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8화. 누구도 보고 싶지 않은 공간
“쟤 지금 뭐 하는 거야?”
“하하….”
선교에 올라와 던진 내 질문에 오펜은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시선을 피했다.
내가 바라보는 갑판 위에는 거기에 있어서는 안 되는 이질적인 인간이 하나 끼어서 선원들을 괴롭히고(?) 있었다.
나를 괴롭히는 것은 지겨우니까 만만한 선원들을 타겟으로 잡은 건가?
“언제부터 저러고 있어?”
“늦은 아침에 선교에 올라와서 제게 물어보더군요, 선원들 일을 좀 배우고 싶다면서….”
기가 막히는군.
손님 입장으로 배에 타서 한 달 가까이 항해를 했으니 지겨울 타이밍이기는 한데, 그래도 그렇지 뱃일을 배우겠다고?
대부분의 일이 그렇지만, 직업적인 지식과 기술은 사실 그 직업 외의 상황에서는 거의 쓸모가 없다.
특히나 뱃일은 더 그런 성향이 강할 수밖에 없는데, 인간은 기본적으로 육지에서 살지, 흔들리는 배 위에서 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앞으로 배를 탈 일이 없을 것 같은, 적어도 선원으로 배를 탈 일이 없을 것 같은 조나단이 뱃일을 배우는 것은 세상 쓸모없는 짓이라는 뜻이다.
“저도 처음에는 말리려고 했는데….”
“괜찮아, 저놈이 우기면 너라고 별수 있겠니?”
나는 조심스럽게 사죄하려는 오펜의 입을 막으며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남이사 뭘하건 무슨 상관이냐 싶겠지만, 이게 보는 것만큼 단순한 일이 아니다.
갑자기 난입한 미꾸라지 덕분에 선원들의 일에 지장이 생기는 정도는 그냥저냥 감수할 만한 일이다.
지금도 선교를 힐끔거리며 소리 없는 구원 요청을 보내는 녀석이 있지만, 얼굴에 철판을 깔면 그만이다.
이에 대한 2차 피해로 작업속도가 느려지는 부작용이 있는데, 이것도 심각하지는 않다.
이렇게 평온한 항해 중에는 그렇게 바쁜 일이 없거든.
일이 조금 늦어져 봐야, 선원들의 구시렁거림이 조금 느는 정도겠지.
문제는 뱃일이라는 것 자체가 굉장히 위험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노련한 선원들도 방심하다가 다치는 경우가 수두룩하고, 사망사고도 적지 않게 나오는 편이다.
그런데 귀하신(?) 조나단 님께서 직접 위험한 일을 해보겠다고 달려들었으니, 구타가 동원되지 않는 가르침이라는 것을 잘 모르는 선원들 입장에서는 똥줄이 탈 만하다.
“내가 가봐야겠군.”
“부탁드립니다, 선장님.”
“…응?”
보통 ‘괜찮습니다.’나 ‘제가 다녀올까요?’라고 대답했을 오펜이 부탁드린다고 하니 굉장히 어색해서 나도 모르게 의문을 표하며 그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오펜이 얼굴을 붉히며 작은 목소리로 고백했다.
“아까부터 메인 마스트 방향이….”
고개를 돌려 돛의 방향을 확인해보니, 메인 마스트에 걸린 돛이 다른 돛들과 미묘하게 어긋나 있는 것이 보였다.
이렇게 돛 방향이 배의 진행 방향과 바람의 방향을 고려한 최적의 각도가 아니면, 배의 속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이 빌어먹을 작자가?!”
***
내가 갑판으로 내려가자 선원들이 반색하며 나를 반겼다.
선장이 된 이후로 지금이 선원들에게 가장 환대받는 순간인 것 같다.
선원들이 자리를 비켜준 덕에 그대로 조나단에게 다가간 나는 돛을 고정하는 로프 하나를 붙잡고 씨름을 하고 있는 그의 어깨를 툭툭 쳤다.
“조나단 씨?”
내 말에 움찔하며 그대로 로프를 놓아버린 조나단이 재빨리 뒤돌아서며 내게 인사를 해왔다.
“아, 선장님. 나오셨습니까?”
하지만 나는 그의 인사를 받을 상황이 아니었다.
조나단이 놓는 순간 엄청난 속도로 딸려 올라가는 로프를 붙잡아야 했기 때문이다.
뭐, 이걸 놓친다고 배가 침몰하고 그러는 것은 아니지만, 몸이 먼저 반응하는 것을 어쩌라고?
순간적으로 몸이 휘청할 정도의 힘이 오른팔에 걸렸지만, 나는 이를 악물고 그걸 버텨냈다.
준비동작도 없이 엄청난 힘이 걸린 손목, 팔뚝, 어깨 쪽의 근육이 비명을 질렀다.
