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5화. 첩자
숨막힐 듯한 침묵이 선장실에 내려앉았다.
그러나 그 침묵이 그렇게 오래가지는 않았다.
누군가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그 침묵을 깨버린 것이다.
콰당!
“어, 어어? 어어어?!”
의자를 넘어뜨리며 박력 있게 벌떡 일어선 우르타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아주 무례하게 손가락질을 했다.
“여기 있으면 안 되는데?!”
뭔가 중요한 부분이 다 빠진 문장 같지만, 가장 중요한 문장이기도 했다.
“누구요?”
“여자…?”
“여자가 여기를 어떻게?”
“도대체 이게 무슨?”
“누, 누구길래 다들 난리요?”
우르타의 반응을 시작으로 언제 조용했냐는 듯 난리가 났다.
테이블의 끝 쪽에 앉아 문을 주시하던 모르아 갑판장 역시 언제 일어났는지 몸을 반쯤 일으킨 상태였다.
평범한 여자였다면 이렇게까지 난리가 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네이선에게 가려 살짝 드러난 여자가 입고 있는 옷만 봐도 배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고귀한 신분이라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었다.
나 역시 머리가 핑 돌면서 눈앞이 깜깜해졌지만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
“모두 조용!”
쩌렁쩌렁한 내 목소리에 모두가 동시에 입을 다물면서 다시 폭풍전야 같은 침묵이 감돌았다.
“네이선, 안으로 모시고 문 닫아!”
이미 문밖을 신경 쓰던 네이선은 가만히 서 있는 왕녀님을 약간 거칠게 당겨서 방 안으로 들여보내고 급히 문을 닫았다.
아, 저 자식 왜 저래?
연약한 피부에 멍이라도 생기면 어쩌려고?
그나저나 이런 돌발 상황은 상정해 본 적이 없는데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그녀가 어떻게 후작 저택을 나왔는지, 배에는 어떻게 숨어들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당장 그녀가 여기에 있고, 이걸 만약 후작가에서 알면 그날로 내 목숨이 끝이라는 게 중요하지.
게다가….
“미안하네, 리안 선장.”
“아가씨.”
나를 부르는 그녀의 힘없는 목소리에 겨우 생각을 정리하고 그녀를 살펴보니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도대체 얼마나 굶은 것인지 뼈와 가죽만 남았다 싶을 정도로 바짝 말라 있었고, 얇은 드레스는 여기저기 구겨진 것도 모자라 더럽기까지 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원.
“죄송하지만 이쪽 상황부터 정리하겠습니다, 아가씨.”
“…….”
“베기어 함장.”
“네, 제독.”
“미안하지만 잠시 통제에 따라줘요.”
“알겠습니다.”
이유는 몰라도 내 표정이 심상치 않음을 깨달은 베기어 함장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네이선을 보고 다음 명령을 내렸다.
“네이선, 현 시간부로 이 자리에 있는 간부 전원을 귀빈실에 격리한다. 각 함선장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을 즉시 귀빈실로 이동시켜.”
“…어? 아! 넷!”
약간 어리바리한 네이선의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그레이그를 필두로 사방에서 난리가 났다.
“선장님! 갑자기 그게 무슨?!”
“제, 제독!”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격리라니요?!”
스릉.
하지만 네이선의 칼이 뽑히자 웅성거리던 간부들이 하나씩 입을 닫았다.
물론 네이선도 저 칼을 휘두를 생각까지는 하지 않겠지만, 상황의 심각성과 의지를 보여주기에는 충분했다.
“모두 귀빈실로 이동하시죠.”
내가 던져준 열쇠를 낚아챈 네이선이 문을 가리키며 정중하게 말했다.
마지막까지 머뭇거리던 드라이언 소속 간부들이 베기어 함장과 눈빛을 교환하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베기어 함장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고, 하나씩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모두에게 미안한 일이지만 상황이 너무 급하게 돌아가서 취하는 임시 조치이니 양해를 해 줬으면 좋겠어. 함선장들과 향후 방향이 결정되는 대로 풀어줄 테니 잠시 쉬고 있으라고.”
“선장님, 이번 일은 반드시 해명하셔야 할 겁니다.”
문을 나서며 그레이그가 얼굴에 가득한 불만을 그대로 표현했다.
그 뒤의 몇 사람도 고개를 주억거리는 것이 보였다.
난 지금 방금 전의 행동으로 지금까지 간부들에게 쌓아온 신뢰 중 절반 정도를 버렸다.
만약 그레이그의 말대로 해명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나머지 절반마저 무너지겠지.
