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3화> 예상치 못한 지원자 >
불안한 마음을 애써 숨기고 항구에 도착하자 탈리스를 위시한 오트라스 호의 간부들이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맞이했다.
“제독, 며칠 더 걸린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사나흘 후에 온다고 했던 상관이 갑자기 나타났으니 탈리스가 당황하는 것도 당연했다.
그리고 함께 나왔던 게론드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스코타 성까지 이틀거리로 알고 있는데, 혹시 중간에 무슨 일이 생겨서 돌아오신 건가요? 아니, 티벡 선단 선장들이 탄 마차가 없는 걸 보면, 설마! 또 공격을 당하신 겁니까?! 선장들은 어떻게 된 겁니까? 갑판장이 있었는데도···.”
“그만, 그만. 아무 일도 없었어. 문제라면, 흠. 어차피 회의 한 번 해야 하니까 간부들 모두 호출하지.”
내 말에 탈리스가 잠시 고민하더니 민망한 표정으로 말했다.
“제독께서 지금 오실 줄 몰라서 간부들 중 절반 이상이 상륙한 상태입니다. 위치를 수소문해서 부르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겁니다. 그리고 선장실에 모두 모이기에는 너무 비좁으니 회의 할 만한 장소도 알아봐야 하구요.”
하긴, 이제 선단의 간부만 해도 30명이다.
인원이 인원이다 보니 한 번에 다 모으기가 영 쉽지가 않았다.
“그럼 일등항해사가 각 함선장들과 함께 간부들 모두 위치 파악해서 모이라고 해. 바로 움직여.”
“알겠습니다.”
대답을 마친 탈리스는 주변의 운 없는 선원들 몇 명을 부르더니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빠르게 현문을 나섰다.
“그리고 크리스티앙.”
“네, 제독.”
“네가 회의할 만한 장소 좀 알아봐. 어차피 바로 모이지 못할 테니 저녁 식사도 가능한 곳으로. 보안이 제일 중요하니까 가격은 신경 쓰지 말고.”
“알겠습니다!”
크리스티앙이 떠나자 나는 남은 이등항해사 에반을 보며 말했다.
“에반 이등항해사, 자네는 상륙한 선원들 최대한 복귀시키고 내일 출항할 수 있도록 준비하게. 물론 다른 함선들에도 같은 내용 전달하고 말이야.”
“네. 넷!”
“갑판장은 포술장 데리고 선원들 최대한 확보 해. 폰테 섬으로 간다는 거 반드시 주지시키고. 필요하다면 다른 선박의 인원도 동원해도 좋아.”
“알겠습니다, 선장.”
내 뒤에 서 있던 네이선이 고개를 끄덕이고 우르타의 뒷덜미를 잡고 떠났다.
그렇게 모여 있던 인원 중 대부분이 명령을 받고 떠나자 심각한 표정의 게론드가 입을 열었다.
“갑자기 폰테 섬을요? 아직 필요한 자재와 생필품은 물론이고 식량과 식수도 재보급하지 못했습니다. 아무리 서두른다고 해도 제대로 준비를 하려면 이틀은 필요합니다만.”
“란데르에게 도움을 요청해. 무조건 내일까지 출항 준비가 끝나야 해. 할 수 있지?”
내 말에 게론드가 인상을 찡그렸다.
“아무리 란데르 형이라고 해도 갑자기 그런 물자를 마련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어제 이야기를 해 두었으니 슬슬 준비를 하고는 있겠지만 내일까지 모두 구하려면 아마 웃돈을 줘야 할 겁니다. 아시다시피 아직 전쟁 중이라 물자가 여유 있는 편은 아니니까요.”
“돈은 상관없어. 어차피 돈 벌려고 사는 상품들도 아니니까. 아니, 가능한 수준까지만 준비하고 식량이랑 식수만 어떻게든 맞춰. 그리고 화약이랑 포탄, 응급 수리용 자재도.”
