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4화. 그림의 떡
회의실로 자리를 옮기자마자 나는 허비 촌장에게 질문을 던졌다.
“촌장님, 여자 다섯 명 정도가 함께 살 수 있는 집이 있습니까?”
“네? 여자 다섯 명이라니요?”
“몇 가지 이유로 이번에 데리고 온 이주민들이 있습니다. 모두 여자이고 한 사람은 저를 대신해서 이곳 폰테 섬의 총독 대행을 하실 분이고, 한 사람은 섬의 재정을 관리할 사람입니다.”
“갑자기 총독 대행이라니… 헛! 그렇다면 제독께서 설마 총독이 되신 겁니까?”
“네, 공식적으로 이 섬은 벨로키나 왕국의 영토이며 스코타 후작령에 속하고, 제가 초대 총독으로 임명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제가 섬에 붙어 있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니까요.”
“아….”
조금 미안하기는 했다.
허비 촌장은 정말 한 발만 잘못 디뎌도 전원 몰살이라는 아슬아슬한 시기를 이끈 사람이니 왕녀님이 없었다면 분명히 그가 총독 대행이 되었을 테니 말이다.
나이를 허투루 먹지 않는 이상 허비 촌장 역시 어느 정도는 기대를 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내가 총독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지는 못했겠지만, 총독 대행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를 대신해서 섬을 관리할 사람이 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않았을까?
“저, 이런 말은 참 조심스럽습니다만.”
“편하게 말씀하세요.”
역시나. 허비 촌장도 사람인데 욕심이 없지는 않겠지.
“혹시 총독 대행을 맡으실 분이 제독님의, 그러니까 아내 분이….”
“푸우우웁!”
“으히힛!”
“쿨럭.”
“으어어엇!”
순서대로 네이선, 우르타, 아인델프, 아! 마지막은 네이선의 맞은편에 앉아있다가 졸지에 맥주를 뒤집어쓴 왓킨 갑판장이다.
저놈들이 왜 놀랐는지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솔직히 이 정도 오해는 당연하지 않을까?
왕녀님과 나의 특수한 관계를 다 알지 못하는 이상, 여자에게 총독 대행을 맡긴다고 하면 당연히 따라올 수 있는 오해다.
“하하하, 아닙니다. 하지만 매우 현명하신 분이고 신분도 높으신 분입니다. 총독 대행을 하기에는 충분할 겁니다. 그리고 재정을 관리할 사람도 이미 능력이 검증된 사람이구요.”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나머지 세 사람은 누구신지 여쭤봐도 될는지요?”
“세 사람은 방금 말씀드린 두 분의 시중을 들 사람들입니다. 아무래도 귀하게 자라신 분들이라 시중을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거든요. 섬 주민들에게 그런 일을 시킬 수는 없으니까요.”
“무슨 말씀을! 제독님이 원하신다면 이 섬의 모든 여자들이 그분들의 시중을 들겠다고 나설 겁니다. 제독께서는 우리에게 생명의 은인이시지 않습니까?”
와우, 이 할아버지는 진짜 욕심이 없는 걸까 없는 척을 하는 걸까?
그도 아니라면, 있었지만 내 말을 듣고 깔끔하게 포기한 걸까?
자신의 노력이나 권리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아서 조금 놀라웠다.
대장간을 크게 하셨을 정도면 욕심이 없지는 않으셨을 것 같은데 말이다.
“어찌 되었건 빈집이 있나요? 아무래도 선상 생활이라는 것이 그리 쾌적하지 않아서 계속 배에 모셔 두기가 좀 그렇습니다.”
내 말에 잠시 미간에 주름을 지으며 생각하던 허비 촌장이 어렵게 입을 열었다.
“솔직히 여자 다섯 명에게 맞춰서 지어진 집은 없습니다. 조금 더 큰 집은 있습니다만, 그곳은 귀한 분들을 모시기에는 조금 문제가 있어서요. 말 그대로 벽과 지붕만 있는 수준이라.”
아마도 초기에 지어졌던 합숙소(?)를 말하는 모양이다.
그때는 시간도 없고 빨리 거주할 곳이 필요해서 정말 바람을 피할 벽과, 비를 막을 지붕, 바닥의 한기를 막을 바닥만 설치한 대형 거주 공간을 만들었었다.
당연히 지금 섬 주민들은 조금 더 제대로 지어진 집에서 생활하고 있다.
“으음, 그건 좀 곤란한데요. 빈집이 그런 곳밖에 없나요?”
“네, 이주민이 오는 것은 봄이나 여름이라고 생각해서 다른 일을 먼저 했습니다. 아무래도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나 부두 시설을 만드는 것이 시급했으니까요.”