나는 마지막으로 나가는 네이선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명심해, 격리야. 그 누구도, 그게 우르타라도 외부와 접촉하지 못하게 해.”
“네, 선장님.”
내 말에 네이선이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모두가 나가고 남은 사람은 나와 아인델프, 발드, 베기어, 그리고 왕녀님.
나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왕녀님을 상석으로 안내했다.
“앉으시지요, 아가씨.”
하지만 그녀는 내가 빼준 의자를 한번 보더니, 그 옆에 있는 의자를 직접 빼며 말했다.
“배에서 선장의 권위는 왕도 함부로 하지 않는 것이라고 하더군. 상석은 선장에게 양보하지.”
음, 그게 이쪽은 아닐 텐데.
뭔가 잘못 배운 것 같지만 이런 것으로 시간을 끄는 것도 웃겨서 나는 그냥 자리에 앉았다.
“다들 앉지.”
내 말에 다들 조심스럽게 테이블에 모여 앉는다.
그러고 보니 왕녀님은 아는 사람이 우르타랑 네이선밖에 없구나.
분위기가 어색하기 그지없다.
“이분은 스코타 후작의 외손녀가 되시며, 프레티아 왕국의 유일한 공주이신 엘리안 왕녀님이시네. 인사들 하지.”
후작의 외손녀라는 말에 깜짝 놀라던 사람들은 왕녀라는 말에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은수저 평민 정도에 불과한 시니아나 릴리안만 해도 선원들에게는 보기 힘든 사람들이다.
말 그대로 격이 맞지 않는달까?
엄밀히 따지면 같은 은수저인 게론드도 격이 맞지 않고, 남작 나으리가 되어버린 나도 격이 맞지는 않지만 일단 자주 본 사람들이니 넘어가자.
그런데 몇 단계를 뛰어넘어 왕의 딸인 왕녀가 나타났으니 이런 반응도 무리가 아니다.
“그, 그런 귀한 분이 여기를 왜…?”
“후작가라면…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는 것 같은데요.”
“제독과 어떻게….”
나는 손을 들어 여전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세 사람의 말을 막고 왕녀님에게 시선을 옮겼다.
“괜찮다면 이야기를 해 주시겠습니까?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제게는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목숨이 걸릴 정도로요.”
내 말에 왕녀님은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왕녀는 결코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다.
이 상황이 서로에게 얼마나 불편하고 복잡한 문제가 되는지 충분히 이해를 할 사람인데 도대체 왜?
“도움을 부탁하러 왔네. 나도 이게 얼마나 염치없는 짓인 줄은 알지만… 내 얄팍한 인간관계에서 도움을 받을 사람은 자네밖에 없었어.”
“후우….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찾아오시면 앞으로 발생할지도 모르는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습니다.”
막말로 내가 엘리안 왕녀를 붙잡아 내일 당장 후작가로 돌려보낸다 한들, 과연 이 상황이, 오해가 해결될까?
심지어 후작의 건강도 좋지 않은 상황 아닌가.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아가씨, 아니, 왕녀님을 조금 쉬게 해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인델프가 매우 불편한 표정으로 제안했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제독, 지금 당장 후작가에 연락을 하고 아가씨를 모셔야 합니다. 무슨 오해가 생길지 모릅니다!”
발드 선장이 다급하게 주장했으며,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간부들은 왜 감금하신 겁니까?”
베기어 함장은 여전히 정신을 못 차렸다.
그리고 감금이 아니고 격리다, 격리.
“후작가에 알리는 것은 기각. 그래봐야 상황이 해결될 것 같지 않아. 그리고 아무래도 간부 중에 후작 가문의 첩자가 있는 것 같아.”
“네? 간부 중에 첩자가?”
“그럴 리가요, 선원이라면 몰라도….”
“첩자라는 말은 조금 과하려나? 하여간 우리 선단의 일을 나와 다른 경로로 후작에게 보고하는 사람이 있어. 선원은 아니야. 선원 중에 내가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그 섬에 가서 보물을 발견했다고 아는 사람은 없으니까. 그런데 후작은 이미 알고 있더군.”
물론 후작이 명확하게 이야기를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하필이면 그 타이밍에 붉은모래 해적단이니 뭐니 묻지도 않은 말을 했다는 것은 알아서 기라는 후작의 경고였다.
아마 내가 그 경고를 무시했다면 아마 상당히 피곤한 상황이 되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세 사람이 곤란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나는 그렇지 않아도 핏기 없던 왕녀님의 얼굴이 더 창백해지는 것을 보며 급히 화제를 돌렸다.
