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2화. 되찾은 이름과 빌린 이름값
한바탕 소란이 지나가고 겨우 네이선을 진정시킨 뒤 나는 노인에게 물었다.
“…에른스트라, 그리 흔한 이름은 아니군. 내게 할 말이 있다고?”
“크흠, 네, 제독. 예상하셨겠지만 이 섬에 남은 사람은 힘없는 노인과 여자, 그리고 아이들 뿐입니다. 자비를 구걸하기 위해서 왔습니다.”
“당신이 해적질을 했을 때, 상대가 여자나 아이들이라고 자비를 베푼 적이 있나?”
“허허허….”
당연히 없겠지.
나는 의미를 알 수 없는 웃음을 흘리는 노인을 노려보았다.
“뻔뻔한 소리 하지 말고 하고 싶은 말을 해.”
내 말이 끝났음에도 노인은 가만히 나를 바라만 보았다.
“이봐, 늙은이! 선장님이 물어보시잖아! 귀가 먹었나?!”
결국 참다못한 돌격대원 하나가 재촉을 하자 그제서야 고개를 몇 번 끄덕인 노인이 입을 열었다.
“보아하니 용병함대는 아니고 상선단인 것 같은데, 선원들 실력이 좋아 보입니다. 어차피 손바닥만 한 섬에서 도망갈 곳도 없으니 제독이 원한다면 우리는 모두 죽을 수밖에 없습죠. 하지만 저항도 못 하는 이들을 굳이 죽여야만 하겠습니까?”
“혓바닥이 길군. 해적질을 하다가 늙은 놈들, 그 해적과 배를 맞춘 년들, 그리고 더 자라면 해적이 될 놈들이다. 내가 너희들의 씨를 말리지 말아야 할 이유가 있나?”
말이라는 것이 ‘아’ 다르고 ‘어’ 다른 거다.
원래 여자와 노약자를 무분별하게 죽이는 것을 막기 위해서 내가 직접 온 것이지만, 이렇게 대놓고 ‘굳이 우리까지 죽일 필요 있나? 그냥 살려줘.’라고 말하니 기분이 좋을 리가 있나.
절대로 저 노인네의 이름이 갑판장님과 같아서 화가 난 게 아니다.
“늙은이들이야 더 이상 삶에 미련도 없고 몇 명 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여자들과 아이들은 살려줄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
“여자들이야 뭐, 좋은 꼴을 당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섬에 남은 아이들은 가장 나이가 많은 녀석도 고작 12살에 불과합니다. 이제 이 섬에 해적선도 없으니 그 아이들도 해적이 아니라 다른 삶을 살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무슨 말을 이렇게 잘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애써 외면하고 있던 사실을 노인이 직접적으로 들추자 화가 조금 가라앉았다.
해적 중에 여자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굉장히 희귀했다.
이 이야기는 이전에 몇 번 했으니 굳이 언급하지 않겠지만, 기본적으로 여자가 배에 타는 것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섬에 있는 여자들은 어떤 이들일까?
내 생각에 두 부류밖에 없다.
납치되어 온 여자이거나, 그 여자와 해적 사이에 태어난 딸들.
납치된 사람은 납치되었기에 불쌍하고, 그 딸들은 그들의 세상에서 선택할 수 있는 남자가 해적밖에 없었기에 안타깝다.
마찬가지로 남자아이들 역시 노인의 말이 옳았다.
원래는 섬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이라고 해봐야 ‘해적’과 ‘해적 일당’밖에 없었던 아이들.
하지만 해적선은 이제 없고, 이 아이들은 이 섬에서 평생을 굶주림과 싸우다 죽을 운명이다.
작고 볼품없는 밭 약간에서 얻을 수 있는 식량은 뻔하고, 그나마 있는 조잡한 어선은 운용할만한 인원도 없을 테니까.
“마을은 불태울 거야.”
“…꼭 그래야 합니까?”
“내가 태우지 않아도 잠시 미뤄질 뿐이니까. 사람들은… 보고 나서 결정하지. 모두 데리고 와. 쓸데없는 짓은 하지 말고.”
“아직 답을 주지 않으셨습니다.”
콰악!
나는 노인의 뒷머리를 움켜쥐고 내 코앞으로 당겼다.
처음으로 그 얼굴에서 웃음기가 완전히 사라졌다.
“더 이상 건방 떨지 마. 왜 당신이 나와 동등한 입장에서 협상이 가능한 것처럼 행동하는 거지? 지금 당장 당신 목을 따버리고 애들을 시켜도 저녁을 먹기 전에 다 찾을 수 있어. 단지 그게 귀찮을 뿐이라고. 알아들었어?”
