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흙수저 선원으로 살아남기-268화 (269/420)

268화. 내막

“뭐, 취향이 어떨지 모르겠군. 이건 어떤가?”

“좋군요.”

나는 알센더트가 건네는 술병의 라벨을 확인하지도 않고 바로 옆에 내려놓았다.

애초에 술병이 다 깨졌다는 것 자체가 거짓말인데 이딴 걸 봐서 뭐 하나.

“웃기는군. 처음 볼 때부터 느꼈지만 배짱도 좋고. 무슨 말을 하고 싶어서 이렇게 따라온 건가? 우리가 서로의 방을 방문할 정도로 친한 관계는 아닐 텐데. 내가 회의 시간에 너에게 유하게 대했다고 해서 내가 널 좋게 본다고 착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지나가는 오징어도 안 웃을 농담을. 나도 당신이 사령관만 아니면 당장 쥐어패고 싶으니까 그만 긁지.”

“크크크큭, 이봐, 리안 선단장. 여기는 내 배야. 좀 더 예의를 갖추는 게 좋지 않을까?”

“물론 제독이 저를 사적인 감정으로 대하지 않는다면야.”

“크하하하하하!”

미친놈처럼 웃어 재끼던 알센더트가 의자에 앉아 몸을 늘어뜨렸다.

“좋아, 어렵지 않은 부탁이군. 당장 네놈을 죽여 봐야 내게 남는 게 없으니까. 그래서 할 말이 뭔가, 리안 선장?”

마지막까지 속을 긁는 꼴을 보니 딱 한 대만 쥐어박으면 소원이 없겠다 싶었지만, 일단 참아보기로 했다.

지금은 시간이 없고, 조금 더 건실하고 생산적인 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으니까.

이놈이 패장이 되건, 뒤지건 상관없지만, 나는 살아야지.

“어떻게 하실지 마음은 정하셨습니까?”

“글쎄. 내가 마음을 정했다 한들 굳이 자네에게 알려줄 필요가 있을까?”

“그럼 질문을 바꾸죠. 이번 일에 보수로 얼마를 받기로 하셨습니까?”

“뭐?”

호기심과 장난이 반쯤 뒤섞여있던 알센더트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지금 내가 제대로 들은 게 맞나? 자네가 내 몸값을 물은 것 같은데.”

나는 대답 대신 어깨를 으쓱거렸다.

다 들었으면서 모르는 척은.

당장이라도 폭발할 듯이 꿈틀거리던 그의 이마에 솟은 핏줄이 스스로 가라앉았다.

“제기랄, 천하의 알센더트가 꼴이 처량하게 되었군. 그런데 지금 상황과 내가 받기로 한 보수가 관련이 있나?”

“결정을 보류했지만,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뿐입니다. 퇴각하거나, 지원을 받거나.”

“흠, 그렇지.”

“그럼 퇴각해도 우리가 살 수 있는지, 지원을 받는다면 의뢰주가 지원할 의사가 있는지 따져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잠시 뜸을 들이던 알센더트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전부터 생각했지만, 자네는 너무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것 같아. 자네 말은 스코, 아니, 벨로키나 왕국이 우리가 지기를 바라기라도 한다는 말인가?”

“그런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의미가 비슷할 뿐 나는 진짜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한잔하겠나?”

“주신다면야.”

두 개의 주석잔에 술을 따라온 알센더트가 한 잔을 내게 넘겼다.

나도 나무잔을 쓰는데 주석잔이라니, 부자잖아, 이 자식?!

그렇게 한동안 우리는 아무 말도 없이 잠자코 술을 마셨다.

언뜻 본 병의 디자인으로 추측하자면 진 계열의 술인 것 같은데, 눈치를 보느라 음미할 여유는 없었다.

“…그런데 말이야, 처음부터 궁금했는데, 이 말을 꺼내면 다들 자네가 첩자라고 할 것 같아서 참은 게 있어.”

내가 첩자라고?

내가 없었으면 오늘 전투에서 아주 영혼까지 탈탈 털렸을 텐데?

“가능하면 다 대답해드리죠.”

“어떻게 왔나?”

“네?”

“자네가 나타난 방향을 보고 해도를 봤지. 이해가 되지 않아. 그쪽 해협이 엄청나게 좁은 걸로 나오더군. 다른 곳으로 돌아서 왔다면 굳이 그쪽에서 출현할 리가 없고. 시간도 많이 늦었겠지. 어떻게 된 건가?”

예리하기는.

가위바위보로 사령관 자리를 딴 것은 아니란 말이지?

하지만 이미 그 정도 대답은 미리 준비해 뒀다.

“만약 본대의 상황이 이렇게까지 좋지 않은 것을 알았다면 남은 배를 모두 끌고 왔을 겁니다. 하지만 다섯 척만 끌고 왔죠.”

