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흙수저 선원으로 살아남기-337화 (338/420)

< <337화> 투자 제안 >

“남작, 혹시 내 영지에 대해 알고 있소?”

“네? 그게···.”

귀족으로 태어난 아이들은 귀족에 대해 공부한다.

각 귀족의 성과 문장, 주요 영지의 상황과 영주들, 큰 가문들과 자신과 밀접한 가문들의 역사 등, 평민들은 알 필요도, 알아도 소용없는 것들을 공부한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귀족 태생이 아니잖아.

그런 내용들이 정리된 책자나 서류는 각 가문에 대대로 내려오는 것이라, 난 공부를 하고 싶어도 자료를 구할 방법조차 없다.

“이런, 내가 쓸데없는 것을 물었군. 말해 준 적도 없는 내용을 남작이 알 리가 없는데 말이오.”

“아닙니다, 제가 견문이 짧아서 그렇죠.”

“일단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내 영지인 미네 성과 그 일대는 토질이 그리 좋지 않은 곳이라오. 하지만 괜찮은 구리 광산이 하나 있어서 그럭저럭 영지를 꾸려갈 수 있었지.”

전에도 말했지만 구리는 상당히 비싼 자원이다.

매장량도 그리 많지 않은 데다가 쓰이는 곳도 많으니 가격이 내려가려야 내려갈 수가 없는 자원이기도 하다.

그런데 구리 광산을 쥐고 있을 정도면 굉장히 부유한 귀족인데, 엔버딘 자작의 차림새는 좋게 말하면 검소하고, 솔직하게 말하면 좀 없어 보인다.

물론 어울리지도 않는 값비싼 장신구 따위를 주렁주렁 매달아서 천박해 보이는 것보다 엔버딘 자작의 차림새가 내 눈에는 더 괜찮아 보인다.

하지만 원래 귀족이라는 사람들은 자신의 위세와 부를 과시하는 것이 미덕이라고 믿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자작의 차림새는 딱 몰락해가는 귀족의 모습이었다.

광산을 가진 귀족이 몰락하는 경우라면 세 가지 정도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권력다툼이나 이웃 영주와의 불화, 내부 승계 문제 발생으로 영지가 몰락하는 경우.

두 번째는 영주가 도박이나 여자에 빠져 채굴권을 넘겨버리는 경우.

세 번째는 광산의 광맥이 마르는 경우.

대충 봐도 첫 번째와 두 번째는 아닌 것 같으니 남은 것은 세 번째뿐이다.

“혹시 최근 채굴량이 좋지 않습니까?”

“허허, 역시 현명하시오. 그 나이에 그런 성공을 이루신 것이 절대 우연이 아니구려. 남작의 말대로 최근 몇 년 사이에 채굴량이 눈에 띄게 줄었소. 당연히 나는 전문가라는 이들을 여러 명 파견해서 원인을 파악하라고 했지. 후우···.”

말을 멈추고 깊은 한숨을 내쉬는 자작을 대신해 내가 결론을 말해주었다.

“광맥이 말랐군요.”

“그렇소. 이대로라면 길어야 5년, 재수가 없다면 당장 내년에라도 채굴이 의미가 없어질지도 모른다고 하였소.”

“그것참 뭐라고 위로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안타깝기는 한데 이 이야기를 내게 왜 하는지는 전혀 모르겠다.

채굴량을 늘리거나 새로운 광맥을 발견하는 것은 내가 어떻게 해줄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

이건 광맥 탐사 방법이 개선되고 채굴 기술이 발전해야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위로는 무슨, 아무런 노력 없이 안일하게 살아온 내 조상들과 내 탓인 것을 내 어찌 모르겠소? 하지만 당장 광산이 문을 닫으면 나는 물론이고 내 자식들, 그리고 내 영지민들까지 모조리 굶어 죽을 판이오. 영지의 소출로는 절대로 지금의 영지민들을 부양할 수 없으니 말이오. 물론 몇 년 정도야 지금까지 모아둔 자산으로 근근이 버티기야 하겠지만, 그렇게 몇 년의 시간을 연장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소?”

