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9화> 소심한 부단장의 고민 >
항해는 순조로웠다.
항해가 순조로우니 선원들도 좀 여유가 있어야 했지만, 불행하게도 선원들은 매일 녹초가 되도록 뛰어다녀야 했다.
몸무게가 평균적으로 10kg쯤 늘어난 선원들을 네이선이 쉬지 않고 굴려댔기 때문이다.
아침부터 갑판을 청소한다.
창고의 물건을 다 빼서 청소하고, 다시 정리해서 넣는다.
가끔은 이 창고와 저 창고의 물건을 서로 바꾸기도 한다.
밸러스트에 고인 물을 퍼내고, 거기도 청소한다···.
그래도 손이 남는 선원들은 배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쥐를 잡는다.
그리고 새하얀 리아가 선교에서 식빵을 굽거나 그루밍을 하며 그 꼴을 구경한다.
잠깐, 쥐 잡는 건 원래 네 담당 아니야···?
하여간 평소에도 힘들었을 정도의 노동량을 둔해진 몸으로 따라가려니 여기저기에서 곡소리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다들 마음껏 쉬어서인지 아직까지는 불만이 심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동안 모아둔 돈을 거의 다 써버려서 고분고분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탕진잼!’을 외치며 돈이 들어오는 대로 써버리던 예전이라면 몰라도, 저축된 돈을 헐어서 쓰는 맛을 알아버린 지금은 잔고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있을 테니까.
이제 대부분의 선원들은 나를 떠나서 살 수 없는 몸이 되어버린 것이지!
오, 인간을 자발적 노예로 만드는 자본주의의 위대함이여!
“이 돼지들아! 네놈들이 너무 무거워서 식량을 못 실었단 말이다! 굶기 싫으면 빨리 움직엿!”
아니야, 네이선. 식량 충분히 실었어. 어차피 열흘도 안 걸리는 짧은 항해잖아.
그리고 사람이 먹는 거 가지고 치사하게 굴면 나중에 벌 받는다?
쥐 잡듯이 선원들을 잡아대는 네이선을 보고 있으면 나도 살짝 소름이 돋을 정도다.
하지만 굳이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원래 선원 관리는 갑판장의 고유 권한이니까.
“그거 알아?”
“어우! 깜짝이야!”
갑자기 옆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기겁하며 한발 물러서자 우르타가 좋다고 깔깔거리며 웃는 것이 보였다.
이 자식은 언제 다가온 거야?
“으헤헤헤! 깜짝 놀라긴!”
선장의 권위를 개똥으로 아는 이 개념 없는 포술장 놈을 중점적으로 굴리라고 갑판장에게 지시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는데, 우르타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네이선이 있잖아, 맨날 칼을 닦거든.”
“그게 뭐?”
“아아니! 이상하잖아! 자기가 무슨 기사도 아니고 왜 맨날 칼을 닦아?!”
“그럴 수도 있지, 뭐.”
“그리고 막 ‘히히히히!’이러면서 웃어!”
나는 우르타가 하는 말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주의를 집중했다.
“으응? 리안 눈이 세모가 돼버렸어!”
사람 눈이 어떻게 세모가 되냐고 이 자식아!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화를 내는 것도 아니고 웃는 게 뭐 어때서? 네이선이 화내니까 선원들 죽어 나가는 거 안 보이냐?”
“칼이 되게 좋은가 봐.”
내 말에 우르타가 맹한 표정으로 눈치를 보며 허리춤에 걸린 낡은 칼집을 쓰다듬는다.
웬일로 전투 상황 아니면 불편하다고 안 들고 다니던 칼을 차고 나왔나 했더니?
“당연하지, 다른 사람도 아니고 무려 국왕이 왕실 문장까지 박아서 하사한 물건이잖아. 명품이 아니라면 오히려 더 이상한 거 아냐?”
“그렇지, 명품! 명품이구나!”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게 뭘 생각하는지 빤히 보인다.
저놈은 도대체 돈을 받아서 다 어디에 쓰는 거야?
내가 다른 배들에 비해 돈을 더 많이 준다고는 못해도 부족하게 주지는 않는데, 왜 이놈은 자꾸 나한테 뭘 사달라고 하지?
“꿈 깨라. 급하게 만들었다고 해도 왕이 직접 지시해서 만든 무기다. 그만한 무기를 돈만 가지고 구할 수는 있을 거 같아?”
“그렇겠지이···.”
순식간에 풀이 죽는 꼴을 보니 진짜 네이선의 칼이 부러웠던 모양이다.
칼질도 못 하는 녀석이 도대체 칼은 왜 갖고 싶은 건데?
“나도 좋은 칼 갖고 싶다아···. 그거 알아? 네이선 칼에는 루비도 박혀있다? 이이이! 따! 만한 거야. 그것만 빼서 팔아도 배 한 척 사겠더라.”
