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음공으로차트올킬-178화 (178/191)

< Track 01. 재벌가 사위 (6) >

천마의 프로듀싱 앨범.

천마는 그래미 시상식을 이용하면서까지 앨범을 홍보했고, 그 열기가 식기도 전에 페니-DJ 커플의 열애설이 터졌다.

그만큼 온갖 화제성을 다 끌어모은 채 발매된 리드 싱글, [7 years and···]이 단숨에 빌보드 핫100 1위에 올라선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싱글을 발매하기 전까지 차곡차곡 쌓은 스토리텔링은, 사람들로 하여금 이번 노래를 들어보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들어버렸다.

물론 일각에서는 아니꼬워하는 사람도 있다.

그들은 천마의 빌보드 1위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 쯧쯧. 남의 연애로 마케팅 해먹는 꼬라지 보소. 딱 봐도 오래 못갈듯

- K팝이 다 그렇지. 팬덤빨로 반짝 1등 한 거지 뭐.

그러나 이번 천마의 노래가 단지 어그로를 잘 끈 덕분에 대박이 난 게 아니라는 건,

한번이라도 노래를 들어본다면 알 수 있었다.

그건 지금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두 사람 역시 마찬가지였다.

뮤지컬 영화 <팬텀스틸러>의 총감독인 사이먼 베일리.

그리고 전직 미식축구 선수이자, 같은 영화에 음악감독으로 참여했던 킹 음악감독.

함께 영화를 만들며 친해진 두 사람은 종종 만나서 이야기를 하곤 했는데, 마침 천마의 신곡이 발표된 시각에 같이 있었던지라 그들은 곧바로 노래를 들어보았다.

도입부를 듣는 순간 킹 음악감독이 감탄했다.

“천마가 이번 음반은 작정하고 만든 모양이군.”

몽글몽글한 샹송(프랑스 민요) 분위기의 도입부는 순식간에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 소녀는 늘 궁금했지.

선 밖의 세상, 경계 너머 저 탑.

누가 살고 있을까.

페니의 음색은 고집스러운 성격만큼이나 파워풀하면서도 특유의 매력이 있다.

천마는 페니가 가진 보컬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다른 부분을 최소화했다.

멜로디는 과하지 않게, 사운드는 넘치지 않게.

드럼의 끝을 부드럽게 다듬었고, 기타 소리는 최소한으로 죽여놓았다.

여기에 보컬은 리버브를 넣어 몽환적인 느낌이 들도록 이펙트를 먹였다.

그러다보니 온전히 목소리와, 그것이 전달하는 감정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첫사랑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도록 말이다.

‘곡의 장점을 제대로 살렸군.’

자연스러운 톤으로 믹싱된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지난 한 달간 들어온 커플의 열애설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듯했다.

그렇게 킹 음악감독이 노래에 감탄하는 한편, 사이먼 총감독은 다른 부분에서도 감탄을 하고 있었다.

인트로덕션 필름을 몇 번이고 돌려보던 그는 생각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한 거지?’

사이먼 총감독은 뮤비의 맨 마지막 장면에서 재생을 멈추었다.

천마로 보이는 주인공이 흐릿한 모습의 남녀를 만나는 것으로 끝나는 장면.

사이먼 감독은 생각에 잠겼다.

‘페니와 DJ 커플의 연애사는 모두가 알고 있지.’

공개 연애를 발표하면서 결국 해피엔딩으로 끝났으니까.

그런데 이 세계관 속의 커플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건 사이먼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더욱 감질나는 건 인트로덕션 필름 외에는 추가적인 뮤비도 없다는 것이다.

그저 3분 남짓한 길이의 노래 가사로만 상황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그래서 더욱 궁금해진다.

‘두 사람은 어떻게 사랑으로 아포칼립스를 극복해 나갈까?’

여기에 천마의 노래가 깔리자, 사이먼 총감독의 머릿속에서 영감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하나의 새로운 스토리가 구성된다.

세계관이 만들어지고, 인물들이 탄생한다.

한참 생각에 잠겨 있던 사이먼 총감독이 툭 던지듯이 말했다.

“이봐 킹.”

“응?”

“이거 영화로 만드는 게 어때?”

옆에서 노래를 듣고 있던 킹 음악감독은 뭔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는 하냐는 듯이 되물었다.

“영화? 갑자기 영화라니?”

“아니, 그 왜 <팬텀 스틸러> 개봉 이후에 열었던 애프터 파티 있잖나. 거기에서 자네가 천마에게 했던 제안 말이야. 같이 뮤지컬 영화를 만들자고 했던 거 기억나나?”

