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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흙수저 선원으로 살아남기-358화 (359/420)

< <358화> 동화(同化)되는 자들 >

“잠깐! 모두 무기 내려!”

내가 급히 소리를 지르자 칼을 뽑아 들었던 녀석들이 엉거주춤한 자세로 내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어우씨, 나도 깜짝 놀랐네.

왜 자꾸 기척도 없이 나타나는 거야?

그리고 지금 보는 눈이 몇 갠데 이렇게 막 나타나도 되는 건가?

그런데 그 와중에 웃음을 짓고 있는 그녀(혹은 그, 이놈들은 묘하게 중성적이다)의 얼굴을 보니 왈칵 짜증이 났다.

그래서 한마디 하려고 하는데 뭔가 표정에 위화감이 있어서 자세히 보니, 그녀의 웃는 표정은 감정의 표현이라기보다 그저 얼굴 근육을 따라 하는 그런 모습이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웃는 형태로 굳어진 가면을 보는 것 같다.

어··· 그거 좀 무섭잖아.

웃겨서 웃는 것도 아닌 자들에게 딱히 뭐라고 하기도 그래서 피어오르는 감정을 한쪽으로 치워놓고 질문을 던졌다.

“여기까지 어쩐 일입니까? 사람들에게 모습을 드러내기를 원하지 않는 줄 알았는데요.”

뭐, 아무래도 막 친절한 멘트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이들은 애초에 그런 것을 신경 쓰는 것 같지도 않았다.

“이제 시간이 되었으니까요. 그런데 그분의 뜻을 전하는 존재가 보이지 않는군요. 분명히 그대와 같이 올 줄 알았는데.”

대충 무슨 뜻인지는 알겠는데 애매하게 아리송한 말을 늘어놓는 것을 보니, 여전히 음성으로 하는 대화는 영 익숙하지 않은 모양이다.

그나저나 그분의 뜻을 전하는 존재면 채피를 말하는 건가?

사제들은 당연히 마을 사람들과 함께 피해 있었다.

전투력은 전무하고 모든 이에게 존경받는 사제이니 사람들의 불안함도 다독일 겸 함께 보내 놓은 것이다.

물론 전투에 앞서 채피 견습 사제가 가진 치유의 빛은 꽤나 탐이 나서 자세히 물어본 적이 있었다.

의사인 닥터에 힐러까지 있으면 죽지 않는 좀비 군단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하지만 채피는 내 말에 침울한 표정으로 다른 사람에게는 자신에게 거는 것만큼 효과적이지 않다고 했다.

채피가 거짓말을 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믿기 어려웠다.

자기 자신에게 썼을 때는 상처에서 바로 출혈이 멈추고 새살이 돋는 ‘기적’ 수준이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로쉬암 사제에게 자세한 설명을 부탁했더니, 채피가 사용하는 치유의 빛은 다른 사람들에게 사용할 때는 자신에게 쓰는 것만큼 극적인 효과는 없다는 것을 확인시켜주었다.

대충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다른 사람에게는 체력과 회복력을 올려주고, 출혈과 고통을 약간 줄여주는 정도인 듯 했다.

채피가 자기 자신에게 썼을 때처럼 순식간에 상처가 아무는 기적이 일어나지는 않는다는 뜻.

그런 정도라면 위험한 전장까지 데리고 갈 정도로 필요한 능력은 아니었다.

“사제를 말하는 것이라면 잠시 다른 곳에 피신해 있습니다. 음, 일단 여기는 자리가 좋지 않으니··· 어디 가십니까?”

하여간 저놈들이 외모는 점점 인간이랑 비슷해지는데 하는 짓을 보면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갑자기 내 뒤에 나타나는 것도 그렇고, 지금은 왜 닥터가 있는 쪽으로 가는 건데?

내가 평온하게 대화를 나누었기 때문인지 선원들과 용병들은 그녀의 앞을 막지 않았다.

그 와중에 얼굴이 새빨갛게 물든 녀석도 있었다.

하긴, 저들의 외모가 좀 과하게 아름답기는 하지.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러니까··· 음? 처음 만났을 때도 비슷했었나?

그리 중요하지 않은 생각을 떨치고 빠른 걸음으로 그녀를 쫓아갔다.

일단 외모로 볼 때는 고작 20대나 될 법한 인간 여자에 불과하니, 전투 후의 전장은 그리 추천할만한 풍경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부상자들이 누워있는 임시 천막에는 닥터 혼자서 수십 명의 환자를 다 볼 수는 없다 보니 부상이 없거나 경미한 이들이 닥터를 돕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 도착한 그녀는 원래 있던 사람처럼 사람들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지혈을 하고, 붕대를 감는다.

