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음공으로차트올킬-168화 (168/191)

< 그래미? 까짓것! (1) >

그래미 어워드로 넘어가기 전.

차선우에게 정산을 해줘야 할 사람이 또 하나 있었다.

드래곤플라이 컴백의 또 다른 수혜자.

바로 진성 그룹이었다.

진성 문화예술재단의 이사장인 김소현은 당황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런 걸 노리고 드래곤플라이를 소개해주겠다고 한 건 아니었는데.”

드래곤플라이의 갑작스런 해체 소식에 김소현도 인터뷰 영상을 보았고, 다른 부분에서 충격을 받았다.

직접 드래곤플라이를 만나 설득하면서 형제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는 건 알았지만···.

“설마 메가 콘서트까지 엎어질 수 있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

만약 그날, 차선우에게 드래곤플라이를 소개시켜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더라면?

메가 콘서트가 날아가 버렸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에 등줄기에 식은땀이 났다.

“천마가 메가 콘서트를 살렸네.”

아니, 차선우가 한 일은 단순히 살린 것을 넘어섰다.

드래곤플라이를 만난 차선우는 그들의 마지막 앨범을 만들어냈다.

그것도 콘서트 3개월 전에.

드래곤플라이가 해체 선언과 함께 마지막 앨범을 내면서, 메가 콘서트는 자동으로 마케팅이 되었다. 거기에 메가 콘서트를 할 때쯤이 드래곤플라이의 마지막 활동이 될 거라는 시간적인 아귀도 맞아떨어졌다.

외국의 드래곤플라이 팬들은 미친듯이 메가 콘서트 티켓팅을 노리기 시작했고, 티켓팅 선 예매 서비스를 제공하는 진성 카드 해외 고객도 덩달아 늘어났다.

이번 실적을 확인한 진성 카드 사장이 차선우의 이름을 부르며 눈물을 흘렸다는 소문도 돌 정도였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거기서 [ZERO]를 선물로 줄 줄이야.”

차선우는 드래곤플라이에게 진성의 새로운 스마트폰인 [ZERO]를 선물했고, 그 모습이 SNS에 퍼지면서 진성 전자도 수혜를 입었다.

이번에도 진성은 차선우 덕분에 천문학적인 이득을 볼 수 있었다.

오빠인 김재범 회장도 매일 같이 전화해서 당부하고 있었다.

- 천마 님이 곧 입국한다더라. 만나서 너가 잘 좀 챙겨드려라. 앞으로도 무조건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해.

오빠의 말이 아니더라도, 그렇게 할 생각이었다.

그녀는 자존심이 강하고 빚지고는 못 사는 성격이다.

뜻하지는 않았지만, 지금껏 차선우에게 도움만 받았다.

김소현은 차선우에게 뭘 해줄 수 있을지 본격적으로 고민했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하나.

“그래. 천마타운 프로젝트를 제대로 밀어줘야겠네.”

천마타운을 한국 대중문화의 상징으로 만들겠다는 그 계획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도움을 주는 동시에, 진성도 이득을 볼 수 있는 방법을 떠올렸다.

“아티스트들의 문화예술 전용 공간을 만들어 줄까?”

이름만 문화예술 공간이지, 사실상 임대 사업이라고 볼 수 있다.

가난한 아티스트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레지던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리고 천마타운에서 진성이 제공한 레지던스를 이용하며 성장한 아티스트들이라면 조금이라도 진성에 호감이 가겠지. 당장은 모르겠지만, 이건 언젠간 이건 진성의 큰 자원이 될 것이다.

이후에도 몇 가지 사항을 검토한 김소현은 만족한 표정으로 펜을 내려놓았다.

어쩌다 보니 기존에 세웠던 계획보다 규모가 많이 커져 버렸다.

물론 진성에서 모든 돈을 투자할 생각은 없다.

“정부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을 만큼 받아내야지.”

각종 일자리에 관광 수입, 지역경제 활성화 등.

그쪽도 이번 사업으로 많은 이득을 볼 테니까.

하지만 진성 문화예술재단에서 도움을 주기로 결심한 만큼, 천마타운 프로젝트가 무사히 진행될 수 있도록 완벽하게 기름칠을 해줄 계획이다.

드디어 차선우에게 진 빚을 갚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김소현은 내심 뿌듯해졌다.

“일단 천마 님이 입국하기 전에 일을 시작해야겠군. 서울 시장과 약속을 잡아 볼까?”

*

천산빌딩의 높은 곳.

천마전담팀의 팀장인 옥수진은 바쁘게 일하고 있었다.

“드디어 오늘 천마 님이 입국하시네.”

가볍게 건축가를 만나서 천마타운 설계 업무만 처리하고 오는 줄 알았는데.

알츠하이머에 걸린 건축가 옆에서 치료(?)를 해주고, 심지어 드래곤플라이를 만나서 마지막 앨범까지 만들어 주고 돌아오게 될 줄이야.

