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음공으로차트올킬-158화 (158/191)

< 광고 배틀 (3) >

에이플과 광고 회의를 마친 유니트론은 집으로 돌아왔다.

차에서 내린 유니트론은 시계를 확인했다.

벌써 새벽 1시.

에이플과의 회의는 빠르게 끝이 났지만, 이렇게 늦게 집에 들어온 건 오늘도 어김없이 곡 작업을 한 까닭이다.

유니트론을 태워다주느라 덩달아 퇴근을 늦게 한 매니저가 말했다.

“오늘 고생했다. 내일도 평소처럼 아침에 올게. 너무 무리하지 말고 어여 쉬어라.”

유니트론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일 보자.”

유니트론을 태워다 준 매니저의 차가 저 멀리 멀어졌다.

멀어지는 자동차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유니트론은 천천히 걸음을 옮겨 집으로 향했다.

냐옹-

그때 들리는 고양이 울음소리.

대문 앞에는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다. 종종 길에서 보이던 녀석인데 워낙 잘 먹고 다녀서 뱃살이 통통하게 차올랐다.

“.......”

유니트론은 고민하다가 고양이를 한번 쓰다듬고서 집으로 들어갔다.

‘배가 고픈데.’

유니트론은 냉장고를 열어봤지만 상한 우유와 물 한 병이 있었다. 물로 배를 채운 다음, 그는 집 한켠에 딸린 작업실로 향했다.

푹신한 작업실 의자에 앉은 유니트론은 한숨처럼 한마디를 내뱉었다.

“감성이라.”

감성.

오늘 하루종일 유니트론의 가슴 속에 자리 잡은 화두였다.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는 두 음절의 단어를 두고 유니트론은 하루종일 고민했다.

“음···. 모르겠네.”

하지만 이리 봐도 저리 봐도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통 와닿지 않는다.

감성이 뭔지.

에이플과의 미팅 이후 작업실에서 소울풀하다는 평을 받는 음악을 들어봤자만, 유니트론이 느낄 수 있는 건 ‘리듬과 코드를 이렇게 조화롭고 아름답게 짜 올릴 수 있구나’ 정도였다.

“.......”

유니트론은 감성을 느끼는 걸 포기했다.

여기서 몇 날 며칠을 고민한다고 해서 감성이 뭔지 알아낼 수 있을 거라곤 생각이 들지 않았다.

대신 유니트론은 그가 잘하는 걸 하기로 했다.

“분석해보면 감성이 뭔지 알 수는 있겠지.”

평소 음악을 할 때처럼.

그 감성이란 것도 낱낱이 파헤치고 분석해보면 알 수 있을까 싶었다.

유니트론에게, 음악은 수학과도 같았다.

세상의 모든 소리는 고유의 음계를 가지고 있었다.

세상의 모든 것에서 음을 느끼고, 그 음을 하나하나 뜯고 해체하고 다시 짜 맞춘다.

마치 수학 공식처럼.

유니트론의 머릿속에서는 늘 그런 일이 일어난다.

어렸을 때는 과도한 연산 과정이 복잡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지금은 능숙해졌고 쉬워졌다.

음계와 음계가 만났을 때 나오는 결괏값들을, 논리적으로 분석해서 짜 맞추면 언제나 사람들이 좋아하는 곡이 만들어졌다.

이번에도 접근 방식을 다르지 않았다.

먼저 유니트론은 감성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했다.

그리고 나오는 관련된 음악들을 닥치는 대로 머릿속에 때려 박았다.

다음으론 사람들이 음악을 듣고 적어놓은 감상을 결괏값에 대입했다.

어려서부터 기록해왔던 음악 공식들도 이용했다.

유니트론의 머릿속에서 수십 개의 곡들이 해체되고 조립되었다.

그러기를 몇 시간.

감성은 하나의 공식이 되었다.

“이게 감성인 건가?”

유니트론은 사람들이 말하는 감성이 어떤 식으로 작용하는지 점차 알게 되었다.

특정 음들이 만들어내는 결과를 사람들은 감성이라고 말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아직 부족해.”

유니트론이 해야 하는 것은 단순히 감성적인 음악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에이플의 사과폰 광고에 알맞은 감성적인 음악을 만드는 것.

이제 감성에 대해 이해했으니, 광고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감성을 변화시킬 차례다.

유니트론은 검색어를 달리했다.

지금까지 나왔던 사과폰 시리즈의 모든 광고, 이를 비롯하여 광고평론에서 호평을 받은 모든 광고까지.

전부 입력했다.

유니트론은 아까의 작업을 반복했다.

그렇게 10개가 넘는 음악들을 분석하다 보니, 에이플에서 원하는 감성이 무엇인지 알 것만 같았다.

유니트론은 즉시 작업용 컴퓨터를 켰다.

장비를 조작하여 학습한 감성의 공식을 풀어놓았다.

그다음 그걸 조금 더 논리적인 방식으로 조립해보았다.

다시 몇 시간.

결국 감성이라는 결괏값을 가진 음악이 도출되었다.

“감성이란, 이런거군.”

작업물을 재생해본 유니트론은 고개를 끄덕였다.

