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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흙수저 선원으로 살아남기-190화 (190/420)

190화. 후작 저택에서 생긴 일 (2)

배신감을 뒤로하고 식당에 도착하자, 발레리아 백작 저택을 방문했을 때보다는 조금 단출한(?) 식사가 역시나 엄청나게 큰 테이블에 미리 놓여 있었다.

물론 몇몇 그릇에서 아직 모락모락 김이 나는 것을 보니 방금 내온 것 같았지만, 백작의 저택에서는 사람이 다 앉은 후 백작이 지시한 뒤에야 음식이 나왔다는 것과는 조금 달랐다.

같은 귀족이라도 가문마다 예절이 다른 건가?

네이선은 경험이 있다는 것을 뽐내듯이 하인이 안내하는 자리에 가서 앉았고, 아인델프는 그런 네이선을 보고 피식 웃더니 자연스럽게 자기 자리에 가서 앉았다.

우리가 모두 앉은 것을 확인 한 하인들은 우리 뒤쪽에 조용히 시립했다.

“…….”

상당히 긴 시간 어색한 정적이 흐르고, 내 뒤에 있던 중년의 하인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뭐가 마음에 안 드십니까?”

“네? 아니, 마음에 안 드는 것은 아닌데….”

집주인이 와야 식사를 하지.

물론 후작씩이나 되는 분을 우리가 기다리는 것이 맞기는 한데, 이럴 거면 음식은 왜 미리 내놓은 거야, 음식 다 식게?

“후작 각하께서는 언제 오시는지…?”

“네?”

조심스러운 내 질문에 하인이 기묘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곧바로 표정을 수습하고는 침착하게 대답했다.

“후작 각하께서는 오늘 다른 일정이 있으십니다. 그러니 편하게 식사를 하시면 됩니다.”

“아, 네.”

이 시대에 식사를 함께한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를 가졌다.

나만 해도 선원들과 함께 식사를 하지는 않으니까.

오히려 우리와 함께 식사를 한 발레리아 백작이 파격적인 거다.

백작 정도 되는 고위 귀족이 부하도 아닌 일개 평민과 식사를 함께 했으니 말이다.

물론 무슨 꿍꿍이가 있어서 나를 불러냈는지는 아는데, 지나고 생각해보니 굳이 같이 식사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쭈뼛거리며 눈치를 보던 아인델프와 네이선은 내가 앞에 놓인 빵을 집어 들자 그제야 어색하게 식사를 시작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식사는 매우 훌륭했고, 눈치를 봐야 할 후작이 없어서 오히려 백작과 함께 먹을 때보다 맛있게 느껴졌다.

사실 그때는 부드럽고, 달콤하고, 짭짤하고, 향도 좋고 그런 추상적인 느낌은 있었는데, 정말 맛있었냐고 하면 조금 애매해진다.

온 신경이 백작에게 가 있었으니 제대로 맛을 느끼지 못한 것이다.

그렇게 식사가 끝나고, 방으로 돌아와서 잠을 잤다.

아침에는 식사가 방 안으로 배달되었고, 점심은 셋이서 식사, 저녁도 식사…. 그렇게 이틀이 더 흘렀다.

***

사흘째 점심, 결국 네이선이 참지 못하고 내게 말을 꺼냈다.

“선장님, 우리 언제 돌아갑니까? 매일 먹고 자기만 했더니 몸이 둔해진 기분입니다.”

“그게….”

나는 애매하게 웃으며 여전히 각자의 뒤에 조용히 시립하고 있는 하인들의 눈치를 살폈다.

솔직히 나도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첫날 잠깐 후작의 얼굴을 본 것을 제외하고는 누구와도 만나지 못했다.

후작은 물론 왕녀님도, 기사 알렌 경도 보지 못했고, 심지어 집사장이라는 남자도 첫날 이후로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사흘 내내 이 저택 안에서 본 사람이라봐야, 지금 있는 하인 세 명, 그리고 방에서 침실 수발을 드는 하녀 한 명뿐이었다.

심지어 우리도 방이 다르다 보니 우리 일행끼리 서로 말을 할 기회조차 거의 없었다.

뭐랄까, 방 밖으로 나가는 것을 막은 것은 아닌데, 왠지 시도하는 것 자체가 좀 조심스럽다고 할까?

하지만 네이선의 말대로 계속 이렇게 죽치고 앉아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금쯤이면 배에 있는 사람들도 난리가 나지 않았을까?

