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9화. 그래서 누가 맡을 건데?
겨우 살아서 도망치던 두 척의 해적선은 전방에서 다가오는 다수의 함선을 보고 처음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지도 모른다.
다가오는 함대가 당연히 자기들의 본대라고 생각했을 테니까.
“전방에 5척, 아군 함대입니다!”
하지만 그들을 맞이한 것은 멀쩡한 아군의 본대였다.
“우리 함대의 조함술이 좋은 걸까, 뒤쫓는 놈들이 바보 천치인 걸까?”
“글쎄요?”
그레이그가 어색하게 웃었다.
본대의 뒤로 대열도 없이 허겁지겁 뒤를 쫓고 있는 해적들의 본대가 보였다.
그런데 말이 안 되잖아.
우리가 전투를 끝내는 동안 도망치는 5척을 상대로 11척이 주구장창 쫓아다니고만 있다고?
심지어 일직선으로 달린 것도 아니고 선회해서 제자리로 돌아오고 있는 함대를?
물론 추격이라는 것이 지루하고 쫓는 쪽이 더 힘들기는 하다.
그렇지만 그동안 어미 따라다니는 오리새끼마냥 그냥 따라만 다니는 게 더 힘들지 않았을까?
우리가 황당해하는 만큼 쫓기던 해적선들도 당황했을 것이다.
남동쪽은 우리가, 서쪽은 아군 본대가 있고 남쪽은 섬이 틀어막고 있으니, 포위를 당하지 않기 위해 북쪽으로 선수를 돌리는 것이 보였다.
아쉽지만 추격은 여기까지였다.
놈들을 추격하는 것 보다 쫓기는 아군을 구하는 것이 먼저였으니까.
“2번 함에서 신호! 2번 함 기준으로 2, 12, 11, 4, 7, 6번 함 순서로 정렬! 포격 대형!”
“조금 더 가서 선회하지. 좌현 포격 준비.”
우리에게 쫓기던 두 척은 더 이상 전투에 참전할 의사가 없어 보이니 본대가 합류하면 아군과 적의 수가 11:11로 같았다.
이제 제대로 붙어….
“적이 침로를 바꾸고 있습니다.”
“음?”
망원경을 들어서 보니 그레이그의 말대로 선수를 북쪽으로 돌리고 있는 해적 함대가 보였다.
하긴, 더 많은 수의 선박을 동원하고도 몇 번이나 깨졌는데 같은 수로 싸우기는 싫겠지.
다행스럽게도 섬에 남겨둔 인원들을 구할 수 있을 것 같다.
***
본대가 합류한 후에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잠시 대형을 유지하던 우리는 적이 완전히 사라진 후에야 뱃머리를 돌렸다.
먼저 백기를 올린 채 낙오되었던 9번 함이 있던 곳을 향했다.
해적과 우리가 모두 사라지자 백기를 내리고 긴급 수리를 하고 있던 9번 함은 우리가 나타나자 함성을 지르며 함대에 합류했다.
다시 12척이 된 우리가 6번 함이 수색하던 섬 근처에 도착했을 때, 기함 리에나에서 선장들을 호출하는 명령이 내려왔다.
해적들이 물러나기는 했지만 안심하고 배들을 모두 세울 수는 없으니, 천천히 기동하며 선장들만 모아서 회의를 진행하려는 것 같았다.
나는 그레이그에게 배를 맡기고 단정으로 리에나를 향했다.
“리에나에 승함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줄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자 내 손을 잡아준 아저씨가 험상궂은 미소(?)를 지으며 환영의 인사를 건넸다.
“오트라스의 선장, 리안이오.”
“이 친구를 따라가십시오. 선장실로 안내할 겁니다. 저는 다른 분들을 맞이해야 해서.”
“고맙소.”
보아하니 리에나의 갑판장쯤 되는 사람인 모양이다.
일등항해사라는 사람은 오가며 몇 번 본 적이 있으니 말이다.
안내를 맡은 선원을 따라 선장실로 들어가니 절반이 넘게 모여 있는 함장들이 보였다.
“이번 전투의 최고 공로자가 오셨군.”
상석에 앉아있던 리에나의 슐리번 함장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나를 환영했다.
모두의 시선이 쏠리는 것이 느껴졌다.
“별말씀을요. 모두가 최선을 다한 결과 아니겠습니까?”
겸양의 말이 아니라 진심이었다.
만약 다섯 척의 본대가 열한 척이나 되는 해적선을 끌고 가지 않았다면 우리 쪽의 승패를 가늠하기 어려웠겠지.