흐음, 이 정도면 뭔가 감이 잡힐 것도 같은데?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하고 싶으시군요?”

“이해가 빠르셔서 이 늙은이가 말하기 한결 편하구려. 참으로 염치없지만 내가 부탁을 하나 해도 되겠소?”

나는 잠시 대답을 보류하고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광산이 있는 영지라면 해안을 접한 곳은 아닐 것이다.

해안을 접한 영지에 구리 광산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벨로키나 왕국에 있는 영지는 아니거든.

그렇다면 영지의 활성화를 위해 항로를 열어달라거나 교역에 대한 부탁은 아닐 것이고.

굳이 내게 부탁을 한다면 아마 상선단의 구성을 도와 달라거나 상선단의 간부가 될 사람들을 훈련시켜 달라는 일이 아닐까?

내륙에 근거지를 두었다고 해도 자작은 스코타 후작의 봉신이니 적당히 후작에게 상납을 하면

델라 항구를 상선단의 거점으로 쓸 수 있을 것이고.

“상선단의 구성을 도와달라는 말씀이십니까?”

“음? 상선단이라···. 나쁘지는 않지만, 책임자로 앉힐만한 인물이 없소. 아들이 몇 놈 있지만, 딱히 상재가 있는 녀석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가신들 중에 항해나 상행에 뛰어난 자가 있는 것도 아니니 말이오.”

“자작님, 제가 자작님보다 더 많이 아는 것이라고는 배와 바다뿐입니다. 상선단에 대한 것이 아니라면 제가 도움이 될 일이 있을지 모르겠군요.”

어느 정도 난이도가 있더라도 대가만 확실하다면 부탁을 들어주는 것이야 어렵지 않다.

하지만 불가능한 일을 해줄 수는 없는 일이지.

“허허허, 스펜서 남작. 남작은 총독이 아니오? 나는 그곳에 우리 가문의 미래를 걸어 볼 생각이오. 정확하게 말하자면, 폰테 섬에 투자를 좀 하고 싶소.”

“······.”

나는 내가 잘못 들은 것은 아닌지 몇 번이나 자작의 말을 곱씹다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

“아앗! 너무 의외의 제안이라 순간 당황했습니다. 갑자기 투자라니···.”

보통 투자를 받는 것은 굉장히 긍정적인 이벤트에 해당한다.

똑같은 상행을 하더라도 자본금이 많다는 것은 더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말과 같으니 말이다.

하지만 투자 대상이 섬이라면 이건 좀 고민을 해봐야겠는데?

섬에 대한 소유권은 후작에게 있으니 투자를 아무리 해도 나누어 줄 수가 없다.

그렇다면 섬에서 나오는 상품에 대한 지분을 요구하려나?

아니면 섬의 시설물에 대한 소유권?

투자에 대한 반대급부로 뭘 요구할지를 모르니 투자를 덥석 받아들이기가 꺼려지는 것이다.

“처음에 후스 자작이 천만 로스라고 할 때 나 역시 깜짝 놀랐소. 그 정도 금액을 남작이 확보한다면 내 투자 제안의 매력도 그만큼 떨어질 테니 말이오. 하지만 남작께서는 신뢰를 위해 그 금액을 거절하셨지. 그래서 내가 제안하겠소.”

설마, 아니지?

내가 잠깐 실없는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에 잠시 숨을 몰라 쉰 자작이 짤막한 단어를 내뱉었다.

“천만.”

“······.”

“그리고 진행 상황을 봐서 내년에 천만을 더 투자할 수 있소. 이게 내가 제안하는 투자금이오.”

어, 잠깐만, 내가 아까 얼마나 벌었더라?

갑자기 계산이 복잡해졌다.

자작의 제안이 몇백만 정도였다면 조건을 들어볼 것도 없이 거절해도 될 일이었다.

백만 로스가 큰돈이기는 하지만 불확실한 위험을 감수할 정도로 매력적인 금액은 아니니 말이다.

내가 자작을 좋게 보고 있다지만 그것은 내 개인적인 감정이고, 그가 좋은 의도로 내게 접근했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 아닌가?

하지만···.