간부들이 다 믿을만한 사람들이니 배를 강탈당하지는 않겠지만, 후작이 마음먹고 손을 쓰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다.

“이봐요, 우리는 언제까지 이렇게 있어야 합니까? 배에 남은 일행들이 걱정되는데.”

“후작 각하께서는 손님들을 정중히 모시라는 명만 내리셨습니다. 저는 그 외에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럼 위에 누구에게라도 말 좀 해줘요. 후작 각하께서 바쁘신 것은 알지만 우리도 마냥 이렇게 있을 수는 없단 말입니다. 배도 걱정이 되고….”

“배에 대해서는 안심하셔도 됩니다. 선장님의 배는 후작 각하께서 허가하지 않는 이상 절대로 항구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

그게 지금 안심하라고 하는 말이냐?

후작 이 자식, 도대체 뭘 어쩌자는 수작이지?

“일단 윗선에 보고라도 해주시죠, 혹시… 우리가 그냥 가겠다면 막을 겁니까?”

내 말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던 하인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집사장님께 보고는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손님께서 그냥 떠나는 무례를 저지르신다면 후작 각하께서 매우 불쾌해하실 겁니다.”

제기랄, 그럼 바쁜 사람 불러놓고 며칠째 방치하는 것은 예의 바른 짓이냐?

욕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나는 그것을 꾹꾹 밀어 넣으며 약간 퉁명스럽게 말했다.

“휴우, 그럼 우리끼리 만나는 것은 상관없죠? 심심해 죽겠는데.”

“물론입니다. 손님들께서는 들어가시면 안 되는 몇 곳을 제외하고 어느 곳이든 방문하실 수 있습니다. 다만 저택이 넓어 길을 잃을 수 있으니 방을 떠나실 때는 반드시 하인을 대동해주십시오.”

객관적으로 여전히 맛있는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내 방에 모였다.

“도대체 꿍꿍… 흠, 저기 아가씨? 계속 거기 있는 건가요?”

나는 쇼파에 앉은 두 사람에게 말을 꺼내려다가 근처에 가만히 서 있는 하녀에게 물었다.

이 사람들은 존재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서 가끔 섬뜩하다.

일부러 신경 쓰지 않으면 가끔 함께 있다는 것을 깜빡할 정도인데, 그러다가 갑자기 눈에 들어오거나 말을 걸면 얼마나 식은땀이 나는지….

그런데 대놓고 도청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다 들리는 곳에서 뻔뻔하게 서 있는 것은 좀 아니지 않나?

“저는 신경 쓰지 마십시오.”

“아니, 내가 신경이 쓰이는데….”

“괜찮습니다.”

아 진짜, 무슨 자동응답기야 뭐야.

안 괜찮은 건 난데 매번 자기가 괜찮대.

저 여자는 저렇게 말하면 정말 답이 없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비슷한 상황에서 몇 번이나 설득을 시도했는데 정말 이빨도 안 박히더라.

저 여자가 시야에 없다고 우리가 하는 말이 새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지만, 아무래도 대놓고 누군가가 듣고 있다 보니 말을 조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니 할 수 있는 말이라고 해봐야 잡담 수준.

그조차도 서로 조심하느라 영 재미없는 이야기만 오가고 있는데,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리안 선장님, 후작 각하께서 부르십니다.”

“아, 바로 가죠. 다들 일어나.”

“각하께서는 리안 선장님만 부르셨습니다. 다른 분들은 편히 쉬고 계시면 될 것 같습니다.”

우리를 도대체 어디까지 쪼개 놓으려는 거야?

***

하인을 따라 며칠 전에 보았던 큰 문의 집무실에 들어서자, 후작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반갑게 나를 맞이했다.

“허허, 어서 오게. 그동안 편히 지냈나?”

“네, 제 인생에서 가장 편안했던 사흘이었습니다.”

네가 나를 무려 사흘이나 방치했다는 말이다, 이놈아.

“그랬다니 다행이군. 다행히 시간이 조금 나서 말이야. 이왕이면 지금 자네 일을 처리하려고 불렀네.”

“네, 후작 각하.”

혹시나 했지만 내 돌려 까기는 후작에게 전혀 피해를 주지 못했다.

내 말에 전혀 개의치 않고 자기 할 말을 하던 후작은 테이블에 턱을 괴더니 눈짓으로 한쪽 쇼파를 가리키며 말했다.

“일단 좀 앉지. 조금 긴 이야기일 수도 있으니.”

