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흙수저 선원으로 살아남기-178화 (178/420)

178화. 데보라의 선택

똑, 똑, 똑.

“선장님, 잠시 시간을 내주실 수 있을까요?”

“어? 데보라 양?”

잡담을 나누며 낄낄거리던 네이선과 우르타의 표정이 굳었다.

나도 당황스러운데 얘들은 더 하겠지.

“어, 그, 우리는 갈까?”

“언제 그런 사이… 아냐! 가, 가자! 네이선!”

자리에서 엉거주춤 일어서며 의심이 가득한 눈초리로 나를 보는 녀석들을 보니 그냥 보내면 안 되겠다 싶었다.

뭐라도 하고 오해를 받으면 억울하지도 않지, 나는 진짜 최대한 피해 다녔단 말이다.

“아니야, 그런 거 절대 아니고 나갈 필요도 없어. 네이선 문 좀 열어드려.”

“어? 어, 어….”

“진짜?”

“닥쳐, 좀….”

네이선이 문을 열어주자 당황한 표정의 데보라가 살짝 머뭇거리더니 안으로 들어왔다.

“괜찮습니다, 데보라 양. 이쪽으로 앉으시죠.”

우르타가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 하나를 빼주었고, 데보라는 고개를 숙여 우르타에게 감사를 표한 뒤 자리에 앉았다.

“무슨 일이십니까? 혹시 불편하신 거라도….”

“선장님께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말을 하면서 네이선과 우르타를 보는 것을 보니, 두 사람이 나갔으면 하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지금 두 사람을 내보내면 내일부터 무슨 소문이 돌지 뻔하거든요.

괜히 감당 못 할 일을 벌이지 마시고 그냥 이야기합시다.

“저와 한 몸 같은 애들입니다. 편하게 말씀하셔도 돼요.”

“…좋아요. 혹시 며칠 전 그 사람들이 죽는 장면, 일부러 보여 주신 건가요?”

“흠, 데보라 양. 저는 데보라 양에게 그 장면으로 보라고 강요한 적이 없습니다. 본 것은 그쪽의 선택이죠.”

“…….”

“그것을 물어보려고 오신 겁니까?”

“선장님은 여전히 제가 내리기를 바라시는군요.”

“휴, 데보라 양. 그 열정과 의지는 저도 인정합니다. 하지만 보시는 것처럼 배에 데보라 양처럼 아름답고 젊은 여자가 있다는 것 자체가 분란의 씨앗이 됩니다. 그 상황을 막으려면 저는 계속 강경한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구요. 연구에 대한 의지도 좋지만, 본인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다 무슨 소용입니까?”

내 말이 끝나자 데보라는 무언가 말을 하려다 말고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고개를 숙였다.

저런 모습을 보니 마음이 짠하기는 한데,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다.

처음이니까 이렇게 넘어가지, 같은 사건이 계속 발생하면 선원들의 불만도 점점 늘어날 것이고, 결국 닥터 하나 얻겠다고 선원을 다 버리는 최악의 상황까지 갈 수도 있다.

“선장님 말씀은 잘 알겠어요. 실례했습니다.”

잠시 그렇게 가만히 있던 데보라는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말릴 시간도 없이 성큼성큼 방을 나섰다.

미안하기는 하지만 이게 최선이다.

그녀가 계속 배에 있어 봐야, 서로에게 불편하고 힘들어질 뿐이다.

“어… 내릴 거 같은데….”

“당연하지. 그러라고 모질게 말한 거니까.”

“꼭 그래야 하나? 난 좋은데….”

한심한 소리를 하는 우르타를 째려보고 있는데, 데보라가 나간 뒤 손톱을 다듬던 네이선이 한 마디를 툭 던졌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

“응?”

“진짜?”

나와 우르타가 깜짝 놀라 되묻자, 오히려 그 반응에 놀란 네이선이 움찔하더니 자세를 조금 진지하게 바꾸더니 말을 이었다.

