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4화> 매미의 생 >
늙어 죽어가는(?) 사람은 채피인데, 내가 화를 내고 오히려 채피가 말리는 기묘한 상황이 지속되자 나도 지쳐버리고 말았다.
이제 누가 봐도 나보다 연장자로 보이는 채피 견습 사제를 앞에 두고 계속 언성을 높이기도 민망하기도 했고.
“후우, 그래서 견습 사제님은 이게 올바른 일이라는 겁니까?”
“하하하, 제독님의 마음은 감사합니다만, 제가 바라던 일입니다. 그러니 이만 화를 푸시지요.”
“아무리 사제님이 모시는 신이라고 해도! 당신의 평생을 마음대로 쓰고 이제 쓸모가 다했으니 늙어 죽으라고 하는데도요?”
화가 풀리지 않아 마지막까지 쏘아대는 내 말에 채피 견습 사제가 어색하게 웃었다.
“늙어 죽으라니, 그 정도는 아닙니다···.”
당사자가 괜찮다는데 계속 화를 내기도 그래서 한숨을 쉬며 자리에 앉으려는데, 문이 열리며 제먼 씨가 안으로 들어왔다.
“무슨 일이길래 밖에까지 들리도록 소리를 지르는··· 응? 이분은 누구신가?”
몇 권의 책을 소중하게 안고 들어오던 제먼 씨가 채피를 보고 어리둥절해 했다.
사제복도 똑같고 자세히 보면 어렸을 때의 모습이 많이 남아 있었지만, 고작 몇 분 만에 사람이 한 30년쯤 늙으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으니 말이다.
“후우, 오셨어요? 놀라지 마세요, 제먼 씨. 이쪽이 채피 견습 사제입니다.”
“뭐? 그게 무슨, 허?!”
재미없는 농담을 들었다는 듯 심드렁한 표정을 짓던 제먼 씨는 채피를 자세히 살펴보고 나서야 깜짝 놀라며 작은 탄성을 내었다.
“허허허, 제먼 님은 인간에게 잊혀진 지식 중 일부를 얻으신 모양이군요. 축하드립니다.”
“도,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분명히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적응하기 힘든 채피의 인자한 말에 제먼 씨는 당황을 숨기지 못하고 우리에게 다가왔다.
급격한 노화 과정을 직접 본 나도 아직 어색한데 제먼 씨는 얼마나 황당하겠어.
“지고스 그 양반이 이제 필요 없다고 힘을 거둬 가면서 원래 나이대로 늙었답니다.”
“허어!”
불퉁한 내 말에 제먼 씨가 재차 놀라며 채피 견습 사제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채피 견습 사제는 빙긋 웃으며 차분하게 이야기했다.
“너무 놀라실 필요 없습니다, 그저 외모가 조금 바뀌었을 뿐, 저는 여전히 견습 사제 채피니까요.”
“겉모습뿐만 아니라 그동안 비껴갔던 세월을 온전히 겪으셨구려.”
“하하, 다른 사람들보다 어린 시절이 조금 길었을 뿐입니다.”
“아쉽지는 않으시오?”
“긴 세월을 함께하던 신성이 몸을 떠났는데 어찌 아쉽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영원한 것은 없는 법이니 이제 인간으로서 마무리를 준비해야지요.”
예상과 달리 평온하게 대화를 주고받는 두 사람을 보니 다시 열불이 났다.
이게 그냥 안부 인사 묻듯이 지나갈 일이냐고!
“제먼 씨! 그렇게 속 편하게 대화를 주고받을 상황이 아니잖아요!”
내가 소리를 지르자 제먼 씨가 나를 보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럼 어떻게 하자는 건가?”
“뭐라도 해야지요! 이건 옳지 않아요!”
“뭐가 옳지 않다는 건가?”
“당연히!”
순간 말문이 막혔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은 알겠는데 막상 말로 설명하려니 영 쉽지가 않았다.
