라, SNS에서도 노래가 유행을 탈 때도 있다.

2년 전에는 둠 챌린지, 작년에는 나이트메어 챌린지.

얼마전에는 ‘작은 별 엔딩’까지.

그쪽에서 들어오는 저작권료도 쏠쏠하다.

그것뿐인가.

아직 앨범 판매 수익은 계산에 넣지도 않았다.

“이것도 숫자가 살벌하네.”

내 말에 옥수진이 대답했다.

“이번 정규 1집 앨범만 해도 전 세계적으로 오백만 장이 넘게 팔렸거든요. 로페즈에서 유통을 잘 해줬어요.”

2년 동안 앨범 누계 판매량만 899만 장이다.

거기에 싱글까지 포함하면 거의 1,000만 장에 달한다.

그때 옥수진이 말했다.

“아, 미니롱 언니랑 길성진, 탑걸즈 판매량은 아직 안 넣었는데요?”

“...그건 일단 무시하도록 하자.”

하지만 보고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다음 장에 나온 건 콘서트 수익.

알다시피 엔터 사업에서 콘서트만한 캐쉬카우는 없다.

거기에 행사와 광고 수익도 있고, 뉴튜브 후원도 있으며, 잠마동 콘텐츠를 넷플렉스 측에 판매한 것도 있고, 이번에 진성 문화예술재단 전시회에 63분짜리 곡을 만들어준 것도 있고···.

심지어 천마신교는 매출이 빵빵한데, 비용도 높지 않아서 순이익이 높게 잡힌다.

옥수진이 말했다.

“저희 홍보팀이 아마 엔터 회사 중에서 제일 일하기 편하지 않을까요. 천마님이 알아서 홍보를 다 해주시잖아요.”

그렇다.

이상하게도 앨범을 낼 때마다 이슈가 터지는 덕분에 마케팅에 소요되는 비용이 많이 줄어들었다.

(아무도 모르지만 사실 잠마동 진법 설치도 내가 혼자서 다 했다.)

그러다 보니 들어가는 비용이라고는, 인건비와 임대료 정도?

그렇게 셈을 끝내고 나니, 천마신교에 여유자금이 2,000억 정도 있었다.

“이정도는 써도 상관없겠지. 앞으로 탑걸즈가 벌어들일 수익도 있으니까.”

여기에 펄 엔터를 인수한 후, 필요 없는 자회사를 과감하게 매각해버리면 인수 비용도 충당할 수 있다.

‘2,000억이라. 조금 애매한데.’

여기에 한 천억 정도만 더 있으면 확실하게 펄 엔터를 인수할 수 있을 텐데.

그때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나는 화면을 들어 발신자를 확인하곤 씩 웃었다.

돈 많은 친구.

로페즈 회장이었다.

*

로페즈 뮤직 그룹.

로페즈의 회장은 최근 한국에서 나온 괜찮은 매물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펄 엔터라.’

사실 로페즈 회장은 이전부터 펄 엔터를 눈여겨보고 있었다.

로페즈 그룹은 아시아 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었고, 펄 엔터는 한국 말고도 일본을 비롯한 동아시아 시장에서 특히 잘 나갔다.

‘천마가 나타나지만 않았다면 펄 엔터에 투자하려고 했었지.’

물론 펄 엔터가 아닌 천마와 관계를 맺은 건 정말 훌륭한 판단이었다.

지금 천마신교는 한국의 그 어떤 기획사보다 잘 나가는 중이니까.

아무튼.

그 펄 엔터의 대표가 지분 매각 의사를 밝히는 중이었다.

상황은 다음과 같다.

나이가 적지 않은 펄 엔터의 대표는 표면적으로는 은퇴를 했지만, 경영 욕심을 놓지 못했다.

이사회를 이용해서 상왕 노릇을 하며 뒷방 정치를 하던 와중.

현재 대표를 맡고 있는 동생이, 이사회를 갈아엎고 그를 쫓아내 버렸다.

코코넛 엔터라는 공룡을 등에 업고서.

