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흙수저 선원으로 살아남기-313화 (314/420)

313화. 회계사들

“선장님, 이쪽이 소개하기로 했던 회계사 빌리와 머레이입니다. 두 친구 모두 아카데미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습니다. 아직 경험은 없지만 제가 테스트해보니 실력은 아주 괜찮습니다. 아마 무슨 일을 시켜도 금방 적응하고 잘 해내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데 몇 명이나 고용하실 생각이십니까? 개인적인 의견을 말씀드리자면….”

“그만, 게론드. 두 사람이 인사할 시간은 줘야 하지 않을까?”

며칠 사이에 몰라보게 살이 올라온 게론드가 옆에 앉은 두 사람을 소개했다.

아차, 살만 올라온 게 아니고 끊임없는 수다도 제자리로 돌아온 모양이다.

그런데….

내가 게론드의 맞은편에 앉은 의외의 얼굴을 보며 살짝 의문스러운 표정을 짓는데, 빌리라는 친구가 보기 좋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십니까, 선단장님. 회계사 빌리라고 합니다.”

서글서글한 인상의 30대 남성, 말투도 쾌활한 편이다.

저런 인상이면 육지에서도 일자리 구하기 쉬울 것 같은데 굳이 왜 배를 탄다는 걸까?

“머레이입니다.”

음, 이쪽은 왜 왔는지 알겠다.

호리호리한 체형에 눈이 작고 찢어져서 교활한 느낌을 주는 인상이었다.

아무래도 돈을 맡는 자리인 회계사다 보니, 인상이 저렇다면 고용주들이 좋아하지 않는다.

게다가 로봇인가 싶을 정도로 무감정하고 억양 없는 말투까지.

“시니아입니다, 선단장님.”

“아, 네, 시니아 양. 여기까지 어쩐 일로?”

나는 얼떨결에 반쯤 일어서서 인사를 받으며 눈으로 게론드에게 이유를 물었다.

사적인 자리도 아니고 채용을 위한 면접자리다.

아무리 두 사람이 약혼한 사이라도 외부인이 함부로 앉아 있을 자리가 아니라는 말이다.

“하하하하….”

이봐, 그냥 웃고 넘어갈 일이 아닌 것 같은데?

내가 인상을 살짝 구기자 게론드는 눈을 피했고, 대신 시니아가 살포시 웃으며 대답했다.

“지원하려고 왔습니다. 저도 회계사니까요. 심지어 저 두 사람에 비하면 경력도 꽤 되죠.”

뭐지? 어제 먹은 술이 아직 덜 깼나?

그럴 리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무심결에 게론드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나와 눈이 마주친 게론드가 화들짝 놀라며 급히 손사래를 쳤다.

“무슨 오해를 하시는지 알겠는데 절대 아닙니다! 제가 아니라구요! 그 데보라 양 이야기도 그렇고, 제가 선장님을 모르는 게 아닌데 어떻게 그런 제안을 했겠습니까? 이건 어디까지나 그러니까, 그게….”

“알았으니까, 자네는 좀 조용해 봐.”

여기에서 화를 내는 것은 하수들이나 하는 짓이다.

데보라에게는 왜 화를 냈냐고?

…그때는 내가 하수였다.

인정하지.

“시니아 아가씨, 그 전에 이 이야기는 가족들과 상의 된 이야기입니까? 제가 아는 란데르 씨라면 절대로 허락하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란데르는 사실상 오스팔트 가문의 가주 역할을 하고 있다.

아버지가 살아 계신다고는 하는데, 가문이나 사업의 일에는 완전히 손을 뗀 것인지, 굵직한 안건도 그의 선에서 결정이 되는 모양새였다.

그리고 내가 지금까지 보아온 란데르는 지독한 동생 바보다.

저렇게 예쁜 여동생이 둘이나 있으니 당연하다고도 할 수 있겠지.

여튼 그런 란데르가 과연 아끼는 여동생이 배에 탄다는 것을 허락했겠는가?

“선단장님, 전 성인이고 제 의지대로 행동할 수 있어요. 부모님의 허락을 받을 나이는 이미 한참 전에 지났죠.”

“아가씨, 아니, 시니아 양. 성인이라고 해도 자신의 거취를 가족들과 상의조차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제안을 하시기 전에 가족들과 확실히 상의부터 하시지요.”

“전 제 가장 가까운 가족이 될 사람과 이미 상의했어요.”

게론드 이 자식이?

