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흙수저 선원으로 살아남기-172화 (172/420)

172화. 최소한의 안전장치

데보라가 노출된 범죄는 강간 살인이다.

그렇다 보니 범죄가 벌어진 후에는 가해자를 어떤 식으로 처벌하더라도 상황을 되돌릴 수 없었다.

막말로 당사자는 이미 살해당한 이후인데, 살인자를 죽여 봐야 그게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다른 여자가 다시 우리 배를 타지 않는 이상 동일 범죄 예방 효과조차 없다.

그냥 분풀이에 불과할 뿐이지.

결국 상황이 벌어지기 전에 예방을 해야만 하는데, 범죄의 원인(?)이 데보라 양 자체이다 보니 완전한 예방 자체는 불가능, 그래서 머리를 짜내고 짜내서 안전장치를 생각해 낸 것이다.

물론 내가 데보라 양에게 귀빈실을 쓰게 한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잠금장치이기는 하다.

어설프기 짝이 없는 일반 개인실의 잠금장치와는 다르게, 귀빈실의 잠금장치는 꽤나 단단하고 정교한 편이라서 손쉽게 해제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잠금장치가 절대 못 푸는 것이냐 하면 또 그렇지는 않았다.

충분한 시간과 준비를 할 수 있다면 밖에서도 풀 수 있다는 말이지.

잠금장치가 강제로 해제되고, 그 순간 데보라 양이 눈치를 채서 소리라도 지르면 그나마 다행이다.

강간 후 살인이라는 행위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선장실과 귀빈실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으니 말이다.

야간에 사건이 일어날 확률이 높다는 것을 감안하면, 아마 내가 방에 있을 테니 무슨 일이 벌어지기 전에 내가 달려오면 그대로 상황 끝.

그러니까 최악의 상황이 되었을 때,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할 경우 범행은 미수로 그치게 된다.

첫 번째, 범죄 상황을 데보라 양이 인지하고 도움을 요청할 때까지 충분한 시간이 있을 것.

두 번째, 범죄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상황 발생 즉시 인지할 수 있을 것.

내가 한참을 설명하자 롱베르 씨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기하는 내내 얼굴에 드리워져 있던 근심이 날아간 것을 보니, 롱베르 씨도 속으로는 상당히 걱정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이건 데보라 양에게 양해를 구하고 다른 선원들 모르게 저랑 닥터가 작업을 해야 할 것 같아요. 기밀 엄수가 생명이니까요.”

“그게 좋겠군.”

이번 건에 한해서는 네이선과 우르타에게도 비밀이다.

두 사람을 믿지 못한다기보다는 괜히 말이 샐 것 같아서 불안하다.

굳이 두 사람이 함께해야 할 정도로 일이 많지 않기도 하고 말이다.

“그건 그렇게 하기로 하고, 이제 이야기 좀 해줘요.”

“뭘 말인가?”

“그 ‘저주받은 처녀’.”

내 대답에 롱베르 씨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러더니 단호한 말투로 내게 핀잔을 주었다.

“리안 선장, 잘 모르니까 한 말이겠지만, 앞으로 내 앞에서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말아 주게. 그녀는… 그냥 조금 아픈 환자일 뿐이니까.”

“아, 네. 죄송해요, 닥터.”

“아닐세, 잘 모르는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는 것 정도는 나도 알고 있었으니. 자네는 켄자스의 항구관리관을 싫어했지?”

“뭐, 싫다기보다는 정이 안 간다고 해야 할까요? 본능적인 거부감?”

잘 생각해보면 내가 항구관리관을 싫어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냉정하게 말하자면 고마워해야 할 판이다.

그가 맥레인에게 모종의 힘을 실어주지 않았다면 일리오나 상단과 베나드 상단의 경쟁이 없었을 테고, 그러면 이스트렐리아 호의 가격은 상당히 내려갔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고마움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그 사람이 싫다.

“그런가. 밖에서는 그 사람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나도 대충 들었지. 하지만 가정에서 그는 정말 자상하기 그지없는 남자였네. 남편으로서도, 아버지로서도 말이야. 그 딸의 나이가 열아홉이네. 그리고 그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나쁜 병에 걸린 상태였지. 아마 보통 가정이었다면, 자의건 타의건 그 아이는 이미 죽었을 테지.”

나는 순간적으로 할 말을 잃었다.

이 세상에서 기형적으로 태어나거나 선천적 질병을 안고 태어난 아이가 살아남기는 정말 힘들다.

저주니 뭐니 하는 사회적 인식이나 미신도 문제지만, 그냥 환경 자체가 그들에게 너무 적대적이다.

의료 수준이 처참하니 치료나 상태 완화도 어렵고, 그런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사회적 안전망이 설치된 세상도 아니다.

