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흙수저 선원으로 살아남기-84화 (84/420)

< <84화> 몰로스 제국 제1함대 >

우르타의 다리가 완쾌되고, 계급 없는 설움이 적당히 가실 때쯤, 테일러가 힐로템에 복귀했다.

아니, 단순하게 복귀라고 해도 되는 걸까?

이날 황제의 명령으로 제1함대가 창설되었고, 선장 테일러는 무려 몰로스 제국 해군 제1함대 초대 사령관, 테일러 우스칸트 제독으로 화려하게 복귀하셨다.

테일러는 복귀와 동시에 1함대에 소속된 룸페르, 바르노스, 에펜디아, 이클로나, 메를리오네의 5척의 전투함에 소속된 모든 장교들을 함대 기함으로 내정된 룸페르 함에 모은 뒤, 그동안 주먹구구로 이루어지던 조직을 완전히 정비하는 임명식을 가졌다.

그리고 테일러는 나조차도 거의 기대하지 않았던 약속을 지키고 말았다.

“리안, 귀관의 해군 창설에 기여한 공을 치하하며, 제국 해군 대위에 임명한다. 또한 금일부로 호위함 이클로나의 부함장에 명한다.”

* * *

- 12일 전, 몰로스 제국 수도 엠페리움 황궁 알현실 -

화려한 제국의 심장에 장엄한 음악이 울려 퍼지고,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 테일러의 앞에서 낭랑한, 하지만 아직 앳된 느낌이 남은 젊은 황제의 목소리가 울렸다.

“벤들러스 백작가의 테일러, 그대는 제국에 공헌한 바가 막대하니, 이를 치하하지 않을 수 없다.”

“황제 폐하와 제국을 위해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테일러를 우스칸트 남작에 임명하고, 제국 해군 제1함대 사령관에 명하며, 1함대 구성에 관한 전권을 부여하겠다. 부디 최고의 함대를 만들어 바다에서도 제국이 최고임을 입증하도록.”

“영광이옵니다, 황제 폐하 만세!”

본 식보다는 준비기간이 더 길었던 지루한 임명식이 끝나고 축하연회가 벌어지고 있었지만, 연회의 주인공인 테일러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테일러의 옆으로 한 사람이 접근해 왔다.

테일러는 그 사람을 확인하고는 속으로 신음을 삼키며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테일러, 아니지! 우스칸트 남작, 오늘같이 기쁜 날 표정이 왜 그런 건가?”

“형님···. 그간 평안하셨습니까?”

“나야 뭐, 그보다 이번에 향료 제도에 다녀온 이야기는 들었다. 네가 가져온 교역품들 때문에 요즘 난리가 아니더구나.”

“···면목이 없습니다.”

“그래, 다들 왜 사치품이 없냐고 지랄발광을 하더군.”

“형님, 말씀을···.”

“흥, 내가 네 앞에서까지 가식을 떨어야 하느냐?”

잠시 욕심이 가득한 대부분의 귀족들을 욕하던 테일러의 형, 비엘라 벤들러스 백작은 하인을 불러 와인 잔을 집어 들더니 목소리를 낮추었다.

“이번 일은 실망이 크다.”

“하지만 형님···.”

“네 덕분에 내정대신의 기세가 하늘을 찌르게 생겼더군.”

“···..”

한숨을 내쉰 비엘라가 테일러의 어깨를 툭툭 치며 위로했다.

“나도 알베르타 후작 각하와 함께 최대한 힘을 쓴다고 했지만, 각하께서 국방대신 겸 해군경을 맡는 것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너를 지키는 것보다는 그편이 이어지는 공격을 잘 막을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형님, 제가 각하께 듣기로는···.”

테일러가 무슨 말을 하려는 순간 비엘라의 얼굴이 굳으며 차가운 눈으로 테일러를 보았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테일러가 말을 흐리자, 천천히 테일러의 귀 근처에 얼굴을 가져간 비엘라가 조용히 말했다.

“테일러, 내가 너를 인정한 이유는 딱 하나다. 알고 있겠지?”

“······.”

“우스칸트 남작, 다음 일은 반드시 성공해야 할 거요. 이번처럼 엉망진창인 결과를 가지고 오는 것은 한 번이면 족하지 않겠나?”

“네, 형··· 님.”

테일러가 겨우 대답하자, 비엘라가 씨익 웃으며 테일러를 끌어안았다.

