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인류보호회사-26화 (26/194)

존경하는 스승님께.

교수님, 얼마 전 저희 나라에서 위험레벨 4의 이상사태가 발현하였습니다. 멸망주의자의 테러로 인해 오류 NPC가 넷 모였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인구가 적은 도시에서, 짧은 시간만 발현하였기에 심각한 피해는 없었지만, 저는 두렵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현실이 맞을까요? 고등한 시뮬레이션이 아닐까요?

우리는, 실제로 존재하는 걸까요? 시뮬레이션의 일부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요?

애초에, 우주의 법칙에 어긋나는 이상異常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 세상이 거짓되었다는 증거는 아닐까요?

이상異常의 존재를 알게 된 이후로, NPC로 인해 오류가 범람한 도시를 본 이후로, 저는 두려움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우리의 존재가 거짓이라면, 우리가 살아가고 지켜온 세상이 고작 시뮬레이션이라면.

교수님.

교수님께서는 우리 세상이 액자 안의 창작물일 가능성을 연구하는 메타문학연구학회에서 오랫동안 근무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부디 제게 진실을 알려주십시오.

내가, 우리가, 세상이 진실로 존재하는지. 우리의 삶에 가치가 있는지.

과거의 제자가 오직 진실만을 원하며 올림.

***

옛 제자에게.

그런 일이 있었군요. 사망자에게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본론으로 넘어가자면, 존재의 실존과 인간의 존엄에 대한 의문은 누구나 가지는 법입니다. 특히 이상異常을 대하는 회사원은 더욱 그렇죠.

우리 세상이 시뮬레이션은 아닐까? 누군가 쓴 소설의 일부는 아닐까? 인간에게 자유의지는 없는 것이 아닐까? 인간은 유기물질로 이루어져 전기신호로 움직이는 생체로봇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여러 연구소와 부서에서 열심히 연구하는 주제지요. 그리고 어느 정도 결실을 맺은 주제기도 하고요.

만약 당신이 진짜 진실을 원한다면, 초대하겠습니다. 제4의 벽, 액자 너머의 세상을 탐구하는 부서로.

초대를 원한다면 괜찮은 날짜를 정해 답장을 보내주세요.

P.S. 이왕이면 빨리 오는 편이 좋을 겁니다. 우리의 오랜 연구가 결실을 보는 날이 얼마 안 남았거든요.

당신의 옛 스승이.

***

교수님께.

부서…. 이름 없는 부서가 진실로 존재했군요. 회사에 흔한 괴담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부서가 진실로 존재한다면, 제가 원하는 답도 그곳에 있겠군요.

좋습니다! 가겠습니다! 시간은 언제든 좋습니다! 당장도 좋습니다!

최대한 빠른 답장 부탁드립니다.

옛날 제자가.

***

초대는 거칠었다.

“정신 차리십시오. 도착했습니다.”

거칠게 흔들리는 몸.

박사는 몽롱한 정신으로 눈을 몇 번 깜빡이며 기억을 떠올렸다.

‘초대를 받고….’

검은 정장을 입은, 소속을 알 수 없는 요원이 나타나, 눈을 가리고, 옷을 갈아입히고, 수면제까지 먹으라고 강압적으로 말했었다. 위치가 기밀이라면서.

항의해볼까, 생각만 하다가, 진실을 아는 것이 우선이라 마지못해 수면제를 삼켰고.

‘기억났다. 그러면 여기가 부서인가?’

박사가 천천히 주변을 둘러봤다.

어떤 건물의 복도다. 새하얀 복도. 주변에는 그를 연행하다시피 끌고 온 요원 둘이 좌우에서 그를 부축하고 있다.

“일어났습니다.”

박사가 힘을 주어 요원의 팔을 뿌리쳤다. 감정이 실렸다. 강압적인 태도는 불쾌했고, 불쾌한 기억은 쉽게 잊기 힘들다. 원하는 것이 없었다면 아주….

강하게 밀려난 요원이 말없이 물러섰다.

그때 할머니의 목소리가 부드럽게 들려왔다.

“기분이 많이 상했나 봅니다. 하지만 이해해주세요. 이곳은 그만큼 중요한 시설이라서요.”

“아, 교수님.”

하얀 복도의 끝에서, 곱게 늙은, 정정한 할머니가 천천히 걸어왔다. 과거 강의를 들었던 교수, 지금은 그가 원하는 답을 쥔 사람.

교수가 선한 미소를 지으며 박사를 반겼다.

“오랜만입니다. 박사가 되어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고요?”

“회사에 들어간 지는 꽤 되었습니다. 그보다 교수님. 이곳에 제가 원하는-”

박사가 성큼 걸음을 내딛다가, 아직 남은 수면제 기운에 휘청인다. 요원이 빠르게 다가와 팔을 붙잡으려고 했지만, 박사는 손을 휘둘러 요원의 팔을 쳐냈다.

