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음공으로차트올킬-148화 (148/191)

< 디스전 (3) >

컴튼을 대표하는 래퍼, 타이슨의 작업실.

그의 대표곡이라고 할 수 있는 ‘mad night’, ‘Your Majesty’, ‘nail it’ 등이 바로 이 작업실에서 만들어졌다.

그리고 타이슨은 새로운 명곡을 만들어내기 위해 오늘도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타이슨이 분주하게 장비를 조작하고, 그의 손끝에서 만들어진 음들이 모여 하나의 비트를 만들어낸다.

방금 만든 따끈따끈한 비트를 들은 타이슨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토비 따위 위선자가 만드는 비트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힙합.

“음, 좋아. 마음에 드네. 이게 퍼킹 컴튼의 힙합이지.”

내친김에 방금 만든 비트 위에 가사도 몇 마디 얹어본다.

더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곡을 만드는 타이슨.

그래서 그가 지금 하고 있는 게 뭐냐고?

새 앨범 준비?

물론 며칠 전까지만 해도 다음 앨범에 들어갈 곡들을 작업하고 있었지만.

지금 하고 있는 건 앨범 준비가 아니다.

그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

“그래. 디스곡이라면 이정도는 돼야지.”

바로 그가 더없이 열정적으로 만드는 작업물은 다름 아닌 토비와 천마를 박살 낼 디스곡이었다.

얼마 전 있었던 맥 로스웰의 리스닝 파티에서, 그들은 감정이 상할 대로 상해버렸다.

그리고 어떻게 된 일인지 타이슨과 토비, 천마가 몸싸움을 벌이는 영상이 SNS를 통해 미국 전역에 퍼져버렸다.

두 사람이 욕설을 하는 장면부터, 주먹질하는 장면, 그리고 천마에게 주먹이 잡혀 싸움이 종결된 장면까지.

영상은 리스닝 파티에서 있었던 모든 싸움을 담고 있었다.

그리고 영상을 본 타이슨의 팬들이 난리를 피운 건 당연한 일이다.

다들 디스곡은 언제 나오는 거냐, 개쩌는 노래로 천마와 토비의 콧대를 꺾어달라며 난리였다.

토비와 천마에게 발린 거 아니냐며 신경을 긁는 놈들은 덤이다.

봐라.

띠링띠링띠링띠링띠링띠링-

잠시 녹음을 마치고 쉬는 짧은 와중에도 SNS 메시지만 수백 통이 쏟아진다.

간단하게 알람을 확인한 타이슨은 부득 이를 갈았다.

“잘됐어. 토비, 그 개 같은 새끼.”

이전부터 토비가 마음에 들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번 리스닝 파티를 계기로 쌓여있던 감정들이 폭발해버렸다.

남아있던 일말의 미련마저 사라졌다.

토비와의 관계 따위는 이제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었다.

“그딴 거 알 게 뭐야.”

토비의 뻔뻔한 낯짝을 떠올린 타이슨은 다시 작업에 열중했다.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탓일까?

분노를 연료로 타이슨의 머리는 팽팽 돌아갔다. 가사가 오늘따라 술술 써진다.

아드레날린을 뿜어대며 타이슨은 어느새 토비를 까는 파트를 완성했다.

“.......”

일차적으로 곡을 완성한 타이슨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천마라···.”

토비를 까는 건 문제가 없다.

문제는 천마인데.

리스닝 파티에서 봤던 천마의 눈빛은···.

“...진짜 살벌하기는 했지.”

타이슨을 잡아먹을 듯 노려보던 천마의 눈빛이 아직 잊혀지지가 않는다.

자다가도 그 눈빛에 화들짝 일어나고는 한다.

“시벌. 디스곡을 냈다고 진짜 나 죽이러 오는 거 아니야?”

타이슨은 갱 출신이지만, 그게 총과 칼로 무장한 깡패 20명을 때려눕히는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건 아니다.

컴튼에서는 디스전이 진짜 유혈 사태로 번지는 건 흔한 일이니까.

타이슨은 디스곡에 빡친 천마가 작업실로 처들어오는 상상까지 해봤다.

···꿀꺽.

그렇다고 여기서 가만히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미 천마에게 사알-짝 밀린 동영상이 미국에 퍼졌다.

커뮤니티에서는 타이슨이 천마에게 쫄았다니, 겁을 집어먹었다니 하며 말이 많은 상황이다.

이대로 천마를 내버려 둔다면 타이슨의 위상은 땅에 떨어질 게 뻔하다.

“...그건 안될 말이지.”

무엇보다 천마가 컴튼을 제집처럼 돌아다니는 꼴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컴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놈이, 컴튼을 위한 노래를 만든답시고 거들먹거리는 꼴이라니.

“그래, 시발. 천마 그 새끼도 마음에 안 들어.”

망설임은 짧았다.

때로는 목숨(?)보다 중요한 게 있는 법.

