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흙수저 선원으로 살아남기-210화 (211/420)

210화. 결심

“응? 신기하게 생긴 물건이군? 이건 무엇이오?”

내가 생각에 빠져있는 사이에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둘러보던 제먼이 호기심 어린 목소리로 뭔가를 집어 들었다.

정신을 차리고 제먼을 보니 그의 손에 들려있는 랜턴이 보였다.

왜 저게 저기에 있지?

랜턴이야 아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서 반드시 숨겨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사람들은 마도구라고 알고 있기에 제먼이 알게 되는 것은 조금 꺼려지는 것이 사실이었다.

내가 당황해서 엉거주춤 일어서는데 제먼의 혼잣말이 들렸다.

“금속인 것 같은데… 철은 아닌 듯하고, 여기는 도대체 뭐로…. 이쪽은, 호오! 유리인가? 아니지, 유리가 이렇게 투명할 리 없으니 설마 수정인가? 그런데 안에 든 것은….”

나는 빠른 걸음으로 그에게 다가가서 랜턴을 빼앗았다.

“하하, 별것 아닙니다. 우연히 얻은 마ㄷ…. 아니, 장식품입니다.”

“장식품? 그렇게 보이지는 않소만?”

나는 당황해서 마도구라고 하려다가 재빨리 말을 바꿔 장식품이라고 했다.

말하는 내가 얼굴이 화끈거릴 수준의 거짓말이지만 일단 우기고 봐야지.

“이것 보십시오. 여기에 줄이 달려 있지 않습니까? 벽에 거는 장식품이죠.”

나는 급하게 랜턴 꽁무니에 달려 있는 줄을 보여주며 말했다.

“그렇게 말해도…. 흠, 그 줄도 특이한 재질이군. 도대체 무슨 섬유로 만들어진 줄이오?”

나는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급히 줄을 확인했다.

젠장, 화학섬유다.

나일론인지, 폴리어쩌구인지, 아니면 다른 종류인지 모르지만, 일단 탄성과 광택 자체가 이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섬유라는 것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저도 그런 것까지는 잘 모릅니다. 그 뭐냐, 해, 행운! 행운을 가져다주는 장식품이라고 합니다.”

“그렇소? 그렇다면 어디에서 누구에게 얻은 것인지라도 알려주실 수 있겠소? 나도 하나 얻고 싶은데….”

“그게, 그러니까, 어디였는지 기억이 잘…….”

“거참, 그런 특이한 물건을 얻은 곳을 잊었다니, 이거야 원….”

제먼의 표정은 호기심과 민망함, 그리고 야속함과 서운함이 뒤섞여 기묘한 형태를 하고 있었다.

다섯 살짜리 애도 안 속을 거짓말은 하지 말라는 뜻이겠지.

잠시 고민을 하던 나는 결국 그에게 조심스럽게 랜턴을 내밀었다.

아예 못 봤다면 몰라도, 이미 봤으니 차라리 궁금증을 풀어주고 입단속을 시키는 것이 낫겠다. 델라 항구에 가면 후작과 만나게 해줄 생각인데, 괜히 후작 앞에서 엉뚱한 소리라도 하면 큰일이니까.

그를 제거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내가 무슨 살인마도 아니고 내게 조금 위험하거나 방해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아무 잘못도 없는 사람을 죽여버릴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밝은 빛이 나오는 마도구예요, 여기를 누르면….”

“오! 세상에. 이렇게 밝은 빛이라니?! 내가 한번 살펴봐도 되겠소?”

“네, 살살 부탁드려요. 저도 어렵게 구한 거라.”

“물론이오!”

“그리고 비밀도요. 특히 후작에게는.”

“그럼! 내 무덤까지 가지고 가겠소!”

내게 랜턴을 받아 든 제먼은 신이 나서 조심스럽게 랜턴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마정석은 어디에 들어 있소? 이 안인가? 그런데 어떻게 여는 거지?”

안에 마정석 따위가 있을 리도 없고, 배터리 정도야 있겠지만 태양열 충전식인데 굳이 배터리가 사람 손이 닿을 수 있게 만들어 놓았을 리가 없다.

“저도 잘 모릅니다. 그냥 아껴 쓸 뿐이죠.”

“그렇소? 이상하군. 마도구라면 분명히 마정석을 교체할 수 있게 해 놓았을 텐데.

나는 완전히 자신만의 세계에 빠진 그를 끌어내기 위해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제먼 씨. 도대체 이유가 뭡니까?”