교수가 난처한 미소를 지었다.

“많이 급했나 봐요.”

“급하죠. 급할 수밖에요. 이 세상이, 내가 헛것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얼마나 사람을 좀먹는지 아십니까!”

온갖 감정이 뒤섞인 목소리가 복도를 가득 채운다. 박사는 비틀거리면서도, 기어코 두 발로 걸어 교수 앞까지 왔다. 그가 교수를 내려보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래서 이렇게 왔습니다! 저 요원인지 뭔지의 무례한 태도까지 참으면서요! 어서 빨리 답을-”

“진정하세요. 부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지 않나요? 배경지식부터 배워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요?”

교수는 성질 급한 학생을 대하듯, 박사를 다독였다. 침착하고 평온한 태도.

박사는 숨을 몰아쉬다가, 푹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제가 과했습니다. 제가, 제가, 요즘 살아도 사는 것 같지가 않아서.”

“이해합니다. 이 분야가 다 그래요. 자살률이 특히 높은 주제 중 하나이기도 하고요. 그래도 잘 버텼어요.”

“…아닙니다.”

교수의 위로가 닿았을까, 교수를 따라 박사의 호흡이 고르게 가라앉았다.

교수는 박사가 진정하기를 기다렸다가, 등을 돌려 복도 너머로 걷기 시작했다.

“잠깐 걸을까요? 목적지까지 가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리니, 짧게 강의하겠습니다.”

박사는 재빨리 교수를 따라 걸었다. 느릿한 교수의 걸음을 답답해하면서.

***

새하얀 복도를 교수와 박사가 걷는다.

둘을 뒤쫓는 요원이 있었지만, 그들은 발소리조차 내지 않고 그림자처럼 있었기에, 오직 두 명의 대화만이 고즈넉하게 이어진다.

“액자식 구성. 소설 속의 소설. 극중극. 제4의 벽. 스크린 너머로 말을 거는 영화인물. 메타적 연출. 익숙하죠?”

“…압니다. 그런데 갑자기 닌자가. 그 이상개체가 비슷하지 않습니까. 문장에 불과한 등장인물이, 우리에게 말하기도 하고, 다른 책이나 그림으로 이동하기도 하고요.”

“그럼 이해하기 쉽겠네요.”

교수는 느릿한 걸음만큼이나 느린 어조로 강의를 계속했다.

“우리 부서가 연구하는 게 그것이었습니다. 우리 세상의 창작물인데 우리의 현실과 상호작용하는 이상異常에서 착안점을 얻었죠.”

교수가 잠깐 걸음을 멈추고 숨을 골랐다. 정정해 보인다지만 호흡이 부족하다.

박사는 애가 타, 발을 동동 구르며 교수의 좌우를 서성였다.

“그건 저도 압니다. 우리 세계가 액자 안의 세계일 가능성을 연구하는, 메타문학연구학회에서 근무하셨다면서요. 아는 이야기는 말고, 본론을-”

교수는 푸근하게 웃었다.

“여기는 부서입니다. 메타문학연구학회가 아니죠. 당연히 다른 걸 연구하겠죠?”

“그건, 예.”

기초적인 실수. 박사가 얼굴을 붉혔다. 아무리 급하다지만, 이런 실수를.

교수가 다시 걷기 시작한다. 박사는 얼른 따라붙었다.

“저희는, 액자 밖의 세상으로 나아가는 방법을 연구했습니다. 액자 밖의 세상과 상호작용하는 방법을요.”

“….”

이번에는 박사가 걸음을 멈췄다. 교수는 몇 걸음을 더 걷다가, 박사의 발걸음 소리가 따라오지 않자,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박사가 있었다.

창백하게 질린 얼굴. 눈썹이 쉴 새 없이 떨린다. 한순간에, 온몸의 수분을 쏟아내듯 식은땀을 전신으로 흘리면서.

박사가, 입을 열었다. 말이 되지 못하는 신음만 흘리다가, 간신히, 돌처럼 굳어버린 혀를 움직여 말을 한다.

“그. 건. 그건. 우리가 액자 속의, 인물이라는…?”

“그렇게 충격받지 말아요.”

“어떻게. 어떻게. 그러면. 그러면.”

말을 잇지 못한다. 풀린 동공이 허공 어딘가를 보았고, 술에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다가 벽을 짚고 몸을 숙인다.

교수가 천천히 다가와, 박사의 등을 토닥였다.

“생각하고 걱정하는 바는 알겠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실존하고, 우리의 세상도 실재하죠.”

“거짓말하지 마십쇼!”

박사가 돌연 몸을 곧추세우며, 비명을 질렀다. 한순간에 지쳐버린 그가 교수의 멱살을 잡는다.