내가 잡았던 그의 머리를 거칠게 밀치자 힘없이 두어 걸음 물러서던 노인이 바닥에 넘어졌다.
지금 보니 한쪽 발목이 미묘하게 비틀어진 것이, 장애가 있어 보였다.
“해적질은 언제 그만뒀지?”
“…대충 20년은 된 것 같소.”
말투가 바뀌었다.
더 이상 연기할 필요가 없다는 건가.
“오래전에 관뒀는데도 용케 지금까지 해적 놈들 사이에서 살아남았군.”
일찌감치 해적질을 관뒀으니 지금까지 살아있구나 싶으면서도 20년 동안 해적질도 안 한 늙은 퇴물이 어떻게 무식한 해적 놈들 사이에서 살아남았나 싶기도 하다.
해적들이 노인공경을 하거나 선배예우를 해주거나 하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지금이야 잊혀진 이름이지만, 내가 현역으로 활동할 때만 해도 ‘에른스트’라면 해적들 사이에서 꽤나 유명했소.”
“…당신, 붉은모래 해적단 출신이야?”
신음 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서던 노인의 표정이 놀라움과 호기심으로 물들었다.
“그걸 어떻게 아시오? 보아하니 그때 일을 기억하기에는 너무 젊은 것 같은데.”
둘 중의 하나로군.
갑판장님이 이름을 속였거나, 저놈이 갑판장님을 사칭하고 살았거나.
당연히 후자겠지.
“혹시나 했더니. 진짜 이름이 뭐야? 농담이라도 한 번만 더 에른스트라고 했다가는 가만두지 않을 거야.”
내 말에 어깨를 으쓱거린 노인이 죽일 테면 죽이라는 태도로 말했다.
“내 이름은 에른스트가 맞소. 그런데 그 유명한 에른스트 덕에 엣티라는 웃기는 이름으로 불린 적이 있었지. 혹시라도 에른스트가 부모의 원수쯤 된다면 나에게 욕할 것 없소. 아마 제독의 원수는 다른 에른스트일 테니까.”
“그와 친했나?”
내 말에 노인은 의문에 찬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마음을 정한 듯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후우, 진짜로 뭔가 있는 모양이군. 솔직하게 말하자면 관계가 썩 나쁘지는 않았소. 그는 이름이 같은 나를 꽤나 챙겨주었고, 그저 선원에 불과했던 나로서는 갑판장, 그것도 꽤나 잘나가는 갑판장과의 친분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으니까. 그 이유로 죽어야 한다면 내 담담히 죽겠소. 그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그의 이름값으로 20년을 넘게 편하게 살았는데 이제 와서 그를 부정하기는 싫소.”
“일단 마을 사람들 다 불러와. 이야기는 그 후에 하지.”
노인과의 대화를 마친 나는 혼란스러운 눈빛을 하고 있는 네이선을 불렀다.
“갑판장, 이자에게 애들 서너 명 붙여서 보내. 그리고 용병대장과 상의해서 최소한의 경계만 세우고 나머지는 쉬게 해.”
“아, 알겠습니다.”
***
선장실로 들어가는데 우르타가 나를 졸졸 쫓아왔다.
“괜찮아? 응? 괜찮아?”
“뭐가?”
“아니, 그게 아까부터 기분이 안 좋아 보여서.”
“아니야, 그냥 마을 사람들을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 중이야.”
“다 죽일 건 아니지?”
나는 우르타의 머리를 쥐어박으며 대답했다.
“내가 무슨 살인마냐, 엄한 여자와 애들을 죽이게?”
“아얏! 왜 자꾸 내 머리를 때리는 거야! 너도! 네이선도!”
네이선이 선장의 머리를 때릴 수도 없고, 내가 네이선의 머리를 맞출 수 있을 리도 없잖냐.
만만한 네가 희생해야지 어쩌겠어?
잠시 우르타와 투닥거리고 있으니 반쯤 열린 문이 마저 열리며 네이선이 들어왔다.
“둘이서 뭐해?”
“헛소리하길래 쥐어박고 있었어. 일은 다 처리 했어?”
“응. 그런데 어떻게 하려고? 보아하니 갑판장님이랑 아는 사이 같은데.”
“끄응, 그러게 말이다. 처음부터 마을에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해보지 않아서 말이야.”
해적들도 일단 인간이니까 최소한 자기 가족은 보호할 줄 알았지.
실제로 해적들이 최후의 저항을 펼치는 섬에는 상당수의 여자와 아이들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런데 이 섬은 해적들의 집결지와 우리가 진입한 곳과 자신들의 집결지와는 조금 동떨어져 있어서 그런가, 여기까지 우리가 오리라고는 해적 놈들이 생각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러니 사람을 남겨놓고 떠났겠지.
