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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흙수저 선원으로 살아남기-411화 (411/420)

< <411화> 유인 (2) >

“저놈들도 필사적이군. 또 뭘 버리고 있어.”

“지금쯤이면 뭔가 이상하다고 느낄 만도 한데요.”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포기할 수도 없을 것이다.

호위함 레슬리조차 화물을 내다 버려가며 필사적으로 도주 중인데 다 잡은 물고기를 놓치기 싫겠지.

특히 일레드 왕국 측으로부터 ‘반드시’ 제거하라는 명령이 떨어진 대상이라면 말이다.

어쩌면 추가 포상금이 걸렸을지도 몰라.

처음 조우한 세 척과 추가된 세 척, 총 여섯 척의 사략선이 우리 뒤를 쫓고 있는 상태다.

개중 두 척의 속도는 상당해서 태생이 고속전투함인데다가 무게까지 줄인 레슬리 함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조금 더 빠른 것 같았다.

놈들을 유인해야 하는 내 입장에서는 썩 나쁘지 않은 일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 안이 바짝바짝 마르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만약 엘리시아와 레슬리가 조금이라도 틈을 보이면 당장 달려들어서 물어뜯을 것이 뻔하니 말이다.

뒤떨어진 네 척과의 거리도 꽤 되고, 이쪽에 군함인 레슬리가 있어서인지 우리에게 근접한 두 척도 함부로 달려들지는 못했다.

어떻게든 우리를 동쪽으로 밀어내려고 노력은 하는데, 레슬리 함이 그걸 그냥 두고 볼 리가 있나.

조금만 접근하면 포탄을 날리며 싸움닭처럼 달려드니 저놈들도 꽤나 답답할 거다.

문제는 그 포탄도 이제 다 떨어진 것 같다는 것이지만.

하지만 괜찮다.

벌써 피 말리는 추격전만 만 하루째다.

예상보다 북쪽에서 놈들과 조우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면 준비된 함정 안으로 유인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흘렀다.

“이쯤이면 거의 끌어들인 것 같은데?”

“네, 불을 피울까요?”

“그러지. 불길을 크게 할 필요도 없고 불똥이 다른 곳에 튀지 않도록 조심하게.”

“몇 번이나 당부해 두었습니다.”

내 허락을 받은 선장이 대기하던 전령에게 명령을 전달하자, 잠시 후에 선미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GPS도, 통신기도 없으니 이런 무식한 방법으로 우리의 위치를 알리는 수밖에 없었다.

나무로 만든 배 위에서 불을, 그것도 봉화 수준의 큰 피우다니, 이게 무슨 미친 짓이란 말인가.

실화(失火)에 대한 대비는 충분히 해두기는 했지만, 절대로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은 짓이다.

그래도 예상대로 근처에 1함대의 분함대가 대기 중이라면 연기를 보고 달려올 것이다.

이쯤 되면 우리 뒤를 쫓던 놈들도 자신들이 함정에 빠졌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겠지만, 이미 늦었다.

시야에 잡히지는 않더라도 이미 후방을 점하고 있을 1함대의 분함대가 연기를 보고 곧 압박해 올 테니까.

그래도 지금 돌아간다면 도주가 가능할 수도 있지만··· 과연 쉬쉬하며 끌어모은 선박들의 지휘계통이 일원화되어 있을까?

연기가 피어오른 지 30분가량이 흐르자 남동쪽과 남서쪽에서 거의 동시에 새로운 배가 모습을 드러냈다.

양쪽 다 두 척, 이건 약속과 다르다.

아직 깃발을 식별할 거리도 아니지만 영 불안했다.

이 근처에서 우리와 관련이 없는 배가 있을 확률은 거의 없는데···.

* * *

“응? 각하, 좌현 쪽 선박들의 형태가 이상합니다, 해군이 아닌 것 같습니다!”

“뭐?!”

순풍을 받은 남동쪽의 배가 더 빠르게 접근했고, 가장 먼저 이상을 눈치챈 사람은 긱스 선장이었다.

내가 짠 계획과 달라서 불안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분명히 아군일 거라고 생각했다.

내 계획대로면 4:4 혹은 5:3으로 나누어 남쪽과 북쪽에서 압박해야 했지만, 현장 지휘관 재량에 따라 4:2:2나 2:2:2:2로 나눌 수도 있는 거잖아.

그렇게 행복회로를 돌리고 있던 내게는 정신이 번쩍 들만한 소식이었다.

지금 이 타이밍에 접근하는 선박이 해군이 아니라니?

다급히 망원경을 들어서 좌현(남동쪽)에서 쾌속으로 접근 중인 두 척의 선박을 살피던 내 입에서 절로 쌍소리가 튀어나왔다.

