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7화> 만족스러운 협상 >
주무르는 돈의 단위만큼은 난다긴다하는 대상인들보다 더 많은 은행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르다스 호의 분실(?)은 꽤나 충격적인 사건이었던 모양이다.
하긴, 코딱지만 한 어선도 아니고 수백만 로스를 호가하는 중형 상선이 사라졌다는데 평온한 반응을 보이면 더 이상하지.
그래서 카이덴을 맞이한 은행 직원은 그의 뒤에 따라 들어온 나를 알아보지도 못하고 상급자를 불러오겠다며 사라졌다.
“괘, 괜찮을까요?”
나름대로 태연한 신색을 유지하던 카이덴의 표정이 실시간으로 나빠지는 것을 보니, 그 상급자를 상대하는 것은 내가 해야 할 것 같다.
상황이 심각한 것은 맞는 모양인지 곧 묵직하면서 급박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로 추측건대 지점장께서 직접 행차하시는 모양이다.
여기 지점장 풍채가 좀 대단하거든.
“헉, 헉, 헉, 당신이오?! 무려 배수량 750톤의 전함이자 큰돈을 들여 상업용으로 개조해서 단 한 번도 써먹지 못한 새것과 다름없는 배를 홀랑 날려 먹었다는 작자··· 응? 아이고, 백작 각하께서 여기까지 무슨 일이십니까?”
뭔가 연극톤으로 미르다스의 과장된 스팩을 읊어대던 지점장이 나를 발견하고 재빨리 태세를 전환했다.
표정을 보아하니 미르다스와 내가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것 같다.
“음, 오랜만이군. 하던 말이나 계속해보게.”
“네? 아, 각하께서는 신경 쓰실 필요 없는 일입니다. 저를 따라오시지요, 누추하지만 집무실로 모시겠습니다.”
지점장이 내게 이렇게 살갑게 구는 이유는 내가 폰테 섬의 총독이자 백작이라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은행의 큰 손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은행의 모회사처럼 자리 잡은 마법사 길드와의 친분도 한몫을 하고 있겠지.
언제 화를 냈냐는 듯 활짝 웃으며 나를 안내하던 지점장은 자신을 불러온 직원에게 낮은 목소리로 빠르게 말했다.
“저 친구 내가 올 때까지 못 도망가게 잡아놔!”
“네, 지점장님!”
기합이 바짝 들어간 직원이 딱딱하게 굳은 자세로 대답했지만, 애석하게도 그 대답은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었다.
“뭘 집무실까지 가고 그러나. 그냥 여기에서 이야기하지.”
“네? 별일 아니더라도 여기까지 오셨는데 차라도 한 잔···.”
내가 도통 움직이지 않는 것은 물론 영문 모를 소리까지 하니 지점장의 얼굴에 의문이 떠올랐다.
보통 신분이 높은 사람들은 자신이 ‘특별한 대접’을 받기를 원하게 마련이니까.
아마 집무실로 초대를 했는데 거절당하는 경험은 처음일지도 모르겠다.
“여기 카이덴 선장이 내게 몸을 의탁해서 말이야. 그런데 보아하니 카이덴 선장은 지점장의 집무실에 초대받을 수 있을 것 같지 않군.”
“네? 그게 무슨···.”
잠시 눈알을 굴리며 당황한 표정을 짓던 지점장의 얼굴에서 지우개로 지운 듯 표정이 사라졌다.
로제 항구의 지점장을 할 정도면 생긴 거와 다르게 무능한 자는 아니라는 뜻이지.
이 정도 말로도 현재 상황을 대충 파악했을 것이다.
“크흠! 백작 각하, 이런 말씀을 드리게 되어 대단히 유감입니다만, 여기 카이덴이라는 자의 리든세이 호는 본 은행에 담보물로 잡혀있는 것입니다. 아무리 백작 각하라고 하셔도 이를 무시하고 리든세이 호를 가져가실 수는 없···.”
“지점장, 그렇게 안 봤는데 농담이 심하군? 내가 계약서도 확인하지 않았을 것 같나?”
“네?”
계약서를 확인했다는 말에 지점장이 혼란에 빠진 표정을 지었다.
그럴 것이다. 계약서에는 분명히 리든세이 호를 담보물로 한다는 내용이 있거든.
하지만 나의 가벼운 흔들기는 별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돈이 굴러다니는 바닥이 깨끗할 리가 없고, 그 바닥에서 은행의 지점장까지 올랐을 정도면 별의별 인간군상을 다 만나봤다고 봐야 하는 거다.
그리고 업무 특성상 상위 계급에 해당하는 부유한 상인들이나 중하급 귀족들도 자주 상대했을 것이 뻔하고.
“각하, 어차피 계약서를 검토해야 하니 제 방으로 가시지요. 언제나처럼 최선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으음···.”
