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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흙수저 선원으로 살아남기-83화 (83/420)

< <83화> 제국 해군 탈출 계획(3) - 유료 첫 회차입니다 >

<여기서부터 유료입니다.>

내 어깨에 자연스럽게 팔을 걸친 아르만이 남들이 들으라는 듯이 떠들기 시작했다.

“이야, 정말 너를 여기서 다시 만날 줄은 몰랐다. 오늘은 약속한 대로 내가 제대로 쏠게. 좀 멀리 가도 괜찮아?”

“어, 아침까지 복귀만 하면 되니까.”

“그럼 저쪽으로 가자고! 내가 마을에 근사한 식당을 알아놨어. 거리가 있으니까 내가 준비한 마차를 타는 편이 좋을 거야.”

마차라니, 나 그거 쿠션이 너무 엉망이라 별로 안 좋아하는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내가 마차를 타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우리가 마차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십여 명의 제국군이 마차를 완전히 포위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마부는 자리에서 끌려 내려와 삼엄한 감시를 받고 있었고, 마차의 문은 활짝 열려 안쪽이 모두 보이는 상태였다.

이 꼴을 본 아르만은 눈에 띄게 당황하며(혹은 하는 척하며) 달려가서 분노를 터뜨렸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이건 내 개인 마차요! 당신들이 뭔데···.”

“마부의 말로는 오늘만 빌리셨다던데?”

“아니 뭐, 내가 빌렸으니 오늘은 내 것 아니오? 사람 참.”

그렇게 말하며 슬쩍 내 눈치를 보는 것이, 모르는 사람이 보면 진짜 오래간만에 만난 친구에게 허세를 부리려다 들통 난 사람이었다.

하지만 제국군의 지휘관으로 보이는 소위 계급장의 남자는 그런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듯 자기 할 말만 내뱉었다.

“아르만씨, 맞습니까?”

“네, 제가 아르만은 맞는데 도대체 왜···.”

“이곳은 군 경계 지역입니다. 이렇게 무단으로 마차를 대기시키시면 안 됩니다.”

“아니, 난 내 친구를 데리고 가려고, 아, 참! 이봐, 리안! 너도 제국군이잖아! 와서 뭐라고 좀 해봐!”

이 미친놈이 갑자기 나를 왜 끌어들여?

게다가 나는 지금 공식적으로 군인도 아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내가 이클로나의 항해사라는 것도 외부에 밝혀도 되는 것인지조차 잘 모르겠다.

“어, 어? 아니, 난···.”

“이리 와 봐! 이보시오, 여기 내 친구가 해군에서 일하고 있소. 좀 봐주실 수 없는 거요?”

내가 갑작스러운 아르만의 공격에 버벅거리고 있는데, 아르만의 이야기를 다 들은 소위가 병사들에게 눈짓했다.

그러자 병사 두 사람이 재빨리 내 뒤로 돌아가서 퇴로를 막아섰고, 소위의 날카로운 눈이 내 몸을 훑었다.

“힐로템 치안감찰대 소속 채프 소위입니다. 귀하는?”

“어, 그러니까 저는···.”

와, 이걸 뭐라고 대답해야 하냐?

아르만 이 미친놈은 왜 갑자기 나를 끌어들여서는···.

머릿속이 복잡해 죽겠는데 차가운 채프 소위의 재촉이 들려왔다.

“제국군을 사칭하는 것은 중범죄입니다. 다시 묻습니다, 귀관의 관등성명은?”

느낌이 온다. 저놈은 다음번에 말로 하지 않을 거다.

“나는 제국 해군 1함대 소속 호위함 이클로나의 이등 항해사 리안이요.”

“이등 항해사?”

“아직 함대가 정식으로 창설되지 않아 계급은··· 미정인 상태요.”

냉랭한 표정으로 잠시 나를 바라보던 채프 소위가 조용히 손짓을 하자, 병사들이 그의 뒤에 모여들었다.

소속이 어디라고 했더라? 움직임을 보니 보통 정예가 아니다.

“1함대 소속은 지위 고하를 불문하고 힐로템을 이탈할 수 없습니다. 아르만씨만 마차를 타고 떠나시든가, 마차만 먼저 보내십시오.”

그러자 아르만이 재빨리 항의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우리는 어차피 힐로템 시가로 갈 겁니다. 힐로템을 떠나지 않는다구요!”

“우리가 말하는 힐로템은 힐로템 항구를 말합니다. 힐로템 시가는 해당되지 않는 지역이고, 아무리 가까운 거리라도 마차는 탑승할 수 없습니다.”

연기인지 진심인지 알 수 없는 난처한 표정의 아르만의 어깨를 툭툭 친 나는 친구를 위로하듯 말했다.

“함대 창설 직전이라 예민해서 그럴 거야. 오늘은 그냥 이 근처에서 놀자구.”

“하지만 너와 만나겠다는 여자들을 준비해서 말이지.”

“아쉽지만 여자는 다음에 보면 되지. 어떻게 할 거야?”

