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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흙수저 선원으로 살아남기-260화 (261/420)

260화. 용병과 선원

잠시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정리하고 있으니,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살짝 열어둔 문이 열렸다.

“선장님, 부르셨습니까?”

“어, 갑판장, 돌격대장. 어서 와. 이쪽으로 앉지.”

돌격대장 행크는 다리를 살짝 절고 있었고, 네이선의 코 중간쯤에는 거친 느낌의 작은 상처가 보였다.

혹시 발타가 자랑스러워하던 한 대 때린 게 저거였냐?

한 대 때린 게 아니라 그냥 스친 거잖아!

하여간 뱃놈들의 허풍이란….

“뭘 하다가 코는 긁어놨어? 한여름이라 곪으면 골치 아프니까 닥터에게 가봐.”

내 말에 인상을 살짝 찡그린 네이선이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 거리를 살짝 잘못 재는 바람에…. 알겠습니다, 선장님.”

“웬일이야? 원래 ‘으하하하, 이 정도는 침만 바르면 낫습니다!’ 이래야 하는 거 아냐?”

내가 의아함을 담아 묻자 네이선이 얼굴을 붉히며 뒷목을 긁었다.

“그게, 데보라가 얼굴은 상처 내지 말라고 했거든요.”

“…….”

차마 못 볼 꼴을 본 나는 재빨리 화제를 전환했다.

“요즘 용병들 통제는 어때?”

내 질문에 행크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당장은 약간 누그러지긴 했습니다만, 거의 걸어 다니는 화약통 수준입니다. 이제 제법 무리도 만들어져서 사고가 난다면 진짜 크게 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뒤를 네이선이 이었다.

“으음, 원래 용병이랑 선원들이 별로 사이가 좋지는 않은 편이잖아요. 용병들이 보기에는 나도, 돌격대장도, 그리고, 크흠, 선장님도 똑같은 선원이니 말이죠. 아무래도 명령에 권위가 서지 않죠. 지금이야 내가 무서워서 몸을 사리고는 있지만… 사실 전투 중에 말을 들을지 모르겠습니다. 전투 중에 아군을 두들겨 팰 수도 없는 노릇이니. 용병 놈들 대부분이 전투에서는 자신들이 선원들보다 낫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땅을 딛고 싸우는 싸움이라면 확실히 용병들이 선원들을 압도할 수 있겠지.

하지만 선상 전투는 육지에서의 싸움과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르다.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한정되어 있고, 바닥은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움직임을 제약하는 구조물은 수도 없이 많다.

하지만 이런 당연한 사실을 백날 설명해봐야 무식하기로는 선원들과 쌍벽을 이루는 용병 놈들에게 먹힐 리가 있나.

“공공연하게 전투가 벌어지면 자기들끼리 이렇게 하겠다, 저렇게 하겠다 라고 말하고 다니는 녀석들도 있는 모양입니다.”

애꾸가 충고를 해주지 않아서 그대로 싸웠다면 난장판이 될 뻔했군.

“갑판장, 네가 싸워서 버거운 녀석이 있을까?”

“용병중에서?”

내가 살짝 고개를 끄덕이자, 행크가 피식 웃으며 대신 대답했다.

“배에 타고 있는 어중이떠중이들은 육지에서도 갑판장을 이길 수 없을 겁니다. 그런데 배 위에서요? 대여섯 명이 동시에 달려들어도 이기기 힘들걸요?”

“여섯 명은 좀 힘들지….”

다섯 명은 된다는 말이야?

손이 두 개밖에 없는 인간이 12개의 손을 막는 것 자체가 좀 이상하지 않냐?

“그럼 돌격대장은?”

“어, 저, 저 말씀이십니까?”

행크가 당황하며 말을 더듬자, 이번에는 네이선이 대신 대답했다.

“배 위에서는 확실히 행크가 다 이길 수 있을 겁니다. 한 사람만 빼고.”

“뭐?”

