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6화. 포기는 너무 이르지
나는 일부러 볼을 짓씹었다.
짜릿한 고통과 함께 비릿한 혈향이 입안을 채우고 코로 흘러나왔다.
정신 차리자.
내가 포기하면 선원들은 물론이고 죄 없는 피난민들까지 다 죽는 거야.
…일부는 죽지 않더라도 죽는 것만도 못한 삶을 살게 되겠지.
포기는 진짜 더 이상 방법이 없을 때 해도 늦지 않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 긴박하게 지시를 내려, 바람에 맞춰 돛을 조종했다.
조금만 더 돌리면 측면에서 바람을 받게 된다.
그러면 갤리선의 위협에서 조금은 여유가 생길 거다.
“포격 대비!”
견시수의 외침이 들리고 잠시 후 선미 쪽에 새로운 물기둥이 솟아올랐다.
확실히 포격 자체는 숙련도가 떨어진다.
그리고 저 포격, 구경이 구경이니만큼 반동 때문에 갤리선의 가속에 약간의 손해를 주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계속 포를 쏴주는 쪽이 우리에게 조금 유리할지도 모르겠군.
우리가 바람을 제대로 받기 시작하자, 우현에 있던 해적선이 급하게 오트라스 호를 향해 선수를 돌리며 견제를 시도했다.
저 3마스트 해적선 하나라면 바로 백병전을 치러도 쉽게 이길 수 있을 텐데.
문제는 저 녀석과 접현을 하면서 속도를 잃으면, 몇 분 내에 반대쪽 좌현으로 갤리선이 접현을 시도할 것이라는 점이었다.
저 갤리선을 제압하려면 피오렐과 함께 양쪽에서 포격으로 두들기는 것이 최상의 수이긴 한데….
현실적으로 저 녀석의 추격을 따돌리고 피오렐과 합류하는 것이 불가능해 보인다.
콰과과과과광!
우현 포갑판에서 다시 포연이 치솟았다.
3마스트 해적선까지 거리는 이제 200미터 미만, 맞추기만 하면 충분한 데미지를 줄 수 있는 거리다.
…….
맞추기만 하면 말이지.
변침 중에 포격을 명중시키는 것은 우르타에게도 무리였는지 무더기로 날아간 포탄은 애꿎은 해수면만 두들겼다.
지근탄이기는 한데, 아직 변침중이라서 다음 포격에 유의미한 도움을 주지는 못할 것 같다.
게다가 포격에 겁을 먹고 선수를 돌리던 이전과 달리 3마스트 해적선은 그대로 우리를 향해 다가왔다.
일단 오트라스의 기동력을 빼앗을 생각이다.
“선장님! 이대로는 계속 불리해질 뿐입니다!”
리버티 호와 피오렐 호를 살펴보던 그레이그가 심각한 표정으로 외쳤다.
시선을 돌려보니 수송선에 의해 진행 방향이 차단되어 급하게 침로를 바꾼 피오렐이 뒤를 쫓던 해적선과 부쩍 가까워진 것이 시야에 잡혔다.
이변이 없다면 피오렐은 곧 백병전에 돌입할 테고, 아무리 한 척은 수송선이라지만 양현이 접현당한 상태로는 자력으로 이겨내기 힘들 거다.
이제 제법 멀어진 리버티 호는 어찌어찌 버티고 있는 모양이었다.
리버티 호야말로 백병전이 벌어지면 나포 확정이지만, 아슬아슬하게 기를 쓰고 달려드는 해적선을 피해 숨바꼭질 중이다.
“선장님, 차라리 승#$%#$%^$#^%**#$%!”
콰과과과과광!
타륜을 잡고 있던 부선장님이 내게 뭔가를 말했지만, 때마침 터진 대포 소리에 묻히고 말았다.
그리고 내가 다시 부선장님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전에 사방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명중이다!”
“우와아아아아!”
“명중이야!”
“꼴좋다! 빌어먹을 해적 놈들!”
“우와아아!”
급히 우현을 보니, 좌현 선수에 포격의 상처가 고스란히 노출된 3마스트 해적선이 보였다.
주갑판에 가까운 곳에 포격을 받으며 삭구(rigging, 돛을 연결, 지지하거나 조종하기 위한 로프)가 몇 개 끊어졌는지 해적선의 포어 마스트(메인 마스트 앞쪽의 마스트)에 달린 돛들이 힘을 잃었다.
저렇게 되면 확실히 기동력이 떨어진다.
“좋아!”
