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흙수저 선원으로 살아남기-67화 (67/420)

<67화> 의심생암귀(疑心生暗鬼)

- 웨던 섬 입항 하루 전 아침, 이클로나 선장실 -

오늘따라 잡담 하나 오가지 않는 것을 보니 다들 소식은 들은 모양이었다.

선장인 테일러를 위시하여 일등 항해사 알리샤, 이등 항해사 볼라트, 포병대장 미넬, 해병대장 포아체, 조리장 콘테까지, 다들 표정이 굳어있었다.

답답한 침묵에 질식하는 것은 아닐까 싶을 때쯤, 굳은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있던 테일러 선장의 입이 열렸다.

“모두 모였나?”

“네, 공석인 갑판장, 회계사 외에 선의만 불참을 알려왔습니다.”

의례적인 테일러의 질문에 일등 항해사 알리샤가 대표로 보고했다.

선의인 닥터 롱베르는 아직 상태가 불안한 환자들 때문에 자리를 비우기 어려웠고, 임시 갑판장인 리안은 직위 해제 상태로 지금 소집된 회의의 주 안건이었으니 다 모인 것이 맞았다.

“하긴, 선의가 지금 자리를 비우기는 어렵겠군. 그냥 진행하지.”

“네, 선장님.”

“다들 들었겠지만, 지난밤에 불미스러운 사태가 있었다. 살인미수가 두 건이라니, 솔직히 당황스러워.”

“저, 선장님 그건,”

“그만. 의견을 개진할 시간은 따로 주겠네, 해병대장.”

“네, 선장님. 죄송합니다.”

주의를 환기시키려는 듯 모인 사람들과 하나씩 눈을 맞춘 테일러가 말을 이었다.

“원래대로라면 범인들에게 벌을 내리고 관리 책임자인 갑판장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일이지만... 후, 그 갑판장이 범인 중 한 명이군. 심지어 갑판장이 폭행한 자는 지금 생명을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하지만 선장님, 사건 정황을 알아본 결과 갑판장이 분노할만 했습니다. 물론 그의 죄가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갑판장이 아직 혈기를 다스리기 힘든 나이...”

“해병대장!”

테일러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포아체가 리안의 편에서 의견을 개진했지만 말을 맺지도 못하고 테일러에게 제지당했다.

“갑판장의 나이가 무슨 상관인가? 나이에 상관없이 갑판장직을 수행할 수 있다고 여겨져서 임명된 것이니 나이는 그의 면죄부가 될 수 없음이야.”

테일러가 예상했던 것보다 강경한 태도를 보이자, 알리샤는 테일러를 사관학교 선배로서, 군 선임자로서, 선장으로서 꽤 오래 모셨음에도 여전히 그 생각을 읽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분명히 어제 밤에 리안이 ‘해임’이라고 말하기는 했지만, 회의가 소집되기 전까지만 해도 ‘직무 정지’ 정도로 이해하고 있었다.

살인미수 혹은 살인... 큰 죄이기는 하지만 피해자는 고작 수습선원인 죄인에 불과했으니까.

만약 그자가 죽었다고 해도, 상식적으로 몇 달이나 열성을 다해 키우던 인재를 내치는 것은 말이 안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지금 테일러의 강경한 태도는 진짜 ‘해임’이라도 시킬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래서 알리샤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확인 차 리안의 처벌안을 제안했다.

“그렇다면 리안 보좌관을 임시 갑판장에서 해임하시고 채찍형을 집행한 후에 머리가 식을 때까지 마스트에 매달아 두시죠. 웨던 섬에 입항할 때쯤이면 보좌관도 정신을 차릴겁니다.”

처음에는 어린 나이 때문에 모두의 우려를 샀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놀라울 정도로 임시 갑판장 직을 잘 수행한 리안이었다.

평소에는 어린 나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생각이 깊고 냉철하던 그가 왜 지난밤에는 분노를 참지 못했는지 대부분 의아해 하기는 했지만, 사람마다 트라우마나 역린(逆鱗)이 있는 법이고 원래 리안 나이의 젊은이들은 왕왕 분노에 이성을 잃기도 한다.

알리샤의 말이 끝나자 조용히 있던 포병대장 미넬이 동의했다.

“일등 항해사의 제안이 합당하다고 봅니다. 상과 벌은 엄격해야하니 아무리 능력 있고 선장님이 아끼는 부하라도 그 정도 벌은 내려야 선장님의 권위가 바로 설 것입니다.”

해병대장인 포아체가 벌이 과하지 않냐면서 약간의 분노를 섞어 알리샤 미넬을 공박했지만, 두 사람은 슬쩍 그 시선을 외면했다.

