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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흙수저 선원으로 살아남기-330화 (331/420)

< <330화> 또 만나는 낯익은 얼굴 >

그렇지 않아도 과적으로 인해 느려진 속도, 완전히 역풍은 아니지만 거의 역풍에 가까운 풍향, 뒤에서 걸리적거리는 우리 선단까지.

세 박자를 모두 갖춘 4척의 일레드 왕국 해군 분함대는 개복치처럼 움직였다.(개복치는 보통 둥둥 떠다니고, 헤엄을 친다고 해도 평균 속도는 시속 2.2km 정도에 불과하다.)

그들은 우리가 배치를 조금만 바꿔도 화들짝 놀라며 대응을 위해 진형을 바꾸었고, 덕분에 속도는 하품이 나올 정도였다.

놀랍지 않은가?

상선 네 척이 해군 함정 네 척을 쫓고 있는 거다.

지금쯤 저쪽 함장들은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 가고 있을 거다.

마음 같아서야 신경 쓰이게 졸졸 쫓아오는 우리를 두들겨 패고 싶겠지만, 소식이 없는 본대에 대한 걱정 때문에 시간을 지체하기는 어렵겠지.

어쩌면 자신들의 본대가 연합군과 조우해서 전투를 벌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해내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면 뭐 하나, 아무리 마음이 조급해도 물리적 거리가 줄어드는 것은 아닌데.

크헤헤헤헤헤!

“선장님?”

“어? 갑판장, 무슨 일이야?”

“선원들이 피곤해하는데 전투배치는 해제해도 되겠습니까? 최근 과로에 수면 부족인 상태라서 계속 긴장을 유지하기가 어렵습니다.”

“잠시만.”

나는 해도실로 들어가서 현 위치를 대충 유추해보고 아군과 적군의 속도를 확인한 뒤 고개를 끄덕였다.

“응, 어차피 한 시간 내에 전장에 도달하지 못해. 쉴 사람은 쉬게 해. 다시 전투배치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최대한 효율적으로 쉬도록 해.”

“알겠습니다.”

“오펜, 다른 함선에도 전투배치 해제 신호 보내고 너도 좀 쉬어.”

“괜찮습니다!”

“내가 안 괜찮아. 쉴 때 잘 쉬는 것도 중요한 일이야.”

“아, 알겠습니다.”

인간은 긴장 상태를 장시간 유지할 수 없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모든 생물이 그렇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긴장 상태를 유지하는 것 하나만으로도 체력과 정신력이 빠르게 고갈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전투배치라는 것이 그냥 개인 병기만 들고 멀뚱멀뚱 서 있는 게 아니라는 거다.

장시간 전투배치 상태를 유지했으니, 단 30분이라도 긴장을 풀게 해줘야 만에 하나 발생할 수도 있는 전투에서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 거다.

* * *

그렇게 한 시간쯤 흘렀을까, 나와 교대로 놈들을 주시하던 그레이그가 침을 튀기어가며 소리를 질렀다.

“선장님! 저놈들 침로를 바꾸고 있습니다!”

“어느 쪽이야?!”

“오른쪽입니다! 급하게 꺾은 모양인데요?”

“조타수, 우현 전타! 우리는 놈들을 초월해서 오른쪽 진로를 막는다! 전령! 모든 함선에 내용 전파해!”

“우현 전타!”

“넷!”

다른 방향도 아니고 굳이 오른쪽으로 급하게 방향을 틀었다면 경우의 수는 딱 하나다.

바로 연합군이 시야에 잡힌 것이지.

만약 아직도 전투 중이었다면 최대한 빨리 전장으로 달려가거나 우리를 제압하려고 했을 테니 이번 예측은 거의 정확할 것이다.

오른쪽으로 돌아서 반전할 가능성? 지금 침로는 거의 정북, 풍향이 북북서인데 일부러 역풍을 맞으면서 선회하는 멍청이가 어디 있겠어?

“전투 배치합니까? 선원들도 꽤 회복되었을 겁니다.”

“아직, 조금 더 상황이 심각해진 다음에 해도 괜찮아.”

어차피 우리는 포격을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위태로운 상황도 아닌데 괜히 일찍부터 전투배치를 시킬 필요도 없었다.

뭐, 이전에 전투배치를 하면서 포격 대비해둔 것은 아직 그대로 유지 중이니까.

그대로 30분쯤 항해하니 우리의 왼쪽에 함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직 거리가 멀어서 소속이나 피해 정도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달려오는 함대의 수는 8척, 느려터진 4척 정도는 남김없이 쓸어버릴 수 있는 전력이었다.