논리적이고, 합리적이다.

이제 작업은 끝났다.

어제 본 콘티에 이걸 끼워맞춘다면 에이플 측에서도 만족하겠지.

그렇게 작업을 마치고 방 밖으로 나가니 밝은 햇빛이 창문을 통해서 들어오고 있었다.

“.......”

그대로 밤을 새워버린 모양이었다.

유니트론은 스마트폰을 들고 시계를 확인했다.

벌써 아침 9시.

슬슬 매니저가 올 시간이다.

감성에 대해 완전히 ‘이해’했다고 생각한 유니트론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

한편 그 시각 한국.

차선우도 한창 광고 촬영을 하는 중이었다.

다만 일반적인 광고 현장이라고 하기에는··· 세트장이 조금 독특했다.

저기 멀리 과녁처럼 주르륵 놓여있는 스마트폰과, 반대편에는 활에 시위를 매기는 차선우.

아무리 봐도 광고 촬영 현장보다는 양궁장에 가까웠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하니.

사건은 회의 때로 되돌아간다.

진성 전자는 이번 제품에 이를 갈고 나온 만큼, 기존에 있던 이미지를 모두 부숴버리기를 원했다. 그리고 그걸 위해서는 시각적으로 임팩트 있는 한 방이 필요하다.

어떻게 하면 임팩트를 남길 수 있을까 고민하던 감독은 옆에 있는 차선우를 발견했다.

‘아, 그러고 보니 천마 님이 있었군요!’

천마의 시그니처가 무엇인가?

바로 활이다.

그 솜씨는 한국을 넘어 전 세계에 알려졌으며, 몇 년 전 예능에서 연사를 갈겨서 하트를 그린 짤은 아직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어떻게 그걸 잘 이용만 한다면 작품 하나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고민하던 촬영 감독은 차선우를 보고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활을 쏴서 기존의 모델을 꿰뚫는 퍼포먼스를 하는 건 어떨까요?

‘오? 그거 괜찮은데요? 확실히 임팩트는 있을 것 같습니다.’

담당자는 반색하면서도 우려했다.

‘그런데 그게 가능할까요?’

‘어유. 당연히 CG 먹여야죠.’

‘하하. 그렇죠?’

그래서 계획은 이렇게 되었다.

진성 전자에서 나온 기존의 모델을 도미노처럼 세워놓는다.

차선우가 첫 번째 모델을 맞추는 순간, 그 뒤의 모델이 도미노처럼 주르륵 넘어질 것이다.

여기에 CG를 먹이면?

차선우가 쏘아 올린 화살과, 모조리 박살 나는 기존의 시리즈들.

음. 괜찮아 보인다.

만족한 감독은 이 콘티를 차선우에게 전달했다. 차선우가 이해했다는 듯이 말했다.

“아아, 화살 한 대로 저 모델들을 전부 꿰뚫으면 되나요?”

감독은 차선우가 농담한다고 생각했다.

“하하하. 아무리 천마 님이라지만, 어떻게 이 거리에서 화살을 쏴서 스마트폰 10대를 동시에 꿰뚫습니까.”

차선우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왜 안 되지?

감독은 걱정하지 말라는 듯 말했다.

“첫 번째 모델만 맞추면 저희가 알아서 다 하겠습니다. 요즘은 CG가 좋아져서 대충 쏘는 척만 해도 이쪽에서 멋들어지게 연출할 수 있거든요. 저희 쪽에서 소품도 여러 개 준비해왔으니까 너무 부담 갖지 마세요. 열 번 정도 쏘다 보면 한번은 성공하겠죠.”

“······.”

감독은 너그럽게 말했지만, 차선우는 자존심이 살짝 상했다.

라떼는 말이야!

십 리 밖에서도 활을 쏴서 열매도 맞췄는데!

차선우는 목표물과의 거리를 가늠했다. 실제로 양궁하는 것도 아니라 목표물은 진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있었다.

‘이 정도 거리면 뭐. 눈 감고 대충 쏴도 맞겠네.’

“액션!”

감독의 사인과 함께.

차선우는 내공을 불어넣었다.

끼이이익-

활대에서 기괴한 소리가 나며 시위가 점점 젖혀진다.

그리고,

피이이잉!

경쾌한 소리와 함께 날아간 화살이 놓여있는 스마트폰을 꿰뚫었다.

하나, 둘, 셋··· 열!

열 개의 스마트폰을 모조리 꿰뚫은 화살은, 그러고도 힘을 잃지 않은 화살은 안전을 위해 설치해 놓은 구조물에 박혔다.

쩌억

스텝들이 턱을 툭 떨어뜨렸다.

쩌어억

감독은 너무 놀라서 컷을 외칠 생각도 못 했다.

쩌어어억

그리고 진성그룹 회장 김재범도 기겁했다.

김재범이 너무 놀라서 말했다.

“아, 아니. 저···저게 뭡니까?”

그 말에 감독이 뒤를 돌아보다가 한 번 더 소스라쳤다.

“헉 회장님!”

님은 또 왜 여기에?

*

광고장으로 향하는 길.

