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음공으로차트올킬-188화 (188/191)

< Track 06. 음공이 아니라, 음악 (1) >

강여름은 한숨을 쉬었다.

‘어휴··· 내 동생이지만 남 보여주기 부끄럽네 정말.’

동생 강한솔 덕분에 망신도 그런 망신이 없었다.

새된 익룡 같은 비명을 지르는 것도 모자라, 하필 천마 앞에서 까무러칠 건 또 뭐야.

괜히 이쪽이 공감성 수치를 제대로 느끼며 현타가 왔다.

‘여유 있고 침착한 모습만 보여줘도 모자랄 판에······.’

다행인 건 그럼에도 천마가 강한솔을 나쁘지 않게 봤다는 것이다.

순수해 보인다나 뭐라나.

동생과의 연애도 딱히 반대하는 눈치는 아니었고, 몇 년 전 팬사인회에서 강한솔을 만났던 걸 기억해내면서 분위기는 화기애애해졌다.

그렇게 정신없는 와중에도 동생을 케어해준 강여름은 사무실에 돌아와 시원한 물 한 잔을 들이켰다.

‘피곤하다 피곤해. 이대로 한 삼십 분만 자고 싶다.’

하지만 마냥 이대로 쉴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천마의 무대가 끝났으니 이제 반응을 모니터링 할 차례.

마침 옥수진이 팀원들과 함께 정리한 자료를 들고 들어왔다.

“여름 님. 이거 보셨어요? 이번 개막식 생중계 시청자만 4억 명이래요. 4억 명.”

“헐 대박! 4억 명이요???”

“이번에 3국 공동주최해서 이전보다 더 몰렸다더라고요.”

과연 세계인의 축제인가 싶다.

무려 4억 명이라니!

참 와닿지 않는 숫자다.

유명한 뮤지션의 뮤비 누적 조회수가 보통 4억쯤 되는데, 월드컵은 생중계로만 그 숫자를 찍었다.

“해외 반응도 장난 아니에요. 한번 볼래요?”

옥수진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태블릿을 넘겼다. 화면을 쭉 훑어 내려가는 강여름의 눈동자가 점점 커다래졌다.

영상이 FIFA 오피셜 채널에 올라오는 순간, 스트리밍 수가 24k에서 일순간 140K로 오르며 총 7배 증가했다.

그와 동시에 한,미,영,중,일 5개국에서 실검 1위를 장악한 건 덤이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구글 실검 1위를 달성,

야후 재팬 뉴스 메인과 일본 실트에서도 1위 달성,

중국에서는 웨이보 실검 2위와 엔터 실검 1위 달성,

6시간 만에 에이튠즈가 서비스되는 100개국에서 1위를 달성,

뉴튜브 인기 동영상 1위와 하이버 TV 1위까지.

전 세계가 천마에게 열광하고 있었다. 강여름은 얼떨떨해졌다.

“...이게 실화인가?”

물론 이번 무대를 직접 지켜본 강여름은 천마가 엄청났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수만 명의 관객을 열광시키고, 거대한 스타디움에서 존재감을 뽐냈다.

그런데 이게 수치로 환산된 것을 눈으로 확인하니···.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

“어쩌다 이런 일이 일어난 거지?”

한국도 아니고, 해외에서 이렇게 열광하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바로 해외 축덕들의 힘!

월드컵에 참여한 선수들이 천마의 노래를 SNS에 올리면서, 해외 축덕들이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특히 브라질의 유명한 축구선수의 트윗이 한몫했다.

브라질의 라커룸은 원래부터 활기차기로 유명하다.

경기 전후로 신나는 음악을 틀어놓고 선수들이 춤추는 영상들이 종종 올라오고는 한다.

이번 월드컵에도 어김없이 영상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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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ymarjr

(춤추는 영상)

SAMBA! (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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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음악이 천마의 ‘Beyond’네?

경기에서 승리한 후.

천마의 노래를 들으며 신나게 삼바 춤을 추는 브라질 선수들.

승리의 기쁨을 제대로 만끽하는 선수들의 표정이, 웅장한 음악과 찰떡같이 잘 어울렸다.

이건 월드컵에 쏠려있는 축구 팬들의 이목을 끌기 딱 좋았다.

이후 SNS를 타고 타고 들어온 사람들은 천마의 무대 영상까지 만날 수 있었다.

덕분에 천마에게 큰 관심이 없던, 그저 축구만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번 무대를 계기로 천마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 내가 들어본 월드컵 노래 중에서 이게 최고다(포르투갈어)

ㄴ ㅇㅈㅇㅈ 무조건 들어봐

- 처음에 천마라고 해서 뭔 듣보인가 했는데··· 나만 천마 몰랐어?(스페인어)

ㄴ ㅇㅇ 너만 몰랐음

ㄴ 천마를 이제 알다니. 인생 절반 손해봤네

- 천마 팬은 아닌데, 이번 노래는 인정이다. 무대를 찢었네(프랑스어)

ㄴ 진지하게 이번 개막식은 천마가 걍 씹어먹었다

- Im encouraging this! This song is hard!!! (추천박고 감. 노래 존나 좋아!!)