“젠장, 저놈들은 뭐야?! 그 사이에 사략선을 세 척이나 더 늘렸다고? 아니, 어쩌면 내가 본 게 전부가 아니었나?!”

내가 봐도 좌현에서 모든 돛을 활짝 펼치고 접근하는 두 척은 군함이 아니었다.

안일했다.

카이덴이 확인한 사략선이 다섯 척이라고 했기에 우리를 쫓던 여섯 척이 전부라고 성급하게 결론을 내렸던 것이다.

설마 우현(남서쪽)에서 접근하는 놈들도?

“가, 각하! 이제 어떻게 합니까?!”

당황한 긱스 선장이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럴 만도 했다.

긱스 선장은 혹시 모를 의심을 피하기 위해 군과 전혀 관련이 없는 인물로 선정된 것이니까.

항해 경력은 상당한데, 전투 경험은 크게 못 미친다고 들었다.

“후우, 추격하는 놈들과 거리는?”

“방금 전까지 500 남짓이었습니다, 선두의 두 척이 속도를 올리고 있습니다.”

놈들도 양쪽에서 접근하는 배를 확인했을 테니 지금 속도를 올리고 있는 이유는 뻔했다.

지금 상황에서 선회를 시도하면 빼도 박도 못하고 전투다.

각개격파도 이쪽이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적들이 서로 거리가 좀 있어야 하는 거지, 이 상태로는 필패였다.

물론 처음에는 2:2가 되니까 우리가 조금 유리하겠지.

이쪽에는 레슬리가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10여 분만 흘러도 뒤처진 네 척이 속속 도착해서 전투에 가세할 거고, 아마 새로 좌현에서 출현한 놈들도 달려들겠지.

그때쯤이면 엘리시아건 레슬리건 생존자가 없지 않을까?

“레슬리 호에서 신호! 후위를 맡겠다고 합니다!”

“뭐?! 이런 미친!”

헐레벌떡 달려온 전령의 말에 절로 욕이 튀어나왔다.

아무리 레슬리 호라도 혼자서 여덟 척을 상대로 싸울 수는 없다.

비록 추격하는 놈들은 선두의 두 척과 네 척의 거리가 조금 더 벌어져 있고, 새로 출현한 놈들이 접근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포탄과 화약도 다 떨어진 것 같은 레슬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백병전뿐인데, 레슬리에 탄 해군의 수는 고작 백 명 남짓이다.

아무리 행복회로를 돌려봐도 레슬리 혼자서 상대할 수 있는 것은 두 척이 최대, 그나마도 네이선이 열 명쯤 있는 게 아니라면 꽤나 고군분투를 해야 할 거다.

그리고 그렇게 발목을 잡히면 뒤처진 선박들이 달려들어서 게걸스럽게 뜯어먹겠지.

그러니까 지금 후위를 맡겠다는 것은 자기들이 희생할 테니 우리보고 도주하라는 뜻이었다.

“당장 레슬리에 신호 보내! 현 침로 유지하고 좌현의 미확인 선박 확인 시까지 대기!”

내가 발작적으로 소리쳤지만, 전령이 미쳐 선교를 떠나기도 전에 다급한 긱스 선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각하! 너무 늦었습니다! 레슬리 호가 이미 변침 중입니다!”

고개를 돌리자 레슬리 호의 돛 방향이 분주하게 바뀌면서 함수가 천천히 돌아가는 것이 보였다.

신호를 보내기 전에, 혹은 그 시점에서 이미 배를 돌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긱스 선장, 자네 신을 믿나?”

“네? 아, 네. 뱃놈 중에 신을 믿지 않는 놈도 있겠습니까?”

갑자기 그게 무슨 뜬금없는 소리냐는 듯 나를 보던 긱스 선장이 떨떠름하게 대답했다.

“다행이군. 약식으로라도 기도하게.”

“그게 무슨···.”

어리둥절한 긱스 선장에게 모자를 살짝 들며 먼저 사과했다.

“미안하군. 아무래도 이번 작전은 무리였던 모양이야. 전투 지휘는 자네보다 내가 나을 것 같으니 지휘권을 양보해줄 수 있겠나? 오늘의 무례는 살아남으면 다시 사과하겠네.”

“각하!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신···!”

배의 지휘권을 달라니, 선장에게는 굉장히 자존심 상할 일이다.

그런데 긱스 선장이 계속 지휘를 하면 이대로 도주하다가 잡혀 죽는 엔딩밖에 안 보이는 걸 어쩌겠어?

“지금부터 내가 조함한다! 조타수 우현 전타!”

긱스 선장의 대답이 나오기도 전에 터진 갑작스러운 내 외침에 나를 돌아보는 조타수의 얼굴에 혼란이 깃들었다.