일주일이면 충분할 줄 알았던 일정이 무려 두 달로 길어졌다.

“여름 언니도 같이 돌아오고!”

차선우의 스케줄을 관리하는 강여름은 이번 영국행에 동행했다.

항상 쾌활한 강여름이 없으니 괜히 사무실이 텅 빈 느낌이었는데.

옥수진은 오랜만에 반가운 사람들을 볼 생각에 들뜬 마음을 누르고, 중요한 보고 사항들을 점검했다.

“천마타운 진행은 이제 TF팀에 넘기면 되겠다.”

차선우가 천마타운을 대한민국 대중문화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천하의 옥수진도 당황했었다.

“솔직히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었는데.”

건축은 인허가 관련 업체도 많고, 케이스도 많아서 일반적인 관례에 따라서 진행하면 된다지만.

차선우가 말한 대로 본격적인 문화예술 사업을 하려면 정부 쪽에서 허가를 받아야 할 것들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옥수진의 구원자가 등장했다.

바로 진성의 김소현.

“이사장 님 아니었으면 아직 시작도 못 했을 거야.”

얼마 전 연락해온 김소현은 천마타운 건축에서 인허가 관련된 부분을 매끄럽게 해결해주었다.

거기에다,

“세상에. 서울 시장과의 식사 자리라니.”

인맥 연결까지 스트레이트로 도와주었다.

완공까지는 앞으로도 몇 년은 걸리겠지만, 진성이 이 정도로 푸쉬해주는 이상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다.

“그러면 이쪽은 이대로 진행하면 되겠고. 다음은 탑걸즈인가?”

천마신교의 규모가 커지면서, 그에 맞춰 A&R팀과 작곡 팀, 프로듀서 팀들도 한층 업그레이드되었다.

어차피 천마도 요즘 바빠서 웬만한 일들은 최종 결과물만 확인하고 있는 상황이고.

하지만 그런 천마도 탑걸즈 앨범은 신경 쓰면서 직접 챙기고 있었다.

아무래도 첫 걸그룹이고, 잠마동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직접 길러낸 녀석들이라 애정이 남다른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니 비무행도 슬슬 끝나가고 있네.”

현재 탑걸즈가 진행하고 있는 컨텐츠는 다름 아닌 비무행.

다른 뮤지션들과 각종 배틀도 하고, 멤버들이 새로운 음악적 경험을 쌓는 모습을 대중들에게 보여주는 컨텐츠이다.

탑걸즈만의 스타일과 캐릭터를 정립해 나가며 차근차근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확고한 팬층을 만드는 중이었다.

“그래도 이제 슬슬 컴백을 할 때가 되었지.”

이제 비무행으로 쌓은 실력을 제대로 보여줄 때이다.

천마가 돌아온 후 컴백 일정에 대해 조율만 하면 탑걸즈에 관한 문제도 해결이다.

“마지막으로 그래미 어워드를 확인해야겠네.”

지난번에 그래미 어워드에 제출했던 작품들의 결과가 나올 때가 되었다.

차선우가 진성 전자 광고를 할 때쯤, 천마신교에서는 논의를 거쳐 9개 부문에 천마의 작품을 제출했다.

일단 제너럴 필드에선 올해의 앨범상, 올해의 레코드상, 올해의 노래상, 최고의 신인상.

모든 부문에 제출했다.

그리고 장르 부문에서는 베트스 팝 솔로 퍼포먼스, 베스트 R&B 송, 베스트 랩 앨범, 베스트 랩 송, 베스트 랩 퍼포먼스.

이렇게 다섯 개의 부문에 등록을 해놓은 상태이다.

메일함을 확인해보니 그래미 측에서 연락이 와 있었다.

옥수진이 메일을 확인하는 순간,

“다녀왔습니다!!!!!!!!!!!!!!!!!!!!!!”

영국행을 다녀온 차선우와 강여름이 도착했다.

언제나처럼 활기찬 강여름의 목소리와, 피곤해 보이는 차선우의 얼굴.

유난히 피곤해 보이는 차선우를 보며 옥수진은 생각했다.

‘하긴 미국이다, 영국이다. 요즘 해외 스케줄이 많기는 했었···.’

하지만 옥수진의 생각은 이어지는 강여름의 말에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 먹방 찍었는데 그거 사람들이 엄청 좋아할 것 같아요!”

“...먹방을요?”

다른 곳도 아니고.

영국에서 먹방을?

옥수진을 다시 차선우를 보았다.

아무래도 차선우가 피곤한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는 모양이었다.

피곤한 듯 얼굴을 한번 쓸어내린 차선우가 말했다.

“나 없는 동안 무슨 일 있었어?”

옥수진은 마침 방금 봤던 메일을 떠올렸다.

