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음공으로차트올킬-124화 (124/191)

< GG (1) >

앨범이 발매되고 일주일 후.

킨초의 리더는 흥분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씨이이이발!!! 봤어? 봤냐고? 우리 탑 100 차트에 올랐어. 이번에 <유키하나오케>에서 섭외 요청까지 왔다고.”

<유키하나오케>는 일본의 유명 아침 방송이다.

일본의 아침 방송은 한국과는 달리 시청률도 높고 다양한 연령층이 모두 시청하기 때문에 홍보 효과가 직방이었다.

이전까지 수 장의 앨범을 냈을 때는 언감생심 꿈도 못 꾸던 자리였는데.

이번 앨범 하나로 아침 방송의 게스트로 초청을 받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 기쁜 소식에도 멤버들은 환호하지 않았다.

방 안의 분위기는 싸늘하다 못해 차가웠다. 마치 누군가 하나 죽은 것처럼.

기타리스트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런데 우리 진짜 괜찮을까? 법무팀에서 찾아왔잖아.”

극진과 천마신교 측에서 보낸 법무팀이 얼마 전 킨초를 방문했었다.

정확히는 극진의 대표가 ‘그래도 런칭 전에 논란을 막는 게 낫지 않겠냐. 한번 이야기나 나눠 보자’라고 제안을 했었다.

천마는 ‘말이 통하지 않을 텐데 그래도 한번 알아서 잘 해보라’는 스탠스였고.

그렇게 극진과 천마신교에서 공동으로 꾸린 법무팀이 킨초를 찾아가게 된 것이다.

하지만 기타리스트의 걱정에도 리더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대신 담배를 꼬나물고 기타리스트를 쏘아보았다.

“야. 그래서 뭐. 나보고 어쩌라고.”

“뭐?”

“그럼 지금 그냥 다 엎어? 가서 ‘우리가 표절했습니다’라고 대가리 박을까? 니들도 다 같이 동의한 일이잖아. 그런데 이제와서 쫄리니까 내빼겠다고?”

“아니, 그 미니롱. 천마신교 소속이라며.”

물론 킨초는 미니롱의 이름을 직접적으로 들어본 적은 없었다.

미니롱이 인기를 얻었던 건 벌써 2년 전.

‘눈의 별자리’로 차트에 이름을 올린 걸 마지막으로, 이후에는 휴식기를 가지며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

킨초도 케이팝에 크게 관심을 갖는 편은 아니었고.

하지만 그런 킨초도 천마의 이름은 몇 번이나 들어봤다.

한국 차트를 올킬한 가수이자, 이제는 빌보드까지 넘보는 아티스트.

바로 얼마전에도 두 게임 업체가 돈을 싸들고 노래 좀 만들어달라고 애원한 사람이 바로 천마다.

“그것뿐이 아냐. 극진이 엔딩곡으로 미리 정해놨다···.”

기타리스트의 푸념에, 리더는 잘됐다는 듯 말을 잘랐다.

“그래! 그러니까!”

“응?”

“상대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극진이잖아. 야, 생각을 좀 해봐라. 극진에서 지난번에 표절 논란 떠서 돈으로 입 막는다고 지랄했다잖냐. 우리도 피해자 코스프레 한번 해보자고.”

리더의 말을 들어보니 또 그럴 듯했다.

기타리스트의 마음은 초조해졌지만, 한편으로는 욕심도 났다.

상대가 강력해 보이기는 했지만, 리더의 말을 들어보니 흘러가는 상황이 이쪽에 마냥 불리하지만은 않았다.

멤버들이 다들 고민에 빠진 모습을 보이자, 리더가 쐐기를 박았다.

“그리고, 걔네가 천마신교 소속인게 뭐 어쨌다고. 그래봤자 한국 놈들이야. 사람들이 그쪽 편을 들어줄 것 같아?”

멤버들이 흔들렸다.

이제 분위기는 거의 넘어왔다.