“아니, 너희도 알잖아. 그 우르타가 처음 배에 탈 때만 해도….”

우르타라면….

우르타는 객관적으로 상당히 잘생겼다.

네이선처럼 남자다운 잘생김이 아니고 약간 중성적이라고 할까, 미소년 느낌의 부드러운 잘생김이라서 선원치고는 굉장히 드문 외모다.

문제라면 그게 선원들 사이에서는 성범죄의 대상이 되기에 딱 좋았다는 것이다.

걱정은 했지만 고드실카 호의 인원수도 얼마 되지 않았고, 설마 얼굴 다 아는 처지에 그렇게까지는 안 하겠지 싶었지만 웬걸, 출항 이틀 만에 사고가 났다.

술에 취한 녀석이 우르타를 덮치려고 했고, 그 시도는 내게 발각되어 처절한 폭행 사건으로 마무리되었다.

그 이후로 몇 번의 시도가 있었지만 우르타와 친해진 네이선과 나에게 모두 저지당했다.

그리고 이를 보다 못한 갑판장님이 매일 두들겨 패는 수준으로 우르타에게 칼질을 가르쳤고, 우르타의 첫 전투 참가와 살인 이후로는 성폭행의 시도가 완전히 근절되었다.

물론 이클로나를 타기 시작할 때도 몇 번의 시도가 있기는 했지만, 이런 부분에 대해 상당히 예민해진 우르타가 조금만 낌새가 이상해도 칼을 뽑아 들어서 실행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그러니까 네이선의 말은….

“똑같아. 우르타처럼 데보라 양도 칼 쓰는 법을 배우면 돼. 목숨을 걸어가면서까지 그걸 하려는 미친놈은 별로 없잖아.”

“…….”

그게 되겠냐?

데보라 양은 딱 봐도 평생 운동과 담을 쌓고 산 것 같은데.

“어, 네이선 그게 그렇게 쉬울까? 데보라 양이, 음….”

“말도 안 되는 소리. 데보라 양이 범죄 대상에서 벗어나려면 적어도 내 실력은 돼야 할걸? 그런데 그 정도 실력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겠냐? 그 전에 사고가 날 거다.”

그리고 심각한 문제가 있는데, 배 위는 물을 함부로 쓰지 못하는 만큼, 땀 흘리며 운동을 하고 제대로 씻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남자인 나도 제대로 못 씻는 것은 견디기 힘든데, 여자는 오죽하겠냐고.

“리안, 우르타의 실력이 대단해서 사람들이 덤비지 않는 게 아니야. 그냥 인정하는 거지. 약자가 아니라 동등한 동료라는 것을 말이야. 데보라 양도 그렇게 될 수 있지 않을까?”

네이선이 제법 진지한 말을 했지만 나는 여전히 부정적인 느낌을 버릴 수 없었다.

이 세상은 여자의 사회활동을 인정하기에는 너무 이른 것 같다.

“그건 그렇고 모레쯤이면 론 항구 들어가잖아. 괜찮을까?”

우르타가 재미가 없었는지 말을 돌렸고, 네이선이 바로 호응했다.

“왜? 무슨 일 있어?”

“아니, 그때 그거 있잖아, 진주.”

“아아!”

그러고 보니 엄청 큰 진주를 론 항구에서 팔았었지.

그리고 좀 꼬였던 것 같은데….

“그 이상한 귀족, 설마 또 우리에게 시비 거는 것은 아니겠지?”

“에이, 설마….”

***

사건 사고는 많았지만 항해 자체는 무난했던 이상한 장거리 항해가 끝났다.

그리고 입항과 동시에 방출이 시작되었다.

첫 번째는 그나마 멀쩡한 맥레인이었다.

“선장님, 정말 실망스럽군요. 충분히 말이 통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는데요.”

