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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흙수저 선원으로 살아남기-211화 (212/420)

211화. 무전기 데뷔식

섬을 가지겠다는 내 말에 장내는 다시 난장판이 되었다.

서로 자기 말만 해서 도저히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

물론 나를 향해서 말을 하는 것은 아니고, 자기들끼리 떠드는 말이다.

탁, 탁.

“자, 조용! 모두 집중해!”

나는 테이블 위에 무전기 두 개를 올려놓고 사람들의 주의를 집중시켰다.

잠시 지속되던 소란은 어느 순간 급속히 가라앉았다.

모두의 시선이 모였음을 확인 한 나는 무전기를 양손에 들고 천천히 설명을 시작했다.

“이건 내가 어렵게 구한 마법도구야. 멀리 있는 사람들이 서로 말할 수 있게 해주지.”

“저도 멀리 있는 사람과 이야기 할 수 있는데요? 물론 소리를 좀 질러야겠지만.”

약간 맹한 우르타의 대답을 시작으로 다들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휴우, 장거리 통신(신호가 아닌)이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한 터라 다들 이해를 못 하는 것이다.

그냥 보여주는 게 낫겠다.

나는 한쪽 무전기의 전원을 켜고 옆에 있던 네이선에게 건네주었다.

“이거 들고 저쪽 구석으로 가봐.”

“어? 네? 네, 네!”

자리에서 일어나 구석으로 간 네이선이 물었다.

“여기?”

“아니, 더 가! 모서리에 딱 붙어봐.”

“응!”

네이선이 자리를 잡는 것을 본 나는 네이선과 가장 먼 자리로 이동해서 남은 한 개의 무전기 전원을 켰다.

“네이선, 무슨 일이 있어도 그걸 놓거나 던지면 안 돼!”

“걱정 마십시오!”

“나 지금 진심이야! 그거 떨어지면 고장 난다고! 고치지도 못하고 다시 구할 수도 없어!”

“걱정 마시라니까요?”

“놀라거나 무서워도 절대! 절대 놓으면 안 돼?!”

“하하, 나를 뭘로 보시고. 걱정 말고 뭐든 빨리 해보시죠?”

내 거듭된 당부가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는지, 사람들은 우리가 무슨 짓을 하는지 흥미진진한 눈빛으로 구경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주변이 조용해지자, 나는 송신 버튼을 누르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연애하니까 좋냐?”

“으에에엑!”

홀이 좁기는 해도 내가 워낙 작게 말했기 때문에, 내 목소리를 들은 사람은 나와 가까운 곳에 앉았던 몇 사람에 불과했다.

하지만 비명은 저 멀리 있는 네이선에게서 튀어나왔다.

“리아아안!! 이거, 이거, 말을 해!”

그전에 했던 내 당부 때문에 차마 던지지는 못하고 무전기를 든 손을 몸에서 최대한 멀리 떼고 있는 네이선.

얼마나 급했는지 잘하던 존댓말도 어디에 다 팔아먹고 울상을 지으며 반말로 떠들고 있다.

심지어 네이선과 가까운 곳에 앉았던 슬레어 항해사 역시 새파랗게 질려서 바짝 얼어있는 것을 보니 어지간히 놀란 모양이다.

이러면 또 장난을 그만두기 힘들지.

“슬레어, 이등항해사는 할만 해?”

“캬아악!”

“으아악! 또 말한다!”

쭉 뻗은 네이선의 손 덕분에 무전기에서 조금 더 가까워져 있던 슬레어는 무전기에서 자기 이름이 나오자 번개 같은 속도로 자리에서 일어나 비명을 지르며 멀리 떨어졌고, 네이선은 인상을 더욱 찡그리며 엉덩이를 한층 더 빼서 엉거주춤한 자세가 되었다.

흠, 그렇게 무서울 일인가?

내가 마도구라고 미리 말했으니까 조금 놀라는 정도일 줄 알았는데 말이야.

사람들을 살펴보니 절반쯤은 네이선과 슬레어가 무슨 짓을 하는 건가 싶은 표정이고, 절반쯤은 나와 네이선을 번갈아 가면서 보고 있었다.

그리고 단 한 사람만이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나를, 정확하게 말하면 내 손에 들린 무전기를 보고 있었다.

“오펜 항해사, 이리 와봐.”

“네, 선장님.”

냉큼 달려온 오펜은 내가 무전기를 건네주자 거리낌 없이 그것을 받았다.

“자, 네가 말을 할 때는 여기를 눌러. 들을 때는 손을 떼고. 이해했지? 그럼 가서 네이선 좀 구출해줘라.”