사실 알리샤도 마음 같아서는 견책과 잠시간의 ‘직무정지’ 정도를 제안하고 싶었다.

하지만 테일러의 표정과 태도가 심상치 않기에 그가 생각할 수 있는 최대한의 형을 제시한 것일 뿐이었다.

찬찬히 생각해보면, 테일러도 입장이 매우 난처한 상황이기는 했다.

리안에게 너무 가벼운 벌을 주면 선장으로서의 권위가 상할 뿐만 아니라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불만을 가지는 자들이 나올테고, 반대로 너무 과한 벌을 주면 리안과 친분이 있는 자들이 반발할 테니까.

결국 어떻게 하더라도 선원들의 불만이 생기는 것을 피할 수는 없게 된 것이다.

특히나 최근에 몇 번의 연속된 위기로 인해 분위기가 상당히 좋지 않았기 때문에, 선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선장의 권위가 계속 떨어지는 것은 상당히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었다.

일등 항해사와 포병, 해병대장이 나름의 의견을 제시했지만, 다른 간부들은 그저 조용히 사태를 관망하고 있었다.

볼라트 이등 항해사는 원래 이클로나 소속이 아니다보니 이런 일에는 의견을 개진하기 곤란했고, 조리장은 군 경력과 승선 경력은 길지 몰라도 사병 출신이라 원래 이런 일에는 보통 입을 열지 않았다.

하지만 일단 그들도 회의 참여자이므로 형식적으로 그들에게 의견을 개진 할 시간을 약간 준 테일러가 고민 끝에 결정을 통보했다.

“선원 리안을 모든 직책에서 해임하고 징벌방... 에 구류하도록 하지.”

‘모든 직책 해임’에서 모두의 표정이 어두워졌고, ‘징벌방’이라는 말에 경악했다.

“선장님! 징벌방이라니요!”

“안됩니다, 선장님! 징벌방이라니...!”

“징벌방은 너무 과하십니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반대 의견이 튀어나왔고, 징벌방에 대해서 잘 모르는 볼라트 이등 항해사만 인상을 찡그리며 사람들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만! 모두 조용해!”

테일러가 테이블을 두들기며 소리를 지르자 그제야 중구난방으로 떠들던 입들이 꼭 붙었다.

하지만 여전히 그들의 눈에는 경악과 불만이 남아있음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제국군의 악명 높은 징벌방은, 웬만한 중죄가 아니면 잘 사용하지 않았다.

물론 리안이 저지는 죄가 상당히 심각하기는 했지만, 피해자의 위치와 리안의 가치를 볼 때 징벌방은 과하다는 것에 다들 동의한 것이다.

“더 이상 토를 달면 항명으로 간주하겠다. 처벌에 대한 내용은 내가 직접 발표하지. 모두 나가서 선내 총원을 소집하도록.”

하지만 테일러가 선장의 권위로 명령을 내리자, 대부분 불만을 안으로 집어삼키며 하나씩 선장실을 나섰다.

사태가 과하게 흐르면서 리안과 개인적인 친분이 강했던 볼라트 항해사가 항명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그를 주시하던 알리샤는 의외로 조용히 선장실을 나가는 볼라트를 보며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

저 남자는 인정이 없는 것인지,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징벌방에 대해 잘 모르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저렇게 격렬하게 반대하면 한마디쯤은 할 법도 한데 끝까지 아무 말도 없다니.

다른 간부들이 모두 나간 것을 확인 한 알리샤가 문이 제대로 닫혔는지 다시 확인한 후 몸을 돌려 테일러에게 다시 다가가서 조용히 물었다.

“선장님, 무슨 생각이십니까? 얼마나 구류하실 생각이신지는 모르지만, 너무 짧다면 다른 선원들이 수긍을 못할 것이고, 너무 길면 갑판장, 아니 리안의 마음이 떠날 겁니다. 게다가 지금 나간 간부들도 이해를 못하는 것 같습니다...”

만약 징벌방에 가두는 시간이 서너시간이라면 방금 나간 간부들은 적당히 이해를 할 것이다.

일단 죄질이 아무래도 중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일부이긴 하지만 분명히 리안을 싫어하는 선원들이 존재했고, 그들은 테일러의 결정이 너무 편파적이라면서 불만을 가지겠지.

잠시 불편한 눈빛으로 알리샤를 보던 테일러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조금 더 다가오라는 손짓을 했다.

“앞으로 최소한 20시간, 최고 30시간까지 구류할 생각이네.”

그래도 나름 평정심을 유지하던 알리샤의 얼굴도 이번에는 진짜 경악으로 물들었다.

