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음공으로차트올킬-118화 (118/191)

< 국내 일통 (6) >

지분이라는 단어를 들은 코코넛 대표는 생각했다.

‘역시 상황이 이렇게 되니, 펄 엔터에 다시 욕심이 생겼나 보군. 이왕 이렇게 된 거, 살살 구슬려서 파트너십을 맺자고 해야겠다.’

대표는 먼저 밑밥부터 깔았다.

“어떻게, 다시 들어오려고요? 좋죠. 그런데 이거 하나만 확실히 합시다. 우리는 순순히 지분을 포기하지는 않을 거예요. 내가 여기에 쏟아부은 돈이 얼만데.”

조금 전까지 언제 던질까 각을 재던 놈이, 말은 청산유수이다.

차선우가 그를 삐딱하게 쳐다봤다.

“그런데요?”

“아니 뭐. 생각해보니 우리가 굳이 생돈 쓰며 경쟁을 해야 하나 싶기도 하더라고. 윈윈이라는 게 있잖아?”

“그래서?”

코코넛 대표가 제안을 던졌다.

“차선우 대표도 알다시피 국내 유통은 우리가 꽉 잡고 있잖아. 차 대표는 매니징하고 우리가 유통하고. 이거야말로 전략적 제휴, 파트너십 아니겠어? 어때?”

“그럴듯하네.”

어린 놈이 말을 짧게하자 코코넛 대표는 짜증이 났지만, 겉으로는 환하게 웃었다.

“그치? 차 대표가 젊어서 그런지 생각이 트였네. 우리 둘이 손잡으면 국내 최고가···.”

코코넛 대표가 싱글벙글해서 김칫국을 들이키길래, 차선우가 그릇째로 빼앗았다.

“그런데 말입니다.”

“왜요?”

“저는 아직 인수에 참여한다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만?”

“···?”

“지금 펄 엔터가 망해가는데 내가 거길 왜 들어갑니까?”

코코넛 대표의 눈빛이 흔들렸다.

‘어? 이게 아닌데?’

그가 당황하든 말든, 차선우는 여유롭게 할 말을 했다.

“그리고 가만히 있어도 펄 엔터의 아티스트들이 우리 천마신교에 들어오려고 하는데. 누구 말대로 굳이 ‘생돈 써가며’ 제가 펄 엔터 인수에 뛰어들 이유가 있을까요?”

물론 펄 엔터를 인수할 이유는 있다.

펄 엔터에는 아직 지적재산권만 수백 개가 있고, 영입할 아티스트의 브랜드를 그대로 승계하려면 펄 엔터가 필요하기는 하다.

매그넘을 리볼버나 총알소년단이라고 부를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러나 이 사실을 모르는 코코넛 대표는 그저 당혹스러울 뿐이었다.

“그, 그럼 나한테 지분 얘기는 왜 꺼낸 겁니까? 인수는 안 할 거예요?”

인수할 거다.

대신 급하지 않을 뿐이지.

그래서 차선우가 말했다.

“대표님이 가지신 지분 12%. 그거 저한테 넘기시면 제가 본격적으로 인수에 들어가 보죠.”

차선우의 말을 들은 대표는 잠시 뇌정지가 왔다.

3, 2, 1···.

“야, 이 개새끼야!”

드디어 의미를 파악한 대표는 빽 소리를 질렀다.

차선우가 빠진 이후, 대표가 들고있던 지분의 가치는 점점 떨어졌다.

지금도 실시간으로 손해를 보고있다.

그래서 차선우가 펄 엔터에 들어와서 주가를 높여줬으면 하는데,

그 대가로 지분을 전부 내놓으라고 하네?

게다가, 지분을 안 내놓으면 인수를 시작하지도 않겠다고?

모순이 따로 없다.

코코넛 대표가 길길이 날뛰었다.

“도둑놈의 새끼가 어딜 날로 먹으려고!”

차선우가 피식 웃었다.

“아, 요즘에는 회가 땡기더라고. 나는 그쪽 생각해서 제안한 건데 마음에 안 드시나 보네.”

“이익!”