리더는 기타리스트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쫄지 마. 어차피 우리가 곡도 먼저 냈잖아. 우리가 무조건 이겨. 이건 일생일대의 기회야.”

킨초의 리더는 자신만만하게 말했고, 실제로 상황은 그의 생각처럼 흘러갔다.

표절 논란에도 킨초는 아무렇지 않게 활동을 이어 나갔고, 활발한 활동에 힘입어 노래는 금방 TOP 100 차트를 쭉쭉 치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기본적으로 노래가 좋았고, 대중들은 노래를 포기하지 않은 무명 밴드가 차트를 휩쓰는 모습을 보며 환호했다. 언더독이 성장하는 스토리는 언제나 먹히는 법이니까.

동시에 극진도 예정대로 확장팩 발매를 시작했다.

게임은 좋았다.

게임성으로는 극진을 깔 수는 없었다.

다만, 엔딩곡의 임팩트가 너무 강력했다.

유저들 사이에서는 역대급 엔딩이라고 평가받을 정도였다.

유사한 곡 두 개가, 다 잘나가고 있으니 논란이 생기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그리고 이번에도 표절 논란에 휩싸인 건 극진이었다.

- 또절?

- 이정도면 뇌절아니냐

- 그래도 노래는 좋던데. 대표가 듣는 귀는 있네. 자꾸 표절해서 그렇지.

ㄴ 재범은 절대 용서할 수 없지

- 천마한테 곡 못 받았다고 바로 표절을 해버리는 거야?

- 왜 이 좋은 게임에 표절을 묻히냐? 병신들인가

ㄴ 지난번에는 음악 감독 핑계를 대더니. 이번에는 한국 가수 핑계를 대려고?

ㄴ 미니롱은 또 뭐하는 놈들이야

ㄴ 몰라 한국에서도 유명하지도 않던데

- 그런데 나는 좀 이상한 게···. 킨초 노래가 79위를 하고 있고, 극진이 모르지 않았을 텐데 왜 굳이 발매를 강행했을까? 나 같으면 당장이라도 엔딩곡 바꿨을텐데.

ㄴ 거기 대표가 뇌가 없나 보지

ㄴ 처음이 어렵지, 두 번 표절하는 건 쉽나 보죠

뭔가 이상하다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다수는 극진을 욕했고 미니롱도 도매로 같이 까이는 중이었다.

킨초는 이때다 싶어 입장문을 발표했다.

[저희는 표절을 하지 않았습니다. 예전부터 저희만의 음악을 계속해왔고, 이번에 운이 좋아서 많은 분께 사랑받는 곡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갑자기 이런 일이 생겨서 당황스럽지만, 앞으로도 저희만의 길을 꿋꿋이 걸어 나가겠습니다.]

사람들은 약자에게 마음이 끌리는 법이다.

그 약자가 성공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악당의 핍박을 받으면 더더욱 응원해 주고 싶다.

킨초 리더는 SNS에 올린 입장문을 확인했다.

순식간에 수만 개의 좋아요가 박히고 응원 댓글이 달리는 걸 보며 낄낄대며 웃었다.

“이거 완전 개꿀이잖아.”

그런 줄로만 알았다.

SNS에 영상 하나가 공유되기 전까지는.

*

극진 대표는 게임개발자지만, 나이가 나이인 만큼 인방이나 커뮤니티 문화를 잘 모른다.

그는 지난번에 천마 방송에서 1만 엔을 후원해서, ‘1만 엔 좌’라는 별명도 얻었다.

그렇다고 천마가 잘 아냐?

그런 것도 아니다.

지금 천마 채널은 볼거리가 넘쳐나지만, 방송 극초창기만 해도 천마는 동영상 업로드를 못 해서 시청자들로부터 무편집 풀영상이라도 올려달라는 소리를 들었다.

극진 대표 앞에서 호기롭게 MZ를 외친 차선우는, 진짜 MZ를 불렀다.

똑똑똑

노크와 함께, 딱 떨어지는 단발머리의 여자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옥수진.