둘 사이가 파국으로 치달은 건 당연한 일이었다.

이제는 전 대표가 되어버린 그에게, 코코넛 엔터가 경영권 프리미엄을 잘 쳐 주겠다며 구슬렸지만··· 실패했다.

전 대표는 죽어도 코코넛에게는 지분을 팔지 않겠다며 다른 인수자를 찾고 있었다.

로페즈 회장도 관심이 가기는 하지만,

‘부르는 금액이 너무 비싸단 말이지.’

먹음직스럽기는 하지만, 굳이 그 돈을 주고 먹고 싶지는 않은.

계륵과도 같은 애매한 상황이었다.

거기에 당장 펄 엔터를 인수하더라도, 인수 비용을 뽑아낼 만큼 드라마틱하게 매출을 변화시킬 자신도 없었다.

그때, 로페즈의 귀에 재미있는 소식이 들려왔다.

‘천마가 펄 엔터 인수에 관심이 있을 줄이야.’

천마 측과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인수하면 최고의 그림이 그려진다.

천마의 능력이라면 펄 엔터를 성공시키는 건 따놓은 당상이다.

천마를 앞세우면 외국 자본에 배타적인 투자자들의 반감을 줄일 수도 있다.

지난번 투자 이후 공을 들인 덕분에 천마와 로페즈의 사이도 원만하다.

만약 천마가 금전적으로 후달린다면, 이쪽에서 빌려줄 의향도 충분하다.

계산기를 두드려본 로페즈는 곧바로 천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혹시 나랑 같이 펄 엔터를 공동 인수할 생각이 있나?”

하지만 천마에게서 나온 건 그것보다 훨씬 더 흥미로운 제안이었다.

- 펄 엔터 공동 인수 말고 다른 제안을 하고 싶은데요.

“그게 뭐지?”

“천마신교 레코즈의 주식. 원하지 않아요?”

“WHAT!?”

당연히 원한다.

없어서 못산다.

천마가 지분 100%를 쥐고 있는 비상장 회사라서 천마신교의 주식은 시장에 나온 적조차 없다.

천마신교가 상장이 된 회사였다면 로페즈는 풀매수 했을 거다.

앞으로 상장을 할지 안 할지는 모르겠지만, 기회가 된다면 무조건 들고 있는 게 이득이다.

로페즈는 답지 않게 흥분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래. 그럼 지분을 팔겠다는 말인가?”

- 정확히는 전환사채를 팔려고 합니다.

천마의 말을 들은 로페즈는 멈칫했다.

전환사채는 채권이지만 일정 기간이 지난 이후에야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

주식전환권리가 있는 만큼 이자율이 낮은 덕분에, 자본이 부족한 천마 입장에서는 이자 비용을 줄이며 당장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천마가 일정 기간 안에 채권을 상환하지 못한다면, 로페즈는 그토록 원하는 천마신교 주식을 얻을 수 있고.

그러니까,

채권을 상환하지 못하는 경우에만.

‘천마신교 영업이익은 미친 수준인데.’

로페즈는 지난 여름 800억 원이라는 선지급금을 투자했다.

하지만 천마는 거의 반년 만에 투자금을 거의 다 상계했다.

‘흠···.’

로페즈는 망설였다.

만약 천마가 기간 안에 채권을 상환해버리면, 자신은 천마신교 주식은 구경도 못 하고 돈만 빌려주는 셈이다. 그것도 저리로.

- 어때요? 들어올래요?

수화기 너머, 웃으며 말하는 천마의 목소리는 악마의 속삭임과도 같았다.

고민 끝에, 로페즈가 대답했다.

.

.

.

일주일 후.

로페즈 덕분에 총알이 빵빵해진 천마가 말했다.

"우리도 인수 선언하자. 펄 엔터 대표에게 연락해."

옥수진은 여전히 걱정되었다.

“펄 엔터 규모가 있는데···. 지금 있는 금액으로 가능할까요? 거기에 코코넛 엔터와 돈 싸움을 하려면 더 필요할 거 같은데요.”