나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며 소리치자, 다시 부선장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포어 마스트가 없다고 해도 어차피 우리보다는 빠를 겁니다! 이대로는 승산이 없습니다. 차라리 백병전으로 저 갤리선을 격파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평범한 해적이었다면 모르지만, 최종병기 네이선과 동수를 이루었던 그 ‘라프나’의 기함이다.
네이선의 몸이 정상이라고 해도 몇 번이나 고민할 일인데, 지금 상황에서는 너무 무리다.
“라프나라는 놈이 얼마나 위험한 놈인지 아시잖아요! 안 돼요!”
“이렇게 버틴다고 이길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어떻게든 포격으로 조져봐야죠!”
거기까지 대답한 나는 비장한 표정으로 대기 중인 오펜에게 소리쳤다.
“오펜! 포술장에게 전달! 최우선 타겟을 3마스트 해적선에서 갤리선으로 바꾼다! 전달해!”
“넷!”
오펜이 대답과 동시에 날쌔게 선교를 뛰어 내려갔다.
젠장, 전성관만 만들었어도 오펜이 저렇게 체력을 낭비할 필요는 없을 텐데.
가까워진 3마스트 해적선을 망원경으로 살펴보자, 생각보다 갑판 위에서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해적의 수가 적었다.
평소에는 갤리선을 끄는 용도로 사용하고, 전투 시에는 갤리선이 쉽게 백병전을 걸 수 있도록 견제하는 역할만 하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굳이 저 녀석을 두들길 필요가 없다.
결국 최후의 일격은 저 갤리선이 가하게 될 테니까.
다시 갤리선의 위치를 확인하자 좌현 후미에서 무서운 속도로 따라붙고 있는 것이 보였다.
가속을 제대로 받은 갤리선은 노 젓는 사람들이 지치기 전까지는 속도도, 선회력도, 기동성도 확실히 범선을 압도한다.
하지만 저렇게 선미 쪽에서 따라붙으면 포격 각이 나올 수가 없다.
“조타수, 좌현 전타!”
“선장님?!”
“부선장님! 빨리요!”
내 재촉에 부선장님은 이를 악물며 타륜을 돌렸다.
한 번, 적어도 한 번은 기회가 나올 거다.
우르타가 준비를 마쳤다면 잘하면 두 번까지도 쏠 수 있을지 모르지.
“좌현 전타 완료! 선장님! 이렇게 되면 우현의 해적선에게 선미를 내어주게 됩니다!”
퍼엉! 촤아아악!
그 순간 오트라스 우현에 거의 딱 붙을 정도로 엄청난 물기둥이 생기더니 바닷물을 갑판 위에 흩뿌렸다.
순간적으로 배가 출렁일 정도였으니 아슬아슬했다.
“지근탄!”
견시수가 소리를 질렀고, 잠시 후 선교 아래로 다가온 네이선이 소리를 질렀다.
“빗나갔습니다!”
등이 축축하게 젖어 드는 것이 느껴진다.
만약 그게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와서 흘수선 근처를 때렸다면, 그대로 오트라스를 포기해야 했을지도 모르니까.
물론 전투배치를 하면서 모든 격실을 밀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흘수선 근처가 큰 손상을 입으면 압도적으로 밀려 들어오는 바닷물에 의해 격실 자체가 박살이 나기도 한다.
게다가 흘수선 아래쪽은 긴급 수리 자체가 불가능하니, 재수가 없으면 포탄 단 한발에 백기를 들 뻔했다.
“괜찮아요! 저 새끼들 대포 없어!”
“그걸 어떻게, 아!”
3마스트 해적선을 한 번 보고는 내 말을 이해한 부선장님이 다시 시선을 정면으로 돌렸다.
선측에 포혈이 있어서 계속 경계를 하고 있었는데, 전투가 한창인 지금까지 포혈이 열리지 않았다.
대포가 없거나, 있더라도 쏠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
해전에서 적에게 후미를 보이지 않아야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키(타륜에 의해 조종되는 선박의 방향을 바꾸는 장치)가 선미에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 민감한 기계 장치에 강한 물리력이 가해지면 파손되거나 오작동을 일으킬 확률이 높았다.
그리고 방향을 바꾸지 못하는 배라는 것은, 전투에서 먹잇감에 불과하다.
“피오렐. 접현을 허용했습니다!”
그레이그가 침울한 표정으로 보고했다.
접현 전에 대포로 유의미한 타격을 줬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피오렐은 아마 이기기 힘들 거다.
콰과과과과광!
“으아아아!”
“미쳤다, 포술장! 또 맞췄어!”
“해군도 이렇게 포를 잘 쏘지는 못할걸?!”
“우와아아!”
어우야, 저 해적선, 맞았던 곳을 또 맞았다.
