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2화> 사략 함대 >
어쩌다 보니 다섯 척이 되어버린 선단, 아니, 함대는 순조롭게 항해를 계속했다.
첫 번째 목적지는 발레리아 백작의 강력한 요청대로 케르빈 섬의 북동쪽에 개발 중이라는 새로운 항구였다.
원래 케르빈 제도의 작은 섬 중에서 하나를 개발하려고 했는데 도저히 답이 안 나와서 결국 케르빈 섬 북동부의 한 지점을 개발하기로 했단다.
그런 것은 기밀이 아니냐고 물어보니, 자기도 폰테 섬을 둘러보았으니 나도 그 정도는 봐야 서로 균형이 맞는다나?
진짜 종잡을 수 없는 인사다.
솔직히 조금 의심스럽기는 했다.
막 함대를 미리 매복시켜놓고 나와 내 함대를 처리하려는 속셈은 아닌가 싶잖아.
그런데 그렇게까지 해서 벨로키나 왕국에도, 발레리아 백작에게도 이득이 될 만한 것이 생각나지 않았다.
일단 내가 어디에 가는지는 엘리안부터 시작해서 섬의 웬만한 주요 인물들은 다 알고 있다.
그런데 그런 나를 케르빈 섬에서 죽여봐야 발레리아 백작이 함정을 파서 나와 함대를 제거했다고 세상에 폭로하는 꼴이지 않겠나.
약소국인 프레티아 왕국에서는 큰 소리를 내지 못하더라도 다른 나라들이 절대로 가만히 있지 않을 거다.
“전방의 벨로키나 왕국 군함에서 신호입니다! 군사지역이니 퇴거하라고 합니다.”
견시수의 말이 전성관에 울리자, 아인델프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내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아인델프가 견시대로 연결된 전성관에 대고 소리쳤다.
“아나시스에 신호, 발레리아 가문 문장기 게양! 벨로키나 왕국 군함에 신호, 벨로키나 왕국 해군대신 승함 중!”
한참 동안 상호 간의 신호기가 미친 듯이 흔들리고, 드디어 전방에서 다가오던 두 척이 군함이 함수를 틀었다.
“둘 다 처음 보는 형태인데? 벨로키나 왕국의 신형 군함인가. 배수량은 대략··· 800톤?”
“네,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런데 뭔가 조금 익숙해 보이는데요.”
“그러게. 애매하게··· 슬루티 느낌도 좀 나고.”
“슬루티보다는 뭐랄까, 어?!”
처음 보는 형태의 벨로키나 왕국 군함을 살펴보며 나와 말 상대를 해주던 일등항해사 에반이 갑자기 깜짝 놀라며 한쪽을 가리켰다.
“어디서 봤나 했더니, 자세히 보면 피오렐과 비슷한 부분이 보입니다.”
“응? 아, 진짜네?”
발레리아 백작 이놈은 도대체 무슨 생각이지?
기밀이고 나발이고 그냥 신형 함선을 자랑하고 싶었나?
심지어 피오렐과 닮은 신형 함선이면 어떤 식으로든 스코타 후작도 엮여 있다는 뜻이다.
후작이 직접 설계도를 제공했건, 강제로 빼앗았건, 혹은 훔쳤건 간에 말이다.
* * *
“나쁘지 않네. 저기 저쪽 절벽 위에 해안포대를 만들면 절묘하겠어.”
“그러게 말입니다. 함포로는 도저히 각이 나오지 않겠군요.”
“저쪽도 보십시오. 바위섬 같은데 포대를 구축 중인 듯합니다.”
“바위섬이라 보급이 필요하겠지만 저 거리라면 딱히 어렵지는 않겠군요. 주둔할 병력도 30명이면 충분할 것 같으니까요.”
우리가 함교에서 한참 공사 중인 새 항구에 대해 이런저런 감상평을 늘어놓는 사이에 두 척의 소형 경비정이 이쪽으로 접근해 왔다.
한 척은 아나시스 호 방향으로 가는 것을 보니 발레리아 백작을 확인하려는 모양이다.
오트라스의 우현에 붙은 경비정에서 중령 계급장을 단 장교가 줄사다리를 타고 올라왔다.
“해군대신 각하께서 미리 명령을 내리셔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케르빈 섬 북부 항구 개발 단장을 맡고 있는 중령 로퍼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로퍼 중령. 오트라스 호의 함장, 아인델프입니다.”
아인델프가 손을 내밀자 로퍼가 가벼운 미소와 함께 그의 손을 맞잡았다.
이제 막 40이나 되었을까, 제복 안쪽으로 단단한 몸이 그려진다.
중령이 이만한 사업의 책임자를 맡을 정도면 아마 꽤 능력을 인정받는 사람일 것이다.