내 목숨을 경각에 달리게 한 사람인데도 도대체가 미운 감정이 생기지 않는다.
…미치겠군.
“왕녀님, 식사는 좀 하셨습니까? 컨디션이 굉장히 안 좋아 보이십니다.”
“선장은 내가 원망스럽지 않은가?”
나름 따뜻한 목소리로 말을 건넸기 때문일까, 그녀는 살짝 고개를 들며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걸 아는 분이 도대체 왜 이런 무모한 짓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팩트로 두들겨 팰 수는 없는 노릇이다.
“솔직하게 말해서 매우 곤란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 제가 왕녀님을 원망한다 해서 해결되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일단 도움이 필요한 부분부터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그럼 염치 불고하고 말하겠네. 그대가 발견했다는 섬, 그 섬에 나를 데려다줄 수 없나? 왕족은 물론 귀족으로서의 대우도 필요 없네. 그냥 그곳에서 내 스스로 내 운명을 결정하고 싶어. 도와주게.”
와, 진짜 무서운 말을 되게 쉽게 하시는구만.
다른 이들도 나와 생각이 비슷한지 벌어진 입을 제대로 다물지 못하고 있다.
“어, 음,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만, 저희도 쉽게 결정할 일은 아닙니다. 방을 내어드릴 테니 잠시 쉬고 계시지요. 식사도 준비시키겠습니다.”
“…고맙네. 늘 신세만 지는군. 하지만 나 역시도 이번 일을 위해 목숨을 걸었네. 그만큼 절박하니 이해해 줬으면 좋겠군.”
왕녀님 목숨을 걸었다는 것은 이해합니다만, 거기에 왜 제 목숨이 1+1 행사상품처럼 같이 걸려야 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심지어 이번이 두 번째잖아요?
“모두 잠시 기다려줘. 왕녀님을 모셔다드리고 오지.”
***
아직까지 비어있는 부선장실에 엘리안을 안내한 뒤, 선장실로 돌아오니 세 사람이 어색하게 앉아있었다.
그나저나 첩자를 도대체 어떻게 색출해 낸담?
원래 생각으로는 천천히 시간을 들여서 서로 다른 정보를 흘리는 방식 등을 사용해서 찾아낼 생각이었다.
그런데 당장 오늘 잡아내지 못하면 엘리안 왕녀의 소식이 후작가에 전해질 테고, 그러면 나는 진짜 끝장이다.
무슨 변명을 한들 후작가에서 ‘아, 네 잘못은 아니구나?’라고 넘어갈 것 같지가 않거든.
최소한 작위 취소와 총독 해임, 최악이라면 재산 몰수 후 사형이다.
우리는 머리를 맞대고 첩자를 색출할 방법을 논의했지만 뚜렷한 방법이 있을 리가 없었다.
애초에 가능성을 제기한 나조차도 확실하지 않은 빈약한 근거를 가지고 있을 뿐인데, 무슨 재주로 첩자를 특정해 내겠는가?
의심스러운 행적을 가진 사람마저 없으니 미칠 노릇이다.
아니, 아주 없는 것은 아닌데….
“아무래도 클라톤 포술장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지금까지 제가 지켜본 포술장은 결코 그런 부류의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정말 정석적인 군인에 가깝죠.”
“아인델프 선장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그렇게 쉽지가 않네.”
“아무리 그래도….”
잘 모르는 베기어는 가만히 경청하고, 아인델프와 발드 선장이 클라톤 포술장을 두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후작이 직접 꽂아 넣은 사람이니 첩자로서 가장 의심스럽기는 하다.
그런데 그 후작이 정말 누가 봐도 뻔한 첩자를 넣었을까?
내가 정체를 알고 중요 정보를 차단만 하면 세상 쓸모없는 것이 첩자인데?
그런 면에서 보면 가장 의심스러운 사람은 그레이그 일등항해사다.
처음부터 첩자는 아니었을지 몰라도 후작에게 매수당했을 가능성도 있으니 말이다.
솔직히 오트라스의 일등항해사라면 각 함선의 장들보다 더 높은 수준의 비밀에 자주 노출되는 사람이기도 하다.
나를 암살하거나 공작을 벌이기에도 더 좋은 자리이고.
하지만 이미 불만이 가득한 그레이그에게 ‘자네 혹시 첩자인가?’라고 물어보면 뭐….
그냥 결별하자는 말이지.
“잠깐!”
“네?”
“제독, 무슨 일입니까?”
