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6화. 전성관
안톤이 준비한 저녁은 꽤나 훌륭했다.
아무리 간부만 추려냈다고 해도 우리 쪽 인원수가 적지 않다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비용이 들었을 것임을 예상할 수 있었다.
물론 전원이 함께 앉을 수는 없었으므로, 선장들은 별도의 테이블을 차지했다.
안톤 역시 닳고 닳은 사람이라 내가 부선장님을 각별히 생각하는 것을 눈치챘는지, 자리는 모두 다섯 개였다.
안톤의 배려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 뒤, 우리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이런저런 이야기로 적당히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 나는 지나가듯이 가볍게 질문을 던졌다.
“그러고 보니 안톤 선장님께서는 바흐카덴 항구에서 출발했다고 하셨지요? 그쪽은 어떻습니까? 저도 이번 일이 끝나면 향료 제도의 상품을 사러 한 번 가볼 생각인데요.”
“바흐카덴 말입니까? 어휴, 말도 마십시오.”
“네?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치안관이 해임된 틈을 타서 뒷골목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인지 난리도 아닙니다. 향료 제도의 교역품을 구하시려면 조금 비싸더라도 당분간은 론 항구를 이용하시는 편이 더 좋을 겁니다.”
흠, 치안관의 해임이라.
일단 우리 쪽에 유리한 정보이긴 한데.
“치안관이 해임되었다는 것이 무슨 말이죠? 치안관이 교체된 게 아니구요?”
“네. 아무래도 다음 치안관 임명에 대해서 말이 많은 모양입니다. 덕분에 지금 바흐카덴은 엉망진창이죠.”
대충 내막이 눈에 그려지지만, 아는 척을 하지 않으려고 짐짓 깜짝 놀라는 척을 하며 되물었다.
“거참, 치안관이 갑자기 죽을병에라도 걸린 건가요? 급한 일이 아니면 다음 치안관을 내정하고 해임해도 되었을 텐데 말이죠.”
“으하하하, 죽을병은 무슨, 그냥 그 더러운 놈은 뇌물이나 뭐 그런 걸로 걸렸을 게 뻔합니다.”
갑자기 부선장님이 호탕하게 웃으며 우리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솔직하게 말하면 심장이 튀어나올 뻔했다.
굳이 안 해도 될 말을 왜 하는 거야?
“하하, 역시 부선장님이 안목이 뛰어나시군요. 뇌물인지는 모르지만, 위쪽에 단단히 찍힌 모양입니다. 해임되자마자 죽었다는 소문도 돌고, 가족과 친척들까지 모조리 풍비박산 났다는 소문도 있더군요.”
“허어, 정말 난리였겠네요. 귀중한 정보 감사합니다. 말씀하신대로 론 항구나 가봐야겠군요.”
나는 적당히 이야기를 마무리 지으며 부선장님에게 눈치를 줬지만, 그는 별일 아니라는 듯 어깨만 으쓱거릴 뿐이었다.
식사가 끝날 무렵, 안톤은 품에서 주머니 세 개를 꺼내어 조심스럽게 올려놓았다.
“약소하지만 도움에 대한 제 성의입니다.”
“이런 것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닙니다.”
이런 것은 한 번쯤 사양해 줘야 제맛이지.
“하하, 그런 뜻으로 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저와 제 선원들의 목숨, 그리고 배와 화물까지 구해주셨으니 적당히 이익을 챙기는 것이 상인의 미덕 아니겠습니까?”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선원들에게 좋은 술을 돌리도록 하죠.”
사양은 한 번이면 족하다.
어차피 상대도 나도 이 돈을 받아야 우리 관계가 마무리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니까.
나와 발드, 아인델프가 각자의 앞에 놓인 주머니를 챙겨 넣자, 안톤은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당장은 힘들겠지만, 제가 상단에 복귀하게 되면 반드시 리안 상단장님의 도움을 위에 보고해서 상단 차원에서 도움에 대한 보답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별말씀을요. 그렇다면 수리가 완료되는 대로 필라비스 항구로 향하실 생각이십니까?”
내 말에 안톤 선장은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대답했다.
“아무래도 선단과 헤어진 상태에서 그 정도 장거리를 한 번에 움직이는 것은 무리일 것 같습니다. 다행히 가까운 델라 항구에 상단의 지부가 있으니, 그곳에서 상부에 보고를 하고 지침을 기다릴 생각입니다.”
“그러시군요.”
이제 슬슬 일어날 타이밍을 재고 있는데, 안톤 선장이 잠시 주저하더니 말을 꺼냈다.
“전에 듣기로 상단장님께서도 델라 항구로 가신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네? 아, 네. 뭐, 여기는 저희 선주님과 몇 가지 논의할 일이 있어서 온 터라.”
