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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흙수저 선원으로 살아남기-328화 (329/420)

328화. 그물 (3)

“어, 이거 그러니까….”

조심스럽게 상자를 열어 본 나는 무심결에 혼잣말을 하고 말았다.

예상대로 지고스 님이 던져주던 선물이 맞았다.

그런데 포장도 그렇고 내용물도 그렇고, 이번에는 단순하게 지구의 물건을 가지고 온 게 아니라 제법 응용을 하셨다는 게 다른 점이었다.

주는 방법도 조금 세련되게 바뀐 것 같고.

매번 아침에 일어나서 발에 채이거나 밟아서 알아채곤 했는데 말이야.

혹시 세상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더니 그 영향인가?

이 세상의 숫자 10개(여기도 10진법을 쓴다)가 쓰여진 버튼들과 그 주변을 둘러싼 여러 가지 기호 버튼들.

세상에, 계산기다.

20세기 지구 문명의 총아.

전기로 작동한다는 것 때문에 결국 시간제한이 있기는 하지만, 최소한 몇 년은 쓸 수 있지 않을까?

떨리는 손길로 전원 버튼을 누르니 액정에 선명하게 0이라는 숫자가 표시된다.

“우오오옷!”

신기한 마음에 이런저런 버튼을 눌러보던 나는 중대한 의문을 떠올렸다.

좋다. 확실히 좋기는 한데, 이거 어디다 써?

무슨 복에 겨운 소리냐고 하겠지만 내가 이 계산기로 포각과 궤적을 계산할 것도 아니고(할 수도 없지만), 수입 지출 계산이야 조금 불편할 뿐 이런 게 없어도 할 수 있는 것이니까.

하긴, 원래 그렇게 쓸모있는 물건을 주신 적이 별로 없기는 하지.

최근에야 이런저런 유용한 물건을 선물로 받았을지 몰라도, 어린 시절 받은 것들을 생각하면 계산기 정도면 정말 대단한 거다.

일곱 자리 숫자의 사칙연산을 검산 없이 바로 값을 도출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거지.

그런데 내게는 신뢰할 수 있는 인간 계산기인 게론드가 있다는 것이 문제일 뿐.

이런 거 말고 현대 화기! 기관총! 수류탄! 이런 걸로 주시면 참 좋을 텐데.

생각해보니 선물 중에서 살상용 무기는 쇠뇌 하나밖에 없었던 것 같다.

과도를 무기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잖아?

일단은 출처를 설명할 방법이 없으니 다른 사람들에게는 숨기는 것으로 하고….

나는 몰라도 게론드에게 주면 좋아할 것 같기는 한데 말이야.

계산기를 상자에 고이 넣어서 서랍 깊숙한 곳에 숨긴 나는 침대에 몸을 던졌다.

지금은 계산기에 신경 쓸 일이 아니라 체력을 아끼고 피로를 풀어놔야 할 타이밍이다.

푹신한 침대에서 기분 좋은 풀 냄새가 은은하게 올라왔다.

내장재도 싹 갈고 커버도 세탁을 했으니 그럴 리는 없겠지만, 아직도 왕녀님의 체향이 배어 나오는 기분이 든다.

***

“아직도 따라오고 있지?”

“네, 조금씩 거리가 벌어지는 것 같습니다만, 여전히 따라오는 중입니다.”

“도대체 무슨 명령을 받았기에 저렇게 지독하게 쫓아오는 거야?”

내가 툴툴거리자 그레이그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며 대답했다.

“명령의 문제가 아닐 텐데요? 해군 함선 두 척을 박살 내도고 무사하실 줄 알았습니까?”

아, 맞네.

지네 동료들이 깔끔하게 모조리 수장되는 것을 눈앞에서 봤지.

세 척이 모조리 우리 뒤를 쫓는 것을 보면 아마 구조는 포기한 모양이다.

하긴, 노리기는 했지만, 저들이 구조할 때까지 살아있기 힘든 환경이기는 했어.

“이제 얼마나 내려왔으려나? 일단 해도실로 가지.”

나와 그레이그는 해도실에서 우리의 현재 위치를 확인했다.

대충 위치를 가늠해 보니 이미 일레드 왕국의 최북단 항구인 에쉬노르 항구도 지나친 상황이다.

영해라는 개념은 없지만, 일레드 왕국 해군의 안방이나 마찬가지인 활동 범위 안에 들어온 상태인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내 예상이 맞았는지 애쉬노르로 향하는 항로를 지나고 있음에도 상선 한 척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더 들어가는 것은 위험하다.

“더 들어가시겠습니까? 아무래도 더 들어가게 되면….”