…젠장, 이건 최소한 사흘짜리다.
“으윽, 이게 무슨 짓입니까?”
굉장히 태연하게 말하려고 했는데 입을 열자마자 나도 모르게 신음성이 조금 흘러나왔다.
아마 표정도 거의 살인 직전의 살인마처럼 구겨져 있을 것 같다.
아차 하는 표정으로 내가 움켜쥔 로프를 본 조나단이 내게서 살짝 물러서며 대답했다.
“언제 델라 항구로 돌아갈지도 모르는데 계속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낼 수는 없는 일 아닙니까? 그래서 밥값이라도 해보려고….”
어디서 씨알도 안 먹히는 거짓말을.
딱 봐도 그냥 심심해서 나온 것 맞구만, 뭘.
하지만 그렇다고 ‘너 심심해서 나왔지?’라고 캐물을 수도 없는 일이라, 나는 최대한 분노를 감추고 이야기했다.
“뱃일은 보기보다 매우 위험합니다. 조나단 씨가 다치기라도 하면 제 입장이 매우 난처하니, 이런 일은 앞으로 삼가 주셨으면 합니다.”
차라리 죽어버리면 낫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명명백백하게 사고로 죽어버리면 나는 기꺼운 마음으로 고인이 된 조나단 씨를 애도할 생각도 있다.
그런데 괜히 반쯤 죽거나, 장애가 생기거나 하면 골치가 아파지는 거다.
“으흠, 알겠습니다. 그럼 전 이만.”
눈치를 살피던 조나단은 도저히 더 비벼볼 구석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자 깨끗하게 물러섰다.
발끈해서 덤볐으면 선원들 앞에서 말로 아주 자근자근 밟아주려고 했는데 확실히 판단은 빠른 녀석이다.
조나단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나는 아까부터 내 옆에서 안절부절못하는 선원에게 말했다.
“어우 씨, 이것 좀 잡아서 제대로 고정해봐. 팔 부러질 뻔했네.”
“아이고, 선장님, 괜찮으십니까? 진짜 뭐 부러지는 소리 나는 것 같던데?”
“그거 잠깐 놓쳐도 상관없는데 굳이….”
“선의님 모셔올까요?”
그제서야 다들 호들갑을 떨며 내 팔목에 한 번 감긴 채 팽팽하게 매달린 로프를 여럿이 달려들어 풀어냈다.
로프를 놓고 보니 어깨부터 손가락까지 움직이는 데는 지장이 없는데, 움직일 때마다 끔찍한 고통이 전해져왔다.
“아무래도 닥터한테 가봐야겠다. 메인 마스트 틀어졌잖아! 빨리 제대로 고정해!”
“알겠습니다, 선장!”
“그놈이 기어이 자기가 하겠다는데 어쩝니까….”
“알았어, 그럼 수고들 해.”
왼손으로 어깨를 부여잡고 의무실로 향하던 나는 곧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지나가던 선원들의 의아한 눈빛으로 나를 힐끔거렸다.
생각해보니까, 지금 닥터는 리버티 호에 있잖아?
***
이 사건으로 한동안 배 안이 시끄러웠다.
진상을 알게 된 네이선은 조나단을 죽여버리겠다고 칼을 뽑아 들고 일어섰고, 부선장님은 그런 네이선에게 조용히 문을 열어주었다.
우르타는 조나단을 암살할 수 있는 12가지 계책을 내게 제안했는데, 하나같이 실현 가능성 0%에 가까운 것들이었다.
내용은 분명히 장난 같은데 표정이 너무 진지해서 어느 장단에 맞춰줘야 할지 도저히 모르겠더라.
이렇게까지 난리가 난 이유는 바로 나 때문이었다.
내가 그 이후로 어설프게 만든 삼각건에 오른팔을 걸고 나타났거든.
단순한 근파열이면 몰라도 뼈, 관절, 인대 등에 손상을 입었다면 제대로 된 치료 없이 움직이면 안 될 것 같아서 임시 조치를 한 것인데, 다들 내가 큰 부상이라도 입은 줄 알았던 것이다.
닥터가 없어서 임시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내가 해명을 해서 겨우 사태가 수습되었지만, 덕분에 다음 기항지인 로제 항구에 도착할 때까지 조나단의 출현 빈도수가 상당히 줄어들었다.
음, 이 정도면 성과가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
“전 아무래도 걱정이 됩니다만.”
“네?”
“아무리 병이 가라앉았다고는 해도, 아직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그래도 한몫 잡을 기회잖아요?”
저 멀리 보이기 시작한 로제 항구를 보며 부선장님이 걱정을 토로했다.
