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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흙수저 선원으로 살아남기-382화 (382/420)

< <382화> 약 주기 전에 병 주기 >

“하, 하하, 하하하하! 그래, 그랬군. 그 아이를 빼돌린 것은 역시 그대였나?”

웃고는 있지만 눈으로는 살기를 쏟아내는 후작이 잡아먹을 듯한 말투로 물었지만, 내 대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글쎄요, 제가 무슨 능력으로 후작 저택에 있던 분을 빼돌릴 수 있었겠습니까?”

진짜 내가 빼돌린 건 아니잖아?

탈출한 그녀를 폰테 섬으로 데리고 가기는 했지만,

“도망쳤다기에 어디 시골구석에 가서 조용히 사나 했더니.”

“전하의 외모로는 어디를 가더라도 눈에 띄었을 겁니다.”

내가 지지 않고 맞받아치자 그의 눈에 위험한 빛이 감돌기 시작했다.

대충 여기가 임계점인가?

후작 입장에서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을 만도 한 일이다.

웬 운 좋은 상인 놈이 자기 조카딸을 납치(?)하고, 자기 영지를 일부를 날려 먹게 만들었는데, 그 납치한 조카딸을 이용해서 다른 나라의 백작위를 받아낸 거다.

그래서 합법적으로(?) 복수도 못 하게 생겼고, 그래서··· 하여간 처음부터 끝까지 후작을 상대로 통수를 친 꼴이니, 이 정도면 평생 수도하던 사람도 화내지 않을까?

“···고작 백작이 되었다고 기고만장이군.”

“불쾌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아시다시피 제가 예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해서.”

살짝 고개를 숙이며 본 후작의 표정이 무표정으로 바뀌어 있었다.

아무래도 더 긁으면 뒷일이 어떻게 되건 나부터 죽게 생겼다.

“아 참, 엘리안 전하께서 전하라는 서신이 있는데 지금 꺼내도 되겠습니까?”

오른쪽 벽면을 장식한 여러 자루의 칼에 눈길을 주던 후작은 서신이라는 말에 다시 내게 시선을 돌렸다.

“서신? 그 아이와 내가 서로 서신을 보낼 정도로 살가운 사이가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 텐데?”

“글쎄요, 저는 그저 전하의 작은 부탁을 받았을 뿐입니다.”

“···주게.”

나는 천천히 품에 손을 넣어 미리 준비한 편지 한 장을 꺼냈다.

“전하께서 후작 각하께 개인적으로 드리는 서신입니다.”

“···..”

편지를 낚아챈 후작은 바로 봉투를 열어보려고 하다가 꼼꼼하게 봉인된 입구를 확인하고는 내게 시선을 주었다.

“편지를 읽어보지 않았나?”

“물론입니다. 전하께서 개인적으로 보내신 서신이니까요. 여기, 대부인(전 후작의 아내)께 드리는 서신도 따로 있습니다만.”

“그것도 거기에 두게. 내가 전달하도록 하지.”

나는 군말 없이 테이블에 편지를 올려놓았다.

그런 내 모습을 살펴보던 후작은 이윽고 그 자리에서 봉인을 뜯어 편지를 읽었다.

편지의 내용이 길지 않은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편지를 다 읽고 탁 소리가 나도록 테이블에 편지를 내려놓은 후작은 나를 보며 물었다.

“이 편지, 정말 내용을 모른다고?”

“저는 후작 각하와 대부인께 편지를 전해달라는 부탁만 받았습니다.”

내가 써달라고 부탁했는데 내용을 모를 리가 있나?

그래도 일단은 모르는 척을 해야겠지.

그는 미심쩍어하는 표정을 전혀 숨기지 않으면서 내 앞으로 편지를 밀어 놓았다.

“읽어보게.”

어차피 아는 내용이지만 나는 전혀 모르는 것처럼 편지를 꼼꼼하게 읽었다.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말을 시작으로 약간 각색된 현재의 상황을 설명하는 내용이 이어졌다.

결혼식에 초대하고 싶지만 너무 멀어서 어렵다는 빈말도 들어 있고···.

그래, 여기 있네.

“흠. 충분히 오해하실 수도 있는 내용이지만, 저는 사실 모르는 일입니다. 이런 일을 꾸밀만한 권한도 없구요.”

“기술자 따위를 말하는 게 아니야. 여기, 아이렌 목재. 폰테 섬에서만 구할 수 있는 것 아니었나?”

“그래서 그 부분은 엘리안 전하께서도 ‘부탁해 보겠다’라고 하신 것 아닙니까?”

벌떡.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선 후작은 마치 내가 없는 사람인 듯 집무실을 천천히 돌아다녔다.