“아, 그거.”

그제서야 킹 음악감독은 2년 전쯤 했던 말을 떠올렸다.

- 우리 다음에 뮤지컬 영화를 같이 만들어 보지. 내가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거든.

- 좋은 아이디어?

- 자네가 지금까지 만든 노래들로 하나의 영화를 만들어 보는 거지.

천마의 앨범에 있는 노래로 뮤지컬 영화를 만들자는 이야기.

정말로 술김에, 흘려 지나가듯 했던 말이다.

그때 천마가 라이징 스타이기는 했지만, 아직 정규앨범을 내기도 전이라 뮤지컬을 채울 넘버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작 2년.

그 사이 천마는 부쩍 성장했고, 이제 최고의 자리를 향해 올라가고 있다.

킹 음악감독은 침을 꿀꺽 삼켰다.

‘...어쩌면 가능하겠는데?’

그의 눈빛이 변하는 걸 본 사이먼 총감독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확실하게 어필했다.

“앨범 속 세계관을 바탕으로 인물들의 스토리를 엮은 영화를 만드는 거지. 천마가 공동 음악감독으로 와준다면 더 좋겠지만, 그 친구가 지금 워낙 바빠서 가능할지는 모르겠군. 어쨌든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그럴듯한데?”

그럴듯한 정도가 아니라 굉장했다.

더군다나 킹 음악감독 자신이야말로 애프터파티에서 가장 먼저 아이디어를 제공한 사람이 아니던가.

당연히 빠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좋아! 그럼 나도 같이 참여하지.”

“내친김에 안토니오 로시까지 다 부르는 건 어떤가? 그때 그 멤버들을 모두 모으는 걸세.”

팬텀 스틸러를 성공시킨 멤버들을 다시 모아 영화를 만든다!

이거야말로 어벤져스 어셈블이 아닌가?

킹 음악감독은 그 제안이 마음에 쏙 들었다.

그는 핸드폰을 들며 말했다.

“그럼 내가 지금 바로 천마에게 연락해보지.”

*

당연한 일이지만, 선공개곡인 [7 years and···]는 승승장구했다.

발매 전부터 관심을 끌고, 거기에 노래까지 좋았는데.

성적이 좋지 않은 게 이상할 것이다.

거기에 대중픽이 될 수밖에 없는 요소가 너무나도 많았다.

보편적인 공감을 이끌어낼수 있는 사랑 이야기였고, DJ를 배려해 쉽게 따라부를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들었다.

나는 빌보드 최상단에 있는 내 이름을 보았다.

[1. 천마 - 7 years and··· (Feat. Penny & DJ Nosis)]

“잘 어울리네.”

1위와 천마라는 이름이 퍽 잘 어울리지 않은가?

나는 꽤 기꺼운 마음이 됐다.

이전에도 1위를 한 적은 있지만, 그건 토비 무어와의 합작 앨범이었으니까.

하지만 이제 단순히 빌보드 1등을 하는 것만으로 성에 차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옥수진이 빌보드 순위를 예측하는 기사를 뽑아서 줬는데, 이 기세라면 앞으로 5~6주는 1위를 유지할 수 있을 거라 예상한다고 했다.

“뭐,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겠지.”

왜냐고?

앞으로 반년 동안.

내 이름이 이 차트에서 내려오는 일은 없을 거니까.

선공개곡인 [7 years and···]는 시작일 뿐이다.

이번 앨범의 준비부터 발매 후 활동까지.

전체 기간을 반년으로 잡았고, 그 반년 동안 이 기세를 끌고 나갈 계획을 세워놨다.

방금 낸 노래가 슬슬 1위에서 떨어지려고 한다?

그럼 다음 노래를 발매해서 그 자리를 차지하면 된다.

그렇게 두어 곡 정도를 선공개로 돌려 화제성을 최대한 끌어모으고.

마지막에는 정규앨범을 발매해서 화룡점정을 찍을 생각이다.

앨범이 준비되는 반년 내내, 온 세상을 천마의 이름으로 도배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걸로도 부족해.”

이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다.

무림에서 ‘천마’라 하면 그저 한 단체의 수장이 아니라, 무림의 한 축을 상징하는 이름이 된 것처럼.

내 노래가 빌보드 1등을 얼마나 오래 하고,

내가 몇 개의 상을 받는지와는 관계없이.

천마라는 이름이 음악을 뛰어넘어서,

하나의 아이콘이 되게 만드는 게 내 목표였다.

때마침 그 기회가 찾아왔다.