아무래도 얼마 전까지 전염병으로 난리가 났던 항구이고, 그 항구에 잠깐 기항했다는 이유로 꽤 불편을 겪었던 터라 내키지 않으신 모양이다.
하지만 나는 어느 정도 확신이 있었다.
술집에서 떠도는 소문이 ‘전염병이 괜찮아졌다’가 아니고 ‘누가 뭘로 얼마를 벌었다’라는 것이라면 전염병은 확실히 잡혔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겠어?
내 예상대로 로제 항구는 생각보다 많은 배들로 붐비고 있었다.
물론 예전의 성세만큼은 아니지만, 그때의 절반쯤은 되는 것 같다.
상황이 워낙 좋지 않아서인지 검문을 위해 승선한 항구관리관과 경비대도 꽤나 예의 바른 편이었다.
누가 봐도 우리가 기분이 나빠서 항구에 정박하지 않는 것을 두려워하는 모양새였다.
“항구관리관님, 그런데 전염병은 정말 괜찮은 겁니까?”
“아이고, 어디 가서 그런 말은 하지도 마십시오. 아직 사람들이 민감하거든요. 그리고 병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은 지 꽤 되었습니다. 그래도 뒷골목 같은 곳은 조심하시는 게 좋겠지만 말이죠.”
내가 검문을 마치고 떠나려는 항구관리관에게 작은 주머니를 찔러주며 은근하게 묻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정보를 내뱉었다.
너무 유창하게 말해서 오히려 신뢰가 가지 않을 지경이다.
“어, 음, 말을 꽤 유창하게 하시는군요?”
“말도 마십시오, 선장만 물어봤을 것 같습니까? 제가 요즘 이 대사를 입에 달고 삽니다.”
“아하하, 그렇군요.”
“그렇다고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니 안심하셔도 될 겁니다.”
“아, 네. 그럼 조심히 가세요.”
그들이 떠난 뒤 나는 뒤에 시립해있던 게론드에게 말했다.
“혹시 모르니까 회계사가 먼저 교역소에 가서 분위기부터 알아봐. 자네 올 때까지 선원들 하선시키지 않을 테니까.”
“알겠습니다, 선장님.”
돌다리도 두드려 보는 게 좋겠지.
***
예상대로 로제 항구의 전반적인 물가는 상당히 높아져 있는 상태였다.
전염병은 고작 식료품이나 의약품의 가격만 올리는 정도가 아니다.
오염된 의복을 불태우니 직물도 부족하고, 환자가 죽은 집도 태우는 경우가 많아서 자재도 부족하다.
자주 들어오지 않던 향신료나 조미료도 교역이 끊기는 순간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다른 대부분의 물건들도 마찬가지다.
유일하게 가격이 떨어지는 품목은 생존에 필수적이지 않은 사치품과 화폐들 뿐이었다.
덕분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신이 났다.
게론드는 에쉬노르 항구에서 사 온 자재와 가죽, 모피 등을 비싸게 넘기고 엄청난 양의 사치품들을 저렴하게 계약한 뒤 어깨를 으쓱거렸고, 선원들은 다른 대형 교역항들에 비해서 절반 수준에 불과한 화대(창녀에게 지불하는 비용)에 환호성을 질렀다.
술값은 오히려 두 배가 되어버린 터라 주당들은 울상을 지었지만, 그 외에는 다들 행복할 수 있었다.
돌아가는 사정을 들어보니 한 열흘만 더 지나도 시세가 꽤나 안정될 것 같았기 때문에, 타이밍이 잘 맞았다고 할 수 있겠다.
어쩐지 정박해 있는 배에 비해서 항구 근처에 보이는 선박 수가 적더라니.
오트라스 호와 리버티 호에서 당직을 피한 선원들이 우르르 몰려나가고 한산해지자, 나는 혼자서 리버티 호로 향했다.
“어서 오십시오, 제독.”
“아, 발드 선장님. 별일 없었죠?”
“물론입니다. 그런데 그 팔은 어떻게 된 겁니까?”
나는 삼각건 안에 들어있는 오른손을 살짝 움직이며 말했다.
“별거 아닙니다, 조금 다쳤는데 닥터가 없어서 임시로 고정해 둔 거예요. 닥터에게 일단 보여주려구요.”
“조심하셔야지요, 아 참, 닥터 롱베르와 제먼 씨는 지금 함께 있습니다.”
말을 마친 발드 선장과 왓킨 갑판장이 바로 한쪽으로 안내했다.
그들을 따라 걸으며 발드 선장에게 물었다.
“그 사람 어디 아픈 곳은 없구요? 아무래도 나이가 있어서 쉽지가 않았을 텐데.”
내 질문에 두 사람이 눈을 빛내며 앞다투어 말했다.
