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3화. 도둑 찾기
마른세수를 하며 정신을 다잡은 나는 차근차근 일을 풀어나가기로 했다.
인간적으로 이렇게 일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는 건 너무 매너 없는 거 아냐?
여기에 해적이나 폭풍까지… 아니다, 생각하지 말자…. 괜히 부정 타면 어떡해?
“설마 밀항자가 여자는 아니지? 아니라고 해줘.”
“네? 아, 물론 남자입니다. 일단 포박해서 선창에 던져 놓았습니다만….”
“반항하거나 한 것은 아니고?”
“네, 발각되자 순순히 투항했습니다.”
“그럼 그건 아침에, 아침에 해결하자고. 지금은 도둑놈부터 잡아야겠어.”
“알겠습니다.”
고개를 꾸벅 숙인 왓킨이 돌아가려다가 우리와 방향이 같은 것을 알고는 머쓱하게 머리를 긁으며 기다렸다가 내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그래서 내 뒤를 따르는 게 아인델프, 네이선, 우르타, 행크에 왓킨, 잠깐만.
우르타는 왜 여기에 있는 거야?
“우르, 아니, 포술장. 포술장은 굳이 따라오지 않아도 되는데?”
“저도 도움이 될 겁니다!”
“그, 그래?”
“물론이죠!”
딱히 우르타가 따라오면 안 되는 상황은 아니긴 했다.
생각해보니 우르타는 관찰력이 좋은 편이니까 도움이 될지도 모르고 말이야.
걸어가는 중에 행크가 내 뒤에 붙어서 빠르게 추가적인 상황 설명을 시작했다.
“선장님께서 제안하신 불침번이 효과가 있었는지 그동안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만, 오늘의 소란을 틈타 범행을 벌인 모양입니다. 상황이 수습되고 나서 도둑맞은 것을 알았다고 합니다.”
이게 이렇게 연결이 되네.
돈을 받은 21명의 선원 중 14명이 금고에 돈은 맡기기로 했고, 2명은 중상자라서 배에서 내렸으며, 3명은 돈을 죄다 털렸다.
그래서 상당한 거금을 쥐고 있는 사람이 배에 2명이 남은 셈인데, 금고에 돈을 넣으라고 윽박지를 수는 없는 노릇인지라 임시방편으로 선실에 ‘불침번’을 만들었다.
야간 당직 자리가 늘어나는 일이라서 선원들이 불평을 했지만, 누구나 필요성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에 그럭저럭 잘 돌아가는 편이었다.
그런데 불침번이라고 해서 딱히 범죄를 완전히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은 아니다.
일단 밤이 되면 선실 안은 사람을 알아보기는커녕 조금만 멀리 떨어져도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워진다.
두 사람이 눈에 불을 켜고 있어 봐야, 은밀하게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을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당직자 두 사람이 공범일 경우 답이 안 나온다는 것이었다.
물론 야간에도 수시로 왔다 갔다 하는 선원들이 있으니까 범행이 쉽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하필이면… 어휴, 돈은 어디에 둔 건데?”
“선실 선반의 구석에 숨겨두었던 모양입니다.”
“응? 개인용 사물함, 아니, 돈주머니를 안고 잔 게 아니고?”
남들이 굳이 탐내지 않을 것들이라면 사물함에 넣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잘 때 품에 안고 자는 선원이 꽤 된다.
웬만큼 깊게 잠드는 것이 아닌 이상 자기 품에 있는 물건을 누가 빼가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항구에서 사 온 고급술 같은 것을 안고 자는 선원은 매우 쉽게 볼 수 있다.
“아시다시피 사물함은 좀…. 그리고 잠버릇이 안 좋은 녀석입니다.”
흠, 이렇게 되면 조금 말이 달라진다.
사물함을 뒤지거나 해먹에 파묻힌 사람의 품을 뒤지는 것이야 바닥에 붙어서 살금살금 움직일 수 있다지만, 선반이라면 몸을 곧게 펴지 않고는 도저히 뒤질 수가 없다.
시야도 제대로 확보되지 않고 팔도 편하게 쓰기 어려우니 부스럭거리는 소음이 날 수밖에 없기도 하다.
그러니까 선반에 돈을 숨긴 것은, 일단 야간 불침번이 있는 상황에서는 꽤 괜찮은 선택이었던 것이다.
“그놈들을 죽여야 할 이유가 또 하나 늘었군.”
“네?”
“아니야. 털린 돈은 얼마나 된다고 해?”
“대략 5만 로스 정도 되는 모양입니다.”
“그걸 솔직하게 말했어?”