사관학교에서 징벌방 체험이라는 과정이 있다.

군법과 형벌에 대해 배울 때 들어있는 최악의 과정인데, 직접 이 징벌방에 한 시간 동안 감금당하는 것이다.

초기에 징벌방 형을 남용하는 바람에 수많은 문제가 터지자, 형 집행권을 가지는 사관들에게 징벌방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게 하기 위해 생긴 과정이었다.

그 때 징벌방 체험이 끝나면 배우는 것이 바로, 형벌로서 징벌방은 최대 12시간을 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통계적으로 12시간이 초과할 경우 정신착란이나 영구적 신체손상이 발생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2시간 이상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면, 반란 관계자와 첩자를 심문하기 위해 정신을 무너뜨릴 때 뿐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알리샤가 더 낮아진 목소리로 물었다.

“설마, 리안을 의심하십니까?”

20시간 이상 그 지옥 같은 곳에 감금당하면 제정신을 유지하기 어렵다.

그리고 그렇게 정신이 무너지면 무의식을 자극해 진실만을 말하게 만드는 마도구, 소위 ‘진실의 제관’을 사용할 수 있다.

질문을 하면서도 알리샤는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리안은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처럼 행동한 적이 한 번도 없었고, 심지어 테일러 선장이 직접 영입해 온 사람이었다.

합류 초반에야 타국, 특히 일레드 쪽에서 작정하고 심으려는 간첩이 아닌지 의심을 받기는 했지만 뒷조사 결과도 깨끗했고, 어느 순간 진심으로 전향했다는 것이 느껴지면서 그런 의심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자네도 내 결정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나?”

“선장님, 선장님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리안이 첩자일 리가 없...”

그러고 보니 알리샤도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안이 첩자라는 증거도 없지만, 첩자가 아니라는 증거도 없다.

그런데 왜 리안이 첩자가 아니라고 확신하는 거지?

“그래, 자네도 조금 이상하지 않나? 리안이 첩자가 아닐 수도 있지. 그런데 첩자가 아니라는 증거는?”

“......”

“자네도 알다시피 나는 제국의 미래를 걸고 움직이고 있어. 그래서 그것이 아주 작은 틈이나 의심이라도, 그냥 지나갈 수 없네...”

“하지만 선장님, 리안이 첩자가 아니라면 어쩝니까? 징벌방에서 20시간 이상 감금된다면 아예 폐인이 되거나 제국과 선장님께 악감정을 가지게 될겁니다. 거기에 선원들의 동요도... 징벌방이 얼마나 극단적인 벌인지 아시지 않습니까?”

“그래, 리안이 합류한다면 확실히 제국에 도움이 되겠지. 그래서 그의 능력을 키우려고 내가 신경을 쓴 것이고. 하지만...

그 부분은 반론의 여지가 없었다.

누가 봐도 테일러가 리안을 아끼고 능력을 키우기 위해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으니까.

그랬던 그가, 며칠도 아니고 고작 하룻밤 만에 이렇게 태도가 돌변한 것이 납득하기 어려울 뿐이었다.

“제국 해군 창설에 그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 않나? 만약 모두를 속인 첩자라면? 능력이 있는 만큼 그가 일으키는 소요는 이제 막 태동한 제국 해군을 휘청이게 하기 충분할걸세.”

가끔은 알리샤가 질투가 날 정도로 리안을 아끼던 테일러 선장이었다.

하지만 테일러의 개인적인 기대나 호의와는 별개로 테일러의 말이 정설이기는 했다.

리안이 없어도 제국 해군은 창설될 수 있지만, 능력 있는 자가 내부에서 공작을 벌인다면, 기반이 취약한 제국 해군은 와해될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그동안 테일러가 리안을 의심하고 있다는 느낌을 전혀 받은 적이 없었기에, 알리샤로서는 당황스럽기 그지없었다.

말문이 막힌 알리샤가 아무 말도 못하고 서있자, 착잡한 표정의 테일러가 나지막하게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의심의 여지없는 평민 출신 선원, 벨로키나 왕국 출신이라지? 평범한 상선의 선원들처럼 약간의 불법적인 일을 했었고.... 눈치가 빠르고 일 처리가 깔끔하지만 신체능력은 평범한, 그냥 좋은 선원이라...”

“맞습니다.”