“응? 무슨 이유를 말하는 거요?”

“목숨까지 걸어가면서 망명을 하려는 이유 말입니다. 왕립 학회 소속의 마공학자라면 일레드 왕국에서도 최고의 대우를 받으셨을 텐데, 그 모든 것을 포기하고 망명하시려는 이유를 알 수 없어서요. 가족도 있지 않으십니까?”

가족이라는 말에 낯빛이 살짝 변한 그는 무겁게 고개를 저었다.

“가족은 없소. 그리고 망명한 이유라…. 제독도 일레드 왕국이 전쟁을 일으키려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지 않았소?”

“네, 들었습니다.”

“나는 전쟁이 싫소.”

나는 그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전쟁이 싫을 수는 있다.

전쟁 좋아하는 사람이 세상에 몇 명이나 되겠어?

하지만 전쟁이 나면 오히려 더욱더 철저한 국가의 보호를 받을 사람이 단지 전쟁이 ‘싫어서’ 가진 것을 다 포기하고 목숨까지 걸어가며 망명을 하려고 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내 시선을 느낀 그가 살짝 한숨을 내 쉬더니 천천히 걸어서 다시 의자에 앉았다.

“전혀 믿지 않으시는군. 후후후…. 제독은 은행에 대해서 얼마나 아시오?”

“갑자기 은행은 왜요?”

이 아저씨도 진짜 맥락 없이 질문하시는구만.

뜬금없이 여기에서 은행이 왜 나와?

“은행은 정말 놀라운 마도시대의 산물이오. 그거 알고 있소? 은행은 거의 시간차 없이 신호를 보내고 받을 수 있는 장치를 각 지점마다 구비하고 있지. 연락병이나 봉화와 비교도 안 되는 빠르고 정확한 통신 수단이라는 말이오. 그런데 수백 년이 지나도록 은행을 손에 넣은 국가는 없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소?”

어라?

그렇게 말하니까 나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통신의 강력함은 이 세상의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있다.

실제로 그 강력한 통신의 힘을 이용하던 시대의 지식을 알고 있으니 말이다.

개인에게는 물론 국가적으로 봐도 은행의 시스템은 정말 탐이 나지 않을 수 없는 유혹이다.

시스템도 그렇고, 그들이 쥐고 있는 자금도 그렇고 말이다.

그런데 제먼의 말대로 수백 년의 시간 동안 은행은 어떤 나라에도 구속되지 않은 채,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게다가 아직도 모든 나라의 주요 통신 수단은 은행 같은 마도구를 이용한 통신이 아닌 연락병, 연락선을 이용한 원시적인 통신이다.

이게 이상하다는 것을 왜 그동안 몰랐던 것인지 이해가 안 될 정도로 놀라운 일이 아닌가?

“내가 마공학자의 길을 걸으면서 깊게 빠져든 분야가 바로 그 은행의 통신 분야요. 은행 내부에서 극도의 비밀로 유지되어 정확한 내용을 알아내기 어렵지만, 최근에는 비슷한 통신 방법을 개발하기도 했었다오.”

헐…. 그걸 개발했다면 진짜 엄청난 사람이잖아?

하지만 제먼은 약간 자조적인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설치 비용이 엄청나다는 것은 충분히 예상한 일이었소. 신호 하나를 보내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거의 5,000로스에 육박하는 것도, 충분한 시간을 두고 개선하면 최소한 급박한 소식 정도는 전할 수 있을 것 같았지. 하지만….”

“다른 문제가 있었군요?”

“…그렇소. 우리의 연구는 3년 전에 이미 좌절되었소. 함께하던 동료들도 다 떠나고 나 혼자만 붙잡고 있는 실정이었지.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는 거리가… 150m를 넘어서지 못했소. 150m마다 수백만, 상황에 따라 천만 로스가 넘어서는 통신소를 건설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소?”

아무리 빠르고 좋은 통신 수단이라도 구축에 필요한 금액이 국가 예산 단위고, 이용 금액이 상단 하나의 가격이라면 빛 좋은 개살구, 아니, 그보다 못하다.

“그렇다면 연구를 계속하기 위해서?”

“그럴 리가! 연구는 일레드 왕국에서도 계속할 수 있었소. 연구비야 형편없이 쪼그라들었지만, 그렇다고 내가 연구를 지속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으니 말이오. 하지만… 이번 전쟁에 앞서 은행을 빼앗을 예정이라는 소식을 들었소.”