이번에는 판정패 같은데?
* * *
우리를 안내하며 작은 목소리로 다른 직원들에게 몇 가지 지시를 내린 지점장은 몇 번 와 본 적이 있는 집무실에 들어서기 무섭게 서랍을 열고 몇 가지 서류를 챙겨왔다.
“에, 물론 이 서류가 원본은 아닙니다만, 이 양식은 전 은행에서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대여 계약서입니다.”
“아, 그건 걱정하지 말게. 우리가 계약서를 가지고 왔으니.”
내가 가볍게 지점장의 말을 받으며 카이덴 선장에게 눈짓하자, 그가 품에서 곱게 접힌 종이 한 장을 꺼냈다.
그러자 내 눈치를 한 번 본 지점장이 조심스럽게 퉁퉁한 손가락을 놀려 카이덴 선장이 꺼내 놓은 계약서를 꼼꼼하게 살피기 시작했다.
하지만 애초에 원본을 들고 왔는데 문제가 생길 리가 있나.
“대충 짐작은 하겠지만, 카이덴 선장은 해적을 만나 은행에서 대여한 미르다스 호를 잃어버렸네. 침몰한 것은 아니지만 아직까지 소식이 없다는 것은 그에 준하는 문제가 생겼다고 봐도 무방하겠지.”
“네, 그렇군요. 그럼 카이덴 선장은 각하께 구함을 받은 것이겠지요?”
“음, 그렇지. 그리고 그 도움에 대한 대가로 그의 선박, 리든세이를 넘겨받았네.”
나름 숨기려고 한 것 같지만 나는 그의 얼굴에 스치는 득의의 미소를 놓치지 않았다.
“오, 말씀 중에 죄송합니다만, 각하. 리든세이는 카이덴 선장이 임의로 처분할 수 없습니다.”
“뭐라고? 그럼 리든세이를 내게서 다시 빼앗아 가기라도 하겠다는 건가?”
“정확하게 말하면 각하께 저 카이덴이라는 자가 사기를 친 셈이지요. 여기, 이 조항을 보시면 ‘미르다스 호에 치명적인 결함이나 손실이 발생하여 계약 당사자들이 이를 확인한 경우, 리든세이 호의 처분은 은행에 귀속된다.’라고 되어있습니다. 따라서···.”
나는 손을 들어 상기된 표정으로 계약서의 한 부분을 짚고 열변을 토하는 지점장의 말을 자르고 준비한 말을 꺼내 놓았다.
“아니지. 계약서의 내용대로라면 ‘계약 당사자들이 이를 확인한 후에’ 리든세이 호의 처분이 은행에 귀속되는 것 아닌가? 그러니 그전까지 리든세이 호의 주인은 카이덴 선장이 맞지. 그렇지 않은가?”
“아니, 그것은 관례적으로···.”
“관례는 무슨! 자네는 지점장이라는 사람이 계약서에 적힌 내용이 절대적이라는 것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겠지?”
그러니까 이런 부분은 확실하게 써 놔야지, 이렇게 두루뭉술하게 써 놓으면 어쩌나?
“하, 하지만! 그래도 카이덴 선장은 미르다스 호의 손실에 대한 책임을 지고 배상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당연히 리든세이 호를 저희가 가져야 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저희 입장에서는 손실이···.”
“어허, 내가 마법사 길드의 제먼 고문과의 친분도 있는데 은행에 어찌 일방적인 손실을 감수하라고 하겠나?”
“네? 그럼 어찌···?”
제먼이라는 말에 찔끔하던 지점장이 한 가닥 희망을 담아 나에게 시선을 던졌다.
“보다시피 카이덴 선장은 내게 몸을 의탁했네. 당연히 그가 과거에 남겨 둔 문제는 내가 해결해야겠지. 그러니 그 배상금, 내가 대신 내도록 하겠네.”
일을 이렇게까지 복잡하게 처리하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이번 일을 만약 카이덴 혼자서 해결하려고 했다면 은행은 잃어버린 미르바스의 가격은 적정가보다 비싸게, 리든세이는 아주 저렴하게 판정을 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카이덴 선장은 리든세이를 주고도 리든세이를 하나 더 살 돈을 빚으로 지게 될지도 모른다.
그 정도 되면 그냥 이번 생은 망했다고 생각하고 다음 생을 노리는 편이 더 좋을걸?
평범한 일로는 아마 원금은커녕 발생하는 이자도 내지 못할 거다.
“각하, 각하께서도 잘 아시다시피 세상에 똑같은 배는 없고 미르바스는 해군에서 사용하던 함선인 만큼 그 성능이···.”
“더 이상 전함으로 기능할 수 없을 정도로 노후화되었다는 것은 빼먹었군.”
어떻게든 미르바스를 포장하려던 지점장은 내 말에 잠시 입을 닫았다.