고민을 저런 식으로 하는 모양인데, 나는 좀 민망하다.

나를 심리적으로 압박하려고 일부러 보여주는 퍼포먼스일 수도 있겠지.

“좋아. 백작이 살아야 할 이유가 하나 생겼군. 그 아이렌 목재, 내게 제공할 수 있소?”

“시간이 필요합니다. 원목이 무엇인지도 알아봐야 하고, 섬에서 적당히 건조도 시켜야 하니까요.”

“올해가 가기 전에 받았으면 좋겠는데.”

아주 날로 먹으려고 하시네?

“2년 안에는 불가능합니다. 원목을 쓸만한 목재로 만들려면···.”

“1년. 어차피 반년만 말려도 고작 며칠 바닷바람을 쐰다고 목재가 망가지지는 않아.”

젠장, 후작씩이나 되는 사람이 그런 걸 왜 알고 있는데?

“···알겠습니다. 그래도 첫 물량이 원하시는 만큼은 되지 않을 겁니다. 페리아 족에게 노동을 부탁할 정도로 친하지는 않으니까요.”

내 말에 후작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아아, 페리아 족. 하긴 그렇겠지, 몇 명이나 되던가? 열 명은 되나?”

이 사람, 페리아 족을 전혀 안 믿고 있군.

그녀를 데리고 왔어야 하는데 말이야.

물론 후작 믿건 믿지 않건 결과가 달라지는 것은 없을 테니 굳이 설득할 필요성은 못 느끼겠다.

“뭐라고 해도 믿지 않으시겠지만, 정말 그렇습니다.”

“좋아, 올해는 적당히 넘어가지. 하지만 내년부터는···.”

“잠시만요, 후작 각하. 벌써 4월인데 올해라니요? 첫 물량은 내년 초가 될 것 같습니다만.”

입을 꾹 닫은 후작의 표정에서 불쾌하다는 감정이 여실히 느껴진다.

하지만 그는 결국 먼저 입을 열 수밖에 없었다.

“···좋소. 그렇다면 내년 초에 견본을, 향후 10년간 매년 피오렐과 동급의 ‘상선’을 만들 수 있는 양의 아이렌 목재를 제공하시오. 약속할 수 있다면 백작과 조금 더 좋은 관계가 될 수도 있겠지.”

“그리하겠습니다.”

내가 선선히 대답하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축객령을 내렸다.

“결혼을 축하한다고 해도 거짓말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을 테니 그냥 넘어가지. 어차피 서로 불편한 사이인데 이만 나가보시오. 영지 외곽까지 호위할 병력을 내어드리겠소.”

갑자기 튀어나온 호위라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호위는 이미 충분합니다만.”

“아니, 그대가 변을 당하기라도 하면 내가 괜한 구설수에 오르게 되니 거절은 받지 않겠소.”

너무 정답이라 변명할 말이 궁했다.

그런데 그 호위가 나를 공격하려는 병력은 아닌 거지?

뭐, 그래도 어떻게든 1년 벌었나?

* * *

“그러니까 그 아이렌 목재라는 선물을 극적으로 주기 위해서 일부러 화나게 했다고?”

“응.”

내 평온한 대답에 네이선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게 무슨 소리야! 그냥 화 안 나게 했으면 더 좋았을 것 아냐?!”

“아니지, 아니지. 후작은 말이다, 의심도 많고 아주 냉철한 인간이란 말이야. 한 번 흔들어 놓지 않으면 미끼를 물지 않아요.”

“아무리 그래도 너무 위험하잖아!”

“아, 잘 끝났으니까 이제 잔소리 그만!”

“리안!”

몇 번이나 미안하다고 한 뒤에야 화가 풀린 네이선이 갑자기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잠깐, 아이렌 목재가 그거 말하는 거지? 우리 표류했을 때 집으로 쓰던 거 철거해서 가지고 온.”

“그래, 맞아.”

네이선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이상한데? 아, 물론 그게 비싸게 팔린 건 알아. 그런데 고작 그런 이유로 후작이 화를 참았다고?”

“돈의 문제가 아니니까 그렇지.”

“그게 무슨 말이야?”

후작은, 정확하게 말하면 스코타 후작가는 해상에서 자체 무력을 갖추고 싶어 한다.

신형 상선이라는 피오렐이 군함에 더 가까운 설계를 가지는 것을 보면 뻔한 것 아니겠나.

그런데 벨로키나 왕국은 왕실 외에는 해군력을 갖추는 것을 막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그럼 결국 상선으로 위장한 전투함을 만드는 것이 최선인데, 내부 설계를 군함과 비슷한 구조로 만들고, 더 많은 대포를 실을 수 있게 만들어도, 방어력만은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방어력은 말 그대로 선체의 두께와 직결되는 것이니 말이다.