방송과 커뮤니티의 고인물이며,

초창기의 척박하던 천마 채널을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바꾼 개국공신이자,

지금은 차선우의 전담팀 팀장을 맡고 있는 사람이었다.

“어, 들어와. 오는 데 힘들지는 않았고?”

언제나 평온하고 무던한 옥수진은 화가 난 것처럼 보였다.

“아니에요. 미니롱 언니들 일인데. 당연히 와야죠. 어? 제이맨 님도 있으셨네요?”

소파에는 제이맨이 앉아 있었다.

흐트러짐 없는 얼굴에는 피곤함이 감돌고 있었다.

제이맨이 옥수진에게 인사하며 말했다.

“누가 새벽 2시에 깨워서 말이죠. 그대로 비행기표 끊어서 여기로 날아왔습니다.”

“그래도 옆나라니까 시차 적응은 안 해도 되잖아요?”

차선우의 뻔뻔한 말에 제이맨은 한숨을 삼켰다.

미우나 고우나 이제 차선우가 그의 상사였다.

거기에 차선우가 펄 엔터를 인수하면서 적지 않은 도움을 줬으니, 제이맨도 그걸 갚을 차례였다.

마침 펄 엔터는 일본에서 입지가 탄탄하다.

매그넘 때부터 일본에서 동시 활동을 진행했고, 에이클라스는 아예 한국에서 못 해본 1위를 일본 차트에서 하곤 했다.

동시에 펄 엔터 일본지사에서는 따로 현지 아티스트를 관리하고 있었다.

제이맨이 말했다.

“옥수진 팀장님이 오는 동안 연락은 다 해놨습니다. 인플루언서든, 뮤지션이든, 배우든.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힘닿는 대로 구해드리지요.”

그렇게 모든 사람이 모였다.

컨설팅을 할 옥수진.

재료를 가져다줄 제이맨.

꼽사리 끼어있는 극진 대표.

마지막으로 차선우가 손뼉을 쳤다.

“좋네요. 그럼 이제 계획을 들어볼까요?”

옥수진이 브리핑을 시작했다.

“다들 보셨겠지만 여론이 좋지 않아요. 하지만 우리는 증거를 가지고 있죠.”

그때 눈치를 보며 끼어있던 극진 대표가 손을 들었다.

“그럼 그쪽 아티스트를 통해서 그 증거를 풀자는 말입니까? 그럼 영향력이 있을 테니까?”

“어머, 그건 하수죠. 너무 티 나잖아요.”

“...?”

"밑작업을 통해 여론의 흐름을 이쪽으로 바꿔야죠. 타국의 대기업이, 다짜고짜 쥐어패 버리면 대중들은 분명 반발을 할 거예요. 아무리 그게 대중에게 친근하고 영향력 있는 사람이라도요.”

“그, 그래요? 그럼 어떻게 할 겁니까?”

“간단해요. 미니롱 언니들의 비공개 계정을 이용할 생각이에요.”

미니롱의 비공개 계정에는 증거 영상이 담겨있다.

차선우는 예전부터 옥수진이 일하는 방식을 봐왔다. 아무리 커알못이라도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 차선우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비공개 계정을 공개 계정으로 전환한 뒤에, 소속 아티스트가 증거 영상을 리트윗하게 만들자?”

자신만만한 답변이었지만, 딱 반만 맞았다.

“아니요. 천마신교든 펄 엔터든 소속 아티스트는 너무 티 나요. 겉보기에는 우리와 아무런 상관이 없어 보이는, 일본의 인플루언서들을 이용해야죠. 제이맨 님, 그 사람들 섭외 가능하죠?”

다행히 제이맨은 가만히 있어서 반이라도 갔다.

그는 신세대의 방식이 짐짓 흥미로웠지만 무심한 척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구해드려야죠.”

그렇게 밑작업이 시작됐다.

댄서, 버스커, 유통관계자 등.

