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3화. 기습 (1)
에른스트… 촌장의 정보는 꽤 도움이 되었다.
배를 탄 지 오래라서 잘 모른다고 했지만, 20년 가까이 케르빈 제도에서 살아왔으니 사람이 살 수 있는 근처의 섬의 위치 정도는 빠삭했고, 해적들이 오가며 흘린 말도 적지 않았다.
덕분에 닷새에 걸쳐 비어있는 마을 세 곳을 불태울 수 있었다.
“그런데 해적 마을이라고 하지만, 사실 그냥 어촌이랑 별다를 게 없어서 좀 그래.”
내 침대에 앉아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던 우르타가 불쑥 말을 꺼냈다.
그러자 내 앞에서 위스키를 홀짝거리던 네이선이 인상을 구기면서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뭐가 어쨌다는 거야? 여기에 정상적으로 살아가는 인간이 있을 것 같아?”
“조용해, 감성이라고는 리아 발톱의 때만큼도 없는 멍청아!”
따악!
“아얏! 왜 때려! 왜 때려! 나쁜 놈! 힘만 센 멍청이!”
따아악!
“아아악!”
최선을 다해서 맞을 짓을 하는 우르타, 그런 우르타를 때리기 위해 신기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여주는 네이선, 그걸 또 피하겠다고 휘적거리다가 맞으면 또 욕을 하는….
진짜 바보들인가?
“그만들 해라, 정신 사납다.”
“리아아안, 네이선이 자꾸 때려!”
“네가 맞을 소리를 골라서 하잖아?!”
“내가 언제!”
“어휴, 지겨워. 그만 하라니까? 차라리 너희들 방에 가서 투닥거리던가.”
웃기는 게 뭐냐면, 이놈들 둘만 놔두면 그럭저럭 잘 지내는 편이라는 것이다.
내가 있을 때만 꼭 이렇게 싸움질이다.
싸움이라기보다는 일방적인 폭행(?)이지만 뭐….
방으로 돌아가라는 말이 나오자 두 사람이 내 눈치를 보며 슬그머니 서로 떨어진다.
도대체 이 녀석들은 언제 철이 들려나?
어색한 분위기를 수습하려는 듯 네이선이 허공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래도 더 이상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야.”
“어, 그렇지.”
있었는지 없었는지 사실 나는 모른다.
그날 이후로 마을에서 연기 같은 생활 반응을 본 것도 아니고, 오트라스는 한 번도 상륙하지 않았으니까.
아인델프나 베기어가 현장에서 경작된 밭 같은 사람이 있는 흔적을 발견했더라도 그냥 마을을 불태웠을지도 모르지.
그냥 내 눈앞에서 사람이 죽어 나가지 않았으니까 다른 섬들에는 사람이 없었을 거라고 생각하며 마음의 위안을 삼을 뿐이다.
그때 다급한 노크 소리가 들리고 약간 상기된 표정의 오펜이 들어왔다.
“선장님, 빨리 올라오셔야 할 것 같습니다.”
조그마한 창문으로 보이는 밖은 이미 한밤중이다.
이 시간에 급하게 내가 올라가야 할 일이 뭐가 있지?
“…….”
“배가 멈춘 것 같은데?”
“어? 진짜?”
그러고 보니 배가 움직이는 것 같지 않다.
나는 코트를 집어 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무슨 일이야?”
“목적지로 잡은 섬에 인적이 있습니다. 불빛을 확인하고 전 함대에 소등 명령을 내린 상태입니다.”
“젠장, 또 해적 가족들인가….”
“그게… 해적선으로 추정되는 선박도 확인했습니다.”
“뭐? 몇 척?”
“애들 무장 시킬까?”
해적선이라는 말에 네이선이 눈을 빛내며 물었다.
“아니, 잠깐 대기. 상황이 급박하면 이렇게 조용히 부르지 않았겠지. 몇 척이야?”
“확인된 것은 한 척입니다.”
“흠…. 다 같이 선교로 가자.”
세 사람을 대동하고 급히 선교에 오르자 긴장한 표정의 그레이그가 나를 반겼다.
“오셨습니까, 선장님. 다행히 이쪽을 알아챈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래? 운이 좋았군.”
“네. 촌장이 이곳에 마을이 있다는 것을 미리 알려주지 않았다면 곤란할 뻔했습니다. 그런데 잘해봐야 남은 주민들이 있을 줄 알았는데 해적선이라니….”
“좀 보지.”
망원경을 들어 그레이그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니, 확실히 희미하지만 배 형태가 눈에 들어왔다.
