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인류보호회사 (70)화 (70/194)

문 앞의 남자

화장실 문에는 남자가, 현관문에는 경찰이 있다. 다른 경찰은 보이지 않는다.

이연우의 머리가 빠르게 움직였다. 제자리에서 빙글 돌며 원룸 내부를 쭉 둘러보기도 하고, 계단을 올라 복층을 확인하기도 하고, 창가로 다가가 주변 거리를 살펴보기도 했다.

하지만 사라진 남자 하나는 집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

이연우는 총을 고쳐 잡으며 생각에 잠겼다. 은은한 피 냄새가 풍겨오는 원룸. 집 안에 없다면….

“알 게 뭐야.”

알 수 없는 이상개체의 위치는 중요치 않다. 문도 몇 개 없이 밀폐된 집 안에 있느니 탈출하는 편이 낫다. 마침 창문은 비어있지 않나.

이연우는 곧장 창가의 완강기로 갔다.

나태의 악마와 싸운 후 대강 설치해둔 완강기. 따로 설치할 필요가 없다. 벨트를 가슴에 고정한 후, 이연우는 창문을 활짝 열어 로프를 바깥으로 던졌다.

로프가 주르륵 떨어졌다.

7층. 아찔한 높이. 작게 보이는 사람과 거리.

심호흡을 몇 번 반복한 이연우가 지지대를 힘주어 확인한 뒤, 창밖으로 몸을 던졌다. 지지대와 속도조절기가 체중을 지탱하고, 두 손으로 창문과 벽을 밀어가며 하강한다.

7층, 6층, 5층, …1층.

무사히 도로에 내려온 이연우는 벨트부터 풀어 던진 후, 건너편 편의점에 가, 플라스틱 의자에 앉았다.

‘회사에서 올 때까지 길에서 버티자.’

이연우가 다리를 달달 떨며, 주변 사람의 이상한 시선을 무시했다.

이연우가 완강기를 타고 내려가는 동안.

띵-!

원룸 건물의 엘리베이터가 7층에 도착해, 이연우의 이웃이 내렸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흥얼거리며 걸음을 옮기던 이웃이 문득 걸음을 멈췄다.

옆집의 문 앞에 서 있는 경찰. 피를 흘리며 문에 이마를 기대고 있다.

이웃은 한쪽 이어폰을 귀에서 빼고는, 살그머니 걸음을 내디뎠다.

“저기요? 괜찮으세요? 피 흘리고 계신데?”

“….”

“저기요? 저기요?”

질문을 반복할 때마다 가까워지는 거리. 비릿한 피 냄새가 마스크를 뚫고 들어온다.

이웃은 침을 꿀꺽 삼켰다. 자세를 낮추고는 손을 내밀어 경찰을 툭 치는 순간.

덥썩-!

갑자기 경찰이 손을 뻗어 손목을 콱 잡았다.

“어어!”

“….”

프레스기처럼 억센 손아귀. 경찰은 그대로 문을 열고, 이웃을 집 안으로 밀어 넣었다. 이웃은 중심을 잃고 현관 너머로 넘어졌다.

우당탕-!

“아악! 지금 뭘-”

운동화와 슬리퍼 사이로 널브러진 이웃의 입이 다물렸다.

현관 안에 서 있는 경찰을 올려본다. 이마를 기댄 자세로, 조금 숙인 머리로 이웃을 내려보는 눈. 생선 눈알처럼 죽은 눈동자.

저벅-

문밖의 경찰이 한 걸음 걸어오며, 두 경찰의 숙인 머리가 이웃의 시야를 채웠다.

“저, 저한테 왜 이러세요. 예?”

울음기가 섞인 목소리. 이웃은 허겁지겁 손을 뻗어 신발과 현관 바닥을 짚고 상체를 일으켰지만 늦었다.

경찰이 문손잡이를 잡았다.

쾅!

문이 닫혔다.

***

“예, 반장님. 지금 밖으로 나왔습니다. 지원은 언제 옵니까?”

- 어. 연락 돌렸고, 공간격리 장비 챙겨서 출발한단다. 20분이면 도착할 거다.