그것도 두 번이나.

하나는 <팬텀 스틸러>의 킹 음악감독에게 온 연락이었고,

다른 하나는 내 방송에서 일어났다.

*

헌트 그룹.

글로벌 기업인 헌트 그룹 내에서도 여러 계열사가 존재한다.

헌트 뮤직 그룹부터

헌트 픽처스,

헌트 리조트 앤 테마파크까지.

기본적으로 모두 문화산업 부문에서 활동하기에, 세 계열사는 IP를 공유하며 상부상조하기도 한다.

최근, 헌트 그룹에서는 최근 한 IP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건 다름 아닌 잠마동.

잠마동에서 소녀들이 기상천외한 시련을 통과하며 데뷔하는 모습은 넷플렉스를 통해 유통되었고, 세계적인 인기를 끄는 데 성공했다.

10년 전 인기를 끌다가 망했던 둠 스카이라는 게임도, 잠마동 IP를 가져와 다양한 컨텐츠를 생산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결정적으로 잠마동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천마.

그래미 시상식 이후 지금까지, 천마는 엄청난 활약을 하는 중이었다.

그래서 헌트 리조트 & 테마파크 그룹에서는 잠마동을 토대로 천마와 콜라보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바로, 헌트 테마파크에서 여름 시즌마다 개장하는 ‘호러 나이트!’

얼마 전 나온 천마의 인트로덕션 필름을 보며 헌트 뮤직그룹 회장은 감탄했다.

“이번 앨범 세계관도 흥미롭군. 혹시 뮤비에 나온 탑이 잠마동을 상징하는 건가?”

으스스하면서도 그로테스크한 모양이 머릿속에 선명하게 떠오른다.

“저런 걸 ‘호러 나이트’에서 써먹는다는 거지?”

아포칼립스 세계의 버려진 탑(잠마동) 속에서 벌어지는 오싹하고도 스릴 넘치는 모험.

아무리 생각해도 실패할 수 없는 조합이다.

지난번 전체 회의에서 리조트 & 테마파크 그룹에서 잠마동 IP에 관해서 연결을 부탁해오기도 했겠다.

헌트 회장은 직접 천마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쯧, 원래 지난번 그래미 시상식에서 물어보려고 했건만.”

무대가 끝나고는 천마에게 몰려드는 인파 때문에 도저히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그 이후에는 천마가 곧바로 앨범 작업에 돌입해서 제대로 이야기할 시간이 없었다.

전화로만 다음에 만나자, 다음에 꼭 밥 한 끼 하자 이야기한 게 벌써 세번쯤 되었을까?

헌트 회장은 무언가 결심한 듯 말했다.

“흠흠, 아무래도 어쩔 수 없겠군.”

서로 연락도 어렵고 바쁘니, 다른 방법을 사용할 수밖에!

이걸 핑계로 삼아 이전부터 꼭 한번 해보고 싶었던 걸 해볼 생각이었다.

“지난번 썸머 페스타에 천마를 섭외한다고 로페즈 회장도 직접 채팅을 했었지? 그때 후원한 금액이 10,000달러였던가?”

고작 만 달러로 언론이 ‘로페즈 그룹의 클라스를 제대로 보여주었다!’며 어찌나 떠들어 대든지. 거기에 천마를 이용해서 성공적으로 썸머 페스타를 개최한 건 덤이다.

그걸 보며 은근 배알이 꼴렸는데.

“로페즈 회장도 했는데, 나라고 못 할쏘냐! 성공하기만 한다면 광고 효과 하나는 확실하겠군.”

대중음악계에서 가장 핫한 천마와의 콜라보!

로페즈 쪽에 경쟁심을 가지고 있는 헌트 회장의 두 눈이 열렬히 불타올랐다.

하지만 솔직한 말로 헌트 테마파크는 그런거 없어도 유명하긴 하다.

굳이 방송을 통해 후원을 하지 않아도 관광객들이 알아서 찾아오는 수준이다.

“커흠, 그래도 홍보는 많을수록 좋은 법이지. 잠마동을 통해서 천마 팬들도 끌어올 수 있고, 진짜 탑을 세운다면 둠 스카이 팬들도 끌어올 수 있겠지.”

헌트 회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정도면 얼마를 쓰든 남는 장사지.”

합리화를 마친 헌트 회장은 천마의 방송에서 날릴 금액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어디보자···. 마지막 후원금이 얼마였더라?”

천마의 방송에서 다시 한번 후원 파티가 열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 Track 01. 재벌가 사위 (6) > 끝

ⓒ 연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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