당장 멀찍이서 우리를 향해 현측을 드러낸 채 경계를 맡고 있는 두 신형 함선의 함장들도 중령이나 대령일 테니까 말이다.
형식적으로 가벼운 안부 따위를 묻던 로퍼가 아인델프와 조금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던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그는 바로 눈에 이채를 띄더니 아인델프에게 살짝 목례를 해서 예를 취한 뒤 곧장 내게 다가왔다.
“리안 리블르앙 폰테 총독 각하를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음? 나를 아나?”
굳이 정체를 숨기려는 목적까지는 아니지만, 배에서 나는 좀 편하게 입고 다니는 편이다.
신규 선원의 대부분을 폰테 섬에서 충당하는 지금은 아무리 신입 선원이라도 내가 총독이자 제독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귀족들이 입는 옷들은 활동성과 편의성이 엉망일수록 고급(?) 의복으로 취급되기 때문에 내 취향이랑 너무 안 맞았다.
‘나는 이런 불편한 옷을 입어도 사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라고 자랑이라도 하고 싶은 걸까.
하여튼 그런 이유로 그냥 외형만 봐서는 내가 리안이라고 특정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직접 뵙는 것은 처음입니다. 하지만 이 시대의 가장 유명한 항해자인 총독 각하의 초상화 정도야 몇 번 보았지요.”
으음, 그건 더 믿기 힘든데.
이 세상의 초상화 수준이라는 게 영···.
“초상화라, 혹시 그 초상화에 내 눈이 다섯 개고 팔이 여섯 개는 아니던가? 초상화만 보고 사람을 알아볼 수 있다니 대단하군.”
“하하하, 아닙니다. 요즘 본국에서 초상화를 그리는 방법에 획기적인 발전이 있어서 말입니다.”
글쎄다, 아무리 획기적인 발전이 있었다고 해도 그게 가능하려나?
그보다 로퍼라고 했던가? 확실히 보통은 아닌 것 같다.
내가 아무리 정통 귀족은 아니라지만 ‘각하’ 소리를 듣는 고위 귀족이다.
고작 중령 따위가 내 앞에서 저렇게 크게 웃고 편하게 대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라는 거다.
그런데도 이런 모습이 자연스럽다는 건 로퍼의 진짜 신분이 고작 중령 따위가 아니거나 나 정도의 귀족과 자주 마주할 일이 있었다는 뜻이겠지.
로퍼 중령이 넉살 좋게 내게 이런저런 이야기(주로 내가 총독이 되기 전의 사건들)를 하는 사이에 네 척의 예인선이 오트라스를 둘러쌌다.
뿐만 아니라 우리 함대의 모든 선박이 이미 예인선에 끌려가는 중이었다.
설마 이들이 미치지 않은 이상에야 우리를 이렇게 쓱싹 할 생각은 아닐 테니 크게 걱정이 되지는 않았지만, 솔직히 조금 불안한 것은 사실이다.
안전한 것을 알고 있지만, 팔다리가 묶여버린 느낌이랄까?
“그런데 우리가 항구에 들어가도 되겠나? 보아하니 아직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것 같은데.”
내가 본 군함만 벌써 네 척이다.
내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순시를 도는 배들이 있다고 가정하면 최소한 8척 전후의 분함대가 주둔 중이라는 뜻이었다.
이 정도면 일반 항구가 아니라 군항을 건설 중이라고 해도 믿겠다.
어차피 군항 아니면 노던테라를 탐사하기 위한 전초기지 정도로 활용될 테니 실제 용도는 비슷하게 쓰이겠지만.
“물론 그렇기는 합니다만, 해군대신 각하께서 이미 허가를 하셔서 괜찮습니다.”
흐음, 방금 허가를 한 것은 아닐 테니 폰테 섬에 오기 전에 이미 명령을 내려놓았다는 말이다.
내가 이곳에 오는 것부터가 발레리아 백작이 의도한 부분이라는 건데.
어쩌면 폰테 섬에 방문한 이유도 단지 내가 이곳에 오게 하려는 목적이었다면 너무 억측이려나?
* * *
입항이 끝날 때까지 오트라스에서 내리지 않은 로퍼 중령의 안내를 받아 부두에 내려서자 발레리아 백작이 특유의 웃음을 지으며 나를 맞이했다.
분명히 놈이 타고 있던 아나시스는 아직 계류작업도 마치지 못했는데 언제 내려서 온 거야?
아무래도 처음에 붙었던 경비정을 타고 먼저 온 모양인데···.
“하하하, 어서 오시오, 리블르앙 백작! 이곳이 앞으로 본국의 주요 거점이 될 발리야겐 항구요.”
“발리야겐? 그게 항구의 이름이오?”
“아니, 그냥 내 마음대로 붙인 이름이요. 진짜 이름이야 완성이 된 후에 국왕 폐하께서 정하시겠지.”