조함은 어디까지나 선장의 고유 권한, 조타수 입장에서는 내 말을 들어야 할지 고민스러운 것이리라.

“지, 지금부터 리안 총독 각하께서 지휘하신다! 승조원들은 각하의 지시에 따르도록!”

긱스 선장이 눈치 빠르게 바로 외쳤다.

그도 레슬리 함이 용감하게 나섰지만 약간의 시간을 벌 수 있을 뿐, 절대로 결과를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이해 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지금 당장이야 조금 거리를 벌릴 수 있겠지만, 레슬리가 제압당하고 나면 그때부터는 감감무소식인 1함대의 함선들이 ‘뿅’하고 눈앞에 나타나기를 기도해야 할 판인 것이다.

“하지만 각하, 승산이 없습니다. 우현의 미확인 선박들이 아군이라고 해도 합류는 가장 느릴 겁니다. 우리가 전멸한 후에 말이죠.”

그의 예상대로 일이 이루어지면 결과는 뻔하다.

축차투입, 축차소모, 각개격파.

작게 속삭이는 긱스 선장에게 손을 들어 더 말하는 것을 막은 나는 조용히 말했다.

“무슨 말인지 알겠네. 하지만 레슬리 혼자서는 이 상황을 해결하지 못해. 선장도 그 정도는 알지 않나?”

“그렇기는 합니다만, 지금 엘리시아 호의 상태로는 전투에 가담해 봐야 승패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엘리시아 호에는 대포도 없고 승조원 수라고 해봐야 고작 50명이 겨우 넘는 수준이다.

애초에 전투를 상정하지 않은 구성이라 그렇다.

그러니 긱스 선장이 부정적인 의견을 내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진짜 이대로 레슬리를 버리고 도주했다가는 아예 승률이 0%, 그러니 아무리 확률이 낮아도 반격에 올인하는 수밖에.

그래도 이쪽에는 네이선이 있으니까 1:1 정도는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을 거다.

“다행히 저놈들의 대열이 꽤나 흐트러져있으니 선두의 두 척을 빠르게 제압한다면 살아남을 가능성도 있어.”

꼴을 보아하니 지휘도 제각각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일말의 기대를 하고는 있지만, 솔직히 이번 전투는 진 것 같다.

* * *

우리가 반전하여 달려들자 우리를 따르던 사략선들은 ‘얼씨구나’하고 우리에게 접현을 시도했다.

놈들도 포를 못 쏘는 것을 보면 이놈들 역시 포탄과 화약을 죄다 버린 모양이었다.

저놈들의 목표가 나포는 아닐 테니, 우리가 도주를 포기하고 반전하는 순간부터는 포격으로 일방적인 피해를 강요하는 쪽이 더 나았을 테니까.

그나저나 분주한 적의 갑판을 확인하니 얼핏 봐도 머릿수가 아군이 두 배는 되어 보인다.

레슬리 함 역시 다른 한 척과 진한 포옹을 나누기 직전이니 단시간에 지원을 바라는 것은 무리다.

아무리 분투해도 오히려 적의 지원(뒤처진 네 척)이 먼저 도착하겠지.

“좌현 270도 방향 선박 식별 완료! 1함대 깃발 확인! 아군입니다!”

완전히 반전하는 바람에 좌우가 바뀐 덕에 순간 헷갈렸지만 이제 좌현이 서쪽이다.

그나마 가장 늦게 합류할 두 척은 아군인 모양이다.

저들이 합류할 때까지만 버티면··· 후우, 8척을 상대로 말이지?

“엇, 각하? 어디 가십니까?!”

뒤에서 긱스 선장의 다급한 질문이 들려왔다.

“나는 현장 스타일이라. 복귀할 때까지 선교는 선장이 맡게!”

“각하! 위험합니다!”

긱스 선장의 우려를 무시하고 선교를 내려와 갑판을 질주하는데 머리 위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와앗! 정북, 선수 방향에 함대 발견! 거리 3500!”

뭐?

나는 급히 걸음을 멈추고 까마귀 둥지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고 있는 우르타에게 물었다.

“제대로 보고해! 뒤처진 사략선 말고 새로운 놈들이 있어?!”

“넷! 추격 중이던 적 선단 4척 뒤에 3척짜리 함대입니다! 아군입니다! 1함대 깃발 확인!”

잠시 정적이 흐르는가 싶더니 사방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나 역시도 조금은 마음이 놓였다.

물론 방금 확인한 함대가 전장에 합류하려면 시간이 꽤 걸리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들 입장에서는 이제 슬슬 똥줄이 타기 시작할 거다.

숫자로는 8:7 거의 동수, 전장에 합류하는 시각으로 따지면 놈들이 조금 유리할지 몰라도 아군은 무려 6척이 군함이다.