내가 이 바닥에서 구른 게 몇 년인데 내 앞에서까지 약을 팔려고 하는 거야?
“하지만 저희가 이미 인수와 동시에 대대적인 개장을 통해···.”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이론적으로 목조선은 낡거나 파손된 부분만 제때 갈아 끼워 주면 천년만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니까.
물론 천년은커녕 백 년만 지나도 처음 배를 건조할 때 들어간 부품은 단 하나도 남지 않았겠지만. 어쨌건 이론적으로 배는 보수과 수리만 잘하면 충분히 성능이 좋아질 수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굳이 이렇게까지 배를 천년만년 우려먹지 않는 이유는 가성비의 문제였다.
어느 시점이 지나면 노후화된 배를 수리하는 것보다 새 배를 만드는 쪽이 더 싸게 먹히게 되는 거지.
그리고 은행이 남에게 대여할 목적으로 구매한 배를 그렇게 심혈을 기울여 수리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그렇다면 미르바스의 인수가격과 개장 비용, 그리고 카이덴 선장이 대여한 기간에 대한 이용료 정도만 지불하면 되겠군. 해당 서류를 가지고 오게.”
지점장의 얼굴이 처참하게 구겨졌다.
내가 듣기에도 억지가 따로 없었지만, 이 세상은 신분제가 살아있는 사회다.
지점장이라고 해도 고작 평민이 한참 잘나가는 ‘백작 각하’께 이런저런 덤탱이를 씌우는 것은 무리다.
그러기에 배상금을 정확하게 얼마라고 계약서에 써 놨어야지.
상대가 만만한 카이덴이라서 만일의 사태가 발생하면 속옷까지 벗겨 먹을 생각으로 대충 써 놓은 모양이지만, 상대가 나로 바뀐 이상 이제 그 꼼수가 자기 목을 조르게 되었다.
“가, 각하. 단순하게 원금 회수의 문제가 아닙니다. 저희도 미르바스의 구매로 인해 발생하는 예상 수입과 구매 금액에 대한 기회 비용이라는 것이 발생하는데 어찌 그렇게···.”
“걱정 말게. 그 비용까지 충분히 계산해줄 테니 말이야. 그러니 서류를 가지고 오게. 미르바스의 인수 비용과 개장 비용 서류 정도는 금방 준비할 수 있을 것 아닌가?”
“미르바스는 저희 지점에서 관리하던 선박이 아닙니다. 서류를 준비하려면 미르바스를 관할하던 지점에 요청해야만 합니다.”
미르바스를 구입 및 개장하고 카이덴에게 대여한 지점은 쿠샤 왕국의 바흐카덴 항구 지점.
로제 항구에서 사람을 보낸다면 오가는 데만도 두어 달은 걸릴 거리다.
은행이 비록 모스부호 수준의 통신은 가능하지만 팩스(fax)를 보낼 수는 없으니까, 원본 서류를 확인하려면 사람이 직접 가는 수밖에 없으니 일견 지점장의 말이 타당해 보인다.
“통신으로 그쪽에 서류를 가지고 오라고 하고, 일단 금액만 전달받으면 빠른 처리가 가능할 것 같은데? 물론 훗날 원본을 확인하기는 하겠지만 말이야. 마침 쿠샤 왕국에 친한 해군 장교가 있으니 그 친구에게 대신 확인해달라고 해도 되겠고.”
듣기 좋게 말했지만, 괜히 서류에 장난질 치다가 걸리면 얄짤없다는 말을 돌려서 한 거다.
지금 지점장이 쉴 새 없이 육수를 뽑아내는 이유는 미르바스의 구매가격이 너무 낮아서일까, 나에게 탈탈 털리고 훗날 감수해야 할 책임 때문일까.
“하하, 하하하, 아무래도 이 건은 제 선에서 해결이 안 될···.”
“이런, 로제 항구 지점의 지점장까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면 아무래도 제먼 고문에게 연락을 넣어야 할 것 같군. 행정 처리가 길어지는 것은 딱 질색이거든.”
퇴로까지 막아버리니 지점장의 표정이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이 되었다.
이제 슬슬 풀어줘야겠지?
지점장이 내게 뭘 잘못한 것도 아닌데 영혼까지 털어버릴 필요는 없잖아.
실수한 사람의 골수까지 우려먹는 것이 당연한 세상이라서 지점장의 대응이 과한 것도 아니고 말이야.
“이보게 지점장.”
“네, 네, 백작 각하.”
“자네가 그동안 내게 보여준 성의가 있는데 내가 그렇게 모질게 하겠는가?”
지점장의 표정이 묘하게 변한다.
굳이 읽어보자면 ‘이 새끼가 지금 나랑 장난하나?’혹은 ‘나를 놀리나?’ 정도가 되겠다.