역시 너무 무리한 요구였나.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왕녀님과 시니아 양 일행을 계속 귀빈실에서 지내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인데.
내가 그녀들의 거주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한참 고민을 하고 있는데, 슬레어가 입을 열었다.
“두 명과 세 명이 따로 지낸다면 적당한 곳이 있습니다. 두 집이 옆에 붙어 있어서 거의 한 집이나 마찬가지이구요. 조금만 공사를 해서 통로를 만들면 한 집처럼 지낼 수 있습니다.”
“어? 그런 곳이 있어?”
“응? 우리 마을에 그런 집이 있단 말이냐?”
뭐야? 촌장인 허비 씨도 모른다고?
“우리 집 있잖아요, 아버지.”
“오! 그렇구나. 그런데 우리야 상관없다만, 로데스 씨와 아히르 씨에게는 너무 미안한 일인데.”
유레카를 외칠 것 같은 표정으로 슬레어의 말에 기뻐하던 허비 촌장은 걱정을 담아 말을 마무리했다.
“어휴, 촌장님 그런 말씀은 마십시오. 저야 아무 데서나 낑겨 자도 잘 자는 사람입니다.”
“저는 배에서 자도 됩니다, 촌장님.”
그러니까 지금 이 섬의 실세들이 사는 집을 양보하겠다는 말이지?
이거 꽤나 감동적인걸?
하지만 준다고 덥썩 받기는 너무 민망한 일이었기에 일단 한번 겸양을 떨어봤다.
“그렇게까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차라리 그 벽과 지붕만 있는 집을 빨리 고치는 게 어떨까요?”
“아무리 그래도 적어도 공사에 열흘은 잡아야 할 겁니다. 슬레어의 제안대로 하시지요. 저희야 다른 거주민들의 집에 흩어져서 잠시 지내면 됩니다.”
“아무리 그래도 제가 그럼 너무 염치가 없습니다만.”
내 말에 허비 촌장이 호탕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으하하하, 재밌는 말씀을 하시는군요. 제독님. 아니, 총독님. 이 섬의 모든 것은 총독님의 소유나 마찬가지입니다. 저희는 말 그대로 몸만 왔던 사람들 아닙니까? 그러니 조금 더 편하게 무언가를 요구하셔도 됩니다.”
허비 촌장의 말대로면 거주민들은 나의 노예, 아니, 거기까지는 아니더라도 거의 농노 수준이라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물론 나는 당연히 이들을 그렇게 취급할 생각은 없었다.
노동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삶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나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더 이상 사양하는 것도 서로 민망한 일인지라 나는 얼른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정말 고맙습니다, 촌장님.”
“별말씀을요. 슬레어, 레이튼, 어서 가서 집을 정리하거라. 로데스 씨와 아히르 씨도 어서 짐을 정리해서 옮기시오. 여유가 있는 집이 적지 않으니 갈 곳은 많지 않겠소?”
“물론입니다, 촌장님.”
“저는 바겔의 집으로 가겠습니다.”
허비 촌장의 요청을 받은 네 사람이 회의실을 떠나자, 나는 네이선에게 말을 했다.
“가서 게론드와 여자분들을 모셔와. 이제 눈에 띄어도 상관은 없지만 가능하면 요란하지 않게. 무슨 말인지 알지?”
“물론입니다.”
선원들은 지금쯤 신나게 먹고 마시고 있을 테니 선장실에서 나오는 왕녀님이 누군가의 눈에 띌 확률은 적었다.
다른 항구였다면 선내에 남아 있는 선원이 한 명도 없을 수는 없겠지만, 여기는 나의 섬이지 않은가?
음주가무를 절대로 피하지 않는 선원들이 왜 굳이 배에 남아 있겠어?
심지어 술과 음식이 공짜인데.
***
허비 촌장은 왕녀님을 대면하자마자 절로 고개를 숙였다.
그만큼 그녀에게는 기품, 품위, 어떻게 보면 태생적인 지배자의 아우라 같은 것이 있었다.
그렇다 보니 간단한 인수인계는 아무런 잡음 없이 이루어졌고, 그것은 시니아의 일도 마찬가지였다.
섬의 관리가 왕녀님에게, 재정… 이라기보다 물자 분배에 대한 결정권이 시니아 양에게 넘어가면서 권력의 지각변동이 있었지만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다른 거주민들에게 왕녀님과 시니아 양은 직접 말을 섞기 어려운 귀한 분들이었고, 여전히 섬의 대소사는 허비 촌장을 통해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허비 촌장은 정말 아무런 욕심이 없는 사람처럼 행동했다.
