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음공으로차트올킬-179화 (179/191)

< 저 사람 지금 하나님도 못말려 (1) >

이번 앨범의 선공개 곡을 발표한 이후 벌써 3주라는 시간이 흘렀다.

곡은 여전히 빌보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와중, 나는 잠깐 한국에 들어왔다.

천산빌딩의 꼭대기 층.

밀려있던 업무를 마친 나는 고민했다.

“흠··· 마지막 곡의 스케치가 영 안 나온단 말이지.”

전체적인 틀은 나왔다.

이번 앨범의 트랙은 총 6개로 구성하기로 했고, 앞의 5개 트랙은 작업까지 어느 정도 끝났다고 할 수 있었다.

00. Opening

첫 번째 트랙은 인트로로 쓸 오프닝 곡이다.

이 곡을 시작으로 탑에서 나온 화자의 모험 이야기가 시작된다.

01. 7 years and···

두번째 트랙은 앨범 속 화자가 커플을 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묘사하는 곡이다.

이후 LA맨과 맥 로스웰, 드래곤플라이가 아포칼립스에서 겪는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한국에 들어오기 전.

스케줄이 끝난 맥 로스웰과 만날 수 있었고, 만난 김에 녹음까지 완료했다.

LA맨은··· 최근에 또 한바탕 한 모양인지 아직까지 티격태격 대느라고 정신이 없는 상황이고,

드래곤플라이는 작업을 위해서 영국으로 넘어가야 했기 때문에 맨 마지막으로 미뤄두었다.

이제 남은 건 문제의 마지막 트랙인데.

06. Ending

화자 ‘나(I)’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곡으로, 이 곡을 마지막으로 아포칼립스에서의 여정은 끝이 난다.

그리고 내가 지금 고민하고 있는 건 엔딩곡의 방향성이다.

무림에서 현실로 넘어온 지 벌써 4년.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다.

나는 그간 틈틈이 엔딩에 들어갈 곡들을 만들어봤지만, 하나같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렇게 하드디스크에 쌓인 곡만 47개다.

나는 오늘도 작업하던 종이를 거칠게 구겼다.

“엔딩이라··· 내가 마지막으로 보여줄 수 있는 건 뭐지?”

검으로 이룬 경지는 심검.

독으로 이룬 경지는 심독.

그리고 음공으로 이룬 경지라 하면 심음.

나는 심음의 경지를 떠올렸다.

내 마음먹는 대로, 상대에게 내 음을 보여줄 수 있는 경지.

무림에서, 나는 심음을 달성했‘었’다.

과거형인 이유는 지금은 심음을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심음을 쓰기 위해서는 막대한 내공은 기본이요, 깊은 깨달음이 필요하다.

한번 무림에서 깨달음을 얻어봤으니, 내공만 쌓으면 자동으로 심음에 다시 올라가지 않느냐고?

심음은 그런 간편한 것이 아니다.

내 몸이 변했고, 내공의 성질도 달라졌고, 내가 펼치는 음공도 성격이 바뀌었다.

그러니 음공을 완성하고, 심음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깨달음이 필요하다.

“그 깨달음을 이번 곡에 담을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하지만 깨달음이라는 게 내가 원한다고 오는 녀석도 아니고.

그냥 평소처럼 정진하고 정진할 뿐이다.

다시 곡 작업을 시작하려던 나는 알람 소리에 시계를 보았다.

“뭐 한게 있다고 벌써 방송을 할 시간이지?”

나는 하던 걸 멈추고 주섬주섬 방송 준비를 시작했다.

회사에서는 전용 스튜디오를 만들라고도 했지만, 그건 내가 거절했다.

방송은 내가 사람들과 편하게 만나서 노는 시간인데, 스튜디오니 뭐니 거창하게 하고 싶지는 않다.

이것만큼은 초창기에 내 방구석에서 했던 것처럼, 편하고 자연스럽게 하고 싶다.

카메라와 마이크 세팅을 마친 나는 아무렇게나 자리 잡고 앉았다.

[BJ음공천마 스트리밍을 시작합니다.]

*

천마의 방송에는 최근 큰 변화가 있었다.

가장 먼저 보이는 건 달라진 구독자의 수.

얼마 전까지 7,000만이던 구독자는 이제 1억 명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99,999,748명.

딱 300명 정도만 더 늘면 1억 명 달성이다.

구독자가 급격하게 늘어난 데에는 크게 2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로는 천마가 페니 - DJ 커플을 도와줬다는 게 입소문을 타면서였다.

