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화. 위험한 부탁
“피오렐로부터 신호입니다. 무사 항해를 기원한답니다.”
“으음…. 괜찮겠지?”
“선장님이 결정하신 것이니까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오펜.
나는 너의 그 근거 없는 절대적인 믿음이 부럽구나.
나는 나를 못 믿겠는데 말이야.
“침로 변경합니다!”
힘차게 외친 오펜이 자연스럽게 조범수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직접 타륜을 돌렸다.
제법 익숙하게 지시를 내리는 것이 이제 어엿한 항해사 태가 난다.
절로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망원경을 들어 멀어지는 피오렐 호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제발 아무 일이 없기를.
***
“쯧. 조타수, 좌로 15도.”
“옙!”
“갑판장! 돛을 조금 더 내리게!”
조타수가 급하게 타륜을 돌리고, 조범수들을 지휘하던 네이선이 선원들을 독촉해 이미 반쯤 내려간 돛을 더 내렸다.
“왜 이렇게 정신이 없어?”
“아, 선장님 오셨습니까?”
분주한 선교에 올라왔는데 그레이그는 뭐가 그리 바쁜지 인사도 대충 던지고 정면에 집중한다.
마침 해도실에서 나오던 크리스티앙이 나를 보고 인사를 하길래 손짓을 해서 불렀다.
“네, 선장님.”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잠깐 동안 주변을 둘러보니 왜 이렇게 난리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사방팔방에 배가 가득한 것이, 거짓말을 조금 보태면 바닷물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지경이다.
그러니까 내가 궁금한 것은, 배가 이렇게나 많은 이유다.
“그러니까….”
“야이 개^%&!$%#@! 정신 똑바로 못 차려?!”
빠악!
대답을 하려던 크리스티앙이 순간적으로 움찔하며 말을 멈춘다.
나 역시 갑작스러운 노호성에 깜짝 놀라 돌아보니, 그레이그가 조타수의 뒤통수를 두들겨 패는 것이 보였다.
저 사람은 왜 자꾸 말보다 주먹이 앞서는, 아니, 앞서는 건 아니지만 말 뒤에 주먹이 따라붙는 거야?
내가 뭐라고 할 틈을 주지도 않고 거칠게 조타수를 밀쳐내고 타륜을 잡은 그레이그가 빠르게 타륜을 돌렸다.
잠시 후, 오른쪽으로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가는(가장 가까울 때 거리가 5m 정도에 불과했다) 상선 때문에 양쪽 선박에서는 한바탕 난리가 났다.
이쪽이나 저쪽이나 당장이라도 싸울 것처럼 선원들이 뱃전에 몰려들어 서로에게 육두문자를 날려댔고, 대충 괜찮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나조차도 다시 두 배의 사이가 멀어지기 시작하자 안도의 쌍욕(?)을 찰지게 내뱉었을 정도였다.
“일등항해사! 이게 도대체 무슨 난리야? 운전 이딴 식으로 할 거야?!”
크리스티앙에게 타륜을 잡게 한 그레이그가 인상을 구기며 내게 고개를 숙였다.
“면목 없습니다, 선장님.”
“아, 그런 입바른 소리는 관두고, 도대체 왜 이 꼴이 된 거야?”
이번 사태는 반드시 책임소재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었다.
아무리 항구 근처가 복잡한 편이라고는 하지만, 충돌 직전까지 가는 사고라니.
내 추궁에 잠시 크리스티앙 방향을 향해 도끼눈을 떴던 그레이그가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부주의했습니다.”
말은 안 했어도 대충 무슨 상황인지 예상은 된다.
그렇다고 아무런 징계 없이 넘어가도 될 만큼 간단한 상황은 아니고.
잠시 고민을 하던 나는 그레이그가 입을 다물기로 한 것을 굳이 들춰내지 않기로 했다.
부하를 감싸주기로 했다면, 그레이그가 욕받이를 해야지 뭐.
“후우, 일등항해사의 이번 항해 수당은 절반만 지급하도록 하지. 앞으로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
“선처에 감사드립니다….”
문맥만 놓고 보면 꽤나 중징계 같지만, 이번에는 항해 시간이 고작 3일로 그리 길지 않아서 큰 타격은 아닐 터였다.
“좋아, 그럼 그 정도로 마무리하고. 왜 이렇게 배가 많아?”
“저도 직접 보기 전까지는 이렇게 심각한 상황인 줄 몰랐습니다. 평소보다 세 배 이상 붐비는 것 같군요.”