살짝 고개를 끄덕인 오펜이 네이선이 있는 쪽으로 움직이고, 나는 발드 선장을 불렀다.

“발드 선장님, 선장님이 이걸 잡고, 그래요, 일단 들고 있어 보세요.”

혹시 몰라서 언제든지 떨어지는 무전기를 잡을 준비를 하고, 오펜에게 외쳤다.

“오펜! 아무 말이나 해봐!”

잠시 후 내 무전기에서 어색한 기계음이 흘러나왔다.

“어, 선장님? 들리십니까?”

“으어억!”

갑자기 소리가 들리자 깜짝 놀란 발드 선장이 허둥거렸고, 나는 그를 진정시킨 후 말했다.

“놀라지 마세요, 오펜이 한 말이 흘러나온 것뿐이니까.”

“네? 지금 이게 오펜의 말을 따라 했다는 겁니까?”

“따라한 건 아니고, 오펜의 말을 전달… 아, 설명하기 어렵네.”

간단하게 기능과 사용법만 설명하면 끝날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쉽게 끝날 일은 아닌 것 같다.

***

내 폭탄 발언과 무전기의 데뷔무대로 난장판이 되어버린 식사 자리가 겨우 마무리되고, 배로 돌아온 나는 침대에 누워 생각에 잠겼다.

스코타 후작은 두려운 상대다.

하지만 내가 그에게 이익을 주는 동안은 그만큼 강력하게 나를 보호해 줄 수 있는 사람이기도 했다.

물론 언젠가는 스코타 후작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생각이고, 그 정도는 후작도 짐작하고 있겠지.

그러니까 포장을 잘해야 하는 거다.

후작이 나를 보호하는 것이 자신에게 이익이 될 수 있도록, 그러면서 나를 제거하고 내 모든 것을 빼앗아 직접 관리하는 것은 번거롭도록, 마지막 순간까지 내가 반기를 들기까지 시간이 남아 있다고 믿도록 말이지.

준비할 시간이 조금 더 있으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내게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모르아의 심복이었던 몬데스가 후작의 밑으로 들어간 이상 정확한 위치는 모르더라도 ‘섬’의 존재는 후작 역시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원래라면 ‘울부짖는 바다’ 안쪽에 있어서 드웰의 공책이 없다면 접근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곳이지만, ‘울부짖는 바다’의 범위가 줄어들었다는 소식이 후작의 귀에 들어가면 후작 역시 섬에 대한 탐사를 지시할 수도 있었다.

후작의 지시를 받은 다른 자가 섬을 발견하면, 현실적으로 내가 섬에 개입할 여지는 0에 한없이 가까워진다.

페리아 족이 변수가 되지 않는 이상 말이다.

대륙에서 꽤 가까운 시논 섬이나 케르빈 섬, 마다카트 섬조차도 군권(軍權)을 제외한 권리가 왕에 버금가는 총독이 파견된다.

그리고 그보다 더 먼 향료 제도의 섬들은 사실상 자치 구역이나 다름없이 운영되고 있다.

교통과 통신의 한계로 인해 국가의 물리적 범위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그나마 땅으로 연결되어 있다면 몰라도, 수도에서 한참 떨어진 바다 위의 섬에는 국가의 행정력이 미치기 힘들었다.

그러니 후작에게 적당한 이익을 보장하면, 현실적으로 섬을 직접 통치할 수 없는 후작은 나를 통한 대리 통치까지 고려해 봄직도 하다.

무엇보다 후작은 벨로키나 왕국의 최고 권력자 중의 한 명이지만, 왕이 아니다.

비밀을 공개하는 것이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상황이 아니라면, 굳이 다른 권력의 경쟁자들에게 섬의 존재를 알려가면서까지 공권력을 투입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일단 공권력이 투입되면 원칙적으로 땅의 점령 및 통치는 국왕의 고유 권한이니 말이다.

물론 아무리 상황이 좋게 풀려도 내가 천년만년 비밀리에 섬을 지배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섬 내부에 탄탄한 기반을 쌓은 후라면, 정치적으로 어떤 결정이 내려져도 섬을 완전히 파괴하려고 작정하지 않는 이상 내 영향력을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

본토와의 물리적인 거리로 인해 동원할 수 있는 병력과 힘은 한계가 있고, 내 영향력을 제거하기 위한 비용에 비해 얻는 것은 보잘것없을 테니까.

그렇게 섬에 탄탄하게 세력을 쌓고 나면, 일이 조금 편해질 것이다.

노던테라를 발견하면 더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최소한 여러 나라 사이에서 줄타기를 할 여건은 만들어지는 셈이니 말이다.