“아 아니, 진다는 뜻은 아니고, 결과를 알 수 없다는 정도? 네가 보낸 그 얼굴에 흉터 있는 용병은 조금 애매해서.”

“애꾸?”

“애꾸는 아니던데? 요?”

“그냥 그렇게 부르기로 했어. 오늘부터 용병대장이야. 그 사람에게 용병 관리를 맡기려고.”

“어? 아…. 그런데 그렇게 되면 전체 지휘와 따로 놀 수도 있는데….”

“그래서 말이야….”

***

갑판 위에 험상궂은 용병들이 가득 찼다.

그리고 내 뒤로는 네이선과 행크, 발타를 비롯해 돌격대 18명이 정확한 열중쉬어 자세로 버티고 섰다.

다들 한 덩치 하는 인간들이 같은 자세로 서 있으니 위압감이 장난이 아니다.

적지 않은 용병들이 나에게 도발적인 눈빛을 보내고 있는 것이 보인다.

지금 상황이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겠지.

“모두 조용!”

웅성거림이 살짝 잦아들었지만, 여전히 분위기가 붕 떠 있다.

선장의 권위를 존중하는 선원들이라면 상상도 못 할 일이다.

“모두 좀 닥쳐!”

이제 한 놈쯤 나올 때가 된 것 같은데….

나를 보는 시선이 조금 더 노골적인 적대감을 띠기 시작하고, 예상대로 한 놈이 걸려들었다.

“카아아악, 퉤! 에이, 씨벌! 더워 뒤지겠는데 뭐 하는 짓이야? 거, 할 말 있으면 대충 사람 시켜서 전달합시다, 고용주 양반.”

뒤쪽에서 움찔하며 뜨거운 콧김을 뿜어내는 것이 느껴진다.

돌격대는 특히나 나에 대한 충성심이 높다.

돈을 엄청 많이 받거든.

“갑판장, 잡아 와.”

“네, 선장님.”

번개같이 선교에서 뛰어내린 네이선이 방금 말을 끝내고 주변 사람들과 낄낄거리던 놈에게 다가갔다.

“뭐, 뭐요?”

네이선의 얼굴과 실력을 모르는 놈은 한 놈도 없다.

기세 좋게 입을 함부로 놀린 녀석도 네이선이 다가오자 움찔하며 슬슬 물러섰다.

“반항해라, 꼭 반항해.”

“뭐?”

“반항 안 하면 몇 대 못 때리니까 반항하라고.”

“뭐라는 거야, 미ㅊ… 크억!”

마지막 허세는 부려보지도 못한 채 30초 정도 질풍같이 얻어맞은 녀석은 결국 정신을 잃고 네이선에게 덜미를 잡힌 채 선교로 끌려왔다.

최소한 90kg은 넘어 보이는 기절한 남자를 한 손으로 끌고 왔으니, 이 정도면 네이선의 힘은 이해의 범주를 넘어섰다.

나는 빨갛고 파랗게 색칠된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판결을 내렸다.

정신을 차리려면 시간이 좀 필요하겠다.

“채찍형 10대, 열흘간 감금. 정신 차리면 바로 실행해.”

“알겠습니다, 선장님.”

기절한 남자를 돌격대 두 명이 데리고 사라졌고, 나는 이전보다 확실히 조용해진 용병들에게 말했다.

“양아치 새끼들. 너네는 선장에 대한 예의도, 고용주에 대한 예의도 없나? 내가 나를 무시하고 너네 멋대로 바다 구경이나 하라고 돈 주고 너희를 고용한 줄 알아?”

“리안 선장, 말씀이 과하시군. 우리는 전투에서 제 몫만 하면 되는 것 아니오? 우리는 당신 부하가 아니니 말을 좀 가려서 하시지?”

“이름.”

“뭐?”

“이름이 뭐냐고.”

“내 이름? 프리엄이오.”

나는 선교에서 내려갔다.