“그럴 리가요, 10만 로스라고 우겼는데 다른 놈들에게 돈 쓴 걸 확인해보니 그 정도 남은 것 같습니다.”
그럼 그렇지, 양심적이고 정직한 선원이라니!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잖아.
그나저나 남은 돈이 5만 로스라니, 그놈은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닌 거야?
뭘 하면 열흘, 그놈도 당직이 있었을 테니 열흘도 아닌 시간 동안 거의 10만 로스를 쓸 수 있는 거지?
금고에서 돈을 야금야금 찾아 쓴 14명은 대부분 10만 로스 이상의 잔고가 남았다.
첫날 가져간 2만 로스를 열흘 동안 쓴 녀석도 있더라.
대충 7일쯤 놀았다고 가정하면 하루에 3,000로스 정도만 쓴 셈이니, 선원치고는 자제력이 엄청난 녀석인 거지.
물론 평상시라면 중장기 항해가 끝나고 상륙 첫날 흥청망청 쓰는 돈이 3,000로스 안팎이니 상륙 기간 내내 그렇게 썼다면 상당한 과소비인 것은 맞다.
하지만 당장 쓸 수 있는 돈이 10만 로스가 넘는데도 평소처럼만 놀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그렇게 말하면 5만 로스가 남는 게 정상… 아니야, 아무리 그래도 그건 너무했지.
“지금 당직자들은 다 밖에 있지? 혹시 다른 조치를 취했나?”
혹시라도 초기 대응을 했나 싶어서 물어보았지만 행크는 난처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선장님, 저는 갑판장도 돌격대장도 아닙니다.”
“아, 그렇지.”
행크가 리버티 호 처음부터 함께한 선원이고 경력도 제법 되지만 그래도 결국 선원에 불과했다.
물론 선임 선원으로 인정받는 만큼 일반적인 작업을 할 때는 세부적인 작업지시 정도야 할 수 있겠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 어디에 모이라거나 하는 명령은 내릴 수 없었겠지.
“일단 선실로 가지.”
오랜만에 선실에 들어서니 익숙한 악취가 나를 반겼다.
아무래도 겨울이니만큼 여름보다야 낫지만, 그래 봐야 악취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었다.
선실에 들어서기 직전, 나는 낮은 목소리로 네이선과 우르타에게 말했다.
“네이선, 선실 봉쇄해. 밖으로 나가려는 선원들은 예외 없이 소지품 검사하고, 나가는 선원들은 무조건 우르타가 동행해.”
코를 자극하는 악취에 인상을 살짝 찡그린 나는, 선실 안으로 들어가서 랜턴으로 모여 있는 선원들을 비췄다.
“으읏!”
“뭐야?!”
“이 빛은 선장님의?”
“선장님이 오셨다!”
“이건 도대체?”
이미 랜턴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기존 선원들은 랜턴 빛을 보자마자 내가 왔다는 것을 깨달았고, 새로 모집한 선원들은 난생처음 보는 강렬한 빛에 깜짝 놀라며 당황스러워했다.
“누구야? 도둑맞은 사람이?”
“저, 접니다, 선장님.”
“어…. 이름이 뭐였지?”
선장이 되고 나서 선원들과 통성명할 일이 별로 없다 보니 얼굴은 알아도 이름을 모르는 경우가 허다했다.
솔직히 행크도 방금 전까지 얼굴만 알았지, 이름은 처음 들었다.
아니 처음 들은 게 아닐지도 모르지만, 하여간 몰랐다….
“네? 아, 핀입니다, 선장님.”
“그래, 핀. 상황부터 다시 설명해봐.”
나는 핀에게 다시 설명할 것을 요청한 뒤, 웅성거리는 선원들에게 엄포를 놓았다.
“그리고 지금부터 선실을 나가려는 녀석은 무조건 돌격대장에게 소지품 검사를 받아야 하고 포술장과 동행해야 할 거야. 반항할 경우 범인으로 취급하겠어.”
선원들은 조금 더 웅성거리기는 했지만 특별히 반항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나보다는 선원들이 더 불안한 것이다.
당장 도둑놈과 같은 선실을 써야 하는 것은 본인들이니까.
소란이 대충 가라앉자 핀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네, 선장님. 그러니까 제가 잠에 깬 것은 그 비명이 들리고 나서입니다. 꽤 선명하게 들려서 저처럼 깬 사람이 꽤 많았죠.”
소란스러운 대낮에서 충분히 들렸을 정도인데 한밤중이니 당연히 강간미수범과 데보라 양의 비명이 들렸을 것이다.
특히나 여자의 비명은 바다 위에서 좀처럼 듣기 힘든 것이다 보니 다들 식겁했겠지.