줄타기를 하려면 일단 섬에 손을 뻗을 확률이 가장 높은 세 국가가 서로 관계가 나쁠수록 좋다.

내해 안쪽의 케이라 왕국은 애초에 벨로키나 왕국과 사이가 나쁘고, 내해의 해운권을 놓고 일레드 왕국과도 사이가 좋지 않다.

벨로키나 왕국과 일레드 왕국은 아직까지 그럭저럭 동맹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나를 비롯해서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두 나라의 전쟁이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것을 말이다.

물론 나는 일레드가 전쟁을 준비한다는 심증만 있을 뿐, 자세한 내용은 잘 모른다.

심지어 일레드가 전쟁을 벌이려는 상대 국가가 어딘지도 모르지.

그래서 벨로키나 왕국과의 전쟁을 말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애초에 일레드의 침공 목표가 어디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일레드가 어느 쪽으로 세력을 확장하건 벨로키나 왕국은 기를 쓰고 그걸 막아야 하는 입장이니까.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내 손에 시논 총독의 편지가 잡혀있어서 화들짝 놀랐다.

이 편지를 열어보면 많은 부분이 명확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건 말 그대로 독이 든 성배일 수밖에 없는데, 봉인과 편지 봉투를 훼손하지 않고는 편지를 볼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이에 대해 우리 중에 범죄 경력(?)이 가장 높은 부선장님과 가장 똑똑한 게론드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해적이 그런 것을 왜 고민하겠냐? 그냥 열어보면 그만인데?’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에른스트 부선장이 한 말이다.

음, 맞는 말이다.

‘그게 가능했다면 귀족들과 권력자들이 이 방식을 사용할 리가 없겠지요?’

말 같지도 않은 소리 하지 말라는 표정으로 게론드가 한 말이다.

…….

그런고로 랜턴을 켜서 혹시라도 봉인이 손상되지는 않았는지 확인해 보았는데, 다행히 봉인은 무사했다.

솔직히 한 가지 방법이 있기는 하다.

바로 바닷물에 적시는 것이지.

시논 섬을 떠난 뒤 우리가 지독한 폭풍에 휘말렸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이는 조나단과 배에 있을 확률이 높은 첩자들의 입으로도 확인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니까 선장실에 물이 들어와서 편지가 젖었다고 하면 괜찮지 않을까?

이 세상의 종이는 물에 아주 약해서 쉽게 풀어지니 말이다.

먼저 편지를 뜯어서 보고 물에 적시면… 에이, 그만 생각하자.

***

무전기는 오트라스 호와 리버티 호의 선장실에 배치되었다.

원래대로라면 선교에 배치해야 했지만, 아무래도 선교는 외부인에게 꽤 노출이 잦은 곳이니 말이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첩자가 활동하고 있을지 모르는 선원들에게 무전기를 노출하는 것 역시 절대 안 될 일이다.

배터리의 문제 때문에 상시로 켜두는 것은 불가능했기에, 평시에 두 배가 가까운 경우에는 약속된 수기나 발광신호로 전원을 켠 후에 무전기를 사용하기로 했다.

물론 특별한 경우인 전투나 재해 상황 혹은 서로 시야 밖으로 멀어진 상황에서는 선장 재량으로 무전기를 켤 수 있도록 했다.

아마도 무전기가 제 몫을 하는 것은 특별한 경우에 해당하겠지.

평소에 굳이 연락할 일이 얼마나 있겠어?

남은 배터리양이 표시되면 좋을 텐데 말이야.

내 방에서 무전기를 요리조리 둘러보던 우르타가 중얼거렸다.

“제발 이번에는 무사히 항해하게 해주세요….”

“내가 그런 말 하지 말랬지?”

“왜! 그냥 기도한 거야….”

“어이구, 말을 말자. 그런데 너네는 일 안 하냐?”

내 말에 네이선과 우르타는 약속이라도 한 듯 나를 비난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네가 우리에게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너 오늘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했잖아.”

“어?”

네이선의 말에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 말이 맞는 것도 같다.

아침에 일어나서 밥 먹고 선교에 한 30분쯤 있다가 내려와서 낮잠 자고, 점심 먹고 갑판에서 네이선이 선원들 닦달해서 청소시키는 거 구경하고, 저녁 즈음에는 견시대에서 내려오는 우르타를 보며 이제 그만 좀 올라가라고 잔소리를 했다.

음, 훌륭한 선장의 일과로군.

어쩐지 해가 졌는데도 전혀 피곤하지 않더라.

“내일은 낚시라도 할까?”

“낚시하게? 리안은 원래 싫어하지 않았어?”

“낚싯대라면 창고에 몇 개 있을 텐데, 가져다줘?”