타이슨은 그대로 천마를 까버리는 가사도 적어 내렸다.

어느덧 완성된 곡.

타이슨은 완성된 곡을 들으며 생각했다.

‘두 새끼가 아무리 지랄을 해도 이것보다 좋은 곡을 쓸 수는 없겠지.’

이건 확신이었다.

이 곡이라면, 분명 토비와 천마를 입 다물 수 있게 만들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타이슨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원래 누구에게나 그럴듯한 계획은 있는 법이다.

처맞기 전까지는.

*

미국의 커뮤니티에서 주먹질 동영상은 여전히 화제 몰이를 하고 있었다.

솔직히 유명 아티스트들이 욕설을 하고 심지어 치고박고 싸우는 영상은 자극적이고 재미있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싸움이 이렇게 끝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 타이슨이 어떤 놈인데. 절대 가만히 안 있지

- 토비가 이렇게 얌전할 리가 없는데?

- 그래서, 2차전은 언제 할 건데?

적어도 2차전이 시작되기를, 빨리 디스곡을 내주기를 기대했다.

이제는 아티스트의 팬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까지 싸움의 향방에 주목하였다.

그렇게 대중들의 모든 기대와 관심을 한 몸에 업고.

타이슨의 디스곡이 먼저 발매되었다.

당연한 일이지만, 디스곡은 발매되는 그 순간부터 모든 화제를 끌어모았다. 

한 시간도 되지 않아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한 건 기본이다.

디스곡에서 타이슨은 자신이 왜 컴튼을 대표하는 래퍼인지 증명했다.

- 디스곡 퀄리티 미쳤다!!!!!!!!!!

- 이정도면 걍 정규앨범에 넣어도 되겠네ㅋㅋㅋ 대박이다

- 그래! 내가 원한 게 이거라고! 이게 디스곡이지

대중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타이슨의 디스곡은 크고 웅장한 트랩 비트를 이용해 만들었다.

이번 디스곡의 제목도 그에 맞는 ‘BIG DAY’.

[돈 벌러 기어 왔다가 총 맞아 뒈지게 생겼네! 갱

내가 세운 무덤이 100개, 거기 2개 추가한다고 뭐 달라지나?]

기본적으로 곡에서 강렬히 비트에서는 난폭함과 맹렬함이 느껴진다. 

위협적으로 가사를 뱉는 타이슨의 랩핑은 토비와 천마에 대한 분노로 점칠되어 있었다.

[그래 맞아 내가 갱스터야. 그런데 뭐?

말리부 해변에서 돈 날리지는 않아.

내 잔고는 1억 달러. 내가 먹여 살리는 사람이 수백 명

돈 없으면 와서 내 똥꼬나 빨아

혹시 몰라? 내가 100달러 정도는 줄지?]

갱스터로서의 자부심과 본인이 컴튼을 대표한다는 자부심까지 드러낸다.

여기에 경쾌한 스네어와 속도감 있는 드릴의 느낌까지 일부 차용해, 리스너들의 귀에 강렬한 쾌감까지 선사하는 건 덤이다.

본격적으로 토비와 천마를 까는 가사는 대중들을 더욱 흥분시켰다.

짧게 가사를 들려준다면,

[컴튼이 무섭다고 좆빠지게 도망갔을 때는 언제

돈 떨어지니 슬금슬금 기어 오는 병신, 꼴에 영웅 행세]

컴튼을 떠났다가 돌아온 토비를 신랄하게 깠으며,

[토비, 똥꼬가 가려워서 기생충을 달고다니나

요즘 벌레 한 마리가 컴튼 바닥을 기어다닌다지?

꼭꼭 숨어라 밟혀 죽을라]

천마를 이슈나 빨아먹고 사는 기생충에 비유했다.

음악으로 사람을 두들겨 패면 이런 느낌일까?

노래에서는 타격감마저 느껴진다.

오랜만에 나온 명곡에 타이슨의 팬들은 난리가 났다.

- 역시 타이슨이라니까. ㅆ발 간지좀 봐

- 토비랑 천마 개같이 두드려 맞았네ㅋㅋㅋ 이곡을 어떻게 반박할건데

- 이게 맞다. 누가 뭐래해도 컴튼 대표는 타이슨이지

- 그러게 왜 타이슨에게 깝치냐 ㅉㅉ

타이슨의 팬들은 이 정도 곡의 퀄리티라면 디스전의 승패는 이미 정해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과연 천마와 토비가 어떤 대응을 할지는 궁금했다.

과연 타이슨의 곡에 걸맞은 디스곡을 보여줄지.

아니면 그냥 이대로 타이슨에게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을지.

모든 이목은 천마와 토비에게 향했다.

*

“타이슨 이 새끼가!”

방금 전 타이슨의 디스곡이 SNS에 올라왔고, 당연히 두 사람 역시 바로 들어보았다.