“잘 생각해보세요. 우리 대표님 지분을 사줄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어.”

싫으면 어쩔 수 없지.

끌어안고 뒤지시던가.

.

.

.

코코넛 대표는 딱 일주일을 버텼다.

어르고 달래고 화내고 협박하고 온갖 짓을 다 하던 그는, 결국 항복했다.

블록딜로 나는 코코넛이 가지고 있던 지분 12%를 모두 넘겨받았다.

지분은 넘겨받은 나는 공시를 했다.

내가 공시하는 타이밍에 맞춰 국민연금은 나를 지지한다는 성명과 함께 인수를 환영해주었다.

소식을 들은 펄 엔터 주주들이 파티를 열었다.

- 탄으로 고기 구워먹었읍니다 (사진)

- 천마님이 돌아오실 줄 믿고 있었습니다. 평온한 마음으로 일상을 되새기며···시발 진짜 자살할 뻔했다. 떡상 가즈아!!!!!!!

- 손절 한 호구 없지?

ㄴ 존버는 승리한다!!

- 국민연금이 웬일로 일을 하네

- 오늘 천마님 계신 쪽으로 큰절 한번 올렸습니다

ㄴ 저는 어제부터 올리고 있었습니다 ㅠㅠ

펄 엔터의 주가는 언제 저점을 찍었냐는 듯 반등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펄 엔터에 입성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최대 주주가 되지는 못했다.

아직 가지고 올 지분이 남아있었다.

나는 진주호 전 대표를 찾아갔다.

내 얼굴을 본 진주호는 보자마자 딱 잘라 말했다.

“지분 안 팔아요. 내 자식 같은 놈을 팔 수 없어요.”

그놈의 자식 드립은.

주가가 오를 게 눈에 뻔하게 보이니 욕심이 나는 모양이다.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경영에도 참여 못 하실 텐데요. 그냥 깔끔하게 넘기시죠.”

“경영권 같은 건 필요 없네. 이사회 열어서 쫓아내도 돼. 나는 이 지분을 팔 생각이 없어.”

진주호의 말을 들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단호하게 나오는데 당연히 의견을 존중해드려야지.

“그럼 자식 같은 지분 안고, 감방으로 쫓겨나시던가.”

털어봤는데 먼지가 많이 나오더라고?

자식 같은 주식 안고서, 오래오래 감방에서 살면 되겠네.

*

펄 엔터 인수전의 승자는 결국 천마가 되었다.

코코넛의 지분 12%.

여기에 진주호에게 매입한 지분 14%.

그리고 이리저리 꾸준히 매입한 지분까지.

차선우는 30%가 넘는 지분을 획득하며 최대 주주의 자리에 올랐다.

여기에 국민연금의 지원과 소액 주주들의 절대적인 지지는 덤이다.

요 몇 달 말도 많고 탈도 많던 펄 엔터 인수전은 놀라울 정도로 깔끔하게 끝이 났다.

최대 주주가 된 차선우는 곧바로 주주총회를 열었다.

펄 엔터의 이사회를 구성하고 새로운 대표이사를 선정하는 자리였다.

그 자리에서, 차선우는 뜻밖의 사람을 만났다.

로페즈 뮤직 그룹의 대리인이 대주주 자격으로 참여한 것이었다.

대리인은 휴대폰을 내밀며 말했다.

“천마 님. 회장님이 전할 말씀이 있답니다.”

그쪽이 왜 여기에 있나 싶었지만, 차선우는 어쨌든 전화를 받았다.

로페즈 회장의 목소리가 넘어왔다.

- 요즘 자주 연락하는구만. 펄 엔터 인수를 축하하네.

“감사합니다. 그런데 회장님이 펄 엔터 주식은 어쩐 일로···?”

- 허허, 몰랐나? 이번에 많이 떨어졌길래 좀 주워봤지.

“......”

- 아무래도 자네가 이렇게 물러날 것 같지는 않아서 말이야. 주가가 떨어졌을 때 열심히 줍다 보니 4%나 모았지 말이네. 한국어로 이런 걸 개꿀이라지?