천마를 몰랐던 사람이 천마의 노래를 듣고 빠지는 건 종종 있던 일이다.

다만, 이번에는 스케일이 커졌을 뿐이다.

전 세계로.

미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모로코, 영국, 프랑스 등.

천마의 공연 영상 아래에서 전 세계인의 정모가 열리는 중이었다.

덕분에 천마 채널 구독자도 폭증했다.

“히에엑 하루 만에 40만 명이나 늘었어?”

그것도 기존에 강세를 보이던 아시아와 미국에서 유입된 게 아닌, 유럽을 비롯한 국가에서 골고루 상승했다.

자료를 모두 읽어본 강여름은 어질어질해졌다.

그러다 문득 궁금해졌다.

‘해외에서도 이렇게 난리인데··· 지금 한국은 어떨까?’

*

이번 2026 월드컵 개막전은 여러모로 한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은 단언컨대 천마였다.

사실 처음에 스코어 예측이 들어맞았을 때만 해도 이 정도로 뜨겁지 않았다.

현재의 영웅 대우에 비하면, 소소하게 보일 정도였다.

일반 사람들에게는 신기한 이벤트였고, 천마 팬들에게는 물질적 행복(?)을 줬기 때문이다.

왜 물질적 행복이냐고?

강한솔 같은 팬이 여럿 있었기 때문이다.

잠깐 며칠 전으로 돌아가 보자.

4 대 2로 한국이 승리한다는 천마의 말이 나왔을 때, 아무도 한국이 정말로 이길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유명 도박사들부터 심지어 한국 사람들까지.

도박 사이트의 배당률만 보더라도 미국의 승리가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그저 립서비스로만.

한국 방송에 나가서 대놓고 한국이 진다고 하기에는 그러니까, 아예 스코어 자체를 과장해서 말해버렸다는 게 정설이었다.

하지만 몇몇 천마의 찐팬들은 재미 삼아 천마의 예측 그대로 배팅을 했다.

- 으이! 우리가 천마 기 좀 살려주자!

- 한국 승, 스코어는 4 대 2. 십만 원 베팅 완료ㅋㅋㅋㅋㅋ

ㄴ ㅋㅋㅋ미친놈 이걸 ㄹㅇ로 거네

ㄴ 그 돈으로 나 치킨이나 좀 사줘라

- 단폴인데 배당 보소. 맞추기만 하면 대박인데

ㄴ 그게 맞겠냐ㅋㅋㅋㅋㅋ

그런데 그 일이 일어났습니다.

천마의 예측은 예언이 되어버렸고,

천마의 말을 믿고 배팅을 한 천마 팬들은 인증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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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게 붙네요

(인증)

재미 삼아 딱 이만 원 걸었는데 이번 달 월급 한 번 더 받았습니다

문어 같은 것보다 천마가 낫네요

다들 나믿천믿 하시고 광명 찾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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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 조오오오올라 부럽다

- 나믿천믿! 나믿천믿!

- 한국 승 맞춘 것도 놀라운데 스코어까지 맞췄다고?

- 토토계에 새로운 메타가 등장했다. 천마 메타 가즈아!!

- 그래서 배당이 얼마임?

ㄴ 100배 조금 넘는 듯

ㄴ 와···. 덕질이 정신적 행복만 주는 건 아니구나.

- 그런데 문어가 뭐야?

ㄴ 월드컵 때마다 부활하는 점쟁이 문어 있음ㅇㅇ

그렇게 천마 문어설(?)까지 퍼지는 와중에,

다들 천마를 언급하며 다음 경기의 스코어를 묻는 인터뷰가 쇄도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에 몰려오는 쓰나미에 비하면 스코어 예측은 약과였다.

본격적으로 천마 무대의 해외 반응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해외에서 천마의 무대를 보며 찬양하다시피 하고 있는데.

그게 또 사람들을 미치게 만들었다.

국뽕 뉴튜브에나 나올 법한 말을, 전 세계에서 진짜로 하고 있으니 한국은 거의 축제 분위기였다.

천마의 무대가 분위기를 최고조로 띄워 올리고, 천마의 예측대로 개막전 승리가 이뤄지는 순간.

오늘만큼은 10만 교인··· 아니, 오천만 교인이 되었다.

- 해축팬들 진짜 반응 좋은듯ㅋㅋㅋㅋ

- 천마도 난놈이긴 난놈이네. 4억 명이 보는 생중계에서 저렇게 여유로울 수 있지?