루비가 사람 머리통만 하기라도 하니?
어떻게 루비로 배를 사, 이놈아.
“알았어, 자리 좀 잡히면 명품 잘 만드는 대장장이 알아봐 줄게.”
내가 아는 사람은 없지만, 페이트 후작도 있고 블랑코도 있으니 어떻게든 그 정도는 섭외할 수 있겠지.
특히 페이트 후작은 군인 출신이니까 전속 대장장이도 있지 않을까?
“사줄 거야?!”
따악!
“악! 왜 때려!”
“넌 도대체 돈 받아서 어디다가 쓰냐!”
결국 마음속에 맴돌던 말을 입 밖으로 내놓고 말았다.
* * *
똑똑똑.
“리블르앙 백작님, 베일리입니다.”
“베일리 경? 잠시만 기다리시오.”
당연한 말이지만 나라를 대표해서 사신으로 가는데 나 혼자 갈 리가 없었다.
그래서 오트라스에는 사신단 일행이 승선한 상태였다.
지금 노크를 한 베일리 아쉬가른 남작, 베일리 경은 사신단의 부단장을 맡고 있는 사람이었다.
40대 초반의 호리호리한 남자였는데, 정치적 영향력이 어지간히 없는 친구인 모양이다.
아무도 가기 싫어하는 사신단의 부단장으로 가는 것을 보니.
그래도 왕당파라서 그런지 내게 아주 고분고분해서 상대하기에는 나쁘지 않았다.
내가 문을 열어주자 그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사과를 했다.
“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 백작님. 잠시 시간을 내주실 수 있으십니까?”
내가 태생이 귀족은 아니지만, 이 사람에게는 그런 것이 느껴진다.
태어날 때부터 귀족적인 몸가짐에 최적화된 것 같은 느낌이랄까?
고급스럽다거나 품위가 느껴지거나 그러는 거냐고?
웃기는 소리지.
어차피 고급스럽다느니, 품위라느니 하는 것은 결국 있는 놈들끼리 정한 암묵적인 룰 같은 것 아닌가.
나랑은 인연이 없으니 그런 느낌이 들 리가 있나.
혹시 내가 귀족에 대한 동경 같은 것이 있다면 또 모르지만, 딱히 그런 것도 아니니까.
그래도 평민들과 그의 동작이 묘하게 다른 것은 확실히 알겠다.
미묘하게 다른 어조라던가, 예를 차릴 때 몸이 움직이는 각도, 속도 이런 것들 말이다.
처음에는 따라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사실인데, 금방 포기했다.
그 차이라는 부분이 굉장히 작고 미묘해서 억지로 따라 한다고 자연스럽게 되지는 않았던 것이다.
말 그대로 어렸을 때부터 반복 숙달시켜서 습관을 만들어버린 케이스랄까.
그까짓 거 다른 귀족들이 근본 없는 놈이라고 뒤에서 수군거리는 정도는 내 강력한 멘탈에 생채기도 못 준다.
그리고 일이 잘 풀리기만 하면 나는 폰테 섬에서 엘리안과 한적하고 평화로운 여생을 보낼 텐데 굳이 그런 쓸데없는 부분까지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지 않겠어?
아, 배는 안 탈 거냐고?
굳이 더 탈 필요가 있을까?
내가 선원으로 일하면서 어떻게든 내 배를 마련하려고 했던 이유가 적당한 집과 농장을 산 뒤, 농장에서 나오는 돈으로 놀고먹는 인생을 살기 위함이 아니었던가.
적당한 집이 아니고 총독관저, 손바닥만 한 농장이 아니고 섬 하나다.
이만하면 초과 달성이지!
“일단 들어오시오, 여기까지 온 사람을 내칠 수야 없는 노릇 아니겠소?”
“감사합니다, 백작님.”
선장실에 들어온 베일리는 조심스럽게 의자에 앉았다.
나는 반쯤 들어있는 브랜디 병을 들어 살짝 흔들며 물었다.
“한잔하시겠소?”
“주시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최근에 구매한 고오오급 주석 잔에 술을 따라 의자에 앉았다.
“처음 사 본 녀석인데 본인 생각하기에는 향이 괜찮더군. 경의 입맛에 맞을지는 모르겠소.”
“콜른 바냐 후르보스티로군요. 진하고 달콤한 과일 향이 일품인 명주인데 지난 전쟁으로 농장이 많이 파괴되어 요즘은 보기 힘든 녀석이죠. 저도 즐겨 마시던 술입니다.”
뭐야, 그런 거였어?
그냥 나는 향이 좀 좋은 정도인 줄 알았지.
어쩐지 가격이 입이 떡 벌어지게 비싸더라니.