“20분….”

어디 있는지 모를 전문부대가 출동하고 도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니지만, 이상현상에 휘말린 당사자 입장에서는 기나긴 시간.

이연우가 뭐라 말하려고 입을 열 때였다. 이연우의 입이 다시 닫혔다.

“….”

편의점 건너편의 원룸 건물. 유리문 앞에 서 있는 남자.

‘내려왔어.’

서늘한 감각이 목덜미를 스친다. 이연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았다. 앞과 좌우를 확인하고, 뒤로 도는 순간.

“윽!”

그의 뒤에 바짝 붙어 있는 이웃 사람이 시야를 가득 채우고, 이웃 너머로는 편의점의 양쪽 문에 기대 있는 경찰이 보였다.

쿵!

소스라치게 놀라며 뒷걸음질을 치다가, 편의점 테이블을 강하게 쳤다. 드르륵, 테이블이 확 밀렸다. 테이블에 올려진 쓰레기들이 흔들렸다.

“누구, 아.”

이연우는 쿵쾅거리는 심장을 억누르며 이웃 사람을 자세히 보다가, 이웃도 이상異常에 당했음을 깨달았다.

‘무기질적인 눈동자, 살짝 숙인 고개. 그리고 이 느낌. 저 이상개체에 당했어. 그런데, 왜 문 앞에 있지 않고?’

하지만 하나하나 분석할 시간이 없다. 상황은 이연우를, 회사의 지원을 기다리지 않았다.

해가 하늘 가운데를 향해 나아가는 점심시간. 길거리를 지나는 사람들.

이연우의 동공이 바짝 수축했다.

“점심? 대충 도시락으로 때우게. 잠깐, 지나가겠습니다.”

“강아지 밥만 주고 내려올게.”

“같이 가! 나도 강아지 볼래.”

화상통화에 집중하며 편의점으로 들어가는 사람과, 친구와 대화하며 원룸 건물로 들어가는 대학생 둘. 그들이 활짝 연 문을 향해 나아가는 이상개체.

차마 말릴 시간도 없이 문이 닫혔다. 이상개체의 증식이 이뤄진다.

동시에 이연우 앞의 이웃이 불쑥 손을 뻗었다. 머리채를 잡기 위해 쫙 펴진 손가락.

“이!”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이연우는 비명 같은 신음을 뱉으며, 에코백을 수직으로 올려 쳤다. 팔만이 아니라 손목까지 꺾은 스윙. 무겁고 단단한 에코백이 이웃의 턱을 후려쳤다.

뻐억-!

제대로 들어갔다. 이웃이 뒤로 나자빠졌다. 이연우는 서둘러 길가로 도망친 뒤, 에코백을 마구잡이로 뒤졌다.

‘지금 쓸 만한 건….’

총이 안 통한다. 물리적인 제거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면 차라리.

쓰윽-

붉은 노끈이 에코백에서 나왔다. 이연우는 노끈을 풀어 양손에 나눠 쥐었다. 단단하게 힘이 들어간 손.

‘구속해두자.’

문이 열리든 말든, 움직이지 못한다면 문은 못 넘어갈 것 아닌가.

이연우가 눈을 빛내며, 바닥에 가만히 누워있는 이웃을 향해 다가갔다. 몇 걸음을 사이에 두고, 이연우는 작게 중얼거렸다.

“네가 뭐 하는 이상개체인지는 모르겠는데. 얌전히 있자. 지금 저항하면, 다음은 전기톱이야. 다리고 팔이고, 어떻게 할지 알지? 이것도 저항하면 더 심한 방법 쓸 거고.”

“….”

이상개체는 미동도 없다. 쓰러진 몸으로, 이마를 조금 숙인 자세로 침묵할 뿐.

‘움직일지도 몰라.’

이연우는 긴장한 채 이상개체의 발목부터 묶고, 손목을 묶고, 그 끝은 개 목줄처럼 전신주에 팽팽하게 고정했다.

다행히 저항도, 미동도 없기에 그 후로는 같은 작업의 반복이었다. 문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을 모조리 묶는다.