그렇다 보니 가난한 평민 가정은 돌볼 자신이 없어서, 부유한 상인이나 귀족 가문은 가문의 위신을 위해서 그런 아이는 차라리 일찍 숨을 끊어주는 것을 택한다.

영유아 사망률이 낮은 세상도 아니라서 숨기기도 어렵지 않으니까.

“마, 많이 안 좋은 편인가요?”

“자세하게 말해주기는 어렵지만, 아마 지금의 의학 기술로는 호전시키는 것도 어려울 걸세.”

그러니까 그런 여자랑 맥레인은 결혼하기로 한 것이다.

장인이 만만한 사람이라면 바람이라도 피우겠지만, 아니지…. 장인이 그런 사람이 아니라면 맥레인이 그런 여자랑 결혼할 일이 없겠구나.

하여간 맥레인은 자기 인생의 절반, 결혼이라는 부분을 포기하고 이번 입찰을 따낸 것이다.

와, 지독한 녀석.

이야기를 들어보니 약혼녀가 사고로 죽은 지 꽤 시일이 지났어도 그녀를 잊지 못할 정도로 순정파인 것 같던데, 자신의 야망을 위해서 최악의 조건인 여자와 결혼을 결심하다니.

금수저들의 정신세계는 나 같은 흙수저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뭐, 그렇다고 해서 내가 항구관리관이 벌인 이번 사건을 옹호한다는 것은 아닐세. 현실적으로 자기 딸이 정상적인 결혼 생활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해서 무리하게 일을 추진한 것일 수도 있고, 단지 자기 가문을 위해서 벌인 일일 수도 있지. 하지만 과연 그런 무리한 결혼이 두 젊은이에게 행복할까? 나는 절대 아니라고 보네.”

“그렇죠. 맥레인도 그렇지만 그 아가씨도, 자기를 싫어하는 남자를 남편으로 맞이해야 하니까요.”

“데보라를 보게.”

갑자기 여기서 데보라 양이 왜 나와?

“뭐가요?”

“저 아이는 바보가 아니야. 사실은 굉장히 똑똑한 편에 속하지. 자네는 데보라가 세상 물정 모르는 철부지 같아 보이겠지?”

“어, 부정하기 힘들군요.”

“하하하, 그런데 말이야, 데보라가 정말 자네 입장을 모를까? 현재 자기가 처한 위험을 모를 것 같나? 내 강의를 제대로 듣지도 않았음에도 강의를 들은 학생들보다 더 높은 수준의 질문을 던졌던 아이네. 과연 그 아이가, 세상 경험이 부족하다고 해서 마냥 철부지일 것 같나?”

“그건, 글쎄요…. 지식과 지혜는 별개의 문제 아닙니까?”

확실히 이 세상에서 여자의 몸으로 뭔가를 이루기 위해 온 힘을 다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금수저, 아니, 다이아몬드 수저를 물고 태어나신 왕녀님도 그런 고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계셨는데, 빵 배달이나 하던 아가씨라면 더 심하겠지.

모르긴 해도 롱베르 씨에게 접근해서 연을 만들어 내는 것도, 그의 인정을 받아 비공식 제자로 인정받는 것도, 일반인은 상상할 수도 없는 피나는 노력이 뒷받침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도 굳이 배까지 타는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사실 책상물림의 안일한 발상이 아닐까 싶은데….

“지식과 지혜라, 전에도 말한 것 같지만 자네는 가끔 놀라울 정도로 현학적인 말을 하는군. 마치 동료 교수들과 이야기하는 기분이 들 정도야. 그럼 자네에게 묻지. 그녀에게 지금 부족한 것이 지혜인 것 같나?”

“그, 그건 저도 잘…. 아시다시피 제가 데보라 양과 특별히 많은 이야기를 나눈 것은 아니니까요.”

“흠, 그건 그렇지. 기회가 되면 자주 이야기를 해보게. 그 아이도 아마 꽤 반겨줄 걸세. 대화는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라네.”

나는 합리적인 의심이 담긴 눈빛으로 롱베르 씨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이 아저씨, 나랑 데보라 양을 엮어보려고…?

나도 남자다.

내가 창녀를 잘 찾지 않는 것 때문에 선원들 사이에서 ‘선장 남색가설’, ‘선장 고자설’, ‘선장과 우르타의 금지된….’ 하여간! 별별 소문이 많기는 하지만, 나도 혈기 왕성한 20대 남자란 말이다.

평소에 냄새나는 남자들만 마주하다가 젊고 예쁜 아가씨가 근처에 있으니 마음이 싱숭생숭한 건 나도 마찬가지다.

당연히 나도 데보라 양과 이야기도 하고 좀 더 친해지고 싶은데, 그러면 내가 그녀에게 씌워놓은 프레임이 깨진다.

데보라는 어디까지나 대하기 어려운 사람이어야 했다.