긴급 수리를 하고 있던 해적들이 꽤 많이 죽었는지 망원경으로 그로테스크한 현장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보였다.
잠시 후, 우리가 후미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우현의 3마스트 해적선은 슬슬 우리와 멀어지려고 폼을 잡았다.
보아하니 ‘라프나’에 대한 충성심이 그리 높지는 않은 모양이다.
오트라스 호의 선회가 끝날 때쯤, 다시 좌현의 포들이 불을 뿜었다.
그리고 그중 한 발이 갤리선의 오른쪽 노 몇 개를 부수는 쾌거를 이루었다.
그리고 필사적으로 역풍을 뚫고 도망가는 우리와 갤리선이 제법 가까워졌을 때 다시 포성이 울렸고, 이번에는 선수에 모여서 함성을 지르며 기세를 높이던 선원 몇 명을 피떡으로 만들어버렸다.
십여 명이 피격 시의 충격에 의해 발생한 진동으로 바다에 떨어진 것은 덤이었다.
결국 우르타는 두 번의 포격을 하고야 만 것이다.
대견한 녀석.
“전원 좌현 백병전 준비! 오펜, 크리스티앙! 내려가서 갑판장을 도와 선원들 지휘해! 돌격대장은 돌격대 소집해서 가능하면 라프나의 목을 따버려! 그레이그는 나와 선교에 남는다!”
임무를 받은 세 사람이 크게 대답한 뒤 선교에서 내려가고, 아쉬움이 역력하게 묻어나는 부선장님의 독백이 들려왔다.
“쯧, 조금만 더 여유가 있었으면 배를 더 틀어서 바람을 받을 수 있었을 텐데.”
나도 아주 조금 기대했던 부분이다.
포격에 처맞건 다른 이유건, 갤리선의 기동력이 조금만 떨어졌어도 우측으로 배를 계속 돌려 바람을 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더 이상은 무리였다.
배를 더 돌리면 오히려 ‘접현해 주세요’, 라고 배를 갖다 들이대는 꼴이니.
“선장님, 저도 이만 갑판에 내려가 보겠습니다.”
“네? 아니, 몸도 성치 않은 분이 갑판은 왜 내려가요?!”
어처구니없는 부선장님의 말에 내가 버럭 화를 내자, 그는 클클 웃으며 타륜을 놔버렸다.
“어차피 백병전 상황에서는 조타수가 필요한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이런 젠장!”
나는 급히 뛰어가서 제멋대로 돌아가는 타륜을 붙잡았다.
“뭐 하시는 겁니까?!”
“상황이 얼마나 안 좋은지 선장님도 아시지 않습니까? 이 늙은이가 아직 한 사람 몫은 할 수 있으니 너무 뭐라고 하지 마십시오.”
한마디를 더 하려다가 아직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레이그를 보고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다시 삼켰다.
부선장님의 건강이 별로 좋지 않다는 것은 선원들도 알고 있는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상태가 얼마나 심각한지는 닥터와 나밖에 모른다.
다리를 살짝 절며 부선장님이 떠나자, 눈치를 보던 그레이그가 물었다.
“선장님, 제가 타륜을 잡을까요?”
“…아니, 일등항해사는 계속 피오렐과 리버티를 살펴 봐. 부선장님 말대로 이제 곧 조타수는 필요 없을 것 같아.”
내 말이 끝나는 순간 네이선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들렸다.
“발사!”
바리케이트 뒤에서 대기하던 쇠뇌수들이 첫 번째 일제사격을 가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교전 거리보다 약간 멀리서 기습적으로 쏘아진 쿼럴 집단은 대부분 해적선에 그 몸을 박아 넣었지만, 서너 발은 인간의 신체를 헤집는 것에 성공했다.
사격이 끝나고 몸을 숨긴 채 재장전하는 사이, 해적선에서도 쿼럴 몇 발이 산발적으로 날아왔다.
일제사격을 할 정도로 사격 통제가 잘 되지는 않는 모양이다.
그렇게 몇 번의 쿼럴이 오가고, 드디어 해적선에서 줄갈고리가 날아오기 시작했다.
슬쩍 본 해적선의 갑판 위에는 다가오는 전투에 대한 흥분으로 날뛰는 해적 놈들이 바글바글했다.
소름이 끼칠 정도로 많았다.
적어도 150명은 되어 보인다.
오트라스의 승조원은 간부까지 다 해도 고작 70명 남짓, 머릿수가 두 배 이상이다.
“으하하하하! 네놈이구나! 네놈이었어! 오늘이야말로 승부를 내자!”
해적들이 좌우로 갈라지나 싶더니, 거대한 체구의 남자가 모습을 드러내며 커다랗게 웃더니 선원들을 지휘하던 네이선을 발견하고 소리를 질렀다.