그리고는 방금 전보다 더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이것도 못 하면 너 같은 창녀의 새끼한테 형이라고 불리는 내가 너무 불쌍하지 않겠어?”

* * *

며칠 후, 포상으로 주어진 수도의 저택에서 함대 창설과 관련한 공문을 정리하던 테일러에게 이제 집사가 된 오랜 종복이 공손하게 서류 하나를 바쳤다.

가문에서 버림받다시피 한 테일러를 사관학교에 다니던 시절부터 보필해온,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 서류가 기다리던 함대 창설 멤버의 명단임을 확인한 테일러는 약간 설레는 마음으로 첫장을 펼쳤다.

그리고 잠시 후, 집사는 집무실에서 울리는 테일러의 괴성을 들으며 마차를 준비시켰다.

아니나 다를까, 눈에 분노가 가득 찬 테일러는 집무실을 나오기 무섭게 마차를 찾았고, 미리 마차를 준비한 집사에게 고마움을 표시할 여유도 없이 마차를 타고 에스페른 국방대신의 저택을 향했다.

평소 에스페른과 테일러의 친분을 알고 있었던 알베르타 가문의 집사는 무례할 정도로 갑작스러운 테일러의 방문에도 당황하지 않았다.

마치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이 테일러를 응접실로 안내하고, 차를 권한 후에 에스페른에게 테일러의 방문 사실을 알렸다.

집사에게 테일러의 방문을 전해들은 에스페른은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실은 마차가 저택 앞에 도착할 때부터 알고 있기도 했고, 그 전에 명단을 보내면서 이 상황을 예상하기도 했었다.

정말 가능하다면 피하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마주해야만 하는 일이라는 것쯤은 그도 이해하고 있었다.

응접실에 들어선 에스페른은 분노를 참는 어색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목례를 올리는 테일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테일러, 아니, 이제 제독이지. 테일러 제독, 일단 앉지.”

“각하, 도대체 이게 무슨 일입니까?”

“진정하게. 후···.”

에스페른은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갖기 위해 일단 테일러를 진정시키려고 했지만, 테일러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각하! 이번 항해에서 제 불찰로 많은 인재들을 잃은 책임은 충분히 통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인원 구성으로는 이전의 실패를 반복할 뿐입니다!”

“자네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네. 하지만 자네를 그 자리에 임명하기 위해서는 희생이 필요했어.”

“제가 물러나야 한다면 물러나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아니면 이 나라에 적절한 인사가 없지 않습니까? 지금은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에스페른이 불편한 기침 소리를 내며 인상을 살짝 찡그렸다.

“후우···. 테일러 제독, 나는 자네의 능력을 직접 보았고 인정하고 있네. 하지만 다른 귀족들에게는 이번 결과밖에 보이지 않아. 우리를 지지하던 자들조차 자기 사람을 슬쩍 빼는 판에 내가 무슨 수를 쓸 수 있겠나?”

“그래도 고작 절반이라니요? 이대로는 노던테라 탐사에 대한 무리한 일정은커녕 함대가 반으로 쪼개지는 것을 막기도 벅찰 겁니다.

“그래도 이전보다는 낫지 않나? 최소한 함대가 실체를 갖게 되었으니까 말일세. 비록 파벌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모두 제국의 군인들이야. 그들을 하나로 만드는 것 또한 자네의 능력이겠지.”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애초에 반대파벌인 내정대신을 위시한 자들은 함대의 창설 자체를 반대하고 있었다.

그런 자들의 파벌에 속한 장교들이 과연 테일러의 말을 따르려고 할까?

제국이 가진 해안영토라고 해봐야 한 줌도 되지 않는데 왜 굳이 천문학적인 금액을 들여가며 원양 항해가 가능한 함대를 가져야 하냐는 그들의 주장은 일견 일리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부의 대부분이 해상 교역으로 옮겨가고 있는 지금, 고작 연안을 지키는 소수의 연안경비대만 유지해서는 천천히 말라 죽어갈 뿐이다.

힘들게 일궈낸 함대가 다른 것도 아닌 내분으로 망가지는 것을 상상하던 테일러를 이어지는 에스페른의 말이 현실로 돌려놓았다.

“그리고 그자, 비엘라라고 했던가? 최근 들어 태도가 애매해졌어.”

“벤들러스 백작이···.”

테일러의 얼굴이 대번에 흐려졌다.

원래 벤들러스 백작이 자신에게 그리 호의적인 편은 아니었지만, 그나마 얼마 전까지는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파벌로서 행동했었다.