원래 귀족들은 술에 대해서도 저렇게 빠삭하게 꿰고 있어야 하나?
그 교양인가 뭔가 하는 걸로?
“크흠, 술이나 마시자고 방문한 것은 아닐 테고, 무슨 일이오?”
괜히 말이 길어지면 무식이 탄로 날 것 같아서 빠르게 본론으로 들어갔다.
지금까지 파악하기로는 적극적으로 먼저 친분을 다지려고 나서는 성격은 아닌 것 같으니 분명히 용건이 있겠지.
“아, 내일이면 델라 항구에 도착한다고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렇소. 대략 점심을 먹기 전쯤에 도착할 것 같소.”
“혹시 출발 전에 말씀하신 대로 스코타 후작을 먼저 만나실 생각이십니까?”
“물론이오.”
이건 이미 출발 전에 확실히 말을 했던 부분인데 갑자기 왜 그러는 거야?
내가 의문스러운 시선을 보내자, 베일리는 시선을 피하며 브랜디를 한 모금 마셨다.
참 알기 쉬운 사람일세.
무슨 말을 하려고 저렇게 뜸을 들이지?
“편하게 말해 보시오. 내가 대표라고는 하지만 귀족사회에서의 경험은 그대가 더 많을 터, 합당한 이야기라면 경청하겠소.”
귀족들에게 맞추기 싫다고 해서 그들만의 무언가를 완전히 무시할 정도로 내가 편협한 놈은 아니다.
쉽게 말을 못 하는 것을 보면 내게 불편한 말을 하고 싶은 모양인데, 그래도 그게 합당한 이유가 있는 말이라면 경청할 용의가 있다.
잠시 그렇게 시간을 주자, 술기운을 빌린 듯 약간 볼이 달아오른 베일리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미리 여쭙지 못해서 죄송합니다만, 혹시 스코타 후작을 먼저 접견하시는 이유가 있으십니까?”
이건 좀 기분이 나쁜데?
어떻게 생각하면 ‘너 다시 배신하려고 그쪽에 먼저 가는 거 아냐?’라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도 있는 말이기 때문이다.
설마 그런 의도로 말을 한 것은 아니겠지만···.
“듣기에 따라서는 본인의 출신을 문제 삼는 것으로 들릴 수도 있는 말 같소만?”
그래도 이런 건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지.
저 순진해 보이는 얼굴과 표정을 가장하고 내가 이런 중의적인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지 테스트하는 거라면 어떡해?
“아, 아닙니다! 그런 의도로 말씀드린 것이 아니라···.”
베일리는 내 말에 화들짝 놀라며 안절부절못하며 엉덩이를 들썩였다.
진짜 아닌 모양이다.
저게 만약 연기라면 내가 본 그 어떤 사람보다 연기에 재능이 있는 것이고.
“물론 아니시겠지. 그래도 그런 질문을 하는 이유부터 말해주지 않겠소?”
내가 목소리를 부드럽게 하자, 그는 겨우 평온을 되찾고는 황급히 변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제가 알기로는 스코타 후작과 백작님의 관계가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굳이 후작을 먼저 만나서 위험을 감수하시는 이유를 도저히 알 수 없어서 말입니다. 특별한 이유가 없으시다면 그냥 수도로 가서 왕궁에 접견을 요청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그냥 쫄았구나.
혹시 나랑 묶여서 1+1 행사상품처럼 후작에게 사이좋게 목이 날아갈까 봐 쫄리는 거다.
그러니까 빨리 벨로키나 왕국 수도로 가서 정식 사절로서 인정을 받고 싶은 거지.
후작이 분노로 눈이 돌아간다고 해도, 설마 정식 사절이고 직접적인 원한 관계도 없는 자신에게까지 손을 쓰지는 않을 테니까 말이다.
그런데 그건 너무 당신에게 유리한 일이고.
“하하, 본인도 몇 번이나 생각해 보았소만, 후작을 먼저 만나는 것이 좋을 거요. 일단 델라 항구에 입항하는 이상 후작의 눈과 귀를 피할 수 없소. 그런데 우리가 그에게 일언반구도 없이 수도로 달려가면 그의 기분이 더 나빠지지 않겠소? 그리고 경도 알다시피 본인의 봉신 계약을 해제해야 하는지라.”
불안하게 흔들리는 그의 눈동자를 보니 살짝 불쌍한 느낌이 들기는 했다.
하지만 어쩌겠나. 첫 번째로 나부터 살아야지.
아, 그리고 두 번째는 내 사람들이다, 여기 있는 소심한 남자가 아니라.
“아무래도 벨로키나 왕국의 남작의 작위를 가지고 있는 내가 프레티아 왕국의 사절 대표라면 모양새가 좀 우습지 않겠소?”
“그, 그렇기는 합니다만.”