내게 대답하면서도 불안하다는 듯이 크리스티앙을 힐끔거리는 꼴을 보니 계속 대화를 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솔직한 마음으로 내가 지휘를 하고 싶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레이그를 선교에서 내려보내게 되면 그의 권위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히는 꼴이다.
“그럼 선교를 부탁하지.”
“걱정 마십시오.”
선교에서 내려온 나는 선수 방향을 향했다.
선원들이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것을 보니 난리는 난리였다.
우리뿐만이 아니다.
뒤를 따르는 리버티 호는 물론이고, 북적거리는 다른 배들에서도 심심치 않게 고성이 터져 나올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난리야?
대륙 최대의 항구라는 론 항구도 이 정도로 붐비는 경우는 굉장히 드문 일인데?
***
다행스럽게도 이후로 큰 사고 없이 입항에 성공했다.
비록 평소보다 입항하는 데 시간이 네다섯 배쯤 걸렸고, 아슬아슬하게 최소 안전거리를 두고 지나간 배가 세 척쯤 더 있었지만, 그래도 사고가 나지 않았다는 것이 중요했다.
“고생들 했어. 일등항해사와 갑판장은 뒷정리 서둘러 끝내고, 당직자를 제외한 나머지 선원들 빨리 쉴 수 있도록 해줘. 그리고 회계사는 바로 선창 비울 수 있도록 지금 바로 교역소에서 계약하도록 하고.”
마지막 지시를 마친 나는 천천히 현문으로 향했다.
이럴 때는 빨리 배에서 빠져주는 것이 예의다.
아무래도 선장님이 아직 배에 계시다고 하면 어느 정도 답답해지는 것을 피할 수 없으니 말이다.
“선장니임!”
“응?”
뒤를 돌아보니, 이제 막 견시대에서 내려온 것으로 보이는 우르타가 신나게 손을 흔들며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내가 보기에 이 배에서 제일 속 편하고 할 일 없는 놈이 저놈이다.
대포와 포탄, 화약 관리라는 일이 막 육체적으로 힘들거나 지속적으로 신경을 써야 하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힘든 일은 다 선원들이 하니까 말이다.
아무리 내가 신설한 전투 전문 간부직이라고는 하지만, 돌격대장인 행크는 타이틀만 돌격대장일 뿐 부갑판장(?) 같은 느낌으로 일하는 것을 보면 확실히 이놈은 일을 안 한다.
“어디 가요?”
“왜 이렇게 배가 많은지 알아보려고.”
“나도 같이 가!”
“싫다고 해도 따라올 거잖아.”
선원들의 묵례를 받으며 현문을 지나쳐 부두를 걸어가고 있는데, 묘한 느낌이 들었다.
“뒤돌아보지 말고 들어.”
“응?”
“장난치는 척하면서 슬쩍 돌아봐, 쫓아오는 사람이 있는지.”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우르타가 서 있던 오른쪽의 옆구리에서 극통이 느껴졌다.
“어억!”
“으헤헤헤, 나 잡아 봐라!”
이 미친놈이?!
“넌 잡히면 뒤졌어!”
진심을 99% 섞어서 소리를 친 나는 우르타를 쫓으며 주변을 살폈다.
어떤 놈이냐?
빈 공간 없이 들어찬 부두에는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대부분은 선원이었지만 교역소 직원이나 잡상인 등 항구 토박이들도 적지 않았다.
퍽!
“아야!”
원래 의도는 그새 잊어버렸는지 신이 나서 달리던 우르타가 한 남자와 부딪히며 코를 붙잡고 뒤로 나동그라졌다.
“뭐야?!”
어? 목소리가 낯이 익은데?
그리고 난 분명히 보았다.
우르타가 달리는 경로에 없었던 남자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자연스럽게 움직여서 우르타와 부딪히는 것을 말이다.
“아, 죄송합니다. 우리 일행이 실례를….”
내가 일부러 사과를 하며 다가서자 그는 푹 눌러쓴 모자 아래로 눈빛을 빛내며 대답했다.
“옷이 찢어졌군. 말로 끝낼 상황은 아닌 것 같은데?”
확실히 그가 내민 왼쪽 옷소매는 길게 찢어져 있었다.
우르타가 쓰러질 때 상황으로 볼 때 이번 사건과 전혀 상관이 없어 보였지만,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지.
그렇게 그가 시비조로 말을 걸자 지나가던 사람들 몇 명이 이쪽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보였다.
나는 재빨리 우르타를 일으켜 세워서 사과시켰다.
“빨리 사과드려. 앞을 잘 보고 다녀야 할 것 아냐?!”
“어? 아니, 난 그게….”