두 요원이 민첩하게 다가오나, 교수는 한 손바닥을 내밀어 그들을 말렸다. 교수가 박사와 눈을 마주했다.

“우리 세상이 액자 속에 존재한다고, 우리의 가치가, 우리의 존재가 의미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습니까! 내 인생이 누군가 쓴 글줄에 불과하다면! 거기에 도대체 무슨 의미가-”

“우주를 떠올려보세요.”

뜬금없는 말.

교수는 하늘이 보인다는 듯 천장을 올려보았다. 그녀는 어딘가 꿈을 꾸는 듯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지구를 벗어나, 달에 발자국을 찍고, 화성에 기지를 세우고, 태양계 바깥까지 탐사선을 보내죠.”

“그게 지금 무슨 상관이란 말입니까.”

“액자니, 메타니 하는 것도 같습니다.”

박사가 슬그머니 멱살을 놓는다. 교수는 천장을 올려보다가, 다시 박사를 마주했다.

“지구에서만 살다가 우주로 나가듯, 액자 속에서만 살다가 액자 바깥으로 진출하는 겁니다.”

“액자 바깥으로…?”

“우리의 기술이 그만큼 발전했을 뿐이죠. 메타적 차원에서, 바깥으로 나갈 만큼. 더 쉽게 설명해줄까요?”

박사는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갑자기 닌자가. 그런 이상異常처럼 액자 바깥의 세상과 상호작용하는 겁니다. 이래도 당신의 삶에 의미가 없을까요?”

액자 바깥의 세상과 상호작용할 수 있다면, 단순한 소설 속 인물이라고 할 수 있을까? 누군가가 손길로 자아낸 등장인물뿐이라고 할 수 있을까?

박사가 흔들리는 눈으로 교수를 보며, 희미한 희망을 품은 목소리로 질문했다.

“그게 가능합니까?”

“그럼요. 마침 거의 다 왔습니다.”

교수가 복도 끝을 가리켰다. 교수의 손끝을 따라, 박사도 복도의 끝을 보았다.

“벽이지 않습니까?”

“제4의 벽도 벽이지요.”

교수가 박사의 손을 잡아, 벽으로 이끈다. 교수가 말했다.

“우리는 잠깐, 액자 바깥으로 나갈 겁니다.”

“바깥으로.”

“목적지로 가려면 바깥을 경유해야 하거든요. 가죠.”

***

“도착했습니다.”

“벌써 말입니까?”

박사가 어리둥절한 눈으로 교수를 보았다. 기억에 남지 않았다.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그냥, 눈을 뜨니까 공간이 바뀌었을 뿐이다.

교수는 안타깝다는 듯 탄식했다.

“적성이 없군요…. 바깥 세상과 상호작용할 적성이 없어요….”

“장난, 치시는 것 아닙니까? 공간이동 같은 걸로.”

박사가 못 믿겠다며, 교수를 불신했다.

교수는 더 이상 박사와 눈을 마주하지 않았다. 박사의 뒤에 있는 무언가를 보면서, 설명할 뿐.

“우리 세상이 소설이라면, 방금 저희가 이동하는 과정은 쓰이지 않았을 겁니다. 소설 바깥으로 나갔었으니까요.”

“그게 무슨. 증명. 증명해주십시오. 저는 아직 믿을 수가 없습니다.”

박사가 우왕좌왕한다. 바깥 세상과 상호작용할 수 없다면, 그의 인생은. 이런 현실은 받아들일 수 없다.

교수가 박사를 지나치며, 사실을 나열하듯 객관적으로 말했다.

“안타깝게도, 박사는 액자 속 세상에서만 살아야겠습니다. 바깥으로 나갈 수 없어요.”

“거짓말. 거짓말하지 마십시오! 회사의 기술이 이 정도밖에 안 될 리가-”

지나친 교수를 쫓아 몸을 돌린 박사가 말을 멈췄다.

그곳에는 거대한 기계인형이 있었다. 작은 집만 한 상반신뿐인 기계인형.

타닥- 타닥-

트럭 크기의 키보드를 두들기는 기계인형.

“저건, 뭡니까? 여긴 어디고요?”

기계인형의 앞까지 나아간 교수가, 그 중심에서 뒤돌았다. 거대한 키보드와 기계인형을 등진 교수가 말했다.

“여기는 액자입니다. 바깥 세상과 안쪽 세상의 교차점이죠. 그리고 이것은.”

감개무량한 목소리가 타자 치는 소리와 섞인다.

“멸종방어장치 중 하나. 바깥 세상과 상호작용하기 위해 만들어낸 메타적 서술 기계. 우리는 ‘작가’라고 불렀죠.”

교수의 눈에, 목소리에 열기가 머물렀다. 박사는 넋을 잃고 보고, 들었다.