단순하게 해적들의 가족이라고 해도 처리가 골치 아플 판인데, 촌장이라고 나타난 노인네가 하필이면 죽은 우리 노인네랑 인연이 있는 것 같다 보니 결정을 내리기가 더 어렵다.
다 죽인다는 것은 말이 안 되고, 그렇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모르는 척 지나가기에는 보는 눈이 너무 많다.
“일단 마을은 확실히 불태워야 해. 그건 피할 수 없어.”
오트라스와 피오렐의 인원만 해도 불안한데 드라이언까지 있다.
피오렐과 드라이언은 주변을 돌며 경계를 하고 있다지만, 그렇다고 이 섬의 상황이 전혀 안 보이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만약 마을이 불타지 않으면 무슨 소문이 돌고, 어떤 말이 알센더트나 바냐도르에게 들어갈지 짐작도 못 하겠다.
“이런 말은 좀 그렇지만, 리안. 건물이 모두 불타면 사람들을 살려줘도 오래 살지 못할걸?”
네이선의 조심스러운 말에 나는 또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사람이 살 수 있는 건물을 짓는다는 것은 상당한 기술과 품이 들어가는 일이다.
내가 식량을 남겨준다고 한들, 여자와 아이들의 손으로 겨울이 오기 전에 추위를 피할 건물이나 지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냥 우리가 데리고 가면 안 될까?”
우르타의 의견이었다.
나 역시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닌데, 한두 명도 아니고 최소한 수십 명의 여자와 아이들을 무슨 재주로 숨기겠나.
심지어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이번 전쟁이 끝날 때까지다.
야속한 시간은 쉬지 않고 흘러갔고, 어느 순간 밖이 소란스러워지더니 선원이 찾아와서 마을 주민들이 도착했다고 알려왔다.
“휴우, 어쩔 수 없지. 안 되는 건 그냥 그들의 운명에 맡겨야지 어쩌겠어. 내가 무슨 신도 아니고 하고 싶은 걸 다 마음대로 할 수는 없는 거야.”
“으응….”
“그래, 안 되는 건 어쩔 수 없지.”
우르타와 네이선 역시 말로는 수긍했지만, 표정은 영 시원치 않았다.
***
밖으로 나오니 대충 20여 명의 여자들과 비슷한 수의 꼬마들, 일곱 명의 노인이 보였다.
노인 중에 남자는 고작 둘, 에른스트라는 촌장과 그보다 더 늙어 보이는, 정말 지금 당장 숨이 끊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늙은 노인 한 명뿐이었다.
“제기랄, 생각보다 더 안 좋은데.”
나도 모르게 혼잣말을 중얼거린 나는 마을 여자들 중 그나마 반반한 여자들을 상대로 음탕한 농담을 지껄이는 용병들 사이에 있는 레건을 불렀다.
“애꾸! 이리 와봐.”
짜증이 나서일까, 의도치 않게 뾰족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아, 애꾸 아니라니까 진짜….”
애꾸라는 말에 레건을 손가락질하며 비웃던 용병의 손가락을 꺾어버리고는 건들거리며 내게 다가온 레건이 삐딱하게 서서 물었다.
“왜 부르슈?”
“내가 아직 못 살펴봤는데, 징발한 품목 중에 음식은 좀 되나?”
“뭐, 많지는 않수다. 마을에 닭이랑 오리는 몇 마리 있던데, 그건 그냥 내버려 두라고 했수. 설마 데려가서 키울 건 아니잖소?”
슬슬 눈을 피하는 꼴을 보니 무슨 생각인지 뻔히 보인다.
“벌써 잡아먹은 건 아니고?”
“어, 그게, 으흠. 적당히 챙길 건 챙기라고 하셨잖수….”
“먹었어?”
“잡아 놓기는 했는데 아직….”
“쯧, 다 가지고 와. 이왕 이렇게 된 거 여기서 하루쯤 쉬어서 가지 뭐. 저녁에 다 같이 구워 먹자고.”
“어? 진짜요?”
“마을에 술도 있었지? 적당히 술도 풀어줄 테니까 준비시켜.”
내 말에 반색한 레건이 대답도 없이 신이 나서 용병들에게 달려갔다.
“우르타, 선교로 가서 피오렐과 드라이언도 기항하라고 신호 보내라고 해.”
“어? 그러면 경계는 어떻게 해? 요?”
“저쪽 언덕에 경계병만 세워도 충분할 거야. 어차피 곧 밤이고, 밤에 다짜고짜 자기네 본거지를 공격하는 미친놈은 없을 테니까.”
어느 사회나 일하라는 명령은 직접 내 귀에 들어와야 일을 시작하지만, 놀자는 이야기는 굳이 직접 이야기하지 않아도 밑에서 알아서 준비하는 법이다.