옥수진의 말을 들은 천마는 웃었다.

“경쟁자와 싸우려면 돈이 더 필요하겠지.”

“???”

“그럼 경쟁자를 없애면 되잖아.”

천마다운 화끈한 발상이었다.

*

한편, 펄 엔터의 내부는 뒤숭숭했다.

덩달아 제이맨의 작업실 분위기도 뒤숭숭했다.

아침 댓바람부터 찾아온 매그넘의 메인보컬, 칸이 신경질을 부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칸은 짜증이 잔뜩 나서 말했다.

“어제 라방을 했는데요. 팬들이 우리 언제 컴백하냐고 물어보네요.”

제이맨은 특유의 차가운 표정으로 짧게 대답했다.

“곧 할 거다.”

하지만 이번에는 칸도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그럼 우리 신곡은 언제 나와요?”

“지금 내부에서 회의 중이다.”

"그럼 이것만 알려줘요. 우리 진짜 코코넛한테 팔리는 거예요?"

“나도 모르지.”

칸은 결국 짜증을 터뜨렸다.

“대체 아는 게 뭐에요? 프로듀서님도 지분 가지고 있잖아요.”

“겨우 0.1%다. 의미 없어. 아, 잠시만.”

제이맨이 울리는 핸드폰을 집어 들며 대화가 끊겼다.

“쳇.”

입이 부루퉁 튀어나온 칸은 의자에 벌러덩 앉았다.

“이제 우리도 6년 차인데.”

마의 7년을 목전에 두고 있다.

멤버마다 재계약 시기는 다르지만, 제일 먼저 계약을 한 멤버는 올해 말 재계약이 다가온다.

‘그전에 뭐라도 해야 커리어를 쌓던, 좋은 조건으로 이적을 하던 하지.’

칸도 재계약 이전에 매그넘 활동으로 탄력을 받고 싶지만, 회사 사정이 이 모양 이 꼴이다.

답답한 팬들 사이에서는 일부러 몸값 낮추려고 수납시킨 거냐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혼자서 구시렁거리던 칸의 귀에, 문득 제이맨의 통화 소리가 들려왔다.

“천마가 인수전에 뛰어들었다고?”

칸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뭐라고요? 천마가 우리 회사 산다고?”

방금 전까지만 해도 불퉁하던 칸의 눈빛이 초롱초롱 빛났다.

제이맨은 인상을 쓰며 칸에게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지만, 흥분한 칸에게는 보이지 않았다.

칸은 핸드폰을 들어 포털 사이트에 들어갔다.

역시나, 관련 뉴스가 쏟아지는 중이었다.

그는 뉴스 링크를 복사해서 매그넘 단톡방에 올렸다.

- 이거 봤음?

- ㅇㅇ나도 방금 봄

- 진짜 천마가 오는 거?

- 대박 천마가 프로듀싱 해주나?

- 우리도 미국 진출 해보나?

- 그럼 빌보드도 가나?

- 그럼 그래미도 가나?

- ...얘들아 이제 그만 가고 현실로 돌아와.

천마가 들어오겠다는 소식에 멤버들은 다들 환영했다.

매그넘뿐만이 아니었다.

심지어 그 제이맨도 살짝 들떠서 행복회로를 돌려보았다.

‘다음 타이틀곡은 천마가 써주려나?’

팬덤에서는 우리도 한번 천마 코인에 탑승해보자며 환호했고,

펄 엔터 주식을 들고 있던 사람들도 주가가 오르는 소리에 행복해했다.

천마의 인수 소식에 모두 환호성을 지르고 있었다.

단 한 사람.

코코넛 엔터테인먼트만 제외하고.

다 된 밥에 제대로 재를 맞은 코코넛 엔터 대표는 싸늘하게 중얼거렸다.

“재밌구만, 재밌어. 천마신교가 진짜 끼어들 줄이야.”

“혹시 몰라 접촉 중인 내부자가 있습니다. 작업 들어갈까요?”

“좋아. 진행시켜.”

< 국내 일통 (2) > 끝

ⓒ 연태량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