왕녀님을 허수아비로 만들고 자신이 결정권까지 행사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이 있음에도 계속 왕녀님의 결정을 받는 보좌관의 자리를 벗어나지 않았다.
어쩌면 내가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열흘을 넘게 두고 보아도 아무런 낌새가 없다면 믿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왕녀님을 무시했다가는 어두운 미래밖에 없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지만, 인간의 욕심이 어디 이성을 따르던가?
“슬레어, 오늘은 거기를 한번 가 보지. 트리토나 함을 숨겨놓았다는 곳.”
“그러실까요? 누가 함께 갑니까?”
“대충 여기 있는 인원들만 가지, 뭐. 어차피 지금 당장 운항할 것도 아니니까.”
사실 처음 입항할 때부터 지고스(신) 님이 주신 최대 스케일의 선물인 전열함 트리토나가 보이지 않아서 걱정이 많았다.
배수량 3,000톤에 가까운 덩치가 어디 숨는다고 숨겨질 덩치가 아니지 않는가.
게다가 섬에 남은 인원으로는 제대로 움직일 엄두도 내지 못하는 녀석이었으니, 혹시라도 폭풍 같은 자연재해에 망가지거나 분실된 것은 아닌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래서 왕녀님 일행을 모시고 오는 일이 일단락되기 무섭게 슬레어에게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물었더니, 모종의 장소에 숨겨두었다고 했다.
혹시라도 우리가 아닌 후작의 부하가 섬을 방문하거나 내가 후작의 부하와 함께 섬을 방문할 때를 대비한 것이라고 하는데, 그 생각이 깊어서 하마터면 뽀뽀를 해줄 뻔했다.
스코타 후작가에는 당연히 폰테 섬의 위치와 항로에 대한 정보가 들어가 있으니, 슬레어의 걱정이 완전히 기우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슬레어가 안전을 장담했으니 확인하는 것은 급한 일이 아니라 차일피일 미루어왔는데, 이제 곧 다시 출항해야 할 시기이니만큼 눈도장이라도 찍고 오려는 것이다.
그런데 슬레어가 향하는 방향이 이상했다.
“슬레어 항해사? 지금 어디로 가는 거야?”
내 질문에 슬레어는 당연하지 않냐는 듯 대답했다.
“배를 타고 가셔야지요. 설마 그 큰 배가 육지에 있겠습니까?”
아, 그러네.
배를 숨긴다고 육지 어딘가에 숨기지는 않았겠구나.
그런데 어찌 되었건 바다 위에 띄워 놓은 배를, 아니, 설혹 뭍으로 끌어올렸더라도 결국 해안가를 벗어나지 못하는 곳에 배를 ‘숨겼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는 건가?
***
“허어어….”
“우와아아….”
“세상에 이런 곳이 있을 줄이야.”
줄지어 놀라는 우리들에게 슬레어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설명을 시작했다.
“보시다시피 밖에서는 아무리 살펴봐도 그저 움푹 팬 곳으로 보이는 장소죠. 하지만 이 안쪽으로 이어지는 통로를 지나면, 아! 저기 보입니다. 놀라울 정도로 큰 대공동이 있습니다.”
슬레어의 말대로였다.
분명히 인공의 흔적은 없지만, 도저히 자연적으로 만들어졌다고 믿기 힘든 말 그대로 대공동.
그리고 그 안에 탄탄하게 고정되어 오롯이 서 있는 트리토나의 거체가 보였다.
돛을 모두 철거해서 약간 볼품은 없었지만, 그런 게 뭐가 중요한가.
그 덩치와 눈을 어지럽히는 수많은 포대만으로도 압도적인 것을.
“심지어 아까 들어온 입구 쪽은 만조 때에는 대형 선박은 들어올 수 없는 구조입니다. 트리토나 역시 간조 때에 아슬아슬하게 들어왔지요.”
“흠. 그건 좀 아쉽네.”
이곳에서 숨어있다가 상시출격이 가능했다면 비밀기지로서 나름 상당한 역할을 했을 것 같은데 말이야.
모두의 불안감을 부추기는 것 같아서 말로 꺼내지 않았지만, 나는 폰테 섬에서 최소한 한 번의 방어전은 치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상대가 일레드 왕국일 수도 있고, 이 섬에 욕심을 내는 다른 나라일 수도 있으며, 어떤 세력일 수도 있다.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면… 스코타 후작가일 수도 있겠지.
어찌 되었건 한 번쯤 방어전을 치러서 이 섬의 방어력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증명해야만 사람들의 욕심이 조금 사그라지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그 방어전을 치르는 날이 아마 트리토나의 데뷔일이 아닐까?