아주 건강해 보이는구나, 망할 자식아.
***
“선장님, 저놈들 다시 다가옵니다.”
그레이그의 말에 그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니, 멀어지고 있던 3마스트 해적선이 다시 이쪽으로 선수를 돌린 것이 보였다.
막상 갤리선이 접현을 성공시키니 숟가락을 얹고 싶은 모양이다.
잠시 그들과 우리의 거리를 가늠해 본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 괜찮아. 안 그래도 부족한 인력인데 저놈들을 대비한다고 인원을 뺄 수는 없어.”
“으으음….”
“일등항해사가 여기에서 저놈들 주시하고 있다가, 놈들이 접현을 시도할 것 같으면 소리쳐서 불러.”
“알겠습니다.”
선선히 대답한 그레이그는 잠시 후 내 쪽으로 고개를 홱 돌리며 반문했다.
“네?!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선장님, 설마?”
“설마는 무슨, 선장이 함께해야 선원들도 최선을 다할 것 아냐. 그리고 선교에서 지시하는 건 내 취향도 아니야.”
“말도 안 됩니다! 선장님은 그냥 선장이 아니라 우리 선단의 제독입니다! 왜 위험을 자초하시는 겁니까?”
나는 그레이그를 노려보며 한 자, 한 자, 똑바로 말했다.
“잘 들어, 그레이그. 이길 상황이라면 나는 안 죽어, 선원들이 최우선으로 보호할 테니까. 그리고 이번 전투에서 진다면, 무슨 짓을 해도 난 죽어.”
“선장님! 궤변입니다! 저 정신없는 전투에서 누가 누구를 보호한다는 말입니까? 괜히 눈먼 칼이라도 맞으면 어쩌실 겁니까? 선장님이 부상이라도 당하면 오히려 선원들의 사기에도 안 좋을 겁니다!”
“일등항해사, 내 실력을 너무 하찮게 보는 것 같은데, 나도 해적 한두 놈은 잡을 수 있어, 그리고 아무래도 승부는 갑판장과 라프나의 대결에서 날 것 같거든.”
이제 선교에서는 할 일이 없다.
차라리 나도 내려가서 해적 놈들을 한 놈이라도 쳐 죽이는 것이 승률을 높이는 길이겠지.
말을 마친 나는 그레이그의 대답도 듣지 않고 몸을 돌려 선교를 내려왔다.
터엉!
터엉!
끼이이익… 끼이이… 터엉!
터엉!
터엉….
긴장감이 넘치다 못해 터져나갈 것 같은 주갑판에 도착하자, 우현 쪽에서 기묘한 소리가 울리며 수많은 널빤지가 놓여지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성급한 해적들이 단단히 고정되지도 않는 널빤지 위에 올라 이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발사!”
타이밍을 재고 있던 네이선이 마지막 일제사격을 지시했고, 해적선에서도 세 발의 쿼럴이 날아들었다.
“크으윽!”
그동안 서로 엄폐를 하고 쏘던 쿼럴과는 달리, 이번에는 사상자가 꽤 나왔다.
해적은 다섯 놈 이상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거나 바다에 빠졌고, 미처 몸을 숨기지 못했던 우리 배의 선원 한 명도 어깻죽지에 피어오른 쿼럴을 붙잡으며 비명을 질렀다.
“쳐라! 모조리 죽여 버려!”
이윽고 라프나가 자신의 주 무기인 도끼를 허공으로 치켜들며 소리를 질렀고, 해적들이 귀청이 터질 것 같은 함성을 지르며 넘어오기 시작했다.
“저 해적 새끼들 전부 물고기 밥으로 만들어주자! 오늘 어머니(바다를 이른다)께 잔칫상 거하게 차려 드려!”
그에 질세라 네이선이 소리를 질렀고, 양쪽은 거세게 맞부딪혔다.
사방에서 금속이 부딪치는 날카로운 소리와 욕설, 비명이 난무했고 나 역시 허리춤의 커틀라스를 뽑아들고 전장에 뛰어들었다.
재수가 없었는지 벌써 자신의 몸에서 나온 피 웅덩이 위에 쓰러진 선원이 보인다.
그리고 그가 지키던 바리케이트를 넘어오던 해적 역시.
“그 더러운 발! 내 배에서 치우지 못해?!”
재빨리 그 빈자리를 차지한 내가 힘껏 커틀라스를 휘둘렀다.
차갑고 묵직한 쇳덩어리는 자비 없이 연약한 근육을 헤집고 혈관을 끊었으며, 공격을 허용한 해적의 목덜미에서는 진득한 핏물이 터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