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흙수저 선원으로 살아남기-312화 (313/420)

312화. 시선 강탈

여느 때와 다르다.

평소에는 남자 호위 둘만 붙어 있었는데, 이번에는 나이가 꽤 지긋한 여인 한 명과 20대 초반 정도의 젊은 여자를 대동하고 왔다.

“흠, 흠! 오랜만이에요, 선장 오빠.”

심각한 상황과 어울리지 않게 부드러운 미소가 흘러나오는 것을 참기 힘들었다.

평소와 달리 화사한 의상과 새빨간 얼굴이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는 거다.

“오랜만이라고 하기에는 고작 며칠만이지 않습니까?”

“에에잇! 그때는 선장 오빠를 보러 온 게 아니, 흡!”

말을 하다 말고 자기 입을 부여잡으며 옆에 선 훤칠한 남자의 눈치를 보는 릴리안이었다.

내가 보기에는 뻔질나게 배에 드나드는 이유를 모두 다 아는 것 같은데 자기 혼자 비밀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릴리, 그만! 분명히 조신하게 행동한다고 약속하지 않았느냐? 죄송합니다, 선단장님.”

“별말씀을요. 바쁘실 텐데 이렇게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오랜만에 만난 란데르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했다.

아마도 그 원인제공을 한 사람이 나인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에 얼굴이 뜨듯해진다.

배에 방문한 란데르의 일행을 데리고 선장실로 향하는데 부지런히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릴리안이 기어이 한 마디를 꺼내고 말았다.

“선장 오빠, 잘생긴 오빠는 오늘 안 보이네요?”

“릴리! 선단장님이라고 하라고 했잖니!”

“싫어!”

란데르의 핀잔에 1초의 망설임 없이 반항하며 볼을 부풀리는 릴리안에게 부드럽게 웃으며 대답을 해주었다.

“포술장이라면 아마 선실이나 포갑판에 있을 겁니다.”

“그래요? 그럼 난 배 구경을 하겠어요. 어차피 난 필요 없잖아요?”

당연한 말이다.

내가 초대한 사람은 란데르지 그녀가 아니니까.

하지만 그냥 보내주기에는 너무 장난을 치고 싶잖아.

“식사도 안 하셨잖습니까? 이왕 오셨으니 아가씨도 함께 식사하시죠.”

“아앗! 배에서 먹는 식사라면 그 벌레 나오는 딱딱한 비스킷과 걸레 맛 나는 육포 말인가요?! 전 절대 안 먹을 거예요!”

“오, 세상에! 릴리, 지금 무슨 무례한 말을 하는 거냐?!”

천진난만하게 팩트로 쥐어 패는 릴리안의 말에 란데르가 기겁하며 그녀의 말을 막았다.

사실 그녀의 말보다, 마치 큰 잘못이라도 한 것처럼 그 말을 막는 란데르 때문에 더 상처받았다.

아무리 그래도 내가 손님을 초대해 놓고 쉽비스킷이랑 싸구려 육포를 주겠냐고….

“아하하, 괜찮습니다. 그보다 아가씨, 바다 위에서야 그런 것을 먹지만 여기는 육지니까 그런 것은 잘 안 먹습니다. 저희 조리사 실력이 괜찮으니 그럭저럭 드실 만할 겁니다.”

“그래도 싫어요. 그냥 나가서 먹을래.”

“어허, 릴리안! 어서 선단장님께 사과드리지 못하겠느냐?”

“하하하, 괜찮습니다, 마침 저기 안내할 만한 녀석이 오네요.”

잠시 후 가까이 다가온 오펜이 고개를 꾸벅 숙이며 말했다.

“선장님, 식사 준비가 끝났다고 합니다. 더 시키실 일은 없으신가요?”

“아, 마침 잘 왔어, 이등항해사. 여기 릴리안 아가씨를 모시고 배 구경을 시켜드리게.”

“네? 제가요?”

오펜이 크게 당황하며 손가락으로 자기를 가리켰다.

“응, 지금 급하게 할 일도 없잖아?”

“그, 그렇긴 한데요….”

얘는 왜 얼굴이 빨개지는 거야?

지진이라도 난 듯이 진동하는 오펜의 눈동자가 슬그머니 릴리안을 향하다가 화들짝 놀라며 다시 허공을 본다.

어쭈구리?

“뭐해요?! 빨리 안내해요! 나 포갑판? 이라는 곳에 가보고 싶어!”

란데르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내게 정중하게 사과했다.

“정말 죄송합니다, 막내라고 부모님이 오냐오냐 키웠더니 요즘은 도저히 감당이 안 되네요.”

“괜찮다니까요, 이쪽으로 가시죠. 음식이 식겠습니다.”

“네, 그럼.”