“감사합니다, 각하.”

“궁금한 게 많겠지. 내가 자네를 왜 불렀는지, 어떻게 찾았는지, 그리고 왜 며칠이나 그냥 감금해 두었는지 말이야.”

“…….”

손바닥이 축축하게 젖어온다.

도대체 이 할아버지는 뭘 원하고 뭘 알고 있는 걸까?

“리안, 25세로 추정, 배에 탄 지는 7년 정도 되었나? 대부분의 경력은 상선 고드실카 호에서 지냈고, 몰로스 제국의 테일러 제독 휘하에서 복무했지. 마다카트 섬 수복 작전에도 참가한 모양이고…. 아 참, 내 손녀딸을 도와주기도 했군. 늦었지만 고맙게 생각하네. 제국 1함대가 전멸한 이후 만신창이의 리버티 호를 타고 갑자기 나타나서는 1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무려 배를 두 척이나 끌고 다닐 정도로 급성장을 했군. 이 정도면 노인의 궁금함을 자극할만한 사람이지 않겠나?”

순간적으로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도대체 그걸 다 어떻게 아는 건데?

내 과거 행적을 캐내기 어렵다는 의미가 아니다.

나는 일개 상선의 선장이다, 나 같은 선장은 세계에 적어도 만 명은 넘게 있을걸?

반대로 후작은 전 대륙을 탈탈 털어도 가진 권력만 놓고 보면 최상위 10명 안에는 들어갈 정도로 엄청난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뭐가 아쉬워서 흔해빠진 나에 대해 저렇게까지 뒷조사를 한다는 말인가.

“그, 그걸 다 어떻게….”

“쯧, 내 집에 와 놓고 인사도 없이 가면 집주인인 내가 좀 서운하지 않겠나? 그렇지 않아도 그 일은 엘리안에게 따끔하게 한마디 했네. 집에 사람을 초대했으면 이 할애비에게 먼저 알리는 것이 옳은 일 아니겠나?”

시발, 이건 외통수다.

오히려 후작이 말하는 인사 없이 갔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

문제라면 내가 왕녀님에게 제공한 정보, 만약 후작이 그것까지 안다면 쉽게 넘어갈 수 없을 것 같다.

아니지, 그걸 알면 이렇게 신사적으로 나올 리가 없는데?

“엘리안의 부탁을 들어준 것은 더 이상 뭐라고 하지 않겠네. 뭐, 자기 동생의 소식이 궁금하다는데 도의적으로 도와주지 않을 수 없었겠지. 하지만 아직 결혼도 안 한 여자아이니까 앞으로 따로 만나는 것은 피했으면 좋겠군.”

“무, 물론입니다, 각하. 죄송합니다.”

나는 재빨리 머리를 숙여 표정을 숨겼다.

다행히 진짜 정보에 대해서는 모르는 모양이다.

“괜찮다고 했잖나. 그보다 요즘 아주 재미있는 소문들이 많이 들더군. 나도 이렇게 늙지만 않았다면 절로 모험에 빠져들고 싶을 정도로 말이야. 리안 선장도 잘 알고 있지?”

“항구의 소문이라는 것이 늘….”

“뭐, 그런 경향도 있지. 그런데 자네 그 이야기는 들었나? 절망의 바다와 죽음의 바다가 줄어들었다고 하던데.”

절망의 바다와 죽음의 바다는 선원들이 대륙과 향료 제도 사이의 바다를 북부와 남부로 나누어 부르는 말이다.

이름이 왜 이렇게 살벌하냐 하면, 1년 내내 폭풍우가 몰아치는 이상 기상현상이 발생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서해 항로는 이 두 바다 사이에 있는 좁은 틈을 말하는데, 이클로나 호를 타고 향료 제도를 향할 때 폭풍에 휘말렸던 북쪽 바다가 절망의 바다, 남쪽이 죽음의 바다다.

“원래 그쪽은 폭풍의 범위가 조금씩 바뀌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확하게 일정한 구역에서만 폭풍이 몰아쳤으면 내가 그때 그 고생을 하지도 않았지.

한참 전의 일인데도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소름이 돋을 정도로 끔찍한 경험이었다.

“흠, 아직 잘 모르는 모양이군. 뭐, 이 이야기는 다음에 하도록 하지. 그보다 제국 해군이 전멸할 때의 이야기를 해줄 수 있겠나? 나도 보답으로 재밌는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야.”

이 이야기를 아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지?

일단 배에 타고 있는 사람들은 제외하자.