어깨를 으쓱거린 발레리아 백작이 장난스럽게 눈을 찡긋거렸다.
“그렇다고 그때까지 ‘케르빈 섬 북부 항구 개발 지역’이라는 말도 안 되는 긴 이름으로 부를 수는 없지 않소?”
“그런데 어디로 가는 거요? 무례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아직 항구의 모습을 갖추지 못해서 초대를 하기에는 좀 이른 것 같은데.”
진짜였다.
임시 부두도 있고, 병사와 인부들이 머무는 곳으로 보이는 임시 숙소도 있고, 여기저기에 벌목이 진행되면서 건물의 터를 닦거나 뼈대를 올리는 곳도 있었지만, 그뿐이었다.
최소한 내 시야에 닿는 범위 안에서는 나를 초대할만한 번듯한 건물이 없었다.
“아, 아. 물론 그렇지. 당장 내가 묵을 곳도 없는데 초대는 무슨. 하지만 본인을 여기까지 데려다준 백작에게 식사 한 번 대접하지 않고 보낼 수는 없는 일 아니겠소? 부하들도 걱정 마시오, 음식은 충분히 준비하라고 했으니.”
발레리아 백작이 나를 데리고 도착한 곳은 작은 냇물이 흐르는 평평한 야외였다.
벌목을 했는지 수림이 빽빽한 주변과 달리 풀 한 포기도 자라지 않는 널찍한 공터에는 이미 투박하게 만들어진 의자와 테이블이 잔뜩 깔려 있었다.
“자, 이만하면 운치가 있지 않소? 맨날 사방이 틀어막힌 곳에서 등불이나 촛불에 의지해서 밥을 먹다 보면 이렇게 야외가 그리운 법이지. 격이야 조금 떨어지지만 그러면 또 어떻겠소? 어차피 보는 사람도 없는데.”
“글쎄요, 그대도 알다시피 본인은 자주 배에서 식사를 하는 편이라.”
“으하하하! 재밌는 농담을 하시는군. 다른 것은 다 버텨도 내가 배 위에서 식사는 도저히 못 하겠던데. 바닥이 흔들리는 것도 흔들리는 것이지만 불을 최소로 쓰는 요리라니···. 내 비록 해군 대신이지만 앞으로는 절대로 배를 타지 않을 생각이오.”
이 새끼, 지금 일부러 팩트로 두들겨 패는 거지?
조금 분하지만, 음식은 좋았다.
확실히 배에서 먹는 생명 유지용 에너지원에 비하면 진수성찬이었다.
음식이라는 것은 불을 마음껏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훌륭해지는구나.
아무리 발레리아 백작이 이런저런 지시를 미리 내렸다고 해도, 언제 올지 모르는 나를 위해서 늘 최고급 식재료를 준비해 놓지는 않았을 것 아닌가.
냉장 보관이 되는 세상도 아니고.
“이거 이거, 마음 같아서는 며칠 묵고 가라고 하고 싶지만 내어줄 잠자리가 없으니 차마 붙잡지 못하겠군. 혹시 곤란한 일이 생기면 언제든지 연락하시오, 리블르앙 백작.”
“고맙소, 발레리아 백작.”
맛있는 음식의 유혹에도 불구하고 계속 발레리아 백작의 주변을 살피고, 농담 하나까지도 주의를 기울였지만 놀랍게도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밥 먹는 내내 시답잖은 소리만 한 것이다.
도대체 이 자식의 이번 행동은 도대체 무슨 의도를 가지고 이루어진 것일까?
“고맙다니 별말씀을. 이왕이면 아군 함대로 배웅을 하면 좋겠지만, 요즘 일레드 쪽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서 말이오. 그대도 본 것처럼 고작 공사를 하는 곳을 경계하기 위해 일개 전대가 투입되어야 할 정도이니 양해를 해주시오.”
“괘념치 마시오.”
발레리아 백작은 물론 섬의 책임자인 로퍼 중령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돌아서는 내 심사는 복잡했다.
전대라고 하면 분함대와 달리 정규 편성된 군대라는 뜻이었다.
규모는 전투함만 8~12척.
정규 편성이 되었다면 앞으로 이 항구를 주둔지로 쓸 확률이 높다는 뜻인데, 이거 설마 협박인가?
아니면 일레드, 일레드라···.
* * *
아무래도 확인이 필요할 것 같아서 리든세이의 카이덴을 호출했다.
덕분에 시간이 조금 지체되기는 했지만, 마음이 불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다음 목적지인 로제 항구까지 보름은 항해를 해야 할 텐데 그 긴 시간을 어떻게 참겠어?
“확실하게 대답하게. 제대로 보지 못했다면 못 봤다고 대답하고. 중요한 일이야.”
나지막한 내 재촉에 카이덴은 진중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겼다.