그리고 허리에 걸려있던 커틀라스를 꺼내서 프리엄이라는 남자 앞에 던졌다.

그리고 네이선의 칼을 받은 뒤, 그에게 무덤덤하게 말했다.

“잡아.”

“뭐 하는 거요?”

“칼 잡으라고. 난 네놈들이 전투에서 한 사람 몫을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그러니 칼 잡아. 최소한 고용주보다는 잘 싸워야 한 사람 몫을 하는 거 아냐?”

“하, 진심이오? 상대해 달라면 상대해 주겠는데, 이왕이면 연습용으로 하시지? 다쳐도 난 모르오?”

“죽일 각오로 덤벼. 난 너를 죽일 거니까.”

내 말에 낄낄거리며 흥미롭게 우리를 구경하던 용병들의 분위기가 흉흉해졌다.

그리고 내 도발은 프리엄에게 아주 잘 먹혀들었다.

“어린놈이 입을 함부로 놀리는군. 고용주니까 살려는 드리겠지만 좀 아플 거다.”

“넌 안 아플 거야. 죽으면 아픈 것도 모르니까.”

지금 파고는 1.2미터 정도.

익숙해져서 다들 제대로 못 느끼고 있지만, 집중하면 충분히 느껴질 정도로 배가 흔들리는 중이다.

그리고 파도도, 바람도 모두 내 편이고, 이 배는 내 배지.

챙, 챙, 챙!

프리엄이 칼을 집어 들기 무섭게 시작된 내 공격을 프리엄은 능숙하게 잘 막아냈다.

그동안 먹은 칼밥이 적지 않은 듯, 거의 대부분의 능력에서 나보다 우세하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짧은 커틀라스, 계속 흔들리는 바닥 때문에 미묘하게 어긋나는 힘의 균형이 프리엄을 계속 코너로 몰았다.

뒤로 물러서기를 몇 번째일까, 우현 난간 근처까지 몰린 프리엄이 나지막하게 욕설을 내뱉었다.

“씨발! 이건 반칙이야!”

“싸움에서 반칙을 찾는 멍청한 놈이 지금까지 잘도 살아남았군.”

채앵! 콰당!

결국 균형을 잃으며 칼을 놓친 프리엄이 난간에 한 번 부딪히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나는 그런 그에게 주저 없이 칼을 내리꽂았다.

“으아악!”

배의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배가 더 흔들린다는 것은 상식이다.

하지만 용병에게 무슨 상식을 바라겠어?

중앙쯤에서도 내 공격을 받아내기만 하던 녀석이 우현 끝까지 몰렸으니 상대가 될 리가 있나.

나는 칼의 손잡이를 놓고 허리를 폈다.

1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지만 전력을 다했더니 얼굴이 땀범벅이다.

“후우우….”

“으흐으으….”

길게 숨을 내뱉은 나는 거의 흐느끼듯 숨을 쉬는 프리엄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뭐하냐? 설마 쌌냐?”

“미… 미친….”

“다시 말해봐.”

“아,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그의 바짓가랑이 사이에는 내가 꽂은 칼이 섬뜩한 빛을 내며 곧게 서 있었고, 칼은 그의 바지를 갑판에 고정시켜준 상태였다.

조금만 위로 올라갔으면 남자로서 상당히 미안한 상황이 발생했을지도 모르겠다.

실수다.

나는 바지까지 찢어버릴 생각은 없었다니까?

“자, 아직도 승복 못 하겠지? 그런데 내가 너희를 하나씩 다 두들겨 팰 수는 없잖아?”

나는 말을 하며 기묘한 미소를 짓고 있는 애꾸에게 슬쩍 눈치를 주었다.

그러자 그는 바로 한 발 앞으로 나오며 양손을 들었다.

“나는 인정. 이 정도 실력이면 확실히 배 위에서는 선장을 따르는 게 맞는 것 같은데?”

“좋아, 애꾸. 이름이 뭐지?”

“레건입니다, 선장님.”