어느새 피오렐과 드라이언이 입항하고, 파티 준비에 한창인데 네이선이 다가왔다.
“아이들은 큰 집에 몰아넣었고, 여자들은 음식 준비 중이야. 다 끝나면 어떻게 해?”
“촌장 불러와.”
“알았어.”
내 앞에 불려온 촌장은 몇 시간 전보다 10년은 늙어 보였다.
아마 모두 죽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하긴, 보통 뱃놈이 해적을 알고 있다면 좋은 인연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얼마나 되겠어?
“솔직하게 물어보지. 혹시 도망가거나 저항할 의지가 있나?”
“여자와 아이들로 말이오? 허허, 재미없는 농담을 하는군.”
“좋아. 혹시 산속에 겨울을 날 수 있는 피난처 같은 건 없어?”
“…없소.”
“있군. 사람은 죽이지 않겠지만 내일 아침에 마을을 불태울 거야. 피난처에 들어가서 여기 해적들이 돌아오거나 해군이 확인하기 전까지는 해안가에 얼씬도 하지 마. 그러면 목숨은 구할 수 있을지도 몰라.”
노인이 힘없이 웃었다.
“허허허, 그게 무슨 의미요? 그리고 피난처라고 해봐야 며칠 먹을 식량밖에 없소. 제독의 말은 손을 더럽히기 싫으니 알아서 굶어 죽으라는 말로 들리는군.”
“네이선.”
“네, 선장.”
“믿을만한 녀석만 뽑아서 이들이 겨울을 날 수 있을 정도의 식량을 빼줘. 다들 파티에 정신없을 때 움직이면 될 거야. 조리장에게는 내가 말할게.”
“알겠습니다.”
노인의 눈이 두 배쯤 커지며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 그게 진심이시오, 제독?”
“갑판장님을 사칭한 것은 괘씸하지만, 그래도 친분이 있었다니까 용서해주겠어. 그리고 만약, 음… 만약 내가 다시 돌아올 수 있다면 다른 곳으로 데리고 가 줄게. 그러니까 전쟁이 끝날 때까지 어떻게든 살아남아.”
“고, 고맙습니다, 제독.”
“갑판장, 포로들을 모두 감금해.”
“네?”
지금까지의 훈훈한 분위기와 달리 갑작스러운 내 명령에 두 사람이 당황스러워했다.
하지만 지금 정신 멀쩡한 눈이 몇 개인데 지금부터 티를 내겠는가?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나도 내 권위가 무너질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하고 벌이는 짓이야. 촌장은 오늘 밤만큼은 주민들 다독여서 문제 생기지 않도록 하고, 갑판장은 우리 계획을 눈치채는 사람이 없도록 행동에 주의해. 우리 말고는 ‘여자와 아이들을 죽이기는 껄끄러워서 마을만 불태우고 가는 거다. 어차피 집과 음식이 없으면 섬에 남은 누구도 살아남지 못할 테니까.’라고 생각해야 해.”
“알겠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아,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아 참, 촌장. 혹시 다른 섬이나 해적 근거지에 대해서 아는 게 있나?”
“발목이 이 모양이 된 이후로 배를 탄 지 오래되어서….”
***
“저, 선장님. 섬에 남은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이등항해사, 여자와 아이들이라고 동정할 필요 없어! 어차피 해적 놈과 붙어먹은 년들, 그리고 그 새끼들 아닌가? 선장님이 워낙 착하니까 목숨을 거두지 않은 거지 다른 사람이었다면 모조리 물고기 밥으로 만들어버렸을걸?”
“아니, 그래도….”
오펜이 울상을 지었고, 그레이그는 그런 오펜을 두고 해적이 얼마나 나쁜 놈인지에 대한 일장 연설을 시작했다.
“어우, 일등항해사. 제발 저쪽으로 가서 이야기하면 안 될까? 자네가 입을 열 때마다 술 냄새가 진동해. 도대체 어제 술을 얼마나 마신 거야?!”
“엇, 죄송합니다, 선장님. 어제 그 돌격대 놈들이 제 칼솜씨를 가지고 하도 놀리는 바람에 조금….”
“아무리 별 위험징후가 없었다지만 일등항해사까지 분위기에 휩쓸리면 어떡해?”
“으하하핫! 걱정 마십시오! 제가 또 성. 실. 한! 우리 이등항해사에게 특별히 주의하라고 이야기를 해 두었었으니까요.”
어쩐지, 어제 오펜 이놈이 자원해서 언덕 경계를 선다고 하더라니.
그레이그, 유능한 친구는 맞는데 참 악덕 상사란 말이지.
내가 선장이라서 참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