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화. 맥레인의 원대한 계획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던 밀항자 사건이 이렇게 골치 아픈 일이 될 줄이야.
밀항자들은 보통 항구에서 범죄에 연루되어 도주하는 녀석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특별히 죄질이 나쁜 녀석이 아니라면 대충 돈을 뜯어내고 론 항구에 내려주려고 했었다.
물론 돈이 없다면 선원들이 기피하는 더러운 일을 하는 등, 몸으로 갚아야겠지만, 그래도 당장 죽는 것보다는 나을 터였다.
평소와 다르게 장거리 항해를 위해 화물을 조금 줄이고 식수와 식량을 많이 챙겨서 한 사람쯤 입이 는다고 해서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맥레인에 대한 처우는 세 가지 중에 하나다.
첫 번째는 깔끔하게 팔다리를 묶어서 바다에 던지는 것이다.
이왕이면 무거운 추도 달아서 누구에게도 발견되지 않게 하면 더 좋겠지.
맥레인이 사라진 일리오나 상단에서는 난리가 나는 정도가 아니라 후계자가 없어져서 공중분해가 될지도 모르지만, 어차피 나와 상관없는 일이다.
마음속에 멕레인의 목숨값만큼의 추가 올라가는 것을 감당해야 하는 것이 문제일 뿐.
죽이지 않으면 죽을 상황에서 하는 살인이랑, 귀찮은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서 하는 살인의 무게가 같을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두 번째는 다음 기항지인 론 항구에서 맥레인을 내리게 하는 것이다.
얼핏 생각하면 참 깔끔하고 온건한 해결 방법 같지만, 의외의 복병이 있으니 바로 맥레인이라는 인간이었다.
비록 지금은 밀항자라지만 맥레인은 일리오나 상단의 후계자고, 닥터의 말대로라면 살아만 있으면 상단을 이어받을 것이 확실했다.
그런데 상단을 이어받은 맥레인이 내게 앙심을 품으면, 앞으로 내가 상당히 피곤해질 수도 있었다.
세 번째는 멕레인의 요구대로 선원으로 받아들이는 것인데….
딱히 무슨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왠지 귀찮은 일에 휘말릴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싫다.
뺀질거리는 얼굴도 싫고, 가비엘라라는 아가씨가 마음에 큰 상처를 받을 것을 알면서도 도주한 뻔뻔함도 싫다.
뭘 선택해도 마음이 영 찜찜할 것 같아서 바람을 쐬러 갑판에 나왔다.
결정이라는 것이 늘 그렇다.
대부분 정답이 없다 보니 최선은 아니더라도 차선이나 차악을 선택해야 하는데, 참 쉽지가 않다.
바람을 잘 받고 있어서인지 느릿느릿하게 움직이는 선원들이 보였다.
갑판장님이 보면 한바탕 큰소리가 나올 상황이었지만, 호랑이 같은 갑판장이 골골거리고 있으니 선원들도 축 늘어진 느낌이었다.
게으름을 피우던 선원들은 내 모습을 보고는 빛을 본 바퀴벌레처럼 빠르게 시야에서 사라졌지만, 한쪽에 모여서 웅성거리는 선원들은 뭐에 정신이 팔렸는지, 나를 발견하는 녀석이 없었다.
배 위에는 오락거리나 흥미를 자극하는 일이 워낙 없다 보니 나도 궁금해져서 그들의 사이에 몰래 끼어들었다.
그들 가운데는 우르타가 신나서 세 마리의 새끼 고양이를 자랑하고 있었다.
정작 새끼 고양이들은 갑자기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공포에 질린 듯했지만, 선원이라는 놈들이 그런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쓰는 인간들이 아니다.
“진짜 예쁘지?”
“그렇기는 한데, 이 쬐끄만 것들을 언제 키워서 쥐를 잡습니까?”
“그러게, 이렇게 작아서야 원, 쥐가 고양이를 잡겠습니다.”
“며칠 전에 본 놈은 크기가 내 팔뚝만 했다고.”
“네 팔뚝만 한 쥐라고? 그게 쥐냐? 몬스터 아니고?”
“뭐? 내 말을 못 믿냐?!”
중구난방으로 떠들어대던 선원들 중에 이상한 곳에서 의견충돌을 일으킨 두 사람이 멱살을 잡으려던 찰나, 우르타가 한 녀석을 살짝 들어 올리며 말했다.
“얘는 리아야!”
“응? 리안?”
“선장 말이오?”
“아니! 리안이 아니고 리아라니까!”
우르타는 얼룩이에게 리아라는 이름을 지어 준 모양이다.
그런데 묘하게 기분이 안 좋아.
“얘는 넬이고, 얘는 우리야.”
