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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흙수저 선원으로 살아남기-220화 (221/420)

220화. 모여드는 사람들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난 방향을 바라보니 구경꾼들을 거칠게 밀치며 앞으로 나오는 남자가 보였다.

나보다 20cm는 더 커 보이는 큰 키, 떡 벌어진 어깨, 내 체형도 어디에서 작다는 소리는 안 듣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거구라는 말이 어울릴 것 같은 30대 중, 후반쯤 되어 보이는 남자였다.

“뭡니까?”

“그레이그. 보시다시피 구경꾼이고.”

“지금은 보다시피 놀아줄 기분이 아니라서.”

어깨를 으쓱거리며 대답하는 남자에게 나는 짧게 더 이상 이야기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전달했다.

그리고 괜한 시비에 더 휘말리기보다는 오펜을 옮기는 것을 택했다.

그사이에 얼마나 얻어맞았는지 이미 정신을 잃은 오펜은 몰라볼 정도로 퉁퉁 부어 있었고, 입과 코, 광대까지 찢어져 피를 흘리고 있었다.

“이봐, 오펜! 정신 좀 차려 봐.”

차마 뺨을 때려서 깨울 엄두가 안 날 정도로 다쳐서 오펜의 몸을 흔들다가, 엉거주춤하게 서 있는 선원 둘을 째려보았다.

“계속 그러고 있을 거야? 너는 가서 닥터한테 상황 알리고, 너는 오펜 항해사 좀 업어.”

내게 지목당한 오트라스 호의 선원이 화들짝 놀라며 입구 쪽으로 뛰어가고, 리버티 호의 선원은 재빨리 몸을 돌려 바닥에 쭈그려 앉았다.

“어이, 선장 나으리. 사람 말을 그렇게 무시하면 안 되지!”

“이런 씨…!”

“거기도 잠깐! 그대로 서.”

시비조로 다시 말을 거는 그레이그에게 내가 인상을 찌푸리며 성질을 내려는 순간, 그는 갑자기 한쪽을 손가락질하며 소리를 쳤다.

화를 낼 타이밍을 놓친 내가 슬쩍 고개를 돌리자, 오펜을 두들겨 팬 남자가 주춤거리고 멀어지다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굳어있는 것이 보였다.

“나에게 하는 말이오?”

“어, 그래, 꼬마. 사람을 때렸으면 책임을 져야지?”

“저놈이 먼저 주먹을 휘두른 것을 보지 않았나?”

처음에 당황하던 젊은 남자는 그레이그의 반말에 바로 발끈하며 소리쳤다.

하지만.

“카악! 퉤!”

그레이그는 식당 바닥에 침을 뱉더니 가소롭다는 듯이 건들거리며 피식 웃었다.

“아무리 배운 것 없는 뱃놈들이라도 이건 아니지. 꼬맹이, 네가 먼저 시비를 걸었잖아?”

“당신이 무슨 상관이오?!”

“잘못을 했으면 사과를 해야지, 그게 바로 멋진 바다의 사나이 아니겠어?”

…뭐야, 이놈은?

배를 타면서 별의별 미친놈이나 괴짜들을 봐왔지만 이렇게 참신하게 미친놈은 또 처음이네?

정의의 사도야 뭐야?

이유야 어쨌건 괜한 친절, 특히나 이런 쪽의 친절은 보통 안 받느니만 못한 경우가 많다.

게다가 화낼 타이밍을 놓치기는 했지만, 태도도 영 내 취향이 아니잖아.

“고맙기는 한데, 댁이 상관할 일이 아닌 것 같은데?”

마음이 그렇다 보니 고운 말이 나올 리가 없었다.

그래서 무심결에 튀어나온 나의 삐딱한 참견에 그레이그의 시선이 내게 돌아왔다.

“어이, 선장. 지금 뭐라고 했소?”

“상관하지 마시라고.”

도와주는 사람에게 왜 시비를 거냐고 화를 낼 일이 아니다.

내 의도와 상관없이 서로 충분히 얽힌 상태이고, 여기에서 꼬리를 말면 이 바닥에서 살아남기 힘들었다.

내가 그냥 선원이라면 별문제가 아니겠지만, 선장, 아니, 무려 선단장이다.

선단을 이끄는 수장이 기세에 밀려서 꼬리 만 개처럼 자리를 피했다는 소문이 돌면 누가 우리 배를 타려고 하겠는가?

선원 집단이라는 것이 남성성이 과하게 강조되는 집단이다 보니, 리더의 첫 번째 덕목은 배짱이다.

“호오, 아주 참신한 반응인데? 보통 이럴 때는 고맙다고 하지 않나?”

