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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공으로차트올킬-119화 (119/191)

< 이번에는 일본행 (1) >

강여름 동생이자, H 대학교 신입생 딱지를 뗀 강한솔.

그는 경제학과의 학생이었다.

선배의 권유로 모의투자 동아리에 들어간 강한솔은, 겨울방학이었지만 종종 학교에 얼굴을 비치고 있었다.

동방에 모여 투자에 관한 토론을 하기도 했고, 뒤풀이로 술을 마시며 놀기도 했다.

몇 주 전.

H 대학교 모의투자 동아리 동방에서는 -정말 오랜만에- 활발한 회의가 진행되었었다.

전국을 불타오르게 만든 펄 엔터 덕분이다.

천마의 펄 엔터 인수 사건은 주식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알고 있는 화젯거리였다.

원래는 어플로 모의투자만 하던 학생들에게 요동치는 주식시장은 뜨거운 감자였고,

강한솔 역시 처음으로 실투를 해보았다.

시작은 100만 원이었다.

종목은 펄 엔터.

이쪽 업계에 취직한 누나의 추천을 받아 들어가게 되었다.

천마가 인수전에 참여하여 주가가 반짝 올랐을 때는 머릿속이 꽃밭이 되었지만, 이후 반의 반토막까지 떨어졌을 때는 눈물이 날 뻔했다.

‘내가 누나 말을 믿는 게 아니었어.’

하지만 무슨 용기였을까?

천마가 펄 엔터를 인수할 거라는 믿음을 가진 강한솔은 다음 학기 등록금을 올인했다.

1년 동안 알바를 해서 모은 275만 원이었다.

‘망하면 군대나 가야지.’

어차피 지난 학기에 입영통지서가 날아온 참이다.

야수의 심장을 가진 강한솔은 전 재산을 베팅하여 존버했고,

“시이이이바아알! 역시 갓마신교!!!”

존버는 성공이었다.

끝없이 오르는 주가 덕분에 시드머니가 천만 원을 넘은 지 오래였다.

덕분에 최근 강한솔의 표정은 싱글벙글했다.

동방에서 수다를 떨다가 술 마시러 가는 길에 친구가 강한솔에게 물었다.

“너 진짜 대단하다. 펄 엔터 어떻게 존버한거냐? 오를 거 알고 있었어?”

“에이, 그냥 운이 좋았지.”

“개부럽다. 나도 그때 팔지 말걸. 호랑이한테 물려도 이것보단 덜 물리겠다.”

“인생 경험 했다고 생각해라. 다음에는 벌겠지.”

“이 시벌롬이. 너 그래서 얼마 벌었냐?”

“많이는 못 벌었어. 그냥 알바비 조금 넣은 게 다인데.”

저점에서 다음 학기 등록금을 올인한 건 비밀이다.

엄청난 수익률을 달성한 강한솔은 내심 흐뭇했지만, 그걸 대놓고 자랑할 만큼 어리석지는 않았다.

웃으며 자랑하기에는 너무 큰 돈이었다.

가볍게 1차 술값을 계산하며 적당히 생색을 낸 후, 강한솔은 친구들과 다음 투자 종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에도 주제는 여전히 펄 엔터였다.

“그래서 지금이 펄 엔터 고점이냐? 이거 팔아?”

강한솔처럼 저점에 딱 맞춰 들어가지는 않았어도, 펄 엔터 주식을 들고 있는 친구들이 몇몇 있었다.

돈맛을 본 녀석들은 펄 엔터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더 오를 것 같은데. 버텨라.”

“이제 국내 엔터 1위는 천마신교 아니냐? 누구는 프로젝트 걸그룹을 말아먹었는데, 천마는 아예 회사 하나를 먹으면서 날아올랐잖아.”

“하긴, 천마신교가 꼬꾸라지는 건 상상이 안 가네.”

이야기를 나누던 친구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강한솔을 향했다.

“강한솔, 너는 어떻게 생각해? 이번에 수익률 좋았잖아. 뭐 정보 같은 거 없어?”

“그래. 한솔이 너 천마에 대해서도 잘 알잖아.”

강한솔을 기대감이 섞인 아이들의 시선을 느꼈다.

이게 은근 기분이 좋았다.