“오늘 저녁에 침로를 서쪽으로 바꾸자고. 표시등을 켜지 않고 움직이면 밤사이에 항적이 많이 흐려질 테니 놈들의 추격을 떨쳐낼 수 있을지도 몰라.”

“표시등을 켜지 않고 야간항해를 하면 위험합니다만. 휴… 알겠습니다, 어쩔 수 없죠.”

만으로 하루를 넘게 지루한 추격전을 하고 있으니 놈들도 이쯤이면 타성에 젖을 타이밍이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바꾸지 않았던 침로를 해 질 녘에 바꿔버리면, 한밤중에나 우리가 있는 자리에 도착할 추격자들이 우리가 방향을 틀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러면 뭐, 사실상 탈출 성공이지.

그렇게 나의 탁월한 판단력을 스스로 칭찬하며 흐뭇해하던 저녁 시간, 저무는 태양을 보며 침로를 변경할 타이밍을 재고 있는데, 견시수의 외침이 들려왔다.

“드라이언에서 신호! 좌현에 해군 함대 출현! 확인된 함선 8척!”

나른한 기분을 깔끔하게 날려주는 보고였다.

8척이나 되는 함대가 식별 가능한 거리까지 왔다는 것은 경계 태만을 질책해야 할 일이었지만, 그런 것을 탓하기에 상황이 너무 급박했다.

“제기랄, 설마 항구에서 보급을 마치고 출항하는 분함대인가? 재수 없게 걸린 것 같은데.”

“서, 선장님 어떻게 하죠?”

하얗게 질린 오펜이 말을 더듬으며 물었다.

2척은 어떻게든 이겼지만 8척의 군함을 상대할 생각을 하니 겁에 질린 모양이다.

나이는 어리지만 오펜도 겪은 전투가 한두 번이 아니다 보니, 압도적인 전력비에서 나오는 공포를 느끼는 것이다.

물론 나는 절대로 저 함대와 싸울 생각이 없다.

도주가 불가능한 상황이 되면 차라리 항복할 거야.

갑판을 돌아다니던 선원들도 견시수의 보고를 듣고 혼란에 빠져있었다.

압도적인 전력이 적이 출현했다는데 놀라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지.

나도 지금 손이 떨리는데.

하지만 이럴 때 내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면 더 큰 혼란이 일어날 게 뻔하다.

그렇기에 나는 이를 악물고 최대한 태연한 모습으로 망원경을 들어 보고된 해군 함대부터 살폈다.

마음은 당장이라도 침로를 돌리라고 하고 있지만, 그렇게 조급한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었다.

일레드 왕국기와 일레드 해군 3함대의 깃발을 당당하게 올리고 이쪽으로 다가오는 8척의 함선들의 굵직한 크기들을 보니, 대충 잡아도 총합 배수량이 6,000톤은 넘어 보인다.

우리와 함대와의 거리는 대략 5km 정도, 우리가 가만히 있다면 30분 내에 조우할 수 있는 거리였다.

미친 듯이 펄럭이는 놈들의 신호는 분명히 정선 신호겠지만, 나는 가만히 있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

놈들에게는 함포만 200문 이상 있을 게 뻔하니, 저놈들과 붙었다가는 백병전까지 갈 것도 없이 포격으로 산산조각 날 거다.

선두에 선 배수량 1,000톤은 확실하게 넘을 것 같은 2급 전투함조차 덩치와 어울리지 않게 빠른 것을 보면 무장을 상당히 가볍게 한 모양이지만, 저놈이 어느 쪽 무장을 가볍게 했는지 굳이 확인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당황하지 마! 아직 전투가 벌어진 것도 아니야! 조타수! 우현 전타, 285도 잡아! 선단에 침로 변경 신호 보내!”

“네? 선장님, 신호를 보내면….”

오펜이 곤란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마 우리가 신호를 보내면 멀긴 하지만 저들도 우리의 신호를 볼 수도 있기 때문에 하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그 정도는 알려진다고 해도 딱히 달라질 게 없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데 뭐.

저놈들이 다가오는 방향을 보면 원래 침로는 260도 정도였던 것 같다.

이제 수평선 너머로 사라져 보이지는 않지만, 북쪽에서 쫓아오는 적이 있는 만큼 그쪽은 우리에게도 매력적인 침로다.

하지만 저놈들이 가는 방향이라는 것은 저들과 교대할 일레드 왕국 분함대가 있을 확률이 높다는 뜻이니 차라리 약간 북쪽으로 움직이는 편이 나았다.

게다가 더 남쪽은 끝까지 쫓기다 보면 결국 해안가라서 자칫 코너에 몰려서 사냥당할 위험이 너무 높으니 말이다.