“고맙다고 이미 한 것 같은데. 부족했나?”

“저 야만인 놈이 잘못한 것이니 난 사과할 생각이….”

내 대답과 거의 비슷한 타이밍에 젊은 남자의 입에서 내 신경을 거스르는 말이 튀어나왔고, 나도 모르게 인상이 구겨졌다.

“이 새끼가 곱게 지나가려고 했더니 눈에 뵈는 게 없나…. 그 예쁜 입에 칼자국이 나야지 조용하겠어?”

“흥, 야만인 따위를 항해사로 데리고 다니는 선장 따위가….”

좋아, 날 화나게 할 생각이었다면 네 계획은 대성공이다.

스릉.

“제, 제독! 여기에서 이러시면!”

내가 칼을 반쯤 뽑자, 오펜 앞에서 엉거주춤하게 앉았던 선원이 깜짝 놀라며 나를 말렸다.

목격자가 너무 많고, 내가 선장이라는 것까지 밝혔으니 칼부림을 하면 항구경비대와 귀찮게 휘말릴 것이 보였기 때문이겠지.

그런데 구도가 너무 웃기게 돼버렸다.

나와 그레이그, 젊은 남자가 삼각형으로 서서 서로 노려보고 있었고, 바닥에는 오펜이 누워있었으며, 내 뒤에는 리버티 호 선원이, 문 앞에는 아직 나가지 못한 오트라스 호 선원이 서 있었다.

정정하지, 그레이그는 이 상황이 재미있다는 듯 웃고 있었다.

어색해진 분위기를 해결한 것은 겨우 정신을 차린 오펜이었다.

“으윽, 선장님…?”

“어? 정신이 들어? 몸은 좀 어때?”

나는 반쯤 뽑고 더 뽑을지 고민하던 칼을 다시 집어넣고 급히 오펜을 부축했다.

“여기는 어떻, …윽!”

“말하지 말고 일단 닥터에게 가봐. 거기 너!”

내가 지목하자 화들짝 놀란 선원이 뻣뻣하게 굳으며 대답했다.

“넷! 제독!”

“오펜 항해사 데리고 가, 지금 당장.”

“네? 하지만….”

선원은 우물쭈물하며 그레이그와 젊은 남자를 번갈아 가면서 보았다.

“저는 괜찮, 습니다.”

오펜이 억지로 입을 뗐지만, 피투성이의 얼굴을 하고서는 전혀 설득력이 없었다.

“너는 아직도 안 가고 뭐 해?!”

내가 문 앞에 서 있는 선원에게 소리를 지르자, 그도 화들짝 놀라며 재빨리 문을 열었….

열기 위해 손잡이를 잡았다가 문이 안쪽으로 거칠게 열리는 바람에 뒤로 나동그라졌다.

“여기서 선장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던데?”

“그러게요?”

문이 열리면서 낯익은 얼굴들이 우르르 몰려 들어왔다.

네이선을 선두로 행크, 왓킨, 모르아였다.

에른스트 부선장이 병으로 약해진 지금, 명실공히 내 선단에서 전투력으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이들이었다.

본의 아니게 밀어 넘긴 선원이 일어서도록 손을 잡아주고, 장내의 상황을 파악하느라 잠시 시간을 보낸 네이선의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그런 느낌이었다)

“비켜! 어떤 놈이!”

“으억!”

“악!”

네이선과 나 사이에 서 있던 구경꾼들이 비명을 지르며 좌우로 나자빠지고, 눈 깜짝할 사이에 네이선은 내 앞을 가로막았다.

언제 뽑았는지 벌써 칼도 뽑아 들고 있다.

“리안, 괜찮아? 아니, 괜찮으십니까?”

“어, 어, 그, 그래.”

내가 얼떨떨한 기분으로 대답을 하는 사이에 다른 일행들도 거칠게 구경꾼들을 헤치고 달려와 내 주변에 포진했다.

“무슨 일입니까, 제독?”

모르아가 눈을 날카롭게 빛내며 물었다.

“아니, 아직 아무 일도….”

짝, 짝, 짝.

“와우! 대단하군! 미리 연습이라도 한 줄 알겠어? 선장 나으리, 선원들에게 인망이 대단하시구만?”

내가 대답을 마치기도 전에 느릿한 박수 소리가 울리더니 그레이그가 빈정거리듯이 칭찬했다.

잘못 말한 게 아니고 진짜로 빈정거리듯이 칭찬했다.

내용은 분명히 칭찬인 것 같은데, 말투가 계속 거슬려!

여전히 여유 있는 그레이그와 달리 젊은 남자의 안색은 눈에 띄게 하얗게 변한 상태였다.