“맥레인 씨. 뭐라고 하셔도 맥레인 씨를 선원으로 쓴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괜히 항구관리관과 척을 지고 싶지도 않구요. 그러니 우리의 인연은 여기까지만 하는 게 좋겠습니다. 그리고 여기….”

나는 나를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서운한 표정을 짓는 맥레인에게 주머니를 하나 건넸다.

“비상금을 미리 준비하지 못했다고 하셨지요? 이스트렐리아 거래 건도 있으니 조금 넉넉하게 넣었습니다. 1년간 편안하게 지낼 정도는 아니더라도 임시로 자리를 잡기에는 충분한 금액입니다. 제 성의라고 생각해주시죠.”

“휴…. 알겠습니다. 다음에 뵙도록 하죠.”

주머니를 열어보더니 고개를 끄덕인 맥레인이 살짝 고개를 숙인 뒤 멀어지기 시작했다.

“너무 많이 주신 것 아닙니까?”

“쩝…. 회계사가 그랬잖아. 원래 돈 많던 놈에게 애매한 돈을 쥐여주면 역효과라고.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래도 10만 로스면….”

“저 친구 때문에 번 돈이 200만이 넘는데 뭐. 괜히 악감정을 품는 것보다는 10만쯤 양보하는 게 낫지.”

“그렇기는 하지요. 그럼 저도 이만 교역소에 다녀오겠습니다.”

뒤쪽에서 오펜이 교역품 샘플을 들고 오는 것을 보더니 게론드도 내게 고개를 숙였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게론드에게 교역을 완전히 위임했고, 게론드는 보조 인력으로 오펜을 데리고 다니는 것이 고정되어 버렸다.

잠시 후, 롱베르 씨가 선원들의 부축을 받는 딜런을 데리고 현문으로 다가왔다.

“마음 같아서는 며칠 더 치료하고 싶지만, 죄인을 배에 더 두자고는 못 하겠군. 다행히 여름은 아니니까 큰 문제는 없을 걸세.”

“딜런. 앞으로는 좋은… 아니, 그냥 안 봤으면 좋겠군.”

“가, 감사합니다. 선장님.”

체념한 표정의 딜런이 내게 진심인지 알 수 없는 감사 인사를 했고, 그를 부축한 남자의 도움을 받아 현문을 내려갔다.

“거기, 트레비스라고 했나?”

내 말에 딜런을 부축하던 선원이 움찔하며 멈춰 섰다.

“설마 그대로 도망갈 생각은 아니겠지? 자네는 범행에 함께 하지도 않았다면서.”

“그게….”

“편한 대로 하게. 그래도 이왕이면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남아 있는 쪽이 좋지 않겠나?”

사실 네이선이 예전에 한마디 했었다.

트레비스라는 녀석 근본이 아주 나쁜 놈은 아닌 것 같은데, 그냥 좀 무식하고 귀가 얇은 것 같다고.

이전 절도 사건에서 딜런의 말에 넘어가 그에게 놀아난 것을 굉장히 민망해한다고 말이다.

그래서 한 번 더 기회를 준다고 따로 언급하거나 벌을 내리지는 않았는데, 자기가 찔렸는지 배에서 내리려고 하는 것이 보였다.

대놓고 내리는 것은 아니라서 짐을 최대로 줄였지만, 누가 봐도 환자를 부축하기에는 과한 짐을 들고 내리는데 그걸 모르겠냐고.

이제 어느 정도 회복되어 갑판 청소를 지휘하는 갑판장님을 한번 보고는 선장실로 걸어가는데, 롱베르 씨가 나를 따라오며 물었다.

“혹시 잠깐 시간이 되겠나? 그… 데보라에 대해서 이야기를 좀 해야 할 것 같은데.”

“아, 제 방으로 가시죠 그럼.”

방으로 자리를 옮긴 롱베르 씨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데보라에게 이야기는 들었네. 내가 미안하군.”