“솔직히 그런 곳에서 이틀이나 제정신으로 버티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마법인지 뭔지 대단하더군요, 물에 빠진 생쥐 꼴이기는 했습니다만, 아주 건강하더군요.”
제먼이 숨어있던 비밀공간은 평범한 수색으로는 절대 찾을 수 없는 곳이다.
바로 화장실 아래쪽에 만든 작은 공간이거든.
얼마나 위험하냐면, 딱 사람이 겨우 누울 수 있는 공간이라 한쪽 팔과 다리를 고정시킬 수 있는 로프를 매달아 놓았을 정도다.
아래는 바로 바다니까 항해 중에 빠지면 무조건 죽는 거지.
하지만 아무리 수색을 샅샅이 하더라도 보지 않는 공간이기도 하고, 만약 정박 중에 거기까지 수색하는 미친놈이 있다면, 잠시 바다 속에 잠수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누가 머리를 화장실 구멍 아래로 집어넣어서까지 확인하겠냐고.
다만 걱정스러운 것은,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해상 검문 때문에 제먼이 그곳에서 버텨야 하는 시간이 무려 이틀이었다는 것이다.
한여름이라고 해도 몇 시간씩 몸에 물이 닿으면 위험한데, 지금은 여름도 아니지 않는가?
오죽하면 내가 닥터까지 보내서 건강관리까지 시켰겠어?
항구를 떠나면 그냥 검문이 있을 때만 피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사람도 있겠지만, 아직 선원들을 다 믿을 수가 없어서 어쩔 수 없었다.
구조상 혼자서 빠르게 들락날락할 수 없는 곳이라, 제먼 혼자 알아서 사람들 시선을 피하라고 할 수도 없고 말이지.
물론 밤에 두 사람이 돌아가며 적당히 몸을 말릴 수 있도록 배려했겠지만, 그래도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데 마법이라고? 마공학자라며?
아니지, 마공학자니까 마법을 쓰는 건가?
***
마침 마지막 진료를 받은 제먼이 롱베르 씨와 함께 의무실에서 나오며 우리와 마주쳤다.
“제먼 씨. 몸은 괜찮으십니까?”
“아, 리안 선장! 그 팔은…?”
“조금 다쳤을 뿐입니다. 살짝이요.”
“다행이군요! 아 참! 고맙다는 말을 먼저 하고 싶군요. 선장이 아니었다면 꼼짝없이 잡힐 뻔했습니다. 선장이 준 쪽지가 아니었다면….”
나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정신없이 감사 인사를 하는 제먼에게 적당히 대꾸한 뒤, 롱베르 씨에게 물었다.
“어때요?”
“아, 저 학자분 말인가? 방금 진찰을 하고 나왔는데, 아주 건강해. 그 다기능 담요라던가 그 마도구의 덕이 크지.”
“다기능 담요? 그게 뭔데요?”
“나도 처음 보는 것일세. 자기가 직접 개발한 녀석이라던데 궁금하면 자네가 부탁해서 직접 보는 것이 나을 거야. 어떻게 말로 설명하기가 복잡하군.”
“허어….”
내가 도저히 상상이 안 되는 다기능 담요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는데, 롱베르 씨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그런데 자네 팔은 어떻게 된 건가? 표정을 보니 특별히 고통이 심하지는 않은 것 같고. 혹시 부러졌나?”
“아, 이거 안 그래도 보여드리려고 했는데, 뼈가 부러진 건 아니고 순간적으로 하중이 크게 걸려서 좀 다쳤거든요, 지금 통증은 많이 줄어들었는데 닥터가 한번 봐줘요.”
닥터가 내 얼굴과 팔을 번갈아 가면서 보며 한숨을 지었다.
“내 참, 내가 의사인지 자네가 의사인지 모르겠군. 보통 사람들은 이렇게까지는 안 하는데 말이야. 예나 지금이나 자네는 참 이해하기 어려워.”
그는 툴툴거리면서도 조심스럽게 삼각건에서 내 팔을 꺼내 신중하게 검사하기 시작했다.
간단한 검사 끝에 큰 이상이 없다는 다행스러운 진단이 내려지자,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일행들에게 말했다.
“여기서 이러지 말고 자리를 좀 옮기죠? 어디 가서 식사라도 좀 해요.”
그러면서 내가 자연스럽게 팔을 내리는데, 롱베르 씨가 내 팔을 잡아서 다시 삼각건 안에 집어넣었다.
“큰 이상이 없다고 했지, 괜찮다고는 하지 않았네. 도대체 뭘 했길래 사방에 멍이 들고 팔이 부을 정도로 무리를 했나? 앞으로 닷새 정도는 더 이러고 다니게.”
쳇, 어느 세상이나 의사들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