지금 상황에서도 아까처럼 큰소리를 칠 수 있다면 그게 더 이상하겠지만 말이지.

“응? 그레이그?”

그때 모르아가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그레이그를 불렀다.

그레이그를 어떻게 알고…?

“어라? 모르아 씨 아니오?”

“자네 여기서 뭐 하나?”

“그게, 재밌는 일이 있어서, 엇?! 설마 모르아 씨가 타게 되었다는 배의 선장이 이쪽?”

이건 또 뭐야?

***

선원들을 시켜서 오펜을 닥터에게 데려다주라고 한 뒤, 그레이그와 우리 일행은 한 테이블에 앉았다.

시비 걸던 젊은 친구는 그냥 보내줬다.

오펜이 맞은 것도 그렇고, 자꾸 야만인, 야만인거려서 한 대 쥐어 패려고 했는데, 상황이 머릿수로 압박하는 꼴이 되어버려서 어쩔 수 없었다.

“그러니까 모르아 돌격대장이 소개하려고 한 사람이 여기 그레이그 씨?”

“그렇습니다….”

모르아가 민망한지 내 눈을 피하며 작게 대답했다.

“으하하하, 역시 모르아 씨라면 내가 어떤 놈인지 알아봐 줄 거라고 믿었소. 선장 나으리, 최고의 항해사를 찾으신다면 잘 찾아오신 거요. 내가 말이오….”

모르아가 민망해하거나 말거나, 다른 사람들이 어이없다는 눈으로 보거나 말거나, 크게 웃으며 자기 할 말만 하는 그레이그를 보니 절로 한숨이 나왔다.

저게 어딜 봐서 항해사야, 차라리 해적선의 갑판장이라고 하면 믿겠다.

“그런데 그레이그 씨. 제가 모르아 돌격대장에게 조금 이상한 말을 들었습니다만.”

“응? 아, 아, 들으나 마나 그 일이겠군. 선장을 죽였다는 이야기 말이오?”

별것 아니라는 듯이 먼저 말을 꺼내는 그에게 나는 약간 딱딱한 목소리로 물었다.

“당신을 고용할지도 모르는 선장 입장에서는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으니까요.”

“별거 아니오. 해적선 하나를 나포했는데, 이 쓰레기 같은 선장 놈이 도박에 빠져서 나포한 배 판 돈을 홀랑 날려 먹지 않았겠소? 심지어 자기 배까지 팔아먹었더군. 선장 나으리도 아시겠지만, 원래 나포한 배는 선원들과 나누는 것이 룰 아니오?”

“그래서 죽였습니까? 선상 반란이군요.”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 선장 놈이 죽어도 싼 놈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승조원이 선장을 죽였다는 것이 용서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무표정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자 그도 얼굴이 살짝 굳더니 재빨리 손사래를 치며 대답했다.

“아니, 내가 성격이 좀 지랄 맞기는 해도 그 정도로 쓰레기는 아니오. 이럴 게 아니라!”

말을 하다 말고 그레이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웃통을 훌렁 벗어 재꼈다.

악! 내 눈!

노출증 걸린 변태인가?!

“여기 이 상처 보이시오? 이게 그놈 때문에 생긴 상처요.”

실눈을 뜨고 보니 왼쪽 어깨 위부터 복부 바로 위쪽까지, 길게 그어진 칼자국이 보였다.

아직 빨갛게 부풀어 있는 것을 보니, 다 낫기는 했어도 그리 오래된 상처는 아니었다.

“아, 알았으니까 옷 좀 입고 이야기합시다.”

“으흠!”

그레이그는 주섬주섬 옷을 입고 다시 자리에 앉아 맥주를 들이켠 후 말을 이었다.

“내막을 알게 된 선원들이 잔뜩 독이 올랐었거든. 그래서 내가 선원들을 설득해서 먼저 이야기를 해보겠다고 선장실에 가지 않았겠소? 근데 그놈이 마침 도망가려다 딱 나랑 마주친 거요. 내가 어처구니가 없어서 뭐 하는 짓이냐고 묻는데 갑자기 칼을 뽑아 휘두르더군.”

음…. 이건 정상참작이 가능한 부분이기는 하네.

그런데 칼로 첫 공격을 허용한 그레이그가 선장을 죽였다면, 애초에 거기를 갈 때 그레이그도 칼을 들고 갔다는 말이잖아.

“다행히 선장 칼 솜씨가 그레이그 씨보다 많이 별로였나 보군요. 그 상처를 입고도 이겼을 정도면.”

“그 정도는 아니었는데, 칼을 맞는 순간 가만히 있으면 죽겠구나 싶은 거요. 그래서 온 힘을 다해 그놈 대가리를!”