말을 마치고 릴리안을 살짝 쏘아 본 란데르가 뒤를 따르던 여자 둘과 호위(남자) 둘에게 말했다.

“자네들은 릴리를 따라가게. 나는 괜찮으니.”

“하지만 도련님.”

“어허, 선단장님과 식사하는 자리에 무슨 일이 있겠나? 걱정 말게.”

“알겠습니다.”

아마 호위를 책임지는 사람으로 보이는 장년의 남자가 잠시 란데르와 눈을 마주치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 벌써 멀어지고 있는 릴리안을 따라나섰다.

***

“…그래서 말인데요, 회계사를 몇 명 더 구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아무리 게론드가 계속 함께해준다고 하지만 선단 규모가 커진 만큼 일도 많아졌고, 섬을 개발하는 것을 관리할 사람도 필요해서 말입니다.”

“네, 이전에 말씀드린 대로 게론드 녀석을 대신해서 일을 맡을 사람을 알아놓았으니 그리 어려운 문제는 아닙니다. 조만간 게론드와 함께 인사드릴 수 있도록 조치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란데르 씨. 그리고 앞으로 섬을 개발하다 보면 이런저런 많은 물건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그런 부분에 대해서 협조를 좀, 물론 대금은 확실하게 지불하고 훗날 섬에서 생산되는 특산품에 대한 델라 항구에서의 판매 독점권도 드릴 수 있습니다.”

“쉽게 결정할 문제는 아니군요….”

식사를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갔지만 모두 핵심을 겉도는 말이었다.

그런 이야기들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오늘 반드시 해야 할 이야기는 결국….

“어제는 감사했습니다. 무리한 부탁이었을 텐데.”

슬슬 할 말도 떨어져 가기에 내가 먼저 찌르고 들어갔다.

그러자 풍부한 표정으로 놀라운 대화 스킬을 자랑하던 란데르의 얼굴이 거짓말처럼 무표정으로 변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선단장님. 정말 곤란합니다. 선단장님이야 배를 타고 떠나면 그만이지만 저희는 이 델라 항구에 터를 잡고 사는 사람들입니다. 후작가는 물론이고 제르넹 가문과도 척을 져서 좋을 게 없어요.”

“면목이 없습니다. 상황이 너무 급해서 그만.”

“이미 지나간 일을 이야기해봐야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시니아가 독단적으로 일을 벌인 것을 막지 못한 제 책임도 있으니까요.”

“덕분에 저와 저를 따르는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건졌습니다. 아직 다 끝나지는 않았습니다만.”

일단 최대한 과장을 해서 사과를 했다.

만약 내가 란데르와 입장이 바뀌었다면 진짜 칼부림까지 했을지도 모른다.

불쌍해서 매일 적선해주던 거지가 몸에 불이 붙어서 나를 껴안은 꼴이 아닌가?

비록 아직 아무런 문제도 없지만 잘 자다가 짱돌로 대가리를 찍힌 꼴인 란데르는 진짜 심장이 철렁했을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시니아 녀석이 독단으로 받아들인 것도 있지만, 더 이상 아가씨를 모시고 있기에는 저도 부담이 너무 큽니다.”

“네, 그렇지 않아도 오늘 밤에 아가씨를 모실 사람들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일단 아가씨를….”

내가 준비한 왕녀님 탈출 계획을 들은 란데르가 미친놈을 보는듯한 표정으로 나를 보며 반문했다.

“그, 그런 일을 아가씨가 하시겠습니까?”

“그렇지 않으면 수색망을 피할 방법이 없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왕궁에서 탈출하기 위해 스스로 머리를 자르고 구정물에서 뒹굴었다는 그녀다.

고작 창녀 분장 정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당연히 실제로 몸을 팔라는 것도 아니고 가빈과 트레비스가 근접 경호를 할 테니까 아무런 문제도 없을 거다.

이미 안톤 선장과 이야기도 끝내 놓았고.

“오늘 밤이 유일한 기회입니다. 내일이면 준비된 선단이 출항할 것이고, 괜히 오래 끌어봐야 변수만 늘어날 뿐이죠.”

“…알겠습니다.”

***

“어? 너 왜 벌써 들어와?”

“에이 씨, 말도 마라. 여자가 씨가 말랐어!”

“그게 무슨 개소리야?”

“어디서 무슨 파티인가 뭔가를 한다고 쓸만한 계집들을 다 데리고 가버렸단 말이야. 그래서 술만 퍼마시다가 왔지.”

“흐흐흐, 너 이 새끼, 그 사람들에게 고맙다고 해야 하는 거 아니냐? 매번 돈 다 떨어져서 출항 전에 빌붙어 먹는 꼴을 면하게 해줬으니.”

“이 새끼가?!”