하필이면 날이 흐려서 시정이 상당히 안 좋았지만, 배가 정박한 섬에서 화톳불로 추정되는 불빛이 대여섯 군데에서 피어오르고 있었다.
“미친놈들인가? 이 상황에서 파티라도 하는 거야 뭐야?”
“조금 더 접근하려고 했습니다만, 선장님께 먼저 알리는 것이 순서인 것 같아서 일단 현 위치에 돛을 내리고 대기 중입니다. 아직 투묘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섬에 정박한 배가 해적선이라는 증거는 없지만, 해적선임을 의심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상식적으로 지금 같은 시기에 덜렁 한 척으로 이곳에 있을 배가 해적선 말고 또 있겠는가?
“어떻게 할까요?”
“흐음, 조금 생각해 보자.”
멀리서 기습적으로 대포만 쏘면 될 것 같지만, 한밤중에 이놈의 쇳덩이 포탄으로 저 배를 침몰시키는 것이 가능할지나 모르겠다.
물론 저항은 없을 테고 천년만년 쏘면 판자 조각 단위까지 분해할 수도 있겠지.
그런데 포탄과 화약의 양에는 한계가 있고 우리가 가진 포탄과 화약은 낭비를 해도 될 정도로 많지 않다.
어설프게 부숴 놓는 것도 애매하다.
바다 한가운데도 아니고 육지에 정박한 배를 어설프게 부숴 놓으면, 인원 손실이 없는 해적들이 고쳐서 쓰면 그만이잖아.
물론 고치는 과정이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섬에 고립되는 것은 피하려면 어떻게든 수리를 하겠지.
결국 저 배를 반쯤 부숴 놓더라도 인원을 상륙시켜 해적들을 때려잡아야 한다는 말인데.
“일단 날이 밝기까지 시간이 조금 있으니까 아인델프 선장이랑 베기어 함장 호출해.”
“알겠습니다.”
달빛도 별빛도 없다는 것은 우리가 저들을 관측하기도 어렵게 하는 요소였지만, 저쪽이 우리를 발견하기 어렵게 해주기도 했다.
이 정도 거리라면 불을 켜지 않는 이상 저놈들이 아무리 이쪽을 보고 있어도 우리를 발견하기는 힘들 거다.
***
“일단 배부터 부숴 놓고 날이 밝으면 선원을 각출해서 내려 보내는 건 어떻겠습니까?”
“적의 숫자도 모르는 데다가 배를 공격한 이후 시간이 있으니 놈들이 무슨 짓을 꾸밀지 모릅니다.”
“그래봐야 한밤중이고 잠깐의 시간이오. 준비를 해봐야 얼마나 하겠소?”
“함장님 말씀대로 어설픈 준비겠지만, 일단 놈들이 준비를 하면 피해는 더 커지지 않겠습니까?”
“그럼 아인델프 선장은 어떻게 하자는 거요?”
“아침까지 기다렸다가 해적들이 모두 타서 출항하는 순간을 노리는 것은 어떨까요? 만약 놈들이 살아서 섬으로 도주하더라도 바로 추격하면 손쉽게 일망타진할 수 있을 겁니다.”
베기어는 당장 배를 공격하고 아침에 남은 해적들을 추적 섬멸하자는 의견을 내놓았고, 아인델프는 아침까지 기다렸다가 놈들이 출항하는 시간을 기다려 기습하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두 사람의 의견 모두 일장일단이 있지만, 둘 모두 고려하지 않는 문제가 있기도 했다.
“이봐, 아인델프 선장. 그건 너무 운에 기댄 계획인 것 같아. 만약 저놈들이 여기서 며칠을 묵으면 어떻게 할 건데?”
“아….”
내 지적에 아인델프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떨구었다.
그렇게까지 실망하면 내가 너무 미안하잖아….
“크흠, 그럼 제 의견대로 당장 공격을….”
“잠시만요, 함장님. 그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아시지 않습니까? 범선이라는 것이 대포 한두 발로 침몰하는 것도 아니고, 아인델프 말대로 해적들이 미리 준비를 하면 토벌이 힘들어집니다. 특히 뿔뿔이 흩어져 숨기라도 하면….”
“크흠!”
그 부분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는지 베기어 함장 역시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돌렸다.
해적이나 선원이나 뭍에 익숙하지 않다는 것은 똑같아도 숨는 놈보다 찾는 놈이 힘들다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니까.