“좋은 생각이 있으시다면 경청하겠습니다.”
확실히 보기와 다르게 눈치도 빤하고 계산도 빠르다.
계약서고 지랄이고 어차피 신분과 연줄이 빵빵한 내 앞에서 일개 지점장은 바짝 엎드리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파악한 것이다.
무리를 한다면 은행 차원에서 나와 개싸움을 벌여 원하는 돈을 받아 낼 수도 있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그런 손해나는 짓을 할 리가 없지 않나.
꼴랑 몇백만 로스에 나와의 친분을 날린다고?
“자네도 자네의 사정이라는 것이 있을 거야. 그렇지? 그래서 자네가 받아 내야 하는 최소한의 금액이 얼마나 되겠나?”
내 질문에 지점장의 머리가 맹렬하게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내가 지불할 수 있는 최고점을 파악하고 있는 거다.
“이것저것 다 계산하면 최소한 구백···.”
“설마 구백만 로스를 말하는 것은 아니겠지? 그 가격이면 난 지금 당장이라도 사라진 미르바스 호와 비슷한 스팩의 퇴역 군함 두 척을 사 올 수 있네.”
내가 딱 잘라 말하자 우물쭈물하던 지점장이 다시 말을 꺼냈다.
“후우, 어차피 배 가격이야 저보다 각하께서 더 잘 아시겠지요. 750만으로 하겠습니다. 그 정도면 아슬아슬하게 문책은 피할 수 있을 겁니다.”
“700만으로 하지.”
“네?”
“50만 정도의 문책은 자네가 감수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어찌 되었건 내 부하를 상대로 과도한 금액을 청구하려고 했으니 말이야.”
“가, 각하. 절대 그런 의도는 아니었습니다!”
“700만. 어떻게 하겠나?”
“하지만!”
* * *
협상을 마무리하는 중에 눈치 없는 직원이 문을 두드리며 서류가 준비되었다고 하고, 여유를 찾아가다 말고 다시 얼굴이 하얗게 탈색된 지점장이 번개 같은 속도로 직원을 쫓아내는 에피소드가 있었지만 너그럽게 넘어가기로 했다.
꼴을 보아하니 장난질을 친 서류를 준비시킨 모양인데, 내 앞에 대령하지는 않았으니 못 본 척해줘야지.
어차피 서로 만족하는, 음, 아마 지점장도 만족할 거야···. 하여간 만족스러운 협상을 타결 중이었으니 괜히 얼굴 붉힐 필요는 없잖아?
“자네 앞으로 열심히 일해야겠어. 200만 로스를 갚으려면.”
“네? 더 많지 않습니까? 선원들에게 풀어 준 돈도 있고··· 그, 이자도···.”
“그런 사소한 것까지 아등바등하며 다 받아야 할 정도로 내가 어렵지는 않으니까. 그깟 돈 몇 푼보다 자네의 호의를 사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싶은데.”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제독!”
은행에서 나와 오트라스로 돌아가는 길에 가끔 마주치는 카이덴의 눈빛이 약간 부담스러웠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새 배도 얻고, 새 사람도 얻었다.
들어간 비용이라고 해봐야 700만 남짓한 금액.
이 정도만 해도 이번 항해는 꽤나 성공적이라고 자부할만했다.
굵직한 일을 끝내고 나니 시간이 쏜살같이 흘렀다.
빨리 항해를 마치고 폰테 섬으로 돌아가 내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을 함께하고 싶은 욕심에 내가 서두른 감도 없지 않을 것이다.
로제 항구를 출항한 우리 함대는 별문제 없이 니파 항구에 입항할 수 있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총독 각하.”
“오랜만이군. 항구가 이전보다 북적북적한 것 같아 보기 좋군.”
“염려해주신 덕분입니다. 그보다 여기, 각하께서 오시면 전하라는 명을 받았습니다. 왕궁에서 내려온 명령서입니다.”
“음.”
부두까지 마중 나온 항구관리관에게 전달받은 서신의 봉인을 뜯고 내용을 살펴보니 아이델프에게 이미 전달받은 내용이었다.
즉시 왕궁으로 오라는 국왕의 명령서.
봉인된 서신이라면 간략한 내용이라도 써 놓을 법한데 아무런 내용이 없다.
지금 내 문제만 해도 골치가 아픈데 다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겠지?
“아인델프, 왕궁으로 가야겠다. 수행 인원을 뽑아.”
“네, 제독.”
“그리고 항구관리관.”
“네, 총독 각하.”
“마차를 부탁해도 되겠나?”
“이미 준비해 두었습니다. 각하께서 준비만 되시면 바로 부두로 오게 하겠습니다.”
“그럼 지금 바로 부탁하지.”
“네.”
내게 정중하게 예를 취한 항구관리관이 뒤에서 대기하던 보좌관을 불러 몇 가지 지시를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