“이봐, 회계사.”

“흠, 흠.”

게론드에게 시선을 옮기다 보니 어색하게 웃고 있는 빌리와 여전히 무표정한 머레이가 눈에 들어왔다.

저 사람들은 면접 보러 와서 이게 무슨 꼴이야?

“좋습니다. 그럼 시니아 양까지 세 사람이 지원한 것이군요.”

시니아의 얼굴에 상큼한 미소가 번진다.

글쎄, 언제까지 웃을 수 있을까?

이후로 한동안 세 사람을 대상으로 여러 가지 질문을 던졌다.

고작 질문 몇 개로 사람의 능력을 평가할 수는 없지만, 빌리와 머레이의 실력은 비슷해 보였다.

그리고 게론드의 말처럼 능력만 놓고 보면 상당히 마음에 들기도 했다.

시니아 양은 뭐랄까….

굉장히 보편적인 타입의 천재(?)였다.

사고의 폭이 넓고 기민했으며, 매우 논리적이었다.

마치 머릿속에 소형 컴퓨터를 내장하고 있는 느낌이랄까?

상점의 회계 업무를 처리한 경험도 상당해서 솔직하게 말하자면 빌리, 머레이 두 사람은 물론이고 게론드보다 나으면 나았지, 못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빌리 씨는 이 자리에 굳이 왜 지원했습니까? 예상하고 있겠지만 배에서 일하는 것은 육지에서 일하는 것보다 고되고 위험합니다.”

“아하하하, 이거 조금 민망합니다만 솔직히 말씀드려도 됩니까?”

“물론이죠.”

“첫 번째는 돈이죠. 아무래도 위험한 만큼 급여가 좋다고 들었거든요. 늙어서까지 골방에 갇혀 숫자와 씨름하는 것보다는 젊을 때 바짝 돈을 벌어서 조금 더 편한 삶을 사는 게 멋지지 않습니까? 그리고 게론드 선배님께 들었는데, 배에서 회계사의 일이라는 것이 상당히 폭이 넓다고 하더군요. 제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서 여러 가지 일을 해보고 싶습니다.”

어디서 스피치 학원을 다니고 왔나?

내용 자체는 무난하지만 그래서 설득력이 있고, 말도 아주 조리 있게 잘한다.

하긴 연줄도 없이 보통 실력만 가지고는 상회니 상단이니 들어가 봐야 인간 타자기나 인간 계산기 대접밖에 못 받는다.

그러다가 운이 좋으면 승진을 할 수도 있지만 사실 그건 복불복이잖아.

나름 일에 대한 열정도 보이고, 추진력도 있어 보여서 마음에 든다.

딱 한 가지 단점이라면 오랜 시간 부려 먹기는 힘들 것 같다는 것 정도?

아마도 자기가 목표한 돈을 모으거나 경험을 쌓으면 다른 곳으로 이직할 확률이 높아 보인다.

그런데 그거야 뭐, 어차피 게론드도 처음에는 꼴랑 2년 계약하고 탄 거잖아.

“그럼 머레이 씨는요?”

“저는….”

그답지 않게 잠시 머뭇거리던 머레이가 말을 이었다.

“다른 상회나 상단에서 채용을 해주지 않았습니다.”

“…….”

설마 그게 끝은 아니지?

우리 배가 꿩 대신 닭, 뭐 그런 거냐?!

“…끝입니까?”

“네. 전 돈을 벌어야 합니다.”

“아, 네.”

성격이 이 정도면 사회생활 자체에 좀 문제가 있는 것 아닐까?

취업이 안되는 게 얼굴의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

별로 궁금하지는 않았지만 초롱초롱한 눈빛을 이기지 못해 마지막으로 시니아에게 물었다.

“시니아 양은?”

“저도 여자가 배에서 일하는 것이 어렵다는 정도는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선단장님께서는 육지에서 일할 사람도 한 사람이 필요하지 않습니까? 폰테 섬을 관리할 사람 말이죠. 폰테 섬을 관리하려면 업무능력과 경험은 물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할 겁니다. 저나 게리 말고는 적임자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좋습니다.”

면접에 지원한 이유가 아니라 자신을 뽑아야 하는 이유를 말해주는군.

그런데 완벽하다.

폰테 섬이 아직 여자가 혼자 지내기에 정말 힘든 곳이라는 것만 빼면 흠잡을 데가 없어.