지역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바다 위에서 들리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자의 비명이나 웃음, 노랫소리 같은 전설은 어디에나 있으니까.
“다들 무슨 일인지 몰라서 한동안 선실 안이 소란스러웠습니다. 불침번들도 없고 하여간 엉망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몇 사람이 무슨 일인지 알아본다고 선실 밖으로 나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몇 명은 다시 해먹에 몸을 뉘었구요. 그래서 저도 다시 잠들려고 했는데….”
“그때 갑자기 숨겨둔 돈이 생각나서 확인을 했더니 없었다?”
“네, 네! 그렇습니다!”
“돈이 있는 것을 마지막으로 확인한 것은 언제인데?”
“그게 그러니까… 저녁 식사 후입니다.”
쯧, 범행 가능 시간의 범위가 너무 넓다.
아무래도 쉽게 끝나지 않겠는데….
“일등항해사, 지금 이등항해사와 삼등항해사, 회계사, 조리장까지 다 동원해서 밖에서 당직을 서는 선원들 소지품 검사하고 자리 이탈하는 놈이 없도록 막아. 아니, 그냥 닻 내리고 당직자들 다 선실로 불러들여. 혹시라도 이상 행동 하는 놈들은 즉결처분해도 좋아. 특히 난간에 접근하는 놈들. 무슨 뜻인지 이해했지?”
“알겠습니다, 선장님.”
돈을 훔친 이유는 당연히 쓰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배 위에서는 돈을 쓸 일이 없다.
물론 선원들끼리 카드 게임 같은 사소한 도박을 할 때 돈이 필요하기야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동화, 잘해봐야 은화 수준, 수만 로스가 필요한 일은 아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훔친 돈을 어딘가에 보관했겠지.
물론 지금쯤이면 증거를 범행이 들통 난 것을 알았을 테니 증거를 인멸하려고 시도할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어렵게 훔친 거금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을 테고, 아인델프가 밖에 있는 선원들의 신변을 빠르게 구속하기만 한다면 괜찮을 거다.
“일단 선실부터 수색하지. 이번에 돈을 받고 금고에 맡기지 않는 사람이 누구지? 한 명 더 있을 텐데.”
그러자 한쪽 구석에 있던 한 남자가 머뭇거리며 손을 들었다.
“접니다, 선장님.”
“지금 상황이 좀 그래서 말인데, 자네 주머니 좀 볼 수 있을까?”
“전 아닙니다!”
“알아. 다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니까 좀 보자고.”
“하지만… 휴, 알겠습니다.”
그는 잠시 억울한 표정을 지었지만 곧 체념하고는 품 안에서 주머니를 하나 꺼내서 내게 건네주었다.
주머니가 꽤나 묵직하다.
나는 주머니를 열기 전에 핀에게 물었다.
“핀, 네 주머니에 얼마가 들었었지?”
“10만 로스 정도입니다, 선장님.”
순간적으로 행크가 작게 욕설을 내뱉었지만 나는 그 말을 무시하고 핀에게 다시 물었다.
“핀, 솔직하게 대답해야 해. 만약 내가 돈주머니를 찾았는데 그 안에 10만 로스가 들어있지 않다면 어떻게 될까?”
“네? 그거야…. 범인이 어딘가에 쓰지 않았….”
“무슨 소리야? 배 위에서 그 돈을 쓸 수 있는 곳이 어디 있다고? 만약 금액이 다르면 그건 네 주머니가 아니라는 말이야. 그렇지?”
내 말에 핀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결국 고개를 푹 숙이며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을 정정했다.
“사실은 5만 로스 정도입니다. 정말입니다, 선장님.”
“좋아. 그 주머니에 금화가 몇 개나 들었지? 은화와 동화는 몰라도 금화는 기억할 것 아냐?”
“세 개, 세 개가 들었습니다!”
비센트 금화가 세 개면 그것만 해도 36,000로스 가량이다.
거기에 은화 열댓 개만 더하면 거의 5만 로스에 근접하니, 주머니의 부피가 그리 크지는 않겠다.
일이 점점 어려워지는 것을 느끼며 나는 손에 든 주머니를 열었다.
주머니를 살피던 내 표정이 기묘하게 변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주머니에는 금화가 무려 열 개나 들어있었다.
선원들에게는 한 사람당 금화가 열 개씩 돌아갔으니, 나머지 은화의 양으로 가늠할 때 이 주머니의 주인은 돈을 거의 쓰지 않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아니, 어쩌면 이번에 받은 돈보다 많을 수도 있겠다.
이거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데?
나는 주머니의 주인에게 시선을 옮기고 물었다.
“이봐, 자네 이름이 뭐지?”