나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도의적으로는 문제가 되겠지만 제먼 씨에게는 오히려 좋은 일 아닙니까? 일레드 왕국이 은행을 손에 넣으면 그동안 쌓인 의문도 다 풀고 연구도 계속할 수 있으실 텐데요?”

“과연 그럴 것 같소? 천만에. 은행이 수백 년 동안 살아남은 이유는 내가 보기에는 딱 하나요. 그들의 실체를 아는 자가 없다는 것이지.”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은행이야 큰 도시에 가면 다 있는데요? 심지어 향료 제도의 섬에도 있습니다만?”

“그들을 지배하는 실체 말이오. 은행의 주인, 그걸 아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소. 각 지점의 최고위직인 점장들조차도 자기 위로는 단 한 명도 얼굴을 보지 못했다고 하더군.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시오? 파면 팔수록 은행을 만들고 지배하는 존재가 우리와 같은 인간이기는 한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라오.”

“그런데 그게 지금 일레드의 은행 공격과 무슨 관계인지…. 오히려 각 지점이 독립적이라는 소리니까 일레드 입장에서는 편하지 않을까요? 물론 다른 나라의 은행을 갖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일레드 왕국 내의 은행은 빼앗을 수 있을 텐데요.”

제먼은 내 말에 무겁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렇지 않소. 일레드 왕국이 진짜 은행을 공격한다면, 그들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은행의 껍데기뿐이오. 아무리 빨라도 그들의 통신보다 빠르지는 못할 것이고, 처음 몇 개의 지점을 빼앗더라도 그 지점의 모든 시스템은 파괴될 테니 말이오.”

“그런데 그걸 어떻게 아시는 겁니까? 그냥 제먼 씨의 예상 아닙니까?”

“후훗, 지금 일레드 왕국의 수뇌부 같은 생각을 한 나라가 처음일 리가 없지 않소?”

무려 수백 년, 인간의 세대가 10번 이상 바뀔 시간이다.

제먼의 말대로 그 안에 지금의 일레드 왕국과 같은 생각을 한 이가 하나도 없었을까?

당연히 아니겠지.

하지만 그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다.

아니, 성공하지 못한 정도가 아니라 그런 시도를 했다는 것조차 소문으로도 남아있지 않다.

제먼은 용케 어디서 정보를 얻은 모양이지만, 일단 나 같은 일반인은 전혀 모른다는 말이다.

뭔가 뒷목이 서늘해진다.

몰로스 제국이 최강이다, 일레드 왕국이 떠오르는 강자다, 이런 말들을 하지만 실제로 이 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은행 아닐까?

“그러니까 은행을 연구하고 싶으신데 은행과 곧 척을 질 것이 뻔한 일레드에 있을 수 없었다는 말이군요?”

“제독은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은행의 통신을 연구하는 것은 내 인생 그 자체이고 내 삶의 목표요. 그 연구를 뺀 내 삶은 상상도 할 수가 없으니 어쩌겠소?”

“알겠습니다. 그런데 제 랜턴은 언제까지 그렇게… 다음에 또 관찰하실 수 있게 해 드릴 테니 이만 돌려주시면 어떨까요?”

진짜 닳겠네, 닳겠어.

***

식사를 마치고 맥주를 홀짝이던 아인델프가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선장님? 무슨 고민이라도 있으십니까?”

“응? 왜?”

“아까부터 말씀도 없으시고 뭔가 생각하시는 것 같아서요.”

“아… 미안.”

에른스트, 네이선, 우르타, 바우어, 오펜, 게론드, 행크, 발드 선장, 슬레어, 왓킨, 모르아까지…. 제먼과 의기투합해서 빠진 롱베르 씨와 자리가 불편하다고 빠진 조리장 비에론을 제외한 오트라스 호와 리버티 호의 핵심 인력들이 모두 모인 자리였다.

사람들은 다들 잡담을 멈추고 나를 보고 있었다.

꽤 괜찮은 술집의 연회용 홀을 빌린 터라 왁자지껄한 술집의 소음이 거의 들리지 않아서 어색한 침묵이 감돌았다.

“뭐, 이왕 이렇게 모였으니 한번 이야기나 해보도록 하지.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내 질문에 다들 표정에 의문부호가 떠올랐다.

너무 추상적으로 물어봤나?

“다들 잘 생각해 봐. 후작 덕분에 우리는 평범한 상선 노릇하기는 글렀어. 왜인지는 몰라도 발레리아 백작도 관심이 많고 말이야. 여러 가지로 불편한 상황이지. 그런데 이런 모든 문제의 근원은 하나야.”