새까만 털에 목덜미와 네 발만 하얀 녀석은 ‘넬’이고, 이마 일부와 꼬리 끝만 노랗고 나머지는 새하얀 녀석은 ‘우리’란다.
“그런데 이름이 묘하게… 낯익은데?”
“그치그치? 자, 봐.”
우르타는 얼룩이를 다시 들어 올려서 배를 간질이며 말했다.
“얘가 대장이거든. 그런데 암컷이라 이름이 ‘리아’야.”
이 새끼가?
“그리고 얘는 제일 용감해서 ‘넬’이야. 네이선을 제일 좋아하기도 하고.”
“푸흐흐흐, 세 사람 이름을 따서 지은 겁니까?”
“응! 얘들도 우리랑 똑같이 세 마리니까!”
“선장이 알면 화낼 것 같은데….”
“그러니까 리안에게는 비밀이야. 알았지?”
“포술장.”
“응? 어? 아… 아앗!”
내가 나지막하게 우르타를 부르자, 천진난만하게 대답하던 녀석이 나를 발견하고 이상한 비명을 내뱉었다.
그리고 우르타의 이상한 반응을 보고 그제서야 나를 발견한 선원들이 갑자기 자기가 할 일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어이쿠, 선장님! 전 이만 당직 교대 시간이라.”
“아! 나도 오늘 조리장님 도와주기로 했지.”
“선수 창고 청소를 잊었네, 혹시 도와줄 사람?”
“내가 도와주지.”
“나도.”
“가, 같이 가자구.”
당직 교대 시간은 아직 멀었고, 조리장이 식사를 준비하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며, 선수 창고는 엊그제 청소를 했지만, 그냥 모르는 척하기로 했다.
그렇게 선원들이 재빨리 사라지자 남은 것은 주눅 든 우르타와 이제야 공포에서 벗어나 내게 호기심을 보이기 시작하는 고양이 세 마리뿐이었다.
고양이 이름을 내 이름과 비슷하게 지었다고 화내기도 그렇고, 이걸 어떻게 해야 하냐.
심지어 네이선과 자기 이름까지 따서 지어놓고 저렇게 신나 하고 있으니, 휴….
***
나는 결국 우르타에게 화를 내지 못하고 맥레인이 감금당한 창고를 방문했다.
맥레인에게 도주 의사도 없고 도주할 방법도 없는 상황이다 보니 문만 잠가 놓았을 뿐, 지키는 녀석도 없어서 조용히 이야기하기에는 편했다.
“맥레인 씨.”
“아, 선장님. 오셨습니까?”
“우리 솔직하게 이야기 좀 해봅시다. 맥레인 씨도 배를 타봤다니 알고 있을 겁니다. 밀항자는 그대로 바다에 던져버려도 아무도 모른다는 것을. 그리고 알려지지 않았을 뿐, 실제로 그런 사례가 적지 않소. 그러니 내 결정에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를 하는 쪽이 좋을 겁니다.”
“무엇이 궁금하십니까?”
“그대가 도주를 택한 진짜 이유.”
내가 진지하게 그의 눈을 보며 말했지만, 그는 일말의 동요도 없이 부드럽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건 이미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전 누구와도 결혼하고 싶지 않습니다. 제 나이가 벌써 서른입니다. 결혼을 하려고 했다면 이미 한참 전에 하지 않았겠습니까?”
이 자식, 분명히 거짓말을 하는 것 같은데 추궁하기가 영 쉽지 않다.
“나도 당신이 죽은 약혼녀를 잊지 못해 결혼하지 않고 있다는 소문 정도는 들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그 소문을 믿을 수가 없군요. 당신은 가비엘라라는 아가씨와의 결혼을 전제로 항구관리관과 모종의 계약을 했을 겁니다. 당신의 어떤 목적을 위해서 말이죠. 그런데 지금 같은 상황에서 밀항을 통한 도주? 그게 무슨 결과를 불러올지 당신이 더 잘 알겠죠?”
“선장님의 말씀이 무슨 뜻인지는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그녀를 잊고 다른 여자와 결혼한다고 생각하니….”
쓸쓸한 표정을 연기하는 녀석을 보니 왠지 울화통이 치밀었지만, 나는 최대한 감정을 배제하고 말을 이었다.
“당신 말대로 1년이 지나면 가비엘라 아가씨의 신변에 변화가 생길지도 모릅니다. 항구관리관이 그녀의 결혼을 포기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항구관리관의 분노는 확실히 당신을 향할 겁니다. 그 분노를 감당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요?”
“그렇기는 합니다만….”
“뭡니까? 당신이 도주를 택한 진짜 이유. 당신 같은 사람이 고작 죽은 약혼녀와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서 당신의 남은 삶은 물론 상단까지 내팽개쳤다는 헛소리를 제가 믿어야 합니까?”