“그리고 스코타 후작이 공식적으로 자신을 찾아온 손님을 어떻게 할 정도로 소인배는 아니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구려.”
“네에···.”
대답은 했지만, 그의 표정은 내 말을 전혀 믿지 않고 있었다.
소심하면서도 이기적인 그의 태도를 보니 살짝 심통이 났다.
이렇게까지 말해줬는데도 저런 표정이면 내가 죽거나 말거나 자기만 살면 된다는 거잖아.
“그리고 만약 스코타 후작이 우리가 자신을 지나친 것을 알게 되면 절대로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요. 어쩌면 추격대를 파견할지도 모르지. 그의 입장에서는 봉신인 내가 자신에게 보고도 하지 않고 왕궁으로 향하는 꼴이니까 말이야.”
절반쯤은 허풍이지만 베일리에게는 효과가 있었다.
술기운에 살짝 달아올랐던 그의 얼굴이 금방 하얗게 질린 것이다.
이렇게 알기 쉬운 사람을 외교관으로 내보내다니, 블랑코의 사람 보는 눈이 영···.
아, 블랑코는 외무대신이 아니라 내무대신이었지.
그래도 같은 왕당파니까 입김 정도는 넣었을 텐데 말이야.
* * *
“저··· 남작님?”
“왜 그러나?”
내가 겨우 웃음을 참으며 여상하게 되묻자, 항구관리관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한쪽을 바라보았다.
오트라스가 정박한 곳이었는데, 그곳에는 선원들이 이제 막 돛대에서 문장기를 내리고 있었다.
새로 만든 리블르앙 백작 가문의 문장기와 프레티아 왕실의 문장기, 그리고 프레티아 왕국의 국적기까지.
“저, 혹시 그러니까··· 최근에 큼, 타국 선박과 분쟁··· 같은 것이 있으십니까?”
무슨 말인고 하니, 나보고 요즘 해적질하고 다니냐고 묻는 거다.
그의 입장에서는 내가 다른 나라의 국적기를 달고 알지도 못하는 문장기를 달고 돌아다니고 있는 꼴이니, 그런 오해를 할 만도 했다.
“그럴 리가. 해적이라면 학을 떼는 사람이 본인일세.”
“아하하하, 그, 그러시지요. 내해에서 해적들 때려잡는 것으로 남작님보다 뛰어난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하하하하!”
그렇게 웃지 마, 너무 속보이잖아.
“마침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잘 왔네. 지금 후작 각하께 전령을 보낼 수 있나?”
“전령 말입니까? 네, 물론입니다.”
“그럼 내가 사흘 후에 프레티아 왕국의 사절단과 함께 성으로 방문하겠다고 전하도록 하게.”
“프레티아 왕국의 사절단 말입니까? 아! 그래서··· 알겠습니다, 남작님.”
항구관리관은 오트라스에 프레티아 왕국의 사절단이 있다는 말에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뭐, 사절단에 프레티아 왕국의 왕족이라도 포함되어 있다면 국기와 문장기를 게양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라고 납득한 모양이다.
항구관리관이 떠나자 멀리서 기다리고 있던 베기어 함장이 다가왔다.
“제독, 시키신 대로 물자만 빠르게 보급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잘했어. 자네는 선적을 마치는 즉시 출항해서 멜라나인으로 가게. 거기에서 태워야 할 사람들은 네이선 갑판장이 잘 알고 있으니까.”
“그런데 네이선 갑판장이 없어도 괜찮으시겠습니까? 제독의 여정이 그렇게 순탄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나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하는 베기어 함장에게 어깨를 으쓱거렸다.
“네이선이 있다고 상황이 더 좋아질 것도 아니잖나. 그리고 어차피 사절단과 함께 움직여야 하니 우리 인원을 많이 넣기도 어려워.”
“그렇기는 합니다만 저는 아무래도 걱정이 됩니다. 괜찮으시다면 대신 판 갑판장이라도 데리고 가시겠습니까?”
판이라면 드라이언의 갑판장이다.
용병함의 갑판장답게 상당한 완력과 전투력을 겸비한 상남자였다.
“아니, 아무리 가까운 거리라지만 판 갑판장이 빠지면 되겠어? 네이선이라도 드라이언에서 만큼은 그냥 승객이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그런 뜻이 아니라···.”
그때 이제야 소식이 전달되었는지 저 멀리서 네이선이 뛰어오는 것이 보였다.
표정이 딱딱하게 굳은 것이 쉽게 넘어갈 생각은 아닌 모양이다.
“어이구, 저 녀석을 또 어떻게 설득한담? 베기어 함장, 괜한 말로 상황을 더 힘들게 만들지 말자고.”
내가 푸념하듯이 부탁했지만 베기어 함장은 쓴웃음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거릴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