하지만 에스페른의 말을 들어보니 다른 쪽으로 갈아타는 것도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어제의 태도로 봐서 아직 아주 갈아탄 것은 아닌 것 같지만···.

“설마 다른 쪽에 선을 대고 있습니까?”

“아니, 아직은 내 추측이야.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이지만··· 글쎄,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 같더군.”

그자는 뱀 같은 자였다.

에스페른이 그렇게 느꼈다면 사실일 확률이 높았다.

아마 자신의 실패를 핑계로 다른 세력으로 옮기려는 것은 아닐까?

향료 제도를 다녀오면서 인명피해가 너무 커지자, 테일러는 함대가 창설되면 내해에서 어느 정도 경험을 더 쌓고, 마지막으로 향료 제도 항해를 다시 반복한 다음 노던테라로 향하는 항로를 개척할 생각이었다.

비록 다른 해양 강국들의 1함대 전력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1급 전투함 3척에 호위함 2척이면 잔챙이 해적들은 감히 덤비지도 못할 전력이니, 이번처럼 서해 항로에서 심각한 피해를 입을 확률은 낮았다.

실질적으로 이번 항해에서 대부분의 인명 피해는 전투로 인해 발생한 만큼, 해적들과의 교전만 없다면 별 피해 없이 경험을 충분히 쌓을 자신도 있었다.

하지만 모든 일이 잘될 수는 없는 것일까?

비록 함대 창설까지는 테일러의 의도대로 이루어졌지만, 그 함대를 단단하게 만들 충분한 시간은 주어지지 않았다.

게다가 테일러와 에스페른이 머리를 싸매고 작성한 1함대 구성 명단은, 거의 절반 정도가 교체되는 반쪽짜리가 되어버린 것이다.

마치 누군가가 테일러의 실패를 기원, 아니, 그냥 죽으라고 낭떠러지로 밀어내는 느낌이었다.

부정적인 생각에 정신이 아늑해지는 그때, 에스페른은 침착한 목소리가 테일러를 일깨웠다.

“테일러 제독! 정신 차리게. 일단 최대한 빨리 힐로템으로 돌아가 함대의 지휘권을 확고히 하고, 프롬힐로 함대를 이동시키면서 최대한 경험을 쌓게. 아예 마다카트 방향으로 좀 멀리 도는 것도 방법이겠지.”

“각하, 그렇게 해도 지금 인원 구성으로는 위협 요소가 너무 많습니다.”

“대부분이 원양 항해는커녕 항구 앞에서 손바닥만 한 갤리선이나 타던 자들이니 힘들기야 하겠지.”

“······.”

“하지만 함대 구성의 전권은 자네에게 있네. 위관급까지는 자네 임의로 현지 임명을 해도 좋다는 폐하의 교서도 받았어. 자네가 믿을 수 있는 자들을 각 함선의 요직에 배치하게. 어차피 병사들은 말할 것도 없고, 장교라고 해도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법이야.”

테일러는 문득 볼라트라는 해적 한 놈이 이루어 낸 난장판이 생각났지만, 애써 부정적인 생각을 털어버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것, 어렵게 입수했네. 자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군.”

테일러는 에스페른이 꺼낸 낡은 책자를 일별하고 물었다.

“이게 뭡니까?”

“7년 전, 벨로키나의 델라 항구에서 출항한 세 척의 선박이 있었네. 그들의 목적은 소문으로 떠도는 노던테라를 발견하는 것이었지. 그리고 얼마 전에 그중 한 척이 돛과 키가 완전히 망가진 채 발견되었어. 이것이 그 배에서 발견된 항해일지일세.”

낡은 책자, 항해일지를 보는 테일러의 눈이 반짝 빛났다.

델라 항구라면 프롬힐과 그리 멀지 않았고, 아무것도 모르는 바다보다는 최소한의 기록이라도 있는 바다가 덜 위험하다는 것은 상식이었다.

“혹시 노던테라가···.”

“아니, 그 정도였다면 감히 나라도 구하지 못했을 거야. 절반쯤은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훼손된 상태고, 알아볼 수 있는 마지막 기록을 볼 때 케르빈 섬 북동쪽 어디쯤에서 난파한 모양일세.”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군요.”

“여기까지 오는 것도 쉽지는 않았지 않는가? 부디 우리의 소망을 이룰 수 있게 최선을 다해주게, 테일러 제독.”