“저는 두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빌리 씨와 머레이 씨를 채용하기로 했습니다. 시니아 양은 이만 댁으로 돌아가시죠.”

미소를 짓고 있던 시니아의 표정이 그대로 굳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선단장님!”

빌리가 싱글벙글 웃으며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선단장님.”

머레이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건조하게 감사를 표했다.

…음. 감사한 거 맞지?

벌떡!

“말도 안 돼요!”

당연히 이런 반응 정도는 예상했다.

“뭐가 말이 안 된다는 겁니까? 시니아 양, 함께 일할 사람을 선택하는 것은 제 고유의 권한 같은데요?”

“하지만, 하지만! 모든 면에서 제가 저 두 사람보다 낫잖아요! 선단장님도 결국 제가 여자라서 믿을 수 없다는 건가요?!”

“그럴 리가요. 전 어디까지나 냉정하게 제게 더 도움이 되는 사람을 고른 것뿐입니다.”

“거짓말! 어째서!”

하얗고 귀여운 두 주먹을 부르르 떨면서 말하는 그녀의 커다란 눈이 금세 부풀어 올랐다.

그녀를 보던 게론드가 어쩔 줄 몰라 하며 엉덩이를 들썩거린다.

나는 그런 두 사람을 무시하고 빌리와 머레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제 채용되었으니 말을 편하게 하지. 두 사람 다 칼은 어느 정도 쓸 줄 알지?”

“잘 못합니다.”

“칼 쓰는 방법이야 교양으로 배우기는 했습니다만….”

두 사람의 대답을 들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두 사람이 직접 전투에 뛰어들어야 할 상황이라면 이미 다 죽은 판이니까 잘할 필요는 없어. 굳이 말하자면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서 칼로 우리 편을 찌르지 않을 수준이면 충분하네.”

“그 정도는 씁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아, 머레이 저 사람 잘못 채용한 건가?

빌리 저 친구처럼 적당히 장단을 맞춰 줄 수도 있는 거잖아.

“어쨌든 두 사람 다 칼은 쓸 줄 안다는 것이군. 아 참, 긴급 상황에서 선원들과 같이 짐을 날라야 할 수도 있네. 괜찮나?”

“물론입니다.”

“네.”

그 이후로 그녀에게 불가능한 몇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대부분은 배에서 유일한 여자이기에 할 수 없는 일들이었지만, 그렇다고 고용주 입장에서 그 부분을 무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이건 마치 여성용 목욕탕 청소부로 남자를 고용할 수 없는 것과 비슷한 거다.

“마지막으로 시니아 양. 저는 게론드가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내 시선이 허전한 소매에 닿자 게론드가 머쓱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었다.

나를 따라 게론드를 보던 그녀의 눈동자가 떨리는 것이 보였다.

“무슨 의도로 이런 행동을 하셨는지는 알겠지만, 지금처럼 이곳에 계시는 편이 게론드에게는 더 도움이 될 겁니다.”

“하지만 결국 선단장님의 본거지는 폰테 섬이 될 거잖아요. 섬에 머무는 시간이 갈수록 길어질 텐데!”

아이고, 이제 좀 포기해라, 이 아가씨야.

진짜 내가 이런 말까지는 하고 싶지 않았는데.

“시니아 양. 제가 누구를 채용하건 선단의 재무 책임을 맡을 사람은 게론드입니다. 그런데 시니아 양의 말대로 제 본거지가 될 폰테 섬의 재정도 시니아 양에게 맡기라는 겁니까?”

굳이 뒷말은 하지 않았다.

시니아 정도의 머리라면 무슨 말인지 금방 이해하겠지.

예상대로 내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녀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저는 절대로 그런 생각이…!”

“압니다. 하지만 제 입장이라는 것도 좀 생각해 주시죠.”

***

시대를 잘못 타고난 비운의 천재 시니아는 결국 나와의 언쟁에서 참패하여 눈물을 흘리며 집으로 돌아갔다.

빌리와 머레이 역시 짐 등을 정리해서 내일 아침까지 오트라스 호로 오라고 하고 돌려보냈다.

아, 바로 두 사람을 리버티와 피오렐에 배치하는 것은 아니고, 당분간 게론드의 일을 돕게 하면서 수습 기간을 가질 예정이다.

돈이라는 것이 실수를 하면 워낙 파장이 크니까 충분한 경험을 쌓게 할 필요가 있으니 말이다.

무사히 항구를 빠져나간 게브너 상단의 선박들이 사라진 방향을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문득 뒤에서 들리는 인기척에 고개를 돌렸다.