그럼 남은 게….

잠깐, 이게 그런데 현실적으로 가능한 정보력이야?

21세기의 지구도 이렇게까지 정보를 파악하기는 힘들 것 같은데?

당황하니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내가 지금 저 질문에 대답을 해야 하나, 아니면 끝까지 발뺌을 해야 하나?

아니면 거짓말을, 아니, 거짓말은 무리다, 지금 멘탈로는 뭘 어떻게 하건 무조건 걸려.

그나마 서 있지 않은 것만 해도 정말 다행이다.

만약에 서 있었다면 다리에 힘이 풀려서 비틀거리지 않았을까?

내가 혼란에 빠져 한동안 대답을 못 하자 그런 나를 관찰하던 후작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흠, 술이 한 잔 필요하겠군.”

나는 그가 건네주는 유리잔을 받으려다가 눈에 보일 정도로 떨리는 내 손을 보았다.

무섭다, 독사가 몸을 칭칭 감고 목 앞에서 혀를 날름거리는 기분이야.

***

이를 악물고 잔에 담긴 호박색 액체를 한 번에 들이켰다.

목이 타오르는 듯한 고통이 느껴지며 조금 정신이 들었다.

상쾌한 과일 향이 목을 간질거리지만 그런 것을 음미할 상황은 아니라서 나는 빠르게 숨을 내뱉으며 마른세수를 했다.

“쯧, 그 술은 그렇게 마시는 게 아닌데. 다음에 기회가 되면 술 마시는 법 정도는 배워두지. 그보다 이제 긴장은 조금 풀렸나?”

“추태를 보였습니다, 후작 각하.”

“한 잔 더 필요하다면 말하게.”

“괜찮습니다.”

“종종 있는 일이야. 보통 사람들은 자신만의 비밀이 영원히 숨겨질 줄 알거든. 그래서 그 비밀이 의외의 사람의 입에서 나왔을 때 자네처럼 놀라고는 하지.”

“저처럼 변변치 않은 사람에게 각하께서 왜 관심을 가지시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난파한 부분은 딱히 대단할 것이 없습니다. 일레드 왕국 해군으로 추정되는 함대에게 기습 공격을 받았고, 아직 전력이 빈약하던 제국 1함대는 모조리 격침당한 것이니까요.”

“그렇지. 나도 그런 말을 들었네. 그런데 어떻게 자네가 살아 나왔지? 거기에서 헤엄을 쳤다거나 하는 말은 하지 말게. 위치가 케르빈 섬의 북단 650km 지점 정도라지? 그것도 울부짖는 바다 근처. 거기에서 맨몸으로 살아 나올 수 있는 사람은 없어.”

“그게… 다행히 무인도 표류를 해서….”

“그곳에 무인도가 있다는 것이군. 그것도 자네들이 한참을 버틸 수 있는 식수와 식량을 구할 수 있는 곳. 리버티 호도 아마 거기에 표류한 선박을 기초로 만든 것일 테고. 흐으음….”

노인네가 추리 한번 엄청 빠르군.

나는 급히 후작의 추리를 막았다.

“각하, 그때는 항해도구도 없어서 정확한 위치는 파악하지 못했습니다만, 아마 케르빈 섬의 동쪽에 위치한 제도에 속한 섬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물론 해적선을 보지 못해서 확신은 할 수 없습니다만.”

나는 일단 당장 생각나는 최선의 한 수를 던졌다.

후작이 정말 내가 표류한 섬이 케르빈 섬 근처의 제도라고 믿으면 좋고, 그걸 믿지 않더라도 내가 섬의 위치를 모른다는 것을 어필할 수는 있을 것이다.

내가 섬의 존재를 숨기려는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다.

나는 이제 노던테라라는 북대륙, 혹은 제도의 존재를 확신하고 있고, 언젠가 그 항로가 열릴 때, 그 섬의 지정학적 위치가 엄청나게 중요하다는 것 정도는 예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후작의 말대로 식량과 식수를 보급할 수 있는 대륙에서 가장 북단에 있는 기항지.

다른 섬이 발견되지 않는 이상 노던테라로 가기 위해서는 무조건 들려야 하는 곳이 될 확률이 높았다.

물론 울부짖는 바다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겠지만 말이다.

“허허허, 재미있는 말을 하는군. 자네가 표류한 곳은 절대로 케르빈 섬 근처가 아닐세.”

시발, 쉽게 넘어갈 리가 없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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