“굳이? 그 위험해 보이는 해협을 통과해서? 우리는 아무런 신호도 보내지 않았어.”

“처음에 우리가 발견한 것은 세 척의 정탐선이었습니다. 그리고 곧 15척의 함대가 우리를 공격했죠. 그런데 이상하지 않습니까?”

“뭐가?”

“세 척은 분명히 우리 본대의 동향을 살피고 해적 본대에 뭔가 신호를 했을 겁니다. 그게 뭘까요?”

“당연히 우리를 기습하기 좋은 상황이라는 신호겠지.”

“그렇다면 본대로 기습을 가야 할 녀석들이 왜 우리를 공격합니까? 우리가 있는 것을 어찌 알고요?”

“흠?”

날카로운 눈빛을 보내는 알센더트에게 나는 결론을 말해주었다.

“우리 함대의 규모도 분명히 보고가 되었을 텐데 포착된 함대 규모는 절반 수준, 심지어 이쪽은 아직 알려지지도 않았는데 이쪽으로 온 함대가 있다는 것은.”

“최소한 양동이다?”

“높은 확률이죠.”

“그래도 굳이 미탐사 해협을 통과한다는 무리수를 둘 필요가 있었나?”

“당시 아군의 가용 전력은 15척이었죠. 제 생각대로 양동이라면 해적의 전력은 최소 이쪽과 동일한 18척, 게다가 아군은 분명히 섬을 점령하고 전초기지를 세운다고 정신이 없을 테니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공격 시간이 지원 함대가 떠난 직후라고 가정하면 한참을 돌아서 가면 이미 전투가 끝난 후일 테니 위험하더라도 시간을 아끼고자 한 것뿐입니다.”

“다 추측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확률에 의한 계산이죠.”

계산은 개뿔, 이세계(지구) 기술의 승리다.

내 말을 듣고 잠시 뭔가를 생각하던 알센더트가 한숨과 함께 화제를 돌렸다.

“계약금 30만 로스, 잔금이 270만 로스. 전투 손실을 책임지지 않는 대신 전리품과 약탈에 대해 손을 대지 않기로 했지. 그리고….”

잠시 망설이던 알센더트가 작게 말했다.

“개인적으로 스코타 후작에게 농장 하나를 받기로 했네.”

미친.

이 세상에서 귀족에게 땅을 받는다는 말은 단순한 부동산 거래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뭐 굳이 따지자면 부동산 거래인 경우도 없지는 않은데, 지금 같은 경우는 십중팔구 봉신 계약에 해당한다.

“기사작이라도 주겠다고 했습니까?”

“으음… 그건 무리겠지. 기대도 하지 않고. 하지만 내 자식의 미래가 안정된다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처음 해적 연합이라는 웃기는 말을 들었을 때는 이렇게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고. 쏠쏠한 의뢰 비용에 비하면 일이 쉽다고 생각했지.”

뭐야, 자식이 있었어?!

이쪽이 더 충격적이잖아?!

“…뭔가, 그 기분 나쁜 표정은?”

“아닙니다, 그럼 다른 용병함대장들도 비슷한 계약조건일까요?”

나는 얼른 경악한 표정을 감추고 아무렇지 않다는 듯 질문을 이었다.

알센더트는 인상을 찌푸리며 잠시 나를 보다가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스코타 후작이나 뭐 다른 귀족들에게 개인적으로 뭘 받기로 한 것인지는 몰라. 아무리 친한 놈이라도 그런 것까지 말하지는 않으니까. 하지만 대충 들리는 말과 놈들의 태도를 보면 알려진 난이도보다 계약조건이 후한 것 같기는 하더군.”

“뜬금없지만, 친한 놈에게도 말 못 할 이야기를 저에게는 하셨군요.”

“네놈은 친한 게 아니라 오히려 적대 관계에 가까우니까. 심지어 스코타 후작의 사람 아닌가? 네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내가 부정하면 그만이야.”

녹음기가 없는 세상이라서 그런가, 거짓말을 하겠다는 선포를 눈도 깜빡이지 않고 하네.

“뭐, 하여튼 전체적으로 지불해야 할 금액이 꽤 되겠네요?”

“개인에게는 큰돈이지. 하지만 국가 단위의 예산이라면 큰돈은 아니지 않겠나? 오히려 우리의 군수물자를 대는 돈이 더 많이 들었을 것 같은데.”

그러네. 그러면 계산이 또 꼬이는데?

패배해야 할 군대를 굳이 돈을 들여가며 무장을 다시 하고 물자를 빵빵하게… 어?

“스코타 후작, 아니, 벨로키나와 쿠샤 왕국이 이번 사태를 일으킨 목적이 뭘까요? 설마 진짜 해적 토벌이라도 믿는 것은 아니시죠?”