“크크큭, 저놈들 물건을 버리는 중입니다.”

그레이그가 비웃으며 말하는 것을 듣고 망원경을 들었다.

제법 가까워진 일레드 왕국 함대에서 온갖 잡동사니가 버려지는 것이 보였다.

“쯧,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했나. 제일 먼저 파기해야 할 것은 포탄과 화약, 대포일 텐데.”

“그래도 명색이 군함인데 무장을 포기하는 게 쉽겠습니까?”

군함이 크기에 비해 느린 이유는 승조원이 많은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과중한 무장 때문이다.

파우더 형태의 화약, 쇳덩어리인 포탄, 더 큰 쇳덩어리(대부분 청동이다)인 대포보다 무거운 게 도대체 뭐가 있겠나.

물론 두터운 장갑도 한몫을 하지만, 애초에 장갑이라는 게 추가 설치한 것이 아닌 이상 탈착이 불가능하니 그건 어쩔 수 없다.

무장을 포기하면 우리보다 빨라지기는 어려울지 몰라도 최소한 다른 군함보다는 빠를 텐데.

“나라면 군함이건 뭐건 일단 배랑 승조원부터 살릴 거야. 배랑 승조원만 남아있다면 재무장은 돈으로 해결이 되니까.”

“그거야 선장님 입장이죠. 저들은 그 돈을 자기 돈으로 내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본대가 전투에서 패하는 동안 상선대를 쫓다가, 그 상선대를 잡지도 못하고 무장까지 다 포기한 채 쫓겨 돌아오면 윗분들이 별로 안 좋아하기는 하겠네.

일단 함장들은 다 목이 날아가겠지.

아, 물리적으로 말고 사회적으로 말이다.

그나저나 저런 마음가짐으로는 우리가 경로를 봉쇄하는 것도 피하지 못할 것 같은데?

* * *

“크으, 대포가 있었다면 완전히 연습용 표적인데 아쉽군요.”

“그런 말 말아. 지금까지 대포를 가지고 있었으면 진즉에 우리 모두 물귀신이 되어 있을걸?”

“그건 그렇습니다.”

그레이그의 말대로 우리가 동쪽으로 나아가는 전면을 봉쇄하자 결국 역풍을 뚫고 꾸역꾸역 북서쪽으로 향하는 일레드 해군은 딱 잡아먹기 좋게 생겨있었다.

심지어 우리를 향해 위협 포격조차 하지 않는 것을 보니 막판에는 버린 포탄과 화약이 가지고 있던 전부였던 모양이다.

그럴 거면 진작 버릴 것이지.

그리고 대포는 왜 안 버리는 건데? 고작 비싸다는 이유로?

대포를 포기하지 못한 대가로 저놈들은 대포를 끌어안고 차가운 바닷속으로 잠수하게 될 운명이었다.

8척의 함대 뒤에서 따라오던 4척의 연합군 해군이 북쪽으로 나갈 길을 봉쇄하기 위해 달리고 있으니 말이다.

남쪽으로 함수를 돌리기에는 너무 늦었고, 동쪽에는 8척, 북쪽에는 4척의 군함이 버티고 있다.

그리고 서쪽에는 우리가 버티고 있지.

심지어 우리는 놈들의 움직임에 맞춰서 정확히 경로만 봉쇄하고 있으니, 시간이 갈수록 포위망은 점점 좁아지는 중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뒤에서 접근하던 8척의 선박이 함수를 북으로 틀기 시작했다.

포격 사거리 안에 들어왔으니 이제 포격을 위해 포각을 맞추는 것이다.

“으흐흐흐, 오늘 아주 좋은 구경을 하겠네. 그러길래 나를 왜 쫓아왔어?”

“선단을 뒤로 좀 물릴까요? 전투가 격해지면 여기까지 포탄이 날아올 수도 있습니다.”

“에이, 일등항해사. 저놈들 해군이라고. 설마 여기까지 쏠 정도로 수준이 떨어질까?”

“뭐, 그렇긴 합니다만.”

그레이그가 머쓱한 표정으로 떡 진 머리를 긁었다.

적과 우리 선단의 거리는 약 1km, 대포 소리를 내는 것에 의의를 두는 상선이라도 잘못 맞추기 어려운 거리다.

“그나저나 저놈들을 다 수장시키려나, 나포하려나?”

“압도적인 상황이니 나포하려 하지 않을까요?”

“응?”

“어?”

새로운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오펜?”

“이등항해사, 왜 벌써 올라왔어?”

“헤헤, 충분히 쉬었어요.”

역시 젊은 피라는 건가.

쿠우우우우우웅!