진성그룹의 회장인 김재범은 손가락으로 차창을 톡톡 건드리며 중얼거렸다.

“에이플··· 순순히 당하고 있지만은 않겠다는 건가.”

천마를 이용해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시작하자마자, 에이플은 기다렸다는 듯이 반격을 해왔다.

지금까지 불문율이었던 같은 분기에 신제품 출시를 어기며 제대로 맞불을 놓는 것도 모자라서 천마에 대항할 광고 모델을 섭외하는 것까지.

이 일련의 과정들이 딱딱 짜 맞춰진 것처럼 순식간에 일어났다.

“그것도 하필 광고 모델이 유니트론이라니. 영악한 놈들.”

에이플은 천마와 라이벌리가 있는 유니트론을 모델로 선택하여 판을 순식간에 키웠다.

덕분에 대결 구도가 너무나도 명확해졌고, 밀리는 순간 끝이다.

바로 ‘루저’가 되어 이인자로 낙인찍히겠지.

십 년 넘게 공을 들인 스마트폰 시장은 영영 날아가는 거고.

서늘하다.

자칫 잘못하면 떨어지는 천 길 낭떠러지를 걷는 기분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쉽게 질 것 같지는 않군.’

그저 감이나 느낌은 아니다.

이번 플래그십 제품은, 기존의 제품과는 확실한 차별성을 두었다.

“진성만의 아이덴티티를 확실하게 만들었지.”

아이텐티티.

소비자들이 계속해서 진성 전자에서 만든 스마트폰을 소비할 수 있도록 고유한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

그리고 김재범은 이번 새로운 시리즈에서 그 문제를 해결했다고 확신했다.

‘마누라랑 자식 빼고 다 바꾸라’라는 이전 회장의 말처럼.

단순히 성능을 바꾸고, 디자인 조금 고치는 게 아닌.

누가 봐도 진성의 스마트폰이다 라고 할 수 있도록 유니크한 디자인 라인을 구축했다.

그래서 이번 새로운 시리즈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혁신이지. 혁신”

혁신이 될 것이다.

그래서 천마의 역할이 더욱 중요했다.

제품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건 광고이다.

이번 광고에서 ‘혁신’이라는 첫인상을 잘 보여주어야만 한다.

그래서 김재범은 직접 광고 현장에 가고 있었다.

‘천마가 잘 해줬으면 하는데.’

여동생의 추천으로 김재범은 천마를 광고 모델로 기용했고, 그건 꽤 효과적이었다.

자체 서베이 결과 천마 팬들이 이쪽으로 갈아탈 거라는 결과가 있었으니까.

하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자, 김재범은 조금 더 기대를 하게 되었다.

단순히 점유율을 뺏어오는 게 아닌.

진성의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확실하게 보여주길 원했다.

김재범은 이 세상에서 확인한 광고 콘티를 떠올리며 생각했다.

‘콘티는 인상적이었지. 진성의 이전 모델들을 박살 내고, 그 끝에서 새로운 것이 탄생한다라니. 천마가 이걸 어떻게 소화할지가 관건이겠군.’

그는 걱정 반 기대 반으로 현장에 도착했고, ‘그 광경’을 목격했다.

뽜-바-바-바-바-바-박

한 대의 화살이 스마트폰 10대를 꿰뚫는 모습을.

“...?”

내가 뭘 본거지?

스마트폰 10개를 꿰뚫은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것도 저 자그마한 양궁 화살로는 절대 불가능하다.

‘권총을 쏴도 그건 불가능하겠다.’

분명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김재범의 상식에서는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차선우는 해냈다.

그래.

“이게 혁신이지!”

김재범은 저도 모르게 큰 소리로 외쳤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김재범에게로 집중되었다.

“앗! 회장님 아니십니까?”

“연락도 없어 여긴 어떻게!”

김재범은 사람들의 흥분을 가라앉혔다.

이 상황에서 중요한 건 인사니, 환영이니 하는 게 아니다.

“일단 광고 촬영부터 마무리하시죠.”

잠시 후, 현장을 마무리한 광고 감독이 열띤 목소리로 말했다.

“보셨습니까 회장님? 이건, 이건! 이걸 원테이크로 찍다니 세상에! 너무 완벽합니다. 무슨 줄줄이 꼬치를 꿰버렸습니다.”

김재범도 아까 천마의 활 질을 봤을 때 흥분이 아직 가시지 않았다.

“흐음. 이 정도면 메이킹영상으로 내보내도 될 거 같군요. 여러모로 화제를 끌 거 같아요.”

하지만 그 와중에도 냉정한 사람이 하나 있었다.

천마였다.

“아니, 마음에 안 들어요.”

“...네? 뭐가요?”

“여기 마지막에 보여요?”

“???”

“마지막에 조금 흐트러졌잖아요.”

“.......”

그러고 보니 맨 끝의 스마트폰만 중앙에서 1cm가량 빗나가긴 했다.

천마가 선언했다.

“다시!”

.

.

.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어느 직장인이 완성된 광고를 보게 됐다.

“우왁씨 이게 뭐야!”

< 광고 배틀 (3) > 끝

ⓒ 연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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