그런데 선체가 두꺼워지면 배의 무게가 늘고 속도가 줄어든다.

상선이라고 만들어 놓았는데 선체 두께가 군함과 똑같다면 그걸 누가 상선이라고 인정하겠나?

물건을 실어 나르기에는 최악의 효율을 자랑하는 배인데.

“그러니까 아이렌 목재를 사용하면···.”

“피오렐 정도의 성능이라면 1, 2급 전투함과 맞서지는 못해도 그 아래라면 충분히 상대가 가능한 수준이 되지.”

“으으, 그럼 그게 더 위험한 거 아냐?”

“위험하지, 내가 10년 동안 꼬박꼬박 목재를 상납한다면 말이야.”

“엑? 너 설마?”

“당연하지. 내가 쓸 것도 부족한데 미쳤다고 그걸 후작 입에 털어 넣겠어?”

“와, 이제 보니 후작이랑 완전히 원수가 되기로 했구나?”

“어, 그러니까 긴장해라. 저 호위들, 호위가 아닐 수도 있다.”

후작가에서 우리를 따라나선 호위 병력은 기병 스물에 병사 오십. 사신단의 총원과 비슷한 수였다.

이놈들이 만약 밤에 칼을 거꾸로 잡으면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물론 내가 제일 위험하고.

네이선이 있으니까 최악의 상황까지는 가지 않겠지만 말이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살짝 경고를 해서 밤낮으로 긴장을 늦추지 않았지만, 내가 우려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니까 진짜 내가 엄한 놈에게 습격당할까 봐 호위 병력을 붙여 준 거라고?

“이쪽 관도를 따라가시면 길을 잃으실 일은 없을 겁니다. 갈림길에도 표지판이 다 붙어있으니까요.”

“으흠, 고맙군. 그럼 자네들은 이대로 복귀하는 건가?”

“네, 백작님. 무장 병력이 다른 영지에 들어가면 분쟁이 일어날 수 있으니 말입니다. 미리 전령을 보냈으니 다음 마을에 도착하시기 전에 브룩템 자작가에서 사람이 올 겁니다. 혹시 시키실 일이 있으십니까?”

어? 진짜 그냥 가?

혹시 가는 척하고 오늘 밤에 우리를 기습하려는 것은 아니고?

“그럼 후작 각하께 감사하다고 전해드리게.”

“네, 그럼 저희는 이만.”

후작가 호위 병력의 통솔자인 고참 기병이 내게 예를 올리고 훌쩍 말에 올라탔다.

그리고는 병력을 정렬시키더니 천천히 우리에게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어? 진짜 가는데? 먼지도 완전히 사라졌어.”

마차 위에 올라가서 한참 동안 호위 병력이 사라진 곳을 살피던 우르타가 날렵하게 마차에서 뛰어 내리면서 말했다.

“백작님,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우리의 행동에 당황한 베일리가 내게 다가와서 물었다.

그런데 대답할 말이 궁하다.

저놈들이 원래 우리를 공격했어야 했는데 안 해서 이상하다고 할 수는 없잖아.

“아, 아니야. 그보다 오늘 밤에는 경계를 좀 강화하도록 하지. 그 호위 병력이 기ㅅ··· 아니, 빠졌으니까 말이야.”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오늘 밤에는 브룩템 자작의 루드 성에서 지내는 것이 아니었습니까?”

“어? 그, 그랬나?”

미치지 않고서야 남의 영지에서, 그것도 남의 성에서 일을 벌이지는 않을 테고.

도대체 무슨 생각이지, 스코타 후작?

우리가 병력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어차피 관리가 잘 되는 관도를 따라서 이동할 것이기 때문에 굳이 호위 병력을 추가해줄 필요는 없었다.

심지어 아무리 임시 봉합을 했다고 해도 그와 나 사이는 끝장난 사이가 아닌가.

굳이 보답받을 수 없는 호의를 보여 줄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그러니 분명히 꿍꿍이가 있기는 할 텐데···.

엘리엇과 이야기를 좀 해봐야겠다.

* * *

- 리안 일행 출발 직후, 스코타 성 집무실 -

“각하, 보나후드 백작과의 약속은 어찌하시겠습니까?”

“저녁 식사 말인가? 그대로 진행하게.”

집사 노엘이 여상스러운 후작의 대답에 조심스럽게 의견을 내놓았다.

“하지만 리안 그자와···.”

“하, 그놈?”

노을 지는 창문을 바라보던 스코타 후작이 헛웃음을 지었다.