저 멀리서 포성이 울리고 적 함대 인근에 수많은 물기둥이 치솟았다.

초탄에 명중시키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지근탄이 제법 떨어진 것을 보니 두세 번 안에 명중탄이 나올 것 같았다.

포탄이 떨어지기 시작하자 저놈들은 우왕좌왕하는 것 같더니 함수를 왼쪽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설마 4척으로 8척에게 돌격하려는 것은 아닐 테니 가능한 경우의 수는···.

“전령, 피오렐과 드라이언은 현 침로 유지해서 적 함대의 북쪽을 잡으라고 전해. 뒤처진 리버티는 남쪽을 잡는다.”

“넷.”

“조타수, 우로 15도, 조범수에게 전달, 전 마스트 반개로.”

뒤로 돌아서 남쪽으로 탈출하겠다는 의도인 모양인데, 이렇게 곱게 보내드릴 수는 없지.

내가 지시를 내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8척의 연합군 함대에서 가장 남쪽에 위치한 3척이 방향을 돌리는 것이 보였다.

우리의 의도를 알아채고 지원하려는 것이다.

지휘관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눈치도 빠르고 제법 능력도 있어 보인다.

반대로 적의 지휘관은 멍청하기 그지없는 것 같고.

아니지, 바다 위에서만큼은 최강이라는 일레드 왕국 해군에서 무능한 놈이 진급하기는 힘들었을 테니 그냥 임기응변이 좀 떨어지는 녀석이겠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이미 의도가 읽힌 적 함대의 기동은 바로 차단당했다.

게다가 쓸데없는 짓을 하는 동안 포위망은 말 그대로 물샐틈없이 구축되었다.

그렇게 옴짝달싹하지 못할 정도로 포위당하자 결국 적 함대의 돛이 힘없이 늘어지더니 하나씩 백기가 오르기 시작했다.

“우와아아아아!”

백기를 보자 사방에서 함성이 터졌다.

대승이었다.

* * *

“굳이 우리까지 왜 부르는 걸까요?”

“흐음, 가 보면 알겠지. 그나저나 꼴이 아주 엉망이네.”

내가 떡진 머리를 신경질적으로 쥐어뜯자, 아인델프가 인상을 살짝 구기며 대답했다.

“어쩔 수 없죠. 추격전만 벌써 열흘 가까이 했으니까요.”

“어우, 진짜 이번에는 피가 마르더라. 다행히 별일 없이 끝나서 다행이야.”

“그러게 말입니다. 아, 도착했습니다.”

먼저 올라가겠다는 네이선과 아인델프를 만류하고 내가 먼저 줄사다리를 잡았다.

쑥 내밀어지는 손을 붙잡고 항복한 일레드 왕국 군함(분함대 기함)에 오르자 낯익은 얼굴이 웃으며 반겼다.

“어서 오시오, 리안 선단장. 어이쿠, 얼굴이 많이 상하셨군요.”

“엇? 미르바프 중령···.”

하아, 이 사람을 또 만나게 될 줄이야.

딱히 반가운 얼굴은 아니었지만 나는 일단 고개를 숙였다.

어찌 되었건 도움을 받은 셈이니 감사는 표해야지.

“덕분에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하하하, 별말씀을. 저야말로 덕분에 큰 공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이 정도면 전쟁이 끝나면 진급도 가능할 것 같군요.”

“진급한 지 얼마나 되셨다고 또 진급을?”

그렇잖아, 저 사람 고작 2년 전에 대위였다고.

계급장을 야바위로 따는 것도 아니고 무슨 진급을 일 년에 한 번 꼴로 해?

“오늘 전과를 모르셔서 그렇습니다. 여기 네 척까지 총 여섯 척을 나포했고 세 척을 격침시켰습니다. 아군의 피해는 반파 두 척에 불과하죠. 대승이기도 하지만 특히나 지금처럼 상황이 안 좋을 때라면 공이 크게 평가되게 마련이죠. 하하하하.”

“승전을 축하드립니다. 그런데···.”

확실히 그의 말대로라면 대승이기는 하다.

아군의 피해는 거의 0에 가깝고, 적은 9척을 잃은 것은 물론 나포한 함선 중 여기에서 잡은 4척은 깃발만 바꿔 달면 바로 전투에 투입이 가능한 상황이니까.

그런데 문제는 승전의 가장 큰 공은 보통 지휘관에게 넘어간다는 것이다.

각국의 계급과 직무체계는 비슷하니 고작 중령 따위가 분함대 사령관은 아닐 텐데?

하지만 내가 의문을 입 밖으로 내기도 전에 그가 먼저 대답했다.