다른 것보다 당사자가 아무런 불만도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였다.
잠시 내 말을 기다리던 제먼 씨가 테이블에 책을 올려놓더니 내 맞은편에 앉았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눈치를 보아하니 앉으라는 말 같은데···.
잠시 눈싸움을 하던 내가 작게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 앉자, 채피 역시 빙긋 웃으며 다른 의자를 차지하고 앉았다.
그렇게 우리가 모두 자리에 앉으니 제먼 씨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혹시 매미에 대해서 알고 있나?”
“여름에 시끄럽게 우는 곤충이요? 당연히 알죠.”
“이 매미라는 녀석들은 보통 열흘에서 한 달 정도를 살지.”
“어··· 그런 것 치고는 여름 내내 시끄럽던데.”
“매미들이 한날한시에 나타나서 동시에 사라지는 것은 아니잖나.”
살짝 나무라듯이 하는 말에 나는 입술을 삐죽였다.
이 세상의 매미와 지구의 매미가 완전히 같지야 않겠지만, 생긴 것이나 습성이 비슷하니 나도 대충은 알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매미 이야기는 왜 하시는 거야?
“재밌는 것은 말이야, 이 매미들이 매미가 되기 전에는 땅속에 사는 애벌레라는 유충 상태로 있는다는 거야.”
“제가 알기로 그런 곤충이 꽤 되는데요.”
“호오, 그런 것도 알고 있나? 하여간 이 매미의 유충은 땅속에서 3년에서 7년 정도, 무려 수년을 살아가네.”
“그렇게 살다가 정작 매미로는 한 달도 못살다니 조금 불쌍하기는 하네요. 그런데 갑자기 이 이야기는 왜 하시는 건데요?”
살짝 짜증 섞인 내 말에 제먼 씨가 웃음을 지었다.
“보통 사람들은 자네처럼 생각하지. 땅속에서 수년을 살았는데 정작 매미로는 한 달도 못살아서 불쌍하다고 말이야. 그런데 말이지, 정말 매미가 불쌍할까?”
“네?”
곤충 수준의 지능으로는 행복과 불행을 느끼지 못한다는 말인가?
아니면 스스로의 생명이 짧다는 것을 느끼지 못한다는 말인가.
“매미의 생을 보면, 매미로 사는 기간은 전체 중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 개체의 죽음을 준비하는 기간에 불과하네.”
“그게 무슨?!”
“인간은, 모든 것을 인간 위주로 생각하지. 매미가 인간의 눈에 띄는 것은 매미일 때뿐이니까 매미라고 부르지. 하지만 그 애벌레를 매미라고 부르지 않아. 하지만 애벌레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매미는 죽음을 대비해 짝을 찾아 짝짓기를 하고 후대를 남기는 마지막 과정에 불과하지. 조금 다르지만, 인간으로 따지면 죽기 전에 삶을 정리하는 과정 정도에 불과하다는 말이야.”
“궤변입니다!”
“정말 그리 생각하나? 어째서 매미의 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애벌레가 아니라 매미가 주체라고 생각하지?”
“그건···.”
인간과 매미는 서로 소통할 수 없다.
그러니까 제먼 씨의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추측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논리적으로 틀린 점이 있냐고 하면, 으음.
“제독님, 제먼 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단 한 순간도 행복하지 않았던 적이 없습니다. 늘 그분과 함께했으니까요. 그러니 제 삶의 대부분을 그 행복을 위해 썼다고 해도 전혀 아쉽지가 않아요.”
“······.”
“그리고 원래 저는 진즉에 죽었어야 할 사람입니다. 지고스 님의 은혜로 목숨을 건졌을 뿐이죠.”
“세상에 진즉에 죽었어야 할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내가 불퉁거리자 채피 견습 사제는 약간 곤란한 듯 턱을 긁더니 어렵게 말을 꺼냈다.