“혹시 괜찮으시다면 저희가 가시는 길에 동행을 해도 되겠습니까?”
“으음, 하지만 며칠 더 기다리셔야 할지도 모르는데요. 저희도 선박 내부에 공사를 해야 할 일이 좀 있다 보니.”
“다행스럽게도 금방 상하는 교역품을 싣고 있는 것은 아니니 며칠 정도는 괜찮을 듯싶습니다. 물론 동행해주시면 그에 상응하는 비용도 지불하겠습니다.”
멜라나인은 교역항이 아니라서 상선이 조금 뜸하지만, 델라 항구까지는 그리 먼 거리가 아니라서 그렇게 위험한 항로는 아니었다.
물론 위험이라는 것이 하루짜리 항해에도 충분히 찾아올 수 있는 것이라서 안톤의 안전제일주의가 틀렸다는 것은 아니지만….
아마도 평생을 선단으로만 움직이던 사람이다 보니, 얼마 전에 해적에게 혼쭐이 나고도 혼자서 항해할 용기가 생기지 않는 모양이다.
우리로서는 딱히 나쁠 것은 없는 제안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이번 항해는 선원들 급여는커녕, 선박 유지비도 못 건질 정도의 수익률이 나와서 눈물이 나던 참이었다.
배를 세 척이나 끌고 왔는데 교역품은 절반은커녕 1/3도 못 채웠으니 말 다 했지.
그나마 새 선박인 피오렐의 기동 훈련, 아인델프의 선장 적응, 포격 훈련, 새로 모집한 선원들의 적응 훈련 등이 필요했다는 것으로 마음의 위안을 삼고 있었다.
왜 배를 다 채우지 않았냐고?
아무리 어항이라고 하더라도 일단 대규모 인원이 상주하는 항구인데 대충 아무거나 가져다 팔면 되는 것 아니냐 싶겠지만, 교역항이 아니라면 수용할 수 있는 물품의 수량이 한계가 있다.
교역이라는 것이 우리만 하는 것도 아니고, 바닷길이 아니더라도 육상으로 수많은 재화가 오가니 말이다.
오히려 절대적인 물동량으로 따지면 육상교역이 해상교역보다 더 많지 않겠어?
게다가 상품들은 저마다 유통기한이라는 것이 있다.
그러니 상점들 입장에서도 굳이 필요하지도 않은 재고를 잔뜩 쌓아 놓으려고 하지는 않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별다른 고민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함께 가시지요. 저희 쪽 일정이 결정되면 사람을 보내서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리안 상단장님.”
***
바로 일어나려고 했던 자리는 결국 술자리로 이어졌고, 배로 돌아갈 때쯤에는 이미 시간이 꽤 늦은 뒤였다.
“다들 사고 안 치고 놀았지? 그럼, 이만 돌… 잠깐.”
나는 다시 한번 내 뒤에 모여 있는 간부진을 살폈다.
“네이선 갑판장은?”
행크가 쭈뼛거리더니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술자리가 시작할 때쯤 빠져나갔습니다.”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걸 왜 이제서 보고하는 거야?”
“그게, 갑판장이 비밀로 하라고…. 아니! 비밀이라기보다는 선장님이 물어보기 전까지 굳이 말할 필요는 없다고 해서요….”
“이봐, 돌격대장!”
내가 한마디 하려는 순간 나를 살포지 제지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만두게, 제독.”
“닥터?”
“허허허, 이미 일이 이렇게 진행되었는데 닦달한다고 뭐가 달라지겠나? 술자리가 특별히 중요한 자리도 아니었으니 그만하는 게 어떤가?”
원래 선내의 사정이나 지시에 대해서는 별다른 의견을 개진하지 않던 닥터가 이렇게까지 말하는 것을 보니 내가 닥터의 눈치를 보는 것을 느낀 모양이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표정도 뭔가 해탈한 표정이기도 하고.
마음이 좀 풀리셨다면 참 다행이겠는데.
솔직히 딸처럼 아끼는 제자를 이역만리 타향에 혼자 버려두고 떠나야 했던 닥터의 마음이 어땠겠어?
비록 드웰 씨가 보호해주기로 했지만, 그렇다고 드웰 씨가 하루 종일 데보라를 지키고 앉아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무슨 사고라도 당하지 않을까, 어떤 놈팡이에 곤욕을 치르고 있지는 않을까 아주 요 몇 달간 노심초사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놈팡이가 같은 배를 타고 있었던 거지.
그보다 네이선 이놈, 앞으로 어떻게 할지 물어보려고 했는데 물어볼 틈을 안 주는군.