강한솔은 슬쩍 한마디를 던졌다.

“나는 존버 추천한다. 천마신교가 펄 엔터를 인수하면서 재정비하고 다음에도 칼 갈고 나올 거라는데.”

“그으래?”

그 말을 들은 친구들의 귀가 솔깃해졌다.

하지만 그중 인터넷에서 주워들은 게 있는듯한 녀석이 강한솔의 말을 반박했다.

“근데 천마신교 뭐 할 거 없지 않냐? 미니롱은 지금 일본 간다고 하고, 탑걸즈는 얼마전에 휴식기 들어갔잖아. 천마도 회사 인수하고 바빠서 음반을 못 낼 테고.”

그 말을 들은 강한솔은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인터넷 발 찌라시 따위, 강한솔의 정보력을 이길 수 없었다.

친구는 길성진이고, 누나는 강여름이다.

인터넷과는 질이 다른 정보를 이것저것 주워들었다.

“일단 길성진이 상반기에 솔로 앨범을 낼 거야. 미국에서 빡세게 작업을 했더라고. 이번에 미국이랑 한국에서 동시 발매한다던데?”

“헐?”

“뭐야? 그거 진짜야?”

고오급 정보에 친구들은 깜짝 놀랐다.

반응이 좋자 강한솔이 하나 더 풀었다.

“그리고 이번에 이승호 천마신교 들어간 거 알지? 곧 앨범 낸다더라.”

누나가 예전에 파던 이승호 소식이었는데, 역시 남자애들이라 그런가 관심이 없었다.

“아, 이승호도 천마신교 들어갔구나.”

“그런 거 말고. 탑걸즈는 뭐한대?”

···천마신교 정보가 궁금한 건지, 아니면 탑걸즈 정보가 궁금한 건지.

강한솔은 일단 알고있는 대로 말해주었다.

물론 커뮤니티 깊은 곳에서는 이미 알음알음 퍼진 내용이지만, 친구들이 그런 걸 찾아다닐 놈은 아니었다.

친구들은 강한솔이 떠벌리는 내용을, 무슨 고오급 비밀 정보처럼 감탄하며 새겨들었다.

“탑걸즈는 휴식기 짧게 가지고 바로 컴백할 예정이고. 펄 엔터에서는 간판인 매그넘도 준비 중이라고 하더라.”

“근데 천마신교에서 펄 엔터 가수까지 관리해? 독자적으로 운영한다고 하지 않았어?”

“그래도 스케줄이 겹치면 서로 손해니까. 그런 부분에서는 협의해야지. 이번에 펄 엔터에서 작년에 부진했던 걸 만회한다고, 천마랑 제이맨이 손잡는다던데?”

“천마랑 제이맨?”

“와. 회사 합치니까 이런 것도 하네. 이게 바로 전설의 레전드인가?”

“천마신교가 비상장회사라고는 하지만, 펄 엔터 최대 주주잖아. 천마신교가 잘 나가면 펄 엔터 주식도 당연히 오를 수밖에 없지. 천마 능력이야 뭐, 증명된 거니까 앞으로 펄 엔터는 무조건 오른다.”

강한솔의 일장 연설에, 친구들은 남은 돈을 모두 털어서 펄 엔터를 풀매수하기로 다짐했다.

그렇게 주식 얘기가 정리되고, 자연스럽게 다음 주제로 넘어갔다.

누군가 먼저 말했다.

“이번에 극진 3 해본 사람?”

그 나이대 남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주제는 바로 게임이다.

게임 이야기가 시작되자 너도나도 말문이 트였다.

“그게 그렇게 재미있다던데.”

“당연히 해봤지. 진짜 갓겜이다. 꼭 해라.”

“나는 지금 플탐 300시간이다.”

극진 시리즈의 3번째 작품이며, 쟁쟁한 게임들을 제치고 올해 최고의 게임이라 평가받는 액션 RPG이다.

특히 수천 명이 맞붙는 대규모의 전투는 극진 시리즈의 별미이다.

당연히 강한솔도 극진 3을 즐기고 있었다.

주식으로 얻은 수익으로 콘솔과 타이틀을 구매해 야무지게 즐기는 중이었다.

플레이 타임이 긴 강한솔도 자연스럽게 대화에 참여했다.