“그래, 어쩔 수 없네.”

* * *

마차를 돌려보내고 아르만과 함께 항구 근처의 술집을 찾아가던 나는, 주변에 인적이 뜸해지기 무섭게 아르만의 멱살을 잡고 벽에 찍어 눌···.

···멱살을 잡기도 전에 아르만에게 팔이 꺾였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내가 원래 보통 사람들을 상대로 이렇게 막 팔목 꺾이고 그러는 사람은 아니다.

“아아악! 그만 꺾어, 이 미친놈아!”

“나는 폭력을 참 싫어해, 리안. 그러니까 우리, 말로 하자고, 응?”

“알았어. 좀 놔봐.”

아르만은 순순히 내 팔을 풀어줬고, 나는 꺾인 손목을 주물럭거리며 아르만을 노려보기는 했지만 다른 행동을 취하지는 않았다.

나는 이길 자신이 없는 싸움은 가능하면 하지 말자는 주의인지라···.

잠시 나를 보던 아르만은 피식 웃더니 앞서 걸으며 말했다.

“이쪽도 확인이라는 것이 필요해서 그런 거니까 이해해 달라고, 응? 이쪽으로 가지. 준비해 둔 곳이 있으니까.”

뭘 확인하시겠다고 이 지랄을 떨어대는 거야, 젠장.

이미 계획이 다 있으면서 일부러 나를 마차로 끌어들여 그 난리를 피웠다는 말이지?

진짜 이놈이 하는 짓을 보고 있자니 내가 지금 얼마나 위험한 도박을 하는 중인지 절실히 느끼게 된다.

대충 10분쯤 걷던 우리는 한 허름한 술집, 아니, 창관에 도착했다.

그러니까 여기도 술집, 여관, 식당 그런 곳처럼 술도 팔고, 음식도 팔고, 숙박도 가능한데, 여자를 파는 것이 주업인 곳이라는 뜻이다.

“아, 나 이런 곳 별로 안 좋아하는데···?”

내가 떨떠름하게 중얼거리자 아르만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이봐, 뭘 기대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우리 거래부터 해야 하지 않겠어?”

이 자식아, 나도 여기가 너희 비밀 아지트 비스무리한 거라는 것쯤은 알거든?

그런데 원래 내가 다니지도 않던 창관에 가는 것도 이상하고, 가서 여자 냄새도, 술 냄새도 안 나는 상태로 나오는 것은 더 이상하지 않겠냐?

나올 때 술이라도 옷에 뿌리고 나오든가 해야겠다.

우여곡절 끝에 비좁은 방에 들어선 나와 아르만은 녹차와 비슷한 따듯한 음료가 담긴 컵을 하나씩 들고 마주 앉았다.

전생에서 마셔본 녹차보다 조금 더 씁쓸한 맛이 강하지만, 향은 더 진하고 좋은 것 같다.

뭐, 전생에서 마셔본 녹차라고 해봐야 티백이나 싸구려 중국산이 전부이기는 했지만···.

하여튼 오랜만에 만나는 익숙한 향에 살짝 기분이 좋아지려는데 아르만의 말이 들려왔다.

“정말 이해할 수 없군. 이전에 차를 마셔본 적이 있나?”

“차? 이게 차야? 음, 좋네.”

“하, 매일 차를 마신다는 귀족도 너처럼 기분 좋은 표정으로 차를 마시는 놈은 없을 걸? 나도 이 씁쓸한 놈을 왜 마시는지 이해가 안 되는데 말이야.”

여기도 차 문화는 귀족문화로 시작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지금 중요한 것은 차가 아니잖아?

아르만 역시 같은 생각을 했는지 바로 화제를 바꿨다.

“네가 준 견본, 잘 봤어. 단 한 장이지만 솔직히 욕심이 나더군. 당연히 나머지 부분이 상품이겠지?”

“그래.”

“하지만 말이야, 그게 항해일지라는 것을 어떻게 믿지? 아무리 테일러가 너를 믿더라도 항해일지를 그렇게 쉽게 보여줄 리가 없을 텐데.”

“무슨 소리야? 난 그게 테일러의 항해일지라고 말한 적이 없어.”

“뭐?!”

아르만의 언성이 높아지며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설마, 우리를 기만했나?”

“에이씨, 첩보원씩이나 하는 분이 뭐 이렇게 감정 기복이 심해? 진정 좀 하지?”

“후, 무슨 배짱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원하면 네 목숨은 오늘로 끝이라는 정도는 이해하고 있겠지?”

그러니까 말이다.

사실 나도 지금 쫄려 죽겠다, 이 자식아.

“잘 들어. 그건 테일러가 쓴 항해일지는 아니야. 내가 쓴 거지.”

“하하, 그래, 네가 네 마음대로 쓴 항해일지. 그게 무슨 가치가 있다고···.”

“내 항해일지랑 테일러의 항해일지가 다른 게 뭐지?”

“뭐?”

“내가 모르고 테일러가 아는 사실이 얼마나 될 것 같아?”