“그래, 거기까지는 좋아. 그런데 글을 읽고 쓸 줄 알고, 회계에 대한 기본도 알고 있어. 변사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화려한 언변에, 어떤 사람이건 빠르게 친해지는 친화력... 게다가 잔머리? 그걸 잔머리라고 할 수 있나? 차라리 지혜 쪽이 가깝지. 그와 이야기를 하다보면 은근히 드러나는 지식과 상식은, 마치 평생을 공부만 한 학자와 이야기하는 기분이네. 그런데 그의 나이가 이제 고작 이십대 중반이야. 자네는 이십대 중반에 어땠나? 나는 말이야, 결혼을 한 다음인데도 여전히 소년이었다네. 휘하의 사병들과 술을 마시다가 치고 박고 싸운 적도 있지.”

알리샤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렇다. 이렇게 듣고 보니 리안의 능력은 뭔가 이상했다.

아직 20대 초반의 나이를 감안한다면, ‘뛰어나다’ 정도가 아니라 상식을 벗어난 수준의 능력인 것이다.

그런데 자신도, 다른 이들도, 리안을 그저 똑똑하고 뛰어난 청년 정도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동안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의심스러운 점을 찾아낸 알리샤가 약간 주저하며 물었다.

“선장님... 언제부터 의심을 하신겁니까?”

“하, 나도 어제까지는 전혀 의심하지 않았어. 하지만 밤새도록 고민을 하다보니 이상한 부분이 하나씩 보이더군.”

“네? 이상한 부분이 더 있습니까?”

잠시 뜸을 들이던 테일러가 말을 이었다.

“증거가 없는 이야기라 지금까지 나 혼자만 묻어두었던 이야기이네. 그를 추천해준 이가 있어.”

“그런...! 추천을 받으셨다구요?”

“으음, 자네도 몇 번 보지 않았는가? 에른스트라는 친구인데.”

잠시 기억을 더듬던 알리샤는 곧 그 사람을 기억해 냈다.

가끔 항구에서 만나면 당시 부선장이던 테일러와 술을 마시던 늙은 선원이었다.

작은 상선의 갑판장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혹시 자네 붉은모래 해적단이라고 들어봤나?”

“네, 10여년 전에 일레드 2함대에 상당한 피해를 입히고 궤멸한 해적단 아닙니까? 내해에서는 기록에 남을 정도로 큰 해적단이었다고...”

“그래, 궤멸하기는 했지. 그런데 그 해적들이 다 죽은 것은 아닐 것 아닌가?”

“설마?”

“그 전투에서 살아남은 대부분의 해적들은 다른 해적이 되었지만, 몇 명은 다른 길을 택했지.”

“그 에른스트라는 사람도...”

“그래, 붉은모래 해적단 출신이네.”

알리샤는 오늘따라 놀랄 일이 많다고 생각했다.

세상에, 그것을 알고도 친분을 유지하신 것인가?

물론 적국인 일레드의 함대에 피해를 입혔으니 해적이라도 아주 미운 것만은 아니지만...

“그것 말고도 이상하게 그와 엮이면서 사건이 많았어. 그가 합류한 후에 우리는 일레드의 사주를 받은 해적들의 매복 공격을 받았고, 그의 제안대로 상선단에 합류를 결정했지. 마다카트 섬에서는 심지어 우리는 반란군에게 전멸당할 위험을 겪었어.”

거기까지 말하고 잠시 호흡을 가다듬은 테일러 선장이 말을 이었다.

“상선단의 선두에 선 이유는 그의 임기응변 때문이고, 덕분에 폭풍에 휩쓸려 선단과 떨어졌네. 물자를 보급한 그 작은 섬의 상륙을 반대했던 것도 리안, 그 친구군. 그에게 설득되어 예정에도 없던 수습선원을 받았고, 그들이 사고를 쳤고, 내 권위는 시험대에 올랐네. 리안에게 어떤 벌을 내려도 누군가는 불만을 가질 수 밖에 없다는 것, 자네도 알고 있겠지?”

알리샤는 자신도 모르게 꽉 쥐었던 손가락에서 은근한 통증이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게다가 등줄기뿐만 아니라 이마와 입술 주변, 손바닥까지 땀이 흥건했다.

그리고 최대한 객관적으로 상황을 보기위해 노력했다.

우연의 일치다, 단지 상황이 그렇게 꼬인 것뿐이다...

하나씩 떨어뜨려 놓고 보면 충분히 일어날만한 일들이고, 서로 다른 배경들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테일러의 말을 듣고 이렇게 엮어놓고 보니, 알리샤도 불현듯 의심이 치솟았다.

그런데 더 무서운 것은, 이렇게 정황이 의심스러운데 지금까지 그를 의심한 사람이 테일러가 유일했고, 그 조차도 어제까지는 전혀 의심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알리샤는 어느새 ‘어쩌면 선장님의 말씀이 맞을지도 모르겠다’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의심스러운 점을 찾고 나니, 그의 모든 것이 의심스럽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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