내 말에 게론드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문제가 있군요. 알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게론드까지 자리를 떠나고 나자 저쪽에서 하얀 사제복을 입은 사람이 급하게 뛰어왔다.
“아이고, 아이고, 채피 이놈아! 남작님, 이거 면목이 없습니다. 제가 감기에 걸려 신경을 쓰지 못했더니···.”
쩔쩔매며 다급하게 사과하는 로쉬암 사제를 보니 눈이 충혈되고 코도 빨간데다 목소리까지 잠겨있어서 누가 봐도 감기 환자였다.
사제도 감기에 걸리는구나.
자기 자신에게는 치유의 힘을 못 쓰는 건가, 아니면 질병은 못 고치는 건가?
잠깐만, 진짜 감기였다고?
로쉬암 사제에게 한쪽으로 끌려가 대차게 혼나고 있는 채피의 모습이 새삼스러웠다.
우연인가, 아니면···.
“흠, 로쉬암 사제님.”
“내가 그렇게 함부로 돌아다니지 말라고··· 네? 부르셨습니까, 남작님?”
나는 한참 채피에게 잔소리를 늘어놓다가 화들짝 놀라는 로쉬암 사제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채피 견습 사제에게 너무 뭐라고 하지 마십시오. 덕분에 큰 고비를 넘겼으니까요.”
“아, 그렇습니까? 다행이군요. 물론 이 녀석이 하는 일이 대부분 이해할 수 없기는 합니다만, 세상일에 너무 무지해서···.”
“그게 채피 견습 사제의 잘못은 아니니 전 괜찮습니다. 문제도 없었구요.”
사실 문제가 아주 없지는 않았지만 그건 나중에 이야기 해줘도 되겠지.
“휴우, 요 며칠 동안 얼마나 가슴을 졸였는지···.”
“그보다 채피 견습 사제에게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내 말에 로쉬암이 살짝 놀라며 채피를 보았다.
“물어보세요, 제독님!”
“음, 우리가 내일 출항해도 너무 늦지 않겠습니까?”
“뭐를요?”
“아니, 분명히 빨리 가야 한다고···.”
네가 그랬잖아, 이 망할 녀석아!
“어, 으음, 그건 그러니까 빨리 가야 하는데, 얼마나 빨리 가야 하는지는 몰라요. 그냥 최대한 빨리?”
예언의 성능이··· 아주 좋지는 않네.
***
회의에서 채피의 말을 그대로 전할 수는 없었기에 급하게 출항하려는 이유를 설명하기가 퍽 난감했다.
고작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케일린의 추측 정도였는데, 그럼에도 모두들 흔쾌히 내 의견에 동의해 주었다.
특히 내 고용인이라기보다는 동업자에 가까운 베기어 함장도 두말없이 동의를 해줘서 약간 감동이었다.
그렇게 빠르게 회의를 마치고 조금 편안한 기분으로 복귀하는 중에 일단의 남자들이 우리 앞을 막아섰다.
거대한 덩치로 내 앞에서 길을 열던 피오렐의 돌격대장 발타가 먼저 앞으로 나섰다.
“누구냐? 왜 길을 막는 거지?”
“여어, 제독. 오랜만이오.”
“무례한 놈! 감히!”
남자가 건들거리며 발타를 무시한 채 내게 인사를 건네자 바로 발타가 발끈했다.
품에서 단도까지 꺼내는 것을 보면 진짜 화가 난 것 같아서 나는 급히 발타를 말렸다.
“워, 워. 진정해, 발타. 자네도 저 친구 알잖아?”
“네? 저런 애꾸 놈을 제가 어떻게··· 아.”
애꾸라는 말에 애꾸의 표정이 팍 구겨졌다.
“아, 거참, 애꾸 아니라니까 자꾸.”
“이번에는 내가 말 안 했다.”
“그게 무슨··· 아이고, 관둡시다. 요즘 잘 나간다는 소문은 들었수, 제독.”