“칼로 내리쳤습니까?”

“빠악! …엥? 무슨 소리요? 내가 칼이 있었으면 그놈 대가리를 쳤겠소?”

“…네?”

“칼은 무슨. 급한 마음에 주먹으로 그놈을 때렸는데, 그놈이 자빠지면서 재수 없게 자기 칼에 찔리고 말았지 뭐요.”

으음….

30분쯤 흐른 뒤, 나는 결국 그레이그를 채용하기로 결정했다.

성격이 좀 그렇기는 하지만, 이런저런 질문을 해보니 확실히 항해술에 대한 지식은 완벽했고 과거 행적도 충분히 이해할 만했기 때문이다.

물론 공들여 만들어낸 거짓말일 수도 있지만, 몇 번 은근슬쩍 일관성도 확인해보고, 함정을 파도 안 걸리는 것을 보면 사실일 확률이 높아 보였다.

네이선을 위시한 그 자리의 간부들이 그레이그에게 호감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한몫했다.

***

그레이그에게 짐이 정리되는 대로 배로 오라고 한 뒤, 배로 돌아가는 길에 네이선이 물었다.

“그래서 그레이그 항해사는 어느 배에 태우실 생각이십니까?”

“흠….”

다른 사람들도 관심이 있는지 이쪽으로 귀를 쫑긋거리는 게 보인다.

“별일 없으면 오트라스에 태우려고. 일등항해사로.”

“일등항해사요?”

일등항해사라는 말은 의외였는지 다들 살짝 놀라는 것이 보였다.

그런데 이게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내가 일등항해사 노릇을 안 하려면 누군가에게 일등항해사를 시켜야 하는데, 당장 믿을만한 인물 중에 일등항해사감이 없단 말이야.

그래도 음흉한 스타일은 아닌 것 같으니 한동안 지켜보면서 계속 함께 갈지 결정하면 되겠지.

오트라스, 리버티, 피오렐이 정박한 부두에 들어서자 우리는 각자의 배로 갈라졌다.

그리고 오트라스 근처에서 현문 앞을 서성거리는 한 남자를 발견했다.

그런데 어째 뒷모습이 좀 익숙하다?

“당신 뭐야?”

“으앗!”

“뭔데 남의 배 앞에서….”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그자였다.

오펜을 두들겨 팬 잘생긴 젊은 남자 말이다.

네이선의 표정이 대번에 험악하게 변했다.

네이선도 오펜을 꽤나 예뻐하는 만큼, 내게 전말을 듣고는 꽤나 화가 난 상태였던 것이다.

“당신이 왜 여기에, 아니, 지금 뭐라고…?”

“왜 ‘내 배’ 앞에서 얼쩡거리냐고.”

그의 표정이 당혹과 낭패로 물들었다.

오호라, 이거 뭔가 재밌겠는데?

“봐주는 건 한 번뿐이야, 앞으로 내 눈앞에 띄지 마.”

내가 괜히 한번 으름장을 놓고 지나쳐 가자, 네이선이 마지못해 내 뒤를 따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조금만 참아, 네이선.

너 아마 복수할 수 있을 것 같다.

“돌아오셨습니까, 선장님. 손님이 와 계십니다.”

“뭐?”

“그… 스코타 후작가에서 왔다고….”

현문 당직을 서던 선원이 내게 인사를 하고 의외의 소식을 전했다.

후작이 왜 사람을 보냈지?

“어디 있어?”

“부선장이 귀빈실로 모시고 갔습니다.”

“알았어. 갑판장, 저놈 우리 배에 용무 있는 것 같은데, 네가 적당히 응대해 줘.”

“알겠습니다, 선장.”

내가 여전히 현문 앞에서 서성거리는 남자를 턱으로 가리키며 말하자, 네이선이 선선히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빛냈다.

***

“처음 뵙겠습니다, 리안 제독. 클라톤이라고 합니다. 후작 각하의 소개로 왔습니다. 사람이 필요할 것이라고 하시더군요.”

“반갑습니다, 클라톤 씨. 죄송하지만 제가 각하께 미리 언질을 받지 못해서 그런데, 무슨 일을 하셨습니까?”

“쿠샤 왕국 해군에서 포병대장으로 근무했었습니다. 후작 각하께서 제독께 ‘앞으로 필요할지 모르니 포격 연습 좀 해 두게.’라고 전하라고 하셨습니다.”

나는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단단한 인상의 클라톤을 보며 잠시 할 말을 잃었다.

후작은 도대체 나에게 뭘 시키려는 것일까?

고작 충성 맹세 좀 했다고 나를 전적으로 신임하게 된 것은 아닐 텐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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