“잘은 기억나지 않습니다만, 지고스 님의 선택을 받기 전에 저는 무슨 이유로 골목에서 쓰러져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대충 이맘때쯤이니 그대로 조금만 더 지났다면 얼어 죽었을 테죠. 하지만 제 안에 들어오신 지고스 님 덕분에 목숨을 건졌으니, 원래 죽었어야 했다는 것이 맞습니다.”
젠장.
* * *
왜인지 몰라도 제먼 씨마저 채피 견습 사제의 편을 들어 나를 설득하니 버텨낼 재간이 없었다.
···고집을 부린다고 딱히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불만이 있으나 마나, 이미 늙어버린 채피 견습 사제를 내가 어떻게 하겠는가?
“그런데 그 책은 뭐에요? 그렇게 안고 가시다가 잘못하면 넘어진다구요.”
“어허, 이건 내 하잘것없는 몸뚱이보다 훨씬 중요한 걸세!”
“세상에 그런 책이 어딨어요, 그래봐야 그냥 책이지.”
“자네는 절대 이해하지 못하겠지. 이 책들이 무슨 의미인지 말이야.”
품에 안은 책을 볼 때마다 싱글벙글 웃는 제먼 씨를 보니 괜히 더 궁금해졌다.
도대체 뭘 받아 온 거야?
“아, 그래서 뭔데요?”
“마법적 개념에 대한 책들이네.”
“마법서?”
“마법서가 아니라 마법의 개념과 이론에 대한 책이라네.”
그게 마법서 아니야?
도대체 뭐가 다른 건데?
“뭐, 그럼 기초 서적 같은 건가요?”
“으음, 비슷하다고 할 수 있지.”
“그런데 뭘 그렇게 세상에 다시 없는 보물처럼 그래요? 그거 다 은행에도 있는 거 아닌가?”
무려 수백 년 동안 철저하게 마법사 길드라는 것을 숨기고도 마법사가 부활하기 무섭게 다시 길드를 발족시킨 은행이다.
당연히 마법사 길드에 관한 유산이나 자료도 엄청나게 보관하고 있을 것 같은데?
“쯧쯧, 자네는 책이 몇 년이나 온전한 상태를 유지할 것 같나? 길드에 있는 책들은 벌써 수십 번쯤 옮겨적은 것들이야. 마법을 쓰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이해도 못 하는 내용을 옮겨적었으니 제대로 옮겨졌겠나? 심각한 몇몇 책자들은 도저히 말도 안 되는 문자의 나열인 수준일세.”
방부처리 따위가 없는 이 세상의 책은 내구성이 굉장히 낮았다.
정말 특별하게 공들여 만든 책이 아니라면 아무리 최상의 조건에서 잘 보관한다고 해도 잘해봐야 20년, 대충 그 정도면 종이가 낡아서 부스러지거나 잉크가 흐려져서 글자를 알아볼 수 없게 된다.
어찌 되었건 대충 상황을 이해한 나는 책에 대한 관심을 완전히 버렸다.
나와 전혀 상관없는 책이잖아, 결국.
“허억, 허억, 이 길이, 허억, 허억, 이렇게, 후우우, 멀었습니까?”
내 옆에서 힘겹게 발걸음을 옮기던 채피 견습 사제가 조금 전부터 비틀거리더니 결국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견습 사제님, 이제 치유의 빛 이런 거 못쓰세요?”
“으음, 당분간은 쓸 수 없습니다. 그분께서 권능을 거두어 가셨으니까요. 아마 며칠 정도면 다시 쓸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노력해 보겠습니다.”
“아이고, 관둬요. 천천히 하셔도 되니까. 그보다 전에는 출구 위치가 우리가 머물던 장소에서 가깝고 좋았는데, 이게 출구를 막 아무렇게나 만들 수 있는 건 아닌 모양입니다.”
우리가 멈춰서자 앞장서서 걷던 페리아 족도 조용히 발을 멈추었다.