천만, 그리고 또 천만, 총 이천만 로스.

거짓말 조금 보태서 지금의 리안 선단을 하나 더 만들 수 있는 돈이다.

그 강렬한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다면 그게 사람인가? 세상사에 초탈한 반신(半神)이지!

그리고 이 할아버지, 완전히 알부자였잖아?!

“크흠, 갑작스러운 말씀이라 당장 대답해 드리기 곤란하군요.”

“아, 물론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시겠지. 걱정 말고 천천히 고민해 보시오. 나는 이 근처의 ‘다렌의 물망초’라는 여관에서 묵고 있을 테니 출항 전에만 결정해 주셨으면 좋겠소.”

“다렌의 물망초 여관, 네,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일어나리다. 부디 남은 상품들도 좋은 값에 파시길 바라겠소.”

“네, 감사합니다.”

자작을 배웅하고 돌아온 나는 바로 함선장들을 불러 모았다.

“다들 어떻게 생각해?”

“저는 제독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내 질문이 떨어지기 무섭게 아인델프가 신뢰가 가득 담긴 눈빛으로 나를 보며 대답했다.

아인델프, 믿어줘서 고맙기는 한데 지금 내게 필요한 건 여러 사람의 의견이라구.

그 부담스러운 눈빛을 피해 베기어 함장을 바라보자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상행위조차 자신이 없어서 제독께 투신했는데 투자라니요, 제겐 너무 어려운 질문입니다.”

으음, 그렇긴 하지.

“일단···.”

그래도 이런저런 경험이 많은 발드 선장이 한참 고민을 하다가 입을 열었다.

“투자금에 혹하실 일이 아닙니다. 물론 말도 안 되게 큰돈이기는 하지만 그냥 주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투자금이니까요. 먼저 투자에 대한 조건을 들어보시고 판단하시지요.”

“그렇기는 하지만 말이죠, 뭔가 제가 놓치는 것이 있는 것 같은데. 너무 의외의 제안이라서 그런 것 같기도 하구요.”

“글쎄요?”

한 10분 정도 이야기를 나누던 나는 곧 의논 대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인델프, 발드, 베기어는 뛰어난 선장이고 함장이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지휘력이나 항해술이 뛰어나다는 말이지, 지력이 높다는 뜻은 아니었으니까.

물론 항해술을 익히는 데에는 일정 수준의 지적 능력이 필요하기는 하다.

하지만 상황에 대한 다각적 이해나 변수의 예측과 제어, 심리 분석 같은 고차원적인 사고 및 추론 능력과는 거리가 있는 분야인 것도 사실이다.

두 손을 든 나는 입맛을 다시며 크게 박수를 쳐서 분위기를 바꿨다.

“다들 밥도 제대로 안 먹었잖아요. 밥이나 먹고 갑시다. 비싸게 준비한 음식인데 이대로 남기고 갈 수는 없잖아요? 남는 건 주인에게 말해서 포장해 달라고 하고.”

* * *

“거절하십시오.”

나름대로 리안 상선단의 브레인이라고 할 수 있는 회계사들을 소집하고, 최고 학력을 자랑하는 닥터까지 불러 모아 엔버딘 자작의 제안을 이야기하자,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나온 대답이었다.

“게론드? 너무 칼 같은 대답 아니야?”

거의 생각하지도 않고 바로 반대하는 게론드의 말에 내가 살짝 당황하며 되묻자, 다른 방향에서 대답이 튀어나왔다.

“제 생각은 다릅니다. 생각할 시간을 벌어오신 것은 제독께서 매우 잘하신 일이지만, 그렇다고 아주 부정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 엔버딘 자작이라는 분도 사정이 꽤나 급한 모양인데, 폰테 섬을 대안이라고 생각했다면 우리가 받아들이지 못할 정도로 과중한 조건을 내밀지는 않을 겁니다.”

회계사 빌리였다.

직속상관이라고 할 수 있는 게론드의 말을 가로챈 꼴이라 약간 무례한 부분이 있기는 했지만, 의견 자체는 매우 합리적인 추론이었다.