“그런데 이렇게 먼 곳에, 그것도 지키는 사람 하나 없이 물 위에 띄워두는 것은 너무 위험하지 않아? 폭풍 같은 재해야 별 상관없겠지만, 그렇다고 파손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야.”
폭풍이 아무리 거세게 몰아친다고 한들 몇 번이나 커브를 지나야 도달하는 이곳까지 영향을 끼치기는 힘들다.
하지만 배라는 것 자체가 실시간으로 노후화되고 망가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데, 물 위에 떠 있다면 따개비! 이놈의 따개비들이 바닥에 다닥다닥 달라붙는 거다.
그리고 말은 안 했지만, 혹시 모를 외부의 침입에 너무 취약하다.
물론 돛이 없으니 몰고 나갈 수는 없겠지만, 파괴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니 말이다.
슬레어 역시 그 사실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는지 곧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죄송합니다, 그 부분은 저도 생각을 했는데 다른 방법을 찾지 못해서요…. 인원이 너무 부족하다 보니.”
“그래, 어쩔 수 없지. 그래도 인원이 충원되는 대로 이쪽에 뭔가 시설을 만들든가 해야 할 것 같아. 이대로 몇 년만 지나면 트리토나는 폐선이 되어버릴 거야. 다행히 간단한 정박 시설과 수리 시설을 설치할 공간은 나올 것 같네.”
“네…. 그….”
“응?”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주저하던 슬레어가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런데 저는 계속 이곳에 대기해야 합니까? 전….”
아, 그렇지.
인원이 워낙 부족해서 슬레어를 남겨두기는 했지만, 슬레어 역시 항해사다.
고작 섬 주변이나 돌아다니는 항해가 만족스러울 리가 없었다.
“하긴, 슬레어 항해사도 언제까지 여기에 있을 수는 없지. 그 이야기는 다 같이 모여서 이야기해 보자고. 일단 트리토나의 상태를 확인하지.”
심하게 말해서 ‘방치’당한 트리토나 함의 상태는 썩 나쁘지 않았다.
물에 잠긴 부분 역시 동판으로 덧대어 있어서 아직 보수가 필요한 수준은 아니었고.
무엇보다 배에 실려있는 짐이 없어서 흘수가 깊지도 않았다.
“하아, 정말 황홀할 정도로 멋진 배입니다. 도대체 이런 배를 어디에서 구하신 겁니까?”
처음 트리토나 함을 본 순간부터 거의 귀신에 홀린 듯한 표정으로 정신없이 구경하던 베기어 함장이 옅은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이왕 내 편이 되었으니 언젠가는 공개해야 할 부분은 공개하자는 심정으로 베기어 함장을 데리고 올 때부터 대답을 궁리했던 질문이지만, 쓸만한 변명이 없었다.
애초에 네이선과 우르타를 제외한 다른 인원들에게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것을 베기어에게 어떻게 설명하겠냐고.
노획도, 건조도 말이 안 된다.
최신예함이라는 일레드 왕국의 엘베도라 급보다 두 배쯤 큰 규격 외 선박을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어, 숨기려는 것은 아니지만 설명하기 어렵네요. 그냥 우연히 얻게 되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어차피 어떻게 얻었는지가 중요한 것은 아니잖아요?”
내 말에 부드러운 웃음을 지은 베기어가 대답했다.
“물론 제독이 일부러 숨기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숨기려고 했다면 굳이 저를 이 자리까지 함께 올 필요가 없으니까요. 어쨌거나 정말 멋진 아가씨(트리토나)입니다. 다루기는 쉽지 않아 보이긴 하지만 말이죠. 원래 멋진 아가씨일수록 도도한 법이니 당연한 말일까요?”
그의 말대로였다.
다시 둘러본 트리토나 함의 최소 운항 인원은 적어도 60명가량, 그것도 전투 관련 인원을 완전히 배제한 수가 그 정도다.
트리토나 함은 효율성 때문에 전투 외의 목적으로는 절대로 사용할 수 없는 만큼, 이 60명이라는 숫자는 별 의미가 없다고 봐야 한다.
최소한 함포라도 운용하라면 100명은 더 있어야 하니 최소인원이 150명쯤 되는 것이다.
백병전을 위한 병력과 조금 더 쾌적한 근무 요건을 위한 여유 인원까지 생각하면 진짜 400명은 태워야 제대로 된 성능을 뽐낼 수 있겠지.
세 척의 선박에 필요 인원 이상을 태웠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내가 이끄는 인원이라고 해봐야 고작 250명가량, 드라이언까지 포함해도 400명이 채 되지 않는다.
이 배, 진짜 내가 운용할 수는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