그 모습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나도 순간적으로 위화감을 전혀 느끼지 못했을 정도다.

그런데 이게 정상은 아니잖아?

왜 아무도 그녀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는 거지?

심지어 심각한 수준의 환자들 덕분에 꽤나 예민해져 있던 닥터조차 전혀 위화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이봐요, 지금 뭐 하는 거요?”

“······.”

내가 분주한 그녀의 손목을 약간 거칠게 낚아채자, 그녀는 아무런 감정도 담기지 않은 것 같은 담백한 눈으로 나를 응시했다.

설마 지금 여기에 있는 전원에게 정신계 마법을 사용한 거야?

고작 치료하는데 손 하나 보태려고?

그때 살짝 정신이 멍해지며 수많은, 어, 이걸 뭐라고 해야 할까, 수많은 이야기? 지식? 경험? 그런 것들이 머릿속에 몰아쳤다.

그리고 정신이 돌아오기 무섭게 그냥 알 수 있었다.

이건 정신계 마법이나 뭐 그런 게 아니고 그들의 종족 특성에 가깝다는 것을 말이다.

뭐랄까, 가장 높은 수준의 친화력 같은 건데, 빠르게 주변과 닮아가는 그런 능력인 모양이다.

친화력이라기보다 거의 ‘동화(同化)’에 가깝다고 봐야 할 정도였다.

그리고 그녀가 모습을 드러낸 이유도 덤으로 알게 되었다.

* * *

개판이군, 개판이야.

“우와아아아아아아!”

“이런 마력의 흐름이라니, 놀랍구만! 그래, 원주민이시라고? 고립된 섬에서 수백 년을? 오오···.”

페리아 족의 주변을 팔짝팔짝 뛰면서 소리를 지르는 놈은 채피고, 쉴 새 없이 뭔가 물어보는 사람은 제먼 씨였다.

“흠, 채피 견습 사제님? 그리고 제먼 씨. 여기는 복잡하니 일단 자리부터 옮기시죠.”

“어? 아, 그, 그래야지. 이거야 원 내가 큰 실례를 했군. 다친··· 친구들도 많은 것 같은데.”

한숨이 섞인 내 제안을 들은 제먼 씨는 대번에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사과했다.

그리고 채피 견습 사제는.

“아야야야! 귀, 귀! 사제님, 귀, 귀 아파요!”

로쉬암 사제에게 한 쪽 귀를 붙잡혔다.

오른손으로 채피의 귀를 힘껏 움켜쥔 로쉬암 사제가 페리아 족인 그녀에게 연신 사과를 하고 있었다.

어쩐지 두 사람이 배에서 제일 먼저 내리더라니.

채피는 마치 어릴 때 헤어진 엄마라도 만난듯이 페리아 족인 그녀에게 달려가 안겼고, 제먼 씨는 뭔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당신이군!’이라고 소리를 지르며 달려왔었지.

아, 채피가 그녀에게 안긴 것에 대해서 별로 놀라지 않은 것 같다고?

그건 매달리다시피 안긴 채피가 중얼거리는 말이 더 놀라웠기 때문이다.

“기약 없는 세월을 참고 기다린 아이들이구나. 그 오랜 시간 동안 언약을 지켜왔으니 내 뜻이 너희에게 닿을 것이다.”

바로 옆에 있던 나에게도 겨우 들릴 정도로 작은 목소리였는데, 하는 행동과 말투의 괴리감이 너무 심해서 순간적으로 내 귀를 의심했었다.

애초에 잘해봐야 10살 정도 수준의 대화를 구사하던 채피 견습 사제가 할 만한 말도 아니었고 말이다.

목소리는 채피의 목소리가 맞았는데 그건 확실히 ‘다른 존재’의 말이었다.

각설하고, 온갖 소동이 있었지만, 그럭저럭 해가 질 무렵에는 상황을 대충 수습할 수 있었다.

처리하지 못한 것은 좌초된 함선을 빼내는 일과 ‘선착장과 두 척의 함선’이었던 잔해를 치우는 것 정도였는데, 이 두 가지는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누가 요리를 할 만한 정신도 없어서 섬 사람들부터 250명에 달하는 포로들까지 곡물과 걸레 맛 육포가 주재료인 맛없는 고깃국을 한 그릇씩 비우고 다들 배정된 배에서 잠을 청했다.