“당연하지. 일레드 왕국으로부터 시논 섬과 케르빈 섬 일대의 영향력을 빼앗고 그들의 성장을 견제하는 것 아닌가? 그 정도는 우리뿐만 아니라 머리 좀 굴린다는 내륙 상인들도 알고 있어.”

“어떻게 하면 영향력을 제거할 수 있습니까?”

알센더트는 계속되는 당연한 문답에 금세 싫증을 내고 말았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지? 그냥 똑바로 말을 하게. 내 시간을 더 이상 빼앗지 말아줬으면 하는데.”

“확실한 것은 아닙니다만….”

나 역시 슬슬 피곤해지던 참이었기 때문에 내 생각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대부분이 추측이지만, 내 생각이 맞다면 우리는 지금 상당히 위험한 처지였다.

알센더트의 말대로 벨로키나와 쿠샤 왕국이 원하는 것은 시논 섬과 케르빈 섬 일대를 일레드 왕국으로부터 빼앗는 것이다.

그런데 일레드 왕국에게 이렇게 말을 해봐야 당연히 ‘니들이 뭔데?’라고 나올 것이고, 이를 강제 집행하기 위해서는 전쟁을 벌여야 한다.

겸사겸사 일레드 왕국의 위협적인 해군력도 줄여버리면 더 좋고 말이야.

그런데 이 전쟁이라는 것이 좀 묘하다.

눈 가리고 아웅 같지만, 전쟁에는 명분이 필요했다.

최소한 가만히 있는 놈을 붙잡고 이거 내놔, 저거 내놔 하면서 두들겨 패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거다.

그러니까 두 나라가 시논 섬과 케르빈 섬을 내놓으라며 먼저 전쟁을 벌이기에는 명분이 좀 약했다.

물론 시논 섬과 케르빈 섬의 원래 소유가 쿠샤 왕국이기는 한데, 애초에 그 섬들을 일레드 왕국에 양도해야 했던 조약을 강제로 승인하게 만든 곳이 벨로키나 왕국이니, 그렇게 걸고넘어지면 벨로키나 왕국은 쿠샤 왕국에게 론 항구를 돌려줘야 할 판이다.

전쟁 없이는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고, 먼저 전쟁을 일으키기는 어려운 상황.

그래서 전단(戰端)을 만든 것이다.

이게 얼마나 치밀한가 하면, 외날의 라프나가 그 시작이다.

어쩐지 그놈이 안 잡히고 잘 큰다 싶더니, 언제부터인가 그놈의 근거지가 케르빈 제도이며, 케르빈 제도에 수많은 해적들의 본거지가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스코타 후작의 상선이 라프나에게 공격을 당했고(실제로 그런지는 모른다) 이에 화가 난 스코타 후작은 벨로키나 왕국의 해적 토벌을 제안하기에 이른다.

알다시피 벨로키나 왕국은 아무리 고위 귀족이라도 해군력을 보유할 수 없다.

그러니 스코타 후작도 개인적으로 라프나를 상대할 수는 없어서 왕국의 군사력을 동원해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하는 것이다.

그렇게 미리 준비된 쿠샤 왕국과 벨로키나 왕국의 연합이 이루어지고, 라프나를 때려잡기는 개뿔, 소문난 그놈의 근거지인 케르빈 제도를 토벌하겠다고 자연스럽게 방향을 바꾼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

일단 케르빈 제도는 명백하게 일레드 왕국의 영토다.

거기에 두 나라의 해군을 들이밀겠다는 말은, 침략이라는 말과 다를 게 없다.

그래서 해군으로는 일레드 왕국의 해군을 견제만 하고, 의용함대라는 것을 편성해서 해적 토벌을 지시한 것이다.

일레드 왕국 해군이 의용함대를 공격하면 아마 가장 좋은 케이스가 되겠지.

하지만 일레드 왕국 놈들도 바보가 아니라서 정규군이 아니라 해적 연합이라는 기묘한 중립적(?) 단체를 만들어 우리를 요격했다.

대충 보아하니 그냥 만들어 낸 소문이 아니라 진짜 일레드 왕국이 해적들 중 일부를 사략함대처럼 운용한 것은 맞는 모양이다.

하지만 그냥 당할 스코타 후작이 아니지.

일부러 우리에게 전투에 필요한 물자를 지원한 것은 물론 개장, 개조까지 지원한 것이다.

우리가 패배해서 전멸하면, 복수, 아니지, 거창하게 무슨 복수까지 가겠나?

자기가 투자한 장비와 선박을 회수하겠다며 개입할 심산이 아닐까?

그건 상대가 해적이건 해군이건 상관없는 일이니 말이다.

여기까지 진행되면 사실 벨로키나 왕국은 자신들의 의도대로 전단이 만들어진 것이나 다름없다.