그리고 그것만이 그녀를 지킬 수 있는 얄팍한 방어선이다.

그 방어선이 깨지고 그녀의 실체가 선원들에게 드러나는 순간, 어쩌면 다음 항구까지 그녀를 죄인처럼 꽁꽁 숨겨둬야 할지도 모른다.

***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데보라 양의 동의를 얻고 ‘안전장치’를 마련한 지 며칠이 지나기도 전에 사건이 벌어졌다.

첫 번째는 남자의 괴성으로 시작했다.

“으아악!”

그리고 데보라의 날카로운 비명이 그 뒤를 따랐다.

“꺄아아아악!”

그다음은 내가 미처 예상하지 못한 부분인데, 혼란스러운 외침과 걸쭉한 욕설이 뒤따랐다는 것이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그게 문제가 아니고, 괴성을 지른 남자와 데보라 양 외에 제3의 목소리가 끼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비명을 듣자마자 용수철처럼 일어나서 머리맡에 준비해 둔 칼과 랜턴을 집어 들고 문을 박차고 나왔다.

솔직히 이런 일은 보통 혼자 결행하는 것 아니야?

가담자가 늘어나면 준비과정이 길어지고, 말이 샐 확률도 높아진다.

그러니까 당연히 나는 범행을 저지르는 사람이 한 명이라고 생각하고 준비를 했는데, 목소리를 들어보니 범인은 확실히 두 명 이상이었다.

“씨발, 이게 뭐야?!”

“야, 너 괜찮아?

“아아악! 멍청아! 저년부터 어떻게 해봐!”

마음이 급해진 만큼 전력 질주로 당도한 귀빈실은 아주 개판이었다.

문은 깔끔하게 열려있었고, 그 안에는 내가 준비한 함정에 빠져서 고통스러운 신음 소리를 내는 병신이 하나, 그걸 꺼내려고 하다가 나를 발견한 멍청이가 하나, 동료를 도울지 데보라를 잡을지 갈팡질팡하는 머저리가 하나 있었다.

그리고 한쪽 구석에 몰려서 소리도 제대로 못 지르고 있는 작은 인영이 하나.

얼핏 보니 내 충고대로 옷은 제대로 입고 있는 모양이었다.

상황 파악을 끝낸 나는 귀빈실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고(들어가면 2:1로 싸워야 하지만 문 앞에서 서면 1:1로 싸울 수 있으니까) 날카롭게 소리쳤다.

“동작 그만! 지금 뭣들 하는 짓일까?”

“이이익!”

“야, 어, 어떡하지?”

“으으….”

한심한 놈들.

내가 랜턴으로 한 놈씩 얼굴을 비추자 어쩔 줄 몰라 하며 손으로 빛을 가리기에 바빴다.

“데보라 양, 거기 그대로 계세요. 이놈들부터 처리하고 도와드리겠습니다.”

데보라의 대답은 들리지 않았지만, 난 개의치 않고 안으로 발을 내디뎠다.

저 멀리서 네이선의 것으로 예상되는 발걸음 소리가 들리기도 했고, 혼자서도 별 무리 없이 제압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지금 무장해제하고 무릎 꿇으면 곱게 죽여줄게.”

“서, 선장, 살려….”

“에잇! 개소리하지 마! 네놈을 죽이고 튀면 그만이야!”

“틀린 것 두 가지. 하나! 넌 날 죽일 실력이 안 돼. 둘, 혹시라도 날 죽여도 넌 튈 수 없어. 왜냐하면… 잠깐만, 그래 지금, 네이선이 왔거든.”

장난스러운 내 대답이 끝나기 무섭게 내 뒤에서 네이선이 나타나며 소리쳤다.

“무슨 일이야?!”

“짜잔! 자, 다시 제안을 하지. 지금 무기 버리고 투항하면 채찍질만 하고 바다의 품에 안기게 해줄게. 만약 반항하면 죽기 직전까지 마스트에 매달아 놓았다가 바다에 던질 거야. 잘 생각하라고.”

지금 말한 대로 나는 이놈들을 살려둘 생각이 없다.

얼마나 고통스럽게 죽느냐의 차이일 뿐 죽는다는 결말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한 놈은 거의 자포자기한 표정으로 괴성을 지르며 단도를 뽑아 들고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네이선에게 왼쪽 허벅지와 오른쪽 어깨를 찔리고 바닥을 나뒹굴었다.

함정에 빠진 놈은 패닉에 빠져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했고, 마지막 한 놈은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으면서 ‘데보라 강간 미수 사건’은 종말을 맞이했다.

***

범인들을 포박하여 창고에 가둔 뒤, 데보라를 안심시키기 위해 자리를 비운 닥터 롱베르를 제외한 간부들이 선장실에 모였다.

다들 자다가 일어나서인지 표정이 좋지 않았다.