“지난 전투에서 함장님이 부상을 입으셔서 제가 셀레스타의 함장 대행, 분함대 사령관을 맡고 있습니다. 이번 전투를 지휘한 사람이 본인이니 그 공도 제 것이죠.”

“아, 그렇다면!”

세상에, 이걸 능력이라고 해야 하나, 그냥 미르바프의 운이 좋다고 해야 하나?

왠지 내가 미르바프의 산타클로스가 된 기분이 드는군.

이놈은 나를 만날 때마다 뭔가 자꾸 이득을 챙겨간다.

다만 첫 만남 때를 제외하면 그것이 내게 손해가 아니다 보니 딱히 생색을 내기도 어려워서 매번 배가 아프다.

“쫓기느라 한동안 고생하셨는데, 저쪽에 있는 두 척의 약탈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배는 넘겨드릴 수 없다는 점, 이해하시죠?”

“물론입니다. 목숨을 구함 받은 처지에 지금 해주신 배려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죠.”

약탈은 개뿔.

저놈들은 막판에 대포까지 다 바다에 던진 놈들이다.

배에 도대체 뭐가 남아있겠나?

“어디로 가실 예정이십니까? 론 항구로 가신다면 호위해 드릴 의향도 있습니다만.”

“아닙니다, 일단 가까운 로제 항구로 가야 할 것 같습니다.”

내 말에 미르바프의 눈이 기묘하게 빛났다.

“델라 항구가 아니고 로제 항구입니까? 거리는 별로 차이가 나지 않을 텐데요.”

“아, 말이 잘못 나왔군요. 델라 항구입니다.”

나는 위험한 그의 눈빛을 보고는 재빨리 말을 바꿨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위험한 사람이다.

“역시, 스코타 후작 각하께 보고를 하실 생각이시군요. 폰테 섬이라는 곳의 총독이 되셨다던데, 짧은 시간에 후작의 신임을 얻다니 역시 대단하십니다. 언제 한번 저도 섬에 초대해 주시죠. 노던테라를 공략하기 위한 전초기지인 섬이라니 저도 흥미가 생기네요.”

전쟁 중이라 여기저기 돌아다니느라 바빴을 사람이 별걸 다 알고 있군.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이런 식으로 장난질을 치면 내가 오냐오냐하면서 받아줄 줄 알았나 보지?

“물론입니다. 이제 막 개발을 시작해서 아무것도 없는 섬이지만 중령님이 방문하신다면 언제든지 환영이죠. 하지만 아직 접안 시설도 미흡하니 조금 더 상황이 좋아진 후에 정식으로 초대하도록 하겠습니다.”

내 말에 사교적인 웃음을 띄우는 그의 얼굴을 보며 마주 웃어주었다.

그리고 깜빡했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아 참, 그리고 아무리 시설을 급하게 만들어도 함대가 기항할 수 있을 정도의 규모는 만들기 힘드니 중령님의 함대를 초대하는 것은 곤란합니다. 중령님 개인이라면 모르지만 말이죠. 그리고 아무래도 본국의 함대도 오지 않는 곳에 타국의 함대가 방문하는 것을 후작께서 싫어하시지 않겠습니까? 이번에 새로 후작이 되신 분의 성향은 저도 잘 모르니 말이죠.”

미르바프의 표정이 살짝 굳어지는 듯싶다가 이내 원래 웃는 모습으로 돌아왔지만, 이미 집중을 하고 있던 나는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이 자식, 진짜 다른 꿍꿍이가 있었구만?

“하하하, 지금은 일이 많아서 어렵겠네요. 조만간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네, 그럼 배려해주신 대로 선원들을 시켜서 지정해주신 선박의 화물은 빼내도록 하겠습니다.”

“그러시지요.”

* * *

다시 올라탄 단정이 항복한 일레드 분함대 기함에서 적당히 멀어진 후에 나는 조용히 아인델프를 옆으로 불렀다.

“미르바프가 말한 두 척을 철저히 약탈해. 대포까지 다 버린 판에 뭐가 남아있나 싶기는 한데, 저놈이 생색을 내고 싶다니 기대에 부응해줘야지.”

떨떠름한 표정의 아인델프가 반문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만 말씀하신 대로 뭐가 남아있겠습니까? 끽해봐야 항해일지나 해도 정도가 남았을 텐데 그런 건 이미 놈들이 다 챙겼을 것 아닙니까?”

“어휴, 나도 몰라. 그런데 열받잖아! 뭐라도 털어와!”

“···알겠습니다.”

벅벅벅벅!

나는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긁었다.

오늘따라 머리가 왜 이렇게 간지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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