두 사람은 인터뷰에서 천마의 고민 상담이 관계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열심히 말하고 다녔고,

덕분의 일주일에 한 번 진행하는 [천마의 고민 상담소]를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다.

그렇게 유입된 사람들은 자연스레 다른 영상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천마는 ‘재미있는’ 영상을 ‘많이’ 찍는 것으로 유명하다.

강여름이 십만 교인 양병을 외치며 독창적인 자작 컨텐츠를 여럿 찍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취향껏 골라볼 수 있는 영상이 많은데, 이게 재미까지 있네?

유입된 사람이 그대로 눌러앉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아직은 라이트하지만, 천마 영상에 빠진 사람들이 언제 교인으로 전환될지 모르는 일이었다.

강여름의 십만 교인 양병설이 제대로 먹히는 순간이었다.

두 번째 이유는 최근 천마의 채널에서 배틀이 활성화되었기 때문이다.

그 발단은 진성 그룹이었다.

지난번 진성 그룹에서는 1,000 + 2,000 + 3,000 + 4,000만 원 해서 총 1억을 후원하며 천마를 광고 모델로 섭외했다.

물론 당시 진성의 후원에 대한 반응은 썩 좋지 않았다.

대부분 당시 했던 말이,

- 이야 재벌은 저런 돈지랄도 하는구나

- 방송에서 1억? 섭외비용으로?

- 보는 건 재밌지만··· 내 돈이면 절대 못 쓸 듯

이런 느낌이었다.

돈 쓰니까 재밌기는 한데 굳이 저 돈을?

1억은 과했다는 여론이 주류였다.

그러나 ‘헐 1억!’이 ‘겨우 1억?’으로 바뀌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진성 그룹에서 천마에게 1억을 쾌척한 효과를 제대로 누렸기 때문이다.

진성전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에이플을 상대로 점유율을 빼앗는 데 성공했으며,

진성 카드는 메가 콘서트 마케팅을 제대로 하며 해외 고객 유치에 성공했으며,

진성 문화예술재단에서는 천마타운 프로젝트에 한발 걸치면서 함께 한국 대중문화의 메카를 만들게 되었다.

천마에게 1억을 후원한 대가로,

진성은 조 단위가 넘는 이익을 얻었다.

이 정도 수익률이라면 가히 천마 코인이라고 불러도 무방한 수준.

사람들은 즉시 태세를 전환했다.

- 키야, 괜히 진성 오너가 아닌 듯. 안목 미쳤다

- 수익률이 최소 1,000,000%넼ㅋㅋㅋㅋ 코인도 이렇게는 안 오른다.

- 1억 투자해서 수조를 벌었다고? 진짜 천마 코인 개개개개떡상했다

그들은 이 상황을 재미있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쉬워했다.

- 근데 마지막 후원금이 4,000만 원이잖아. 그럼 이제 그거보다 더 쏴야 하는 거 아니냐?

- 이제 누가 후원해주냐 ㅠㅠ

하지만 아니었다.

사람들의 예측은 완전히 틀렸다.

이번 일을 계기로, 기업들이 천마를 보는 시선이 완전히 달라졌다.

방송 스트리밍 채널에서,

새로운 광고 플랫폼으로.

천마 방송의 후원 배틀은 단순히 후원금을 쏘는 게 아닌, 트렌디한 마케팅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마케팅 분야의 저명한 학자는 이 현상을 두고 분석까지 했다.

- 천마를 향한 기업들의 구애. 저는 이걸 ‘트로피 효과’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천마라는 트로피를 얻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 경쟁해야 하지만,

만약 여기서 승리한다면 상대를 이겼다는 상징성을 획득할 수 있다.

여기에 천마가 가져다주는 실질적인 효과까지 더한다면, 해당 필드에서 우승한 것과 다름이 없다는 것이다.

돈이 얼마가 들어가든.

천마에게 광고를 맡길 수 있다면 무조건 이득이 되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기업들은 이 새로운 마케팅 방식에 눈을 떴다.

다만 문제는 금액인데.

후원 금액이 금액인지라, 보통 윗윗윗선까지 결재를 받아야 했다.

천마 방송에서 쓸 후원 금액은 임원급에서 논의가 되었으며,

후원금과 후원 시기는 기밀의 기밀 속에서 진행되었다.

음악 산업 관계자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동종업계에 있는 만큼, 이들은 오히려 여타 기업보다 천마가 지닌 가치를 더욱 높게 평가했다.