“빨리!”
내가 눈치를 주며 다시 재촉하자, 울상이 된 우르타가 고개를 숙였다.
“죄, 죄송합니다아….”
“됐고, 출출한 참인데 밥이나 사시오. 수선비는 그것으로 퉁 치도록 하지.”
매우 이상하다.
보통 이렇게 사과를 하면 적당히 사과받고 넘어가거나, 성격이 더럽고 야비한 놈들 같으면 돈을 뜯어내려고 한다.
그런데 밥을 사달라고 한다고?
하지만 나는 모자 아래로 드러난 그의 얼굴을 알아볼 수 있었기 때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도 어차피 식사하려던 참인데, 같이 가시죠. 제가 사겠습니다.”
세세하게 따지고 들면 이상한 전개이긴 했지만, 사람들은 원래 다른 사람의 일에 그렇게까지 자세하게 알려고 들지 않는다.
그저 시비가 붙은 것 같아서 좋은 구경을 하나 했는데, 그게 아니라니 그냥 제 갈 길을 갈 뿐이었다.
***
제법 괜찮은 식당의 독실을 빌린 나는, 우르타에게 입구 쪽에 접근하는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라고 시킨 뒤 함께 온 남자에게 꾸벅 고개를 숙였다.
“알렌 경. 상황이 상황인지라 이제야 인사를 드립니다. 그런데 무슨 일이십니까?”
“으음, 리안 선장. 오랜만이군.”
세상에, 그동안 이 남자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눈빛은 더욱 날카로워졌고, 다이어트를 과하게 하셨는지 볼이 홀쭉하게… 볼 뿐만이 아니라 얼굴 전체에서 지방이란 지방은 다 빠져나간 것처럼 보였다.
사람이 이 정도로 변하면 내가 한 번에 알아보지 못한 것도 죄가 아니다.
그나저나 아주 피곤한 일의 냄새가 난다.
애초에 나는 이 남자와 그리 친한 편이 아니다.
무려 내가 생명의 은인인데도 그렇다.
그런데 이런 꼴을 해서 굳이 남들의 눈에 띄지 않게 나를 찾아왔다는 것은, 나에게 아주 불편하고, 불쾌하고, 어렵고, 난감한 부탁을 하러 왔다는 뜻이 아니겠나?
“네, 경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혹시 무슨 일이 있습니까?”
“으음….”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것인지 한참 동안 침묵으로 시간을 끌고 있는데, 우르타의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리안! 음식 온다!”
“우르타, 어서 와서 앉아!”
종업원이 음식을 놓는 동안 평범함을 연기하던 우리는 종업원이 나가고 적당한 시간이 지나자 다시 원 상태로 돌아갔다.
우르타는 식어가는 음식을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았지만, 그런 소소한 사정까지 배려해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일단 식사라도 하시지요. 요즘 식사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신 모양입니다.”
“고맙네.”
입은 고맙다고 했지만, 그는 뜨거운 스프를 한 숟가락 떠먹고 이내 식기를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후작 각하의 휘하에 들었다는 소식은 들었네.”
“네, 뭐…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왕녀… 님도 뵈었다지?”
“네….”
아오, 그 눈빛 좀 어떻게 해봐요.
누가 보면 내가 왕녀님한테 못된 짓이라고 한 줄 알겠네.
“왕녀님께서 조만간 결혼하신다고 들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경은 후작 각하의 기사가 되는 겁니까?”
“아니. 왕녀님의 결혼 이야기는 없던 일이 되었네. 왕녀님의 신상에 좋지 않은 소문이 돌아 브라키오스 백작이 혼담을 거절했지.”
“아, 그, 그렇군요.”
그런데 왜 날 노려봐요, 무섭게?
한참 동안 나를 노려보던 알렌은 곧 시선을 거두고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하긴, 자네가 진짜 그랬을 리는 없지.”
“네? 그게 무슨…?”
내가 지금 뭘 잘못 들은 거지?
내가 뭘 했다는 거야?
“말이 헛나왔군. 신경 쓰지 말게. 그보다….”
굉장히 신경 쓰이거든요?
이럴 거면 말을 하지 말던가!
“부탁이 있네.”
“안 됩니다.”
“뭐?”
나는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뭔지 몰라도 분위기상 거절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어차피 거절할 것, 아예 듣지 않는 쪽이 더 좋을 것이다.
“나는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네.”
슬금슬금 차가운 기운이 흐르는 것을 보니 꽤나 화가 많이 나신 모양이다.
그래도 예전처럼 함부로 칼을 뽑아 들지는 못하겠지?