“하하하….”
잠시 뜸을 들이던 맥레인이 피식 웃더니 사실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하긴 뭐, 선장님이 안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아니니 밝혀도 무방하겠군요. 선장님의 생각대로 입찰을 위해 항구관리관과 모종의 계약을 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는 예전부터 나와 가비엘라가 맺어지기를 원했으니, 계약은 어렵지 않았지요.”
어느 세상이나 평범하지 못한 사람은 배척받게 마련이다.
특히 가비엘라라는 아가씨처럼 외모에 치명적인 문제가 생기는 병을 가지고 있다면, 사실상 결혼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상단의 후계자인 맥레인과 자신의 딸이 맺어지기를 오래전부터 원했다니, 항구관리관 놈도 확실히 제정신은 아니군.
“아, 지금 무슨 생각 하시는지 알겠는데, 항구관리관이 딸을 위해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냥 우리 상단이 탐이 났을 뿐이죠. 뭐, 제 입장에서 보면 가비엘라와의 결혼은 사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어차피 결혼만 하고 다른 여자를 품으면 그만이니까요. 하지만 가비엘라와 결혼한 이상, 그녀의 몸에서 난 아이가 아니라면 제 후계자로 만들 수는 없는 일이죠. 그리고 항구관리관이 원하는 것도 그런 그림일 겁니다. 자기 딸이 시집간 상단에 후계자가 없는 상황. 그의 형이 항구의 재정관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상단을 해체해서 자신이 꿀꺽하는 것은 어렵지 않겠죠.”
아, 혼란하다, 혼란해.
그러니까 항구관리관이 닥터의 말처럼 가족에게 충실해서가 아니라 상단을 꿀꺽하시려고 딸을 이용해 먹는 중이라는 거지?
“허, 그걸 알면서도 그녀와 결혼을 하려고 한 겁니까?”
“그래서 이렇게 도망치지 않았습니까?”
“그게 무슨…!”
“어차피 배의 행정 처리는 끝났고, 세금 처리도 끝났습니다. 항구관리관도 바보가 아니니 이미 끝난 일을 굳이 헤집어서 양쪽이 다치는 불상사를 만들지는 않을 겁니다. 그의 가문이 아무리 대단한 위세를 누려도 어차피 허블 백작이 손가락만 한 번 튕기면 힘없이 무너질 모래성에 불과하니, 괜히 허블 백작이 신경 쓸 만한 일을 만들려고 하지 않겠죠.”
“좋습니다, 그럼 이스트렐리아 호는 그렇게 처리했다고 치고, 1년은 뭡니까?”
“항구관리관과 재정관, 두 형제의 숙부가 되는 치안관 마일스는 야심이 많은 남자입니다. 이번에 선박의 세금과 관련해서 꼬투리가 될만한 증거를 넘겨주었으니, 1년 안에 결판을 내지 않겠습니까?”
이야기를 하는 맥레인의 눈은 야망이 넘실거리는 것처럼 보였다.
거참, 이제 보니 항구관리관이 되게 불쌍한 역할이구나.
“계획대로 된다면 1년이 지나기 전에 항구관리관과 재정관은 교체될 겁니다. 그렇게 되면 암중으로 우리 상단의 지원을 받던 마일스가 우리를 섭섭하게 대할 리도 없고, 제가 항구관리관에게 보복당할 일도 없죠. 결혼도 피하고, 보복도 피하고, 베나드 상단도 찍어 누르고, 상단의 입지는 탄탄해지는 것이니 1년 정도의 뱃일 정도야 감수할만한 일 아니겠습니까?”
뭐 이런 놈이 다 있지?
내가 아무리 솔직하게 말하라고 했지만, 이렇게 말하면 내가 자신에게 협조할 것이라고 믿는 걸까?
내가 어처구니가 없어서 가만히 그를 보고 있는데, 그는 여유롭게 나를 보며 말했다.
“이미 지나간 그 이스트렐리아 호의 입찰에 대한 생색내기는 그만두겠습니다. 사람이 미래 지향적으로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들어보시죠, 선장님께도 그리 나쁜 제안은 아닐 겁니다. 1년이나 저를 도와주신 선장님을 제가 홀대할 리가 없지 않습니까? 켄자스 항구에 오실 때마다 더 좋은 상품을 더 적절한 가격에 구매하실 수 있도록 신경을 써 드리겠습니다. 물론 판매하시는 물건도 좋은 값에 매입해 드리구요. 서로에게 좋은 결과 아니겠습니까?”
돈으로 나를 매수하겠다는 의도가 노골적으로 보이지만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
사실 막 그렇게 나쁜 짓을 하는 것도 아니잖아.
애꿎은 사람을 죽이는 것도 아니고, 그냥 1년 정도 맥레인을 배에 태워주기만 하면 되는 거다.