- 이참에 천마에게 우리 애들 프로듀싱 맡겨보는 건 어떨까요?

- 천마는 지금 자기 앨범 만드느라고 바쁘다는데요

- 그러니까 그 앨범 나오면 몸값이 더 비싸질 거 아냐. 그 전에 번호표를 뽑아놔야지!

아예 어그로를 끌 목적으로 후원을 날리는 사람도 있었다.

- 방송에서 2억만 태우면 뉴스에 나올 수 있다고? 이거 개꿀이잖아?

진성 그룹의 후원 이후, 과연 언제야 4,000만 원이 넘는 후원을 볼 수 있을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그 기록은 얼마 못 가 깨져버렸다.

천마의 방송은 이제 군웅들의 각축장이 되어버렸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차선우는 방송이 개판으로 흘러가지 않기 위해 원칙을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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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좌다

바쁘니까 후원 의뢰 못 들어준다. 좀 작작해라.

의뢰에 실패해도 환불은 없다. 대신 그건 전액 기부할 거다.

다들 돈 많으니까 상관없지?

참고로 일부러 배틀 과열시키면 강퇴 + 블랙리스트 행임

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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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공지 이후 배틀이 확연히 줄어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한 달에 한 번씩은 월례행사처럼 일어났다.

그리고 오늘.

이 각축장에 넷플렉스가 입장했다.

“이제 슬슬 잠마동 2기를 할 때도 되었지.”

넷플렉스는 잠마동 1기를 유통하면서 쏠쏠하게 이득을 보았었다.

특히 탑걸즈가 일본 게임의 캐릭터로 등장하면서 인기를 끌어, 일본에서도 잠마동 예능이 흥행에 성공했다.

탑걸즈가 데뷔한지도 2년이 지났겠다.

이제 슬슬 새로운 잠마동의 쿨타임이 모두 찼다.

“지난번에는 걸그룹을 만들었으니, 이번에는 보이 그룹을 만들면 좋겠는데.”

그것도 다국적 글로벌 보이그룹으로.

넷플렉스 측에서는 본격적으로 논의를 시작했다.

“천마가 다국적 보이 그룹을 총괄한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 분명 관심을 끌 수 있을 겁니다.”

“천마는 지금 바쁜 거 아닌가요? 이번에는 천마가 직접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는데요. 아마 천마신교 내부 프로듀싱 팀이 참여할지도 몰라요.”

“그래도 새로운 잠마동의 IP를 확보하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될 겁니다. 천마신교에서 만드는 첫 보이그룹의 탄생기. 이거 분명 먹힙니다.”

“천마 채널 구독자 중에서는 여성 비율도 높으니 그쪽 수요만 끌어와도 성공이죠.”

면밀한 검토 끝에, 어찌 됐든 천마의 채널에서 후원을 하는 게 이득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결국 후원을 날렸다.

[넷플렉스 님이 50,00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 안녕하세요 천마 님. 혹시 잠마동 2기를 하실 생각 있으신가요? 저희가 투자하겠습니다.

시작가는 5만 달러였다.

*

천마의 방송에서 후원을 할 각을 보던 헌트 대표는 먼저 올라온 후원을 보았다.

“!?!?”

잠깐만.

이거 이러면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데.

헌트 회장은 경쟁자를 생각하지 않고 들어왔다.

갑자기 로페즈 회장이 방해를 하거나, 라이벌인 디즈니(Dizny)가 튀어나오지 않는 이상.

잠마동 관련해서는 단독 입찰을 할 줄 알았는데.

여기서 갑자기 넷플렉스라니?

“천마가 넷플렉스랑 손잡고 잠마동을 하면···?”

사람들의 관심이 저쪽으로 다 쏠리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당연히 홍보니, 뭐니 다 날아가는 거고.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비서실장이 말했다.

“이렇게 된 거, 다시 회의를 하고 다른 날짜를 잡아서 후원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하지만 헌트 회장은 단호하게 말했다.

“아니. 이대로 간다.”

그의 눈이 불타올랐다.

오히려 잘됐다.

여기에 넷플렉스까지 낀다고?

이런 판은 쉽게 벌어지지 않는다. 여기에서 이기기만 한다면 무조건 이득이다.

이렇게 된 이상.

넷플렉스도 이기고 홍보도 제대로 뽑아먹는다!

“판돈 올려. 우리도 따라붙는다!”

지금 헌트 회장은 하나님이 와도 못 말린다.

< 저 사람 지금 하나님도 못말려 (1) > 끝

ⓒ 연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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