애꾸 레건이 말에 나는 피식 웃으며 앞으로 나섰다.
네이선이 은근슬쩍 내 뒤로 붙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 소문을 들었다는 사람이 태도가 그러면 안 되지 않을까? 내가 남작이라는 소문은 못 들었나 봐?”
“허, 진짜, 그 헛소문이 진짜요? 아니, 진짜입니까? 아무리 제독이라도 그건 헛소문인 줄 알았는데.”
“하핫, 귀족 사칭은 재수 없으면 목이 날아가는 문제야. 그보다 갑자기 무슨 일인가?”
대충 훑어보니 함께 온 이들만 십여 명, 무식한 용병 놈들 아니랄까 봐 흉흉한 무기를 가지고 있는 것이 옛 지인 만나러 온 차림새로는 영 꽝이었다.
“아, 별일 아닙니다. 지나는 길에 술집에서 제독 이야기를 들어서요. 어차피 이곳에서 며칠 쉬어 갈 생각이라 인사나 한번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 것 치고는 일행들이 좀 많군?”
“아, 그게.”
레건이 얼굴을 붉게 물들며 말을 끊자, 그 뒤에서 흥미로운 표정으로 상황을 지켜보던 한 녀석이 나섰다.
“크흐흐, 대장이 가는데 부하들이 따라가는 건 당연하지 않습니까, 제독님. 우리 애.꾸.눈. 용병대는 대장을 혼자 두지 않습죠.”
“풉.”
“푸웃.”
내 뒤쪽에서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한 억눌린 바람 빠지는 소리가 들리고 애꾸 레건의 얼굴이 더욱 빨개졌다.
“닥쳐, 이 자식아! 내 소개를 왜 네 놈이 해?!”
“계속 헛소리하니까 도와준 거 아니오, 거참, 성질머리하고는.”
물리치료를 병행한 서열 재확인 과정을 마친 레건이 아무렇지도 않은 척 말을 이었다.
애꾸가 아니라고 그렇게 난리를 피우더니, 결국 만든 용병대가 애꾸눈 용병대야?
“흠, 흠. 제독 덕분에 조그만 용병대를 하나 만들었소. 아니, 습니다? 이거야 원, 갑자기 귀족이 되셨다니 말이 자꾸 꼬이는군.”
“편하게 해, 무식한 용병들에게 예의를 바랄 정도로 내가 꽉 막힌 사람은 아냐.”
‘무식한’이라는 부분에서 레건의 눈썹이 꿈틀했지만 딱 그 정도였다.
무식한 놈들에게 무식하다고 하는데 뭐 어쩔 거야?
“그냥 그렇다는 거요. 잘 지내시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그 뭐야, 폴케 섬? 그런 것도 가지고 있으시다니까 신기하기도 하고. 으흠, 뭐, 그, 예전에 했던 약속도 생각나고···.”
잠깐만, 약속이라면?
흠, 그렇지, 내가 그런 말을 했었구나.
꼴을 보아하니 그게 용건인 것 같은데 말이야.
“나도 오랜만에 봐서 좋군. 잘 지내는 것 같아서 다행이고. 내가 내일 출항을 해야 해서 오늘은 바쁘니 다음에 기회가 되면 함께 식사나 하자고. 요즘 용병 일은 할만한가?”
“쳇, 그렇지 않아도 이번 시논 섬 공격에 한 다리 걸치려다가 공치고 오는 길이오. 사설함대는 육전대가 필요 없다고 하고, 해군 놈들은 굳이 우리를 태울 필요가 없다고 하더란 말이오. 아니, 섬을 점령하는데, 왜 용병을 안 쓰겠소? 이미 뇌물을 먹은 놈들만 데리고 가겠다는 거지.”
그건 좀 아닌 것 같은데.
일개 용병인 레건은 모르겠지만 결국 이번 시논 섬 공격은 대해전이다.
해상에서 전투의 결과가 정해지는 것이지.