그리고 4번 함이 갤리선을 합공하자는 내 부탁을 거절했다면 고작 40명 남짓한 오트라스의 인원으로는 백병전을 걸 엄두도 내지 못했을 테니 말이다.
“정식으로 인사하지. 칼리일라의 함장, 콕스라고 하오.”
민망함에 머리를 긁으며 빈자리에 앉는데, 옆에 앉아있던 반백의 머리를 가진 아저씨가 불쑥 손을 내밀었다.
머리가 빨리 세기는 했지만 체격도 그렇고 50대 초반 정도로 보인다.
“반갑습니다, 콕스 함장님. 그런데 칼리일라라면….”
“그래, 이번에 2번 함을 맡고 있지.”
“아, 그게….”
분함대의 기함은 2번 함인 칼리일라였고, 기함의 지시도 없이 내 독단으로 4번 함과 함께 갤리선을 공격한 것은 명백한 월권행위였다.
그가 만약 분노해서 욕을 퍼붓고 처벌을 요구한다고 해도 나는 할 말이 없는 셈이다.
그래서 일단 사과를 하려는데 콕스가 먼저 선수를 쳤다.
“미안하다는 말을 할 생각이라면 관두시오. 물론 처음에는 나도 열불이 났소. 아무리 느슨하게 얽힌 관계라지만 명백히 칼리일라가 기함인데 명령도 없이, 그것도 다른 함선까지 끌어들여 일을 벌였으니.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덕에 전투에서 이겼으니 불문에 부치기로 했소.”
어휴, 다행이다.
“제독, 그렇게 해도 됩니까?”
말을 마친 콕스가 슐리번을 보며 동의를 구하자 슐리번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이미 이야기를 끝내놓고 물어보는 건 뭔가. 콕스 자네가 그렇게 하기로 했다면 나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네.”
다른 함장들 역시 반대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대충 분위기가 마무리되자 아직 비어있는 자리를 확인하고는 슐리번을 향해 가볍게 물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다 모인 후에 하시겠지만 도대체 어떻게 추격을 계속 따돌리셨던 겁니까? 보아하니 본대와 함께했던 선박들은 아주 깨끗하던데요.”
“아무리 해적선이 빠르다고 하지만, 식료품은 물론 포탄까지 다 내다 버린 우리보다 빠르기는 쉽지 않지. 갤리선들이 어떻게든 우리를 잡으려고 몇 번 시도했지만 남겨둔 포탄으로 선미포를 몇 번 날려주니 꽤나 소극적으로 변하더군. 몇 발 없던 포탄도 다 떨어진 판이라 다시 전투가 벌어지면 난감할 판이었는데 다행이야.”
포탄을 다 버렸다고?
도 아니면 모, 전부 아니면 전무, 뭐 이런 전략이야?
용병함들이 해적들보다 확실히 우세한 것이 화력인데, 화력을 완전히 포기했다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기다리니 선장들이 모두 모였다.
“6번 함을 구할 시간만 끌 생각이었는데 다들 잘해주어서 적을 격퇴했소. 아니, 이쪽은 함선을 전혀 잃지 않았으니 격퇴라기보다 승리라고 해야겠군. 마음 같아서는 이 기세를 몰아 놈들의 본거지까지 알아내서 공격하고 싶지만… 물자가 너무 부족하군. 나는 이만 철수했으면 하는데.”
나는 조용히 손을 들었다.
“음, 리안 선장? 할 말이 있나?”
“네, 제독. 철수하자는 제독의 의견은 지당합니다. 하지만 제 부하들이 다른 섬에 남아있으니 그들을 수습할 시간은 주셨으면 합니다.”
“아, 아, 깜빡했군. 물론 그들을 데리고 가야겠지. 우리 함대는 천천히 그쪽으로 향할 테니 리안 선장은 먼저 이동해서 부하들을 챙기시오.”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제독.”
내가 살짝 고개를 숙이자 인사를 받은 슐리번은 다른 사람들을 둘러보니 결론을 내렸다.
“다른 의견은 없는 것 같군. 그럼 이만 해산하도록 하겠소.”
***
함대에서 이탈해 수색하던 섬에 다가가니 해안에 모여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나도 가슴을 졸였지만 남아있던 사람들만 할까.
이미 우리 함대가 눈에 보일 때부터 어느 정도 안심은 했겠지만 그래도 다들 손을 흔들고 난리다.
얼마나 급했는지 벌써 남겨두었던 단정을 타는 녀석들도 있었다.
한 2km는 될 것 같은데 그 거리를 단정으로 노를 저어서 올 셈인가?