시원하게 웃음을 터뜨린 로페즈는 이내 은근한 목소리로 물어봤다.

- 그나저나 자네가 직접 펄 엔터를 경영할 것 같지는 않고. 대표이사 자리에는 누구를 앉힐 건가?

그 물음에 차선우는 시선을 돌렸다.

회의실에 평소와 같은 냉막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남자.

“제이맨이라고 아세요?”

로페즈 회장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 제이맨이라면 펄 엔터의 메인 프로듀서 아닌가? 듣기로는 자네와 악연이 있다고 하던데.

로페즈 회장이 유난히 자신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차선우는 대답해줬다.

“그래도 그 사람이 제일 적임자더라고요.”

차선우는 무림에서 천하를 일통했을 때를 회상했다.

‘너무 마교식으로만 바꾸면 안되더라고.’

처음에 마교 시스템을 그대로 도입했다가 곳곳에서 반란이 일어났었다.

그때 반란을 제압하느라 머리를 싸맸던 걸 생각하면 아직도 지끈거린다.

정파와 사파의 전통을 존중하면서 마교의 문화를 어우러지게 하는 게 핵심이었다.

‘천마신교를 위해서도, 장기적인 음악 시장을 위해서도 독식은 위험하지.’

펄 엔터는 천마신교 레코즈의 자회사가 되지만, 독자적으로 운영을 하며 협력이 필요한 부분에서만 접점을 만들 생각이다.

그러려면 펄 엔터 내부에서 중심을 잡아줄 사람이 필요했고, 차선우는 가장 먼저 제이맨을 떠올렸다.

그때는 대략 3주 전쯤, 본격적인 엑소더스가 일어나고 있을 때였다.

작곡진, 프로듀서진을 비롯해 많은 아티스트들이 천마신교로 넘어오길 원했지만, ‘엑소더스’라고 칭하기에는 어딘가 아쉬웠다.

대부분 계약기간이 조금 남아있어 실질적으로 탈출한 아티스트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확실한 한방을 먹이기 위해서는 상징성이 있는 인물이 필요한데···.’

간판 보이그룹인 매그넘은 계약기간이 남아서 애매하던 찰나, 차선우는 펄 엔터의 또 다른 간판을 떠올렸다.

바로 제이맨.

사이가 썩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만한 사람이 없었다.

제이맨을 만난 차선우는 그를 떠봤다.

‘펄 엔터에서 나올 생각은 없나요?’

하지만 제이맨은 딱 잘라 거절했다.

‘그럴 생각 없습니다.’

‘왜요? 아티스트들은 다 나가고, 직원들도 다 나가는데요? 솔직히 회사 분위기도 개판 아닙니까?’

‘저는 펄 엔터의 창립 때부터 함께했죠. 아티스트 한 명이 남아도 남아있을 겁니다. 아직 에이클라스가 여기에 묶여있기도 하고···. 떠날 생각은 없으니 시간 낭비하지 마시죠.’

차선우는 그 말을 듣고 웃었다.

좋은 마인드였다.

이 정도면 대표 자리에 올려놔도 회사를 망칠 것 같지는 않다.

‘그럼 떠나지 마세요.’

‘???’

‘대신 직책은 좀 수정해볼까요. 메인 프로듀서가 아니라, 펄 엔터의 대표이사는 어떻습니까?’

제이맨은 순간 혹했다.

진주호 전 대표가 회사에 빨대를 꽂고, 아티스트들은 뒷전에 놓고 동생이랑 경영권을 놓고 갈라치기 할 때.

실무를 처리하는 사람으로서 솔직히 진절머리가 났다.

그때마다 ‘윗대가리들을 다 들어내고 내가 직접 경영해도 이것보다는 잘하겠다’라고 생각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는데.

그 기회가 왔네?

차선우의 제안을 들은 제이맨은 흔들릴 수밖에 없었고,

결국 넘어왔다.

그 결과가 바로 이것이었다.

주주총회에서는 기존에 있던 이사진을 모두 갈아치우고 새로운 이사들로 채워 넣었다.