그리고 앉지도 않고 멀뚱멀뚱 우리를 바라보았다.
···불편해서 쉬지도 못하겠네.
* * *
우여곡절 끝에 마을에 도착하자 또다시 한바탕 난리가 났다.
로쉬암 사제의 손자뻘로 보이던 이가 하루아침에 동년배가 되어 나타났으니 놀라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심지어 채피 견습 사제는 그동안 여기저기 얼굴을 비추지 않은 곳이 드물어서 동네 꼬맹이들까지 그 얼굴을 알고 있어서 혼란이 더욱 커졌다.
가장 빠르게 상황을 인정하고 평정심을 회복한 사람은 의외로 로쉬암 사제였다.
“처음 교단에서 이것을 받을 때만 해도 나처럼 어리석은 자에게 너무 큰 일이라 여겼는데, 이런 이유였군. 자, 받게 채피 사제. 자네를 정식 사제로 임명한다는 교단의 임명서일세.”
로쉬암 사제가 내미는 두루마리를 공손하게 받아 든 채피 사제가 부드럽게 웃었다.
“그동안 저 때문에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로쉬암 사제님.”
“무슨 그런 말을 하나. 그분의 뜻을 직접 받들던 자네가 고생했지. 지금은 비록 평사제지만 본단에 오늘 일을 알리면 성인으로 위촉될지도 모르겠군. 참으로 복된 일이야.”
“그분의 뜻을 따르는데 세상의 평가와 직위가 얼마나 가치가 있겠습니까. 그저 주어진 일을 행할 뿐이지요. 그리고 본단에 돌아가는 것은··· 아닙니다, 그건 다음에 이야기하시죠.”
대충 상황이 정리되자 나는 아직도 멀뚱거리며 서 있는 페리아 족을 향해 살짝 고개를 숙였다.
“여기까지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모셔다드리는 것이 예의지만 아시다시피 길을 잘 몰라서··· 혹시 부탁하실 일이 있으십니까?”
볼일만 마치면 연기처럼 사라지던 분들이 오늘따라 왜 이래?
하지만 내 질문에 내게 고개를 돌린 그녀가 한 말은 조금 충격적이었다.
“우리는 이곳에 머물 것입니다. 다음을 준비해야 하니까요.”
“어? 이 마을에 말입니까?”
정말 의외였다.
그들이 인간과의 접촉을 최소로 한 이유는 단순히 정체를 숨기기 위해서가 아니라고 알고 있으니까.
그들은 동화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종족이고, 인간과 같아지는 것을 상당히 경계하고 있거든.
그런데 굳이 인간들 사이에서 머물겠다니?
“이유를 물어도 되겠습니까?”
“인간들과 조약을 맺기 위해서입니다.”
기다렸다는 듯이 막힘없이 대답하는 그녀.
그런데 조약이라니?
내 입으로 이런 말 하기에 좀 민망하지만, 그들의 보호자는 나인데 왜 굳이?
그때 갑자기 제먼 씨가 끼어들었다.
“그 부분은 나도 들은 바가 있네.”
“네? 언제요?”
“책을 받을 때, 대가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한 가지 요청을 하더군. 마법사 길드에서 페리아 족의 존재와 인간에게 간섭받지 않고 동등하게 대우받을 권리를 인정해달라고 말이야.”
거기까지 말한 제먼 씨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원칙적으로 당연한 말이기는 하지만, 소수는 늘 다수에게 핍박받게 마련이니 굳이 그런 부탁을 했겠지. 나는 당연히 요청을 받아들였네. 길드에 보고를 해야겠지만 길드의 입장도 다르지 않을 거야. 앞으로 개인이나 집단의 욕심을 위해 페리아 족에게 위해를 가한다면 마법사 길드와 정면으로 싸워야 할걸세.”