“그리고 두 사람이 간과하는 부분이 있는데, 과연 저 마을에 해적들만 있겠습니까?”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해적 말고 또 누가, 아!”
“네, 물론 아닐 수도 있지만, 제가 보기에는 높은 확률로 해적들 말고 마을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그들까지 무차별적으로 공격을 하기에는….”
그때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참고 있던 그레이그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자리에 함께 배석은 했지만, 선장들이 이야기하는 중이라고 나름대로 참고 참았던 모양이다.
“선장님,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어차피 다 똑같은 것들입니다. 그냥 다….”
“그레이그 항해사!”
아인델프가 급하게 그레이그를 저지했지만 베기어는 그런 아인델프를 힐끗 보더니 오히려 그를 두둔했다.
“그레이그 항해사의 말이 틀리지 않습니다. 제독이 여자와 아이들을 죽이는 것을 탐탁지 않아 하시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괜찮다면 상륙 작전은 제가 지휘하겠습니다.”
나름대로 베기어 입장에서는 나를 배려한 제안이었지만, 그럴 수는 없는 일이었다.
베기어와 드라이언의 선원들이라고 저항할 힘도 없는 여자와 아이들을 상대로 폭력을 휘두르는 게 좋을 리가 없잖아.
“후우, 괜찮습니다. 제독 소리를 듣는 이상 모든 일은 제가 책임져야지요. 그보다 조금 더 생각해 보죠. 여자와 아이들은 그렇다고 해도, 저는 우리 쪽 인원이 상하는 것이 싫으니까요.”
“흐음, 그렇다면….”
***
줄사다리를 잡고 내려가려는데 불퉁한 표정의 그레이그가 나를 보며 말했다.
“꼭 직접 가셔야겠습니까? 선장님이 제독 아닙니까? 굳이 이런 일까지 나서실 필요는 없습니다. 제가 아니더라도 갑판장에게 맡겨도 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음, 무력의 문제가 아니야. 솔직히 저놈들 상황을 우리가 정확하게 아는 것도 아니고,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현장에서 즉각적인 대응을 할 필요가 있어. 내가 가는 게 제일 좋아.”
무선 통신 장비라도 있으면 모를까, 모든 것이 불분명한 현장에서 결정권의 부재는 작전에 심각한 지장을 불러올 수도 있었다.
고장 난 무전기를 수리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먹통이 되어버린 무전기 한쪽이 아쉽기 그지없다.
“선장님 고집을 누가 말리겠습니까. 이쪽은 걱정 마시고 부디 보중하십시오.”
“말한 대로 저쪽에서 소란이 일어나면 바로 발포하라고. 배를 맞추지는 못해도 상관없지만, 해안으로 포탄이 날아들어서는 안 돼.”
“한 번만 더 말씀하시면 열 번째입니다. 걱정 마십시오.”
나를 마지막으로 각각 6~7명의 사람을 태운 단정 12척이 소리를 죽여 가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각 함선에서 가려 뽑은 최정예 70여 명이다.
네이선, 모르아, 행크, 발타, 크리스티앙 등 칼 좀 쓴다는 인원은 물론, 돌격대 전원까지 포함되었으니 어중이떠중이 집단이라면 100명을 상대로도 밀리지 않을 터였다.
“너무 가까워, 조금 더 돌아가자.”
“그러면 저 언덕을 넘어야 합니다.”
“발각되는 것보다는 차라리 그게 나아.”
달도 없는 한밤중에 길도 없는 언덕을 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적어도 상륙전에 발각되는 것보다는 낫다.
놈들이 체계적으로 반격을 하면 피해가 눈덩이처럼 늘어날 것이고, 도망친다면 그것대로 작전의 실패니까.
조용히 노를 젓는 것이 더 힘들다 보니 단정이 나아가는 속도는 굉장히 느렸다.
덕분에 몇 번이나 노 젓는 사람을 교대해가며 겨우 목표로 했던 해안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각 함선별로 두 명씩 뽑아서 단정을 지켜.”
“알겠습니다.”
“네, 제독.”
아인델프와 베기어가 조용히 대답했다.
내가 참가한다고 했더니 각 함선의 수장들이 모두 기습조에 포함된 것이다.
…왠지 악덕 상사가 된 기분이다.
***
“어어?”
털썩.
“으윽!”
“뭐야?!”
갑작스러운 소음에 내가 뒤를 돌아보며 최대한 소리를 죽여 물었다.
잠시 후 대열 중간쯤에서 네이선이 대답했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모양입니다. 부상은 심하지 않습니다.”
“부상? 다쳤어?”