처음 본 남자와 두 경찰과 이웃과 편의점 안의 사람들, 대학생 둘까지 전부.

“됐다.”

마지막 매듭을 꽉 묶은 이연우는 거리를 둘러보았다.

관절은 물론이고, 가로수나 전신주, 가로등 따위에 단단하게 속박된 이상개체들.

그리고, 멀찌감치 떨어져 이연우를 경계하는 사람들. 누구는 아닌 척 카메라로 찍고 있고, 누구는 경찰에 신고하고 있다.

“뭐 하는 거래요? 촬영?”

“모르겠네요. 혹시 모르니까 경찰부터 부르죠.”

“촬영 맞지 않아요? 저 사람들 얌전히 있잖아요.”

이연우는 고민하다가 총을 꺼냈다.

‘묶긴 했는데, 확실하지는 않으니까.’

여기서 더 증식하는 일은 막아야 한다. 직접 움직여 공격하기까지 했는데, 그 숫자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기라도 하면….

‘주사위밖에 답이 없지.’

위험한 도박은 안 하는 편이 낫다.

탕!

총성이 울렸다. 구경하던 사람들이 감탄하다가, 다시 한번 총성이 울리고 가로등이 깨져나가고서야 비명을 지르며 도망갔다.

순식간에 한적해진 거리.

이연우가 편의점 의자에 앉아, 핸드폰을 찾았다. 반장이 말한 20분이 지나가는 시점.

“지원은 언제 오나.”

그때였다.

콰아아-, 공기를 찢는 소리가 하늘에서 울려 퍼진다. 이연우는 고개를 들었다.

큼직한 수송기가 낮게 날아오고 있다. 네모난 무언가를 떨어뜨렸다. 그림자를 드리우며, 점점 가까이 떨어지는 무언가.

“아니, 뭔-!”

경고도 없이 뭘 떨어뜨리는 게 말이나 되나?

이연우는 허겁지겁 달려 건물 벽에 바짝 붙었다. 그는 검은 컨테이너가 도로 중앙에 떨어지는 광경을 온몸으로 느꼈다.

쾅-!

아스팔트 도로를 박살 내며 떨어진 컨테이너. 그 충격파가 온몸을 때렸다. 웅웅거리는 귀, 내장을 울리는 진동. 튀어나온 파편이 볼을 긁고 스친다.

벌컥-!

흙먼지를 밀어내며 컨테이너 문이 열리고, 검은 전투 슈트를 입은 전투원이 우르르 달려 나왔다. 그중 선두에 선 소대장이 외쳤다.

“움직여! 상대는 확인되지 않은 이상개체….”

기세 좋게 외치던 소대장이 말을 잃었다. 뜀박질도 멈춘 전투원들은 멍하니 주변을 둘러봤다.

노끈에 묶인 사람들.

이연우가 안도하며 그들에게 다가갔다. 전투원들은 본능적으로 이연우를 향해 무기를 겨눴다. 신기하게 생긴 총.

이연우가 손을 들고 말했다.

“조사원 이연우입니다. 제가 신고했고요. 일단 끈으로 묶었는데, 잘 처리해주십시오.”

“아. 이미 대응을….”

“저것들 공간 이동하던데, 제대로 구속한 건 아닙니다.”

잠깐 침묵하던 소대장이 손짓했다.

“컨테이너에 집어넣어.”

“예!”

전투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이상개체들을 컨테이너에 마구잡이로 던져넣는다. 사람이 아니라 물건을 다루는 손놀림.

검은 헬멧을 쓴 소대장은 컨테이너 옆에 서서 전투원들을 보다가, 이상개체가 모조리 적재된 후, 이연우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고생하셨습니다. 덕분에 작전이 수월하게 진행되었습니다.”

“제대로 처리된 거 맞습니까?”

단순하게 컨테이너에 실었을 뿐 같은데? 이연우가 제자리를 서성이며 묻자, 소대장은 담담하게 답했다.

“공간을 격리하는 컨테이너라, 저 안에서는 못 빠져나갑니다.”

이연우가 안도하며, 손을 늘어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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