“그렇다면 흠. 확실히 그런 부분은 저 같은 개인이 해줄 수 있는 일이 아니죠. 결국 국가 정도의 체급은 되어야 될 텐데 그게 쉽게 될까요?”
다른 나라들은 말할 것도 없고 폰테 섬을 소유 중인 벨로키나 왕국에서도 그리 달가워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말이야.
최초로 발견한 섬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가장 큰 근거는 무인도라는 것이다.
그런데 페리아 족을 인정하는 순간 폰테 섬은 무인도가 아니게 되고, 페리아 족의 소유권과 자치권을 인정해줘야 할 테니 어느 쪽으로 봐도 왕국 입장에서는 손해다.
“모든 것은 그분의 뜻대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리안 님께서는 인간들의 땅으로 향할 때 우리를 데리고 가 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야. 그거야 어렵지 않지만 언제 가게 될지는 아직 저도 모릅니다만?”
“괜찮습니다. 우리도 인간을 알아 갈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 * *
페리아 족과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된 지 닷새가 흐른 뒤, 드디어 은행의 통신망이 연결되었다.
그리고 연결이 확인되기 무섭게 제먼 씨는 몇 가지 소식을 들고 내게 찾아왔다.
“특별한 내용이 있나요?”
내가 제먼 씨가 자리에 앉기 무섭게 물어보자 그는 살짝 상기된 표정으로 설명을 시작했다.
“먼저 전쟁에 대한 이야기네. 자네가 바라던 대로 벨로키나 - 쿠샤 연합군이 일레드 왕국을 상대로 승리했네. 대해전에서 양쪽 합쳐 100척이 넘게 침몰했다니 꽤나 격전이었던 모양이야. 시논 섬은 쿠샤 왕국이, 케르빈 섬과 인근 제도는 벨로키나 왕국이 점령했고, 일레드 왕국은 본토에서 항전을 준비 중이라더군.”
“침몰한 배가 그 정도면 해군의 피해가 거의 절반에 달할 텐데 전쟁을 이어가겠다구요?”
“글쎄, 일단 내가 받은 정보로는 그렇네. 하지만 저렇게 기세만 올리다가 종전에 합의할 수도 있겠지.”
그럴듯했다.
더 이상 못 싸우겠으니 종전하자고 하는 것보다는 나는 더 싸울 수 있지만 서로 피해가 크니까 적당히 하고 끝내자고 하는 쪽이 아무래도 협상에서 유리할 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뭐 다른 소식은 없어요?”
“길드 소식이야 자네가 별로 궁금하지 않을 테고, 우리가 이 섬에 오자마자 싸웠던 일레드 왕국군에 대해서 일레드 왕국 수뇌부는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야. 대해전에서 대패하고 시논 섬과 케르빈 섬 일대를 잃는 바람에 난장판이 되어 신경을 못 쓰는 걸 수도 있고.”
“그건 괜찮은 소식이네요. 놈들의 혼란이 길어질수록 우린 준비할 시간이 많아지니까요.”
“그리고 이게 좀 묘한데 말이야···.”
괜히 말을 늘이는 것을 보니 지금 하려는 말이 중요한 소식인 모양이다.
“그 총독 대리 아가씨, 자네가 납치해 왔나?”
“네에?!”
이 아저씨가 멀쩡한 사람을 왜 갑자기 납치범을 만들어?!
왕녀님의 탈출 계획에 적극적으로 동조하기는 했지만 내가 납치를 한 것은 아니란 말이지.
···속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납치와 비슷해 보이겠지만.
“물론 그 아가씨가 자네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건 아닌 것 같은데··· 길드로 묘한 요청이 들어왔다는군.”
“묘한 요청이 뭔데요?”
“프레티아 왕실로부터 ‘리안 스펜서 남작에게 엘리안 미르바 프레티아 왕녀의 송환을 요청’해 달라는 부탁들 받았다고 하네.”
“······.”
어, 씨··· 이거 일이 좀 꼬인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