나는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고는 그레이그에게 말했다.
“조금 빨리 가지. 지금쯤 다들 배도 고플 거야.”
“알겠습니다, 선장님.”
그레이그 역시 웃음을 참지 못하고 계속 피식거렸다.
“이등항해사는 갑판장에게 단정 준비시키라고 해. 빨리 데리고 와야지.”
“네, 선장님!”
오늘 아침까지 정박하고 있던 곳 근처에 닻을 내리고 다시 릴레이 수송을 시작했다.
그사이에 다가온 함대는 천천히 움직이며 혹시 모를 적들을 경계했다.
그 와중에 두 척씩 붙어서 뭔가를 옮기는 것을 보니 포탄과 식료품을 재분배하는 모양이다.
“어휴, 살아서 못 보게 되는 줄 알았습니다, 선장님.”
“고생했어. 큰 문제는 없었지?”
“네, 산 중턱에 놈들의 흔적을 발견하기는 했습니다만, 이제 별 의미 없겠지요?”
“그렇지, 뭐.”
마지막으로 건너온 행크의 노고를 치하한 뒤 레건에게 손을 내밀었다.
“용병대장도 고생 많았어.”
“선장이 우리를 버렸다는 헛소리를 하는 미친놈들은 내가 다 조져놨수다. 당연히 돌아올 줄 알았거든.”
“믿어줘서 고맙다고 해야 하나?”
내가 굳게 잡았던 손을 놓고 장난스럽게 웃자 레건이 더 크게 웃었다.
“크하하하, 고맙다고 말로만 하지 말고 수당이나 좀 올려주쇼.”
“그건 이미 충분한 것 같군.”
나는 뒤로 돌아 웅성거리는 복귀자들을 향해 소리쳤다.
“다들 고생했어! 배도 고플 것 같은데, 지금 바로 식사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했으니 조리장에게 가서 배식부터 받으라고.”
“휘이익! 역시 선장님이구만!”
“안 그래도 배고파서 죽는 줄 알았소!”
“와하하하하!”
***
전초 기지에 복귀한 우리는 바로 오늘 있었던 일을 보고했고, 다음날부터 대대적인 수색을 들어갔다.
그리고 8일이 지났을 때는 해적들의 본거지와 남은 숫자까지 완벽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아주 천혜의 요새란 말이지. 공략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군.”
알센더트의 말대로 해적들이 자리 잡은 곳은 해상에서 공격하기가 영 까다로운 곳이었다.
본거지가 있는 커다란 섬은 다수의 선박이 정박할만한 곳은 해적들의 선착장이 있는 곳이 유일했고, 선착장을 가리고 있는 작은 섬은 이미 포대가 만들어져 있었다.
선착장을 공격하려면 포대가 있는 섬부터 제압해야 하는데, 포대가 없어도 큰 배는 접근하기 까다로운 섬이라 제압할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게다가 선착장에 대기 중인 해적선 14척 중 일부가 수시로 섬 주변을 돌며 경계하니 접근 자체가 어려워 약점을 찾아볼 수도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해적선들이 더 이상 멀리 나오려고 하지 않아 공격당할 위험 자체가 없어졌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바로 그 부분이 또 다른 큰 문제이기도 했다.
섬을 공격하기가 어렵다 보니 위험하다는 반대의견에도 불구하고 알센더트가 서너 척의 소규모 분함대를 보내서 도발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해적들은 자신들의 1/3도 안 되는 소함대를 보고도 꼼짝하지 않았다.
공격은 어렵고, 적을 꾀어내지도 못하니 회의 시간마다 답답한 한숨만 쌓여갔다.
해적의 근거지 주변을 그린 지도를 보며 함장들의 쓸데없는 이야기를 듣던 나는 고민을 거듭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섬 자체를 공격하는 것은 무리였다.
해안포대의 위력은 우리도 잘 알고 있지만, 우리가 만들어 둔 것처럼 위장을 한 것도 아니고 당당하게 모습들 드러낸 포대였다.
우리가 급조한 임시 포대보다 더 강력하면 강력했지 약하지는 않을 거다.
“우리가 부수고 나포한 해적선도 꽤 되고 도망간 녀석도 많은 것 같소. 이만하면 임무 완수라고 봐도 되는 것 아니오?”
한 함장이 답답했는지 그만 돌아가자는 뉘앙스의 말을 꺼냈다.
갑자기 장내가 조용해지며 비난의 눈길이 쏟아진다.
“아, 답답해서 해본 말이요, 그냥.”