“아무리 그래도···.”

“나는 이클로나의 보좌관, 갑판장, 회계사였고, 이후에는 배신자를 제외하면 유일한 이등 항해사였어. 나는 모르고 테일러만 아는 일? 최소한 이번 항해에서는 거의 없었다고 확신할 수 있지.”

잠시 내 눈을 보던 아르만이 긴장을 풀고 느긋하게 의자에 몸을 기대며 물었다.

“좋아, 미리 준비했군. 당신 그 일이 없었어도 원래 테일러를 배신할 생각이었어, 그렇지?”

“그것은 그리 중요한 사안이 아니지.”

그래, 네 맘대로 소설을 쓰시는 것은 말리지 않으마.

“그런데 말이야, 자네는 내가 누구를 위해 일하는지도 모르지 않나?”

“알려줄 수는 있고?”

“흐흐흐, 좋아, 좋아. 그런데 어제 건네준 샘플 부분, 정말 신뢰할 수 있는 것이겠지?”

“이미 선원들을 상대로 조사했을 텐데? 확실히 섬은 있어.”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이제 슬슬 마무리해야지 더 이상 못 버티겠다.

진짜 바지에 쌀 것 같아.

“어떻게, 물건을 살 거야? 안 사겠다면 나는 새 고객을 찾아야 해서 말이야.”

“우리가 사지. 그럼 우리가 당신을 해군에서 빼주면 나머지 항해일지를 건네줄 텐가?”

“무슨 소리야? 그건 어제 가격이잖아? 이제 나와 우르타, 네이선 세 명을 빼주고 나에게 500만 로스. 어때?”

“미쳤군. 우리라도 한참 예민한 해군에서 세 명을 감쪽같이 빼내는 것은 어려워. 한 명 정도는 사고사로 위장하겠지만, 세 명을 어떻게 하라는 거야? 그리고 500만 로스? 그게 얼마나 큰돈인지는 알고 있는 건가?”

아, 너무 세게 질렀나?

그런데 우르타랑 네이선은 진짜 빼야 하는데···.

그나마 오펜이 테일러의 수발을 들기 위해 테일러를 따라간 것이 그나마 다행이려나.

데리고 가지 못해서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겉으로 보기에 오펜은 나와 연관이 아주 깊은 것은 아니라 테일러가 딱히 내가 없어졌다고 의심하지는 않을 거다.

자기가 직접 지명해서 수도로 데리고 가기도 했고 말이야.

내가 생각을 하느라 잠시 가만히 있자, 아르만은 고개를 한번 내젓더니 ‘쓰읍’하는 잇소리를 내고는 다시 말했다.

“한 번에 세 명은 어려워. 두 명과 한 명으로 하지. 그리고 100만 로스까지는 지불할 용의가 있다.”

“100만? 고작? 이봐, 내가 지금까지 모은 돈이 100만이 넘어. 지금 내 목숨을 걸고 있는데 고작 100만이라고?”

“어디서 그런 큰돈을 모았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도 그게 한계다. 막말로 네놈이 거짓으로 아무 말이나 써놓았는지 어떻게 알겠어?”

그 돈을 모으려고 몇 번이나 생명의 위협을 느끼기는 했지, 으음···.

“그래, 100만. 대신 사람이 다 탈출한 것이 확인되면 절반을, 돈을 받고 나면 나머지 절반을 줄게.”

“후우,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마지막에 돈을 줄 때 자네들을 죽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 않나? 그냥 탈출하고 바로 물건을 넘기지. 돈은 확실히 입금할 테니까.”

나는 가만히 아르만의 눈을 보았다.

영화나 소설처럼 눈빛이나 미세한 근육의 움직임으로 사람의 심리를 눈치챌 수 있다면 좋겠지만, 내게 보이는 것은 그냥 무심해 보이는 아르만의 눈동자뿐이다.

“불가. 교섭은 여기까지만 하지. 혹시 나를 살려서 내보낼 생각이라면 술 한 병만 주겠어?”

아무리 생각해봐도 먼저 물건을 주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

막말로 마지막에 돈은 포기하고 물건을 넘기면 되지만, 먼저 물건을 넘겼다가는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을 수도 있은 일이니까.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복잡한 표정으로 나를 보던 아르만이 자리에서 일어나 악수를 청했다.

“뭐야?”

“자네가 부르는 가격에 사도록 하지. 하지만 탈출은 바로 진행할 수 없어. 최소한 함대가 창설된 이후에나 틈이 생길 거야.”

에이, 망할 놈의 새끼! 그 말을 일찍 했어야지!

< <83화> 제국 해군 탈출 계획(3) - 유료 첫 회차입니다 > 끝

작가의말

많은 분들이 리안이 약한 줄 아시는데,

리안 정도면 보통 병사 정도는 1:1로 이길 수 있습니다.

1:3, 1:5, 1:10으로 싸울 수 있는 테일러나 알리샤나 네이선 같은 애들이 이상한 거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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