마을에 성한 건물이 몇 개 없다 보니 당장 찬바람을 피해 잘 수 있는 곳이 배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아, 물론 포로들은 배에 태우지 않았다.

* * *

“레건, 정말 괜찮나? 무리할 필요는 없는데.”

“하하, 그냥 스친 것뿐입니다. 이 정도는 부상 축에도 못 끼는 거요.”

그의 말에 못마땅한 눈초리로 그를 보던 닥터가 고개를 흔든다.

며칠 정도는 두고 봐야 하는 모양이다.

“그래도 제가 ‘용병 대장’ 아닙니까? 우리 애들 피 값 정하는 자리에 제가 빠져서야 애들에게 면이 서지 않습니다.”

파리한 안색의 레건이 오른쪽 어깨에 두툼한 붕대를 감은 것도 모자라 삼각건에 팔을 고정하고서도 아등바등 회의에 참가했다.

이 추운 밤에도 콧잔등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걸 보면 절대로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닌데, 하는 말을 들어보니 계속 쉬라고 권하기도 좀 그랬다.

더 권하면 마치 용병대의 희생을 깎아내려고 수를 쓰는 것 같잖아.

회의가 막 엄청난 활동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니까 이 정도는 괜찮겠지, 뭐.

다행히 정착 초기에 임시로 사용하던 대형 막사는 마을과 조금 떨어져 있어서 무사했기에, 그곳에서 회의를 진행했다.

이렇게 모아놓고 보니까 사람이 엄청 많구나.

배 간부들과 섬의 주요 인사들, 이번에 합류한 사제 둘과 은행, 아니, 마법사 길드의 세 사람, 그리고 사람이 아닌 페리아··· 응? 아직도 안 갔어?

“저희도 이 섬의 거주민이니까요.”

다소곳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그녀는 내 눈빛이 노골적이었는지, 아니면 또 생각을 읽은 것인지 내가 묻기도 전에 먼저 대답했다.

그런데 듣고 보니 아주 틀린 말도 아니라서 대답할 말이 궁했다.

원칙적으로 저들이 이 섬의 주인이고 우리는 손님, 불청객, 침입자··· 그냥 침략자라고 해야 하나?

졸지에 평화롭게 살던 페리아 족의 거주지를 빼앗으러 온 침략자들의 대장이 되어버렸군.

“일단 오늘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모두가 최선을 다해 준 덕분에 큰 위기를 넘길 수 있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총독님. 그런데···.”

내 의례적인 인사를 받은 허비 촌장이 말꼬리를 흐렸다.

“무슨 일입니까, 촌장님?”

평소와 다르게 약간 불안해하는 그의 모습에 약간 의아해하며 묻자, 그는 몇 번이나 침을 삼키더니 겨우 질문을 던졌다.

“이번 승리는 정말 축하할만한 일입니다만, 상대가 정규군이라면 조만간 더 많은 군대가 몰려오지 않겠습니까?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많아 실례를 무릅썼습니다. 사실 몇몇 사람들은 지금이라도 당장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가겠다고···.”

말을 전하면서도 여간 곤혹스러워하는 것을 보니 오히려 내가 다 민망할 지경이었다.

하긴 전후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오히려 더 불안해하는 것이 정상이겠지.

그래도 지금껏 혼신의 힘을 기울여 만들어 놓은 섬을 포기하자는 사람이 있을 줄은, 심지어 촌장님이 저렇게 불안해 할 정도로 수가 많을 줄은 몰랐다.

도주조차 할 수 없는 섬에서 군대의 표적이 된다는 것은, 그만큼 두려운 일이라는 방증이겠지.

“지금 일레드 왕국은 전쟁 중이고, 덕분에 전력을 나누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심지어 이번에 온 일곱 척이 모두 침몰하거나 사로잡혀서 돌아가지 못했으니, 일레드 왕국 측에서는 이 섬의 전력을 판단할 수 없어서 당분간은 안전할 겁니다.”

“그렇습니까···?”

일단 내가 말하니 수긍하는 척은 했지만, 여전히 불안해 보이는 그에게 나는 조금 더 부연 설명을 해주었다.

“그리고 이번 전쟁에서 일레드 왕국이 패배한다면 당분간 이 섬까지 신경 쓸 여유는 없을 겁니다. 해군 전력에 공백이 꽤나 생길 테니까요. 그리고 우리는 그사이에 벨로키나 왕국의 해군··· 에게 보호를 요청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리고 해군이 이곳을 점거하는 것은 후작이 바라 마지않는 일이 되겠지.

내 속마음이야 어떻건 간에 벨로키나 왕국의 해군이 보호를 한다는 말에 촌장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군대는 군대로 막는 것이 정석이기는 하지.