***
비록 교역항만큼은 아니더라도 제법 유흥시설이 갖춰진 멜라나인에서의 장기 휴식은 선원들도 환영했다.
그동안 워낙 바쁜 일정으로 돌아다니며 지친 것도 있고, 유흥업소들도 어부들보다는 씀씀이가 괜찮은 상선 선원들을 환영했기 때문이었다.
상선 자체가 워낙 뜸하게 들어오는 곳이니, 약간 독점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부분도 있고 말이다.
물론 이번에 새로 고용된 선원들은 단 며칠 만에 받은 돈을 다 쓰고 울상이 되어 손가락만 빨고 있는 꼴을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의외로 나와 게론드가 운영하는 선박 은행(?)이 제법 홍보가 되었다.
새로운 선원들 입장에서는 돈이 떨어지면 당연하다는 듯이 배로 들어와 돈을 타가고, 별다른 잔소리 없이 그 돈을 내어주는 회계사가 신기했기 때문이었다.
아, 그리고 기항 중 출납 업무는 그냥 게론드에게 위임해 버렸다.
솔직히 이미 금수저인 게론드가 선원들의 푼돈 챙기겠다고 장난질을 칠 것 같지는 않거든.
게론드의 아버지 케넌트 씨가 운영하는 식료품 상회가 델라 항구에서 가장 크다고 하니, 평소에 돈에 별 미련이 없어 보였던 것도 이해가 된다.
“여어, 리안 제독. 이제 이렇게 불러야 한다며? 제독님. 하하하!”
“어? 드웰 씨?”
“잠시 짬이 나서 들렀네. 할 말이 있다면서?”
선수 갑판에서 오랜만에 광합성을 하고 있는데 드웰이 걸걸하게 웃으며 다가와서 장난을 쳤다.
아직 신시엘라 호의 수리가 진행 중인 것 같던데 잠깐 시간이 남았던 모양이다.
“혹시 이 정도 크기의 관, 그러니까 금속이어야 하는데… 철? 철은 금방 망가질 테고 구리, 그래요, 구리관을 만들 수 있나요?”
마침 사람도 아무도 없기에 내가 손짓과 발짓을 동원해 가며 내가 원하는 것을 말하자, 갈수록 드웰의 얼굴이 기묘해졌다.
“무슨 말인지는 알겠네. 우리가 직접 금속 가공을 하지는 않지만 자주 거래하는 대장간이 있으니 만들 수는 있어. 그런데 그걸 왜 굳이 나한테 말하나? 아무 대장간이나 가서 말해도 만들어 줄 것 같은데?”
“아이참, 끝까지 들으셔야지요. 그러니까 이 관을….”
전성관.
한 쌍에 불과한 무전기를 아쉬워하며 기억해 낸 이 놀라운 기관은, 무려 무선 디지털 통신이 보편화된 21세기의 지구에서도 사용하는 음성 전달 기관이다.
원래 배라는 탈것이 태생적으로 공간의 제약이 많고, 인간의 운신이 불편하며, 여러 개의 칸으로 나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수많은 칸으로 나뉘어 있으니, 서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도 힘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개발된 것이 이 놀라운 기관이니, 떨어진 두 곳을 공기로 가득 찬 관으로 연결하여 서로 통신을 할 수 있는 발명품인 것이다.
원리로만 따져보면 종이컵에 실을 붙인 실 전화기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음파(音波)가 정의되지 않은 이 세상에서 그 기발함과 효용성은 말도 못 할 정도겠지.
왜 진작 이 생각을 못 했을까?!
“그러니까 구리로 이만한 관을 만들어서, 어디를 연결한다고? 자네 미쳤나?”
“네?”
“견시대? 거기에서 선교까지 관을 연결하면 그 지지대는 뭘로 할 텐가?”
“아니, 돛대도 있고, 거기서 갑판 아래로 통과해서….”
“그래, 그건 그렇다고 치고 그렇게 하면 돈이 얼마나 들 것 같나?”
“어… 음….”
그렇다.
구리는 비싸다.
이 세상이나 저 세상이나 가공이 쉽고 활용도가 좋다는 이유로 인간에게 가장 빨리 발견되고 활용되었으며, 발견된 이후로 인류 역사상 단 한 번도 싼 적이 없었다는 귀금속이 구리다.
제련법과 채광 기술이 발달하면서 풍부한 매장량으로 점점 싼 금속이 되어가는 철과는 다른 금속이라는 말씀.
아무래도 현실과 타협을 좀 해봐야겠다.
“그렇다면 다 빼고 여기 선수랑 선미랑 포갑판….”
“그것만 해도 세 척을 다 만들려면 이 항구에 있는 구리란 구리는 죄다 긁어모아야 할걸세.”
“그럼 안 되는데….”