아군을 쪼개서 각개격파를 한다고 해도, 그 와중에 피해가 아예 없지 않은 이상 이미 놈들이 불리한 전장이 되어버렸다.

우리만 빠르게 때려잡고 이탈한다?

목격자가 이렇게 많은 이상 그런 선택지는 없다.

그리고 도주하는 놈들 중 한 척만 나포해도 우리는 전략목표를 달성하게 된다.

일레드 왕국에서야 당연히 사략 허가를 부정하겠지만, 그래도 폰테 섬으로 향하는 항로 상에 일레드 왕국 깃발을 단 선박의 공격이 있었고, 그들의 보급지가 일레드 왕국의 항구였다는 것까지 부정하지는 못할 테니까.

물론 그 전에 내가 살아야 하는데 말이지.

* * *

“네이선.”

“네, 제독.”

이미 애지중지하던 왕실의 보검을 뽑아 든 채로 흉흉한 기운을 흘리던 네이선이 나를 돌아보며 대답했다.

자태부터 예사롭지 않은 커틀라스에 시선을 빼앗겼던 선원 중에 몇 사람이 놀란 표정으로 수군거리는 것이 보였다.

아마 왕실 문장을 알아본 모양이다.

자세히 들어보면 ‘기사’라는 말이 종종 들린다.

“이번에는 지연전이야. 놈들을 제압하기보다 아군의 피해를 줄이는 것에 주력하도록 해.”

“네?”

“뭐가 ‘네?’야? 이미 들었잖아, 아군이 접근하고 있다고.”

“아, 아. 그게 아니고 놈들을 빨리 제압하면 아군의 피해가 줄어드는 것 아닙니까? 똑같은 말 같은데···?”

뭔 소리를 하나 싶어서 녀석의 얼굴을 바라보니 진짜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이 새끼, 진심으로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야, 정신 차려. 저놈들 대충 봐도 백 명은 넘는 것 같은데, 정면으로 맞붙으면 이겨도 멀쩡한 놈보다 죽거나 다치는 놈이 더 많을걸?”

“으음, 노력해 보겠습니다.”

대답은 잘하는데 그러면서 슬그머니 눈을 피한다.

“혼자서 튀어 나가기만 해봐?!”

“에··· 그보다 전투가 벌어지기는 하겠습니까? 저놈들 한번 보시죠.”

이제 대략 눈코입이 구분될 정도로 가까워진 사략선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선원들이 보였다.

전투를 준비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기분 탓인지 조금 더 혼란한 느낌이다.

침착을 되찾고 주변을 둘러보자 기묘한 상황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는 우측으로, 레일리는 좌측으로 선회를 했다.

서로 간에 경로가 겹쳐서 충돌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였지만, 그러다 보니 우리를 추격하던 두 척을 가운데에 두고 양옆을 우리가 틀어막은 꼴이 되어버렸다.

이제 저놈들은 우리와 부딪히거나 한참 뒤까지 달려서 침로를 바꿔야 한다.

그것도 그러도록 우리가 가만히 둔다면 말이다.

“흠, 이거 재밌게 돌아가네? 하여간 위험한 짓은 금지야! 다치지 말라고, 알았어?”

“네이, 네이.”

귀찮다는 듯이 건성건성 대답하는 네이선이 내 뒤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나도 모르게 그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리니 헐레벌떡 달려온 카이덴이 다급하게 나를 불렀다.

“제독 각하, 제독 각하!”

분명히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한 것 같은데.

제독 각하가 뭐야, 제독 각하가.

“뭐야? 왜? 선교에 무슨 일 있어?”

“아닙니다, 그게 아니라 긱스 선장이 반드시 모시고 오라고 신신당부를 해서···.”

“그래, 올라가지.”

“네! 하지만··· 네?”

내가 너무 선선히 대답하자 카이덴이 오히려 어리둥절했다.

내가 당연히 거절하리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런데 꼴을 보니까 여기는 내가 할 일이 없어 보이는걸, 뭐.

원래 이 자리를 지휘해야 하는 사람이지만 살짝 소외되어있던 갑판장의 어깨를 두어 번 두드려 주었다.

“잘 부탁하네, 갑판장. 혹시 저놈이 위험한 짓을 하면 ‘가능하면’ 말려주고.”

“네, 각하! 걱정하지 마십시오! 반드시 저지하겠습니다!”

아니, 그건 너무 적대적이잖아.

네이선이 적의 수괴도 아니고 굳이 저지까지···.

그리고 네이선이 마음먹으면 말릴 수도 없을 거다.

그래서 ‘가능하면’이라는 말에 힘은 준 거고.

에이, 둘 다 한두 살 먹은 애들도 아니고 알아서 잘하겠지.

“카이덴, 가자.”

“네, 제독 각···, 네! 제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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