다행히 일레드 왕국이 전쟁에서 이겼을 경우에 대해서는 별로 궁금하지 않으신 모양이군.

나도 말하기 껄끄러웠는데 굳이 궁금하지 않으시다면야.

그나저나 후작을 배제하고 이 섬의 안전을 추구할 수 있는 방법이라, 당분간 골머리 좀 아프겠구만.

회의는 꽤나 오랫동안 진행되었다.

가장 먼저 피해 상황에 대한 보고가 있었다.

재산 손실이야 집계할 방법도, 굳이 집계할 필요(대부분이 내 재산이다)도 없었지만, 인명 피해는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었다.

사망자와 부상자에게 줄 보상금에 대해 논의를 마치자 레건이 쭈뼛거리며 손을 들었다.

“저, 제독. 그 살아남은 친구들 말입니다만.”

“응?”

“자기들도 섬에서 살 수 있는지 좀 알아봐 달라고···.”

“뭐?”

“아아니! 그게 그, 뭐냐, 사실 이 섬을 우리가 어? 목숨까지 걸어가면서 지킨 것 아니오··· 아닙니까? 그러니까 뭐 우리도 그 거주권 같은 것을 좀 받을 수 있지 않냐고 물어봐 달라는 놈들이 있어서 말입니다.”

그의 말에 나는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건장한 남자의 합류는 환영할만한 일이기는 하다.

그런데 이 용병이라는 놈들의 인성이 대부분 개차반이라는 것이 문제였다.

전투가 있을 줄 알면서도 여기까지 온 놈들이면 이름만 용병인 선량한(?) 잡부 혹은 심부름꾼들이 아니라 진짜 전쟁을 쫓아다니던 살인 중독자들이 대부분일 텐데, 그런 놈들이 이 평화로운 섬에서 어떻게 살아?

···하지만 엘리엇 같은 인간이 또 있을지도 모르지.

“흠, 그럼 환자가 아닌 놈들은 내일부터 섬 복구 작업에 인부로 참가하라고 해. 숙식은 제공해 주고 일당은 300로스로 하지.”

“300이요? 아무리 잡부로 쓰는 거라지만 너무 싼 거 아닙니까?”

레건의 표정이 대번에 썩어들어갔지만 나도 할 말은 많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 당장은 나도 용병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란 말이지.

“어차피 마을 사람들의 속도에 맞춰야 하니 힘든 일은 아닐 거야. 그리고 부상자들은 돌아갈 때까지 치료는 무료로 해주도록 하지, 당연히 숙식도 제공할 거고.”

“너무 싼데···.”

내 설명에도 여전히 꿍시렁거리는 레건에게 나는 다른 선택지를 주기로 했다.

“계약 해지를 원하는 놈들은 다 데리고 와. 내일 당장이라도 해지해 줄 테니.”

당연히 있을 리가 없었다.

여기에서 계약을 해지하면 본토로 어떻게 돌아가겠는가?

그리고 용병들에게 시킬 일은 마을 복구 작업이 아니었다.

적잖은 수가 가업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단순노동(대부분 농사겠지)이 싫어서 뛰쳐나왔을 놈들에게 짠 임금을 주면서 단순노동을 시키면 제대로 하겠어?

괜히 부실 공사를 해서 어느 날 자다가 집이 무너져 죽는 사람이 없으면 다행이지.

그래서 용병들에게 시킬 일은 바로 포로 관리였다.

포로가 무려 250명이다.

이전의 해적 포로들과 달리 마을 사람들보다 몇 배나 수가 많다.

하지만 위험하다고 해서 저놈들이 처먹는 식량도 적지 않은데 팽팽 놀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지들 때문에 부서진 마을이니, 고치는 것도 지들 손으로 하는 것이 인지상정 아니겠어?

다만 아무래도 흉폭하고 숫자 많은 군인 출신 포로들을 마을 사람들이 제어하기는 힘드니 용병들에게 맡기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그리고 하나 더.

진짜 마을에 가려 뽑은 용병 놈들을 남기려면 어떻게든 인성 테스트를 한 번 해야 하는데, 이게 참 쉽지가 않았다.

막말로 내게 잘 보일 생각으로 마을 사람들에게 거짓으로 친절하게 구는 것이 뭐 그리 어렵겠는가?

몇 년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잘해봐야 한 달쯤만 연기를 하면 되는데 말이다.

하지만 과연 그놈들이 굳이 잘 보일 필요가 없는 포로들에게도 가식적으로 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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