“뭐, 닥터 입장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시잖아요? 여자 혼자서 배에서 어떻게 버티겠어요? 난다 긴다 하는 창녀도 버티기 힘들걸요?”

“크흠….”

내 말이 조금 심했는지 불편한 표정의 닥터를 보며 나는 바로 사과를 했다.

“죄송합니다, 말이 그렇다는 거죠. 그래서 데보라 양은 어떻게 하겠답니까? 만약 돌아가겠다면 믿을만한 상단을 수배할게요. 닥터를 얻는 비용이라고 생각하면 못 낼 것도 없으니.”

“그게… 데보라가 여기저기에 자기가 남을 수 있는 방법을 물어본 모양일세.”

아이고, 머리야. 정말 골치 아픈 아가씨로군.

그런데 누구한테 물어본 거야? 왜 난 하나도 모르지?!

“저한테 그 이야기를 한 사람이 한 명도 없는데, 누구에게 물어본 건가요?”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지 않나?”

“아니….”

“혹시 다음 목적지가 멜라나인이라는 항구인가?”

“어? 아, 그렇죠. 우리 선주가 거기에 있거든요.”

리버티 호의 처분 문제를 놓고 드웰을 만나야 한다는 것은 간부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니, 다음 기항지가 멜라나인이라는 것은 다 예상하고 있겠군.

“거기에 내려달라더군.”

“네?”

“거기에서 배를 탈 준비를 할 거라던데, 나도 자세한 이야기는 듣지 못했네.”

“그게 무슨….”

“나도 많이 경고했네. 하지만 그 아이의 의지는 확실하더군. 뭐랄까,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의지가 더 굳어진 느낌이랄까?”

“후우…. 알겠습니다.”

이 정도면 나도 할 만큼 한 거다.

다행히 멜라나인에서 내린다고 하니까 드웰 씨에게 부탁은 할 수 있겠지.

최소한 도시를 벗어날 때까지만이라도 뒤를 봐달라고 말이다.

“그나저나 이 항구는 정말 크군. 말로만 듣던 세계 5대 항구라는 건가?”

“그렇죠. 솔직히 론 정도면 각국의 수도 못지않은 번영을 누리고 있다고 하니까요.”

“얼마나 머물 셈인가? 좀 구경을 했으면 하는데.”

“장거리 항해였던 데다가 사건도 좀 있어서 선원들의 피로도가 높을 겁니다. 적어도 닷새 이상은 쉬어야겠죠.”

“좋군, 그럼 나는 데보라와 함께 근처 여관에 자리를 잡겠네. 아무리 정박 중이라도 데보라 입장에서는 조금 불안할지도 모르니.”

“애들이라도 붙여드릴까요?”

“아니 뭐, 그렇게까지….”

미적거리는 것을 보니 내심 바라는 모양이다.

이럴 때 쓰기 좋은 녀석이 있지.

“방에 가서 준비하고 계세요. 괜찮은 녀석으로 보내드릴게요.”

롱베르와 함께 방에서 나온 나는 네이선의 방으로 찾아갔다.

“여어, 네이선! 나 들어간다!”

“으앗, 잠깐!”

깜짝 놀라는 네이선의 말이 들렸지만, 나는 거리낌 없이 방문을 열어젖혔다.

끽 해봐야 옷 갈아입는 중이겠지 뭐.

“야! 너마저….”

방 안에는 새끼 고양이 ‘넬’을 끌어안고 어쩔 줄 모르는 네이선이 엉거주춤한 자세로 서 있었다.

아주 잘들 하는 짓이다.

“아니 그게, 그러니까, 우르타 자식이 이름을 나랑 비슷하게 지어서, 그게 그러니까, 그러다 보니 왠지 더 귀여운 거 같기도 하고, 나랑 이름도 비슷하니까….”