“이미 발각되었으니 더 이상 일레드 왕국의 세력권 내에 머무는 것이 더 위험해. 최대한 빠르게 이곳을 이탈한다. 케이라 왕국 영역까지만 가면 저놈들도 계속 추격하기 어려울 거야.”

케이라 왕국은 연합군에 소속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일레드보다 벨로키나 왕국에 편향된 중립을 지키는 국가다.

로제 항구에서 들은 소문에 의하면 연합군의 함대는 자유롭게 돌아다니지만 일레드 왕국의 함대는 들어오지 않는다고 했으니.

“선장님, 아예 정남으로 가는 것은 어떻습니까? 로제 항구에 입항해버리면 아무리 일레드 놈들이라도 함부로 행동하지 못할 텐데요.”

조심스러운 오펜의 제안에 나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

“좋은 방법이지만 만약 로제 항구로 향하는 길에 적의 분함대가 있다면 옴짝달싹 못 하고 죽어.”

“하지만 여기에서 북서쪽으로 움직이면 오히려 일레드 왕국 해군에 발각될 위험이 더 높습니다. 어찌 되었건 시논, 케르빈 섬과 케르빈 제도는 일레드 왕국의 영역 아닙니까?

“그건 그렇지만 연합군의 최우선 공격목표는 시논 섬이잖아. 경계를 하더라도 케르빈 제도 쪽은 굳이 경계하지 않을 거야.”

“으음… 이번에도 선장님 판단을 믿어보겠습니다.”

만약 케르빈 제도에 군항으로 기능할 수 있는 시설이 있다면 상황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어떨지 몰라도 당장은 케르빈 제도는 그저 쓸모없는 섬들의 집합일 뿐.

보급이 없으면 전투 지속력이 떨어지는 해군의 입장에서 케르빈 제도는 별로 흥미가 없을 것이다.

일레드 왕국이 폰테 섬에 저렇게까지 관심을 가지는 이유도, 아마 폰테 섬에 어느 정도 시설이 갖추어져 있다면 자신들의 본토를 찌를 수 있는 비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겠지.

어차피 비수로 제대로 써먹으려면 벨로키나 왕국의 해군이 일레드 왕국 1, 2함대를 압도할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침로를 돌려서 30분쯤 달리자 북쪽에서 우리를 쫓아오던 녀석들의 모습이 우현에 보이기 시작했다.

“어라? 두 척입니다.”

“쯧, 연락하려고 한 척이 빠졌나 봐.”

“아, 그래서….”

깨달음을 얻은 표정을 지으며 오펜이 고개를 끄덕인다.

이제 우리는 뒤에 여덟 척, 오른쪽에는 두 척을 매달고 달리는 꼴이 되었다.

이대로 앞이 막히면 전멸이다.

남쪽은 도망가봐야 결국 뭍에 도달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그나마 추격하는 놈들보다 우리가 느리지 않다는 것이 이번 추격전의 유일한 이점이었다.

“이 상태로 계속 가면 005도 방향의 적보다 아슬아슬하게 빠를 것 같습니다.”

해도실에 다녀온 그레이그가 보고했다.

아슬아슬하다면 서로 간의 거리가 500m 안쪽으로 스친다는 말이니, 만약 대포를 빨리 파기하지 않았다면 진짜 망했을지도 모르겠다.

“조범수들 긴장 늦추지 마! 조금이라도 빨리 이쪽 해역을 이탈해야 한다!”

나는 갑판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조범수들을 지휘하던 행크가 알아들었다는 표시로 내게 살짝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보인다.

큰 틀에서 바람의 방향은 자주 바뀌지 않지만 미세한 수준에서는 수시로 변하는 편이다.

평소라면 적당히 돛을 고정시켜서 미세한 변화는 무시하겠지만, 지금은 1분 1초가 아쉬운 상황, 조범수들은 돛을 고정하지도 못하고 계속 홑줄을 당기고 풀면서 최대한 바람을 받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중이었다.

“휴우, 저래서는 선원들 체력이 버티지 못해. 일레드 왕국 해군의 세력권에서 벗어나려면 얼마나 걸리지?”

“이 속도로 진행하면 사흘 정도가 걸릴 겁니다.”

이미 계산을 해 뒀는지 오펜이 즉시 대답했다.

사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잠시 고민을 하던 나는 그레이그에게 망원경을 넘기며 말했다.

“지금부터 일등항해사가 지휘한다. 달이 중앙에 오면 나를 불러. 그 전에 상황이 변하면 바로 부르고.”

“알겠습니다.”

***

“선장님.”

“음, 나갈게.”

나는 노크 소리가 들리기 무섭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창밖을 살짝 보니 어두컴컴한 것이 자정쯤 된 모양이다.