적 함대를 격파하면 시논 섬 자체가 고립되니 손쉽게 점령할 수 있고, 적 함대를 격파하지 못하면 육전대 따위는 그냥 밥벌레에 불과하다.
그러니 굳이 용병을 고용할 리가 있나.
하지만 나는 이런 내용은 전혀 모르는 척 가볍게 고개만 끄덕였다.
원래 이런 건은 먼저 말을 꺼내는 쪽이 불리한 법이다.
“그건 안타깝군. 그래서 지금은 어디로 가려는 건가?”
“그게, 그러니까···.”
말을 끊은 레건이 뒤에서 간절한 표정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아기새(?)들을 쓱 둘러보더니 눈을 질끈 감고 말했다.
“혹시 사람이 필요하지 않소? 알다시피 내가 데리고 있는 애들 절반쯤은 전에 제독의 배에 탔던 이들이기도 하고, 거 사람을 쓴다면 이왕이면 배를 타본 놈들이 낫지 않소?”
나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고작 며칠이나 탔다고 생색은. 그래서 몇 명이나 되나?”
말을 하면서도 별로 기대하지는 않았는지 세상 다 산 표정이던 레건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어? 진짜 고용해 줄 거요?”
“옛 인연도 인연인데 돕지 못할 것도 없지. 그렇지 않아도 섬 경비를 위한 인원이 필요하니 말이야.”
당연한 말이지만 이 들개 같은 놈들을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이 섬에 풀어 둘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다.
하지만 정말 케일린의 추측처럼 적의 공격이 임박해 있다면 전투에 능한 용병들은 꽤 도움이 될 거다.
아무 일도 없으면 고용 비용만 날리는 꼴이지만, 지금 돈 한두 푼에 연연할 상황은 아니니까.
“나를 따라다니던 놈들이 한 30명쯤 되고 더 필요하다면 이 근처에서 더 모을 수도 있소. 몇 명이나 필요하시우?”
부담스러울 정도로 반짝이는 레건의 눈을 똑바로 보며 나는 내 요구 사항을 전달했다.
“어중이떠중이는 필요 없어. 말 잘 듣고 사고 안 치는 놈만 데리고 와. 농담이 아니고 내 섬에서 사고치는 놈은 그 자리에서 목을 벨 거다. 벨로키나 왕국의 남작이자 폰테 섬 총독이라는 자리를 걸고 말하는 거니까 궁금하다면 한번 목숨을 걸어보든가. 하나 더. 내일까지 합류할 수 있는 인원만 데리고 간다. 고용 기간 동안 매일 숙식 제공 및 100로스 씩, 전투 1회당 추가 3,000로스. 자네는 조금 더 챙겨주지. 어때?”
물론 그 숙식의 대부분은 비좁은 선실과 건빵, 걸레맛 육포겠지만 굳이 그 사실을 말하지는 않았다.
그냥 배만 타도 먹여주고, 재워주고, 용돈(?)까지 주는 후한 조건이잖아?
잠시 고민하던 레건이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일이 없어서 난감한 입장이었던 게 맞는 모양이다.
“가는 길이 영 쉽지 않아 보이는군요, 굳이 전투를 말씀하시는 걸 보니. 하긴 일레드 놈들이 좀 독하기는 하지. 지금까지 제독에게 먹은 엿이 얼만데 가만 두겠소? 그런데 그, 혹시 섬 경비를 하게 되어도 똑같은 거요?”
“그건 다르지. 그래도 명색이 총독 직할의 치안대가 될 텐데 말이야. 그건 그때가서 해당 되는 인원들과 다시 이야기하지.”
“알겠수, 내가 정말 괜찮은 놈들만 데리고 오겠수다. 제독의 함대로 가면 되오? 보아하니 전부 9번 부두에 정박한 것 같던데.”
“그래, 늦어도 내일 정오까지는 와야 해. 늦게 와서 배가 없어졌다고 징징거려도 어쩔 수 없어.”