제이맨은 천마신교와 접점이 없으면서도, 일본 내에서 많은 팔로워를 가지고 있는 인플루언서를 섭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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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응. 얘네 버스킹 잘하잖아?

예전에 신쥬쿠에 놀러왔었나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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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노골적이지 않게.

단순히 흥미로운 영상을 찾았다는 뉘앙스로.

미니롱이 예전부터 해당 곡을 작업해왔고 버스킹해왔다는 걸 보여줬다.

- 헤에~ 이번에도 내가 1등! 언니 추천은 믿듣이라구 오늘도 노래 진짜 좋다wwww

- 어? 잠깐만 나 얘네 알아! 이거 그 표절 가수 아닌가?

ㄴ 에에엑? 얘네가 킨초 표절한 애들이었어?

- 확실히 느낌은 비슷하달까. 다만 모르고 들었으면 여자 쪽이 조금 더 원곡같아. 찰떡같이 어울리긴 하네.

처음에는 단순히 노래에 집중하던 사람들은, 이내 다른 사실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 근데 이거 원본 영상 찾아보니까 업로드가 4개월 전?

ㄴ (원본 링크)

ㄴ ???나니???

ㄴ 4개월 전이면 킨초는 다른 곡 작업하고 있었을 텐데?

- 그럼 누가 먼저 만든 거야?

ㄴ 그래도 킨초 쪽이 먼저가 아닐까나?

ㄴ 흐으응··· 나는 일단 판단을 보류하겠어!

인플루언서 한 명이 영상을 공유하면 적게는 수백에서, 많게는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해당 영상을 시청한다.

천마신교에서 동원한 인플루언서는 수십 명.

영상을 확인하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흐름은 조금씩 바뀌고 있었다.

이전에는 무조건 미니롱과 극진의 잘못이라고 몰아가던 사람들은 기어를 중립으로 바꿔 놓았다.

의심의 씨앗이 생기자, 몇몇 사람들은 증거를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옥수진이 말했다.

“사람들은 기사를 통해 주입받는 것보다, 스스로 증거를 발굴해낼 때. 자신의 판단을 더 신뢰하는 경향이 있죠.”

진짜 증거를 찾아내든, 아니면 검색을 해서 누가 정리를 한 자료를 읽든.

여기서 포인트는 사람들이 직접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다행히 증거는 저희가 더 많네요.”

킨초의 주장은 고작 자신이 만들었다는 말뿐이다.

반면 천마신교의 자료는 넘쳐났다.

공식 채널에 논란이 된 곡을 작업하는 모습이 담긴 미니롱의 컴백일지가 올라왔고, 심지어 미니롱이 해당 곡을 이미 4개월 전에 한국저작권협회에 올렸다는 사실도 확실시했다.

오피셜뿐만 아니라, 미니롱이 처음으로 악상을 떠올렸던 순간을 촬영한 영상부터 온갖 증거가 비공식 루트로 흘러나갔다.

뉴튜브 렉카나, 커뮤니티 상주자들은 그 자료를 긁어모아 예쁘게 정리된 게시글로 만들기도 했다.

[극진 표절논란중에 이해 안되는거]

[표절 진짠지 아닌지 궁금함? (정리글+스압주의)]

[이번 킨초사건 팩트정리]

킨초도 미묘하게 변해가는 흐름을 느꼈다.

리더는 당황스런 마음을 다잡았다.

‘괜찮아. 그래도 우리가 먼저 만들었다고 하면 돼.’

다음으로 한국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우익 기자들을 찾아가서 억울하다고 인터뷰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때.

결정적인 영상이 올라왔다.

킨초가 미니롱의 곡을 베끼기 위해 다가가는 영상이었다.

[킨초 : 안녕하세요 노래 너무 잘 부르셔서 같이 공연 부탁드려도 될까요?

미니롱 : 캔유 스피크 잉글리쉬?]

친절하게 자막까지 달린 영상은, 벌써 수만 회 공유되고 있었다.

역풍이 불고 있었다.

< GG (1) > 끝

ⓒ 연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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