“가빈입니다.”
“좋아, 가빈. 이 안에는 돈이 얼마나 들었지?”
“그것은….”
“내가 이걸 다 세어 보기 힘들잖아. 자네는 알고 있을 것 아닌가?”
다른 선원들의 눈치를 보던 가빈이 눈을 질끈 감고 말했다.
“정확히 157,120 로스입니다.”
“…….”
순간적으로 모여 있는 선원들의 시선이 돌변했다.
“흐음, 대충 그 정도 될 것 같네. 그런데 돈을 거의 쓰지 않았군?”
“네….”
솔직히 나도 의심은 간다.
그런데 고작 심증만 가지고 사람을 몰아붙이면 안 되는 법이지.
“자, 여기에서 가빈과 함께 술을 마셨던 사람?”
그때 한쪽에 있던 오펜이 손을 들고 또랑또랑하게 말했다.
“선장님, 가빈 선원은 술을 마시지 않습니다. 배급으로 나오는 맥주도 다른 사람들에게 양보하거든요.”
“어?”
뭐야, 이게 더 충격적인데?
술을 안 마시는 선원이 있다고?
“그럼 결국 가빈이 돈을 흥청망청 쓰는 모습을 본 사람이 없는 것이군?”
“…….”
내가 잠시 시간을 줬음에도 가빈이 돈 쓰는 것을 보았다는 사람은 나오지 않았다.
이러면 일단 믿어줘야 한다.
나 같은 놈도 있는데 수많은 선원 중의 한 명 정도는 알뜰살뜰하게 저축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이상할 것도 없잖아.
“가빈, 이왕이면 돈을 맡기지 그랬어? 나를 못 믿겠다면 항구의 은행을 이용하는 것도 괜찮을 텐데. 오늘 같은 일이 자네에게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잖아?”
“그렇지 않아도 날이 새면 회계사님에게 물어보려고 했습니다….”
“그렇군. 여기 받아가게.”
나는 입맛을 다시며 가빈에게 주머니를 돌려주었다.
하루만 일찍 금고에 맡겼다면 좋았을 텐데.
이러면 가빈은 범인을 잡지 못할 경우 선원들 사이에서 범인 취급을 받을 확률이 높아졌다.
가빈이 원래 돈이 있었다는 것을 증명해주기 위해서 일을 벌였다가 오히려 꼬여버린 셈이다.
그때 선실 입구 쪽이 시끄러워지더니 선원들이 우르르 선실로 들어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인델프가 입구를 지키던 네이선과 몇 마디를 주고받더니 내게 다가와서 말했다.
“선장님, 빠진 인원은 없습니다. 수상한 녀석도 없구요.”
“고생했어.”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가볍게 치하하자 아인델프가 목소리를 낮추어 물었다.
“진전은 좀 있습니까?”
“아니. 제법 골치 아프게 생겼어.”
“어떻게 할까요?”
“일단 선실부터 뒤지는 수밖에.”
그래도 다행인 것은, 도난품이 있던 장소가 바로 선실이라는 것이었다.
간부들은 모두 개인실을 쓰기 때문에 선원들이 머무는 선실에는 거의 오지 않는다.
그래서 간부들만큼은 용의선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만약 간부들까지 의심해야 했다면 이번 사건은 아마 미궁에 빠지지 않았을까?
나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으니까 말이다.
“밤늦게 미안하지만, 선실 수색을 해야겠다. 범인이 유령이 아닌 이상 이 중에 있을 것이고, 나는 도둑놈을 포용할 정도로 마음이 넓지 못하니까 말이야. 모두 이쪽으로 모여.”
“선장님!”
“응?”
갑자기 선원 중의 한 명이 나를 불렀고, 나는 그에게 랜턴을 돌렸다.
밝은 빛이 쏟아지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고개를 돌리는 선원은 덩치가 꽤 되는, 새로 뽑은 선원이었다.
네이선이 데리고 배 견학을 시켜준 녀석 중의 한 명이라 얼굴이 기억이 났다.
나는 랜턴을 약간 아래로 내리며 사과했다.
“미안, 무슨 일이지?”
“선장님, 저기 저놈이 도둑놈 아닙니까? 누가 봐도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쯧…. 역시나.
주변을 살펴보니 적지 않은 수의 선원들이 그에게 공감하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지목한 가빈의 주위는 텅 비어 있었다.
랜턴을 슬쩍 돌려보니 얼굴이 붉게 물들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가빈이 보였다.
그때, 어느새 내 뒤로 다가온 우르타가 등을 쿡쿡 찔렀다.
그런 우르타의 시선은 가빈이 아니라 가빈을 지목한 남자 쪽을 향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