- 천마가 공연 시작하자마자 스타디움이 조용해지는데 소오름ㄷㄷㄷ

- 내가 남의 나라 월드컵 개막식 보면서 자랑스러워질 줄은 몰랐는데

ㄴ 펄-럭

- 4:2 진짜로 터졌을 때 ㄹㅇ너무 놀랐음. 이게 된다고? 약간 이런 느낌

ㄴ ㅋㅋㅋㅋ나도 딱 이 감정. 좋기도 한데 막 먹먹해지면서 뽕이 차오르는데 눈물이 찔끔

ㄴ ㄹㅇㅋㅋ 나는 한국에서 월드컵이 개최된 줄

ㄴ 경기 끝나고 대한민국 소리 울려 퍼질 때 살짝 지렸다

그렇게 성공적인 개막식이 끝났다.

시간이 흐르고 이제 천마보다 월드컵 경기에 관심을 가질 무렵.

천마를 잊지 않은 사람들은 한 가지를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월드컵 끝날 때쯤 천마가 앨범 발매한다고 하지 않았나?’

앞서 낸 리드 싱글 2개가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고, 그 후로도 시간이 지났으니 앨범이 나올 때가 됐다.

그들은 곧 다가올 천마의 앨범 소식을 기대했다.

‘요즘 폼이 미쳤던데 앨범은 당연히 더 좋겠지?’

‘페스티벌에서 컴백 무대 할 거란 썰도 돌던데.’

팬들은 도무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천마 소식에 설레했다.

하지만.

.

.

.

천마의 이름이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구는 와중.

누구보다 이 사실을 기뻐해야 할 옥수진과 강여름의 표정은 어두웠다.

“휴, 결국 마지막 트랙을 또 엎었네요.”

“이제 앨범 발매까지 정말 얼마 안 남았는데···.”

마지막 트랙이 끝까지 문제였다.

앨범 준비를 시작하고 천마가 만든 곡만 67개였고, 그중 녹음까지 끝낸 곡이 20개였다.

하지만 천마는 그 모든 곡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그저 쌓아만 두고 있었다.

그중에는 팀원들이 진짜 좋다고, 제발 내달라고 하는 곡도 있었다.

결국 긴 회의 끝에 마지막 트랙에 들어갈 곡을 정할 뻔···했지만, 바로 어제 마지막 트랙은 또다시 빈칸으로 돌아갔다.

옥수진은 걱정 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면 마지막 트랙을 빼고 이대로 앨범을 내야 하려나.’

하지만 그러면 너무 아쉬울 것 같았다.

이번 컴백을 위해서 가장 좋은 무대를 세팅해놨는데, 정작 천마가 불러야 할 마지막 트랙이 없어진다니.

옥수진은 최악의 상황을 고려하면서도 마음을 다잡았다.

‘일단 천마 님을 믿고 기다려보자.’

앨범의 발매까지 한 달을 남긴 때였다.

*

정규 앨범.

이번 정규 앨범은 프로듀싱 앨범으로,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는 가수들을 섭외해서 피처링을 맡겼다.

하지만 마지막 곡만큼은 내가 직접 부르기로 했다.

그런데 막상 마지막 곡을 만들려니 마음에 드는 곡이 없었다.

녹음까지 해서 세이브해둔 곡이 20개.

회의를 거쳐 그나마 괜찮다 싶은 곡을 고르는 데까지는 성공했‘었’다.

하지만 그런 느낌 있지 않은가.

“아니. 이건 아니야.”

녹음을 모두 끝내고, 이제 뮤비를 찍을 준비까지 끝낸 상태에서 불현듯 그런 느낌이 들었다.

이게 최선인 걸까?

정말 이것보다 나은 곡을 만들 수는 없는 걸까?

나는 이번 앨범에 모든 역량을 동원했다.

그렇기에 걸린 것도 많고, 주목하는 사람도 많으니까.

그래서 여기서 멈출 수는 없으니까.

나도 모르게 현실과 타협하고 있던 건 아닐까?

그 결과.

나는 결정했다.

“그래. 엎자.”

차라리 마지막에 어울리는 곡이 나오지 않는다면.

아예 마지막 트랙 없이 내버리자.

괜히 어정쩡한 앨범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함께 고생했던 직원들은 당연히 걱정했다.

하지만 내 결심은 바뀌지 않았다.

나는 잠시 작업실에 들어와 생각에 잠겼다.

어째서 마지막 곡을 완성하지 못하는지.

어쩌면···.

어쩌면 내 마음속에도 부담감이라는 게 자리 잡고 있었던 게 아닐까?

“...나도 모르게 곡을 쓰는 게 부담으로 다가왔나 보군.”

솔직히 이번 앨범에는 내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역량과 인맥, 능력을 총동원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그에 걸맞은 마지막 트랙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고민이 끝나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상태로는 뭘 해도 안 되겠군.”

그래서 모든 걸 내려놓고 원점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이럴 때는 마음이 가장 편안한 장소에서, 초심으로 돌아가서 생각하는 게 도움이 되는 법이다.

나는 모든 것을 시작했던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사람에게서 뜻밖의 힌트를 얻었다.

‘...살다 살다 이 녀석들이 도움이 되다니.’

세상 참 오래 살고 볼 일이다.

< Track 06. 음공이 아니라, 음악 (1) > 끝

ⓒ 연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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