우르타와 네이선을 데리고 나가는 길에 현문에서 정겨운 몸의 대화를 나누던 선원들이 나를 발견하고 자세를 바로했다.

네이선이 그들을 쏘아보자 제법 서늘한 날씨에도 금세 이마에 식은땀이 찬다.

“편하게 있는 건 좋은데 너무 널널하게 있지는 마. 우리 지금 요주의 대상인 거 알지?”

나는 일부러 보라는 듯이 우리를 감시하는 경비병들을 턱짓으로 가리켰다.

저렇게 대놓고 감시할 거면 나한테 양해라도 구해야 하는 거 아니야?

“죄송합니다!”

“쓸데없는 짓 하다가 걸리면 알지?”

네이선이 작게 으르렁거리자 선원들의 콧잔등에도 땀방울이 맺힌다.

호랑이가 따로 없네 그냥.

“그만하고 가자.”

“그래, 빨리 가자! 나 배고프단 말이야!”

우르타의 칭얼거리는 소리에 반사적으로 물었다.

“응? 너 점심은 릴리안 아가씨랑 먹은 거 아냐?”

“어? 어어? 아, 아니! 나는 그게 아니고! 그러니까, 릴리랑 밥을 먹으면 뭔가, 아아앗! 그러니까 릴리안 아가씨랑 식사를 하면 좀 뭐랄까….”

“그만해, 멍청아.”

“으응….”

한숨을 내쉬는데 어깨에 묵직하고 단단한 팔이 턱하고 얹혀졌다.

“흐흐흐, 그래서 우리 남작님은 언제쯤 연애를 하시나? 응? 멍청이 우르타도 연애중이라구. 어떻게, 오늘 창녀라도 불러 줘?”

“어, 그러자.”

“그럼 그렇, 응?”

“으응? 나 연애중이야? 잠깐, 리안 뭐라고?!”

기겁하는 두 녀석의 등을 힘껏 밀었다.

쪽팔리게 소리를 지르고 지랄들이야.

저 멀리 오트라스를 감시하던 경비병 중의 한 명이 우리를 따라오며 귀를 쫑긋거리는 것이 느껴진다.

그래, 너 들으라고 한 소리다, 빨리 듣고 보고 해라.

안톤 선장이 일을 잘해주었는지 나름 고급 창관에 갔음에도 여자들의 외모가 많이 떨어졌다.

그래서 나는 계속 여자들을 바꿨다.

“아, 진짜! 왜 그러는 거야?”

결국 참다못한 네이선이 한마디를 할 때까지 말이다.

“나한테 짜증 낼 게 아니라, 너는 어차피 여자 안 고를 거잖아?”

“그러니까 하는 말이지! 어차피 여자 안 고를 거면 그냥 술이라도 마시자!”

“난 벌써 골랐어!”

“알아, 멍청아, 조용해!”

“니가 더 멍청이야!”

네이선과 우르타가 투닥거리자 우르타가 애써 골라놓은 여자가 도망을 가… 기는커녕 부모를 죽인 원수라도 만난 표정으로 네이선을 노려본다.

“손님! 아무리 친구 사이라도 말씀이 너무 지나치신 거 아니에요?!”

이봐, 네가 그렇게 말하면 아마 사장님이 싫어하지 않을까?

여리여리한 저 얼굴이 도대체 뭐가 좋다는 거야?

여자들이란.

그때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매우 곤란한 표정의 포주가 네 명의 여자를 데리고 들어왔다.

“선장님, 진짜 이 애들이 마지막입니다. 진짜 더 이상 없어요.”

지금까지 왔다 갔다 한 여자가 대충 30명쯤 되는 것 같으니까 이제 마지막일 때도 된 것 같긴 하다.

그럼 이제 슬슬 자리를 옮겨… 응?

“거기, 왼쪽 두 번째.”

약간 과하게 마른 여자가 한 박자 늦게 대답한다.

“네? 저요?”

“응, 그쪽. 그쪽으로 하지.”

“감사합니다.”

내가 여자를 선택했지만, 포주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잠깐 앉혔다가 내보낸 여자만 벌써 다섯 명이라서 그렇다.

“이번에는 진짜야.”

내가 포주에게 쓴웃음을 지으며 미리 준비한 주머니를 던져 주었다.

“여기서 제일 좋은 술로 준비하고 이후로는 아무도 못 들어오게 해.”

솜씨 좋게 주머니를 낚아채서 열어본 포주의 표정이 환희에 물든다.

그리고는 허리가 반으로 접힐 듯한 기세로 인사를 하며 소리쳤다.

“걱정 마십시오! 최고로 준비하겠습니다!”

뒷걸음질로 포주가 밖으로 나가자 살짝 긴장한 듯한 여자가 옆에서 작게 속삭였다.