그리고 이사회에서는 당일, 제이맨을 새로운 대표이사로 추대하였다.

“그럼 펄 엔터테인먼트 이사회에서는 김재준(제이맨) 님을 대표이사로 추대하겠습니다.”

사람들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제이맨이 연설을 하러 올라왔다.

여전히 특유의 무뚝뚝한 표정을 하고 있는 제이맨이었지만, 마음속으로는 은근한 기쁨이 번지고 있었다.

‘이게 바로 천마 버스라는 건가?’

이때까지 천마와 얽히기만 하면 일이 어그러졌었다.

일개 뉴튜버였던 천마가, 젤리크러쉬로 에이클라스를 박살 내던 순간부터.

얼마 전 권동욱 실장을 눈앞에서 빼앗아 간 것까지.

맨날 두들겨 맞기만 했었는데, 처음 타본 천마 버스의 맛은 너무나 달달했다.

‘내가 대표가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

제이맨은 다른 사람들이 천마 버스를 타고 꿀을 빠는 모습이 내심 부럽기도 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자신도 그 꿀통에 빨대를 꽂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음. 이것 참··· 탑승감 한번 죽이는군.’

제이맨은 천마 버스에 진심으로 만족했다.

대표가 된 제이맨은 천마의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 빠르게 내부를 정리했다.

“공연기획 파트에서는 자회사의 기능이 쓸데없이 중복되네요. 그럼 한쪽은 매각하도록 하세요.”

“외식? 이건 와인 유통? 엔터에 이런 게 왜 필요하죠? 이것도 당장 매각하세요.”

“JH기획? 어째서 이쪽으로 돈이 이렇게 빠져나가는 겁니까? 이쪽과 계약은 해지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무래도 제이맨이 창립 멤버이다 보니, 내부 사정에 빠삭했다.

그렇게 쓸데없이 펄 엔터를 좀먹고 있던 혹덩이들을 제거한 제이맨은, 소속 아티스트의 스케줄과 유통라인까지 모조리 정비했다.

아, 전 대표들은 자회사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대판 붙었다.

동생이 먼저 형을 고소하더니, 다음에는 형이 동생을 고소했다.

지금은 뭐, 사이좋게 구치소에 들어갔다고 한다.

모두가 행복한 결말이었다.

*

제이맨의 일상은 바뀐 게 없었다.

평소 보던 사무를 대표실에서 처리한다는 것 외에는.

제이맨은 ‘대표이사 김재준’이라고 적힌 명패를 만족스럽게 쓸었다.

‘내가 천마 밑으로 들어가게 될 줄이야.’

천마의 방송에서 배틀로 만났던 인연이, 여기까지 이어질 줄은 몰랐다.

싫다는 건 아니다.

그는 철저한 능력주의자였으니까.

세간에서는 천마의 나이가 어떻고, 학력이 어떻고 떠들지만.

‘H 대를 나왔다고 떠벌리던 진주호보다는 천마가 훨씬 낫지.’

천마 버스를 맛본 제이맨은 천마를 상당히 좋게 평가하며, 제안서를 검토하고 있었다.

천마신교에 인수되며 회사가 정상화되어서 그런지, 평소보다 더 많은 양의 제안서가 와 있었다.

하나하나 검토하던 제이맨은 그중 가장 굵직한 제안서 두 개를 빼 들었다.

모두 펄 엔터가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는 일본에서 온 것이었다.

‘그런데, 두 개가 묘하게 겹치는군.’

두 제안서의 의뢰 내용이나 시기가 비슷했다.

일본을 대표하는 두 게임회사에서 온 제안서였는데···. 그거는 둘째치고 뭔가 익숙한 향기가 났다.

‘잠깐만. 내가 이걸 어디서 봤더라?’

경쟁하듯 조건을 써 붙인 것까지 눈에 익었다.

잠시 고민하던 제이맨은 깨달음을 얻었다.

‘이건··· 배틀!?’

천마의 방송에서 일어나는 배틀의 향기가 풍겨오고 있었다.

< 국내 일통 (6) > 끝

ⓒ 연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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