“설령 우리 세상이 진짜 소설이면 어떻습니까? 펜대를 쥔 건 우린데. 키보드를 치는 것이 우리라면, 우리의 삶도 충분히 의미 있지 않겠습니까?”

박사는 압도되어, ‘작가’의 손가락이 키보드는 연달아 치는 광경을 보았다.

그러다가 문득 치솟는 생각.

‘저것이 우리 세상을 액자 속 세상으로 만드는 것이다. 저것이 내 인생을 마음대로 적는 것이다. 저 작가만 파괴하면, 나도 액자 속 등장인물이 아니게 된다.’

퍽-!

눈의 핏줄이 터져나가며 눈동자가 붉게 물든다. 박사는 붉게 물든 시야로 기계인형을 노려보다가,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교수는 담담하게 박사를 보다가, 옆으로 비켜섰다. 박사는 방해 없이 키보드까지 도달해, 주먹을 휘둘렀고.

“…아?”

주먹은 허무하게 키보드를 관통했다. 꼭 홀로그램을 때린 것처럼.

교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말했지 않습니까, 박사. 당신은 바깥 세상과 상호작용할 적성이 없다고. 당연히 작가와 상호작용할 수도 없죠.”

박사는 주먹을 거둬들인 후, 그 주먹을 멍하니 보았다. 교수의 평온한 목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메타적으로 말하면, 엑스트라라고 말해도 되겠군요.”

전신에 힘이 풀린다. 박사가 주저앉았다. 키보드를 치는 소리가 끝도 없이 메아리쳤다. 시야가 깜깜해진다.

***

까무룩 정신을 잃은 박사가 키보드 앞에 쓰러져 있다. 영혼이 빠져나간 듯, 초췌한 얼굴. 핏줄이 터진 눈가에서 핏방울이 흘러내린다.

“….”

교수는 박사를 내려보았다. 박사의 얼굴 위로, 언젠가의 동료들이 겹쳐서 보였다.

메타문학연구학회의 말로는 좋지 않았다.

그들의 연구는, 끝내 그들의 세상이 액자 안의 세상임을 증명하고야 말았다.

그날, 천둥번개가 치던 날. 지혜의 번개가 사람의 영혼을 내리치던 날.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정말 많은 사람이 떠났죠….”

교수가 눈을 감았다.

감당하기 힘든 진실 앞에서 적지 않은 동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많은 동료는 기억소거제를 마셔 현실에서 도피했고, 오직 한 줌, 한 줌 남은 사람만이 이를 악물고 한 걸음 더 나아가기로 했다.

“우리 세상이 글에 불과하다면, 우리가 펜을 쥐자…. 그림이라면 붓을 쥐고, 영화라면 시나라오를 쓰자….”

액자 안의 이야기를, 액자 안의 사람이 써내리자. 우리가 바깥으로 나가, 우리의 운명을 우리 손으로 자아내자.

그래서 그들은 그렇게 했다.

부서의 이름을 삭제해 이름 없는 부서가 되었고, ‘작가’를 만들어 상호작용에 성공했다.

콜록- 콜록-

교수가 입을 가리고 기침한다. 한참 동안 기침하던 교수는 붉게 물든 입가를 닦아낸 후, 간절한 감정을 담아 박사에게 말했다.

“박사, 이겨내세요. 내 후임은 당신밖에 없습니다. 엑스트라라도 괜찮아요. 본디 살아 움직이는 인물만큼 강한 힘이 없습니다. 그러니, 이겨내서 살아 움직이세요. 나는 이제 남은 시간이 없습니다.”

그들의 연구는 꽃을 피워, 마침내 중요한 결실을 맺는 날이 왔지만, 그 아름다운 광경을 볼 사람은 이제 남지 않았다.

이름 없는 부서의 많은 사람이 떠났다. 누군가는 수명이 다했고, 누군가는 무너져내렸고, 누군가는, 누군가는.

이제 남은 연구자는 자신뿐.

타닥- 타닥- 타닥-

기계인형이 키보드를 친다.

교수가 고개를 들어, 기계인형을 올려보았다. 그녀의 입가에 흐릿한 미소가 걸린다.

“아, 시작됐군요.”

액자 바깥의 세상에서 지속가능한 동력을 얻기 위한 시퀀스가 진행된다.

[지속적 메타 관측자 965명 확보]

[메타 동력 후원자 : 비공개, 탈모치료제삭발, 나니시, onlyjamie.]

[플러스 전환 진행 중]

[연재주기 및 시간 : 토일월화수 00시 05분]

‘작가’가 써내려가는 글귀를 보며, 교수가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았다. 그녀는 기도하듯, 염원했다.

‘부디, 액자 바깥의 존재들이 우리 세상의 이야기를 좋아하길.’

그리하여, 우리가 우리의 이야기를 오래도록 써내려갈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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