나는 사람들을 조용히 시키고 엘리안 왕녀가 나타났을 때의 상황을 필사적으로 떠올렸다.
엘리안 왕녀의 얼굴을 알고 있는 사람은 나와 우르타, 네이선 세 사람뿐.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은 왕녀를 본다고 해서 엄청나게 깜짝 놀랄 일은 아니다.
늦은 시간에 고급 옷을 차려입은 여자가 갑자기 나타났으니 어리둥절하고 놀랄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게 우르타처럼 펄쩍 뛰며 놀랄 일은 아니라는 거다.
“…모르아 갑판장을 불러와.”
분명히 보았다.
우르타보다 한 박자 늦게 모르아 갑판장이 자리에서 엉거주춤 일어서는 것을 말이다.
물론 고작 첩자 정도가 엘리안의 얼굴을 보았다는 것도 말이 안 되기는 하다.
엘리안이 후작 가문에서 중요한 일을 맡고 있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하지만 후작 저택에 오간 적이 있다면, 지나가면서라도 엘리안의 얼굴을 봤을 수도 있다.
분명히 나와 합류할 때는 분명히 후작과 접점이 없다고 했던 모르아 갑판장이다.
단지 후작 밑에서 일하는 옛 부하의 제안을 듣고 내게 찾아왔을 뿐이라고.
그랬던 그가 그녀를 알아보았으니 충분히 의심할만한 일이 아닌가.
첩자라는 가정을 제외하면 엘리안 왕녀와 모르아 갑판장 간에 접점이라는 것이 생길 가능성이 없으니 말이다.
***
잠시 후, 선장실에 불려온 모르아는 담담한 모습이었다.
“모르아 갑판장, 내게 할 말이 없나?”
“…역시 눈치 채셨군요, 제독.”
“도대체 언제부터! 아니, 처음부터겠군.”
“허허허…. 제독에게는 내가 참 면목이 없습니다.”
이 정도면 다 인정하는 거지.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래도 생사를 함께 했기에, 그렇게 믿었건만!
“내가 이대로 당신을 놓아주면 당신은 어떻게든 후작에게 그녀의 일을 알리겠지.”
“아니요.”
“…응?”
“후작에게 보고하는 것은 그만 두었습니다. 이번에 보고한 것을 마지막으로요.”
의외의 대답에 내가 당황해서 반문하자 그는 허허롭게 웃더니 긴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처음에는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후작은 제독을 배신하라고 한 것도 아니고, 특별히 제독에게 해가 되는 일을 지시하지도 않았으니까요. 그저 항해가 끝나면 항해 내용과 특이 사항에 대한 보고만 하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제독! 저, 저, 배신자를!”
아인델프가 지독한 배신감에 몸을 떨며 모르아를 삿대질했다.
아인델프 입장에서는 선장이 되어 처음 맞이한 갑판장이고, 그만큼 믿었으리라.
심지어 두 사람은 제국 해군 출신이라는 공통분모까지 가지고 있지 않던가.
“아인델프 선장. 흥분을 가라앉히게. 모르아, 계속해봐.”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이걸 말해야 하는가 싶은 것들이 자꾸 생기더군요. 어느 순간 제독이 후작에게 충성하고 있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구요. 언젠가 제독에게 말하려고 했습니다. 용기가 없어서 계속 미루기만 했는데… 결국 이렇게 고백하게 되는군요. 그래도 속은 시원합니다. 그리고 처벌은 달게 받겠습니다.”
“후우…. 베기어 함장님.”
“네.”
“드라이언에 특별한 포로를 가두는 공간이 있습니까?”
“…네, 제독. 특별 관리가 필요한 포로, 아니, 사람을 위한 곳이 있습니다.”
“다른 명령이 있을 때까지 모르아를 가둬주세요.”
“그러지요.”
굳은 표정의 베기어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확인한 나는 시선을 돌려 아인델프를 보았다.
“아인델프 선장.”
“네, 제독.”
“이 시간부로 모르아의 갑판장직을 해임하고 돌격대장 발타에게 임시 갑판장을 맡기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착잡한 마음으로 상황을 마무리 지은 나는 귀빈실에 모여 있던 간부들을 석방했다.
모르아의 정보유출 행위는 공개되었으나 차후 처벌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그 내용을 선원들이 알 수 없도록 엠바고를 걸었고, 특별 의뢰를 위해 찾아온 귀족 가문 아가씨(?)에 대해서도 비밀 엄수 조처를 내렸다.
이제 발등에 떨어진 불, 왕녀님을 만나러 갈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