나를 부르러 온 오펜과 함께 선교에 오르자 쌀쌀한 바람이 가장 먼저 나를 반겼다.

“오셨습니까, 선장님. 현재 우리 선단 기준 우측 후방 045도에 두 척, 후방 095도에 여덟 척이 추격 중입니다.”

“거리는?”

“우측 후방 약 1,500, 후방의 적은 4,000 정도입니다.”

“조타수! 좌로 5도, 240도 잡아.”

달이 밝아서 침로가 바뀌는 것이 알려지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그래도 벌건 대낮에 침로를 바꾸는 것보다는 조금이나마 놈들의 반응이 느려질 것이다.

바람이 북동풍(정확하게 말하면 북북동이다)이었던 만큼 침로를 완전히 바꾸자 선단의 속도가 조금 더 빨라졌다.

물론 추격하는 놈들도 비슷하게 빨라졌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었지만 말이다.

‘내일은 다시 침로를 280도로 바꾸면 저놈들도 혼란스럽겠지. 그리고 다음 날 밤에 남서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벗어날 수 있어.’

그때쯤이면 케르빈 섬의 남동쪽 먼바다, 연합군과 일레드 왕국군이 서로 눈치를 보는 공백 구역에 들어설 테니 놈들도 계속 추격하기가 부담스러워지겠지.

운 좋게 연합군 함대라도 만난다면 금상첨화, 완벽하게 안전이 보장될 거다.

“교전기와 구원 요청 깃발 올려. 아, 후작가 문장도 같이 올려.”

“후작가 문장까지요?”

“저놈들은 우리 정체를 이미 알고 있는데 숨겨서 뭐 해. 혹시라도 벨로키나 왕국이나 쿠샤 왕국 해군을 만나면 오해할지도 모르니까 달 수 있는 건 다 달아.”

후작이 바뀌기는 했지만 내가 후작가 가신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나는 ‘스코타 후작’에게 충성을 맹세한 것이지, 후작 개인에게 충성을 맹세한 것은 아니니까.

그러니까 라우반이 나와의 봉신 계약을 파기하지 않는 이상 나는 후작에게 받은 문장기를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었다.

***

피 말리는 추격전이 지속되었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인지 추격하는 놈들도 우리와 비슷한 속도로 따라붙기 시작해서 좀처럼 거리가 벌어지지 않았고, 조범수를 맡았던 선원들은 팔에 심각한 근육통을 호소하며 드러누웠다.

근육통이 좀 있다고 사람이 죽는 것은 아니지만 당장 일을 할 수 없다 보니 멀쩡한 선원들의 노동강도는 점점 높아졌고, 그럴수록 부상 발생 빈도는 높아져 갔다.

“후우, 추격하는 놈들까지 거리.”

“약 1,700, 3,500을 유지하는 중입니다.”

“지독한 놈들!”

나도, 그레이그도, 오펜도 다들 꼴이 엉망이다.

한 사람씩 교대로 쉬기는 했지만 3일간 개인당 수면시간이 10시간도 채 되지 않았다.

나도 방금 쪽잠을 자고 나오기는 했지만, 눈이 잘 안 떠질 지경이다.

“그래도 추격하는 적이 6척으로 줄었습니다.”

“응? 자세히.”

“선장님이 들어가시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8척짜리 함대에서 4척씩 분리되더니 더 느린 4척이 수평선 뒤로 사라졌습니다. 완전히 추격을 포기한 것인지, 그저 뒤에서 따라오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무거운 짐을 한쪽으로 몰아버린 모양이군.”

“네. 그래도 단정으로 내렸을 테니 많이 내리지는 못했을 겁니다.”

“짐을 얼마나 내렸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저놈들이 우리를 천천히 따라잡고 있다는 게 중요하지.”

처음부터 우리를 쫓아온 2척은 조금씩 멀어지고 있지만 4척으로 줄어든 함대는 조금씩이지만 점점 가까워지는 중이다.

저놈들이 빨라진 것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우리 쪽 속도가 조금 느려진 영향도 없지는 않겠지.

“견시 보고! 좌현 전방, 방위 240에 함대 출현! 거리 5,000!”

“전방?!”

“망할!”

그레이그의 욕설이 튀어나오고 우리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망원경을 들어 올렸다.

수평선 근처에 점처럼 떠 있는 셋, 넷, 다섯…아홉 척의 선박이 보였다.

아직 확인할 수는 없지만 저건 높은 확률로 해군이다.

저 정도 규모로 돌아다니는 상선단은 거의 없으니 말이다.

“선장님, 명령을! 이대로 진행하면 포위당합니다!”

“잠깐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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