이번 전쟁의 목표는 해적선 몇 척을 없애는 것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해적의 근거지를 파괴하는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해적선을 파괴한 것이지, 해적선 자체가 목표는 아니었다는 말이다.
“일단 지원을 요청하러 떠난 수송선단이 도착해야 새로운 전략을 구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가 입을 열자 사람들의 시선이 몰려들었다.
그리고 그중에는 어딘지 못마땅한 표정의 알센더트의 시선도 있었다.
아마 지금 알센더트는 내 입을 막아버리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최근 들어 내가 의견을 개진하는 것을 계속 막아왔던 알센더트도 결국 나를 제지하지 못했다.
당장 방법이 전혀 없으니 내 이야기라도 들어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수송선단을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기다릴 수는 없습니다.”
“당연하지.”
“그런 당연한 말 말고 제대로 된 이야기를 해보쇼.”
“그따위 이야기나 할 거면 그만 닥치던가.”
아오, 저 대머리 새끼.
나는 이마에 혈관이 치솟으려는 것을 겨우 참으며 말을 이었다.
“먼저 기지를 이전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아시겠지만 현재 위치는 해적들의 본거지와 너무 멀어서 압박 및 감시를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빠르게 대응하기도 어렵고요. 다행히 아직 남은 포로들이 있으니 기지를 새로 만드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그럼 기지를 어디에 만들자는 거요?”
“여기, 이 섬이 괜찮아 보이더군요.”
내가 지도에서 손가락으로 찍은 곳은 해적들의 본거지에서 약 50km쯤 떨어진 곳의 작은 섬이었다.
“이 섬은 너무 작은데?”
“이왕이면 그 옆에 좀 큰 섬이 낫지 않나?”
“리안 선장, 제대로 본 것 맞소?”
나는 손을 들어 다른 주의를 집중시킨 뒤 말했다.
“제가 확인한 바로는 수원지도 있고 배를 정박시키기에 좋은 지역까지 있는 섬입니다. 굳이 큰 섬을 고집하는 이유가 뭡니까? 섬이 커 봤자 방어하기만 까다로울 뿐이죠.”
“흐음, 듣고 보니 그렇기는 한데.”
“그렇지. 여기는 포대를 만들 만한 곳도 없으니 말이야.”
“잠깐. 모두 조용.”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알센더트가 입을 열었다.
“리안 선장, 그게 끝인가? 적의 근거지 근처로 옮겨서 놈들을 계속 구경하자고? 그런다고 뭐가 달라지나? 그래, 자네 말대로 놈들을 감시하는 것이 편해지기는 하겠지. 그런데 지금 그런 이야기를 하자고 모인 것이 아니지 않나?”
어떻게든 트집을 잡으려고 안달이 났군.
갈수록 피곤해지는 스타일이야.
“거리가 가까워졌으니 적을 감시하는데 굳이 전체 함대가 달려들 필요가 없을 겁니다. 교대로 감시한다고 해도 20척이면 충분할 테니까요.”
“…계속하지.”
“한 척은 지금의 전초 기지를 왔다 갔다 하며 관리할 필요가 있을 겁니다. 그냥 방치하기에는 위험하기도 하고 아까우니 말이죠. 그리고 나머지 함선으로는 다른 섬들의 수색 및 소개 작업을 계속해야 합니다.”
“굳이? 근거지의 해적들만 없애면 끝나는 일인데?”
“다들 예상하시겠지만 계속된 패전으로 상당한 수의 해적선들이 복귀하지 않거나 흩어졌을 겁니다. 만약 그 수가 상당히 많고 모종의 이유로 그들이 뭉쳐서 일을 벌인다면 오히려 우리가 위험해질 수도 있습니다.”
“으음….”
여전히 못마땅한 표정의 알센더트에게 다시 한번 말했다.
“제독, 어차피 지금 상태로는 할 수 있는 것도 없지 않습니까? 차라리 화근이 될 수도 있는 것을 미리 제거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다들 고개를 끄덕거리는 것이 내 말에 동의는 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표정들이 영….
불편한 침묵이 이어지던 중 결국 한 함장이 입을 열었다.
“그런데 누가 그 귀찮고 위험한 일을 한다는 거요? 대충 이야기를 들어보니 지금처럼 팔자 좋게 며칠 나갔다 와서 교대하는 수준은 아닐 것 같은데.”
당연한 말이다.
며칠 돌다가 다시 기지로 돌아오는 식으로 일을 했다가는 몇 년이 지나도 케르빈 제도의 모든 섬을 돌아보지 못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