“저, 저기, 너무 심한 건 안 돼요….”

도대체 뭘 생각하는 거야?!

아, 여기 원래 그런 곳이구나. 너무 오랜만이라서….

***

- 이튼 제르넹, 델라 항구 관리소 귀빈실 -

“마지막에 들어간 여자의 인상착의가 아가씨와 비슷하다고 합니다.”

“뭐?! 이 미친놈이 아가씨를 창녀로… 아니, 말이 안 되지. 아가씨가 그걸 허락하셨을 리가… 아니, 어쩌면.”

한동안 고민하던 이튼이 지시를 내렸다.

“괜히 의심 사지 않게 근접한 인원들 다 빼고 원거리에서 관찰한다. 만약 놈이 여자를 끼고 배로 돌아가면, 아니지. 지금 보고한 세 사람 외에 누군가가 함께 배에 돌아가는 기미가 보이면 보고하지 말고 바로 미확인 인원의 신원을 파악하라고 해.”

이튼의 지시에 부하가 깜짝 놀라며 말했다.

“그렇게 하면 남작이 정식으로 항의할 수도 있습니다.”

“흥, 그딴 놈의 항의 따위 무시하면 그만이다. 뭐해? 당장 전달해!”

“넷! 알겠습니다!”

명령을 받은 부하가 허겁지겁 자리를 벗어남과 동시에 다른 사람이 들어와 군례를 올린 후 서류 한 장을 내밀었다.

“지시하신 창녀 인적 기록입니다. 최근에 합류한 여자는 세 사람이고, 세 사람은 직접 사람을 보내서 확인했습니다.”

“후우,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는지 모르겠군. 안톤이라는 놈이 선상 파티에 참가한 것은 맞지?”

“네, 지금 여자 두 명을 끼고 놀고 있답니다.”

“미치겠군. 그쪽으로 감시 인원 최대한 강화 해. 오스팔트 가문 쪽은?”

“수색을 받은 이후로 평소보다 분위기가 안 좋기는 합니다만, 조용합니다.”

“그놈들이 낮에 무슨 수작을 부렸는지는 알아냈나?”

“아마 폰테 섬의 개발에 필요한 물자를 준비해주고 훗날 교역품에 대한 우선권을 받는 것에 대해서 논의한 것 같습니다. 대화가 이루어진 선장실 안에는 두 사람밖에 없었기 때문에 정확한 내용은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남작이 말한 대로 회계사를 소개하려는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인데, 신원은 확실합니다. 남자구요.”

“정말 아니라고? 그럴 리가 없는데…? 함께 갔던 그 여자는?!”

이튼의 질문에 부하가 살짝 말을 더듬으며 대답했다.

“아, 아무래도 포술장이라는 남자를 사랑, 아니, 그러니까, 조, 좋아하는 모양입니다.”

“그게 무슨 헛소리야?!”

“그냥 데이트를 했다고 합니다.”

얼음장 같던 이튼의 표정에 금이 갔다.

하지만 바로 표정을 지운 그는 빠르게 말을 돌렸다.

“알렌은?”

“식사도 거르고 입구를 지키고 있습니다. 지나가는 전령들에게 새로운 소식을 계속 묻는 모양입니다.”

“지금처럼 적당히 대답해주라고 하고, 중요한 내용은 무조건 내게 먼저 보고해.”

“물론입니다.”

밤이 깊도록, 아니, 밤이 지나 새벽이 되도록 이튼이 있는 귀빈실에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아침이 되었을 때 피곤해 보이는 이튼에게 새로운 보고가 도착했다.

“안톤 선장이 신시엘라 호로 복귀했습니다. 복귀 시 동행한 인원 중에 여자나 신원미상의 인물은 없습니다.”

“…후, 스펜서 남작은?”

“아직 창관에 있다고 합니다.”

“망할! 오트라스 호에 비밀리에 접근한 사람이 없다고?!”

“네….”

“그놈들이 내일 출항한다고 했던가?”

“항구관리관에게 신고한 바로는 내일 아침 출항입니다.”

“그럼 오늘은 전 인원을 스펜서 남작과 남작의 선단에 집중한다. 오스팔트 가에 파견된 인원도 철수시켜. 어디에 숨겼건 오늘은 무조건 배에 태워야 할 테니.”

이튼의 지시를 받은 남자는 며칠째 지속되는 야근에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몸을 이끌고 다시 움직였다.

이 정도로 들들 볶았음에도 안 나왔다면 없는 거다.

차라리 아가씨가 다른 곳으로 도주했다고 보는 게 더 타당할 듯싶다.

조사를 받는 놈들은 밤새도록 여자를 끼고 놀고, 조사하는 사람들은 그걸 지켜보다가 보고하던 어제의 꼴을 생각하면 어처구니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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