“선장님, 나와 계셨습니까?”

“어, 일등항해사. 그쪽 분위기는 어때?”

“흐흐흐, 말도 마십시오. 내일 출항한다니까 다들 어디로 가는지 궁금해서 죽으려고 하던데요?”

“잘 말해줬지?”

“물론이죠. 제가 로제 항구로 향할 거라고 하니까 다들 애매한 표정이더군요.”

“오늘 밤에는 간부들 다 모이라고 전달했고?”

“네, 그건 오펜 항해사가 맡기로 했으니 잘 전달되었을 겁니다.”

아침부터 창피함을 무릅쓰고 난리를 피운 보람이 있었다.

덕분에 이튼의 관심은 내게 쏠렸고, 상대적으로 관심에서 멀어진 게브너 상단의 배들은 무사히 항구를 빠져나갔다.

어제에 이어 오늘 아침에는 면접이랍시고 오트라스에 사람들이 왔다 갔다 했고, 게브너 상단에서 벌였던 막장 파티를 우리도 하겠다고 동네방네 소문을 냈다.

게다가 다음 기항지가 폰테 섬이 아니고 동쪽의 로제 항구라고 했으니 짜증이 나겠지.

왕녀님의 본국인 프레티아 왕국은 델라 항구를 기준으로 동쪽에 위치한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목적지인 로제 항구에서 더 동쪽으로 들어가면 프레티아 왕국의 항구들이 나오는 것이다.

이튼은 확실히 똑똑한 자이고 의심이 많다.

그는 나를 의심하고는 있지만 확신이 없고, 최근에는 그 의심조차 흔들리고 있을 거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보란 듯이 여자들과 만날 일을 만들고 왕녀님의 가장 유력한 목적지 근처로 갈 것이라고 말한다면?

보통 사람(이곳 기준으로)이라면 ‘아, 저놈이 왕녀님을 태우고 프레티아 왕국에 가려고 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의심 많은 이튼은 한 번 꼬아서 ‘굳이 그걸 이렇게 티를 낸다고?’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심지어 수많은 여자와 접촉할 수 있는 창관에서 출항 전날 파티까지 한다면 불난 집에 기름 붓는 격이지.

이상할 것이다.

내가 진짜로 왕녀님을 숨기고 있다면 굳이 이렇게 눈에 띄게 의심스러운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 테니까.

그렇다고 완전히 손을 놓을 수도 없으니 오히려 내게 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손을 놓기에는 내 행동이 너무 의심스러운 데다가 쌓아 온 자존심이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테니까.

어쩌면 로제 항구로 향한다는 말을 믿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진짜로 교역품 구매도 로제 항구에 팔만한 것들만 구매했고, 실제로도 로제 항구로 향할 생각이다.

이런 것들을 확인할수록 그는 혼란스러울 것이고, 더욱 내게 집착할 것이다.

그리고 이미 떠나버린 게브너 상단의 안톤 선장은 그만큼 관심에서 멀어지겠지.

“그런데 그 약속 장소가….”

그레이그의 조심스러운 말에 상념에서 빠져나온 나는 무슨 뜻인지 알면서도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왜?”

“평소의 선장님과 좀 달라서 말이죠. 원래 여자를 싫어하지 않으셨습니까?”

“무슨 소리야? 내가 여자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그냥 창녀가 좀 별로일 뿐이지.”

“그게 대체 무슨 해괴한 말입니까?”

그레이그가 전혀 이해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하긴, 그레이그가 딱히 여자를 밝히는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여자에 초연한 것도 아니지.

뱃놈들에게는 ‘여자 = 창녀’이니 이들과 도대체 무슨 말을 하겠나.

그나저나 왕녀님은 정말 괜찮으시려나?

아무리 가빈과 트레비스를 붙여놨다지만 불안해서 못 살겠다.

배타는 놈들 중에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녀석이 워낙 드물어야지 말이야.

마음 같아서는 네이선이나 돌격대원을 붙이고 싶은데, 그랬다가는 바로 들통 날 것이다.

누가 봐도 내 주요 인력풀인 사람들이 갑자기 다른 배를 탄다면 그걸 이튼이 놓칠 리가 없잖아?

그나마 가빈은 술을 입에도 안 대는 녀석이고, 트레비스는 돌격대원을 제외하면 그래도 무력이 쓸만한 녀석이니 믿어보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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