“확실히 극진 3가 재미있기는 하더라. 나는 확장팩 나오면 바로 지르려고.”

“그런데 이번에 재미있는 거 하나 또 나오던데. 둠 스카이4도 괜찮아 보이던데?”

그러나 강한솔은 시큰둥했다.

“언제적 둠 스카이냐. 초딩때 이후로 망하지 않았냐?”

“이번에 인게임 공개한 거 괜찮아 보이더라고.”

“그래?”

어차피 강한솔은 돈도 많고, 개강까지 시간도 남았다.

돈 많은 백수인 강한솔.

그는 생각했다.

‘둠 스카이 하려면 콘솔 새로 사야 하는데. 돈도 많은데 그냥 질러버려?’

*

일본의 유명 게임 회사인 스카디.

10년 전 액션 게임 ‘둠 스카이’로 혁신적인 열풍을 만들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었다.

플레이어들의 도전 욕구를 자극하는 매력적인 스토리, 분기에 따라 달라지는 다양한 엔딩과 살아 숨 쉬는 듯한 캐릭터들의 액션.

여기에 플레이와 어우러지는 양질의 음악까지.

수백만 장을 팔아치우며, 둠 스카이를 플레이한 모든 사람들이 차기작을 기다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둠 스카이 2, 과한 건 모자라느니 못하다 증명··· 판매량 반토막]

[이번에는 너무 빈약하다··· 둠 스카이 3도 이대로 실패?]

후속작으로 낸 작품이 연달아서 망해버렸다.

그것도 아주 대차게.

전작에서는 등장인물 전용의 BGM을 만들고, 에피소드에 어울리는 사운드트랙이 몰입감을 더해준다는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후속작에서는 전작의 음악을 미세하게 바꿔서 우려먹는 수준이라는 평을 들으며, 유저들의 기대감을 박살 내버렸다.

결국 방향을 선회해 둠 스카이 말고 새로운 IP를 만들어서 몇 번의 성공을 거뒀지만, 둠 스카이만큼은 도무지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이런 말까지 도는 중이었다.

- 초심자의 행운. 이런 건가??

- 게이머가 뭘 원하는지 모르는 회사

- 둠 스카이라는 명작을 만들어놓고 제대로 써먹지도 못하는 스카디는 병신이야

둠 스카이를 직접 제작했던 스카디의 대표는 투덜거렸다.

“나도 손 놓고 싶어서 놓은 거 아니라고.”

1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둠 스카이를 즐기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제대로 만들기만 하면 성공은 확실한 IP이다.

다만 사람들의 기대감이 너무 높아진 탓에 웬만한 완성도 가지고서는 욕만 먹을 뿐이었다.

스카디 대표는 결심했다.

그는 언론에 발표했다.

“이번에는 제가 다시 디렉터로 참여하겠습니다. 둠 스카이는 화려하게 부활할 것입니다.”

- 이거 믿어도 되는 거냐?

- 투자는 많이 받았다더라

- 후··· 내가 마지막으로 속아준다

게이머들은 기대 반 의심 반의 시선으로 지켜보자는 눈치였다.

스카디 대표는 이를 갈았다.

‘어차피 도 아니면 모야.’

독점 계약을 맺은 콘솔 사 측에서 주는 압박도 점점 강해지는 중이었다.

이번에까지 실패하면 더 이상 둠 스카이 시리즈는 발매하기 어려울 것이다.

무엇보다 개발자의 자존심이 이대로 끝내는 걸 용납하지 않았다.

아직 1편에서 남긴 떡밥들도 제대로 풀지 못한 상황이었다.

본격적으로 개발에 착수한 대표는, 스토리와 디테일을 가다듬는 데 공을 들였다.

실패한 2편과 3편의 스토리는 과감하게 쳐내고, 사람들이 가장 향수를 느끼는 1편과 연관성을 고려하며 세계관을 짜 올렸다.

천 년 전, 무인이 복수행을 떠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

이후 백도와 흑도, 회색지대에 속한 여러 세력들과 얽히면서 볼륨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시나리오를 배치했다.

그리고 1편에서는 백도의 세력 위주로 진행이 되었다면, 4편에서는 모든 세력의 입장에서 메인 스토리를 진행할 수 있게끔 해서, 유저들이 게임을 다방면으로 즐길 수 있게 만들었다.