“뭐라고 하는 거야? 시끄럽고, 며칠 동안 닥터랑 데보라 양 좀 호위해줘. 닥터가 알아서 괜찮은 여관을 고르겠지만, 아무래도 노인네랑 젊은 여자라면 위험하니까.”

“어? 그럼 내 자유시간은?”

“적당히 두 사람 따라다니면서 쉬어. 맨날 쉬는 놈이 뭘….”

내가 대충 대답하며 준비한 주머니를 던지자 네이선은 주머니의 무게를 가늠해 보더니 씩 웃었다.

“걱정 마세요, 선장님! 지금 바로 갈까요?”

“응, 바로 닥터 방으로….”

“그럼 이 녀석 좀 우르타에게 갖다줘.”

내가 어버버하는 사이에 네이선은 고양이 넬을 내 품에 넘겨주고는 번개처럼 사라졌다.

뭐지? 뭔가 좀 이상한데 뭐가 이상한지 모르겠어.

좋고 싫고를 떠나 손바닥만 한, 아니, 이제 손바닥보다는 크지만 여전히 쥐보다 작은(?) 새끼 고양이를 내팽개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할 수 없이 고양이를 안고 우르타의 방을 향하는데, 코너를 돌아온 선원이 나를 발견하고는 내게 꾸벅 인사를 했다.

그리고는 뒤쪽을 돌아보며 말했다.

“이쪽으로 오시죠, 선장님이 여기 계시네요.”

어? 뭐지?

아무리 손님이라도 선장인 내게 이렇게 기별 없이 손님을 안내하는 경우는 드물다.

심지어 내가 선장실에 있는 것도 아니라서 직접 데리고 왔다는 건데… 상대가 누구길래?

의문의 손님은 곧 모습을 드러냈다.

낯선 남자였지만, 그의 복장을 보니 왜 선원들이 바로 안내를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우리 같은 사람은 평소에 보기도 힘든 고급 천으로 만들어진 정장.

정장이라는 것이 활동하기에 그리 편안하지 않은 만큼, 정적인 일을 하는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는 뜻이고, 일반적으로 이런 사람들은 신분이 높다.

선원들의 신분이 워낙 바닥이라, 이렇게 복장만 가지고도 겁을 먹는 녀석이 워낙 많다.

“제가 이 배의 선장 리안입니다. 누구신지?”

“안녕하시오, 리안 선장. 나는 발레리아 백작님을 모시는 엣킨스 실라스요. 만나서 반갑소.”

“아, 네.”

발레리아 백작이라면 론 항구 인근의 영지를 가진 벨로키나 왕국의 실세 중 한 명이다.

그리고 백작을 모시고 있다는 말을 자연스럽게 할 정도면 직속 가신이라는 뜻이고, 성을 말할 수 있다는 것 역시 귀족임을 의미했다.

뭐야, 이런 거물이 왜 나를 찾아온 거지?

“갑작스러운 방문이 예의가 아닌 줄은 알지만, 이쪽도 수행해야 할 명이 있다 보니 이리 무례를 저지르게 되었소. 혹시 잠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소?”

“그, 그러시죠. 이쪽으로 오십시오.”

내가 당황하는 사이에 엣킨스를 안내했던 선원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렸고, 나는 별수 없이 그를 선장실로 안내했다.

리버티 호가 론 항구에 입항한 지 이제 고작 몇 시간이 지났을 뿐이다.

물론 입항 전 검문부터 계산하면 시간이 상당히 흐르기는 했지만, 엣킨스가 우리 배가 들어올 시간을 알고 미리 항구에서 기다리지는 않았을 것 아닌가?

그렇다면 거의 우리의 입항 소식이 입수되자마자 나를 찾아왔다는 말인데, 도대체 무슨 일로…?

아무리 짱구를 굴려 봐도 론 항구에서 기억에 남는 것이라고는 ‘인어의 눈물’ 사건밖에 없는데, 설마 아니겠지?

그리 이 고양이, 어떻게 해야 하냐?

“애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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