“사실 갑자기 나타난 선박 두 척을 본 순간부터 인생을 건 도박이 실패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아시다시피 제가 말씀드린 방향이면 항로도 뭐도 없는 방향 아닙니까···.”
“음···.”
“하지만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놈들이 분명한 적의를 가지고 제 선단을 쫓아왔고, 단 한 번의 신호도 보내지 않았다는 겁니다. 제가 견시수에게 몇 차례나 정체를 밝히라는 신호를 보내게 했음에도 말이죠.”
카이덴도 필사적이었을 것이다.
명백한 위험보다 미지의 위험이 더욱 두려운 법이니, 어떻게든 상대가 누구인지 특정하고 싶었겠지.
그렇다면 의도적으로 정체를 밝히지 않았다는 뜻인데···.
“졸리 로저를 보지도 못했고?”
“네.”
이건 사실 확인할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나도 추격자 놈들이 졸리 로저를 내거는 것을 보지 못했으니.
해적 놈들도 이상한 자존심이 있어서 일단 졸리 로저를 걸면 작업이 끝날 때까지는 구차하게 다시 다른 나라 국적기로 바꿔 달지 않는다.
응? 작업 중에 해군을 만나면?
뭘 하고 있었건 해적이 해군을 만나면 모든 일을 중지하고 도주할 시간이다.
그딴 깃발 따위가 뭐가 중요하겠어?
“심지어 더 큰 배가 이탈했는데 그쪽으로는 달랑 한 척만 갔단 말이지.”
“네. 지금 생각해 보니 조금 이상합니다. 일단 저희는 물건을 마구 파기하고 있는 상태였고 미르다스는 아직 반 남은 물건은 파기하기 전이었거든요. 심지어 적재량도 미르다스가 더 많은데다가 리든세이는 포혈도 많은데 굳이 리든세이를 네 척이나 쫓아 오다니요.”
“그래, 이상하단 말이야. 더 사냥하기 쉽고 먹음직스러운 쪽으로는 하나만 가고, 나머지 넷이 먹을 건 없고 사나운 사냥감을 쫓는다? 냉정하게 말하면 좋은 선택이지만, 인간은 그리 냉정하지도 않고 해적 놈들에게 협력과 이타심을 바라는 것은 웃기는 소리지.”
“네···.”
심지어 마음에 걸리는 부분은 하나 더 있었다.
분명히 카이덴은 두 척이 먼저 나타나고, 다른 방향에서 다른 세 척의 배가 나타났다고 했다.
처음에는 그냥 한쪽이 몰고 한쪽이 매복하고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먼저 내가 확인한 네 척의 추격 선박들의 면면을 보자.
실제 내부가 어떻게 생겼는지, 화물을 얼마나 적재하고 있었는지, 선원들의 실력이 얼마나 좋은지는 몰라도 일단 기본 재원이 리든세이보다는 빨라야 정상인 배들이었다.
아무리 화물도 버리고, 그 때문에 추격자들의 속도가 늦춰지고 했어도, 만 하루나 도망 다닐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추격과 항해에 도가 튼 놈들이 해적들인데 그게 되겠냐고.
하나 더, 분명히 카이덴이 말할 때, 두 척의 추격 선박과 세 척이 마주했을 때 서로 눈치를 보았다고 했지.
원래 약속되지 않았던 거다.
서로의 존재를 몰랐다는 말이지.
그렇지 않고서야 미리 약속된 동업자들이 합류하기로 한 곳까지 사냥감(카이덴 선단)을 몰아넣었는데 이렇게 쉽게 리든세이가 그 함정을 돌파했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
자리에 배석해서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듣던 작전관 엘리엇이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노골적인 악의가 느껴집니다. 대상은 아무래도 우리인 것 같습니다, 제독.”
그 뒤를 아인델프가 받았다.
“한 달에 한 무리나 지나갈까 말까 하는 항로에서 활동하는 해적은 없습니다. 리든세이가 공격당한 곳이 조금만 더 남쪽이었다면 이해가 됩니다만.”
“리든세이가 공격당한 곳을 무대로 활동하려면 보급이 가능한 곳은···.”
콰앙!
나는 이를 갈며 허리춤에서 단도를 뽑아 테이블에 펼쳐 놓은 지도의 한 점을 내리찍었다.
“에쉬노르.”
씹어뱉듯이 내던지는 내 말에 무거운 엘리엇의 음성이 따라붙는다.
“폰테 섬을 말려 죽일 셈입니다.”
꼴랑 100명, 200명이 거주하던 폰테 섬이 아니다.
이들이 생필품과 식료품을 대려면 몇 달에 한 번이나 돌아오는 우리 함대 하나로는 택도 없었다.
“사략함대···!”
신음 소리 같은 아인델프의 말이 모두의 귀에 차갑게 얼어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