두 사람의 호응했지만 나는 곧바로 고개를 저으며 생각을 털어버렸다.

“뭐가 좀 잡혀야 낚시가 재밌지….”

배를 타면 낚시를 많이 할 것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사실 배에서 낚시는 거의 하지 않는다.

정확하게 말하면 가성비가 더럽게 안 좋아서 다들 별로 안 좋아한다.

과학적으로 설계된 멋진 낚싯대와 생선들의 취향을 분석한 유혹적인 미끼를 생각하면 안 된다.

나무에 줄을 매달고, 끝에 추와 바늘을 구부려 달면 낚싯대요, 상해서 못쓰게 된 식료품이 미끼다.

그런 조악한 재료로 쉼 없이 움직이는 배 위에서 낚시를 하는데, 물고기들도 바보 멍청이들만 모인 게 아닌 이상 낚시가 잘 될 턱이 있나?

게다가 이 세상의 생선들은 덩치가 꽤 큰 편인데, 반대로 낚싯줄로 사용하는 섬유의 내구성은 엉망이다.

물고기가 잘 잡히지도 않지만, 미끼를 물어도 낚을 확률보다 낚싯줄이 끊겨서 아까운 바늘이 사라질 확률이 더 높은데, 누가 낚시를 좋아하겠어?

그런데도 낚시나 해볼까 싶을 만큼 요즘은 할 일이 없다.

이제 오펜도 제법 선교 지휘에 익숙해져서, 혼자서 당직을 선다.

그러니까 아인델프, 바우어, 오펜으로 이루어진 3교대 당직 시스템이 안착된 것이다.

덕분에 내가 굳이 선교에서 배를 지휘할 필요가 없어졌다.

물론 해도에서 항로도 확인하고, 아인델프와 항해 일정도 논의하지만, 딱 그 정도가 내 일의 전부다.

갑판 쪽 일도 부선장님, 네이선이 지휘하고 돌격대장인 행크까지 있어서 딱히 손댈 일이 없고, 교역 및 회계와 관련된 일은 게론드가 알아서 다 하고 깔끔하게 보고하니, 가끔 수량과 자금 확인만 하면 되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낚시라도 해야 하나 싶을 만큼 내가 할 일이 없어진 것이다.

“내일은 포격 훈련을 하자.”

“응?”

“진짜?!”

“너무 갑작스러운데? 이쪽 해역은 지나가는 배들도 많은데 굳이 지금?”

“어, 그래서 하는 거야. 우리 포 많다고 자랑하려고. 포격 훈련할 정도로 포술도 뛰어나다고 알리려고.”

“굳이?”

“너네 그 이야기 못 들었어? 외날의 라프나.”

내 말에 네이선의 얼굴이 굳어졌다.

“왜? 뭔데?”

“그놈이 최근에 다시 난리인 모양이야. 놈에게 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배들도 꽤 되는 것 같고.”

“으아, 라프나라면 그때 그놈이지? 역시 그놈 안 죽었구나….”

우르타가 몸을 부르르 떨며 진저리를 쳤다.

그때 워낙 상처가 심해서 죽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살아남았는지 출항 전에 방문한 술집에서 그놈 이야기로 난리였다.

놈은 리버티 호를 알고 있으니 만약 우리를 포착하면 죽기 살기로 따라올 것이 뻔하다.

전에 만났을 때는 라프나 본인의 배도 아니었고 약간 산책처럼 나온 상황이라 겨우 격퇴할 수 있었지만, 다시 만난다면 반드시 어려운 싸움이 될 터였다.

그러니 최대한 많은 준비를 해 둬야겠다.

“어차피 화약은 오래되면 못 써. 우르타, 아직은 괜찮지?”

“응! 그런데 리안 말대로 아무리 잘 관리해도 화약은 오래 두면 품질도 떨어지고 결국 못쓰게 되니까. 그런 이야기도 있잖아, 뭉친 화약 부수다가 화약고에 불붙어서 침몰한 배 같은 거.”

“어떤 멍청이가 그런 짓을 하겠냐? 그냥 떠도는 소문이지.”

우르타의 말에 네이선이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반박했고, 우르타는 발끈해서 소리쳤다.

“아닌데?! 진짜 있다고 했거든?!”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봤어?!”

“이야아아악!”

“아악! 이 미친놈아아악! 물지 마! 물지 마! 니가 개야?!”

나는 다섯 살 먹은 애들처럼 싸우는 놈들을 피해 자리를 옮기며 생각했다.

라프나가 계속 악명을 쌓기를.

그렇게 악명을 쌓다가 해군에게 토벌당하기를.

그리고 그 전에 우리와 만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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