심지어 특별대우를 요구하는 것도 아니라 그냥 선원으로 말이지.
“무슨 말인지는 알겠습니다. 맥레인 씨. 다른 사람들과 의논을 해본 뒤에 결정하도록 하죠. 그때까지는 불편하더라도 이곳 계셔야겠습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너무 늦어지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여기는 눕기가 별로 좋지 않아서 말이죠.”
그는 여러 가지 물건으로 좁아터진 창고를 손짓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나름대로 치워서 공간을 만든 모양이지만, 성인 남자가 똑바로 눕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바닥이 보였다.
그래도 별로 불쌍하다는 생각은 안 드는 걸 보면, 난 이 맥레인이라는 남자가 더럽게 맘에 안 드는 모양이다.
***
창고를 나온 나는 간부들을 호출했다.
내가 홀로 결정해도 상관없는 일이었지만, 다른 이들의 의견을 듣고 싶었다.
내가 간부들에게 맥레인의 요구에 대해서 설명하자, 제일 먼저 롱베르 씨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가만히 보면 이 아저씨도 학자 같은, 아, 진짜 학자구나. 하여간 그런 평소 모습과 다르게 꽤나 다혈질이다.
이클로나 호에서 나 때문에 테일러에게 바락바락 대든것도 그렇고 말이지.
“이 개 같은, 아니, 개만도 못한 놈이! 선장, 볼 것도 없네! 당장 다음 항구에서 내쫓아버리지. 내가 항구관리관에게 편지를 보내겠네. 그러면 제 놈이 별수 있겠나? 흥!”
“닥터, 흥분하지 마시구요. 일단 다른 사람들 이야기도 좀 들어보죠.”
“에이잇! 칼로 사람을 찌르는 것만이 살인이 아닐세! 그놈이 하는 짓이 도대체 몇 사람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지 자네도 알고 있지 않나?!”
분노를 참지 못한 닥터가 씩씩거리는 와중에 조용히 생각에 잠겨 있던 갑판장님이 손을 들었다.
“선장님, 우리가 앞으로 켄자스 항구를 몇 번이나 가겠습니까? 원래 캔자스 항구까지 가는 항로는 좋지가 않아서 인기가 없다는 것을 알고 계실 텐데요. 그리고 우리, 아니, 예전에 고드실카 호가 활동하던 구역과 차이도 있고 말이죠. 어차피 선장님도 고드실카 호가 활동하던 지역 위주로 움직이실 것 아닙니까?”
나의 항구나 교역품에 대한 지식은 고드실카 호를 타면서 쌓은 것이 대부분이라, 갑판장님의 말씀이 틀렸다고 할 수는 없었다.
굳이 그 지역을 고수할 필요야 없겠지만, 아무래도 잘 아는 쪽에서 활동하는 것이 수익률도 좋고 안전하다는 것은 사실이니까.
내가 내심 고개를 끄덕이는데 게론드가 말을 걸었다.
“선장님, 그자의 말은 그럴듯하지만 몇 가지 오류가 있습니다.”
“뭐? 무슨 오류?”
“첫 번째는 치안관이 항구관리관과 재정관을 치는 것이 성공률이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는 겁니다. 두 번째는 치안관이 권력을 쥐더라도 맥레인에게 계속 호의적일지 확신할 수 없다는 거죠. 거사가 성공한 후에 동료의 등에 비수를 꽂는 일은 드문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마지막으로 맥레인이 우리를 상대로 호의적으로 대하겠다는 것도 그냥 그의 말뿐입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의 제안은 가치가 없다고 봅니다. 리스크는 크고 기대할 수 있는 이익은 적죠. 심지어 계획 자체도 허술하기 그지 없구요. 모든 것이 잘될 거라는 낙관론 위에 세워진 계획이 성공률이 높겠습니까?”
손을 들어 게론드의 말을 적당히 잘라 낸 뒤, 게론드에게 물었다.
“회계사가 하는 말이 뭔지는 알겠어. 그럼 회계사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사람들 입을 막기는 쉽지가 않은 법이니, 죽이는 것은 반대입니다. 선원들은 맥레인의 정체를 모르더라도 밀항자를 죽였다는 소문 정도야 흘릴 테고, 그 소문을 근거로 죽은 사람이 맥레인일 것이라는 진실에 도달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괜한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죠. 그런 의미에서 맥레인을 배에 계속 태우고 다니는 것도 위험합니다. 그러니 다음 항구에서 그냥 내보내시죠. 선장님의 우려대로 그자가 앙심을 품을 수는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 정도는 감수할 만할 겁니다.”
“좋아, 잘 들었어. 다른 사람들은?”
다들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맥레인을 방출하자는 의견에 동의하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