그의 말대로 엔버딘 자작의 조건을 들어보기는 해야겠지만, 내가 무슨 바보도 아니고 너무 과한 조건을 수락할 리가 없잖아.

엔버딘 자작도 그 정도는 알 테니까 적당히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조건을 들이밀 것이다.

“엔버딘 자작의 사정이 급한지 자네가 어떻게 알아? 그리고 폰테 섬에 뭐가 있는지는 우리도 잘 모르는데 무슨 조건을 내밀지 어떻게 알고 그렇게 자신 있게 말하는 거야? 일이 잘못되면 네가 책임질 수 있나? 근거 없는 낙관적 추론으로 선장님의 판단을 흐리지 말도록.”

게론드가 평소와 다르게 냉랭한 목소리로 받아쳤다.

아무래도 자존심이 조금 상한 모양인데, 게론드의 의견이 살짝 억지처럼 들린다.

내가 의견을 듣자고 사람들을 모았는데 의견을 낸 사람이 왜 책임을 지나, 결정한 내가 책임을 져야지.

“크흠, 게론드 회계사, 그만하지. 의견을 낸 것뿐인데 그렇게까지 면박을 주면 어떡해.”

“하지만 선장님!”

게론드의 언성이 살짝 높아지자 흥미로운 표정으로 상황을 지켜보던 닥터가 끼어들었다.

“게론드 회계사, 그럼 자네가 반대하는 이유를 먼저 말해주지 않겠나? 다짜고짜 반대를 하면 제독도 이해하기 힘들 것 아닌가?”

게론드는 당황한 듯 고개를 숙인 빌리를 잠시 노려보더니 입을 열었다.

“조건을 들어보면 분명히 선장님은 물론이고 누가 들어도 혹할만한 조건을 내밀 것입니다. 아마 우리가 확인할 수 없거나, 그리 크게 보지 않는 것을 달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충분히 매력적인 투자 제안으로 보일 수 있도록 말이죠.”

“잠깐, 그게 왜 문제라는 거야?”

투자하는 사람이 투자 제안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투자를 하는데 이놈이 나를 홀랑 벗겨 먹으려는 건지, 날 꼭두각시 인형으로 만들려는 건지 잘 모르겠을 정도로 가혹한 조건을 내밀면 누가 투자를 받겠냐고.

하지만 어리둥절한 내 질문에 게론드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문제의 겉면만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입니다. 보통은 저기 저 빌리 회계사처럼 일단 조건부터 들어보자고 하겠지요. 그럼 묻겠습니다. 선장님은 왜 그 자리에서 조건을 듣지 않았습니까?”

“어?”

듣고 보니 그렇긴 하네.

분명히 조건을 물어볼 정도의 시간은 충분히 있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내가 서둘러 대화를 끝내지 않았다면 자작이 먼저 조건을 이야기했을 것이다.

굳이 내가 물어볼 필요도 없이 말이다.

그런데 내가 왜 서둘러 대화를 마무리 한 거지?

“제가 그 상황을 목격한 것은 아니라서 이렇게 말하기는 조심스럽습니다만, 그때 조건을 듣기도 어려울 정도로 시간이 없거나 자작이 조건을 아직 준비하지 않은 상황은 아니었을 겁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그, 그렇긴 하지.”

내가 얼떨결에 대답하자 그는 갑자기 한 손으로 테이블을 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것 보십시오. 선장님도 느낀 겁니다.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말이죠. 말로 설명하지는 못하시겠지만, 상황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일단 자리를 피한 겁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완벽하게 짜여진 함정을 선장님이 빠져나온 게 말이 되지 않아요.”

어? 함정이었어?!

엔버딘 자작이 왜 나를 상대로?

함정이라는 말에 사람들의 표정에 경악이 어렸다.

최소한 내 지능 수준이 평균 이상은 되는 모양이다, 다른 사람들도 전혀 몰랐던 것 같으니까.

“가장 먼저 의심해야 할 부분은 바로 정보의 불균형입니다. 선장님은 엔버딘 자작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습니까?”