“레건, 이제부터 네가 용병대장이다. 갑판장의 지시를 따르고 용병들은 네가 통솔해.”

“감사합니다, 선장님.”

나와 애꾸, 아니, 레건의 한바탕 연기가 끝나자 용병들이 웅성거리며 분열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용병대장 레건이 타이밍을 맞춰 소리쳤다.

“좋아, 나를 따르겠다는 놈들은 이쪽으로 모여!”

잠시 시간이 흐르자 용병의 절반 정도가 레건의 근처에 모여들었다.

하, 선장이고 뭐고 내가 고용주인데도 이 정도란 말이지?

“너희는 뭐야? 계약 파기를 원하나?”

내 말에 탄탄한 체구의 남자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계약대로 배에 탔고, 전투가 벌어지면 전투를 하겠소. 하지만 아무리 고용주라도 그쪽 지휘에 따르는 것은 계약과 상관이 없는 것 같은데.”

“너희를 고용한 이유는 전투에서 이기기 위해서고, 전투에서 이기려면 내 지휘를 따라야 한다고 말하는 거야. 어느 부분이 문제지?”

“어디서 칼질은 좀 배운 모양인데, 1:1로 싸우는 장난과 전투는 다르고, 그쪽은 우리가 전문가요. 그러니 고용주께서는 구경이나 하시면 되오.”

나는 그를 보며 피식 웃었다.

그래, 한번 증명해보자, 누가 더 잘 싸우는지.

“그럼 한 번 붙어봐.”

***

용병 42명 vs. 행크, 발타 외 돌격대 18명.

숫자만 놓고 보면 두 배가 넘는 전력 차였다.

하지만 대충 봐도 저쪽은 3~8명으로 이루어진 소그룹 7~8개로, 조직력도, 개인 전투력도 우리가 압도적이다.

“남자 새끼가 한 입으로 두말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아픈 걸 참는다고 안 맞은 게 아니니까 일단 맞은 놈들은 치사하게 굴지 말고 빠져. 알았지?”

이번에는 연습용 목검(수량이 조금 부족해서 나무막대를 든 녀석도 있다)을 가지고 하기로 했다.

단체전은 아무래도 다칠 확률이 높아서 진짜 날붙이를 가지고 했다가는 여럿 죽어 나간다.

“갑판장, 언제 전투가 벌어질지 모르니까 저놈들 최대한 안 다치게 해봐.”

“걱정 마십시오.”

“하, 누가 누굴 걱정하는지. 그런데 진짜 괜찮겠소, 선장? 그쪽이 절반도 안 되는데?”

나를 향해 웃으며 도발하는 놈에게 조용히 중지를 올려주었다.

“난 지금 우리 애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서 걱정이니까 어디 안 부러지게 잘 맞으라고.”

“으음, 그 손가락, 뭔지 모르겠는데 굉장히 기분 나쁘군.”

거대한 함성과 함께 모의전(?)이 시작되었다.

우리는 해적선으로 역공을 들어갈 때와 똑같은 진형을 펼쳤다.

돌격대장을 필두로 돌격대가 뒤를 바치며 일점 돌파.

선두가 10초가 뭐야, 5초도 버티지 못하고 붕괴되자 용병들은 무의식적으로 자기네 패거리끼리 뭉쳤다.

돌격대가 둘이니 좌, 우 양쪽으로 갈라져서 공격이 가능했고, 용병 진형 가운데 인원들은 반도 안 되는 인원에게 포위당해 복날 개처럼 처맞기 시작했다.

그렇게 중앙이 무너지니 상대가 될 리가 없었다.

잘게 쪼개진 용병들은 실력에 이어 수까지 우위를 점하게 된 돌격대에게 열심히 얻어맞았다.

이렇게 형편없다고? 이 정도면 이들을 돈 내고 고용한 내가 너무 바보같잖아?!

5분이 채 흐르기도 전에 상황은 종료되었다.