“자, 굳이 상황 설명은 필요 없지? 새로 모집한 선원 중에 세 놈이 일을 벌였고, 다행스럽게도 실패. 그리고 놈들은….”

“선장님.”

“음?”

내 말이 끝나기 전에 불편한 표정의 이등항해사 발드가 손을 들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그에게 말을 하라고 손짓하자, 딱딱한 어조로 발드가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이번 일은 이미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선장님도 모르지 않으셨을 겁니다. 그래서 그 함정도 미리 준비하신 것이겠죠. 표정들을 보니 여기 앉은 간부들도 모두 함정에 대해서는 몰랐던 것 같군요. 범인들이 잘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어떻게 보면 범행을 유도당했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사형은….”

“이봐, 이등항해사.”

“네, 선장님.”

나는 일부러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런 것은 초장에 잡아 둬야 나중에 다른 말이 나오지 않는 법이다.

“범죄에 대한 유혹은 누구에게나 있어. 하지만 누구나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지. 그러니까 범죄를 유도당했다는 그런 개 같은 논리는 집어치워. 그렇게 말하면 데보라 양을 강간하기 가장 쉬운 사람은 바로 나였잖아? 나는 정말 아무런 잡음 없이 해결할 수 있었으니까.”

“그건… 휴우, 죄송합니다, 제가 생각이 짧았군요.”

발드가 조용히 머리를 숙이자, 그를 잠시 노려보던 나는 박수를 한 번 쳐서 주의를 환기시킨 후에 단호하게 말했다.

“자, 이놈들은 무조건 사형. 그러니까 사형에 대한 방식만 논의하자고. 개인적으로 다시는 이런 헛짓거리를 시도하는 놈이 없도록 시각적 효과가 좋았으면 하는데 말이야.”

내 말이 끝나고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그리고 일등항해사와 눈빛을 주고받던 갑판장님이 손을 들었다.

“선장님, 보통 선내 강간은 채찍 30대 형에 처합니다. 미수라면 보통 5대나 10대를 때리죠. 하지만 상대가 으음, 조금 다르니 다른 법을 적용해야 할 겁니다. 채찍 30대를 치고 바다에 던지시죠.”

“마스트는?”

“네?”

내가 순박한 표정으로 반문하자 갑판장님이 당혹스러워했고, 일등항해사 아인델프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마스트에 매다실 생각이십니까? 그렇게까지….”

그래, 딱 이 정도인 거다.

선원들과 달리 간부들은 데보라가 귀족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 여자의 사회적 위치는 딱 이 정도, 심지어 범행이 미수에 그쳤으니 죄인들을 과하게 처벌하는 것이 영 탐탁지 않은 것이겠지.

고작 며칠을 같이 있었어도 범죄를 저지른 선원들이 자신의 ‘크루(crew)’라는 것도 한몫하는 것 같고.

“내가 범인들에게 약속했어. 덤비면 채찍 후 마스트라고. 그러니까 돌격대장에게 칼 맞은 놈은 채찍 30대에 마스트 3일 걸어놨다가 사형, 함정에 걸린 놈은 채찍 50대에 사형, 아무것도 안 한 놈은 채찍 30대에 사형, 이렇게 하지.”

다들 내 눈을 피하기는 하지만 딱히 내 말에 토를 달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그래서 마무리를 하려고 하는데, 우르타가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포술장, 할 말 있어?”

“선장님, 함정에 걸린 놈은 덤비지 않았는데 왜 50대인가요?”

“제일 먼저 들어갔으면 그놈이 주동자잖아.”

“아….”

“더 할 말 없으면 이만 끝내도록 하지. 형 집행은 내일 아침에 진행할 거야.”

그렇게 한밤중에 벌어진 회의를 끝내려던 순간, 갑자기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선장님, 행크입니다.”

“뭐지? 돌격대장, 문 열어줘.”

네이선이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어주자, 고참 선원인 행크가 고개를 꾸벅 숙이며 말했다.

“선장님, 갑판장님. 절도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아, 두통.

시부럴! 무슨 양아치 새끼들만 태운 건가, 이게 무슨 난리람?

“휴우…. 갑판장님은 일단 쉬시죠. 상황 보고 알려드릴게요. 일등항해사랑 돌격대장은 나랑 함께 가지.”

그렇게 간부들을 해산시키고 아인델프와 네이선을 데리고 행크를 따라가고 있는데, 저쪽에서 빠른 발걸음으로 다가오는 인영이 있었다.

“거기 누구야?”

“어? 선장님이십니까?”

“누구, 아, 왓킨?”

“네, 마침 나오셨군요. 보고드릴 일이….”

“절도 사건이라면 여기 행크가 이미 말했어.”

“그게 아니고 밀항자를 찾았습니다.”

“…….”

오늘 마가 끼었나, 왜 이러니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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