최강의 해상 국가라는 일레드 왕국의 자존심이 있지, 어떻게 다른 나라 군함이 자국 영토를 활개 치며 멋대로 상륙하는 것을 보겠는가?

해군의 충돌은 확실하고, 그렇게 전쟁이 일어나면 그 뒤는 뭐, 어떻게든 되겠지.

그렇다면 용도를 다한 의용 2함대는?

사실상 살아남건 전멸하건 대전략에서 큰 차이는 없다.

이미 패배한 시점에서 정규군이 맞붙는 전투에서 활약할 정도로 전투력이 남지 않으니 말이다.

그런데 계약금이 고작 10%, 잔금이 90%인 상황이니까 이왕이면 용도를 다한 의용 2함대는 전멸하는 쪽이 그들에게는 더욱 이득이겠지.

심지어 스코타 후작이 개인적으로 이행하기에 불편한 약속까지 남발했다면야.

“미친 소리군.”

내 추측을 다 들은 알센더트는 피식 웃으며 한 마디로 축약했다.

이렇게 이야기해도 이해를 못 한다면 나도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그럼 전 이만. 술은 잘 마시겠습니다.”

내가 자리에서 일어서서 문고리에 손을 잡는 순간 묵직한 알센더트의 말이 내 뒷덜미를 낚아챘다.

“미친 소리이기는 한데, 너무 그럴듯해서 깜짝 놀랐어. 그래서 자네는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제가 정치에 별로 관심이 없기는 합니다만, 후작 각하께서 승승장구하면 배가 아파하는 사람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발레리아 백작의 론 항구에서도 상당수의 해군이 출발했네.”

“가끔은 싫어도 해야 하는 일이 있지 않겠습니까?”

“자네가 스코타 후작의 정보원 정도인 줄 알았는데.”

“정보원은 아니지만 스코타 후작 각하를 모시고 있죠. 저는 딱히 오늘 한 이야기가 후작 각하께 나쁜 이야기인지는 모르겠군요.”

“흐흐흐흐, 알겠네. 조심히 가게.”

***

지친 발걸음을 놀려 오트라스와 피오렐의 소속 인원이 머무는 거주지 근처에 도착하니, 입구에 불을 밝힌 채 서성이는 몇 사람이 보였다.

그리고 이내 나를 발견한 한 사람이 소리를 질렀다.

“아아앗! 선장니이임!”

목소리를 들어보니 우르타 녀석이다.

뒤이어 사람들이 일제히 나를 바라보며 뛰어왔다.

아인델프, 네이선, 우르타, 오펜.

“뭐 한다고 다들 이렇게 나와 있어?”

“다른 선장들보다 조금 늦으셔서 걱정했습니다.”

팔에 붕대를 감은 아인델프가 대표로 대답했다.

“팔은 어때?”

“닥터 롱베르의 말로는 뼈에 금이 간 것 같다고 합니다. 이대로 한 달쯤은 있어야 한다는군요.”

“그만하길 다행이야. 무전기는 여전히 안되나?”

“…죄송합니다.”

“아니야, 그런 물건보다는 사람 목숨이 중요하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속은 꽤나 쓰렸다.

전쟁과 전투에서 빠르고 정확한 통신 수단이 얼마나 강력한지 이제 막 실감하던 참인데, 최강의 패를 더 이상 못 쓰게 되다니.

알다시피 무전기 한 개로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일단 들어가시죠, 여기는 보는 눈이 좀 많네요.”

네이선의 말에 우리는 입을 다문 채 발걸음을 옮겼다.

선장실을 쓰지는 못해도 나름 선장이라고 혼자 쓸 천막 하나를 받았다.

다섯 사람이 들어가기에도 비좁은 느낌이었지만, 여튼 그렇다.

“왜? 무슨 일이야? 다들 표정이 왜 그래?”

“혹시 회의에서 다른 이야기는 듣지 못하셨습니까?”

“어?!”

에이씨, 걸리는 게 한두 개여야지.

하지만 아무리 친하고 믿는 사이라도 해야 할 말이 있고 하지 말아야 할 말이 있는 거다.

딱히 못 할 말은 아니지만, 굳이 할 말은 아니라고나 할까?

하지만 내가 먼저 말을 꺼낼 필요는 없었다.

네이선이 아주 심각한 표정으로 먼저 말을 꺼내주었기 때문이었다.

“아인델프 선장이 이상한 말을 했는데, 아무래도 우리가 아는 것 같아.”

“그게 무슨 말이야? 좀 자세하게 말해봐.”

“그 있잖아! 터지는 포탄! 그걸 봤다고 했어!”

“…….”

터지는 포탄이 뭐야.

너희가 언제 그런 걸…?!?!

“……테일러!”

“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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