한 호흡을 쉬며 긴장을 끌어올린 나는 단정적으로 말을 마무리 지었다.

“가진 힘에 비해 우리가 가진 게 많아.”

“제독, 겨우 중형 상선 두 척인데 가진 게 많다니요?”

“맞습니다. 그런 선단이 세상에 수백 개는 될 걸요?”

“가진 게 많다고 가진 것을 버릴 수는 없지 않습니까?”

나는 손을 들어 중구난방으로 떠드는 사람들을 조용히 시킨 후 내 생각을 풀어가기 시작했다.

“난 내가 엄청나게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만약 그들이 내 목숨으로 장난을 치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내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는다면 적당히 굽혀줄 수도 있어. 하지만 그렇지 않잖아? 같잖은 귀족 놈들의 놀이판 위에서 장난감 말처럼 움직이는 것은 지긋지긋해. 그래서 힘을 가지려고. 그들이 손을 댈 수 없는, 그렇지는 않더라도 손대기에 껄끄럽고 부담스러운 힘 말이야.”

내 말에 대다수의 사람들이 질린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발드 선장이 말까지 더듬어가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제, 제독…. 설마, 아, 아니시죠? 해적이 되시려고…?”

“해적?!”

“선장님,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으음, 나는 선장님이 하라면 하기는 하겠지만 해적은 좀….”

발드 선장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사방에서 난리가 났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해적인데 내가 왜 해적이 된다는 거야?

탕탕탕!

누군가가 거세게 테이블을 내리쳐 침묵을 강요했다.

그리고 서늘한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물었다.

“제독님이 해적이 된다고 했나? 다들 입조심 좀 하지. 그리고 발드 선장님, 쓸데없는 억측은 피하시는 게 좋겠소.”

“아, 알겠습니다. 에른스트 부선장님.”

에른스트의 살기 어린 말에 발드 선장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했고, 그제서야 만족스러운 듯 에른스트가 나를 보며 계속하라는 눈짓을 보냈다.

“그래, 부선장님 말대로 해적이 되자는 것은 아니야. 하지만 힘을 키우고 싶어. 우리가 천천히 힘을 키우려고 하면 당연히 원래 우리를 가지고 놀던 자들이 가만히 있지 않겠지. 그래서 위험을 감수해서라도 그들이 상황을 인식하고 견제를 하기 전에 힘을 가져야만 해.”

나는 좌중을 한번 돌아보며 한 명씩 눈을 마주쳐갔다.

미안한 일이다.

솔직히 내가 이 말을 한 이후에 이탈자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할 말이 없기는 하다.

다 같이 승률 낮은 도박을 하자는 뜻이니 말이다.

“예전에 부선장님과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 없는 힘을 갖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어. 그리고 그때 부선장님께서는 무력, 거점, 상품을 말씀하셨지. 무력은 당장 갖추기 어려우니 먼저 두 가지를 해결하려고 해. 거점과 상품. 다행히 내게 한 가지 좋은 방법이 있지.”

미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대부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앞으로 내가 할 말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말이다.

“아는 사람도 있겠지만, 아인델프 일등항해사, 네이선 갑판장, 우르타 포술장, 오펜 삼등항해사는 일레드 북쪽의 이름 모를 섬에 표류한 적이 있어. 그 섬을, 우리가 가졌으면 해.”

“네?”

“그걸 도대체 어떻게…?!”

“가진다니, 무슨 뜻입니까?”

“일레드 왕국 북쪽에 섬이 있습니까?”

“으악! 리안 거기는! 앗차, 선장님!”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말했다.

“이번에 후작과 담판을 지을 거야. 섬의 존재를 밝히고, 그걸 내가 가질 수 있게 지원해 달라고.”

내 말에 발드 선장이 고개를 저었다.

“선장님, 후작 정도 되는 사람이 그것을 용인할 리가 없습니다.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죠.”

“무슨 말인지 알아요, 발드 선장님. 하지만 내게도 생각이 있어요. 값을 치를 생각이거든요.”

게론드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섬을… 가격을 매기는 것을 둘째치고, 그만한 것을 뭐로 치르신다고….”

그러더니 잠시 후, ‘휙’ 소리가 나도록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찢어질 듯이 크게 뜬 눈으로 나를 보았다.

“…?!”

그리고 그 모습을 보던 에른스트 역시 복잡한 표정으로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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