낡은 항해일지를 집어 들면서 테일러는 각오를 다졌다.

처음부터 해군 창설이 쉬울 것이라고는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이 정도 고난쯤은, 어차피 겪어야 할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 * *

- 제국 해군 1함대 소속 호위함 이클로나 함교 -

내가 복잡한 표정으로 선행하는 에펜디아의 꽁무니를 보고 있는데, 내 근처에 다가온 수병이 군례를 올렸다.

“부함장님, 점심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어? 잠깐만···.”

나는 하늘을 한 번 보고, 바람을 확인하고, 바다도 한번 노려본 뒤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난 내 방에서 먹을래.”

“네! 그럼 부선장실로 식사를 올려보내겠습니다.”

나는 방으로 돌아가며 힐로템에서 출항하기 직전, 몰래 접선해온 아르만이 전한 말을 곱씹었다.

“미안하지만, 조금만 더 시간을 줘.”

“미친 건가? 이런 식이면 나도 다른 길을 알아보는 수밖에 없어.”

“쓸데없는 허세는 그만두지. 네가 말한 그 섬, 현실적으로 가치가 없을 확률이 높다는 의견이 많아.”

나는 뜨끔했지만 계속 밀고 나가기로 했다.

어차피 나와 함께 향료 제도를 다녀온 선원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고, 시간만 주어지면 그 정도는 알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부분이다.

하지만 몇 명 되지도 않는 선원들이 중구난방으로 지껄이는 허세와 과장, 거짓이 90%를 차지하는 이야기를 가지고 정확한 정보를 만들어 내는 것은 날고 기는 첩보 조직이라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너야말로 허세 부리지 마. 그쪽 판단이 그렇다면 굳이 내게 이런 말을 하지도 않았을 거잖아?”

“후우, 그 섬에 대한 부분은 진짜다. 하지만 폭풍해역과 암초지대에 대한 정보는 가치가 있지.”

“내 일지에서 너희가 뭘 얻는지는 관심 없어. 하지만 약속은 지켜야지.”

“나도 첫 거래부터 이러고 싶지는 않지만, 우리에게도 사정이 있어. 정말 다른 방법을 찾겠다면, 말리지는 않겠다.”

아르만이라는 놈을 너무 믿은 내가 잘못한 것 같다.

물론 여기저기에 냄새를 풍기는 것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였겠지만, 이대로라면 아르만이라는 놈에게 계속 끌려다니게 될 것이 분명했다.

게다가 이대로 계속 이클로나를 타고 있으면 조만간 노던테라 항로 개척에 나설 것이 분명했다.

왜 이렇게 급하게 진행하는지는 모르겠는데, 테일러가 대놓고 한 말이니까 확실하다.

노던테라라니, 전생에 신항로를 개척하려고 나선 자들 중 얼마나 많은 자들이 죽어 나갔는지 아는 내 입장에서는 결코 참가하고 싶지 않은 여정이다.

물론 제국 해군에서 한 자리 해보려던 옛날이라면 모르겠다.

하지만 예전 같은 마음이라고 해도 지금의 여건이라면 다시 생각해 봐야 할 정도로 제국 1함대라는 집단은 허점투성이였다.

이클로나의 함장으로 임명된 호프만 중령은 고작 300톤급 연안 경비용 갤리선을 끌던 사람이고, 일등 항해사인 미치 대위는 항해사 경력은 있는데, 최근 근무지가 육상이었다.

힐로템을 출항한 이후로 함대 기동 훈련을 거듭하고 있지만, 항해사로서 햇병아리인 내가 봐도 이등 항해사들은 물론 함장이나 일등 항해사도 조함술이 어설프기 그지없었다.

과자가 함유된 질소 포장 봉지도 아니고 도대체 이게 뭔가 싶을 정도다.

아, 이클로나에 남은 사람은 나와 우르타 뿐이다.

해병대 하사로 임명된 네이선은 함대인원이 재편성되면서 기함인 룸페르로 자리를 옮겼고, 테일러의 당번병이 된 오펜 역시 룸페르로 옮겨 탔다.

상급병사(상병) 계급장을 받은 우르타는 네이선에게 밀렸다며 분통을 터뜨렸지만, 네이선과 헤어져야 한다니까 나보고 언제 탈출 하냐고 한참을 징징거렸다.

나도 지금 그게 제일 고민이다, 이 자식아···.

< <84화> 몰로스 제국 제1함대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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