“응? 어, 대를 이어온 후작의 가신이라는 것과 미네 성의 성주라는 것? 그리고 호호백발 할아버지라는 것도 알지. 아차, 이번에 영지에 구리 광산이 있다는 것과 알부자라는 것, 그 구리 광산의 수명이 다 되어 간다는 것도 알게 되었지.”

두 번 만났는데 이 정도면 꽤 많이 아는 것 같은데.

“사실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것은 후작의 가신이라는 것과 미네 성의 성주라는 것 정도군요.”

“자작이 내게 거짓말을 했다는 거야?”

왠지 모르게 살짝 기분이 나빠져서 뾰족하게 되물었지만, 오히려 게론드의 어조는 평온해졌다.

“거짓말일 수도, 사실일 수도 있죠.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자작이 선장님에 대해서는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폰테 섬의 총독이라는 것, 선단을 이끈다는 것, 이번에 폰테 섬의 특산품을 싣고 왔다는 것과 섬의 개발권을 가졌으며 자금이 부족하다는 것도 알고 있군요. 제가 보기에는 섬에 인구가 부족하다는 것도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확실히 자작이 나에 대해서 이런저런 정보를 알고 있는 것 같기는 하다.

그런데 그게 딱히 숨겨야 할 정보인가?

그리고 그런 정보들이 얻기 어려운 것도 아니고 귀족쯤 되면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는 정보 같은데.

“미안한데 아직도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어.”

내가 양손을 드는 제스처를 취하자, 게론드는 설명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자작이 무슨 제안을 하는지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투자건 뭐건 본질적으로 그것은 거래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그런데 한쪽은 상대방에 대한 정보를 상당히 알고 있고, 반대쪽은 아는 게 거의 없습니다. 과연 공정한 거래가 이루어지겠습니까? 애초에, 그게 공정한 거래라고 선장님은 확신할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억지입니다! 선단의 사활이 걸린 거래도 아니고 고작 투자를 받을지 말지에 대한 결정입니다. 그런데 무슨 상황을 그렇게까지···.”

“조용히 햇!”

빌리가 다시 한번 끼어들기를 시도했지만, 게론드는 이번에도 평소와 다르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음, 기분이 많이 나빴던 모양이다.

“게론드, 너무 화내지 말고 말 좀 들어봐. 나도 빌리와 같은 생각이야. 내 정보야 구하려면 딱히 구하기 어려운 정보도 아니고, 자작 입장에서도 자기 영지의 사활을 건다고 했으니 여러 방면으로 알아보는 것이 당연하잖아.”

내가 좋게 타일렀지만, 그는 자리에 앉더니 한없이 냉정한 얼굴로 내게 되물었다.

“후작의 장례식에서 가신단에 있었다니 후작의 가신이고 자작인 것은 맞을 겁니다. 아마 미네 성의 성주라는 것도 사실일 겁니다. 그런 것까지 거짓말을 하지 않을 테니까요. 하지만 정말 그에게 구리 광산이 있는지 확인하셨습니까? 그 광산이 폐광 직전이라는 것은요? 그에게 이천만 로스라는 거금이 있는 것은 맞나요? 처. 음. 부. 터!”

잠시 숨을 몰아쉬던 게론드가 물었다.

“처음 장례식에서 선장님과 자작이 만나게 되었던 순간부터 일이 시작된 것이라면 어쩌시겠습니까? 만약 그렇다면 몇 달에 걸쳐 교묘하게 위장되었을 투자 조건을 듣고 그 유혹을 이겨내실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아니, 그 제안 자체가, 조건을 듣게 된 것이, 이미 함정에 빠진 상황이라면 어쩌시겠습니까?”

나는 등 뒤가 축축하게 젖어오는 것을 느꼈다.

다른 사람들도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는지 경악스러운 표정을 숨기지 않고 있었다.

게론드의 가상 시나리오는 정말 가능성이 희박해 보이기는 했다.

하지만 만약, 정말 만에 하나라도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나는 자작에게 조건을 듣고 그의 투자를 거절할 수 있었을까?

금액만 듣고도 이미 눈이 반쯤 뒤집혔었는데 조건조차 얼핏 듣기에 매우 훌륭했다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