네이선이 들어가는 것은 너무 가혹한 것 같아서 뺐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압도적이다.

바닥에 누워서 신음하는 용병이 대충 30여 명, 한 대 맞았다고 놀림 받는 돌격대는 일곱 명.

일반 선원들을 상대로 해도 이 정도로 압도적이지는 못할 것 같은데?

“정말 뛰어난 실력 잘 봤어. 이래도 너희가 알아서 싸우겠다고?”

“크윽, 좀 잡아주쇼.”

나는 모의전 시작 전에 나를 도발하던 남자의 손을 잡아 일으켜 주었다.

목에 한 대, 어깨에 한 대, 허리도 한 대.

이놈 오늘 세 번 죽었네.

자리에서 일어난 용병이 몸 여기저기를 주무르다 옷을 털더니,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선장님. 명에 따르겠습니다.”

“하핫, 그래도 계집애는 되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네.”

“어허, 아까 선장님이 프리엄에게 칼을 꽂아 넣을 때 나도 쌀 뻔했으니 그런 말은 좀 아껴둡시다. 지금도 사타구니가 짜릿짜릿하구만.”

그를 필두로 여기저기에 흩어져있던 용병들이 다가와 내게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모두 작은 무리를 이끌던 리더들이었고, 그들 나름의 복종의 표시였다.

“갑판장, 닥터 불러서 애들 한 번씩 봐주고, 오늘부터 급하게라도 전투 방식 숙달시켜. 이 정도 실력이면 애새끼들 데려와서 고기 방패로 쓰는 게 더 낫겠네.”

“흐흐흐, 알겠습니다. 선장님.”

***

“발타, 가능하면 백병전을 회피하겠지만, 결국 최악의 순간에 피오렐을 지키는 것은 돌격대야. 전투가 없더라도 훈련은 쉬지 말고, 반대로 언제 전투가 벌어질지 모르니 너무 과한 훈련으로 몸을 상하게 하거나 체력을 낭비하지 마. 알았지?”

“걱정 마십시오, 제독. 네이선 님에게 잘 배웠으니 맡겨두셔도 됩니다.”

“끄응, 정말 잘 배운 거 맞아…?”

내 옆에 있던 네이선이 못 미더운 표정으로 쏘아붙이자, 발타가 커다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어색하게 웃는다.

“너희도 그렇지만 피오렐에 탄 선원들, 대부분이 나와 오래 함께한 녀석들이야. 거의 다 얼굴 아는 녀석들이라고. 최대한 많이 살려줘. 알았지?”

“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말을 마친 발타를 마지막으로 발타와 9명의 돌격대가 피오렐로 건너갔다.

아무리 느린 속도라고 해도 항해 중에 두 선박의 속도를 맞추고 가까이 근접해서 사람이나 짐을 넘기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지만, 고작 우리의 일을 보겠다고 39척의 선단을 멈출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부탁을 해도 알센더트가 허락해줄 리도 없고 말이다.

그래도 건너가는 사람들이 다들 육체적으로 뛰어나다 보니 불규칙하게 흔들리는 널빤지를 잘도 건너갔다.

“가교 걷어! 선교에 사람 보내서 피오렐과 떨어지라고 해.”

“알겠습니다!”

선원들이 단단하게 고정했던 널빤지를 걷어 올리고, 피오렐의 좌현에 나와 있던 아인델프와 모르아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이제 하루나 이틀이 지나면 케르빈 제도에 속한 섬들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그때부터는 지금처럼 여유 있게 움직이지 못하겠지.

시야에 제한이 없는 바다에서는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기습, 매복, 함정 같은 것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주 전장이 크고 작은 섬이 500여 개나 된다는 케르빈 제도라면, 상기한 모든 것이 가능해진다.

섬이 아무리 작아도 손바닥만 한 암초 수준의 돌섬이 아닌 이상에야 배 한두 척을 가려주기에는 충분하고, 복잡한 수로는 여울과 급류라는 복병을 숨기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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