진짜 용병 중에 쓸만한 놈들이 있다면 섬의 경비로 채용할 수도 있겠지.
어차피 내가 구할 수 있는 인적자원이 선원이나 용병인데 진짜 거기서 거기인 인간들이잖아.
아무리 제멋대로 사는 개차반 인생들이라도 개중에 조금 더 나은 놈은 있을 테고, 섬에 가족을 만들어주면 최소한의 의무감은 생기지 않을까?
***
“갑자기 이게 무슨 난린가? 다행히 중요한 물건들은 이미 다 받아 놓은 상태긴 하지만.”
“지금 자세하게 말씀드리기는 좀 그렇고, 다음에 여유 생기면 말씀드릴게요.”
내가 후작에게 간 사이에 은행에 있다가 급히 불려온 제먼이 계속 귀찮게 굴었지만, 나는 그의 말에 일일이 대응할 여유가 없었다.
급하게 출항이 결정되다 보니 새벽부터 할 일이 어마어마했던 것이다.
평소라면 굳이 내가 신경 쓰지 않아도 되었겠지만, 갑판장, 일등항해사, 회계사 모두 업무에 과부하가 걸린데다가 임기응변으로 결정해야 될 일이 많아서 정신이 없었다.
“어어? 저기! 저기 좀 보게! 저놈들, 이쪽으로 오는 것 같은데?”
다급한 제먼의 말에 그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니 일단의 무장한 무리들이 당당하게 부두로 들어서고 있었다.
“걱정 마세요, 제가 불렀으니까.”
“엥? 무슨 전쟁이라도 하려는 건가? 보아하니 용병들 같은데.”
“휴우, 제먼 씨. 원래 전쟁은 내가 원하지 않을 때 벌어지는 법입니다. 그리고 제가 지금 좀 바쁘거든요? 심심하시면 저기 저 사제처럼 일이라도 도와···.”
콰당!
“우와아악! 이, 이걸 어떡하지!?”
부서진 상자, 흘러나온 각종 크기의 못들.
저거 다시 주워 담는데도 한세월이겠네.
나는 부서진 상자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하며 발을 동동 구르는 채피를 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냥 제 옆에 계시죠.”
거의 50명은 되어 보이는 무장한 무리들이 부두에 진입하는 것을 보고 바쁘게 움직이던 선원들이 하나씩 모여들었다.
몇몇은 가슴팍에 슬쩍 손을 집어넣었고, 몇몇은 노골적으로 허리춤에 매달린 단검이나 단도의 손잡이를 잡았다.
옮기던 자재 더미에서 그립감이 좋은 각목을 쥐어 드는 놈들도 있었···.
아니야! 하지 마! 그거 다 돈이라고, 이 자식들아!
다행히 충돌이 일어나기 전에 각 함선의 갑판장들이 뛰어나와 상황을 중재했다.
하여간 무식한 놈들.
“안녕하십니까, 남작님. 어제 말씀하신 대로 쓸만한 놈들만 모아왔습니다. 총원 57명입니다.”
레건이 어울리지 않게 정중하게 인사를 해왔다.
“어서 오게, 레건 대장. 일단 분승을 해야 하니 인원을 세 조로 나누지. 57명이면 25, 20, 12명으로 나누면 되겠군.”
“알겠습니다.”
부대장쯤 되는 이들을 불러서 지시를 내리는 레건을 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내 손에 괜찮은 패가 한 장 더 들어왔구나.
이전에 확인한 바로는 용병들은 배 위에서의 백병전에도 꽤 도움이 되지만, 저들의 진짜 용도는 따로 있었다.
바로 육상전.
내가 데리고 있는 인원 중에는 육상전에 능하기는커녕 육지에서 전투를 벌인 경험을 가진 놈조차 전혀 없다는 것을 감안하면, 만일의 사태에서 저들은 내게 큰 힘이 되어 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