“아 맞다. 방금 그래미에서 연락온거 확인하고 있었어요. 총 4개 부문에서 노미네이트 된 것 까지는 확인했는데. 이참에 같이 확인해보실래요?”

차선우는 옥수진의 말을 듣고 놀랐다.

“그래? 4개 부문이나?”

꽤나 많은 부문에서 후보에 올랐다고 생각한 차선우는 문득 지난 일년을 되돌아보았다.

먼저 강호행을 떠나면서 부캐로 활동하는 와중에 하이포닉을 만나서 피처링과 프로듀싱을 해주었다. 하이포닉에게 만들어 준 그 ‘Unclear’는 빌보드에서 히트를 치고 장기 집권에 성공했다.

라이브 하우스에서 알렌에게 불러준 ‘song for a man’은 빌보드 8등까지 올라갔었고.

여기에 토비와 함께 컴튼에서 만든 공동 앨범은 타이슨을 누르며 빌보드 1등에 3주간 머물렀다. 토비와 함께 낸 앨범은 미국 사회에 반향을 남길 정도였다.

‘하긴, 그러고 보면 일 년 동안 열심히 활동을 하기는 했네.’

일 년 동안 크게 보면 세 가지 활동을 했는데, 그게 다 대박을 쳤다.

세 사람은 다 같이 그래미에서 온 메일을 확인했다.

그리고 메일을 모두 읽은 세 사람은 다른 의미에서 묘한 표정이 되었다.

가장 먼저 옥수진이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거 노미네이트 된 필드가 좀 이상한데요? 제너럴 필드에 제출한 작품은 모두 떨어졌어요.”

그래미 어워드의 본상이라고 할 수 있는 4개의 제너럴 필드에, 차선우의 이름은 없었다.

강여름도 불만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도 조금 이해가 안 가요. 다른 건 몰라도 올해의 신인상 정도는 노미네이트 될거라고 생각했는데!”

“장르 필드, 그중에서도 힙합 부문에만 겨우 3개 노미네이트 되었네요. 나머지 하나도 하이포닉의 송라이터로서 된 거고.”

토비와 만든 ‘Don’t kill the rage’는 누가 보더라도 잘 뽑힌 명반이다.

유니트론에게 밀려서 1위를 3주만 한 거지, 그 이후에도 TOP10 안에 꾸준히 들었으며 아직도 빌보드 차트에 머물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 보니까 타이슨도 힙합 필드 후보에 있네요!”

차선우의 표정도 덩달아 무거워졌다.

‘이것 좀 쎄한데?’

제너럴 필드에서 완전히 배척한 거 보면 그래미에서 이쪽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확실하고.

장르 부문에서 구색 갖추기로 몇 개 추가해 준 모양인데.

이쪽에서도 영 수상을 하기 어려워 보인다.

‘일단 나는 힙합퍼가 아니니까.’

모든 이유를 제치고, 이게 가장 크다.

평소 힙합을 하지 않는 아시아 출신의 아티스트.

그래미에서 상을 줄 리 만무하다.

‘그 와중에 경쟁자가 타이슨이라.’

빌보드에서 타이슨을 이겼다고는 하지만, 그래미는 빌보드 성적의 영향을 받지 않기로 유명하다. 빌보드에서 몇 주간 1등을 유지한 곡도 그래미의 외면을 받기 일쑤다.

차선우는 결론을 내렸다.

‘이거 아무래도 수상은 어렵겠는데?’

그래미 어워드 노미네이트.

물론 그것만으로도 영광스럽다고 할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억까 당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성적이 안 좋았던 것도 아니고,

음악성이 나빴던 것도 아니다.

그때 메일을 읽던 옥수진이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하, 그 와중에 단독 무대 배정은 또 해줬네요.”

아무리 봐도 수상 가능성은 없어 보이는 상황이다.

그런데 천마를 단독 공연으로 초대했다는 말은?

“이거 아무래도 천마 님을 이용해서 시청률 방어나 하겠다는 심보 같네요.”

최근 무너지고 있는 그래미 시상식의 시청률을 천마의 팬덤을 이용해서 잡으려는 모양이다.

단독 공연 하나 던져줬으니 그거나 먹고 떨어지라는 것도 아니고.

‘확 다 거절해버려?’

차선우가 그래미고 뭐고 엎어버릴까 생각하던 순간이었다.

옆에 있던 옥수진이 스산한 목소리로 말했다.

“차라리 잘됐네요. 이참에 우리도 이놈들을 이용하죠.”

“???”

천마신교에서 가장 침착한 옥수진.

원래 그런 사람이 화나면 더 무서운 법이다.

“은혜는 두 배로, 원수는 열 배로. 그게 바로 천마신교잖아요.”

그래미를 엿먹일 천마신교의 계획이 세워지고 있었다.

< 그래미? 까짓것! (1) > 끝

ⓒ 연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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