타이슨의 디스곡을 모두 들어본 토비가 책상을 쾅 치며 외쳤다.

“뭐? 나보고 개새끼라고? 그것도 미친 개새끼라고?”

차선우는 피식 웃었다.

“근데 맞는 말 아니냐?”

미친개라.

디스와는 별개로 토비와 꽤나 잘 어울리는 별명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천마 너한테는 기생충이라는데?”

그냥 기생충도 아니다.

“그것도 내 똥구멍에 붙어 사는 기생충.” 

“... 타이슨 이 쌍놈의 새끼가. 이 새끼 컴튼에 살고있는 거 맞지? 얼굴 한번 볼까?”

차선우는 지난번에 타이슨에게 제대로 된 손맛을 보여주지 못한 게 후회되었다.

디스곡의 커버까지 천마와 토비로 보이는 사람이 끌어안고 있는 사진을 이용한 걸 보면 단단히 벼른 모양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토비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이 새끼 노래는 왜 이렇게 좋은 건데.”

더 짜증나는 건 토비가 만든 디스곡이 진짜로 좋았다는 거다.

커뮤니티의 반응만 봐도 확실하다.

- 토비쉑, 발렸쥬?

ㄴ 응 개처발렸쥬?

- 쫄? 쫄?

- 이건 토비랑 천마 할애비가 와도 못이기겠다ㅋㅋㅋㅋ

대중들의 반응을 본 토비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이렇게 까였는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천마라면, 이런 모욕을 가만히 넘겨서는 안되는 게 인지상정.

“말해서 뭐해. 당연히 디스곡을 내야지.”

그것도 타이슨 놈의 새끼를 개박살내버릴 곡으로다가.

천마는 래퍼가 아니다. 하지만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사실 디스전이라는 게 힙합의 전유물이 아니니까.

곡을 이용해서 상대를 디스하는 것은 원래 그 시초가 락이다.

이전에 비틀즈의 존 레넌과 폴 매카트니가 각자의 앨범으로 디스를 했던 건 유명한 사실이다.

토비가 의지를 불태웠다.

“오케이. 그럼 같이 디스곡을 준비해보자고. 그래서 뭘로 깔까? 우리도 시원하게 욕 한 바가지 부어줄까? 내가 또 욕에는 일가견이 있는데.”

“욕은 약하지. 욕만 하기에는 타이슨 새끼한테 돌려줄 게 많아서.”

평범한 디스곡을 내기에는 뭔가 아쉽다.

타이슨이 한 것처럼 단순히 욕을 박아버리고, 인신공격을 하기에는 뭔가 부족하고. 

조금 더 고차원적인 무언가가 필요한데.

차선우가 씨익 웃었다.

“샘플링으로 가자. 이번 디스곡에서 그 새끼가 만든 히트곡을 다 써먹는 거지.”

차선우의 말을 들은 토비의 표정도 좋아졌다.

“오, 샘플링? 그거 괜찮은데?”

내가 만든 명곡이, 칼이 되서 나에게 돌아온다?

모르긴 몰라도 그냥 맞는 것보다는 훨씬 더 아플 거다.

좋아.

그럼 방향성은 정해졌고.

본격적으로 곡 작업을 해야 하는데.

토비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데 디스곡은 완성을 언제쯤 될까? 니가 말한 것처럼 히트곡을 죄다 분석해서 샘플링할 거면 시간이 좀 걸릴 텐데.”

샘플링이 기존의 음원을 잘라다가 재가공을 하는 기법이라지만 그게 작업 시간이 줄어든다는 의미는 아니다.

여러 개의 음원을 짜 맞춰서 이쪽의 입맛에 맞게 수정을 하다보면, 거의 새로운 곡 하나를 쓰는, 혹은 그 이상의 수고가 들어간다.

무엇보다,

“타이슨 새끼 곡이랑 싸워 이길 수 있겠어?”

상대가 낸 곡만큼의 퀄리티를 가지고 가야하는데.

히트곡을 짜깁기 샘플링해서 그런 퀄리티를 낼 수 있을까?

하지만 천마는 피식 웃었다.

“3시간. 그거면 충분해.”

그 말에 토비가 펄쩍 뛰었다.

“...왓? 미쳤냐? 3시간 만에 어떻게 해? 잠깐만. 너 지금 뭐하는 거···.”

토비가 발광하는 사이 이미 천마는 SNS에 게시글을 쓰고 있었다.

in 3 hours.

선전포고였다.

토비가 핸드폰을 뺏으려고 했지만, 그게 될 리가 있나.

게시글을 업로드한 천마는 빙긋 웃었다.

“안 되면 되게 해야지.”

그리고 토비는 절망했다.

“...이런 대책 없는 새끼.”

자신보다 더 대책 없는 놈은 처음이었다.

그렇게 두 사람의 디스곡이 본격적으로 준비되고 있었다.

< 디스전 (3) > 끝

ⓒ 연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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