“아주 건방져. 제법 수를 쓴다고 쓴 모양이지만, 고작 그 정도로? 쯧. 자네는 신경 쓰지 말고 보나후드 백작에게 정확하게 이야기나 전달해.”

“알겠습니다, 각하.”

문소리가 나지 않자 뒤를 돌아본 후작이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는 노엘을 보고 인상을 살짝 구겼다.

“할 말이 더 있나?”

노엘은 잠시 고민하더니 주저하며 입을 열었다.

“노파심에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말해봐.”

“하인들 사이에서 이상한 소문이 돌아서 말입니다.”

“하인 놈들의 소문까지 내가 신경을 써야 하는지는 몰랐는데?”

불쾌함을 그대로 드러내는 후작에게 노엘은 황급히 변명을 늘어놓았다.

“다름이 아니라 리안 그자의 일행 중에 프레티아 왕국 근위 기사를 결투에서 꺾은 자가 있는 모양입니다.”

“뭐? 기사가 있었다고? 그런 보고는 받지 못했던 것 같군?”

아무리 프레티아 왕국이 소국이라고 해도 근위 기사라면 무시할 수 없는 실력자였다.

그리고 그런 근위 기사를 이겼을 정도로 실력 있는 기사가 있다면 계획을 다시 검토해야만 했다.

하지만 분명히 놈의 일행 중에 귀족으로 보이는 이들을 다 보고하라고 했고, 실제로 기사가 있었다면 다른 수행원들과 같은 대우를 받는 데서 화를 냈을 텐데?

후작의 질문에 노엘은 말을 할지 말지 몇 번이나 고민했던 말을 꺼내 놓았다.

“그자가 기사가 아니고 리안 그자의 수행원이라고 합니다.”

“···노엘. 이번에는 내가 좀 실망스러운데 말이야.”

후작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여간 천한 것들이란.

리안 그놈의 수행원이면 배 타는 잡놈일 텐데, 그런 놈이 근위 기사를 이겨?

후작은 일 처리도 빠르고 똑똑한데다가 눈치도 빠른 노엘을 총애했다.

하지만 이렇게 쓸데없는 부분까지 신경 쓰는 부분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굳이 살펴볼 필요도 없이 헛소문인데 그런 부분을 왜 신경 쓴다는 말인가?

후작이 충분히 눈치를 줬음에도 노엘은 오히려 굽혀져 있던 허리를 살짝 펴며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말을 하지 않았다면 몰라도, 말을 꺼냈다면 모든 것을 보고해야만 했다.

“소문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서 눈썰미 좋은 아이들을 보내서 확인해 보았습니다.”

“쓸데없는 짓을 했군.”

“그자가 가지고 다니는 짧은 칼에 프레티아 왕가의 문장이 박힌 것을 확인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아도 보기 드문 고급품인 것이, 모조품은 아닌 것 같다고 합니다.”

“뭐?”

이번에는 스코타 후작의 표정이 급격히 굳어졌다.

귀족에게 문장은 자존심이고 명예다.

귀족 중의 귀족인 왕실의 문장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그런데 그 문장을, 도움이 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 소문을 퍼트리려고 평민 놈에게 주었다?

그건 말 그대로 왕가의 명예를 시궁창에 처박는 짓이었다.

이렇게 되면 소문이 사실일 수도 있었다.

아무리 격이 떨어졌다지만 프레티아 왕실의 권위가 그 정도까지 떨어졌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소문에 어느 정도 근거가 있다고 보는 게 더 타당하지 않겠나.

내전을 겪으며 근위 기사의 수준이 많이 떨어졌을 수도 있고, 상대가 뱃놈이라고 방심하다가 기사가 낭패를 본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찌 되었건 놈에게 실력이 조금은 있다는 말이니 힘을 조금 더 실어 줄 필요가 있었다.

전쟁과 전투는 원래 압도적인 전력 차로 빠르게 끝내는 것이 정석이니 말이다.

“근처에 바쉬 경 말고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지?”

“지금 서신을 보내면 밀레비아 경은 내일, 페일 경은 이틀 내에 도착 할 수 있을 겁니다.”

“밀레비아 경에게 서신을 보내게. 일은 확실한 게 좋겠지.”

“네, 후작 각하.”

역시 노엘은 유능했다.

심지어 꼼꼼하기까지 하지 않나.

보통은 웃으며 넘어갈 소문까지도 진위를 확인해서 중요한 정보를 알아냈다.

늙은 가신들 중 몇몇이 젊은 노엘에게 질투를 하는 것 같지만, 얼마나 어리석은 자들인가.

생각난 김에 늙은이들을 몇 명 더 뒷방으로 보내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하는 후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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