“움직이는 데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후우, 모두 발밑 조심해.”
벌써 다섯 명 째다.
아무리 주의를 한다고 해도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산길을 걷는 것이 쉬울 리가 없었다.
그나마 크게 다친 사람이 없다는 것이 다행이랄까.
“조금만 더 버텨, 거의 다 왔다.”
멀리서 어른거리던 불빛이 이제 꽤나 가까워졌다.
불빛에 일렁이는 사람의 그림자까지 보일 정도니까 몇 백 미터만 더 가면 될 거다.
그렇게 한 시간가량이 흘러서야 우리는 해적들이 모인 마을의 뒤편에 도달할 수 있었다.
다들 땀을 얼마나 흘렸는지 시큼한 냄새가 진동을 한다.
다행히 바람은 바다에서 섬 방향으로 불고 있어서 냄새로 발각될 일은 없을 것 같다.
애초에 냄새를 맡을 정도로 정신이 남은 인간도 없는 것 같지만.
“모두 잠시 쉰다.”
“난장판이군요. 아무리 자기 마을이라도 이렇게까지 풀어지다니.”
“…저들의 마을이 아닐 수도 있어.”
“네?”
내 옆에 있던 행크가 고개를 돌리며 의문을 표했다.
“피 냄새 나지 않아?”
“잘 모르겠는데요? 뭐, 닭이랑 오리 같은 걸 잡지 않았겠습니까? 저렇게까지 놀려면.”
며칠 전에 벌였던 파티(?)가 생각났는지 행크가 입맛을 다셨다.
제발 행크의 말이 맞았으면 좋겠다.
나도 진짜로 피 냄새를 맡은 것은 아니다.
그런데 아무리 늦은 시간이라지만 최소한 마을 사람으로 보이는 누군가가 한 명은 있어야 하지 않아?
이제 사그러들고 있는 모닥불에 비친 그림자들은 모두 술 취한 남자들이다.
여자도, 아이도, 노인도 없다.
***
“준비.”
내 말이 끝나자 사방에서 부스럭거리며 쇠뇌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무런 피해 없이 적에게만 일방적인 피해를 강요할 수 있다니, 원거리 투사 무기란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 한 방을 위해 세 척의 함선에 있는 모든 쇠뇌를 다 들고나왔다.
“장전.”
끼이이익.
철컥.
끼이익.
철컥.
“전원 장전 완료입니다.”
아인델프가 조용히 보고했고, 나는 랜턴을 꺼내 들었다.
“모두 놀라지 말고 처음 말했던 대로 3조로 나누어 쏜다. 1조부터 빛이 향하는 곳으로.”
어둠 속에서 몇몇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보였다.
“1조, 쏴!”
파앗!
랜턴이 켜지고 강렬한 빛줄기가 근처의 모닥불 인근을 비췄다.
팡! 파팡!
쐐액! 쐑!
잔뜩 당겨진 시위가 풀리는 소리와 바람을 가르는 쿼럴의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모닥불 근처에서 갖가지 비명이 터져 나왔다.
“아아악!”
“으억!”
“끄으으!”
“뭐야?!”
“어떠, 커헉!”
하지만 거기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2조, 준비! 쏴!”
랜턴의 방향이 바뀌고 두 번째 강철과 나무로 이루어진 비가 쏟아졌다.
“3조, 준비! 쏴!”
마지막까지 사격이 끝나자 나는 랜턴을 껐다.
혹시라도 놈들 중에 정신을 차린 놈이 있다면 무조건 랜턴을 향해 뭔가 쏘거나 던질 테니까.
랜턴은 꺼졌지만, 아직 놈들의 모닥불이 남았으니 피아 식별 정도는 충분했다.
“돌격!”
“으아아아아!”
“가자!”
“다 죽여!”
가장 먼저 네이선이 번개같이 튀어 나갔다.
“아인델프! 지시한 대로 예비대 데리고 도망치는 놈들 척살해!”
“네, 제독!”
나는 마지막으로 내 옆에서 머뭇거리는 행크를 보며 명령을 내렸다.
“돌격대장도 가.”
“하지만 갑판장이 선장님을 지키라고….”
“내 몸은 내가 지켜. 여기에 예비대도 있으니 가서 한 놈이라도 더 죽여. 네가 한 놈이라도 빨리 죽여야 우리 애들이 안 다칠 거 아냐?”
“…알겠습니다.”
행크가 칼을 꼬나들고 뛰어나가는 것을 보며 나는 난장판이 되어버린 전장을 부지런히 살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