별 볼 일 없는 선원 나부랭이가 아니라 이제 나도 무려 후작 각하의 가신이다.
나는 배에 힘을 주고 최대한의 용기를 쥐어짜서 말했다.
“굳이 경께서 이렇게 정체를 숨겨가면서까지 저에게 부탁하실 일이 무엇인지 전혀 궁금하지 않습니다. 후작 각하께서 허락한 일이라면 이렇게까지 하지 않으셨을 테니까요.”
“난 후작 각하의 기사가 아니다.”
“제 입장은 변함이 없습니다. 전 후작 각하와 적대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으니까요.”
칼춤이 마려운 듯 한동안 나를 노려보며 허리춤을 쓰다듬던 알렌이었지만, 끝내 칼을 뽑아 들지는 못했다.
이성의 끈이 끊어지지 않아서 다행이다, 휴.
다음에는 네이선을 꼭 데리고 다녀야… 아니다, 네이선이라고 이 괴물 같은 인간을 이길 수 있을까?
한밤중에 코앞에서 발사된 쿼럴을 쳐내는 인간인데?
“요즘도 밀항자를 태우나?”
무섭게 갑자기 그런 건 왜 또 물어보고 난리야?
그리고 밀항자를 태운다고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는 정신 나간 놈이 어딨겠어?
“아이고, 그럴 리가요. 당시에 경과 왕녀님을 태운 것도 제 의도는 아니었지 않습니까?”
“제먼 선생에게 들은 말과는 다르군.”
이런 젠장.
그 아저씨를 깜빡했네.
“하하하하….”
“제먼 선생이 한번 들러달라고 하더군. 물론 나를 만난 것은 누구에게 말할 필요는 없겠지.”
말을 마친 알렌은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모자를 뒤집어썼다.
“위험한 항해를 앞두고 있다 들었네. 부디 무운이 함께하길 바라지.”
내가 말릴 새도 없이 알렌이 떠나고, 밖을 살펴보던 우르타가 혀를 내둘렀다.
“우와, 진짜 빨라. 정말 인간이 맞기는 한가?”
“잔소리 말고 이리 와서 밥이나 먹자. 괜히 3인분 시켰네.”
“괜찮아! 내가 다 먹을 수 있어!”
음식이 식었다고 투정을 부리는 우르타의 말을 한 귀로 흘리며 생각했다.
도대체 알렌은 무슨 부탁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얼른 생각나는 것은 왕녀님이 하려고 했던 부탁을 대신 하려는 것이 아니었을까 싶기는 한데, 분명히 왕녀님과 만나는 자리에서 눈빛으로 이야기를 끝냈다.
그것은 불가능하다고 말이다.
분명히 왕녀님도 내 마음을 이해한 것 같은데, 내 착각이었을까?
똑똑똑.
“손님, 항구관리소에서 사람이 찾아왔습니다.”
“어? 음, 모셔 오세요.”
항구관리소에서 사람이 왔다면 뻔하다.
후작의 명령을 전달하기 위해서겠지.
시간으로 볼 때 내가 입항했다는 것을 후작 저택에 알리고 명령을 받아 온 것은 아니고, 내가 입항하면 전달하라는 메시지가 있었던 모양이다.
“안녕하십니까, 리안 선장님.”
“아, 네. 오늘은 무슨 일로?”
찾아온 사람은 제법 얼굴이 익숙한 항구관리관의 부하였다.
“식사 중에 대단히 죄송합니다만, 관리관님께서 후작 각하의 저택에 언제 방문하실지 여쭤보라고 하셨습니다. 후작 각하께서 명을 내리셨다고 합니다.”
“오늘은 조금 늦은 것 같고, 내일 아침에 출발한다고 전해주시겠어요?”
“알겠습니다. 그럼 아침에 마차를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에는 몇 분이 가십니까?”
잠깐 나는 머리를 굴렸다.
일단 그레이그를 데리고 갈 필요가 있었다.
일등항해사이니 아무래도 나를 대신해서 일을 처리하거나, 또는 일등항해사로서 후작가와 엮일 일이 많을 테니까.
그리고 오펜과 크리스티앙도 경험을 쌓게 하려면 이번에 데리고 가봐야겠다.
“네 명으로 하죠.”
“알겠습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손님이 물러가고 우르타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뭐야, 그 눈빛은?”
“이번에는 나도 데리고 갈 거지? 응? 그래서 네 명이지?”
“…….”
이놈은 겁이 없는 걸까, 아니면 생각이 없는 걸까?
저 머릿속에 도대체 뭐가 들었는지 정말 열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