시나리오 작가를 수십 명 고용하고, 무술가들을 고용해서 모션 캡처로 디테일을 채워나갔다.

그렇게 만드는 과정부터, 초반부의 인게임 영상, 트레일러를 차근차근 공개했다.

유저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 마참내!

- 명작의 귀환인가?

- 기념으로 1편 엔딩을 345번째 보고 왔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스카디 대표는 고민에 빠졌다.

“메인 사운드트랙이 영 마음에 안 드는데.”

그는 게임의 몰입감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BGM이라고 생각했다.

음악이 플레이어의 감정이입을 도와주며 게임 속 세계관에 더욱 몰두하게끔 하기 때문이었다.

업계에서 유명하다는 스튜디오에 맡겼지만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더욱이 ‘극진’이라는 라이벌이 잘 나가고 있었다.

3가 이번에 나왔는데, 지금까지 모든 시리즈가 성공을 해버린 상태였다.

‘극진 3’만 해도 벌써 일본 내에서 100만 장이 넘게 팔렸다고 한다.

당연히 2편과 3편을 말아먹은 이쪽과 비교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럴 때일수록 사소한 디테일을 하나하나 챙겨가며 작품을 만들 필요가 있었다.

고민하던 대표는 머리도 식힐 겸, 진성문화예술재단에서 주최한 국제전시회에 방문했다.

진성재단에서 5개국을 순회하며 전시회를 열었는데, 일본은 원래 대상국이 아니었지만 워낙 반응이 좋아 추가되었다.

그가 단서를 찾은 건 빛을 이용한 몰입형 예술 전시관에서였다.

전시관에 입장하는 순간, 수많은 빔프로젝터가 거장의 작품을 입체감 있게 펼쳐 놓았다.

동시에 스피커를 통해 퍼지는 하이퍼 팝 스타일의 음악이 만나며, 감각을 한 차원 끌어올려 공감각적인 지평을 열어주었다.

천마가 만든 음악을 듣는 순간, 대표는 홀린 듯이 빛의 향연에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높은 에너지를 가진, 다소 과장되게 느껴지는 기계음은 아직도 머리에 맴돌 정도였다.

사운드트랙 하나가 더해질 뿐이었는데.

몰입감의 차원이 달라져버렸다.

‘왜 히트친 줄 알겠군.’

전시회에서 작품의 작가가 아니라, 사운드를 만든 음악감독이 궁금해진 건 처음이었다.

알아본 결과, 대표도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 사람이었다.

팬텀스틸러 OST 작곡가로 유명한 천마였다.

‘천마? 이 사람이 이런 음악도 하네.’

마침 일본에 펄 엔터와 거래하는 현지 매니지먼트 회사가 있었다. 스카디 대표는 그쪽을 통해 직접 제안을 남겼다.

둠 스카이 4의 사운드트랙을 만들어달라고.

하지만 며칠을 기다려도 묵묵부답이다.

펄 엔터 인수 건으로 바쁘다는 얘기뿐이었다.

‘이것만 해결되면 완벽한데. 그냥 내가 직접 한국에 갈까?’

그러면서 오매불망 기다리던 대표는, 천마에 대해 알아보던 중 재미있는 정보를 찾았다.

“후원 배틀? 이건 또 뭐야?”

천마가 주기적으로 뉴튜브로 방송을 하는데, 거기에 들어가면 천마에게 직접 의뢰를 할 수 있다고 한다.

‘가격은 60만 엔으로 올랐군. 음···. 비싼데.’

그래도 돈값은 하는 것 같다.

미쿡인들이 여기에서 재미를 좀 봤단다.

그는 조금 더 알아봤다.

‘페니 로페즈가 이걸로 빌보드에 들었다는 썰도 도네? 어이쿠. 그때 300만엔이나 태웠어?’

속으로는 비싸다고 중얼거리면서도, 대표는 어느새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었다.

그렇게 천마 방송의 유서깊은 전통이, 한국을 시작으로 미국을 찍고.

이제는 일본까지 퍼지고 있었다.

< 이번에는 일본행 (1) > 끝

ⓒ 연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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