내가 당황해서 버벅거리자 한숨을 내쉰 드웰이 물었다.
“그런데 그런 쓸데없는 짓을 왜 하려는 건가?”
“당연히 서로 이야기하기 편하니까요?”
“응?”
나는 한참을 걸려 그에게 전성관의 원리를 설명했다.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지만.
“…하여튼 자네 말은 이렇게 관을 연결만 하면 서로 말이 잘 들린다는 거지?”
“그렇죠.”
“그렇다면 굳이 구리관일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런데 철은 너무 쉽게 부식되잖아요. 아시면서.”
“철로 하라는 것이 아닐세.”
“그러면 뭘로 해요?”
“나무로 하면 되지 않나?”
나는 잠시 고민을 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나무는 좀 불안하다.
기본적으로 나무라는 재질 자체가 음파를 흡수할 것 같은 데다가, 선박의 구조상 관이 굴절되는 부분이 적지 않을 텐데 그걸 어떻게 나무로 만들어?
막말로 만들어는 놨는데 서로 말이 안 들린다거나, 의미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뭉개져서 들리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일단 나무는 꺾이는 부분이나 굴절되는 부분의 마감이 제대로 안 되잖아요. 그리고 이 관은 기본적으로 공기가 빠져나갈 곳이 없어야 해요. 그런데 나무로는 그게 안 될 것 같은데?”
“일단 내가 고민을 좀 해보지. 그런데 내가 보기에 구리관은 말도 안 되는 소릴세.”
설치한 후의 효용성을 생각하면 눈 딱 감고 돈이야 쓰면 된다.
하지만 당장 항구에 구리가 없어서 만들 수 없다면 이건 문제가 된다.
이럴 줄 알았으면 델라 항구에서 구리를 잔뜩 사 올 것을 그랬다.
어디 천사 같은 대장장이가 뚝 하고 안 떨어지나?
“제독? 여기에서 뭐 하십니까?”
“응?”
잠시 정신을 놓고 있는 사이에 드웰은 떠났는지 보이지 않았고, 어색한 표정의 슬레어 항해사가 나를 보고 있었다.
오, 굉장히 오랜만에 출연하는 것 같네.
“어, 슬레어! 오랜만이야.”
“네? 엊그제도 같이 식사를….”
“아, 그랬나?”
그의 말대로 며칠 전에도 같이 식사를 했지만, 내가 리버티 호를 떠난 이후로 거의 말을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새삼스럽게 미안해진다.
“그래, 무슨 일이야?”
“조금 뜬금없는 부탁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뭐?”
“혹시 제독의 선장실에 있는 금속 원형 물통을 제가 좀 빌릴 수 있겠습니까?”
“응?”
갑자기 내 물통은 왜 빌려달라는 거야?
“전에 봤는데 너무 신기해 보여서 말이죠. 괜찮으시다면 제가 잠시 빌려서 보고 싶습니다.”
슬레어는 상당히 소심하다.
회의 때 의견 개진도 거의 없는 편이고, 친하게 지내는 사람도 없는 것 같다.
물론 일이야 자기 몫은 하는 것 같지만, 존재감이 굉장히 희미하다고나 할까?
그런 슬레어인 만큼 이런 제안은 솔직히 당황스럽다 못해 놀라울 정도다.
물통이 딱히 남에게 빌려주지 못할 그런 물건은 아니지만, 막상 남의 물통을, 그것도 제독의 물통을 빌려달라고 말하기가 쉽겠냐고.
“딱히 뭐 신기할 게 있나? 그냥 금속 물통인데.”
“신기합니다. 무게도 그렇고, 완벽한 원통형을 유지하는 것도 그렇고, 녹이 전혀 슬지 않는 것도 그렇구요.”
“어, 어?”
그것참, 맞는 말이기는 한데 자기 전공 분야(?)가 아닌 것에는 거의 관심이 없는 이 세계 사람들의 특성상 슬레어 네가 그걸 알아냈다는 것이 더 신기하단 말이지.
지금까지 육포의 포장용 통이었다가 이제 내 전용 물통이 되어버린 그 녀석에게 관심을 가진 사람은 딱 한 명, 마공학자 제먼 씨뿐이었다.
“원래 금속이나 마법 뭐 이런데 관심이 많아?”
“마법이요?”
혹시나 해서 이 녀석도 마공학자가 되고 싶었나 해서 찔러봤는데 전혀 아닌 모양이다.
“마법은 잘 모르지만, 금속에는 조금 관심이 있기는 합니다. 아버지가 대장장이거든요.”
크으!
신이 분명히 나를 지켜보는 것은 맞는 것 같다.
소원 배달이 아주 전광석화시구만.
여기 떨어졌네, 대장장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